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결혼을 한 달 앞둔 어느 날. 내가 전남친에게 보내려던 청첩장 한 장이 엉뚱한 주소로 배달됐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청첩장 하나 잘못 간 것뿐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결혼식 전날, 검은 정장을 입은 낯선 남자가 나를 찾아왔다. “이 결혼, 하지 마.” 처음 보는 남자가 대뜸 내 결혼을 막았다. “누구세요?” 남자는 내 청첩장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걸 받은 사람.” 그리고 그제야 알았다. .
더 보기“이 청첩장.”민도윤의 시선이 권태건에게 향했다.“처음부터 잘못 간 게 아니야.”잠시.“누군가 일부러 권태건한테 보내게 만든 거야.”나는 청첩장을 내려다봤다.조그맣게 찍힌 문양.권태건 조직에서 자기 사람을 구분할 때 쓴다는 표시.“그럼.”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내가 주소를 잘못 쓴 게 아니라는 거야?”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주소는 바뀌어 있었어.”“누가.”“그걸 확인하려고 회사에 갔던 거야.”권태건이 청첩장을 접어 테이블 위에 내려놨다.“결론부터 말해.”도윤의 얼굴이 굳었다.“청첩장 발송 목록.”“그게 왜.”“규리가 저장한 주소랑 실제 출력된 주소가 달라.”나는 눈을 크게 떴다.“잠깐.”휴대폰을 꺼냈다.한재민에게 보내려고 저장했던 주소.분명 다른 곳이었다.“그럼 누가 수정한 거야?”도윤이 대답했다.“인쇄 넘기기 직전에 바뀌었어.”“누가 바꿨는지는?”“아직.”권태건이 헛웃음을 흘렸다.“또 아직.”도윤이 그를 노려봤다.“그래도 확실한 건 하나 있어.”“뭔데.”도윤이 청첩장을 가리켰다.“이 문양.”“그래.”“일반인이 못 찍어.”순간 권태건의 눈빛이 싸늘해졌다.“내 쪽 사람이 했다는 말이네.”“가능성이 높지.”차우진.호텔에서 사라진 배신자.머릿속에 바로 떠올랐다.나는 권태건을 바라봤다.“그 사람이에요?”“확정은 못 해.”“근데 가능성은?”“높아.”태건이 짧게 대답했다.“내 주소도 알고.”한 손가락.“내가 청첩장 직접 확인할 가능성도 알고.”또 하나.“박무진하고도 붙어 있고.”이번에는 얼굴이 완전히 차가워졌다.“우진이가 판 짰을 가능성이 제일 크지.”도윤이 말했다.“문제는 이유야.”“또 이유.”나는 머리가 지끈거렸다.“그냥 권태건 씨 끌어내려고 그런 거 아니야?”“그것도 있겠지.”도윤이 나를 바라봤다.“근데 네 이름까지 일부러 끼워 넣었잖아.”태건의 표정이 굳었다.“그 부분이 마음에 안 들어.”나는 두 사람을 번갈아봤다.“나 또 미끼였다
“권태건이 서규리랑 결혼하면.”박무진이 천천히 말했다.“두목 자리까지 완전히 굳어지니까.”나는 권태건을 바라봤다.“무슨 말이에요?”태건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그 짧은 침묵이 마음에 걸렸다.“또 나만 모르는 거 있어요?”“별건 아니야.”박무진이 웃었다.“저게 별거 아니래.”태건의 눈빛이 차갑게 돌아갔다.“입 닥쳐.”“왜. 신부 될 사람이면 알아야지.”“누가 신부래.”내가 바로 말했다.박무진이 나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아직 아니었습니까?”“네.”“권태건 혼자 벌써 신랑 행세하던데.”“박무진.”태건의 목소리가 낮아졌다.“계속하면 여기서 못 나가.”“그래. 그래 ㅋㅋ 무섭다.”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박무진은 더 이상 웃지 않았다.나는 태건을 바라봤다.“뭔가 나한테 설명해야 하지 않아요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우리 쪽은 아직도 오래된 방식이 좀 남아 있어.”“무슨 방식.”“두목 자리가 흔들릴 때.”잠시.“가정 있는 쪽을 더 안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나는 황당했다.“그게무슨 ... 결혼했다고 두목을 더 잘해요?”“나도 그렇게 생각 안 해.”“그런데 왜.”“아버지 때부터 있던 사람들이 그래.”박무진이 끼어들었다.“특히 지금처럼 배신자 나오고 조직 흔들릴 때는 더 그렇지.”차우진.그 이름이 바로 떠올랐다.권태건의 조직 안에서 박무진에게 붙은 사람.“그러니까 당신이 결혼하면.”내가 태건을 보며 말했다.“차우진 같은 사람들이 자리 노리기 어려워진다?”“조금.”“조금?”“내 자리가 지금 당장 뺏길 정도는 아니야.”태건이 담담하게 말했다.“근데 오래 흔들리면 밑에 있는 놈들이 줄을 다시 서기 시작하지.”이번에는 이해됐다.누가 더 강한지.누가 다음 두목이 될지.그걸 보면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세계.“그래서 민도윤이 저런 문자를 보낸 거예요?”내가 휴대폰을 들어 보였다.[그 사람이 네 신랑이 되는 순간.][박무진보다 더 위험한 사람들이 널 노려.]태건의 표정이 굳었다.“쓸
