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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3화

Author: 풍월
하씨 가문 대저택.

집에 도착하자마자 온유란은 배가 고프다고 했다. 하이석이 간단히 먹을 것을 만들어 주려고 주방으로 들어가자, 그녀도 그림자처럼 그의 곁을 따라붙었다. 임신한 뒤로 부쩍 어리광이 늘어, 때로는 아이처럼 사랑스러웠다.

“나가 있어. 주방은 기름 냄새가 많이 나.”

하이석이 밖에 나가 있으라고 했지만, 온유란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하채린 뱃속의 아이 말이에요. 아마 우리 결혼식 날 생긴 것 같아요.”

“그걸 어떻게 알아?”

“그러고 보니 예전에 임신 검진받으러 갔다가 병원에서 마주친 적이 있거든요. 누가 볼까 봐 얼마나 꽁꽁 숨기고 다니던지. 그때 은주 씨가 그러더라고요. 연예인도 저렇게까지 숨기지는 않겠다고.”

하이석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온유란은 하채린의 대담함에 혀를 내둘렀다. 대체 얼마나 뻔뻔하게 나올 생각인지 직접 보고 싶어 하이석과 함께 만나러 가겠다고 했지만, 그는 단호히 거절했다.

하채린은 제 뱃속의 아이조차 대수롭지 않게 여길지 몰라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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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337화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용없었다.“위성 형.”동료가 서둘러 다가와 일단 손을 놓으라는 신호를 보냈다.연위성은 다른 사람들과 달랐다. 움직임은 언제나 빠르고 거셌으며, 손속에 망설임이 없었다.그가 손을 놓자 탁자에 눌려 있던 남자는 겨우 몸을 일으켰다. 곧장 고개를 돌려 욕을 퍼부으려 했지만, 연위성과 눈이 마주친 순간 입을 다물었다.경찰 제복을 입고 있었지만, 그에게서는 서늘한 살기와 거친 기세가 함께 풍겼다. 말없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남자를 짓눌렀다.남자는 숨조차 크게 쉬지 못했다.정말 무서운 사람은 말이 많지 않은 법이었다. 연위성이 옷매무새를 정리하고는 그를 흘겨보았다.“사람 때리고 싶다며. 계속해.”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빛에 담긴 뜻은 전혀 달랐다.한 번만 더 손을 대 봐. 죽여 버릴 테니까.“저, 저는…”더듬거리던 남자가 갑자기 윤나송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경찰관님, 저 여자가 먼저 막말했어요. 저한테 욕했다고요!”연위성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윤나송을 가리키는 손을 빤히 바라보았다.계속 그 손가락을 들이대면 손목을 꺾어 버리겠다는 듯한 시선이었다.약한 사람에게만 강하던 남자였다. 조금 전까지 윤나송에게 악을 쓰던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얌전히 손을 내렸다.“경찰관님, 저 여자가 제가 성추행했다고 모함하는 겁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여기서 한 말에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정말 저분 몸에 손댄 적 없습니까?”연위성이 날카로운 눈으로 그를 응시했다.찔리는 게 있는 남자는 시선을 피한 채 웅얼거렸다.“당연히 없죠.”연위성이 동료에게 나직이 몇 마디를 건넸다.잠시 후 영상이 재생되자 남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화면에는 그가 느닷없이 윤나송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려 드는 모습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윤나송이 뺨을 때리자, 그는 발끈해 그녀에게 손을 올리려 했다.윤나송의 심정을 고려해 영상은 일부만 재생했다.“선생님, 영상 속 남자가 본인 맞습니까?”연위성이 물었다.남자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336화

