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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부산에서 발견된 남자

Author: Rionha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4 20:05:32

# 5화. 부산에서 발견된 남자

“부산에서 발견된 남시헌 씨.”

서지안이 렌즈 너머로 말했다.

남시헌은 모자를 깊게 눌러쓴 채 벽 앞에 서 있었다.

검은 후드에 검은 바지. 얼굴의 절반은 마스크로 가렸다. 평소 수도실을 드나들 때와 다를 것 없는 차림인데도, 카메라 화면 속 그는 이상하리만큼 눈에 띄었다.

유명해서가 아니었다.

서 있는 방식부터 달랐다.

어깨를 조금 낮추고 고개를 숙였는데도 몸에 밴 긴장감이 감춰지지 않았다.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아는 사람의 자세였다.

“좀 더 평범하게 걸어요.”

지안이 말했다.

시헌이 고개를 들었다.

“평범하게 걷는 게 뭡니까?”

“지금은 너무 남시헌 같아요.”

“나를 찍고 있으니까 당연하지 않습니까?”

“남시헌처럼 보이면 안 돼요. 남시헌을 숨기려는 남시헌처럼 보여야 하니까.”

시헌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그게 무슨 차이지?”

“카메라를 의식하는 사람과 피하는 사람의 차이요.”

지안은 휴대전화를 조금 낮췄다.

“당신은 지금 촬영 중인 걸 너무 잘 알고 있어요. 눈이 계속 렌즈를 확인하잖아요.”

“배우니까.”

“지금은 배우 아니에요. 들킬까 봐 겁먹은 도망자죠.”

시헌의 눈매가 서늘해졌다.

“표현을 꼭 그렇게 해야 합니까?”

“연출입니다.”

“기분 나쁜 연출이군.”

“조회 수는 잘 나오겠네요.”

지안이 손가락으로 다시 시작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시헌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방 끝까지 걸어갔다.

세 걸음.

그게 전부였다.

월세 삼십팔만 원짜리 옥탑방은 톱스타 한 명이 걸어 다니기에도 지나치게 좁았다. 싱크대와 침대 사이를 오가려면 몸을 비틀어야 했고, 촬영 각도를 조금만 잘못 잡으면 빨래 건조대가 화면에 들어왔다.

지안은 입술을 깨물었다.

“안 되겠다.”

“내가 뭘 잘못했습니까?”

“집이 너무 좁아요.”

시헌이 방을 둘러봤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닌 것 같은데.”

“돈 많은 사람이 월세 좀 더 보태줬으면 넓었겠죠.”

“이미 두 달 치를 냈습니다.”

“과거 청산이랑 미래 투자는 다르거든요.”

시헌이 헛웃음을 흘렸다.

지안은 바닥에 놓인 접이식 식탁을 벽 쪽으로 밀었다. 그 위에 회색 담요를 세로로 걸고, 스탠드 조명을 뒤에 세웠다.

담요에 비친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이번엔 실루엣만 찍을 거예요.”

“얼굴은?”

“예전에 공개된 영상에서 가져오면 돼요. 화질을 일부러 낮출 거라 눈 주변만 살아 있어도 사람들이 알아서 당신이라고 믿을 테고.”

“내가 아니라고 해도?”

“사람은 보고 싶은 걸 봐요.”

지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특히 이미 결론을 내린 사람들은.”

시헌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

지안은 그 의미를 알아차렸지만 모른 척했다. 괜히 건드리면 또 영상 이야기로 싸움이 이어질 게 분명했다.

“이쪽으로 걸어요. 중간에 고개를 한 번 돌리고.”

“어느 쪽으로?”

“왼쪽.”

“왜 왼쪽입니까?”

“당신은 급하게 움직일 때 왼쪽 어깨가 먼저 내려가요.”

시헌이 그녀를 바라봤다.

“그걸 언제 봤습니까?”

“영상 편집자가 사람 움직임 보는 게 일이에요.”

“몇 번이나 봐야 알 수 있죠?”

“자료가 많으면 금방 알죠.”

지안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고 녹화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시헌은 움직이지 않았다.

“뭐 해요?”

“내 자료를 얼마나 본 겁니까?”

