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그런데 그 말을 하고 나서야, 나는 이상한 걸 하나 깨달았다.“권태건 씨.”“응.”나는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들을 천천히 넘겼다.셀프사진관에서 찍은 사진, 커플링을 맞대고 찍은 손, 예복을 입은 태건, 새집에 들어온 첫날 찍은 사진.사진은 많았다.그런데 정작.“우리 정식 웨딩촬영은 아직 안 했네요.”태건도 잠시 말이 없었다.“……그러네.”청첩장은 이미 나왔다.본식 드레스도 골랐다.결혼반지도 완성됐고, 다행이도 리허설이 되는날이있어서 리허설까지 끝냈다.그런데 웨딩사진이 없었다.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우리 진짜 순서 이상하다.”“원래 처음부터 그랬잖아.”“그건 그렇긴 한데.”태건이 내 휴대폰을 들여다봤다.“지금 찍으면 안 돼?”“당연히 찍을 수 있죠. 종이 청첩장에는 못 넣지만.”“그건 이미 돌리고 있으니까.”“모바일 청첩장이나 포토테이블에는 넣을 수 있고요. 식전영상도 아직 최종본 전이니까 추가할 수 있을 거고.”태건은 더 고민하지 않았다.“그럼 오늘 바로 찍자.”결정은 또 빨랐다.촬영 일정은 생각보다 금방 잡혔다.문제는 태건이었다.스튜디오에서 보낸 안내를 읽던 그가 갑자기 물었다.“웨딩드레스 입는 거지?”“촬영용으로요.”“그럼 내가 봐?”나는 그를 빤히 봤다.그 눈빛이 너무 기대에 차 있었다.“촬영용은 봐도 돼요.”표정이 즉시 밝아졌다.“진짜?”“네. 대신 본식 드레스는 아니에요.”“알아.”“비슷한 것도 안 고를 거예요.”조금 시무룩해졌다.“왜.”“본식 날 처음 보여주기로 했잖아요.”태건은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촬영용이라도 볼게.”“‘라도’가 뭐예요.”“지금은 그것도 감지덕지야.”정말 오래 기다린 사람처럼 말해서 웃음이 났다.촬영 당일.나는 먼저 메이크업을 받고 드레스를 갈아입었다.첫 번째 촬영용 드레스는 본식 것보다 훨씬 가벼웠다.장식도 적고, 움직이기 편한 디자인.거울 앞에서 마지막으로 머리를 정리하던 중 직원이 말했다.“신랑님 밖에서 계속
그건 예전처럼 불안한 비밀이 아니라.나중에 같이 웃기 위해 숨겨두는 비밀이었다.문제는.우리 둘 다 그 비밀을 너무 궁금해한다는 거였다.다음 날 아침부터 태건이 물었다.“규리야.”“안 알려줘요.”“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사진 얘기하려고 했잖아요.”태건이 입을 다물었다.정확했다.나는 커피를 마시며 그를 봤다.“당신 것도 안 물어볼게요.”“진짜?”“네.”“왜.”“결혼식 날 보면 되니까.”태건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공평하게.”그렇게 합의했는데.2시간도 가지 못했다.예식 사진작가와 최종 촬영 미팅이 잡혔다.작가는 우리가 미리 작성한 요청 목록을 하나씩 확인했다.“가족사진은 기본 구성으로 진행하고요. 두 분이 따로 요청하신 사진이 각각 1장씩 있네요.”나와 태건이 동시에 상대를 봤다.작가가 웃었다.“서로 비공개 요청 맞으시죠?”“네.”내가 먼저 대답했다.태건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럼 현장에서도 상대방에게 미리 설명드리지 않고 촬영 직전에 안내하겠습니다.”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태건이 물었다.“혹시.”“네.”“규리가 요청한 게 많이 이상합니까?”나는 바로 그를 쳐다봤다.사진작가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표정 보니까 이상한 것 같은데.”“권태건 씨.”“궁금해서 그러지.”나는 팔짱을 꼈다.“그럼 당신 것도 먼저 공개해요.”“그건 안 돼.”“왜 내 것만 물어봐요?”태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작가가 조용히 말했다.“두 분 비슷하시네요.”우리는 동시에 대답했다.“아닌데요.”이번에는 작가가 대놓고 웃었다.촬영 목록에는 생각보다 현실적인 항목이 많았다.신부 대기실 사진.신랑 단독 사진.부모님과 각각 한 장씩.친구들.태건 쪽 가족석 사람들.반지 교환.부케.퇴장.그리고 폐백을 따로 하지 않는 대신, 예식 후 가까운 가족들과 조금 여유 있게 찍는 시간도 넣었다.내가 목록을 보다가 말했