    “좋아요. 어디 해 보세요.”경찰이 말리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또다시 언성을 높였을 것이다.“두 분은 정확히 어떤 사이입니까?”경찰이 물었다.“맞선으로 만났어요. 솔직히 소개해 준 사람이 저랑 친하니까 나온 거지, 제 조건에 이런 여자가 눈에 들어오겠어요? 서른이 다 되도록 결혼도 못 하고 혼자인 여자라면 어디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요?”“이봐요!”경찰이 경고하듯 목소리를 높였다.“말씀 조심하세요. 인신공격은 하지 마시고요.”“사실이잖아요. 제 조건이면 어떤 여자든 만날 수 있어요. 이 여자는 지방 출신에 경성에 주소도 없다고요…”그는 멈추지 않고 말을 쏟아 냈다.“요즘 여자들은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안다니까. 남자가 한 번만 쳐다봐도 무슨 수작을 부리는 줄 알아요. 자기가 대단한 미인이라도 되는 줄 아나? 결혼해 주겠다는 남자가 있으면 감사할 줄 알아야지, 무슨 주제에 이것저것 따져!”문밖에 서 있던 연위성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반면 윤나송은 그의 말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듯했다. 상대를 찬찬히 살피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시선은 계속 흔들리고, 무의식적으로 옷을 만지네요. 어깨를 들썩이는 것도 그렇고, 몸짓도 지나치게 크고요. 심리학에서는 그런 행동을 거짓말을 하거나 찔리는 게 있을 때 나타나는 반응으로 보죠. 다른 사람 말에 과민하게 반응하고,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을 감추려고 일부러 목소리를 높이잖아요. 그만큼 불안감이 크다는 뜻이에요. 겉으로는 자신만만하고 잘난 척하지만, 사실은 열등감이 심한 사람이죠.”윤나송의 목소리는 차분했다.“직장 생활도 순탄하지 않겠네요. 연봉이 이억이라는 건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상사는 늘 쥐어짜고 동료들도 무시하겠죠. 그래서 여자를 정복하면서 우월감을 느끼고 싶은 건데, 안타깝게도… 당신을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는 별로 없을 거예요.”“아, 그리고 해외에서 맞췄다고 자랑하던 양복이랑 예거 르쿨트르 시계, 둘 다 가짜예요. 제가 모른 척했을 뿐이고요.”조정실에 묘하고도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335화

    육씨 집안 사람들은 대부분 연위성에게 무슨 고민이 있다는 걸 눈치챘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모양이라 짐작하고, 굳이 그를 건드리지 않았다.눈치 없는 육민찬만 예외였다. 막 새 장난감 총도 얻었겠다. 육민찬은 살금살금 연위성의 등 뒤로 다가가더니, 그의 엉덩이에 총구를 들이댔다.“손 들어!”연위성은 말없이 굳어 버렸다.“항복 안 하면 쏜다!”육민찬이 방아쇠를 당기자 장난감 총에서 요란한 전자음이 터져 나왔다. 가뜩이나 심란한 연위성은 머리까지 지끈거렸다.그가 고개를 돌려 매섭게 쏘아보자, 육민찬은 총을 끌어안고 줄행랑을 쳤다.“위성 삼촌이 사람 잡는다!”달아나면서도 소리는 우렁찼다.연우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어른처럼 미간을 꾹 눌렀다.어쩌다 이런 동생이 생겼을까.육민찬은 학교에서도 워낙 활발해 친구가 많았다. 성적은 중상위권으로, 두각을 드러낼 정도는 아니었지만 다른 아이들에게 연우진을 소개할 때만큼은 의기양양했다.“지난번에 전교 일 등 한 연우진이 우리 형이야!”그 표정만 보면 전교 일 등을 한 사람이 육민찬인 줄 알 지경이었다.한편 연위성의 얼굴은 새까맣게 굳어 있었다.아이가 장난감 총을 겨누는 것쯤이야 괜찮았다. 그런데 하필 왜 엉덩이에 들이대느냐고!며칠 뒤, 허경빈의 연락을 받고 들러 들러리 예복을 맞추기 위해 치수를 잴 때도 마찬가지였다. 겉으로는 평소와 다를 게 없어 보였지만, 그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아볼 수 있었다.“위성 형, 파출소에 일 있으시면 먼저 가 보셔도 돼요.”허경빈이 말했다.“요즘은 별일 없어요.”“그럼 저녁 같이 드실래요? 제가 살게요.”“괜찮아요.”“약속 있으세요?”“그건 아닌데, 식사하다가 입덧하시면 제 입맛도 떨어질 것 같아서요.”허경빈은 말문이 막혔다.함께 온 방주헌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고 있었다.아니, 위성 형은 대체 왜 저러지? 말 한마디가 어찌나 매서운지, 닥치는 대로 칼을 휘두르는 것 같았다. 육남혁에게 독설이라도 옮은 걸까?허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334화

