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을 잘못 보냈더니 조폭 두목이 찾아왔다>

<청첩장을 잘못 보냈더니 조폭 두목이 찾아왔다>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6-10-10
작가:  에이르최근 업데이트
언어: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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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한 달 앞둔 어느 날. 내가 전남친에게 보내려던 청첩장 한 장이 엉뚱한 주소로 배달됐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청첩장 하나 잘못 간 것뿐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결혼식 전날, 검은 정장을 입은 낯선 남자가 나를 찾아왔다. “이 결혼, 하지 마.” 처음 보는 남자가 대뜸 내 결혼을 막았다. “누구세요?” 남자는 내 청첩장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걸 받은 사람.” 그리고 그제야 알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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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1화. 잘못 도착한 청첩장

청첩장 한 장이 사람 인생을 망칠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적어도 그날까지는.

“서규리 씨 맞습니까?”

회사 로비 한가운데 서 있던 남자가 내 이름을 불렀다.

검은 셔츠에 검은 재킷.

그의 뒤에는 체격이 건장한 남자 두 명이 서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중 가장 앞에 선 남자의 손에는 낯익은 물건이 들려 있었다.

분홍색 봉투.

내가 직접 고른 결혼식 청첩장이었다.

“이거 보냈습니까?”

남자가 봉투를 내밀었다.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런데 그걸 왜…….”

“민도윤.”

그가 청첩장에 적힌 이름을 읽었다.

내 예비신랑의 이름이었다.

“이 남자랑 결혼합니까?”

“네?”

“결혼하냐고 물었습니다.”

그 순간 남자의 표정이 달라졌다.

그리고 그가 말했다.

“그 결혼, 하지 마십시오.”

결혼식을 한 달 앞둔 내게, 처음 보는 남자가 던진 말이었다.

사흘 전.

“규리야, 이거 주소 맞아?”

엄마가 식탁 위에 놓인 청첩장 봉투를 들어 보였다.

나는 휴대폰으로 예식장 최종 참석 인원을 확인하다 고개를 들었다.

“응. 맞을걸?”

“맞을걸이 뭐야. 청첩장인데 제대로 확인해야지.”

“확인했어.”

사실 전부 확인한 건 아니었다.

결혼식을 한 달 앞두고 회사 동료와 대학 동기, 친척들에게 보낼 청첩장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식탁에는 아직 발송하지 않은 봉투가 열 장 넘게 쌓여 있었다.

그중 하나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받는 사람.

한재민.

몇 년 전 헤어진 전남자친구였다.

굳이 청첩장을 보내야 할까 고민했지만, 얼마 전 대학 동기를 통해 재민이 내 결혼 소식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규리 결혼한다며?’

그 말을 들으니 괜히 신경이 쓰였다.

나도 잘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있었을지도 몰랐다.

“재민이한테도 보내?”

엄마가 물었다.

“응. 그냥 보내려고.”

“전남자친구한테 청첩장을 보내는 사람이 어디 있어?”

“엄마, 헤어진 지 몇 년인데.”

“그래도 그렇지.”

나는 더 대꾸하지 않고 봉투를 집어 들었다.

서울 중구 남창로 18길 27.

예전에 휴대폰에 저장해 두었던 주소였다.

재민이 이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설마 아직 살겠지.’

나는 별다른 확인 없이 청첩장을 발송할 서류봉투에 넣었다.

그게 문제였다.

정확히는 그 주소에 지금 누가 살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게 문제였다.

그때는 몰랐다.

그 작은 실수가 내 결혼을 완전히 뒤흔들게 될 줄은.

사흘 뒤.

오후 네 시.

“규리야.”

옆자리의 지민이 의자를 밀고 다가왔다.

“응?”

“아래에 어떤 사람들이 너 찾는데?”

나는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

“누구?”

“모르겠어.”

“택배 기사님?”

“아니.”

지민의 목소리가 묘하게 낮아졌다.

“남자 세 명이야.”

나는 고개를 들었다.

“세 명?”

“응. 근데 좀 무서워.”

“왜?”

“그냥 분위기가 그래. 검은 정장 입고 있는데…… 아무튼 직접 내려가 봐.”

지민은 장난치는 얼굴이 아니었다.

나는 휴대폰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결혼식 업체에서 무슨 문제가 생겼나?

아니면 예비신랑 도윤이 이벤트라도 준비한 걸까?

하지만 1층에 도착하는 순간 그런 생각은 사라졌다.

로비 한가운데 검은 옷을 입은 남자 세 명이 서 있었다.

한 명은 체격이 컸고, 다른 한 명은 귀 뒤로 긴 흉터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보다 조금 앞에 선 남자.