나는 그 순간 결심했다.결혼식 가족사진만큼은.권태건이 평생 놀림받을 사진을 내가 직접 하나 남겨주기로.“왜 그렇게 봐.”커피를 마시던 태건이 내 시선을 눈치챘다.“아무것도 아니에요.”“그 표정 아닌데.”“그냥 좋은 생각이 나서.”“뭔데.”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나도 ~ 비밀.”태건의 눈이 가늘어졌다.“요즘 나한테 비밀이 너무 많은데.”“드레스도 있고.”“응.”“식전영상도 있고.”“응.”“이제 하나 더 생긴 거죠.”“또 기다려야 돼?”“네.”태건이 깊게 한숨을 쉬었다.“내가 결혼하면서 제일 많이 배우는 게 기다리는 거네.”나는 태연하게 대답했다.“좋은 교육이죠.”마침 그날 오후, 예식장에서 가족사진 촬영 순서를 보내왔다.본식이 끝난 뒤 가까운 가족부터 촬영하고, 이후 신랑·신부와 지인들의 단체사진을 찍는 일정이었다.나는 화면을 태건에게 보여줬다.“여기.”신부 측 부모님 및 가족.그다음 줄에는.신랑 측 가족 및 가까운 지인.태건이 두 번째 문장을 한참 바라봤다.“이건 우리 앞줄 사람들?”“그분들 위주로 하면 되지 않을까요?”“6명 전부?”“네. 그리고 나머지 2자리에 누가 앉게 되면 그분들도.”태건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좋아.”나는 그 옆에 메모를 하나 더 적었다.양쪽 함께 가족사진.태건이 손을 멈췄다.“이것도 찍어?”“당연하죠.”“누구까지?”“엄마, 아빠.”그리고 태건 쪽 가족석 사람들.내가 그렇게 설명하자 태건은 잠시 말이 없었다.나는 그를 힐끗 봤다.“왜요.”“아니.”“또 뭐가 좋아서 그래요.”“한 사진에 다 있는 거.”“그게 가족사진이잖아요.”“알아.”그런데도 태건은 그 문장을 쉽게 넘기지 못했다.양쪽 함께 가족사진.나는 괜히 마음이 조금 묘해져서 말을 가볍게 돌렸다.“대신 조건 있어요.”“뭔데.”“그날 사진 하나는 내가 시키는 대로 찍기.”“무슨 사진.”“그건 비밀.”“또?”“싫어요?”태건은 나를 잠시 의심스럽게 보다가
그날 나는 아직 몰랐다.아빠가 태건에게 건넨 봉투 속에, 내가 세상에서 제일 없애고 싶어 했던 앞니 빠진 9살 서규리 사진까지 들어 있다는 걸.그 사실을 알게 된 건 정확히 3분 뒤였다.“권태건 씨.”침실까지 따라 들어간 내가 손을 내밀었다.“진짜 안 보여줄 거예요?”“아버님이 말하지 말라고 하셨어.”“내 아빠가 내 사진을 줬는데 나한테 비밀로 하라고 했다고요?”“응.”“그걸 또 지켜요?”태건은 재킷 안주머니를 절대 보여줘서는 안된다는듯 한 손으로 막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남자들끼리의 약속은 약속이니까.”“그럼 뭔지만 말해요.”“안 돼.”“사진이에요?”태건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나는 바로 알아챘다.“사진 맞네.”“…….”“내 사진?”태건은 대답하지 않았다.그 순간 오히려 확신이 들었다. 나는 그대로 태건에게 다가갔다.“줘봐요.”“규리야.”“어떤 사진인데.”“별거 아니야.”“그 말 제일 못 믿는다고 했죠?”내가 손을 뻗자 태건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그런데 방이 넓어도 끝은 있었다.침대 모서리에 걸린 그가 결국 봉투를 꺼냈다.“한 장만.”“전부.”“아버님이 나한테 주신 건데.”“피사체가 나잖아요.”잠시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내가 봉투를 빼앗았다.첫 번째 사진은 초등학교 입학식쯤이었다.커다란 가방을 메고 어색하게 웃고 있는 나.두 번째는 중학생 때.세 번째는 대학 졸업식 날.거기까진 괜찮았다.문제는 마지막이었다.나는 사진을 꺼내자마자 그대로 굳었다.“……아빠 미쳤나 봐.”태건이 옆에서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사진 속 나는 9살쯤 되어 보였다.앞니 하나가 빠져 있었고, 양갈래 머리는 한쪽만 삐뚤어져 있었다.게다가 왜인지 한 손에는 커다란 아이스크림까지 들고 있었다.나는 바로 사진을 뒤집었다.“이건 버려요.”태건이 즉시 가져갔다.“싫어.내꺼야 ”“왜!”“제일 좋은데.”“어디가요?”“네가 웃고 있잖아.”“앞니 없잖아요.”“그래도 웃잖아.”태건은 사진을 다시
