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왕단영은 모르는 척했다. “해인아,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는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는데?”해인은 왕단영을 똑바로 바라봤다. “아버님이 세 분 가운데 누구와도 결혼하실 생각이 없다는 건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잖아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서로 물어뜯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최 여사님 두 손이 다 피투성이예요. 손이 망가지면 더는 가야금도 못 타는데, 그건 최 여사님의 목숨을 끊는 거나 다름없잖아요.” “같은 여자끼리 왜 이렇게까지 모질게 구세요?”“아버님은 한 사람에게 머무를 분이 아니에요. 최 여사님이 사라져도 또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도 있고, 유호 씨 어머님을 닮은 더 젊은 여자도 나타날 수 있어요.”“아버님이 마음만 먹으면, 그 정도 지위로 못 찾을 이유가 없잖아요. 그럼 두 분은 또 몇 사람이나 몰아내실 건데요? 최 여사님은 애초에 그런 데 뜻이 없었어요...”해인의 말에 왕단영은 잠시 멍하니 굳어 있었다.바로 그때, 멀리서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가사도우미 하나가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해인은 소리가 들려온 쪽을 돌아봤다. 다락방 쪽 같았다.‘설마...!’표정이 바뀐 해인이 곧장 위층으로 뛰어올라갔다.그리고 눈앞에 들어온 광경에, 서늘한 기운이 발바닥부터 등줄기를 타고 치솟았다.바닥에는 새빨간 피가 흥건하게 고여 있었고, 최수나는 그 핏물 한가운데 힘없이 누운 채 천장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핏물과 함께 줄이 끊어진 가야금이 나뒹굴고 있었고, 가야금 줄에도 피가 묻어 있었다.최수나의 목에는 붉은 자국이 선명했다. 원래 여리고 고왔던 피부는 가야금 줄에 깊게 쓸려 찢겨 있었고, 안쪽의 붉은 살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짙고 선명한 그 색은 최수나가 살아온 눈부신 삶을 닮아 있었다. 이렇게 된 뒤에도 최수나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보는 사람의 숨이 막힐 만큼... 처연하도록 아름다웠다.밥을 들고 올라왔던 가사도우미는 그 광경을 보고는 겁에 질린 채 주저앉았다.한원랑이 아무도 자기 서재에 들이지 말라고 명령해
최수나에게 그런 생각이 있다면, 해인은 도와야 했다.동현이 아직 살아 있었다면, 분명 최수나를 위해 방법을 찾아줬을 터였다.해인이 물었다. “손톱은 왜 그래요? 이 가야금에는 왜 피가 묻어 있는 거예요?”최수나는 힘없이 웃었다. “한 회장이 나를 곁에 둔 건 내가 서정란 사모님을 닮아서이기도 하지만, 내 가야금도 세상에 하나뿐이거든. 한 회장은 그마저 혼자 차지하고 싶어 했어.”“그래서 사흘 밤낮으로 가야금을 탔어. 이 손을 망가뜨려서라도, 한 회장이 나를 놓아주게 만들고 싶었어.”순간 멍해진 해인이 놀란 눈으로 최수나를 바라봤다. “언니, 미쳤어요?!”최수나는 누구보다 가야금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가야금은 어릴 적부터 몸에 밴 공력이 중요한 악기다. 그런 가야금을 다섯 살부터 익혀 왔으니, 거의 평생을 가야금과 함께 살아온 셈이었다.손이 망가지면 다시는 가야금을 탈 수 없게 된다. 그건 최수나에게 목숨을 끊는 일이나 다름없었다.“안 미쳤어. 해인아, 네가 믿어줄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이 보름 동안이 몇 년 사이 내가 가장 또렷하게 살아 있는 시간들이었어.”“그동안 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괴로웠어. 그 두 여자는 날마다 서로 죽이네 살리네 하며 물고 뜯고 싸웠지만, 난 더는 저 여자들처럼 되고 싶지 않았어.”해인의 눈가가 젖어 들었다. “제가 한 회장님께 말씀드릴게요. 제가 방법을 찾아볼게요. 언니를 여기서 내보내 달라고 꼭 말씀드릴 테니까, 더는 그런 짓 하지 마세요.”“그러지 마.”최수나가 해인을 붙잡았다. “해인아, 너는 동현이 동생이잖아. 그동안 강씨 가문 사람들의 보살핌도 없이 혼자 살아오느라 원래부터 많이 힘들었을 거야.”“난 네가 또 남들 비위나 맞추면서 아부하러 다니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아. 동현이도 그건 바라지 않았을 거야. 나는 네가 네 자신을 잘 아껴줬으면 좋겠어.”최수나의 마음속에서 해인은 이미 오래전부터 가족이었다.예전 강씨 가문에서 가족의 사랑을 한몸에 받던 작은 공주님이, 언젠가부터