“셀 수 없을 만큼.”

“싫다고 하면서.”

“좋아서 본 게 아니에요.”

“하루 종일 내 얼굴을 보고 돈을 받았으면서?”

지안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 논리면 병리학자는 시체를 좋아하고, 축구 심판은 선수들 팬이겠네요.”

“비유가 끔찍하군.”

“그러니까 쓸데없는 말 말고 걸어요.”

시헌은 그제야 움직였다.

이번에는 달랐다.

첫 번째 촬영보다 어깨에 힘이 빠져 있었다. 렌즈를 의식하지 않는 척하면서도 고개를 살짝 숙였고, 담요 끝을 지나칠 때 왼쪽으로 시선을 흘렸다.

불안한 사람처럼 보였다.

아니, 실제로 불안한 사람인지도 몰랐다.

지안은 녹화를 멈추지 않은 채 그의 움직임을 좇았다.

시헌이 화면 끝까지 걸어간 뒤 돌아섰다.

“됐습니까?”

“한 번 더.”

“방금 잘했다면서.”

“잘했다고 안 했어요.”

“표정이 그랬습니다.”

“내 표정까지 읽어요?”

“카메라 앞에서 십이 년 살았습니다.”

지안은 휴대전화를 내렸다.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카메라 뒤에 있는 사람 말 좀 들어요.”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잠시 뒤 시헌이 먼저 고개를 돌렸다.

“다시 합시다.”

세 번째 촬영은 한 번에 끝났다.

지안은 곧바로 영상을 노트북으로 옮겼다. 이전에 확보해 둔 부산항 근처의 야간 영상 위에 시헌의 실루엣을 합성했다.

배경 영상은 두 달 전 <사라진 별>에서 사용했던 것이었다. 부산에 정박한 화물선 관련 제보를 다루면서 구매한 자료였고, 사용 기간도 아직 남아 있었다.

문제는 날씨였다.

서울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부산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지안은 실루엣에 묻은 빗물의 반사를 줄이고, 바닥 그림자를 짧게 조정했다. 차갑게 푸른 방 안 조명도 부산항 가로등에 맞춰 누렇게 바꿨다.

시헌은 옆에서 말없이 화면을 지켜봤다.

“숨 막혀요.”

지안이 말했다.

“뭐가?”

“뒤에 그렇게 서 있으면.”

“보고 배우는 중입니다.”

“배워서 뭐 하게요?”

“다음에는 내가 직접 만들 수도 있으니까.”

“그럼 내 직업 없어지잖아요.”

“월세는 계속 내주죠.”

지안의 손이 잠시 멈췄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계약이 연장되면.”

시헌은 아무렇지 않게 덧붙였다.

“한 달 뒤에도 내가 여기 있을 수 있으니까.”

지안은 그를 돌아봤다.

계약한 지 하루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연장을 말하고 있었다.

“한 달 안에 나갈 생각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나갈 수 있으면.”

짧은 대답이었다.

그 이상 묻지 말라는 뜻이기도 했다.

지안은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영상 속 남자의 눈 부분에 시헌의 과거 공항 영상을 짧게 덧씌웠다. 고개를 드는 찰나에만 눈매가 보이도록 했고, 곧바로 택시가 앞을 가로질러 얼굴을 가리게 만들었다.

차량 번호판은 흐렸다.

대신 택시 옆면에 부산 지역 표시가 희미하게 보였다.

마지막 장면에는 남자가 부두 근처 골목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넣었다.

총 길이는 십칠 초.

짧을수록 좋았다.

사람들이 자세히 확인하기 전에 믿어버릴 수 있도록.

지안은 영상을 재생했다.

시헌이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어때요?”

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영상이 끝난 뒤에도 몇 초 동안 검은 화면만 보고 있었다.

“이상하군.”

“티 나요?”

“아니.”

시헌이 천천히 지안을 바라봤다.

“내가 봐도 나 같습니다.”

지안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럼 성공이네요.”

그녀는 새로 만든 익명 메일 계정으로 <사라진 별> 제보함에 영상을 보냈다.

제목은 단순했다.

[방금 부산항 근처에서 남시헌 봤습니다.]