키가 컸다.

검은 셔츠에 검은 재킷.

넥타이조차 하지 않은 차림이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이상할 정도로 그를 의식하고 있었다.

안내데스크 직원조차 자꾸만 그쪽을 힐끔거렸다.

나는 천천히 다가갔다.

“저를 찾으셨다고요?”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차가운 눈이었다.

사람을 처음 보는 눈이라기보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이미 판단을 끝낸 듯한 눈빛이었다.

“서규리?”

“네. 그런데 누구시죠?”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재킷 안쪽으로 손을 넣었다.

순간 나는 움찔했다.

하지만 그가 꺼낸 것은 무기가 아니었다.

분홍색 봉투였다.

“이거.”

그가 내민 봉투를 보는 순간 눈이 커졌다.

“어?”

내 청첩장이었다.

분명 내가 직접 고른 디자인이었다.

“이게 왜 거기…….”

나는 봉투를 받아 앞면을 확인했다.

서울 중구 남창로 18길 27.

틀림없이 한재민에게 보낸 주소였다.

그런데 봉투에는 배송업체가 붙인 작은 안내 스티커가 있었다.

수취인 정보 불일치.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재민이가 정말 이사했구나.’

“아, 죄송합니다. 제가 예전에 알던 사람 주소로 잘못 보냈나 봐요.”

남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나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그냥 버리셔도 됐는데…….”

“민도윤.”

남자의 입에서 갑자기 익숙한 이름이 나왔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네?”

“민도윤이랑 결혼합니까?”

그의 시선은 청첩장 안쪽에 적힌 신랑 이름에 머물러 있었다.

“네. 그런데 도윤 씨를 아세요?”

남자의 눈빛이 미세하게 변했다.

방금 전까지 무심하던 얼굴에 처음으로 감정이 스쳤다.

분노일까.

아니면 비웃음일까.

확실한 건 좋은 감정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언제입니까?”

“뭐가요?”

“결혼식.”

“10월 31일이요. 청첩장에 적혀 있는데…….”

남자가 날짜를 내려다봤다.

잠시 후 그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걸렸다.

“한 달 남았군.”

이상했다.

처음 보는 남자가 내 결혼 날짜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것도 마치 무언가를 계산하는 사람처럼.

나는 봉투를 조금 더 세게 움켜쥐었다.

“혹시 도윤 씨랑 무슨 관계세요?”

“그건 민도윤한테 직접 물어보십시오.”

“무슨 뜻이에요?”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내 얼굴을 잠시 바라봤다.

그 시선이 불편했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마치 내가 무언가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하는 것 같았다.

아니.

안타까움보다는 답답함에 가까웠다.

“서규리 씨.”

그가 처음으로 내 이름을 제대로 불렀다.

“그 결혼.”

잠시 말이 끊겼다.

“다시 생각해 보십시오.”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네?”

“민도윤이랑 결혼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어이가 없었다.

“지금 처음 보는 사람이 제 결혼을 왜…….”

“처음 보는 건 맞습니다.”

남자가 한 걸음 가까이 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그가 그 모습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하지만 당신이 결혼하려는 남자는 내가 잘 압니다.”

심장이 불길하게 뛰었다.

“어떻게 아시는데요?”

“오래전부터.”

“친구예요?”

남자가 낮게 웃었다.

그 웃음이 이상하게 차가웠다.

“친구였으면 좋았겠군.”

나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럼 원수라도 돼요?”

이번에는 대답이 없었다.

그 침묵이 오히려 대답처럼 느껴졌다.

나는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도윤은 사람들과 크게 다투는 성격이 아니었다.

우리는 2년을 만났다.

그동안 도윤은 늘 다정했고, 무슨 일이 생겨도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

술을 자주 마시지도 않았고 돈 문제로 다툰 적도 없었다.

중견 무역회사 전략기획팀 팀장이라는 안정적인 직장까지 있었다.

그런 도윤에게 이런 사람이 찾아올 만한 과거가 있다는 걸까.

아니면 이 남자가 거짓말을 하는 걸까.

나는 다시 물었다.

“누구신데요?”

남자는 잠시 나를 바라봤다.

그때 뒤에 서 있던 덩치 큰 남자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형님, 이제…….”

남자가 손가락 하나를 들었다.

그뿐이었다.

덩치 큰 남자는 즉시 입을 다물었다.

나는 그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형님?’

평범한 회사 동료나 친구 사이에서는 쉽게 나오지 않을 호칭이었다.

게다가 뒤에 있는 두 사람은 남자의 작은 손짓에도 바로 움직임을 멈췄다.

나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이름이라도 알려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남자가 대답했다.

“권태건.”

“……네?”

