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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Penulis: 말린땅콩
시정의 생일 파티는 별아와 강준의 집에서 열렸다.

넓은 정원에는 색색의 조명과 풍선, 끝도 없이 이어진 꽃장식과 하얀 천이 걸려 있었다.

강준은 K시에 이름 있는 인사들을 대거 초청해, 시정의 생일을 성대하게 치렀다.

불꽃이 터지자, 반짝이는 리본과 종이 조각들이 공중에 흩날리며 하늘을 가득 메웠다.

시정은 강준의 팔에 팔짱을 낀 채, 수줍은 미소를 머금고 등장했다.

모여든 손님들의 수군거림이 이어졌다.

“이 파티, 사모님이 준비했다던데. 참 속도 깊네.”

“소시정 씨가 하 대표님이 후원하는 아이라더라. 그런 사람을 위해 이렇게 정성 들이다니, 대단한 선행이지.”

“원래 하 대표님은 자선 활동을 좋아하시잖아. 놀랄 것도 없지.”

“...”

별아는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그 모든 칭찬을 들었고, 입꼬리가 서늘하게 휘어졌다.

‘하강준의 위선에 사람들이 이렇게 쉽게 속아 넘어가네.’

무대.

강준과 시정은 함께 케이크 칼을 잡고 3단 케이크를 잘라냈다.

환호가 터져 나오자, 강준의 비서가 준비한 선물이 나왔다.

‘비너스의 눈물’이라 불리는 파란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랑과 아름다움, 그리고 충절을 상징하는 보석이었다.

전생에 별아는 그 목걸이를 갖고 싶다고 수없이 말했었다.

강준도 번번이 꼭 사주겠다고 했지만, 끝내 지켜진 적은 없었다.

강준은 잊은 게 아니었다. 그저 마음속엔 이 목걸이의 주인은 처음부터 별아가 아니라 시정이었다.

강준이 직접 시정의 목에 목걸이를 걸어주자, 장내는 술렁거렸다.

“저건 그냥 후원이 아닌데? 저 정도라니, 하 대표님 통이 크네. 근데 사모님은 괜찮을까?”

“‘비너스의 눈물’은 그냥 보석이 아니야. 아무리 불쌍하다 해도, 저 정도면 선 넘은 거지.”

“작년 사모님 생일에 준 목걸이도 비쌌다지만, 이건 비교가 안 되잖아.”

“글쎄, 저 둘 분위기 보니까 그냥 후원은 아닌 듯? 저렇게 다정하게 팔짱까지 끼고선...”

“사모님은 구석에 숨어 계시네. 아마 속이 많이 상했을 거야.”

“...”

수군거림이 파도처럼 번져가며, 그 소리는 시정의 귀에도 닿았다.

시정은 얼굴이 붉어져, 급히 목걸이를 벗으려 했다.

“오빠, 이건 너무 비싸요. 저 받을 수 없어요. 오빠가 별아 언니께 드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전... 자격이 없어요.”

“그냥 해. 넌 받을 자격 있어.”

강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손으로 시정의 손을 막으며, 목소리에 스친 거친 울림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더 값진 선물도 있어.”

“네...?”

시정의 눈빛에 불안과 기대가 동시에 비쳤다.

비서가 가져온 작은 보석함이 열렸다.

안에는 하트 모양의 운석이 들어 있었다.

“이게 두 번째 선물이야. 이 운석은 외계에서 온 거야. 내가 별 하나의 명명권을 사 놨거든. 그 별 이름은 ‘시정별’이야. 네 생일을 기념해서.”

마이크를 타고 울려 퍼진 강준의 목소리는 강하지 않았지만, 청중을 사로잡을 만큼 선명했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들어, 그 ‘운석’을 보려 애썼다.

별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봤다.

‘역겨운 연극 같아도, 난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아.’

그녀는 그저 조용히 입술 끝을 가볍게 다물었다.

전생, 별아가 강준에게 시정을 집에 들이지 말라고 했을 때, 강준은 망설임 없이 바깥에 따로 집을 마련했다.

별아는 그저 강준이 시정을 사랑한다는 사실만 알았을 뿐, 그 사랑이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사랑이라는 건, 세상에서 가장 얻기 힘든 걸 두 손으로 떠안겨주고 싶은 마음.

강준은 그 마음을 시정에게 쏟아냈다.

‘비너스의 눈물’이라 불린 목걸이.

그리고 시정의 이름을 딴 별.

예전엔 별아 역시 강준의 그런 격정적인 사랑을 받았다.

한정판 스포츠카.

세계에서 가장 맑다는 다이아몬드.

‘여자만 바뀌었을 뿐, 하강준의 수법은 그대로네.’

언젠가 시정도 또 다른 별아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강준의 눈과 마음에는 오직 시정뿐이었다.