방 문은 잠겨 있었다.해인이 문을 두드린 지 꼬박 2분 정도 지났을 때, 한 가사도우미가 조심스레 이쪽으로 걸어왔다.“작은 사모님, 그만 두드리세요. 안에는 아무도 없습니다.”해인은 곧바로 물었다.“최 여사님은요? 어디 계세요? 사실대로 말씀해 주세요!”해인은 그 가사도우미를 알아봤다. 최수나 곁에서 오래 붙어 시중들던 사람이었다.최수나 곁을 그렇게 오래 있었다면, 아무래도 정이 없을 리 없었다.가사도우미는 금방이라도 말을 꺼낼 듯 입술을 달싹이다가, 결국 주위를 한번 살폈다. 그러고는 남들 눈을 피해 아주 조심스럽게 한쪽 방향을 손끝으로 가리켰다.해인은 고개를 들어 그쪽을 바라봤다.한원랑의 서재였다.얼마 전 해인도 한 번 들어간 적이 있는 곳이었다. 그때 해인은 거기서 선물 하나를 골라 나오기도 했다. 듣기로는 한원랑조차 아무나 발을 들이는 걸 허락하지 않는 장소인데, 안에는 한원랑이 아끼는 물건들만 가득하다고 했다.해인은 곧장 그쪽으로 뛰어갔다.하지만 문은 단단히 잠겨 있었다. 열쇠가 없이는 안에 들어갈 수 없었다.해인의 눈가가 붉어졌다. 해인은 미친 듯 문을 두드리며 외쳤다.“언니? 언니, 안에 계세요?”해인은 문틀에 귀를 바짝 댔다. 하지만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정말 사람 하나 없는 것처럼 고요했다.해인은 발만 동동 굴렀다. 그래도 이렇게 애만 태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그때 해인은 문득 서고 창문이 떠올랐다. 그곳 창문은 전부 한지로 바른 고풍스러운 형태였다. 해인은 예전에 유심히 본 적이 있었다.해인은 바로 반대편 벽 쪽 창문으로 달려갔다. 망설일 것도 없이 손가락으로 창호지에 구멍을 냈다.안쪽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방 안에는 따로 막아 놓은 공간이 있었다. 투명한 유리로 만든 원통형 구조물이었고, 주변에 놓인 진귀한 물건들과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었다. 그 안 바닥에 한 여자가 힘없이 주저앉아 있었다. 맨발이었다. 옆에는 줄이 끊어진 가야금이 하나 놓여 있
김 집사는 그 상자를 해인에게 건넸다.반지 상자처럼 생긴 물건이었다. 해인은 별생각 없이 그걸 가방 안에 넣어 두었다. 천하솜이 유호와 해인에게 관계를 조금 풀어 보자며 보내온 선물쯤으로 여겼다.본가의 점심상은 퍽 푸짐했다. 해인은 아직 입덧이 조금 있는 상태였지만, 그래도 영양은 골고루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차려진 음식마다 꼭 맛을 봤다.그런데 두 사람이 본가를 나와 차에 오른 지 채 10분도 되지 않았을 때, 유호가 갑자기 미간을 찌푸렸다.뒷머리가 바늘로 찌르는 듯 또다시 욱신거리기 시작했다.유호는 눈을 감고 좌석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통증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며 버텼다.해인은 유호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해인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래?”유호가 검은 눈을 천천히 떴다. 눈가에는 옅은 물기가 번져 있었지만, 정작 말투만큼은 느슨하고 태연했다.“그렇게 걱정돼?”해인은 유호의 관자놀이에 식은땀이 맺힌 걸 놓치지 않았다.해인은 장난으로 넘길 생각이 없었다. 더 또렷한 목소리로 물었다.“대체 어디가 불편한 거야? 어디 아픈 거야?”유호는 조금 아프다고 호들갑을 떨고 싶지 않았다. 이 정도 통증에 유난을 떨면 그게 무슨 사내인가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별거 아니야.”해인은 유호 얼굴을 잠시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고는 곧장 결론을 내렸다.“병원으로 가요!”운전기사는 그 말을 듣자마자 빠르게 차를 돌렸다.유호는 그게 우스운지 소리 없이 웃었다.“분명 내 사람들인데, 이제 다 네 말부터 듣네.”앞에서 운전하던 기사는 괜히 코끝을 한번 만졌다. ‘왜 그런지야 대표님이 더 잘 아시잖아요.’‘정작 본인부터 완전히 사모님 말이면 꼼짝 못 하시면서...’해인은 가방 안에서 핸드폰을 찾았다. 우진에게 연락해서 오후에는 회사에 조금 늦게 들어가겠다고 말하려던 참이었다.그런데 손끝에 느닷없이 아까 천하솜이 김 집사를 통해 전해 보낸 작은 상자가 걸렸다.해인은 무심코 그 상자를 열었다.그 안에