내용에는 길게 쓰지 않았다.

친구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봤다. 확실하지 않아서 따라가지는 못했다. 검은 모자를 쓴 남자가 택시에서 내려 부두 쪽으로 걸어갔다.

사람들이 믿는 제보는 대개 구체적이지 않았다.

너무 자세하면 오히려 조작처럼 보였다.

메일을 보낸 지 칠 분 만에 지안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강태준이었다.

시헌이 몸을 굳혔다.

지안은 손가락을 입술 앞에 세운 뒤 전화를 받았다.

“네, 대표님.”

“지안아, 메일 확인했어?”

“무슨 메일이요?”

“부산 제보. 지금 들어온 거.”

지안은 일부러 마우스를 움직이는 소리를 냈다.

“잠시만요.”

메일을 처음 보는 척 화면을 열었다.

“영상이 너무 짧은데요.”

“그래도 얼굴 보여.”

“얼굴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에요.”

“눈이 남시헌이야.”

태준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걸음걸이도 똑같고.”

지안은 시헌을 흘끗 봤다.

그는 팔짱을 낀 채 통화를 듣고 있었다. 자신이 만든 가짜 남시헌을 진짜라고 확신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표정이 묘했다.

불쾌함과 허탈함이 뒤섞여 있었다.

“대표님, 원본 확인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제보자한테 연락했는데 답이 없어.”

“그럼 더 수상하죠.”

“다른 채널이 먼저 올리면 끝이야.”

태준은 숨도 쉬지 않고 말했다.

“영상 바로 만들어. 부산 취재팀 출발시킬 거야.”

“지금요?”

“김도혁 쪽도 움직이는 것 같아.”

지안은 창밖을 바라봤다.

서울은 여전히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대표님도 가세요?”

“상황 보고.”

“저는요?”

“넌 편집해야지. 후속 제보 들어오면 바로 붙여.”

태준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이번 영상 잘되면 추가 수당 줄게.”

통화가 끊겼다.

지안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시헌이 물었다.

“믿었군요.”

“완전히요.”

“당신 대표는 검증도 안 합니까?”

“검증하는 동안 다른 채널에서 먼저 올리면 조회 수를 뺏기니까요.”

지안은 새 프로젝트를 열었다.

“이 바닥은 진실보다 속도가 중요해요.”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속도로 월세 내는 사람이고요.”

그녀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자막을 붙였다.

[단독 입수]

[남시헌, 부산항에서 포착]

[해외 도피 준비 중인가]

심장 박동 효과음을 넣으려다 잠시 멈췄다.

옆에서 시헌이 보고 있었다.

지안은 효과음을 지웠다.

대신 항구의 바람 소리를 조금 키웠다.

“왜 뺐습니까?”

“듣기 싫어 보이길래.”

“내 눈치를 봅니까?”

“계약자 만족도 관리예요.”

지안은 무심하게 답했다.

하지만 시헌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영상은 한 시간 만에 완성됐다.

업로드된 지 십 분도 되지 않아 조회 수가 오만을 넘었다. 댓글에는 부산에서 비슷한 사람을 봤다는 목격담이 줄줄이 달렸다.

누군가는 같은 시간 부산역에서 봤다고 했고, 다른 사람은 해운대 호텔 앞에서 검은 차량에 타는 것을 봤다고 했다.

없던 목격자가 생겨나고 있었다.

단 하나의 가짜 영상에서.

“이제 부산에 남시헌이 몇 명쯤 생겼네요.”

지안이 중얼거렸다.

시헌은 댓글을 읽다 화면에서 눈을 뗐다.

“당신은 무섭지 않습니까?”

“뭐가요?”

“사람들이 이렇게 쉽게 믿는다는 게.”

지안은 잠시 생각했다.

“예전에는 무서웠어요.”

“지금은?”

“익숙해졌죠.”

시헌의 시선이 그녀에게 머물렀다.

그 눈빛이 불편해 지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쨌든 성공했어요. 취재팀이 부산으로 내려갔으니까 적어도 며칠은 이 근처가 조용할 거예요.”

“며칠.”

시헌이 낮게 되뇌었다.

지안은 냉장고 문을 열었다.