“내 이름입니다.”

권태건.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그런데 뒤쪽 안내데스크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설마 저 사람…….”

다른 직원이 황급히 그 사람의 팔을 잡았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두 직원이 동시에 시선을 피했다.

이상했다.

‘저 사람을 아는 건가?’

나는 다시 권태건을 바라봤다.

“유명한 분이세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내 손에 들린 청첩장을 바라봤다.

“민도윤한테 물어보십시오.”

“뭘요?”

“권태건을 아느냐고.”

“그걸 물어보면 뭐가 달라지는데요?”

그가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반응을 보면 알 겁니다.”

그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권태건은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몸을 돌려 로비 출입문 쪽으로 걸어갔다.

뒤에 있던 두 남자가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나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급하게 불렀다.

“잠깐만요!”

권태건이 걸음을 멈췄다.

“도윤 씨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어요?”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나는 대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권태건은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불편해질 무렵, 그가 낮게 말했다.

“그건 내가 대답할 일이 아닙니다.”

“그럼 왜 저한테 찾아온 건데요?”

권태건의 시선이 내 손에 들린 청첩장으로 향했다.

“원래는 올 생각 없었습니다.”

“그런데요?”

“신랑 이름을 봤으니까.”

그 말을 끝으로 그는 건물 밖으로 나갔다.

유리문이 닫혔다.

나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손에는 아직 분홍색 청첩장이 들려 있었다.

이상한 남자였다.

청첩장을 잘못 받았다는 이유로 회사까지 찾아온 것도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더 이해되지 않는 건 따로 있었다.

그는 내가 누구인지도 몰랐다.

처음 보는 여자였다.

그런데 왜 굳이 결혼을 말렸을까.

그것도 민도윤이라는 이름을 확인한 직후에.

‘도윤 씨한테 뭘 물어보라는 거야?’

나는 휴대폰을 꺼냈다.

도윤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오늘 드레스 최종 피팅 잊은 거 아니지?]

평소와 다름없는 메시지였다.

\[여섯 시 반에 데리러 갈게.\]

나는 한동안 화면을 바라봤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하게 답장했을 것이다.

\[응. 이따 봐.\]

하지만 지금은 손가락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권태건.

그 이름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결국 나는 메시지를 입력했다.

\[도윤 씨.\]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썼다.

\[권태건이라는 사람 알아?\]

전송.

읽음 표시가 떴다.

나는 휴대폰을 내려다봤다.

평소 도윤은 답장이 빨랐다.

회의 중이 아니라면 몇 초 안에 메시지가 돌아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1분.

2분.

3분.

아무 답장도 없었다.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바쁜가?’

그렇게 생각하려던 순간이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민도윤.

나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규리야.”

도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이상했다.

숨이 거칠었다.

평소처럼 다정하고 차분한 목소리가 아니었다.

“도윤 씨? 무슨 일 있어?”

그가 내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다급하게 물었다.

“그 이름.”

“응?”

“권태건이라는 이름을 어디서 들었어?”

나는 입술을 다물었다.

권태건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반응을 보면 알 겁니다.

나는 천천히 대답했다.

“오늘 어떤 사람이 회사로 찾아왔어.”

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

“청첩장을 잘못 받았다고 하더라.”

“…….”

“그런데 그 사람이 당신을 안대.”

도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조금 더 목소리를 낮췄다.

“도윤 씨.”

“……응.”

“권태건이 누구야?”

그 순간 도윤이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다음 말은 내가 알고 있던 민도윤의 목소가 아니었다.

“설마…….”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 사람이 너 찾아왔어?”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도윤이 다시 물었다.

이번에는 거의 다그치는 목소리였다.

“규리야, 대답해. 권태건이 직접 찾아왔냐고!”

심장이 철렁했다.

2년 동안 도윤과 만나면서 이런 목소리는 처음 들었다.

그는 화가 난 것도 아니었다.

당황한 것도 아니었다.

두려워하고 있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권태건은 적어도 한 가지는 거짓말하지 않았다.

민도윤은 그를 알고 있었다.

아주 잘.

