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지안은 별이의 어깨를 단단히 감싸 안은 채 에스코트하며 전용 엘리베이터가 아닌 직원들과 투숙객들이 북적이는 메인 로비로 향했다.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남들 앞에서 내보이지 못했던 연인의 온기가 지안의 팔을 타고 전해졌다.어제 준휘의 폭언을 목격했던 직원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꽂혔다.수군거림이 파도처럼 번졌지만 지안은 그 어느 때보다 오만하고 당당한 걸음으로 로비를 가로질렀다. 그때, 로비 한가운데서 서희 기획전략실장과 대화를 나누던 준휘와 정면으로 마주쳤다.준휘는 지안이 대놓고 별이를 옆에 끼고 들어오는 모습에 눈썹을 미세하게 까닥였다.그는 비릿한 미소를 머금은 채 천천히 다가와 지안의 앞을 막아섰다. “좋은 아침이네, 천지안 부총지배인. 어제 그렇게 급하게 가더니 오늘은 컨디션이 아주 좋아 보여?” 준휘의 목소리가 대리석 바닥을 타고 미끄러지듯 다가왔다.그의 시선은 지안의 어깨 너머, 그 품에 반쯤 가려진 별이에게 꽂혔다. 마치 먹잇감을 감상하는 포식자처럼, 불쾌할 정도로 끈적하고 여유로운 시선이었다. “근데, 아무리 사적인 감정이 앞서도 그렇지. 호텔 로비에서 비서랑 이런 그림은 좀 곤란하지 않나? 보는 눈들이 많은데 우리 천지호텔 품격도 좀 생각해야지.” 준휘는 짐짓 충고하는 척, 낮게 깐 목소리로 지안을 압박하며 주변 직원들의 눈치를 살폈다. 옆에 서 있던 서희 역시 잘 다듬어진 손톱을 매만지며 입가에 가느다란 비소를 띠었다.. “그러게요. 한 비서도 참 대단해. 어제 그런 일을 겪고도 하루 만에 이렇게 본부장님 옆을 꿰차고 나타날 정도면 보통 멘탈은 아닌 것 같네요. 역시 비서실 에이스다워요.”
전송 버튼을 누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육중한 대문이 열리며 별이가 모습을 드러냈다.단정한 비서 복장이었지만, 어제의 충격 탓인지 평소보다 조금 수척해진 얼굴 위로 아침 햇살이 창백하게 비쳤다.지안의 차를 발견한 순간, 불안하게 흔들리던 별이의 눈동자에 깊은 안도감이 호수처럼 고였다.지안은 차에서 내려 별이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7년이라는 시간의 굴곡을 함께 넘겨온 연인이었기에, 굳이 말을 섞지 않아도 서로의 심장 부근에 남은 생채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지안은 말없이 별이의 차가운 두 손을 잡아 자신의 외투 주머니 속으로 끌어당겼다.주머니 안의 온기는 지안의 심장 박동처럼 일정하고 뜨겁게 별이의 손끝을 녹여 내려갔다. “…선배, 언제 오신 거예요?” “방금. 오늘부터는 출근도, 퇴근도 나랑 같이해. 너 혼자 두기 싫으니까.” 지안은 익숙한 손길로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별이가 차에 올라타자 지안은 그녀의 몸 위로 상체를 숙여 안전벨트를 직접 채워주었다.가까워진 거리 사이로 지안의 서늘하면서도 포근한 체향이 별이의 감각을 메웠다.3년 전 그 지독한 사건 이후, 그리고 별이가 비서로 곁을 지킨 지난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두 사람은 늘 남들의 눈을 피해 조심스러웠다.하지만 어제 준휘가 그 소중한 3년의 시간을 짓밟은 이상 더 이상 숨길 이유도 숨고 싶지도 않았다. “오늘 컨디션은 좀 어때? 힘들면 월차 써도 되는데.” 지안이 핸들을 꺾으며 낮게 물었다.그의 시선은 전방을 향해 있었지만, 신경의 모든 촉수는 옆자리 별이에게 곤두서 있었다.혹여나 어제의 충격이 가시지 않아 별이
별이가 대문 안으로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지안은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젖은 정원의 흙 내음이 코끝을 스쳤고 손바닥엔 방금 전까지 맞잡았던 별이의 온기가 남아 화끈거렸다.3년 동안 차가운 얼음장 같았던 그의 가슴에 처음으로 뜨거운 피가 도는 기분이었다.그때, 어둠 속에서 규칙적인 구두 소리와 함께 검은 우산 하나가 지안의 머리 위를 덮었다. 쏟아지던 빗줄기가 멎자 지안은 그제야 정신이 든 듯 고개를 들었다.그곳엔 언제부터 기다린 건지 채율이 무심한 얼굴로 서 있었다.지안은 젖은 머리칼을 거칠게 쓸어 넘기며 툭 내뱉었다. “…안 가고 여기 있었냐?” “표정 보니까 죽다 살아난 얼굴은 아니네. 사람 걱정시킨 보람도 없게.” 채율의 비아냥거리는 말에 지안은 대문 쪽을 한 번 힐끗 보더니 마른침을 삼키며 낮게 읊조렸다.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거창한 고백 대신 3년 동안 짓눌렸던 가슴이 이제야 뚫렸다는 짧은 안도였다.지안의 반응을 확인한 채율이 피식 웃으며 지안의 젖은 어깨를 툭 쳤다. “가서 한잔할까?” 지안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3년 만에 처음으로 그의 눈에서 살기가 아닌 무언가를 제대로 해보겠다는 생기가 돌았다.두 사람은 각자의 차를 몰아 외곽의 한적한 위스키 바로 향했다.가라앉은 조명과 잔잔한 재즈가 흐르는 구석진 자리 지안이 잔 속의 얼음을 흔들며 먼저 침묵을 깼다. “준휘 형이랑 서희 기획전략실장, 둘이 제대로 짰더라. 유통 라인부터 막아버릴 생각인가 봐.”
