共有

제4화

作者: 오월이
예주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미묘한 빛이 스쳤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오빠가 해인 언니한테 너무 잘해 주는 거죠. 언니가 그걸 몰라주는 거예요.”

그 말에 태겸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예주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까 그 진주 목걸이 말이에요...”

태겸은 대답하지 않고 해인 옆자리에 앉았다.

곧 첫 번째 경매 물품이 무대 위에 올려졌다.

진주 목걸이였다.

윤기 좋은 진주들이 조명 아래에서 은은한 빛을 내고 있었다.

해인은 한눈에 마음이 갔다.

시작가는 4억 원.

해인은 망설임 없이 패들을 들었다.

“6억 원.”

그러자 뜻밖에도 예주가 함께 패들을 들었다.

“6억 5천만 원.”

‘산골 출신에 일한 지도 1년도 안 됐을 텐데 저 돈은 어디서 나온 거지?’

해인은 다시 패들을 들었다.

“10억 원.”

예주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해인 쪽을 바라봤다. 붉어진 눈가에는 억울함이 묻어 있었다.

“해인 언니, 언니는 그렇게 돈도 많은데 이런 보석이야 얼마든지 살 수 있잖아요. 그냥 진주 목걸이 하나인데, 왜 저하고 경쟁을 하세요?”

해인은 가볍게 웃었다.

“여긴 경매장이야. 높은 가격을 부른 사람이 가져가는 게 규칙이지. 왜 네가 억울해하는데? 하예주, 자신의 분수에 맞는 자리에 앉아야지. 여긴 네가 올 곳이 아니야.”

예주는 입술을 깨물며 눈시울을 붉혔다.

“네, 제가 부족하죠. 촌에서 올라온 사람이 이런 자리에 어울릴 리 없죠. 하지만 이 진주 목걸이는 저희 집안 대대로 내려온 보물이에요.”

“백 년 전에 잃어버린 걸 이제야 찾게 된 거예요. 그냥 추억으로라도 갖고 싶었을 뿐인데, 왜 그렇게까지 저를 몰아붙이세요?”

‘보물이라고? 백 년 전?’

‘이야기가 너무 허술하네.’

주변에서도 낮은 목소리로 수군거림이 퍼졌다. 시선들이 예주 쪽으로 쏠렸다.

예주의 안색이 점점 흐려졌다.

그때, 스태프 한 명이 무대 뒤에서 나와 경매사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속삭였다.

경매사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이내 장내를 향해 또렷하게 알렸다.

“특별 응찰이 들어왔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 객석 여기저기서 낮은 웅성거림이 번졌다.

특별 응찰은 특정 응찰자가 해당 작품에 대해 상한선 없이 경쟁 의사를 밝히는 방식이었다.

다른 참가자들이 모두 응찰을 포기할 때까지 가격은 계속 올라가며 마지막까지 남은 금액으로 낙찰이 확정된다.

누군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누가 특별 응찰을 건 겁니까?”

경매사의 시선이 객석 한쪽으로 옮겨갔다.

“하예주 씨를 대상으로 한 특별 응찰입니다. 이번 진주 목걸이는, 다른 응찰자가 없을 경우 하예주 씨 명의로 낙찰이 진행됩니다.”

“하예주 씨, 혹시 재벌가에서 잃어버린 딸 아니에요?”

“아니면 어떤 재벌이 이분한테 반해서 대신 질러준 건가?”

“...”

말들이 오가는 가운데, 예주는 태겸을 바라봤다. 눈빛에는 감격이 담겨 있었다.

이제야 여유가 생긴 듯 예주는 턱을 들고 말했다.

“해인 언니, 그래도 계속 하실 거예요?”

해인의 몸이 굳었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돌려 태겸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해인과 예주가 목걸이를 두고 팽팽하게 맞서던 동안, 태겸은 핸드폰을 들고 누군가와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특별 응찰이 선언됐다.

