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banner
연화령
연화령
Author

Nobela ni 연화령

최상의 포식자의 장난감

최상의 포식자의 장난감

“날 갖고 싶다며? 그럼 내 놀잇감이 되면 돼.” ​천지그룹 후계자 천 지안. 그의 앞에 아버지가 부도난 회사를 살려주며 데려온 '담보' 한 별이 나타난다. ​지안은 별이를 아버지가 새로 들인 여자라 오해하며 혐오하지만 그녀가 2년 전 자신을 구원한 첫사랑인 줄은 꿈에도 모른다. ​한편, 부모님을 위해 스스로 담보가 된 별은 그토록 그리워하던 지안의 서늘한 모욕을 온몸으로 견뎌내야만 하는데. ​지키고 싶은 첫사랑을 증오하며 소유하려는 포식자. 잔혹한 오해 속에 갇혀버린 비운의 담보물. 시작: 고등학생 신분으로 시작하여 ​전개: 대학생 신분을 거쳐 ​결말: 직장인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Basahin
Chapter: [제131화] 사랑이 아니라 욕심이지, 지안아.
미나는 밝고 활기찬 에너지로 석이의 팽팽한 긴장을 유쾌하게 풀어주었다.비정한 조직의 생활 속에서 평생을 칼날 위에 선 듯 살아온 정 석에게 미나는 그의 일상에 유일하게 허락된 따뜻한 빛이었다.두 남자는 각기 다른 결의 사랑을 받으며 차가운 겨울바람을 견뎌내고 있었다.시우에게는 은수의 정적인 위로가 석이에게는 미나의 동적인 응원이 세상 그 무엇보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통화를 마친 두 남자의 눈빛은 다시 현장의 냉혹한 현실로 돌아왔다.하지만 은수와 미나의 목소리가 남긴 잔상은 그들이 짊어진 조직의 그림자를 잠시나마 잊게 만들었다.시우와 석이는 짧은 휴식을 뒤로하고 각자의 연인이 기다리는 서울로 돌아갈 그날을 위해 다시 차가운 금속음이 난무하는 현장 깊숙이 발을 들였다. ***신호와 유니의 세상은 이제 완벽히 바뀌어 있었다.더 이상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사람들의 눈을 피해 골목길을 헤매는 데이트는 없었다.신호는 유니와의 연애를 세상 앞에 당당히 공개했고 사랑에 솔직한 그의 정면 돌파는오히려 대중의 폭발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는 반전을 불러왔다.천지호텔 로비를 가로지르는 신호의 걸음걸이에는 감출 수 없는 여유가 묻어났다.누군가의 시선을 피해 숨어들던 과거의 긴장감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이제는 투숙객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나 직원들의 선망 가득한 눈빛을 여유로운 미소로 받아낼 만큼 그는 유니와의 관계에서도, 자신의 위치에서도 당당해져 있었다.그는 단순히 스타의 연인에 머물지 않았다.혹독한 현장 실무 경험을 완벽하게 마친 신호는 마침내 실력을 인정받아 천지호텔 F&B 총괄 지배인 자리에 올랐다.빳빳하게 다려진 수트와 가슴에 달린 금
Huling Na-update: 2026-05-03
Chapter: [제130화] 증거있어?