채 율의 지시에 따라 두 대의 검은 세단은 도심의 소음을 벗어나 빗줄기를 뚫고 외곽으로 내달렸다.마침내 차는 별이의 저택이 보이는 한적한 골목 끝에 멈춰 섰다.채 율이 탄 호위 차량은 헤드라이트를 끈 채 암흑 속에서 외부의 접근을 완벽히 차단하며 거리를 두었다.지안과 별이가 남겨진 차 안은 숨소리조차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가슴을 찌를 듯 고요했다. 창밖으로는 장대비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려 차창을 두드리는 거친 타격음만이 두 사람이 존재하는 공간을 세상의 끝인 양 분리해내고 있었다.지안은 젖은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손끝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3년 동안 그토록 숨기고 싶었던 아니 죽어서도 가져가려 했던 진실이준휘의 비릿한 입술을 통해 별이에게 쏟아졌다.지안은 차마 고개를 돌려 별이를 바라볼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핸들을 쥔 손에 하얗게 피가 안 통할 정도로 힘을 주었다.늘 오만할 정도로 꼿꼿했던 그의 어깨는 형용할 수 없는 죄책감에 짓눌려 초라하게 내려앉았고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흐르는 것이 빗물인지 아니면 3년을 참아온 회한의 눈물인지 알 수 없었다.3년 동안 죽어서도 가져가려 했던 진실이 준휘의 비릿한 입술을 통해 별이에게 쏟아졌다.지안은 차마 고개를 돌려 별이를 바라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선배.” 별이가 먼저 정적을 깼다.그 낮은 부름에 지안은 심장이 도려내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핏발 선 채 잘게 흔들리는 그의 눈동자가 룸미러 너머 옆자리의 별이에게로 향했다.그 눈에는 모든 것을 들켜버린 자의 절망과 처절한 연정이 뒤섞여 있었다. “나… 총지배인님이 던진 서류 보면서 다 알았어요. 선
“그 손 치워, 천준휘.” 지안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 담긴 무게는 3805호실 전체를 짓눌렀다.준휘는 뻗으려던 손을 멈추고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문턱에 선 지안의 처참한 몰골을 확인한 준휘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졌다. “결국 여기까지 왔구나. 뭐가 궁금해서? 뭘 막고 싶어서 온 건데?” 지안은 대답하지 않았다.아니, 대답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그는 준휘를 지나쳐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별이에게로 달려갔다. “별아, 한별…!” 지안이 떨리는 손으로 별이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3년 전 차가운 수영장에서 그녀를 안았을 때처럼 지안의 온몸이 눈에 띄게 떨리고 있었다.별이는 멍한 눈으로 자신을 안고 있는 지안을 바라보았다.기억 속에서 처절하게 자신을 부르던 그 남자와 지금 제 앞에 땀에 젖어 서 있는 남자가 겹쳐졌다. “…지안 선배.” 별이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그 한마디에 지안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기억을 잃은 별이가 줄곧 자신을 불러왔던 그 담백한 호칭.하지만 지금 별이의 음성에는 이전에는 없던 깊은 슬픔과 원망, 그리고 말로 다 할 수 없는 그리움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지안은 그 짧은 부름만으로도 단번에 깨달았다.별이가 모든 것을 알아버렸다는 것을.자신이 그토록 처절하게 가려왔던 3년 전의 진실이 마침내 수면 위로 드러났음을.지안은 별이를 품에 더 세게 끌어안으며 고개를 깊게 숙였다.모든 것이 끝났다는 절망감과 그럼에도 그녀를 다시 품에
별이는 홀린 듯 다가가 서류를 꺼냈다. [환자명: 한 별][특이사항: 특정 인물(천지안)에 대한 선택적 장기 기억상실 및 인지 결여] “…이게 뭐야?” 별이의 목소리가 처참하게 떨렸다.3년 전, 7개월이라는 긴 혼수상태에서 깨어났을 때 별이는 그저 자신이 운이 좋았다고만 생각했다.비록 의식이 없던 그 긴 시간 동안 흑발의 남자가 나타나는 기이한 꿈을 반복해서 꾸긴 했지만 그저 깊은 잠이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라 여겼다.그래서였다.보롬의 소개로 지안을 처음 만났을 때 심장이 내려앉을 듯한 익숙함을 느꼈던 것도.별이는 그저 꿈속의 남자가 현실에 나타난 것 같은 기묘한 우연에 홀린 것이라 믿었다.그 남자가 사실은 자신의 기억 속에서 강제로 도려내진 연인이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단 한 번도 자신의 기억이 온전하지 않다는 의심 따윈 해본 적 없었다.그런데 준휘가 던진 서류는 별이가 발을 딛고 서 있던 땅이 사실은 거대한 구멍이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특이사항: 특정 인물(천지안)에 대한 선택적 장기 기억상실 및 인지 결여] 서류에 박힌 자신의 이름과 기억상실이라는 단어가 끔찍하게 엉겨 붙었다.3년 전 깨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온전하다고 믿었던 그 모든 시간이 지안에 의해 정교하게 편집된 연극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폐부 깊은 곳에서부터 지독한 락스 냄새가 역류해 올라왔다.방금 전까지 보롬과 웃으며 지안의 넥타이를 고르던 백화점 쇼핑몰의 쾌적한 공기는 일순간에 증발했다.혀끝에는 갑자기 비릿하고 짠 기운이 감돌았고 귓가에는 둔탁한 수중음이 울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