그리고 내가 더 불안해진 건, 처음 듣는 남자의 이름 하나에 내 예비남편이 처음으로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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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잘못 도착한 청첩장
청첩장 한 장이 사람 인생을 망칠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적어도 그날까지는.“서규리 씨 맞습니까?”회사 로비 한가운데 서 있던 남자가 내 이름을 불렀다.검은 셔츠에 검은 재킷.그의 뒤에는 체격이 건장한 남자 두 명이 서 있었다.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그런데 그중 가장 앞에 선 남자의 손에는 낯익은 물건이 들려 있었다.분홍색 봉투.내가 직접 고른 결혼식 청첩장이었다.“이거 보냈습니까?”남자가 봉투를 내밀었다.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런데 그걸 왜…….”“민도윤.”그가 청첩장에 적힌 이름을 읽었다.내 예비신랑의 이름이었다.“이 남자랑 결혼합니까?”“네?”“결혼하냐고 물었습니다.”그 순간 남자의 표정이 달라졌다.그리고 그가 말했다.“그 결혼, 하지 마십시오.”결혼식을 한 달 앞둔 내게, 처음 보는 남자가 던진 말이었다.사흘 전.“규리야, 이거 주소 맞아?”엄마가 식탁 위에 놓인 청첩장 봉투를 들어 보였다.나는 휴대폰으로 예식장 최종 참석 인원을 확인하다 고개를 들었다.“응. 맞을걸?”“맞을걸이 뭐야. 청첩장인데 제대로 확인해야지.”“확인했어.”사실 전부 확인한 건 아니었다.결혼식을 한 달 앞두고 회사 동료와 대학 동기, 친척들에게 보낼 청첩장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식탁에는 아직 발송하지 않은 봉투가 열 장 넘게 쌓여 있었다.그중 하나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받는 사람.한재민.몇 년 전 헤어진 전남자친구였다.굳이 청첩장을 보내야 할까 고민했지만, 얼마 전 대학 동기를 통해 재민이 내 결혼 소식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규리 결혼한다며?’그 말을 들으니 괜히 신경이 쓰였다.나도 잘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있었을지도 몰랐다.“재민이한테도 보내?”엄마가 물었다.“응. 그냥 보내려고.”“전남자친구한테 청첩장을 보내는 사람이 어디 있어?”“엄마, 헤어진 지 몇 년인데.”“그래도 그렇지.”나는 더 대꾸하지 않고 봉투를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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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그 이름을 어디서 들었어
[권태건이라는 사람 알아?]메시지를 보낸 지 채 10초도 지나지 않았다.휴대폰이 울렸다.민도윤이었다.나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규리야.목소리가 이상했다.평소보다 낮았고, 숨이 가빴다.“왜?”—그 이름 어디서 들었어?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알아?”—먼저 대답해.도윤이 이렇게 날카롭게 말한 적은 거의 없었다.“오늘 회사에 왔어.”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내 청첩장 가지고.”—뭐?“한재민한테 잘못 보낸 줄 알았던 청첩장 있잖아. 그게 그 사람한테 갔나 봐.”—잠깐만.의자가 밀리는 소리가 들렸다.—그 사람이 직접 찾아왔다고?“응.”—혼자?“아니. 남자 둘이 같이 왔어.”도윤이 욕설을 삼켰다.나는 미간을 찌푸렸다.“당신 진짜 아는 사람이네.”—규리야.“누군데?”—지금 회사야?“응.”—나오지 마.“뭐?”—회사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왜?”—내가 갈게.“민도윤.”—절대 혼자 움직이지 마.뚝.전화가 끊겼다.나는 한동안 휴대폰만 바라봤다.무슨 상황인지 하나도 이해되지 않았다.불과 한 시간 전.권태건이라는 남자는 내 회사로 찾아와 청첩장을 돌려줬다.그리고 단 한마디를 남겼다.민도윤이랑 결혼하지 마.처음에는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도윤의 반응은 달랐다.두려워하고 있었다.그것도 이름 하나만 듣고.그때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처음 보는 번호였다.[민도윤한테 물어봤어?]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권태건.나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몇 번 신호가 가지도 않아 상대가 받았다.—왜.“왜긴 왜예요?”목소리가 저절로 높아졌다.“당신 대체 누구예요?”—민도윤 반응이 어땠는데.“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많이 놀랐지?나는 입을 다물었다.권태건이 낮게 웃었다.—역시.“뭘 알고 있는 거예요?”—꽤 많이.“그러니까 말해요.”—그 전에 하나만 물어봐.“뭔데요?”—민도윤이 어디서 일했었다고 했어?뜬금없는 질문이었다.“회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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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오현수