조우는 울음을 터뜨리며 소리쳤다.“그 사람이 내 엉덩이만 골라서 때렸어! 아주 다 터진 줄 알았다니까! 진짜 아파 죽겠어!”엉덩이는 살집이 많은 곳이라 꼭 심하게 다쳤다고 보긴 어려웠다. 다만 조우는 어려서부터 귀하게만 자란 아이였다. 지금껏 조우에게 손을 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이렇게 한 번 크게 얻어맞았으니, 조우의 머릿속에 오래 남을 수밖에 없었다.천하솜은 원망이 가득한 눈으로 유호를 노려봤다. 그렇다고 대놓고 따지지도 못했다.유호는 일을 너무 깔끔하게 처리했다. 꼬투리 잡힐 만한 흔적이 남아 있을 리 없었다. 이 일은 누가 봐도 끝까지 밝혀질 가능성이 낮았다.한원랑도 마찬가지였다. 양쪽 아이들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나을 정도였다. 증거도 없는 일을 두고 정말로 벌을 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한원랑이 더 중요하게 여기는 건 집안의 겉모습이었다. 조용하고 화목해 보이는 것, 한원랑에게는 그게 더 중요했다.해인은 한씨 가문에 들어온 뒤로 한참이 지나도록 최수나를 보지 못했다. 해인 마음속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이 자꾸 고였다.해인이 한원랑을 바라보며 물었다.“아버님, 최 여사님은 어디 가셨어요?”한원랑이 무심히 답했다.“Y시에 갔다. 아직 안 돌아왔어.”‘Y시?’‘또 연주하러 간 걸까?’잠시 뒤, 한원랑은 친구를 만나러 밖으로 나갔다.문승은 아직 병원에 누워 있었다. 왕단영은 문승에게 가져다줄 식사를 챙기느라 서둘러 나갈 채비를 했다.왕단영이 유호 곁을 지나칠 때, 고개를 들고 유호를 봤다.“유호야, 아무리 그래도 내가 널 한때 키워 준 사람인데. 조우 일은 그렇다 쳐도, 조우는 네 배다른 동생이잖니?”“문승이는 내가 나중에 데리고 들어온 애라 한씨 가문 피는 한 방울도 안 섞였어. 그런데도 네가 문승이한테 이렇게까지 심하게 할 필요가 있었니?”의사는 문승이 힘줄까지 다쳤다고 했다. 두세 달은 꼼짝없이 누워 있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조우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문승 쪽이 더 심했다.눈썹을 살짝 치
해인이 뭐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유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유호는 전화기를 귀에 갖다 댔다. 수화기 너머에서 주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됐어.”차 안은 밀폐된 공간이었다. 해인은 그 말을 또렷하게 들었다. 그녀는 흠칫하더니 곧바로 유호를 돌아봤다.“뭐가 됐다는 거야? 그분들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왕단영이나 천하솜은 그렇다 쳐도 최수나는 달랐다.유호는 아직 최수나와 해인의 관계를 모르고 있었다.‘혹시 유호 씨가 수나 언니까지 건드린 건 아닐까?’‘설마 수나 언니까지 엮인 건 아니겠지?’유호는 자세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이따 본가에 가면 알게 돼.”...2분 뒤, 차는 본가 앞에 멈춰 섰다.해인은 기다릴 것도 없이 차 문을 열었다. 막 발을 내딛자마자 멀리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천하솜의 큰 목소리는 한참 떨어진 곳에서도 또렷하게 들릴 정도였다.“회장님! 조우는 이제 겨우 일곱 살이에요! 학교 다닌 지 얼마나 됐다고, 원한 살 일도 없는 애를 대체 누가 납치해 갔겠어요?”“조우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저는 어떻게 살라고요!”조우는 한원랑의 혼외자였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돈을 노린 납치라고 하기에도 이상했다. 