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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Author: 귀차니즘
안수빈은 신예린에게 밀려 몇 걸음 뒤로 비틀거렸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신예린은 입술을 달달 떨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안수빈을 쏘아봤다.

하지만 안수빈은 억울하다는 얼굴로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뗐다.

“왜요? 내가 뭘요?”

그때 상황을 눈치챈 여하은이 다가왔다.

“예린아, 무슨 일이야?”

신예린은 주먹을 꽉 움켜쥐고 숨을 골랐다. 입을 떼기조차 힘든 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사람이 방금 내 엉덩이 만졌어요...”

여하은의 표정이 단숨에 굳어지며 안수빈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안수빈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고 평소 순한 인상답게 당황해 말까지 더듬었다.

“예, 예린 씨가 오해한 거예요. 난 그런 적 없어요.”

“아니요.”

신예린은 손이 떨릴 정도로 분노에 차 있었다.

“그쪽 방금 내 바로 뒤에 있었잖아요.”

“뒤에 있은 건 맞아요. 하지만 난 그저 물건 가지러 간 거고 예린 씨가 앞에 있어서 부딪혔을 뿐이에요. 절대 일부러 만진 거 아니에요.”

안수빈은 급하게 변명했다.

정말 말 같지도 않은 소리였다. 여자의 촉은 정확하다. 길을 걷다 누군가 휘파람을 불어도 그게 호감인지 불쾌한 희롱인지 단번에 알아챌 수 있다.

신예린은 방금 그 손길이 분명 의도적이라고 확신했다.

“무슨 일 있어?”

그때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장 이정문이었다. 그는 마침 매장 점검차 왔다가 신예린과 안수빈이 대치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안수빈은 그를 보자마자 살길을 찾은 듯 급히 말했다.

“매형! 예린 씨가 내가 일부러 자기 엉덩이 만졌다고 오해하고 있어요. 근데 절대 아니에요. 난 정말 실수였어요!”

신예린도 곧바로 이정문을 향해 소리쳤다.

“사장님, 전 거짓말 안 했어요. 방금 이 사람이 저 만졌어요. 분명히 느꼈어요.”

“이미 말했잖아요. 물건 가지러 갔을 뿐이고 그때 예린 씨가 앞에 있어서 부딪힌 거라고.”

두 사람의 목소리가 겹쳤고 이정문은 둘을 번갈아보더니 신예린에게 차갑게 말했다.

“예린 씨, 일하다 보면 스칠 수도 있는 거지, 그걸 가지고 이렇게 소란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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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닝포인트   제524화

    “대부님, 화이팅.”멀리서 주아윤의 함성이 들려왔다.모든 준비를 마치고 시작하려던 순간, 고개를 들자 원래 네 명이 있던 자리에 이제 세 명만 남아 있었다.‘이정현은 어디로 갔지?’소지훈은 조금 당황하며 초조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이렇게 멋진 모습을 그녀가 직접 봐야 하는데 안 그러면 이 모든 게 아무 의미가 없었다.“자, 빨리 시작하세요.” 코치가 재촉하자 소지훈은 이를 악물고 어쩔 수 없이 가속 페달을 밟았다.요란한 굉음이 울리며 소지훈의 차는 번개처럼 차도로 돌진했고 시위를 당긴 화살처럼 질주했다.“우와.”바람이 주아윤의 머리를 휘날렸고 아이의 시선은 소지훈의 차를 따라 움직였다.그런데 차 안의 소지훈은 의기소침해 보였다.이정현 앞에서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큰 격차를 벌리며 달리고 싶어서 며칠 동안 고생하며 연습했는데 상대는 전혀 관심도 없고 심지어 보지도 않고 그냥 가버렸다.생각하면 할수록 기분이 가라앉았고 점점 자신을 의심하게 되었다.그때 뒤에서 굉음이 들리더니 한 대의 카트가 점점 가까워지며 그를 추월할 기세를 보였다.‘젠장, 아까부터 거슬렸어. 뒤에서 계속 따라오더니 이젠 추월까지 하려고?’소지훈은 우울함을 분노로 바꿔 핸들을 돌리며 가속 페달을 밟았다.상대방은 그의 의도를 눈치챈 듯 속도를 올렸다.두 카트는 마치 뱀처럼 서로를 쫓고 얽히며 한동안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차 안에 있던 소지훈은 피가 끓어올랐다. 상대가 자신을 추월해 앞으로 달려갈 때 져서 자존심이 상하는 대신 오히려 속이 시원하고 경외감마저 느껴졌다.마침내 결승점에 도착한 소지훈은 차를 세우고 자신과 경주했던 사람이 아직 그곳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 등 뒤에 새겨진 11이라는 숫자를 알아보았다.“이봐요. 운전 잘하던데 인사나 하죠. 소지훈이라고 해요.”소지훈이 다가가 악수를 청하자 상대가 헬멧을 벗고 살짝 돌아섰다.소지훈은 그제야 여자의 우아한 몸매가 눈에 들어왔고 돌아보는 순간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짧은 머리카락이 휘날리며 눈가