“당신.”나는 휴대폰 화면을 내밀었다.“원래 이름이 오현수였어?”민도윤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대답은 없었다.그 침묵이 오히려 확실한 대답처럼 느껴졌다.“맞아?”“규리야.”“맞냐고.”한참 뒤.도윤이 아주 작게 말했다.“예전에.”머리가 멍해졌다.“예전에 뭐.”“그 이름 썼어.”나는 헛웃음을 흘렸다.“이름을 썼다고?”“…….”“사람 이름이 닉네임도 아니고 어떻게 ‘썼어’가 돼?”도윤이 주변을 살폈다.“여기서 얘기하지 말자.”“난 여기서 할 거야.”“규리야.”“내가 결혼하려던 남자 이름이 다른데 지금 장소가 중요해?”목소리가 높아졌다.주변 사람들이 힐끗 우리를 바라봤다.도윤은 이를 악물었다.“개명했어.”“왜.”“그냥.”“그냥?”나는 기가 막혀 웃었다.“칠 년 전에 사람이 죽은 회사에 다녔고, 그때 이름은 오현수였고, 지금은 민도윤이고.”한 걸음 다가갔다.“그게 전부 그냥이라고?”도윤의 표정이 굳었다.“몽일상사에서 무슨 일 했어?”“회계.”“아까 안 다녔다며.”“…….”“벌써 거짓말 하나 나왔네.”도윤이 눈을 감았다.“미안해.”“뭘 미안해할 건데.”“말 못 한 거.”“왜 못 했는데.”그는 잠시 머뭇거렸다.그리고 낮게 말했다.“그때 나는 권태건 밑에 있었어.”숨이 멎었다.“뭐?”“몽일상사가 그냥 무역회사가 아니었어.”“그럼.”도윤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내가 먼저 말했다.“조직 회사였어?”그의 눈빛이 흔들렸다.그것만으로 충분했다.나는 한 발 물러났다.“미쳤네.”“규리야.”“당신 조폭이었어?”“나는 싸움하는 쪽 아니었어.”“그게 중요해?”“돈만 관리했어.”“무슨 돈.”이번에도 침묵.나는 차갑게 물었다.“권태건 돈?”도윤의 턱이 굳었다.“그래.”순간 회사 로비까지 찾아왔던 남자가 다시 떠올랐다.권태건.말투도.눈빛도.뒤에 따라오던 두 남자도.이제야 전부 이해됐다.그 사람은 그냥 이상한 남자가 아니었다.“권태건이 조폭이야?”도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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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신부는 내가 데려간다
“우리 형님도 얼굴 한번 보자네.”남자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민도윤이 내 앞을 완전히 막아섰다.“규리 건드리지 마.”“오현수.”남자가 피식 웃었다.“칠 년 만에 봤는데 인사부터 살벌하네.”“내가 갈게.”“너 말고.”남자의 시선이 내 쪽으로 넘어왔다.“신부.”등골이 서늘해졌다.나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난 당신들 모르는 사람인데요.”“우린 알아.”“뭘요?”“권태건이 직접 청첩장 들고 찾아간 여자.”심장이 철렁했다.그 사실을 어떻게 벌써 알고 있지?도윤도 같은 생각을 한 듯 얼굴이 굳었다.“누가 말했어.”“그게 궁금해?”남자가 천천히 웃었다.“박무진 형님 만나면 직접 물어봐.”처음 듣는 이름이었다.“박무진?”내가 되묻자 도윤이 바로 말했다.“규리야, 듣지 마.”“왜.”“백도회 두목이야.”나는 입을 다물었다.권태건도 두목.박무진도 두목.청첩장 하나 잘못 보냈을 뿐인데 왜 내가 두 조직 사이에 서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남자가 손을 내밀었다.“갑시다.”“싫어요.”“좋게 갈 때.”“싫다고요.”남자의 표정에서 웃음이 사라졌다.그 순간 도윤이 그의 손목을 쳐냈다.“손대지 말랬지.”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옆에 있던 남자까지 앞으로 나왔다.도윤이 나를 뒤로 밀었다.“뛰어.”“뭐?”“뒤쪽 비상구.”“당신은?”“빨리 가!”남자 하나가 도윤의 멱살을 잡았다.도윤이 그대로 팔을 쳐내며 밀쳤다.책상이 넘어졌다.주변에서 비명이 터졌다.나는 얼어붙었다.내가 알던 민도윤이 아니었다.싸움을 싫어한다던 남자.주먹질 같은 건 해본 적도 없다던 남자.그런데 움직임이 익숙했다.너무 익숙했다.“뛰라니까!”그제야 정신을 차렸다.몸을 돌리는 순간.누군가 뒤에서 내 팔을 잡았다.“어딜 가.”“놔!”손목을 비틀어 빼내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규리!”도윤이 나를 향해 달려오려 했다.하지만 다른 남자가 앞을 막았다.“오현수.”“비켜.”“옛날 버릇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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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결혼식보다 먼저