강원도 리조트에서의 소란스러웠던 일정이 끝나고 한 달.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서울의 도심은 회색빛 겨울 안개에 잠겨 있었다.천지호텔 부총지배인 집무실의 무거운 정적을 깨뜨린 것은 서류가 책상 위로 떨어지는 건조한 마찰음이었다. “부총지배인님, 별푸드 밀키트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기존에 계약했던 핵심 공장 세 곳에서 오늘 오전, 일제히 가동 중단을 통보해 왔습니다.” 한 별 비서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날이 서 있었다.별푸드는 그녀의 아버지가 평생을 일궈온 회사였기에 이 사태는 단순한 업무적 결함을 넘어선 공격이었다. 별이는 보고서를 짚으며 말을 이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위생 설비 점검이라지만 세 곳이 동시에 움직였다는 건 배후가 있다는 뜻입니다. 전략기획실의 서희 실장이 최근 해당 업체 관계자들과 잦은 미팅을 가졌다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지안은 창밖을 응시하던 시선을 돌려 별이를 바라보았다.별이는 지금 준휘와 서희가 파놓은 함정의 깊이를 모른 채 오직 문제 해결을 위해 눈을 빛내고 있었다. “서희 실장이 전략기획실의 권한을 이용해 거래처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부총지배인님, 제가 오늘 오후에 직접 공장들을 돌며 확인해 보겠습니다. 아버지 회사와 연결된 일인 만큼 제가 직접 가서 사태를 파악해야 합니다.” “한 비서, 직접 움직이지 마. 이건 전략기획실 차원에서 던진 미끼야.” 지안의 만류에도 별이는 고집스럽게 서류 더미를 챙겼다. “지안 씨 프로젝트이자 저희 아버지의 자부심이 걸린 일이에요. 제가 가서 해결하고 오겠습니다.” 별이는 단호한 목례를 남
Huling Na-update: 2026-05-02
Chapter: [제129화] 정해둔 답
지안의 말은 가시 돋쳐 있었다.과거 200억 사건과 납치의 기억이 서린 서늘한 경고였다.시우의 어깨가 눈에 띄게 굳었고 집게를 쥔 손목에 힘이 들어갔다.지안의 곁에 앉은 별이는 그의 날 선 반응에 잠시 눈을 내리깔며 빈 잔만 매만졌다.하지만 은수는 흔들리지 않았다.그녀는 지안의 차가운 눈빛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오히려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전 시우 씨의 그런 점이 좋아요. 남들은 모르는 그 단단한 속내가.” 은수의 단호한 대답에 지안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시우가 별이를 지키기 위해 했던 희생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지안이었기에 은수의 말은 그의 급소를 정확히 찌른 셈이었다.사실 지안은 치밀파에게 붙잡혀 있던 시우를 구하러 갔던 그날, 설계도에 얽힌 모든 이야기를 전해 듣고 이미 그를 용서했었다.사건 직후 열린 파티에 시우를 초대했던 순간부터 지안의 마음속에 앙금 따위는 남아있지 않았다.다만 자책의 굴레에 갇혀 스스로 벽을 치는 시우를 보며 지안 역시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며 기다려주었을 뿐이다.오늘 던진 가시 돋친 말 역시 은수가 시우의 그 지독한 속내까지 감당할 수 있는 여자인지 확인하고 싶은 지안만의 서툰 테스트였다.잠시 침묵하던 지안이 피식, 짧은 헛웃음을 터뜨리며 들고 있던 잔을 비워냈다.날을 세우고 있던 눈빛에서 서늘함이 걷히고 그 자리엔 오래된 친구를 향한 해묵은 안도감이 아주 잠깐 스쳐 지나갔다.지안은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새로 술을 따르며 시우가 아닌 은수를 향해 잔을 살짝 들어 보였다. “…시우 이 녀석, 보기보다 손이 많이 갈 겁니다.” 무심하게 툭 던진 말이었
Huling Na-update: 2026-05-02
Chapter: [제128화] 탐색전
가볍게 감탄하는 대신 상황의 본질을 짚어내는 은수의 말에 시우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은수의 눈동자엔 장난스러운 호기심 대신 시우가 처한 난처함을 이해한다는 듯한 깊은 온기가 담겨 있었다. “멋있네요. 시우 씨 곁에 이렇게 든든한 사람들이 많다는 거.” 은수는 율의 재력에 감탄한 것이 아니라 시우를 위해 기꺼이 소란을 피우는 그들의 진심을 읽어준 것이었다.그 순간, 옆 테이블에서 지안의 잔을 채워주던 별이가 고개를 돌려 은수와 눈을 맞췄다.기억을 잃었어도 몸에 배어있는 별이의 우아함과 처음 보는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은수의 단단함이 허공에서 묘하게 부딪혔다. “시우 선배, 고기 좀 타는 것 같아요.” 별이가 조용히 웃음을 터뜨리며 건넨 한마디에 시우의 손이 움찔거렸다.멍하니 석쇠 위를 떠돌던 집게가 갈 곳을 잃고 멈춰 섰다.아무렇지 않게 미소 짓는 별이의 얼굴을 마주하자 시우의 심장 뒷벽이 서늘하게 긁히는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시우가 인생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모든 현실과 비밀을 남김없이 공유하고 싶었던 여자였다.캄캄한 어둠 속에서 오직 그녀만은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 줄 거라 믿으며 그 품으로 도망치고 싶었던 밤이 얼마나 많았던가.하지만 지금 별이는 지안의 곁에서 그의 보호 아래 가장 평온한 빛을 내고 있었다.시우가 그토록 그리워하고 지켜내고 싶었던 그 눈부신 그림 속에 이제 시우의 자리는 없었다.쓰라린 잔상이 시야를 흐리던 찰나 시우의 시선이 앞에 앉은 은수에게 닿았다.별이가 지나간 과거의 선명한 흉터라면 은수는 지금 이 순간 시우의 무채색 일상에 무섭도록 짙은 색채를 들이붓고 있는 현실이었다.지안의 품에서 안
Huling Na-update: 2026-05-01
Chapter: [제127화] 미안, 나 선약이 있어서.