  • 터닝포인트   제523화

    “아니면 뭐라고 불러요? 참 겸손하다니까요. 그렇게 대단한 배경을 가지고도 아무 말 안 했잖아요. 도지윤은 부원장 삼촌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신예린이 입술을 달싹이며 웃었다.“나는 나고 그분들은 그분들이죠. 진정한 존중을 받으려면 타인에게 의지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키워야 해요.”이정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어쨌든 도지윤이 떠나면 제일 기뻐할 사람은 진 선생님일 거예요.”신예린은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카트 타러 가는 날 신예린 가족과 이정현은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주아윤은 이정현을 보자마자 사랑스럽게 불렀다.“예쁜 이모.”이정현이 차에서 포장도 뜯지 않은 작은 인형을 건네자 주아윤은 기뻐하며 꼭 껴안고 달콤하게 외쳤다.“고마워요. 예쁜 이모.”“딸이 말을 참 예쁘게 해요.”이정현이 주아윤의 볼을 두어 번 쓰다듬으며 말했다.“나보다 예쁘게 하는 건 사실이에요.”말을 마친 신예린은 주시우가 자신을 쳐다보는 것 같았다.‘맞는 말 아닌가?’신예린이 머리를 긁적였다.주시우는 신예린이 기분 좋을 때면 말끝마다 남편이라고 부르던 모습에 떠올랐다. 주아윤과 막상막하였다.“소 선생님은 아직 안 왔어요?” 신예린이 주시우를 끌어당겼다.“어디 있는지 물어봐요.”주시우가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 “방금 문자로 먼저 들어갔다고 했어.”카트라이더 클럽의 장소는 꽤 넓었다. 구불구불한 카트 서킷, 낡은 타이어로 쌓아 올린 견고한 방어벽이 보이고 들어서자마자 굉음을 내는 엔진 소리와 날카로운 브레이크 소리, 관중들의 함성이 들려왔다.레이싱복을 입은 사람들도 꽤 많았다.신예린이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소 선생님은 어디 계시죠?”일부러 이정현을 데려오라고 해놓고 본인은 사라지다니.‘이런 사람이 무슨 결혼을...’그때 주아윤이 어느 한쪽을 가리켰다. “대부님이에요.”모두가 아이의 손가락을 따라 돌아보니 입구에 한 남자가 당당하게 서 있었다.레이싱복은 그의 날렵한 실루엣을 더욱 부각했다. 소지훈은 넓은 어깨

  • 터닝포인트   제522화

    “뭐라고요? 카트를 탄다고요?” 그릇에 향했던 신예린의 시선이 놀란 듯 주시우에게 향했다.주시우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요즘 그걸 배우고 있어.”소지훈을 가리키는 말이었다.신예린이 어색하게 말했다. “이 선생님 때문에 자극받은 건 아니겠죠?”“그럴 수도.”지난번 소지훈은 이정현에게 ‘비난’받은 이후로 레이싱을 제대로 배워보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레이싱은 강도가 너무 높아서 우선 카트부터 시작하기로 했다.“최근 실력이 늘었다고 생각하는지 우리를 초대했어.”주시우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신예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 동료도 같이 간다면 더 좋겠지.”“...”‘의도가 따로 있었네.’신예린은 웃으며 말했다. “알겠어요.”근무 중에도 신예린은 자신의 임무를 잊지 않고 이정현이 수술실에서 내려올 때쯤 무심한 척 물었다.“이 선생님, 레이싱에 관심이 있으시잖아요. 우리 아윤이가 요즘 카트를 배우고 싶어 해서 현장에 데려가려는데 같이 갈래요?”이정현은 수술로 뻐근해진 팔을 문지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내가 레이싱에 관심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허를 찌르는 말에 신예린은 마음이 뜨끔했다. 소지훈이 알려줬다고 할 수는 없었으니까.“동... 동료한테 들었어요.”이정현은 그 말을 듣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갈래요?” 신예린이 물었다.“언제요? 쉬는 날인지 확인해 봐야 해요.”신예린은 이미 이정현의 근무표를 확인한 뒤 일부러 쉬는 날을 골랐다.“모레요.”말하며 잠시 멈칫했다.“아, 소 선생님도 같이 가요.”이정현은 신예린의 은근한 눈빛을 보며 문득 웃음이 났다.“어쩐지, 속셈이 너무 뻔한데요.”신예린이 팔짱을 끼며 애교를 부렸다.“같이 가요. 아윤이도 이모 보고 싶대요.”이정현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애교 부릴 거면 그쪽 남편한테나 부려요.”신예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싫어요. 이 선생님께 부릴 거예요.”결국 이정현은 당해내지 못하고 타협했다.“알겠어요. 가면 되잖아요.”“앗싸.