해인의 시선이 닿자 태겸의 핸드폰 화면이 꺼졌다.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뜬 해인은 손끝이 떨렸다.

고씨 가문은 부유했지만, 고민건은 태겸이 돈을 함부로 쓰는 사람이 되길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태겸에게 거액의 자금을 준 적이 없었다.

태겸이 쓰는 돈은 모두 YD그룹에서 벌어들인 것이었다.

YD그룹은 지금도 임시 대표 체제였다.

해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우리 집에서 돈을 벌고, 우리 집안 돈까지 쓰다가, 나중엔 아예 뒤집어 엎겠다는 거야?’

‘이렇게까지 해야 해?’

주변의 공기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해인은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 사람들의 놀란 눈길 속에서 다시 패들을 들었다.

“200억 원.”

‘고태겸이 하예주를 위해 계속 가격을 높이겠다면, 끝까지 가 보지.’

‘영웅 노릇을 어디까지 하는지 보겠어.’

200억이라는 숫자가 울려 퍼지자, 장내 분위기는 단숨에 달아올랐다.

경매사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진주 목걸이 하나가 200억 원이라니,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금액이었다.

해인 옆에 앉아 있던 태겸의 표정이 무너졌다.

조금만 더 올라간다면, 이 목걸이 하나로 전 재산을 털어 넣어야 할 판이었다.

다행히 해인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경매장을 빠져나갔다.

태겸이 뒤따라가려고 했지만, 예주가 팔을 붙잡았다.

예주는 감정이 가득 담긴 눈으로 말했다.

“오빠, 오빠가 저를 위해 끝까지 가격을 높일 줄은 정말 몰랐어요.”

사실 태겸은 후회하고 있었다.

돈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무모한 사람도 아니었다.

몇 억 원이면 끝났을 목걸이가 해인 때문에 200억 원까지 치솟았다.

그럼에도 태겸은 예주에게 약속했다.

조상 대대로 내려온 진주 목걸이를 꼭 찾아주겠다고.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해인의 마음에 들었던 물건은 그리 많지 않았다.

굳이 해인과 경쟁할 필요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죄책감이 밀려왔다.

태겸은 예주를 두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이미 해인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

해인이 경매장을 떠난 건, 진이철에게서 전화가 걸려왔기 때문이었다.

YD그룹의 매수자가 윤곽을 드러냈고, 직접 만나 이야기하고 싶다는 전갈이었다.

“아저씨, 어떤 분이신가요?”

해인은 이 일이 꽤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상장사의 지분 정리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고, 그만한 자금력을 가진 쪽도 드물었다.

자금이 있어도 고씨 가문을 정면으로 건드리는 선택을 쉽게 하진 않을 터였다.

[KH그룹입니다. 다만 조건은 아직 조율이 필요하고요. 회장님도 일단은 관심을 보인 단계입니다.]

해인은 잠시 말을 잃었다.

KH그룹.

최근 몇 년간 YD그룹의 주요 사업을 여럿 가져간 곳이었다.

태겸이 경쟁사라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고, 해인에게도 여러 번 언급한 이름이었다.

해인은 기업 간의 세세한 흐름까지는 알지 못했다.

다만, KH그룹의 실질적인 책임자가 좀처럼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라는 점, 그리고 군 쪽과 연결이 있다는 소문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 외에는 아는 것이 없었다.

해는 이미 기울고 있었고, 해인은 약속된 장소인 회원제 클럽으로 향했다.

혹시 모를 변수를 대비해,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했다.

클럽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해인은 주차된 차들을 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익숙한 번호판들이 여럿 눈에 들어왔다.

‘고태겸이랑 그 무리도 여기 있었네.’

경매장을 나온 뒤 태겸에게서 여러 통의 전화가 왔지만, 해인은 모두 받지 않았다.

직원이 다가와 예약된 룸이 있는지 물었다.

습관처럼 해인은 태겸이 늘 사용하던 룸 번호를 말하고 말았다.