아직 물기가 맺힌 듯 신선한 사랑이었다.

무대에서는 한 편의 연애극처럼 완벽했다.

장내에 있는 모든 하객들은 저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어떤 이는 별아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사모님, 저 아가씨 좀 수상해요. 너무 믿지 마세요.”

“요즘 애들은요, 도덕 같은 거 안 따져요. 특히 밑바닥에서 올라온 애들은 목표가 분명해요. 사모님도 조심하셔야 해요.”

별아는 그저 잔잔히 웃을 뿐이었다. 고개를 들어 올린 순간, 강준의 시선과 맞닿았다.

별아의 지나치게 차분한 눈빛이 불편했던 건지 아니면 문득 떠오른 생각 때문인지, 강준은 이내 큰 걸음으로 별아에게 다가왔다.

“여보.”

별아가 시선을 옮겼다.

“응?”

“오늘 정말 고생 많았어.”

강준은 별아의 허리를 감싸 안고, 작은 얼굴에 입을 맞췄다.

“너도 알잖아. 시정이는 그동안 참 힘들게 살아왔어. 내가 이런 선물을 해주는 건... 단지 열등감 덜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야. 오해하지 마.”

“남들이 뭐라 해도 괜찮아. 우리 여보는 날 이해하잖아?”

강준은 별아가 고개를 끄덕이길 기다리고 있었다. 배신을 덜 죄책감으로 포장하기 위해 별아의 인정을 원했다.

별아는 그 순간, 강준이 너무 지쳐 보인다고 느꼈다. 바로 손을 들어 남자의 셔츠 깃을 정리해주려 했지만, 강준은 무심히 몸을 비켰다.

별아는 손을 거둬들이며, 스스로 조롱하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강준이 별아의 손을 붙잡았다.

“여보, 우린 부부야. 우리 사이를 다른 사람이 뭐라 할 필요 없어. 난 언제나 네 곁이야. 변한 적 없어.”

별아는 눈을 고정한 채, 천천히 대답했다.

“응. 네가 뭘 하든, 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그건, 결혼식 날 강준이 별아에게 했던 말이었다.

이제 별아가 그대로 되돌려준 말이었다.

강준의 표정이 잠시 흔들리더니, 별아를 갑자기 끌어안았다.

“우리 여보... 뭔가 달라진 것 같아.”

“어디가?”

별아는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강준은 명확히 설명할 수 없지만, 확실히 예전과는 달랐다. 마치... 훨씬 이해심이 많아진 것 같았고, 훨씬 순해진 것 같았다.

“예전보다 철들었어.”

별아의 입꼬리가 씁쓸하게 휘어졌다.

‘지옥 밑바닥에서 다시 살아 돌아온 내가... 아직도 변심한 남자한테 집착할 거라 생각해?’

‘이젠, 그럴 가치조차 없어.’

그때, 시정이 다가와 살갑게 불렀다.

“별아 언니.”

강준은 별아를 놓고, 시정을 향해 부드럽게 웃었다.

“시정아, 별아 언니가 너 위해 이 큰 생일 파티 준비했어. 고마워해야지.”

“언니, 정말 감사해요. 너무 감동이에요. 저한텐 정말 의미 있는 생일이에요.”

시정의 입술은 별아를 향했지만, 눈빛은 강준만 좇았다.

진심 어린 눈빛.

그러나 강준은 그 시선을 피했다.

강준은 다시 별아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며 말했다.

“여보, 시정한테 선물 준비했지? 꺼내. 오늘 더 기쁘게 해주자.”

별아는 선물을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대신 강준이 예전에 자신에게 줬던 팔찌가 떠올랐다.

차라리 그것을 내어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거 네 강준 오빠가 내게 줬던 거야. 근데 나랑은 안 어울려. 시정이한테 주는 게 낫겠다. 좋아했으면 해.”

별아는 네잎클로버 모양의 분홍빛 팔찌를 풀어, 시정의 손목에 채워주었다.

“젊은 아가씨한테 분홍색이 잘 어울리니까.”

강준의 눈빛이 순간 어둡게 깔렸다. 막으려는 듯 손가락이 들썩였지만, 끝내 가만두었다.

시정은 기뻐하는 기색을 숨기지 못했지만, 겉으로는 고개를 저었다.

“언니, 그건 강준 오빠가 언니한테 준 거잖아요. 제가 어떻게 받아요. 안 돼요.”

“받아. 어차피 난 버릴 거니까.”

별아는 무심히 잘라 말했다.

강준이 시정의 하얀 손목을 잡고 팔찌를 살펴보더니, 낮게 웃었다.

“확실히 시정이 피부가 이 팔찌랑 더 잘 어울리네. 받아. 별아 언니한테는 내가 더 어울리는 걸로 다시 사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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