  • 터닝포인트   제5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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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닝포인트   제520화

    무지한 주아윤은 자신이 아빠의 함정에 걸렸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마침내 어느 날, 신예린이 주아윤에게 방에 들어가 자자고 말했을 때 주아윤은 그들의 방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저었다.“엄마, 책에서 봤어요. 이제 저는 어른이니까 아빠, 엄마랑 같이 자면 안 되고 혼자 자야 해요.”이 말을 들은 신예린이 눈빛을 번뜩이며 시선을 주시우에게 돌렸다.옷을 정리하는 척하던 주시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걸 그녀는 분명히 보았다.‘교활한 사람!’신예린은 아무렇지 않은 듯 시선을 거두며 동시에 과장된 어투로 말했다.“정말? 세상에, 우리 아윤이는 참 용감하구나. 엄마랑 아빠는 아윤이가 정말 자랑스러워.”칭찬을 받은 주아윤은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치켜든 모습이 마치 오만한 공작새 같았다.아무것도 모른 채 뜻대로 해주는 격이었다.주아윤을 재운 뒤 신예린은 살금살금 방으로 돌아왔다.문을 열자마자 주시우가 보라색 잠옷을 손가락에 걸친 채 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불빛 아래에 선 주시우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신예린은 얼굴이 화끈거려 머뭇거리며 그에게 다가갔다.“이제 만족해요?”주아윤이 홀로 잠드는 것에 대해 하는 말이었다.방해꾼인 딸을 치우려고 온갖 수를 벌인 것이었다.주시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다소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입는 걸 봐야 만족할 것 같은데.”신예린은 차마 주시우를 보지 못하고 손을 뻗어 그가 들고 있던 잠옷을 빼앗았다.그녀는 욕실로 가서 갈아입으려 했지만 주시우가 허리를 감싸 안았다.“여기서 갈아입어.”신예린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싫어요. 부끄러워요.”“뭘 부끄러워해. 나도 안 부끄러워하는데.”‘옷을 벗는 건 나인데 당신이 뭐가 부끄럽겠어요.’그런 신예린의 생각을 읽은 듯 주시우가 덧붙였다.“부끄러우면 같이 벗자.”신예린은 부끄러워 견딜 수 없었다.주시우의 손이 다가오자 신예린이 버둥거리며 말했다. “내가 할게요.”“내가 도와줄게.”“싫어요.”나

  • 터닝포인트   제519화

    방 안에서 주아윤은 침대 가운데에 누워 있었고 주시우는 아이의 등을 살며시 토닥였으며 신예린이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신예린과 주시우는 가끔 서로를 바라보다가 다시 시선을 돌렸다.이런 은근한 분위기가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주아윤이 하품을 하자 신예린은 이제 됐다고 생각했다.과연, 주아윤의 눈빛이 점점 흐릿해지더니 천천히 눈을 감았다.부부는 조심스럽게 지켜보며 등을 토닥이는 행동도,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멈추지 않았다.잠시 후, 주시우가 나지막이 불렀다. “주아윤.”주아윤은 반응이 없었다.주시우는 벌떡 일어나 침대에서 내려왔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 급한 모습이었다.그는 주아윤을 안아 올린 채 방을 나서기 직전 뒤돌아 신예린을 지그시 바라보았다.그 한 번의 시선에 신예린은 얼굴에 열기가 번졌다.주시우가 떠난 뒤 신예린도 침대에서 내려와 옷장을 열었다.원래는 옷장 깊숙이 넣어둔 그 섹시한 잠옷이 지금 가장 위에 가지런히 접혀 있었다.그걸 옷장에 넣을 때 언젠가 다시 꺼낼 날이 올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주 교수님 이런 취향이었나.’신예린은 생각하며 잠옷을 꺼냈다.잠옷을 벗으려던 참에 문 앞에 갑자기 그림자가 나타났다.“왜 이렇게 빨리... 난 아직...”말하던 신예린이 멈칫하며 멍하니 주시우가 주아윤을 다시 안고 들어오는 모습을 바라보았다.주아윤은 주시우의 품에서 눈을 비비며 화가 난 채 고자질했다.“엄마, 아빠가 저를 방으로 데려갔어요. 아빠는 나쁜 사람이에요.”주시우는 마치 나쁜 짓 하다 걸린 듯 복잡하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공범인 신예린은 뇌가 정지한 듯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 주아윤이 묻는 소리가 들렸다.“엄마, 손에 들고 있는 건 뭐예요?”신예린은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손에 쥐고 있던 얇은 천 조각을 서둘러 옷장 속에 던져 넣은 뒤 문을 닫았다.“아, 아무것도 아니야. 걸레야.”“자, 이제 자자.”세 식구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주아윤은 여전히 가운데에 똑바로 누워 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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