문이 열리자 안의 공기가 잠시 가라앉았다.

검은 셔츠의 단추를 몇 개 풀어낸 태겸이 소파에 기대 앉아 있었다. 손가락 사이에는 담배가 끼워져 있었고, 다른 손에는 술잔이 들려 있었다.

해인을 본 태겸은 곧바로 담배를 껐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자리에서 일어나 해인에게 다가왔다.

“여긴 왜 왔어?”

태겸 몸에 밴 술 냄새가 가까이에서 느껴졌다. 열어 둔 셔츠 사이로 탄탄한 가슴이 드러나 있었다.

해인도 부인할 수 없었다.

태겸은 잘생겼고, 명문가 자제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

룸 안에 있던 이들도 하나둘 해인을 알아보고 말을 붙였다.

“제수씨, 어서 들어와요. 태겸이가 아까부터 계속 해인 씨 얘기하던데요.”

“해인 누나, 우리 태겸 형한테 무슨 주문을 걸었길래 하루 종일 누나 얘기만 해요?”

“야, 누나 말고 형수님이라고 불러.”

“...”

해인은 그 사람들의 농담에 반응하지 않았다. 자신이 잘못 들어온 걸 깨닫자 바로 돌아서려 했다.

그때, 태겸이 해인의 손목을 붙잡았다.

“여보.”

해인은 태겸을 똑바로 바라봤다.

“하예주랑 같이 다니면서 나한테는 왜 이래?”

오늘 밤, 예주도 이 자리에 와 있었다.

태겸이 바로 설명했다.

“예주는 내가 부른 거 아니야. 저기 파란 옷 입은 애 보이지? 윤준이가 새로 만나는 여자친구야. 오늘 생일인데, 예주는 그 친구가 부른 거고.”

예주는 윤준의 여자친구 옆에 앉아 있었고, 태겸과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태겸의 말이 틀려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해인은 사실 여부를 따질 생각이 없었다.

한 사람은 나가려 하고, 한 사람은 붙잡고 있었다.

해인과 태겸 사이의 공기가 묘하게 팽팽해졌다.

그 분위기를 눈치챈 누군가가 웃으며 말했다.

“해인아, 왜 그래? 태겸이랑 싸웠어?”

この本を無料で読み続ける
コードをスキャンしてアプリをダウンロード

最新チャプター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586화

    희정의 눈가가 붉게 달아올랐다.“왜... 왜 내가 차씨 집안의 장녀인데, 아빠는 나를 깎아내리고 남을 감싸?”“강해인이야. 분명히 강해인이 그랬어. 아빠를 완전히 세뇌시킨 거야!”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희정은 안색마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서진은 아파트에서 희정 곁을 지키고 있었다. 가사도우미가 식탁 위에 반찬과 국을 차려 놓자, 서진은 희정의 손을 잡고 식탁 쪽으로 데려갔다.“지금 임신 중이잖아. 마음을 너무 몰아붙이면 몸에도 안 좋아. 아이를 낳기로 마음먹었으면 네 몸부터 챙겨야 해.”서진이 어떻게든 희정을 달래 보려고 했지만 희정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내가 어떻게 신경을 안 써? 아빠가 나한테 정신질환이 있다고 한마디 하는 바람에 내가 짜 놓은 계획이 전부 망가졌어.”“유호가 아직도 나를 찾지 않는 것도, 아이의 정체를 확신하지 못해서 그런 거야. 너는 유호가 이 아이를 인정할 것 같아?”서진의 눈매가 가라앉았다.“희정아, 한유호가 너랑 잔 적 있어?”희정이 멈칫했다.“그게 무슨 말이야?”“한유호가 애초에 너랑 잔 적도 없는데, 네 배속 아이가 어떻게 한유호의 아이가 돼?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멍청하다고 생각해?”“유호가 술에 취했던 적이 한 번 있었어. 비서도 곁에 없었고. 그날 유호가 나를 임신시켰다고 말할 수 있어.”그 무렵 희정은 유호와 자주 만났다. 대부분은 주헌이 따라붙었지만, 주헌도 늘 곁에만 있을 수는 없었다. 빈틈은 분명히 있었다.서진은 고개를 저었다.“남자는 마음에도 없는 여자 앞에서는 아무리 여자가 옷을 다 벗어도 반응하지 않아.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서진은 이를 악물었다가 말을 끝냈다.“너한테는 아예 관심이 없다는 뜻이야.”그 한마디에 희정은 완전히 폭발했다. 벌떡 일어난 그녀가 젓가락을 식탁 위로 내던졌다.“지금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해!”“사실을 말하는 거야. 지금 당장은 어찌어찌 속인다고 쳐. 아이가 태어나면?”“한유호가 친자 확인을 하자고 하면 그때는 어쩔 건데? 또 내가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585화