“박무진이 너 달라고 한 순간.”권태건의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다.“이미 선 넘었어.”나는 잡힌 손을 내려다봤다.“그래도 놔요.”“뭘.”“손.”태건이 천천히 손을 풀었다.말은 제멋대로 하면서도 내가 싫다고 하면 놓는다.그게 이상하게 신경 쓰였다.“그리고 나 때문에 싸우지 마요.”“너 때문만은 아니야.”“그럼?”“박무진이 내 사람 빼가고, 내 정보 훔치고, 내 구역에서 민도윤까지 건드렸어.”태건의 목소리가 차갑게 내려앉았다.“두목이 거기까지 참고 있으면 밑에 있는 애들이 먼저 흔들려.”나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이 사람에게 싸움은 감정만의 문제가 아니었다.권태건이 약해 보이는 순간.조직 전체가 흔들리는 세계.“그럼 어떻게 할 건데요?”“박무진 만나야지.”“또요?”“이번에는 내가 부를 거야.”“어디로.”태건이 나를 바라봤다.“내 클럽.”“나도 가요.”“안 돼.”“왜 맨날 그것부터 나와요? 뭐든다안된대 ...”“위험하니까.”“나를 달라는 얘긴데 나 빼놓고 무슨 말을 해요.”태건이 한숨을 내쉬었다.“서규리.”“내가 직접 말할 거예요.”“뭘.”“나는 아무한테도 안 간다고.”태건이 나를 빤히 바라봤다.“아무한테도?”“왜요.”“나한테도?”순간 말이 막혔다.그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지금 그말이 그렇게 중요해요?”“너한텐 어떨지 모르겠는데 지금 나한텐 중요해 .”“권태건 씨.”“알았어.”그가 재킷을 집었다.“같이 가.”이번에는 오히려 내가 놀랐다.“진짜요?”“대신 내 옆에 있어.”“알았어요.”“멀어지지 말고.”“네.”“박무진이 말 걸어도 가까이 가지 마.”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질투까지 섞였죠?”태건이 태연하게 대답했다.“응 많이티나? .”밤이 깊었는데도 클럽 주변은 밝았다.음악 소리가 벽을 울렸다.차가 멈추자 입구에 서 있던 태건의 부하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형님.”“안에.”“기다리고 있습니다.”나는 태건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사람들이 가득한
“우리 연애.”민도윤이 고개를 들었다.“처음부터 박무진이 만든 거야.”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무슨 뜻이야.”“규리야.”“박무진이 당신한테 나 만나라고 했다고?”도윤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순간 속이 뒤집혔다.“왜 하필 나였는데.”“그때 네 회사가 태건 쪽 물류회사랑 거래하고 있었어.”내 시선이 권태건에게 향했다.그도 처음 듣는다는 얼굴이었다.도윤이 계속 말했다.“박무진은 태건 쪽 돈 흐름을 알아내고 싶어 했어. 그런데 자기 사람을 직접 넣으면 바로 걸리니까.”“그래서 나?”“넌 아무 관련 없는 일반인이었고.”도윤의 목소리가 작아졌다.“신용도 깨끗했고.”나는 헛웃음을 흘렸다.“아.”기분이 더러웠다.“그래서 접근했구나.”“처음에는.”“또 처음에는.”나는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내려다봤다.몇 달 전.도윤이 직접 끼워줬던 약혼반지.그때 나는 진짜라고 믿었다.“뭘 알아내려고 했어?”“태건 쪽 거래 자료.”권태건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박무진이 내 물류 쪽을 노렸다고?”“그래.”“그리고 넌 규리 이용했고.”도윤이 이를 악물었다.“중간에 그만뒀어.”“언제.”“규리 좋아하게 되고 나서.”권태건이 비웃었다.“참 감동적이네.”“권태건.”“이용하려고 접근했다가 진짜 좋아졌으니까 괜찮다는 거냐?”도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너한테 판단받을 일 아니야.”태건도 한 발 앞으로 나왔다.“내 호텔에서 내 앞에 있는 여자 이용한 새끼가 뭘 그렇게 당당해.”“둘 다 그만해 .”내 목소리에 두 사람이 동시에 멈췄다.나는 도윤만 바라봤다.“얼마나 이용했어?”“뭐?”“나 만나면서 박무진한테 뭘 넘겼냐고.”도윤은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 침묵이 싫었다.“내 회사 자료?”“초반에 몇 번.”“내가 말해준 걸?”“네가 집에서 별생각 없이 얘기했던 거래처 이야기 정도.”가슴이 철렁했다.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내가 오늘 어떤 일이 있었다고 말하면.도윤은 다정하게 들어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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