“그거 알아내기 전에는.”권태건이 차 문을 닫았다.“네 결혼식 못 해.”나는 바로 문손잡이를 잡았다.찰칵.열리지 않았다.“문 열어요.”“안 돼.”“민도윤한테 가야 한다고요.”“가서 뭐 하게.”“박무진이 죽일 수도 있다잖아요.”태건이 앞좌석을 향해 짧게 말했다.“출발해.”차가 움직였다.“권태건 씨!”“서규리.”그가 나를 돌아봤다.“네가 지금 민도윤 옆에 가면 걔를 살리는 게 아니라.”목소리가 낮아졌다.“박무진한테 인질 하나 더 주는 거야.”나는 입을 다물었다.틀린 말은 아니었다.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그럼 당신은 뭘 할 건데요.”태건이 휴대폰을 꺼냈다.“내 사람들 움직였어.”“도윤 씨 찾으라고?”“응.”“살려서 데려오라고 했어요?”태건이 나를 한번 봤다.“왜.”“대답해요.”“살려서.”그제야 숨이 조금 내려갔다.“그리고 박무진보다 먼저 찾는다.”“왜 그렇게까지 해요?”“나도 알아야 하니까.”“뭘.”태건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칠 년 전에 사라진 게 진짜 돈뿐이었는지.”차가 도착한 곳은 호텔이었다.높은 건물 앞에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차가 멈추자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형님.”나는 내리다 말고 권태건을 바라봤다.“호텔도 당신 거예요?”“일부.”“일부?”태건은 아무렇지 않게 안으로 들어갔다.나는 따라가면서 주변을 훑었다.프런트 직원들은 평범했다.손님들도 있었다.그런데 태건이 지나갈 때마다 검은 정장 남자들이 자연스럽게 길을 비켰다.그제야 실감했다.이 사람은 정말 조직의 가장 위에 있었다.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최상층 버튼 하나만 눌렸다.“어디 가요?”“내가 쓰는 층.”“난 집에 갈 건데요.”“안 돼.”“왜 자꾸 안 된대.”“박무진이 네 회사까지 사람 보냈어.”태건이 나를 내려다봤다.“집 주소 알아내는 건 더 쉬워.”말문이 막혔다.“그럼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해요?”“끝날 때까지.”“뭐가.”“박무진하고 민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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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두목 바로 옆
—그것도 두목 바로 옆에.민도윤의 말이 떨어졌다.나는 천천히 권태건을 바라봤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표정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그런데 조금 전까지 느슨하게 풀려 있던 손이 천천히 주먹으로 말렸다.“누구야.”태건이 물었다.도윤이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확실히는 못 봤어.“그런데 내 사람인 건 어떻게 알아.”—차량.“뭐?”—너희 쪽에서 쓰는 차였어. 번호도 봤고.태건의 시선이 옆에 서 있던 부하에게 향했다.“차량 확인해.”“네, 형님.”부하가 바로 밖으로 나갔다.나는 휴대폰을 더 꽉 쥐었다.“도윤 씨, 지금 어디야?”—말 못 해.“왜.”—여기까지 누가 따라왔는지 모르니까.“다친 데는?”잠시.—괜찮아.목소리는 전혀 괜찮지 않았다.숨도 거칠었고.중간중간 말을 멈췄다.“병원 가야 하는 거 아니야?”그 순간 권태건이 내 손에서 휴대폰을 가져갔다.“민도윤.”—왜.“네가 본 차 번호 보내.”—규리부터 빼.태건의 눈빛이 싸늘해졌다.“또 그 소리냐.”—네 조직 안에 박무진 사람이 있다니까.“그래서.”—호텔 위치도 이미 넘어갔을 수 있어.순간 나도 주변을 바라봤다.조금 전까지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곳.최상층.문밖에 서 있는 태건의 부하들.그중 누군가가 박무진 사람일 수도 있다.생각하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도윤이 말했다.—규리 데리고 다른 데로 가.태건이 낮게 웃었다.“내가 왜 네 말 들어.”—지금 자존심 세울 때 아니야.“자존심?”태건의 목소리가 차갑게 내려앉았다.“내 밑에 있는 새끼가 다른 조직에 붙었는데.”잠깐.“그걸 내가 피해서 도망가?”도윤이 욕설을 삼켰다.—그러다 규리까지 위험해져.그 순간 태건이 나를 봤다.나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나 때문에 안 움직일 생각은 하지 마요.”“뭐?”“배신자 찾을 거잖아요.”“그래.”“그럼 찾아요.”태건의 눈썹이 움직였다.“대신.”나는 단호하게 말했다.“나한테 또 숨기지 말고.”전화기 너머에서 도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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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신부는 내가 지킨다