    차장섭은 한숨을 내쉬었다.희정에게 할 말은 이미 오래전에 다 했다. 하지만 희정은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억지로 잡아 온다 해도 또 도망칠 방법을 찾을 것이다.게다가 이미 집에 두 달이나 가둬 둔 셈이었다. 정말 평생 가둬 둘 수는 없을 것이다.아이도 유호의 아이가 아니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차장섭은 조금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희정이 서진과 함께 있다면 당장 위험하지는 않을 것이다.“일단은 놔둬. 집사람 몸이 좋지 않아. 지금은 희정이에게 기운을 쏟을 여력이 없어.”차장섭은 공무로도 바빴고, 틈틈이 도수희 곁을 지켜야 했다. 아버지로서 희정에게 실망이 컸지만, 그렇다고 딸의 마음까지 마음대로 바꿀 방법은 없었다.희정은 아이를 낳겠다고 버티고 있고, 아이가 사생아도 아니라면 일단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서진은 차장섭도 어릴 때부터 봐 온 아이였고 희정에게 잘했다. 희정이 서진과 결혼한다면, 차장섭으로서도 아주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차장섭이 지시했다.“사람을 붙여서 희정이를 잘 지켜봐. 해인이 생활을 방해하지 못하게 해.”비서가 물었다.“그럼 만약 희정 아가씨께서 계속 언론 앞에서 이상한 발언을 하신다면요?”차장섭은 잠시 침묵했다. 이번 일은 자기 딸이 잘못한 것이었다. 아버지로서 묵인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자신이 직접 나서야 했다.“온라인 실시간 검색어는 모두 내려. 기자회견을 열고 희정이 정신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고 발표해.”“지난번 발언은 증세가 심해져서 나온 망언이었다고 해. 또 내 명의로 한유호 대표에 사과의 뜻을 담은 선물을 보내.”그 말은 사실상 대중에게 아이가 유호와 무관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었다....차장섭이 개입하자 상황은 정말로 바뀌기 시작했다.기자회견은 다음 날 오전 8시에 열렸다.회견이 끝난 뒤 온라인은 다시 떠들썩해졌다.[차희정 씨한테 정신질환이 있었다고? 처음 듣는데?][그렇게 멀쩡해 보였는데 정신질환이라니 말이 돼? 그냥 위기관리용 해명 아니야?][근데 이상하지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584화