당혹 섞인 시우의 물음에 지안이 여유롭게 웃으며 다가왔다.아무런 예고도 없이 강원도 공사 현장까지 들이닥친 지안과 초롬, 율.시우는 시계를 힐끗 보았다. 약속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이들이 올 줄 알았다면 오늘 은수와 그런 약속을 잡지는 않았을 것이다.지안의 곁에는 그의 여자친구인 별이가 서 있었다.사고로 과거를 잃어버렸음에도 별이는 시우를 향해 예전과 다름없는 정중한 모습으로 고개를 숙였다. “시우 선배,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어요?” 기억을 잃기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시우 선배’라는 부름.그 짧은 인사 한마디에 시우가 지켜온 긴 시간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는 그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초롬의 배우자인 해달은 학창 시절 딱 두세 번 마주친 게 전부라 여전히 서먹했고 석이만이 조카들을 만난 듯 아이들 틈에서 신이 나 있었다. “야, 윤시우! 너 왜 그래? 친구들이 여기까지 왔는데 표정이 왜 이래?” 석이가 눈치 없이 시우의 옆구리를 푹 찔렀다. 시우는 대답 대신 입술을 짓씹었다.지금쯤 은수는 어제 그 고깃집에 앉아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가슴 한구석을 여전히 아릿하게 만드는 과거의 약속 같은 별이와 지금 당장 달려가고 싶은 현재의 약속인 은수.시우는 제 앞의 웅성거리는 소음 너머로 고깃집의 그 서늘하고도 뜨거운 공기를 떠올렸다. “미안한데, 나 선약이 있어서.” 시우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말에 지안의 눈매가 가늘어졌다.지안은 시우가 현장 관리직을 맡은 이후 단 한 번도 선약 때문에 자신들을 밀어낸 적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
Huling Na-update: 2026-05-01
Chapter: [제126화] 무채색의 삶에 다시 빛이 돌기 시작했다.
시우의 돌직구에 테이블 위의 소음이 진공상태처럼 사라졌다.석은 입에 넣으려던 쌈을 든 채 멈춰 섰고 은수의 친구 미나 역시 눈을 동그랗게 떴다.희대의 사기꾼이었던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본능적으로 사람의 심리를 읽는데 능한 시우였다. 그는 지금 자신의 말이 은수에게 어떤 파장을 일으켰는지 그녀의 짧은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동물적으로 감각하고 있었다.은수는 당황하는 기색 없이 가만히 시우의 눈을 마주하다 이내 잔을 내려놓으며 나직하게 물었다. “…내일도 보면 그다음엔요?” 예상보다 더 직설적인 은수의 반문에 시우의 눈매가 가늘어졌다.머릿속에선 이미 수십 가지의 세련된 답변이 스쳐 지나갔지만 시우는 기교를 부리는 대신 은수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냈다. “그다음은, 그때 가서 제가 다시 묻겠습니다. 그럼 대답 들을 기회는 주시는 걸로 알고.” 시우의 확신에 찬 어조에 은수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번졌다.밀고 당기는 지루한 탐색전 대신 서로의 패를 단번에 확인한 듯한 팽팽한 텐션이 두 사람 사이에 감돌았다. “좋아요. 내일도 이 시간에 여기로 올게요. 대신 그때는 제가 궁금한 거 다 대답해 주셔야 해요.” 은수가 시원하게 잔을 비워내며 답하자 시우의 입가에도 아주 옅은 미소가 걸렸다.그 광경을 지켜보던 석이 참지 못하고 꽥 소리를 질렀다. “아니~~ 야, 나랑 미나 씨는 지금 투명 인간이냐? 야! 윤시우! 너 언제부터 이렇게 진도가 빨랐어?” 석이 분위기를 깨며 호들갑을 떨자 가만히 듣고 있던 미나가 갑자기 석의 팔뚝을 낚아채듯 제 쪽으로 당겨 팔짱을 꼈다.