그래서.가족석이었다.나는 좌석표를 접어서 결혼 준비 서류 사이에 넣었다.그날 저녁까지도.태건은 별말이 없었다.그런데 다음 날.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내 휴대폰이 울렸다.아빠였다.“아빠.”—태건 씨 오늘 시간 있나?나는 눈을 깜빡였다.“태건 씨?”—응.“왜?”—밥이나 먹으려고.“나도 같이?”—아니.나는 그대로 멈췄다.“둘이?”—왜. 내가 잡아먹니?“그건 아닌데.”이상했다.엄마는 태건과 따로 이야기한 적이 몇 번 있었지만.아빠가 먼저.태건만 보자고 한 건 처음이었다.—시간 되는지 물어봐.“내가 물어봐?”—번호는 있는데 갑자기 전화하면 놀랄 것 같아서.나는 웃었다.“아빠가 더 긴장했네.”—끊는다.뚝.정말 끊었다.태건에게 말하자.예상대로.그가 굳었다.“아버님이?”“네.”“나만?”“네.”“왜.”“나도 모르죠.”태건은 바로 자기 셔츠 소매를 내려다봤다.“이 옷 괜찮아?”나는 웃음을 터뜨렸다.“아버지랑 밥 먹으러 가는데 뭘 또.”“처음이잖아.”“아빠 몇 번 봤잖아요.”“둘만 보는 건 처음이잖아.”맞았다.태건이 거울까지 보는 걸 보고.나는 어이가 없었다.“나 처음 만났을 때도 이렇게 긴장 안 했죠?”“그때는 내가 긴장할 상황이 아니었지.”“그건 또 맞네.”아빠가 고른 곳은.집 근처 오래된 고깃집이었다.비싼 곳도.격식을 차릴 곳도 아니었다.내가 데려다주겠다고 했지만.태건은 혼자 가겠다고 했다.“진짜 괜찮겠어요?”“응.”“아빠 처음엔 말 별로 없어요.”“알아.”“당신도 말 없잖아요.”“…….”“둘이 앉아서 고기만 굽는 거 아니야?”태건이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그럴 수도 있겠네.”정말 걱정됐다.그리고.내 예상은 절반쯤 맞았다.나중에 태건에게 들은 첫 10분은.정말 고기만 구웠다고 했다.아빠가 고기를 올리고.태건이 뒤집었다.아빠가 물었다.“술 해요?”“오늘은 차 가져왔습니다.”“그럼 물 마셔요.”“네.”다시 조용.고기가 익었
결혼식 날.내 쪽에는 엄마와 아빠가.태건 쪽에는 태건이 직접 고른 사람들이.각자의 방식으로.가장 앞줄에서 우리를 보고 있을 것이다.그런데.문제는 그다음이었다.“이분들.”나는 좌석표를 들여다봤다.“그냥 앉히면 되는 거 맞죠?”태건이 고개를 들었다.“왜.”“서로 붙여놔도 괜찮은 사람들인지 모르잖아요.”“아.”그제야.태건도 좌석표를 다시 봤다.첫 번째.최해강.두 번째.청첩장을 받자마자 사무실에서‘형님 진짜 장가가십니다!’라고 외친 사람.세 번째.술만 조금 들어가도.“형님은 잘 살아야 됩니다.”하면서 우는 사람.네 번째.늘 한 박자 빠른 사람.다섯 번째.반대로.뭘 해도 느린 사람.그리고 여섯 번째.태건이 긴장하면.일부러 이상한 얼굴을 만들어 웃기는 사람.나는 하나씩 보다가 말했다.“성격만 봐도.”“앞줄이 제일 시끄러울 것 같은데.”태건이 바로 대답했다.“맞아.”“말릴 생각은요?”“해강이가 있잖아.”나는 고개를 들었다.“최해강 씨 역할이 그거예요?”“걔가 제일 잘해.”마침 그날 저녁.태건 쪽 사람 몇 명이 호텔에서 잠깐 모였다.좌석 이야기를 확인한다는 핑계였지만.사실상 자기들이 왜 가족석에 들어갔는지 궁금해서 온 사람들이었다.나는 태건 옆에 앉아 있었다.가장 먼저 입을 연 건.역시.청첩장 들고 소리 질렀던 남자였다.“형님.”“왜.”“저 진짜 앞줄입니까?”“응.”남자 얼굴이 확 밝아졌다.“왜요?”태건이 바로 인상을 썼다.“왜 ? 그냥 빼줄까?”“아닙니다.”그리고 조금 뒤.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근데 진짜 왜 접니까?”태건은 대답하지 않았다.나는 대신 물었다.“본인은 왜라고 생각하세요?”남자가 고민했다.“음... 제가 제일 잘 웃어서?”태건이 한숨을 쉬었다.“그건 단점이고.”나는 웃었다.태건이 결국 말했다.“네가 내가 웃을 일 없을 때도 억지로 웃겼잖아.”남자의 얼굴이 멈췄다.“……형님.”“울지 마.”“안 웁니다.”그런데 정말 벌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