    해인 자신도 곧 엄마가 될 사람이기 때문일까? 해인의 감정은 이전보다 예민해져 있었다. 그리고 도수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친어머니가 얼마나 억울하고 막막했을지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그래서 그분이 거의 집착처럼 나를 되찾고 싶어 했던 이유가...’해인은 반년 전, 주여진이 세상을 떠나기 전 며칠을 떠올렸다.주여진은 해인의 손을 붙잡고 신신당부했다. 언젠가 자신마저 없게 되면 친부모를 찾아가라고 했다. 피로 이어진 인연은 가장 끊기 어려운 것이라고도 했다. 정말 어려운 일이 생기면 도움을 받을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그때 해인은 마음속에서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원하지도 않았다.그래서 차장섭과 도수희에게 계속 거리를 두었다. 그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았다.해인은 오래 침묵한 끝에 입을 열었다.“정말 넉 달밖에 안 남으셨나요?”차장섭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의사가 그랬다. 맞는 신장을 찾지 못하면 넉 달 정도라고.”해인이 물었다.“조직 검사를 받은 사람은 누구예요?”차장섭이 대답했다.“의사는 직계가족이 맞을 확률이 크다고 했어. 하지만 네 엄마의 두 오빠는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어. 조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은 신장 이식 대기 명단에만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야.”해인은 잠시 말이 없었다.돈과 이익 때문에 친동생의 갓난아이도 버릴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도수희에게 잘해 줄 리 없었다.그런 이기적인 사람들에게 조직 검사를 기대한다니. 가능할 리 없었다.해인의 얼굴에는 깊은 생각이 스쳤다.그녀는 테이블 위의 공증 서류를 다시 차장섭에게 밀어주었다.“이건 가져가세요. 저는 필요 없습니다.”차장섭의 미간이 좁아졌다.“해인아... 이건 아빠가, 아니 내가 너에게 해 주는 보상이다. 내 마음이야. 꼭 받아 줬으면 한다.”해인은 고개를 저었다. 대가 없이 받는 큰돈은 부담이었다. 더구나 차장섭의 말이 사실이라면, 차장섭과 도수희 역시 어느 면에서는 피해자였다.그래서 이 두 사람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583화

    장인의 눈으로 보아도, 한유호라는 사위는 흠을 찾기가 어려웠다. 유호는 생각이 깊고, 매사 해인을 먼저 살폈다.식당 음식은 해인의 입맛에 맞는 듯했다. 해인은 꽤 맛있게 먹었다. 반면 차장섭은 음식이 입으로 넘어가지 않았다.유호가 희정의 뱃속 아이와 자신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한 뒤, 차장섭의 해인에 대한 죄책감은 더 거세게 밀려왔다.그는 비서를 안으로 불렀다.서류 가방을 들고 들어온 비서가 그 안에서 두툼한 서류 뭉치를 꺼냈다.차장섭은 그 서류를 해인 앞으로 밀어 놓았다.해인이 눈썹을 찌푸렸다. 노란 봉투에 싸인 서류를 바라보다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이게 뭐예요?”차장섭이 말했다.“열어 보거라.”해인은 천천히 봉투를 풀었다.문서를 확인한 그녀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공증 서류였다.차장섭은 자신의 명의로 된 모든 재산을 공증해 두었다. 전부 해인에게 넘긴다는 내용이었다.해인의 미간이 더 깊게 좁아졌다.“무슨 뜻이에요?”차장섭이 말했다.“내가 가진 모든 재산이 여기 들어 있다. 많지는 않다. 하지만 내 마음이고, 너에게 진 빚을 갚고 싶은 뜻이기도 해.” “네가 받아야 할 몫이기도 하지. 거절하지 말고 사인하거라.”해인이 물었다.“전부요? 차희정 씨는요?”이 일을 준비하기 전까지만 해도 차장섭은 희정에게 미안한 마음이 조금 있었다. 아무것도 남겨 주지 않는 일이 마음에 걸렸다.하지만 희정이 저지른 일을 알고 난 지금, 그 미안함은 사라졌다.차장섭은 해인에게 진 빚이 있고 희정도 해인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었다.“그 아이에게 남겨 줄 건 없다. 해인아, 내가 이걸 주는 건 돈으로 너를 붙잡으려는 게 아니다. 내 진심을 보여 주고 싶었다.”“나와 네 엄마는 단 하루도 너를 키워 주지 못했다. 정말 미안하다.” “하지만 그때 우리에게도 사정이 있었단다. 네 엄마가 일부러 너를 버린 게 아니야. 억지로 빼앗긴 거야.”“난 이걸로 단지 한 번의 설명할 기회를 얻고 싶을 뿐이다.”차장섭은 그해 자신과 도수희가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582화