Huling Na-update: 2026-04-30
안녕, 나의 도플갱어

안녕, 나의 도플갱어

천재 가수이자 연인 강현우가 실종된 지 3년. 은재는 그가 죽었다는 세상을 비웃으며 환청 같은 목소리를 쫓아 낯선 바닷가 마을에 당도한다. 그곳에서 마주한 라이브 가수는 현우의 얼굴, 음색, 기타 치는 손가락까지 소름 돋게 닮아있다. 하지만 그는 다정한 미소로 자신을 윤해솔이라 소개하며 초면이라 선을 긋는다. 지독한 그리움이 만든 환상일까, 나를 밀어내기 위한 처절한 연기일까. 은재는 그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위태로운 삶 속으로 파고든다. “안녕, 나의 도플갱어. 이제야 널 찾았어.” 세상에서 가장 익숙한 얼굴로 가장 낯선 안부를 묻는 남자. 당신, 정말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이 맞아?
Basahin
Chapter: [제7화] 당신의 노래가 들리는 가장 완벽한 거리, 0m
3년 전, 고성 앞바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밤이었다.거대한 파도가 집어삼킬 듯 해변을 때렸고, 루나 바의 창문들은 금방이라도 깨질 듯 비명을 질러댔다.“아, 진짜… 도와주는 게 하나도 없네.”도윤은 낮은 욕설을 내뱉으며 비옷을 걸쳐 입었다.해안가 바로 앞에 위치한 창고 뒤편의 배수구가 말썽이었다.폭풍우가 올 때마다 제대로 물이 빠지지 않아 가게 안까지 침수될 위기였다.그는 랜턴 하나를 손에 쥔 채,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으로 몸을 던졌다.배수구에 걸린 이물질들을 거칠게 걷어내던 그때였다.창고 너머 백사장 쪽에서 둔탁한 파도 소리와는 다른, 이질적인 무언가가 바위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도윤은 본능적으로 손전등의 빛을 해변 쪽으로 돌렸다.그리고 그 끝에, 파도에 밀려온 검은 덩어리 하나를 발견했다.처음에는 그저 파도에 휩쓸려 온 부표나 커다란 목재인 줄 알았다.하지만 거세게 휘몰아치는 빗줄기 사이로 희미하게 드러난 건, 사람의 형체였다.도윤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쪽을 향해 진흙탕을 박차며 달리기 시작했다.거친 숨소리가 빗소리를 뚫고 터져 나왔다.“이봐요! 이봐요!!”필사적으로 달려간 그곳에는 한 남자가 폐허처럼 널브러져 있었다.도윤이 남자를 뒤집어 눕히고 손전등 불빛을 비춘 순간, 그는 들이마시던 숨을 그대로 멈추고 말았다.빗물에 젖어 창백하게 질린 남자의 얼굴.뉴스에서, 전광판에서, 그리고 거리의 모든 스피커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쏟아지던 그 얼굴, 바로 강현우였다.빗물에 씻겨 내려가는 피와 차갑게 식은 몸.
Huling Na-update: 2026-05-03
Chapter: [제6화] 수면 위로.