조우가 한씨 가문의 혼외자라는 걸 모른다면 굳이 조우를 노릴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한씨 가문에는 군 쪽 배경까지 있었다. 그런 집안의 사람을 건드릴 배짱이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해인은 자신도 모르게 유호를 돌아봤다.유호는 느긋하게 서 있었다. 그러면서 턱을 살짝 치켜들었다.누가 봐도 칭찬을 기다리는 눈빛이었다.해인은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 비슷한 웃음을 삼켰다. 아이 달래듯 유호의 손을 가볍게 잡아 주었다.유호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한편 왕단영도 옆에서 훌쩍이고 있었다.“흐윽, 회장님, 문승이가 오늘 아침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스포츠카 한 대가 끼어드는 바람에 가드레일 쪽으로 몰렸어요.”“그대로 바닥에 크게 넘어져서 허벅지 살이 다
재준은 눈앞의 남자가 해인을 배신한 장본인일 거라고 짐작했다. 재준은 아주 자연스럽고 예의 바르게 해인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면서 몸으로 막았다.그 행동은 태겸의 신경을 더 자극했다.태겸의 손에 들려 있던 와인잔이 그대로 으스러지면서 유리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예전의 해인은 늘 태겸의 뒤에 숨어 있던 사람이었다.하지만 지금 해인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은 태겸이 아니었다.태겸이 조용히 물었다.“이 사람, 누구야?”이미 태겸과 해인 사이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있던 사람들은, 이 질문이 나오자 노골적으로 표정이
유호의 주변에는 묘하게 가라앉은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하지만 대현은 입을 쉬지 못하는 성격답게, 결국 말을 꺼내고 말았다.“근데 말이야, 설령 다 끝난 사이라고 해도... 네 할머니가 갑자기 며느리를 들인 거잖아.”“너 지금 법적으로는 기혼인데, 강해인 씨가 그걸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 수 있을까?”이런 문제는 어떤 여자가 상대라 해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그 말이 유호의 신경을 정확히 건드린 듯했다. 유호는 차갑게 대현을 한 번 훑어보더니 말했다.“너 차 없냐? 왜 남의 차에 붙어 있어. 내려.”대현은 잠시
고민건의 눈빛에는 자애와 걱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해인아, 지금은 어디서 지내니?”해인에 대해서 고민건은 늘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다. 그때의 사고는 결국 고민건 때문이었고, 그 일로 해인은 가족을 잃었다. 그 사실이 지금까지도 가시처럼 남아 있었다.고민건은 아직도 쉽게 믿기지 않았다. 해인이 정말로 태겸과 헤어지겠다고 결심했다는 것이. 태겸과 해인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랐고, 쌓아온 시간과 인연도 정말 길었다.해인이 팔겠다고 한 그 집은 ZC그룹과 다른 개발사들이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였다. 그 일로 고민건은 지인
해인은 커피를 거의 다 마시면서 한바탕 구경을 끝냈다.예주의 안색은 창백했다가 새파랗게 질리기를 반복했다. 오가는 사람들마다 예주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노골적인 비웃음이 드러나 있었다.예주는 그 시선 하나하나가 몸에 꽂히는 듯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파고들고 싶은 심정이었다.해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오에게로 다가갔다. 그녀는 빈손으로 온 건 아니었다. 고민건이 술을 좋아한다는 걸 알기에 오기 전 일부러 좋은 술 두 병을 사 두었다.기오는 그걸 보자마자 곧바로 허리를 굽혀 술병을 받아 들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