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 한 장이 사람 인생을 망칠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적어도 그날까지는.“서규리 씨 맞습니까?”회사 로비 한가운데 서 있던 남자가 내 이름을 불렀다.검은 셔츠에 검은 재킷.그의 뒤에는 체격이 건장한 남자 두 명이 서 있었다.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그런데 그중 가장 앞에 선 남자의 손에는 낯익은 물건이 들려 있었다.분홍색 봉투.내가 직접 고른 결혼식 청첩장이었다.“이거 보냈습니까?”남자가 봉투를 내밀었다.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런데 그걸 왜…….”“민도윤.”그가 청첩장에 적힌 이름을 읽었다.내 예비신랑의 이름이었다.“이 남자랑 결혼합니까?”“네?”“결혼하냐고 물었습니다.”그 순간 남자의 표정이 달라졌다.그리고 그가 말했다.“그 결혼, 하지 마십시오.”결혼식을 한 달 앞둔 내게, 처음 보는 남자가 던진 말이었다.사흘 전.“규리야, 이거 주소 맞아?”엄마가 식탁 위에 놓인 청첩장 봉투를 들어 보였다.나는 휴대폰으로 예식장 최종 참석 인원을 확인하다 고개를 들었다.“응. 맞을걸?”“맞을걸이 뭐야. 청첩장인데 제대로 확인해야지.”“확인했어.”사실 전부 확인한 건 아니었다.결혼식을 한 달 앞두고 회사 동료와 대학 동기, 친척들에게 보낼 청첩장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식탁에는 아직 발송하지 않은 봉투가 열 장 넘게 쌓여 있었다.그중 하나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받는 사람.한재민.몇 년 전 헤어진 전남자친구였다.굳이 청첩장을 보내야 할까 고민했지만, 얼마 전 대학 동기를 통해 재민이 내 결혼 소식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규리 결혼한다며?’그 말을 들으니 괜히 신경이 쓰였다.나도 잘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있었을지도 몰랐다.“재민이한테도 보내?”엄마가 물었다.“응. 그냥 보내려고.”“전남자친구한테 청첩장을 보내는 사람이 어디 있어?”“엄마, 헤어진 지 몇 년인데.”“그래도 그렇지.”나는 더 대꾸하지 않고 봉투를 집어 들었다.
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3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