그 보고가 채 끝나기도 전, 수화기 너머 서울의 펜트하우스에서는 유리창이 깨질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사… 살아있다고? 그럴 리가 없잖아.”한결은 아이폰을 쥔 손을 눈에 띄게 떨고 있었다.방금 전까지 서울의 야경을 안주 삼아 즐기던 여유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그는 수화기 너머의 흥신소 직원이 들으라는 듯 악을 썼다.“뉴스에서 다 그랬어! 사고 현장 혈흔만 봐도 생존 가능성 없다고. 기사마다 사망 추정이라고 도배가 됐었는데, 어떻게 네가 살아있을 수가 있어!”한결의 목소리가 볼품없이 뒤틀렸다.3년 전 그날, 타임라인을 도배했던 사고 현장의 자극적인 사진들과 렉카들의 라이브 방송이 망막을 어지럽혔다.“그리곤 흔적도 없이 사라졌잖아! 사고 현장에는 피만 가득한데 사람은 없어져버렸고, 그럼 당연히 죽었다고 생각하는 게 정상 아니야? 상식적으로 그 몸 상태로 사라졌으면 벌써 진작에 죽어 없어졌어야 정상 아니야?”분명 강현우라는 이름은 그날로 이 바닥에서 영원히 아웃됐다고 믿었다.아니, 그래야만 했다.그래야 그놈 그림자에 가려져 평생 2인자로 썩을 뻔했던 제 자신이, 그때서야 이 바닥의 원탑으로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었으니까.그는 거칠게 넥타이를 풀어헤쳤다. 숨이 막혀왔다.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마치 남의 인생을 훔쳐 살다 들킨 애송이처럼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한결은 끓어오르는 불안을 억누르지 못한 채, 수화기에 대고 그대로 말을 이었다.“더 알아봐. 샅샅이 뒤져보라고! 뭔가 구린
Huling Na-update: 2026-05-02
Chapter: [제5화] 당신을 최고로 만들어줄게, 내 밑에서.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붉은 노을이 고성의 바닷가를 붉게 감쌌다.은재는 창가에 앉아 타오르는 수평선을 멍하니 바라보며 해솔의 라이브를 기다렸다.낮에는 간단한 식사를 팔던 소박한 공간이 어스름한 어둠과 함께 은은한 조명으로 탈바꿈하며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유명한 유튜버 스타라는 말이 증명이라도 되듯, 라이브 시간이 다가오자 적막하던 낡은 바 안으로 손님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고요했던 공간은 금세 사람들의 낮은 웅성거림으로 채워졌다.그때,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 소리 사이로 해솔이 천천히 무대 위로 올라섰다.“안녕하세요.”마이크를 타고 흐르는 낮은 중저음.그 짧은 인사 한마디에 은재의 심장이 또다시 기괴하게 요동쳤다.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은재는 자신도 모르게 3년 전의 지독한 과거 속으로 침잠했다.현우가 실종된 후, 은재는 환청 같은 그의 목소리를 쫓아 안 가본 곳이 없었다.비 오는 거리에서, 이름 모를 라디오 채널에서, 심지어 낯선 이의 대화 속에서도 그의 음색을 찾아 헤맸던 끔찍한 3년이었다.하지만 지금 무대 위에 선 남자는, 은재가 그토록 갈구하던 목소리로 은재를 전혀 모르는 타인처럼 내려다보고 있었다.은재는 카운터 모서리를 꽉 쥔 채, 조명 아래 선 해솔의 입술이 다시 열리기를 숨죽여 기다렸다.그가 마이크를 고쳐 쥐는 사소한 손짓조차 은재의 기억을 난도질했다.마이크 헤드를 감싸 쥐는 손가락의 각도, 입술과 마이크 사이의 아슬아슬한 거리감까지.그것은 오직 강현우만이 가진 고유한 버릇이었다.“오늘 들려드릴 첫 곡은… 저번에 예고해 드린 대로, 아직 제목을 붙이지 못한 노래입니다.&rdq
Huling Na-update: 2026-05-02
Chapter: [제4화] 3년을 멈춰 선 채로 너의 이름만 불렀다
해솔은 그대로 등을 돌려 무대 쪽으로 걸어갔다.은재는 숨 쉬는 법조차 잊은 채 그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그런 은재의 어깨를 소망이 다급히 감싸 안으며 해솔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소망의 눈엔 분노보다 깊은 관찰력이 서려 있었다.“모른다라…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가요? 윤해솔 씨.”해솔의 발걸음이 멈췄다.소망은 비난하는 대신, 그저 팩트를 짚어내듯 담담하게 물었다.“그쪽이 누군지, 여기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사람 인생 3년이나 멈춰 서게 만든 얼굴을 하고 나타났으면, 최소한 그 당혹감 정도는 이해해 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모른다는 말 한마디로 사람 바보 만드는 게 아니라요.”“…당혹감?”해솔이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비스듬히 꺾었다. 소망은 흔들림 없이 말을 이었다.“정말 기억이 안 나는 거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만약 조금이라도 짚이는 게 있는데 모른 척하시는 거라면 그건 좀 잔인하네요. 우리 언니, 당신 목소리 하나에 매달려 여기까지 달려왔거든요. 그 간절함이 보인다면 저렇게 무책임하게 선부터 긋지는 마시라고요.”카운터의 도윤이 끼어들려 했지만, 소망의 차분한 기세가 그를 가로막았다.해솔은 소망의 눈동자를 가만히 응시하다가, 낮게 실소를 흘렸다.“글쎄요. 누군지 모르는 분들의 간절함까지 제가 책임져야 한다면, 그건 저한테 너무 가혹한 예의 같은데요.”해솔은 짧은 묵례를 남기고 무대 뒤 커튼 너머로 사라졌다.소망은 그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노려본 뒤에야, 넋이 나간 듯 서 있는 은재의
Huling Na-update: 2026-05-01
Chapter: [제3화] 전 윤해솔이라고 합니다.