안에는 생수 한 병과 유통기한이 지난 소스, 먹다 남은 단무지만 있었다.

그녀는 잠시 멈췄다가 문을 닫았다.

“배 안 고파요?”

“괜찮습니다.”

“그럼 다행이네요. 나도 줄 게 없어서.”

지안은 마지막으로 남은 컵라면을 꺼냈다.

시헌의 시선이 컵라면에 닿았다가 곧바로 떨어졌다.

“안 먹는다면서요.”

“안 먹는다고 하진 않았습니다.”

“괜찮다며.”

“배고프지 않다는 뜻은 아니었고.”

지안은 컵라면을 품에 안았다.

“이건 내 거예요.”

“월세를 낸 사람에게 너무 각박하군.”

“계약서에 식사 제공은 없었어요.”

시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좁은 방에서 그가 움직이자 지안은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뭐 해요?”

“수도실로 돌아갑니다.”

“컵라면 뺏으러 오는 줄 알았네.”

시헌은 무너진 벽 앞에서 멈췄다.

행거와 이불로 가려둔 틈을 손으로 들어 올리다가 지안을 돌아봤다.

“서지안 씨.”

“왜요?”

“오늘 일은 인정하죠.”

“뭘요?”

“당신이 돈값은 한다는 것.”

지안은 코웃음을 쳤다.

“오백만 원으로 사람 평가하지 마요.”

“평가가 아니라 경고입니다.”

“무슨 경고?”

시헌의 시선이 노트북 화면으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가짜 남시헌이 다시 부산항 골목을 걷고 있었다.

“당신이 마음만 먹으면 나를 어디에든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그는 이불 너머로 몸을 옮겼다.

그리고 벽 반대편에서 낮게 덧붙였다.

“그러니 앞으로 서로의 선은 확실히 정해야겠습니다.”

잠시 뒤, 이불이 원래 자리로 내려왔다.

지안은 컵라면을 든 채 벽을 바라봤다.

방금 전까지 한 공간에 있던 남자가 사라지자 옥탑방이 갑자기 넓어 보였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조용했다.

지안은 뜨거운 물을 붓고 침대 끝에 앉았다.

면이 익기를 기다리던 중, 벽 너머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꾸르륵.

누가 들어도 배에서 난 소리였다.

지안은 젓가락을 뜯다 말고 피식 웃었다.

“안 배고프다면서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곧 벽 너머에서 시헌의 낮은 목소리가 돌아왔다.

“벽이 너무 얇군.”

지안은 컵라면 뚜껑을 다시 덮었다.

그리고 무너진 벽을 향해 말했다.

“그러니까 내일부터 규칙 다시 정해요.”

이번에는 대답이 없었다.

대신 잠시 뒤, 벽 아래 작은 틈으로 접힌 지폐 한 장이 밀려 들어왔다.

오만 원이었다.

그 위에는 짧은 메모가 놓여 있었다.

[컵라면 값.]

지안은 어이없어 웃다가 지폐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벽 너머로 컵라면을 밀어주지 않았다.

“안 팔아요.”

몇 초 뒤, 시헌이 직접 이불을 걷고 방 안으로 넘어왔다.

지안이 눈을 크게 떴다.

“방금 서로 선을 정하자면서요?”

시헌은 그녀의 손에 들린 컵라면을 내려다봤다.