    역시 시장이라 사생활 보호를 철저히 챙겼다.차장섭은 이미 룸 안에 앉아 있었다.해인이 들어오자 그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선은 해인의 얼굴에 머물렀다가 천천히 배로 내려갔다.“고생이 많구나.”차장섭의 눈에는 격한 감정이 일렁였다. 하고 싶은 말이 수없이 많아 보였다.하지만 끝내 입 밖으로 나온 말은 한마디뿐이었다.“어서 앉거라.”차장섭은 지나칠 만큼 다정하게 메뉴판을 내밀었다.“네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몰라서 아직 주문을 못 했다.”해인은 자리에 앉았지만 메뉴판을 받지 않았다. 분위기가 조금 어색해졌다.그녀가 담담히 말했다.“저는 가리는 음식 별로 없어요.”차장섭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결국 유호가 손을 뻗어 메뉴판을 받았다.“본인이 안 가려도, 뱃속 아기는 가리잖아.”유호는 메뉴판을 훑고 서빙 직원에게 몇 가지 음식을 주문했다. 마지막에는 따로 당부도 했다.“참, 제 아내는 파를 못 먹습니다. 고명에서도 빼 주세요.”서빙 직원은 적어 둔 뒤 메뉴판을 들고 나갔다.그제야 차장섭의 시선이 유호에게 향했다.유호는 해인의 취향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들어온 뒤부터 해인에게서 거의 눈을 떼지 않았다.테이블이나 의자 옆을 지날 때도 일부러 손으로 사이를 막아 주었다. 해인의 부른 배가 혹시라도 시야가 가려진 틈에 부딪칠까 걱정하는 모습이었다.‘이런 남자가 바람을 피웠다고?’차장섭은 이 일에 다른 사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몇 분 뒤 서빙 직원이 차 주전자를 들고 들어와서 세 사람에게 따르려 했다.해인의 잔에 따르려고 하자 유호가 손으로 막았다.“지금은 늦은 시간이라 제 아내는 차를 마시면 밤에 잠을 잘 못 잡니다. 따뜻한 물로 바꿔 주세요.”룸 안에는 세 사람만 남았다.차장섭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최근 뉴스 말이다. 내가 희정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서 그 아이가 함부로 말을 했다.”실제로 이틀 동안 인터넷은 이 일로 들끓었다. KH그룹의 주가까지 영향을 받았다.오늘은 월요일이라 기자들이 KH그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581화

    해인은 낯선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세요?”차장섭은 세상 풍파를 겪을 만큼 겪은 사람이었다.그런데도 해인의 목소리를 듣자 이상하게 긴장했다.[해인아, 나다. 아빠다.]해인의 미간이 곧바로 좁혀졌다.‘아빠’라는 호칭을 듣자 목소리는 차갑게 식었다.“죄송하지만, 제 아빠는 10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전화 잘못 거신 것 같네요.”말을 끝낸 해인이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전화 너머의 차장섭이 급히 말했다.[해인아, 네가 나를 원망하는 거 알아. 나도 변명할 생각 없어. 아버지로서 하루도 책임을 다하지 못한 건 사실이니까.][그런데 네 엄마 몸이 많이 안 좋다. 의사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어. 네 엄마가 너를 한 번만 보고 싶어 한다.]그 말을 들은 해인의 손이 멈췄다.“많이 아프신가요?”당당한 시장이었지만, 차장섭은 해인 앞에서 한없이 낮아져 있었다. 목소리는 바닥까지 내려앉았다.[그래. 맞는 신장을 찾지 못하면 길어야 넉 달이라고 했다. 해인아, 네가 우리를 미워해도 좋다. 그래도 내가 부탁하마.][네 엄마가 후회만 안고 떠나게 하지는 말아 다오. 생사를 앞둔 일 앞에서는, 미움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지 않겠니?]‘넉 달’이라는 말을 듣자 해인의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았다.그녀는 줄곧 도수희를 원망하면서 자신을 버린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도수희가 찾아와도 말을 섞지 않았고, 가까이 지내려 하지 않았다.그런데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왜 있는 걸까? 친엄마가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자 가슴 한쪽에 돌덩이가 들어앉은 듯 답답했다.해인은 전에는 도수희의 병이 동정을 얻기 위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차장섭이 도수희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거짓말을 해 가며 자신을 만나려 들 이유도 없었다.하지만 해인의 마음속 응어리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녀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말했다.“생각해 볼게요.”[천천히 생각해도 된다. 그런데 오늘 나랑 밥 한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457화