[이번에는 두목이 직접 와.][신부도 데리고.]화면을 보는 순간 손끝이 차가워졌다.사진 속 민도윤은 의자에 묶여 있었다.입술이 터져 있었고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했다.“가야겠어요.”내 말에 권태건이 바로 대답했다.“안 돼.”“저 때문에 데려오라는 거잖아요.”“그래서 더 안 돼.”태건은 휴대폰을 가져가 사진을 확대했다.바닥.벽.도윤 뒤쪽에 쌓여 있는 나무 상자.“여기 알아요?”“잠깐.”그가 사진을 더 확대했다.상자 옆면에 희미하게 회사 로고가 찍혀 있었다.태건의 얼굴이 굳었다.“내 물류창고야.”“당신 거?”“예전에 쓰던 곳.”“그럼 배신자가 위치도 알고 있다는 거잖아요.”“알고 있겠지.”태건은 바로 부하를 불렀다.“차 준비해.”“네, 형님.”나는 가방을 집었다.그가 나를 봤다.“넌 여기 있어.”“싫어요.”“서규리.”“민도윤이 저기 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요?”태건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아직도 걔 걱정돼?”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지금 질투하는 거예요?”“아니.”너무 빨리 대답했다.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맞는 것 같은데.”“사람 하나 묶여 있다고 네 목숨까지 들고 갈 필요 없다는 거야.”“그래도 갈 거예요.”태건이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너 진짜 말 안 듣네.”“오늘 처음 알았어요?”“아니.”그가 내 앞까지 다가왔다.“회사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심장이 잠깐 이상하게 뛰었다.“대신.”그가 내 손목을 잡았다.“내 옆에서 한 발짝도 떨어지지 마.”“알았어요.”“내가 뛰라고 하면 뛰고.”“네.”“숙이라고 하면 숙여.”“네.”“내가 잡으면.”나는 그를 올려다봤다.“뭔데요?”“놓으라고 하지 마.”잠깐.말이 이상했다.하지만 태건은 이미 내 손을 놓고 문 쪽으로 향했다.창고는 도시 외곽에 있었다.오래전에 문을 닫은 곳처럼 간판은 반쯤 떨어져 있었고 주변에는 불빛도 거의 없었다.검은 차량들이 멀찍이 멈췄다.태건의 부하들이 먼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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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두목의 여자
“당신.”나는 민도윤을 바라봤다.“내 이름으로 그 돈 숨기려고.”목소리가 떨렸다.“나랑 결혼하려고 한 거야?”도윤의 얼굴이 굳었다.“아니야.”“그럼 왜 내 앞으로 돈을 넘겨.”“숨기려고 한 게 아니라.”도윤이 숨을 고르며 말했다.“빼내려고 했어.”“뭘.”“몽일상사 돈.”권태건이 바로 끼어들었다.“내 돈으로 신부 살 생각이었냐?”도윤이 그를 노려봤다.“네 돈 전부 아니야.”“그 말은 나중에 하고.”태건은 USB를 부하에게 넘겼다.“지금 중요한 건.”그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서규리 이름으로 돈 움직였다는 거야.”도윤이 급하게 말했다.“실제로 넘어가진 않았어.”“결혼식 끝나면 넘어간다며.”“조건을 그렇게 걸어둔 것뿐이야.”나는 기가 막혔다.“그러니까.”한 걸음 다가갔다.“나한테 한마디도 안 하고.”“규리야.”“내 이름을 수십억짜리 돈에 걸어놨다는 거잖아.”도윤은 대답하지 못했다.그 순간.쾅!창고 바깥에서 큰 소리가 났다.태건의 얼굴이 바로 바뀌었다.“몇 명.”부하 하나가 밖을 확인했다.“백도회 쪽 차량 들어왔습니다.”도윤의 표정이 굳었다.“박무진.”태건은 피식 웃었다.“결국 직접 움직이네.”나는 본능적으로 태건을 바라봤다.그가 내 시선을 느끼자 바로 내 앞에 섰다.“뒤에 있어.”“또요?”“이번엔 진짜 싸움 날 수도 있어.”“그래서 더—”“서규리.”태건이 내 손목을 잡았다.“내가 지킨다고 했지.”숨이 잠깐 막혔다.“그러니까.”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이번엔 말 들어.”밖에서 발소리가 가까워졌다.여러 명.태건의 부하들도 동시에 움직였다.창고 셔터가 올라갔다.그리고 밖에서 박무진의 목소리가 들렸다.“권태건.”나는 처음으로 그를 제대로 봤다.태건과 비슷하게 정장을 입었지만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웃고 있었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그의 뒤로 이름 없는 남자들이 늘어서 있었다.“남의 창고에 사람 너무 많이 데려온 거 아니냐?”태건이 말했다.박무진이 웃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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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잘못 받은 사람이 책임져
