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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신해은행은 한국에서도 미스터리한 은행이었다. 규모가 크진 않았는데 20억 이상의 자산이 있지 않은 이상 받아주지 않았다.

그 말인즉 신해은행은 오직 부자들만을 위한 은행이다!

신해은행은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했기에 많은 부자들은 이곳에서 돈을 저축하곤 했다.

연성훈은 길을 달려서 신해은행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가 뛴 이유는 몸에 돈 한 푼이 없었기 때문이다. 공사장에서 열심히 일해 번 돈마다 모두 임설아 모녀에게 넘겨줬으니.

그가 깊은숨을 들이마시고는 안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하지만 몇 걸음 가지 못해 입구에 있던 경비원은 그를 말렸다.

경비원은 미간을 구긴 채 그를 보며 말했다.

“신해은행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연성훈이 다급하게 말했다.

“저는 업무 보러 왔는데요.”

“업무 보러 왔다고요?”

경비원이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그를 보며 말했다.

“여기가 무슨 은행인 줄 알아요? 당신이 여기에 업무 보러 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신해은행의 경비원으로서 그는 은행에 온 수많은 고객들을 봐왔었다. 그들은 대부분 명품을 쫙 빼입었거나 슈퍼카를 운전하는 등 화려한 겉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연성훈은 아니었다!

방금 공사장에서 나온 그는 얼굴에 꼬질꼬질 때가 묻었다. 머리카락은 시멘트 재에 물들어 헝클어졌고 온몸에 깨끗한 구석 하나 없었다. 흰 러닝셔츠는 까맣게 변했고, 너덜너덜해진 운동화를 신어 겉모습만 봤을 때 거지와 다를 게 없었다!

그런 사람이 신해은행에 저축이 있을 리가 있나?

“성훈 씨?”

이때,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갑자기 연성훈 뒤에서 울렸다.

그 소리를 들은 연성훈은 저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었다.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그의 아내, 아니, 전처인 임설아의 목소리였다!

연성훈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멀지 않은 곳에 새 BMW 한 대가 멈추었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가 차에서 걸어 내려왔는데 연한 화장의 여자는 얼굴이 더없이 아름다웠다. 차에서 내린 그녀는 자연스럽게 남자의 팔짱을 꼈고, 두 사람은 아주 다정해 보였다.

연성훈은 분노가 끓어올랐다.

저렇게 다정한 모습을 보니 두 사람은 꽤 오랫동안 시간을 보낸 것 같았다.

하지만 연성훈은 결혼한 지 3년도 넘었는데 그녀의 몸에 손 한 번 대질 못했으니 말이다.

“이 사람이 바로 연성훈이야?”

두 사람이 걸어오더니 남자는 이 상황이 흥미로운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연성훈을 보며 말했다.

“전남편?”

“이름만 전남편이지.”

임설아는 입을 삐죽 내밀고는 혐오가 담긴 눈빛으로 연성훈을 보며 말했다.

“내 몸에 손 한 번 대지 못했어, 괜한 생각 마!”

그녀는 또 연성훈을 보며 말했다.

“성훈 씨, 소개해 줄게. 여기는 내 남자친구, 한석훈 씨. 얘기는 많이 들어봤을 텐데?”

그렇다, 연성훈은 그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한석훈은 강성에서 유명한 재벌 2세였다!

대부분 강성 사람들은 모두 그를 익히 알고 있었다, 물론 나쁜 쪽으로 많이들 알고 있었다.

연성훈은 임설아의 새 남자친구가 한석훈이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한석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연성훈을 보고는 입꼬리를 올렸다.

“3년 동안 설아를 보살펴 줘서 고마워요.”

임설아는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보살펴 주긴 뭐 보살펴 줬다고. 한 달 열심히 일해봤자 겨우 200만 원만 버는데, 가방 하나 사는 데도 모자라단 말이야. 오빠가 백배 낫지!”

임설아는 연성훈 앞에서 대놓고 수치를 줬다.

연성훈은 고개를 숙이더니 어금니를 깨물었다. 분노가 이글이글 타올랐다.

“그런데 여긴 왜 왔어?”

이때 임설아가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

“업무 보러 왔어.”

연성훈이 덤덤하게 말했다.

“푸흡!”

한석훈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업무 보러 왔다고요? 여기에 들어갈 수나 있어요?”

말을 마친 그는 그대로 입구를 향해 걸어 들어갔다.

연성훈의 앞을 가로막았던 경비원은 한석훈을 막지 않고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석훈 님, 환영합니다!”

임설아도 경멸이 깃든 눈빛으로 연성훈을 보고는 한석훈의 팔짱을 끼고 은행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다가 또 한석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아야, 너한테 BMW 차도 선물했고, 펀드에 투자할 자금도 1억 줬으니 충분히 내 마음을 보여주지 않았어? 오늘 밤 집에 안 돌아가면 안 돼?”

“뭐야!”

임설아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연성훈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경비원을 힐끗 보더니 다시 은행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거기 서요!”

경비원은 연성훈에게 말하고는 진압봉을 꺼내 들며 그를 협박했다.

“당장 나와요, 당신 그곳에 들어갈 자격이 없다고요!”

“나 정말 업무 보러 왔다니까요!”

연성훈이 또 한 번 말했다.

“무슨 일이에요?”

이때, 그들 뒤에서 누군가의 청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성훈은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샌가 늘씬한 몸매에 제복을 입고, 안경을 낀 예쁜 여인이 그들의 뒤에 나타났다.

그녀는 연성훈을 보고, 또 경비원을 보더니 미간을 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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