“…언니? 언니, 왜 그래요? 또 어디 아파?”소망의 다급한 목소리에 은재가 번쩍 정신을 차렸다.핸들을 쥔 손등 위로 차가운 눈물 한 방울이 툭 떨어졌다.“아니. 그냥… 그날 현우가 가지러 갔던 게 뭔지, 이제야 알 것 같아서.”“그게 뭔데요? 언니, 진짜 이상해. 언제 다시 예전에 이은재로 돌아올래요?”소망이 투덜대며 창밖을 가리켰다.어느새 차는 해안도로에 접어들어 있었고, 짙푸른 동해 바다가 성난 파도를 몰아치며 모습을 드러냈다.“다 왔어요. 저기 앞에 보이는 마을이죠? 루나 바 있다는 데가.”소망의 말대로 낡은 이정표가 바닷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은재는 눈물을 닦아내고 시선을 정면으로 고정했다.3년 전 현우가 주머니에 넣고 끝내 전하지 못했던 그 진실이, 비릿한 바닷바람을 타고 은재의 심장을 기괴하게 두드리고 있었다.은재의 차가 비릿한 소금기를 머금은 마을 어귀로 천천히 들어섰다.3년 전 그 터미널에 버려졌던 은재의 시간이, 비릿한 소금기를 머금은 채 다시 사납게 흐르기 시작했다.***낡은 바의 문을 열었다.끼익, 비명을 지르는 경첩 소리가 정막한 실내를 가로질렀다.바깥의 세찬 바닷바람과는 대조적으로, 바 안은 낮게 깔린 재즈 선율과 함께 묵직한 나무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카운터에서 잔을 닦고 있던, 사장같이 보이는 남자가 고개를 들어 은재와 소망이를 향해 인사했다.“어서 오세요.
Huling Na-update: 2026-05-01
Chapter: [제2화] 네 노래가 들리는 곳으로.
“…찾았어. 현우를 찾았다고.”“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를.”소망이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3년 내내 멈춰있던 시간을 살던 은재가,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장롱 깊숙한 곳에서 먼지 쌓인 캐리어를 끌어내는 모습은 당혹 그 자체였다.하지만 은재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넌 당장 이 영상에 나오는 바 이름을 알아봐. 난 그동안 짐을 싸고 있을 테니까.”“언니! 잠깐만, 진정 좀 하고! 얼굴도 제대로 안 나오는 영상 하나 봤다고 지금 어딘지도 모르는 데를 가겠다는 거예요?”소망이는 은재를 붙잡으려 했지만, 은재는 이미 캐리어 지퍼를 열고 옷가지를 쑤셔 넣고 있었다.“진정하게 생겼어? 저 손가락, 저 음색… 세상에 강현우 말고 또 누가 저렇게 노래를 해?”“그거야 요즘 세상에 닮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아휴, 알았어요! 일단 찾아나 볼게요!”소망이는 은재에게 무슨 일인지 꼬치꼬치 캐묻고 싶었지만, 지금 말리지 않으면 은재가 맨몸으로라도 집을 뛰쳐나갈 기세라 서둘러 노트북 앞에 앉았다.자판을 두드리는 소망의 손가락이 바빠졌다.“…찾았다! 여기 루나(Luna)라는 카페겸 라이브 바예요. 지도 보니까… 세상에, 진짜 멀긴 하네. 완전 구석진 바닷가 마을인데요?”“어디야. 어디냐고.”은재가 짐을 싸다 말고 소망의 어깨 너머로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봤다.화면에는 낡은 페인트가 벗겨진 작은 바의 전경과 함께 주소가 떠 있었다.“
Huling Na-update: 2026-05-01
Galugarin at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Libreng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sa GoodNovel app. I-download ang mga librong gusto mo at basahin kahit saan at anumang oras.
Libreng basahin ang mga aklat sa app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