“어차피 잘못 보낸 청첩장.”권태건의 시선이 내게 깊게 박혔다.“제대로 받은 사람이 책임져야지.”나는 한동안 그를 바라봤다.그리고 천천히 물었다.“뭘 책임지는데요?”“결혼.”너무 당당해서 순간 내가 잘못 들었나 싶었다.“누구 결혼을요?”“네 거.”“…….”“신랑 자리 비었잖아.”기가 막혀 헛웃음이 나왔다.“아직 안 비었거든요?”“아까 민도윤한테 안 간다며.”“그거랑 결혼 취소는 다른 문제죠.”“그래?”권태건이 팔짱을 끼며 나를 바라봤다.“그럼 아직도 걔랑 결혼하고 싶어?”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민도윤.내가 사랑했다고 믿었던 사람.그런데 그의 진짜 이름도 몰랐다.과거도.권태건 밑에서 일했다는 것도.심지어 결혼식이 끝나면 내 이름 앞으로 수십억을 옮겨놓을 생각이었다는 것까지.나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모르겠어요.”“그게 답이네.”“뭐가요.”“하고 싶은 사람은 모르겠다고 안 해.”괜히 정곡을 찔린 기분이었다.“남 연애에 왜 이렇게 관심이 많아요?”“남 연애 아니게 하고 싶으니까.”또.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나는 결국 그를 노려봤다.“원래 여자한테 다 이래요?”“어떻게.”“막 내 여자라고 하고.”“처음인데.”“결혼하자고 하고.”“그것도.”“질투하고.”“그것도 처음.”말이 막혔다.권태건은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더 물어봐.”“됐어요.”“왜.”“대답 듣기 싫어졌어요.”“얼굴은 아닌데.”“내 얼굴이 어떤데요?”태건이 몸을 조금 기울였다.가까워졌다.“기대하는 얼굴.”심장이 덜컥 뛰었다.나는 바로 몸을 뒤로 뺐다.“착각하지 마요.”“그래.”“진짜 아니거든요.”“알았어.”입꼬리는 여전히 올라가 있었다.전혀 안 믿는 얼굴이었다.호텔에 도착하자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입구부터 태건의 부하들이 늘어서 있었다.차에서 내리자 한 명이 빠르게 다가왔다.“형님.”“왜.”“아까 창고에서 빠져나간 놈들 확인했습니다.”태건의 표정이 바로 바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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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처음부터 이용하려고 만났다
“우리 연애.”민도윤이 고개를 들었다.“처음부터 박무진이 만든 거야.”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무슨 뜻이야.”“규리야.”“박무진이 당신한테 나 만나라고 했다고?”도윤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순간 속이 뒤집혔다.“왜 하필 나였는데.”“그때 네 회사가 태건 쪽 물류회사랑 거래하고 있었어.”내 시선이 권태건에게 향했다.그도 처음 듣는다는 얼굴이었다.도윤이 계속 말했다.“박무진은 태건 쪽 돈 흐름을 알아내고 싶어 했어. 그런데 자기 사람을 직접 넣으면 바로 걸리니까.”“그래서 나?”“넌 아무 관련 없는 일반인이었고.”도윤의 목소리가 작아졌다.“신용도 깨끗했고.”나는 헛웃음을 흘렸다.“아.”기분이 더러웠다.“그래서 접근했구나.”“처음에는.”“또 처음에는.”나는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내려다봤다.몇 달 전.도윤이 직접 끼워줬던 약혼반지.그때 나는 진짜라고 믿었다.“뭘 알아내려고 했어?”“태건 쪽 거래 자료.”권태건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박무진이 내 물류 쪽을 노렸다고?”“그래.”“그리고 넌 규리 이용했고.”도윤이 이를 악물었다.“중간에 그만뒀어.”“언제.”“규리 좋아하게 되고 나서.”권태건이 비웃었다.“참 감동적이네.”“권태건.”“이용하려고 접근했다가 진짜 좋아졌으니까 괜찮다는 거냐?”도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너한테 판단받을 일 아니야.”태건도 한 발 앞으로 나왔다.“내 호텔에서 내 앞에 있는 여자 이용한 새끼가 뭘 그렇게 당당해.”“둘 다 그만해 .”내 목소리에 두 사람이 동시에 멈췄다.나는 도윤만 바라봤다.“얼마나 이용했어?”“뭐?”“나 만나면서 박무진한테 뭘 넘겼냐고.”도윤은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 침묵이 싫었다.“내 회사 자료?”“초반에 몇 번.”“내가 말해준 걸?”“네가 집에서 별생각 없이 얘기했던 거래처 이야기 정도.”가슴이 철렁했다.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내가 오늘 어떤 일이 있었다고 말하면.도윤은 다정하게 들어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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