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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은 나를 돈으로 샀다
첫사랑은 나를 돈으로 샀다
Penulis: 희나리K

제1화

Penulis: 희나리K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11-03 15:52:07

화장대 앞에 앉은 오솔의 얼굴은 창백하기만 했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눈동자에는 생기가 없었고, 어젯밤 겪었던 끔찍한 일들이 아직도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와의 행위는 아무런 의미도 없던, 그냥 치욕스러운 시간임이 틀림없었지만, 불쑥불쑥 떠오르는 기억은 끈질기게 뇌리에 달라붙어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하지만 티를 내선 안됐다.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해야 하는 이유는 이미 차고도 넘쳤으니까.

감당이 되지 않으면 잊어버리면 그만이다.

수치심과 자괴감에 무너질 것 같아도, 멀쩡한 척 가식을 덧칠하면 그뿐이다.

오솔은 다시 한번 은행 앱에 들어가 거래 내역을 확인했다.

아침 일찍 입금된 투자금 50억.

지금은 쓸데 없는 감정 따윈 꺼내놓을 여유가 없었다.

그 50억이라는 돈이야말로 더 이상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붙들어 주는 유일하고도 확실한 이유였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만 같던 그때, 회사 직원들의 얼굴이 하나 둘 떠올랐다. 

자신만 믿고 여태껏 버텨 준 사람들, 그래서 어떻게든 지켜 내고 싶었던 회사, 오솔 뷰티.

'울지 마. 울어서 해결되는 일은 하나도 없어.'

눈물을 꾹 참아낸 오솔은 떨리는 손으로 화장품을 집어 들었다.

파운데이션을 얇게 펴 바르고, 붉어진 눈가도 꼼꼼히 가리고, 입술에는 평소보다 조금 더 선명한 색을 입혔다.

그렇게 거울 속 여자는 조금씩 멀쩡한 얼굴을 되찾고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텅 빈속을 가려주는 겉모습일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크림색의 정장까지 완벽하게 갖춰 입은 오솔이 작게 중얼거렸다.

“멍청해지자, 뻔뻔해지자. ”

괜찮아야 했다. 적어도 오늘만큼은.

잊어야 했다. 멀쩡한 척 살아가기 위해서는.

***

어제저녁, 8시경.

띵동.

초인종 소리가 단 한 번 울렸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창밖을 바라보던 차인후는 내심 이 소리의 주인공이 그녀가 아니기를 바랐다.

그러나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와 함께 들려온 비서 서진석의 목소리는 그 일말의 희망마저 산산이 부숴 버렸다.

“대표님, 고오솔 씨 오셨습니다.”

인후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패였다.

'하... 진짜 왔구나. 넌 결국... 내 치사스럽고 더러운 제안을 수락하고 말았구나.'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인데, 또 심장은 눈치 없이 쿵쾅거리고.

어쩌면 이런 순간을 바라고 일을 벌였는지도 몰랐다.

그녀가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라도 찾아오기를, 이제라도 자신을 마주하기를. 

하지만 막상 그 순간이 닥치자, 이 미워 죽겠는 여자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만 퇴근해.”

“예, 대표님.”

진석이 집을 떠나고 나서도 인후는 쉽사리 돌아서지 못했다. 

작지만 조심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분명히 들렸기 때문이었다.

이게 정말 현실인가? 

한때 청춘을 전부 바쳐 절절히 사랑했던 여자이자, 미치도록 찾아 헤맸던 여자가 지금 자신의 등 뒤에 서 있다니.

그것도 ‘서율립’에서 ‘고오솔’로 이름까지 바꾼 채, 지저분한 장난질에 응답해 왔다니.

율립이는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대체 무슨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을까.

궁금한 것들은 산더미만큼 쌓여 있었지만, 모든 걸 알기엔 이미 7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렸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확실한 건 단 한 가지였다.

‘애틋한 재회 따위는 기대할 수 없겠지.’

인후는 피워대던 전자담배를 창가에 내려놓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너무도 단정한 블랙 원피스에 길게 웨이브 진 머리, 소파 옆에 서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있는 오솔을 바라본 순간 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인후는 저도 모르게 셔츠 소매를 걷어 올렸다. 

보자마자 온몸에 열이 올라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으면 당황한 모습을 들여버릴 까봐서.

“왔네.”

인후의 얼굴을 잠시 동안 바라본 오솔은 시선을 최대한 내리깔았다. 

자신을 이곳으로 부른 남자가 누구인지는 진작에 알고 있었다.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도 마찬가지고.

그런데도 아주 잠깐, 머릿속에는 상황과는 다른 생각이 스쳤다.

차인후는 7년 전 사랑을 속삭이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아니, 얼굴도 체격도. 그때보다 훨씬 더 멋있어졌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안기고 싶을 만큼, 그 품에 파묻혀 엉엉 울어버리고 싶을 만큼 말이다.

이제 와서 이런 생각을 하는 스스로가 한심해, 오솔은 그대로 고개를 떨궈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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