“그 선은 내일부터 정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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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전 1화. 계약이 끝난 다음 날서지안이 눈을 떴을 때 남시헌은 침대에 없었다.옆자리에 남은 온기는 아직 따뜻했다.커튼 사이로 아침 햇빛이 길게 들어왔고, 거실 쪽에서는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쨍그랑.지안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이번에는 타는 냄새가 났다.“남시헌.”대답은 없었다.침대에서 내려온 지안은 바닥에 떨어진 셔츠를 주워 걸쳤다.자신의 옷은 아니었다.커다란 셔츠 자락이 허벅지까지 내려왔다.어젯밤 두 사람이 거실에서 시작한 입맞춤은 침실까지 이어졌다.계약도, 약속된 연기도 아니었다.누가 먼저 다가가야 하는지 정해놓은 규칙도 없었다.그런데 아침이 되자 남자는 사라졌고 주방에서는 연기가 나고 있었다.지안은 급히 방문을 열었다.남시헌은 프라이팬 앞에 서 있었다.한 손에는 뒤집개를 들고 있었고, 다른 손으로는 휴대전화 화면을 내리고 있었다.화면에는 달걀 프라이 만드는 방법이 떠 있었다.“지금 뭐 해요?”시헌이 돌아봤다.정돈되지 않은 머리와 검은 티셔츠, 회색 바지 차림이었다.프라이팬 안에는 달걀로 추정되는 검은 물체가 있었다.“아침 준비 중입니다.”“그건 이미 끝난 것 같은데요.”지안이 가스레인지를 껐다.“불은 왜 이렇게 세게 했어요?”“빠르게 익을 줄 알았습니다.”“요리할 때 강한 불이 무조건 좋은 게 아니에요.”“설명에는 중불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그런데요?”“중불이 어느 정도인지 몰랐습니다.”지안은 이마를 짚었다.톱스타 남시헌은 수백 명의 스태프 앞에서 감정을 연기할 수 있었다.백만 명이 지켜보는 생방송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중불은 몰랐다.“아침은 내가 할게요.”지안이 뒤집개를 가져가려 하자 시헌이 손을 피했다.“내가 하겠습니다.”“왜요?”“공동생활 규칙에 적혀 있습니다.”냉장고 문에는 두 사람이 작성한 규칙이 붙어 있었다.[집안일은 가능한 한 반씩 나눈다.]시헌은 그중 집안일이라는 단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어제 설거지는 내가 했으

  • 톱스타가 내 월세를 대신 냅니다   # 50화. 월세는 반씩 [본편완결]

    # 50화. 월세는 반씩 [본편완결]“전액을 보냈다고요?”서지안의 목소리에 남시헌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아침 햇빛이 커튼 없는 창문을 통과해 그의 얼굴 위로 쏟아졌다.조금 전까지 잠결에 지안을 놓아주지 않던 사람은 사라지고, 잘못을 계산하는 얼굴만 남았다.“첫 달이라 내가 먼저 내는 편이 편할 것 같았습니다.”“누구한테요?”“집주인에게.”“나한테는 안 편한데요.”지안은 은행 앱을 다시 확인했다.월세 백이십만 원.입금자 남시헌.반드시 반씩 내자고 합의한 지 이틀도 지나지 않았다.“왜 마음대로 보냈어요?”“마음대로 한 건 아닙니다.”“그럼 나한테 물어봤어요?”시헌의 입이 다물렸다.지안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돈 없는 합의서 다시 가져와요?”“그 합의서는 공동 대응에 관한 내용입니다.”“상대방 결정을 대신하지 않는다는 조항은 아직 유효해요.”“내가 월세를 냈다고 당신 결정을 대신한 건.”시헌은 말을 끝내지 못했다.지안의 눈빛을 확인했기 때문이다.“대신한 거 맞군요.”“네.”인정은 빨랐다.그러나 지안의 화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처음에도 그랬어요.”“무슨 뜻입니까?”“돈을 주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잖아요.”월 오백만 원.밀린 월세.생활비.냉장고를 채운 음식.남시헌은 늘 지안보다 먼저 돈을 냈다.그 돈 덕분에 지안이 버틴 것도 사실이었다.그렇다고 같은 방식으로 살고 싶지는 않았다.“당신이 많이 버는 건 알아요.”지안이 말했다.“앞으로 나보다 훨씬 많이 벌 수도 있고요.”“아직 복귀를 결정하지 않았습니다.”“그건 나중 문제고.”지안은 시헌 앞에 앉았다.“나는 이 집에 얹혀살고 싶지 않아요.”시헌의 표정이 굳었다.“그렇게 생각한 적 없습니다.”“당신이 생각하지 않아도 내가 느낄 수 있어요.”“내가 어떻게 해야 그렇게 느끼지 않습니까?”“약속한 대로 하면 돼요.”“월세를 반씩?”“네.”“수입 차이가 나도?”“월세는 반씩.”지안은 단호하게 말했다.“관리비도 반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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