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월요일 오후 2시 14분.태건은 회의실에 앉아 있었다.테이블 위에는 다음 달 호텔 행사 일정표가 펼쳐져 있었고, 최해강이 맞은편에서 설명하고 있었다.“연회장은 2주 차 토요일 예약이 가장 많습니다. 추가 인력은—”부르르.태건의 휴대폰이 울렸다.화면을 본 순간 손이 멈췄다.처남.평소 같으면 회의가 끝난 뒤 다시 걸었을 것이다.그런데 오늘은 달랐다.면접 결과가 이번 주 안에 나온다고 했다.태건이 바로 말했다.“잠깐.”전화를 받았다.“어.”전화 너머에서 숨소리가 들렸다.그리고.— 매형.“왜.”— 나 붙었어.태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최해강이 서류를 넘기다 멈췄다.— 매형?“어.”— 듣고 있어?태건이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막지 못했다.“잘했다.”— 진짜 붙었어.“응.”— 방금 연락 왔어.“그래.”— 나 누나한테도 아직 말 안 했어.태건의 표정이 멈췄다.“왜 나한테 먼저 해.”— 내가 그때 먼저 연락한다고 했잖아.“……그랬지.”— 매형이 면접 연습해줬으니까.태건은 잠깐 눈을 내렸다.회의실인데도 이상하게 목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그래도 네가 본 거야.”— 알아.“네가 대답했고.”— 그것도 알아.“그럼 됐어.”전화 너머에서 웃음이 들렸다.— 매형 지금 좋아하지?“응.”이번에는 부정하지 않았다.— 많이?“조금.”— 거짓말.“끊는다.”— 잠깐!태건이 피식 웃었다.“왜.”— 누나한테 내가 말할 거니까 먼저 말하지 마.“알았어.”— 엄마 아빠한테도.“응.”— 가족방에도 내가 올릴 거야.“알았다니까.”— 그리고.“또 뭐.”— 탁구는 내가 쏜다.태건의 눈썹이 올라갔다.“붙었는데 겨우 탁구냐.”— 매형이 내 돈 아끼라며.“그건 맞지.”— 그럼 끊는다.“어.”태건은 잠시 망설이다 한마디 덧붙였다.“축하한다.”전화 너머가 조용해졌다.— 응.짧은 대답이었다.전화가 끊겼다.***태건은 한동안 휴대폰을 내려놓지 않았다.최해강
토요일 오후.남동생은 약속 시간보다 15분 일찍 우리 집에 왔다.현관문이 열리자마자 말했다.“매형 준비했어?”태건은 소파에서 일어났다.“응.”나는 둘을 번갈아 봤다.“진짜 둘이 가게?”남동생이 신발을 벗지도 않고 대답했다.“누나는 오늘 친구 만나잖아.”“그래도.”“지난번에 내가 매형한테 조른 거잖아.”태건도 너무 자연스럽게 말했다.“갔다 올게.”내 눈이 가늘어졌다.“둘이 언제 이렇게 친해졌지?”남동생이 태건 어깨에 팔을 올리려다가 키 차이 때문에 어정쩡해졌다.결국 팔을 내렸다.“남자들끼리의 우정이 있지.”태건이 바로 말했다.“그 정도는 아닌데.”“매형.”“왜.”“이럴 때는 맞다고 해주는 거야.”“왜 거짓말을 해.”나는 웃음을 터뜨렸다.“잘 다녀와요.”태건이 내 쪽으로 와서 물었다.“몇 시에 들어와?”“저녁 먹고.”“연락하고.”“응.”남동생이 현관에서 소리쳤다.“매형, 빨리!”태건이 돌아봤다.“쟤 오늘 왜 저렇게 신났어.”“당신이랑 노는 게 좋은가 보지.”그 말에 태건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나는 놓치지 않았다.“좋죠?”“뭐가.”“처남이 찾는 거.”“늦는다.”대답은 안 하고 나갔다.볼링장에 도착하자 남동생이 카운터부터 향했다.“2명.”태건이 지갑을 꺼냈다.남동생이 바로 막았다.“오늘은 내가 낼 거야.”“왜.”“면접 연습도 해줬잖아.”“결과도 안 나왔는데.”“그래도.”태건은 잠깐 남동생을 봤다.“네 돈 아껴.”“매형은 맨날 그 말해.”“학생이면 아껴야지.”“나도 돈 있어.”“그래도.”직원이 둘 사이를 번갈아 봤다.남동생이 결국 말했다.“그럼 게임비 내가 내고 간식 매형이 사.”태건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괜찮네.”“협상 완료.”신발을 받아 들고 이동하다가 남동생이 물었다.“매형 볼링 잘해?”“예전에 몇 번.”“누나랑도 갔다며.”“응.”“점수 얼마였는데.”태건이 잠깐 생각했다.“기억 안 나.”“거짓말.”“진짜.”“매형