    해인의 시선은 차창 밖에 머물러 있었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겨울이었지만 오늘은 햇살이 꽤 좋았다. 해인은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조금 열어 둔 채, 손바닥을 배 위에 가만히 올리고서 아기의 태동을 느끼고 있었다.이 작은 녀석은 갈수록 활발해졌다. 특히 해인이 아침을 먹고 나면 꼭 배 속에서 한바탕 움직이곤 했다.바람이 해인의 머리카락을 살짝 들어 올리면서, 흩어진 머리카락이 유호의 뺨에 닿았다.유호는 뭔가가 계속 코끝을 간질이는 느낌에 결국 잠에서 깼다.최근 유호는 쉬지 않고 일에만 매달렸다. 너무 지쳐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451화

    ‘왜 그런 감정이 드는 거지?’유호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올라간 유호는 이불을 걷다가, 자기 것이 아닌 인형 위에 털썩 앉고 말았다.네모바지 스폰지밥 인형이 입을 크게 벌린 채 유호를 향해 해맑게 웃고 있었다.그제야 유호는 떠올렸다. 이 방에서 해인도 잤을지 모른다고. 이건 해인의 물건일 가능성이 컸다.유호는 미간을 좁히고 네모바지 스폰지밥 인형을 한쪽에 내려놓은 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잠결에 빠져들려던 때, 핸드폰이 울렸다.주헌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샤브샤브집에서 나온 뒤로 주헌은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450화

    샤브샤브를 다 먹은 뒤, 영지는 해인과 함께 배도 꺼뜨릴 겸 쇼핑몰 근처 공원을 조금 걸었다.본가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밤 9시 반이었다.권영자와 한원랑은 평소에도 일찍 잠드는 편이었다. 저택 안의 불도 절반 넘게 꺼져 있었다.하지만 자정이 되어도 유호는 돌아오지 않았다.영지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일이 점점 손쓸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만 같았다. 영지는 유호가 밤새 들어오지 않는 걸 자기 할머니에게 알려야 할지 망설였다. 그래야 권영자가 알게 될 테니까.‘그런데 내가 말하면, 나중에 큰 사모님이 한 대표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449화

    희정은 눈가가 붉어진 채,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유호에게 말했다.“네 말이 맞아, 유호야. 내가 이렇게 자주 너한테 투자 얘기를 하자고 한 게 왜였겠어? 너랑 조금이라도 더 만날 기회를 만들고 싶어서였어.”“그런데 네가 이걸 네 결혼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 앞으로는 만나지 말자. 영화 투자 건도 여기서 끝내.”말을 마친 희정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유호는 미간을 찌푸렸다.‘끝낸다고?’이미 거의 다 논의된 영화 투자였다. 내부 절차도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였다. 그런데 이렇게 없던 일로 끝내자니

続きを読む
無料で面白い小説を探して読んでみましょう
GoodNovel アプリで人気小説に無料で!お好きな本をダウンロードして、いつでもどこでも読みましょう!
アプリで無料で本を読む
コードをスキャンしてアプリで読む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