토요일 오후 2시 47분.남동생은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태건부터 찾았다.“매형!”태건이 휴대폰에서 고개를 들었다.“왔어?”“응. 누나는?”“화장실.”남동생은 태건 옆에 붙어 화면부터 들여다봤다.“뭐 봐?”“예약 확인.”“설마 공략 보는 거 아니지?”태건이 바로 휴대폰을 껐다.“내가 그런 걸 왜 봐.”“매형은 할 것 같아서.”“안 봤어.”그때 내가 돌아왔다.“둘이 나 없을 때 뭐 해요?”남동생이 바로 일렀다.“매형 검색하고 있었어.”태건의 고개가 돌아갔다.“예약 확인했다니까.”“여보.”“진짜야.”나는 손을 내밀었다.“휴대폰.”“왜.”“검색 기록 검사.”“서규리.”남동생이 옆에서 웃었다.“수상한데?”결국 태건이 휴대폰을 내밀었다.마지막 화면에는 정말 예약 문자만 떠 있었다.남동생이 아쉬운 듯 말했다.“깨끗하네.”“뭘 기대한 거야.”“몰래 예습.”태건이 눈을 가늘게 떴다.“너는 안 했고?”남동생이 입을 다물었다.이번에는 내가 동생을 봤다.“너 했지?”“테마 후기만 조금.”“뭐?”“스포는 안 봤어!”태건이 피식 웃었다.“너부터 반칙이네.”“후기는 반칙 아니거든.”시작도 전에 둘은 이미 경쟁 중이었다.오늘의 테마는 폐쇄된 방송국.사라진 진행자가 남긴 녹음과 방송 기록을 따라가 마지막 송출 파일을 찾아내는 추리형이었다.직원이 설명했다.“난이도는 5단계 중 5단계고요.”남동생의 표정이 밝아졌다.태건도 마찬가지였다.나만 불안했다.“힌트는요?”“총 3번까지 기록에 영향 없이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남동생이 태건에게 속삭였다.“안 쓰는 거지?”“당연하지.”나는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막히면 쓸 거예요.”두 사람이 동시에 말했다.“왜?”나는 어이가 없었다.“60분 동안 여기 살 거 아니잖아!”문이 닫히자마자 남동생이 외쳤다.“흩어져!”태건이 바로 말했다.“아니. 먼저 전체 구조부터 봐.”“시간 가잖아.”“막 뒤지면 이미 본 데 또 봐.”“내가 기억
남동생의 면접이 끝난 그날 저녁.나는 소파에 앉아 태건과 방탈출 때 찍은 사진을 다시 보고 있었다.친구 커플까지 넷이 찍힌 기념사진.맨 끝에 서 있는 태건은 손에 **탈출 성공** 팻말을 들고 있었다.“이거 가족방에 올릴까?”내가 묻자 태건이 즉시 고개를 저었다.“왜.”“처남이 보면 또 뭐라고 할 것 같아.”“뭐라고 하는데.”“몰라.”그런데 이미 늦었다.며칠 전 친구가 보내준 사진을 내가 가족 단체방에 올려둔 걸 깜빡한 것이다.그 순간 현관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났다.삑, 삑.나는 고개를 들었다.“누구지?”철컥.문이 열리고 남동생이 들어왔다.손에는 편의점 봉투가 들려 있었다.“누나.”“뭐야. 연락도 없이.”“매형 있어?”부엌에서 물을 마시던 태건이 고개를 내밀었다.“왜.”남동생은 신발을 벗자마자 태건 앞으로 갔다.그리고 뜬금없이 말했다.“매형.”“응.”“섭섭해.”태건이 물컵을 든 채 멈췄다.“뭐가.”“방탈출.”나와 태건이 동시에 남동생을 봤다.“방탈출이 왜?”남동생이 휴대폰을 내밀었다.가족 단체방에 올라간 사진이었다.“이거.”태건이 화면을 한번 봤다.“왜.”“누나랑 이런 거 재밌는 거 하러 가면서 왜 나한테는 말 안 해?”“둘이 간 거 아닌데.”“그건 알아.”“친구 커플이랑 넷이 갔어.”남동생이 억울한 얼굴로 말했다.“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태건이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했다.“그럼 뭐가 중요한데.”“나도 방탈출 좋아한다고.”“……그래?”“게임기도 내가 알려줬지.”“응.”“매형이 게임 좋아하게 된 것도 나 때문이지.”태건의 눈썹이 올라갔다.“그건 좀.”“맞잖아.”“네가 계기는 됐는데 내가 좋아해서 산 거야.”“아무튼.”남동생은 태건 옆에 털썩 앉았다.“다음에는 나도 데려가.”태건이 나를 봤다.나는 어깨를 으쓱했다.“나한테 말고 매형한테 조르네?”남동생이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매형이 더 넘어오기 쉬우니까.”태건의 표정이 굳었다.“내가?”“
방탈출을 다녀온 다음 날 오후.현관문이 열리자마자 남동생이 들어왔다.한 손에는 정장 커버.다른 손에는 종이가방.나는 소파에서 고개를 들었다.“뭐야, 그거.”“누나.”평소와 달리 얼굴이 꽤 진지했다.“매형 집에 있어?”태건은 부엌에서 물을 마시다 고개를 내밀었다.“왜.”남동생이 곧장 태건에게 갔다.“매형.”“응.”“나 면접 좀 봐줘.”태건이 물컵을 내려놓았다.“내가?”“어.”나는 웃었다.“왜 나 말고 매형이야?”“누나는 취업 면접관 해본 적 없잖아.”“그래서?”남동생이 태건을 가리켰다.“매형은 대표잖아.”태건의 표정이 묘하게 달라졌다.“언제인데.”“내일 오전.”“내일?”“응.”태건이 시계를 확인했다.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말했다.“일단 앉아봐.”나는 바로 끼어들었다.“잠깐.”두 사람이 나를 봤다.“왜 갑자기 분위기가 임원면접인데.”태건은 이미 식탁 의자를 빼고 있었다.“면접 봐달라잖아.”“살살 해요.”남동생이 코웃음을 쳤다.“내가 애냐?”30분 뒤.그 말은 취소됐다.***태건은 정말 면접을 시작했다.남동생은 식탁 한쪽.태건은 맞은편.나는 옆에서 구경했다.“지원 동기.”태건이 말했다.남동생이 준비한 답을 시작했다.“제가 귀사에 지원한 이유는—”1분쯤 지나자 태건이 손을 들었다.“잠깐.”“왜.”“외운 거야?”남동생의 눈이 흔들렸다.“아니?”“외웠네.”“어떻게 알아.”“지금 나 안 보고 벽 보잖아.”나는 웃음을 참았다.남동생이 자세를 고쳤다.“다시 할게.”“해봐.”이번에는 태건을 보며 말했다.조금 자연스러웠다.하지만 답변이 길어졌다.2분.3분.태건이 또 끊었다.“너무 길어.”“내용 많아서 그런 건데.”“면접관이 너 하나만 보냐.”“……아니.”“핵심부터 말해.”남동생이 조금 긴장하기 시작했다.나는 태건의 팔을 툭 쳤다.“여보.”“응.”“표정.”“왜.”“무서워.”“나 지금 아무것도 안 했어.”남동생이 작게 말했다.“조금
주말 오후.나는 태건과 나란히 처음 보는 건물 3층에 서 있었다.태건이 간판을 올려다봤다.**ROOM ESCAPE**그가 천천히 나를 봤다.“진짜 여기 들어가는 거야?”“네.”“돈 내고 방에 갇히는 데를?”“그렇게 말하면 이상하잖아요.”“틀린 말은 아니잖아.”오늘 약속은 내 친구가 잡았다.친구와 친구의 남자친구.그리고 우리 부부.넷이서 방탈출을 하자는 제안이었다.처음 말했을 때 태건은 정확히 5초 동안 침묵했다.그리고 물었다.“진짜 잠가?”“진짜 못 나오게 잠그는 건 아니죠.”“그럼 탈출이 아니잖아.”그때부터 불길했다.***테마는 오래된 호텔에서 사라진 투숙객의 흔적을 찾는 추리물이란다.설명을 듣던 태건의 눈빛이 점점 진지해졌다.직원이 말했다.“제한시간은 60분이고요. 힌트는 태블릿으로 요청하시면 됩니다.”태건이 물었다.“힌트 횟수 제한 있습니까?”“아뇨. 대신 많이 사용하시면 최종 기록에 표시돼요.”“안 쓰면?”“기록이 더 좋죠.”“알겠습니다.”나는 옆구리를 찔렀다.“왜 갑자기 경쟁 모드예요.”“하려면 제대로 해야지.”“놀러 온 거예요.”“알아.”전혀 모르는 얼굴이었다.직원이 마지막으로 주의를 줬다.“그리고 힘으로 열리지 않는 장치는 절대 억지로 열지 마세요.”태건이 고개를 끄덕였다.“네.”나는 직원에게 말했다.“이 사람한테 꼭 두 번 말해주세요.”“서규리.”***문이 닫혔다.조명이 어두워졌다.오래된 호텔 객실처럼 꾸며진 방이었다.침대.협탁.전화기.액자.닫힌 여행가방 하나.벽에는 숫자가 잔뜩 적힌 메모지가 붙어 있었다.태건은 들어가자마자 주변을 한번 훑었다.“역할 나누자.”친구가 눈을 크게 떴다.“벌써?”“시간 60분이라며.”나는 팔짱을 꼈다.“대표님, 회의 아니에요.”“아니.”그러면서 바로 말했다.“규리는 책상 쪽. 두 분은 침대하고 액자. 나는 문이랑 가방 볼게.”친구가 웃었다.“규리야, 남편 원래 이래?”“뭐 하나 시작하면 끝을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