    이 녀석이 아주 겁이 없구나!위험을 감지한 연우진은 얼른 온유란 곁으로 몸을 피했다. 연위성도 그쪽으로 다가가, 미리 준비한 선물을 건넸다.윤나송은 온유란을 비롯해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그다지 친하지 않았다. 화기애애하게 오가는 이야기를 듣고 있어도 끼어들 틈이 없었다. 혼자만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이방인이 된 기분이었다.연주가 심리 상담을 부탁하러 찾아오지 않았다면, 평생 이들과 인연이 닿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선배의 말이 맞았다.자신과 연위성은 서로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이었다. 애초에 어울릴 수 없는 사이였다.딸을 안고 있던 하이석은 연위성을 바라보다가 윤나송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두 사람을 번갈아 살피는 눈에, 무언가를 알아챈 기색이 스쳤다.*하씨 집안을 나와 연우진을 집에 데려다주는 길이었다. 윤나송이 불쑥 입을 열었다.“연 경관님, 가는 길이니까 저부터 집에 내려 주세요.”연위성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영화 보여 드리기로 했잖아요.”뒷좌석에서 큐브를 맞추던 연우진이 귀를 쫑긋 세웠다.“갑자기 할 일이 생각나서요. 오늘은 못 볼 것 같아요.”“그럼 다음 주에 봐요. 약속은 지킬게요.”“다음 주는…”윤나송이 옅게 웃었다.“시간이 없어요.”“일주일 내내요?”전에 앞으로 이 주 동안 바쁠 거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번 주는 무료 진료 때문이었다지만, 다음 주에는 무슨 일이 있는 걸까.“네.”“무슨 일인데요?”“맞선 봐야죠. 나이도 있고요.”차 안에 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연우진이 큐브를 돌릴 때마다 나는 작은 달칵거림만 간간이 정적을 깨뜨렸다.윤나송은 올해 스물여덟이었다. 집에서는 결혼을 서둘렀고, 지인들에게 부탁해 경성에서 볼 맞선을 몇 자리 잡아 놓았다. 약속은 모두 다음 주에 몰려 있었다. 원래는 부모님을 안심시켜 드릴 겸 얼굴만 보고 올 생각이었다.하지만 이제는 좀 더 진지하게 만나 봐야 할 것 같았다. 어쩌면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었다.윤나송을 집에 내려 준 뒤, 연우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333화

    사랑이란 참 묘한 것이었다.윤나송은 연위성이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처음 연주가 자신을 찾아왔을 때, 그의 어린 시절 사진도 보여 주었다. 사진 속에는 눈빛부터 기세가 넘치는 소년이 있었다.그를 알아 갈수록 존경심이 깊어졌고, 그만큼 더 알고 싶어졌다.인간으로서는 견디기 힘든 고문을 당하고도 그는 끝내 버텨 냈다. 과거의 상처는 뼛속 깊이 새겨져 잊히지 않을 텐데도, 연위성은 여전히 웃으며 살아갔다. 일에 매달리는 와중에도 여동생과 두 조카를 챙겼다. 대담하면서도 세심했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는 늘 예의가 배어 있었다.윤나송은 얼마 지나지 않아 온유란이 왜 그를 좋아했는지 이해하게 됐다.자신은 그를 좋아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 사실을 의식했을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어느새 마음속에서 그가 차지하는 자리는 친구라는 이름으로 묶어 두기에는 너무 커져 있었다.이번에 무료 진료에 함께 가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기뻤다. 추석까지 함께 보낸 터라, 자꾸만 작은 기대가 고개를 들었다.어쩌면 그에게도 자신은 조금 특별한 사람이 아닐까.그러나 그건 혼자만의 착각이었다.선배가 윤나송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나송아, 우리는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야. 하지만 저 사람은 이렇게 좁은 세상에 머물 사람이 아니잖아. 우리랑은 사는 세계가 달라. 너무 깊이 빠지면 결국 네가 다쳐.”윤나송은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의 말이 귀에 들어왔지만, 마음은 자꾸 다른 곳으로 흘러갔다.*연위성이 박윤희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정신병원을 나온 뒤, 그는 도와준 데 대한 감사의 뜻으로 윤나송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하지만 식사하는 내내 그의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는 듯했다.“할 일 있으시면 가 보셔도 돼요.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요.”윤나송이 음식에 시선을 내린 채 나직이 말했다.“아니에요. 별일 없어요.”그제야 연위성도 자신이 생각에 잠긴 나머지 그녀를 소홀히 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332화

    “아악!”비명과 함께 누군가 의료진의 손을 뿌리치고 두 사람에게 달려들었다.윤나송은 놀라 순간 몸이 굳었다. 그때 누군가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연위성이 그녀를 제 등 뒤로 밀어 넣어 보호하고 있었다.달려든 사람은 연위성의 팔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사, 살려 줘!”몇 달 전 정신적인 문제로 이곳에 입원한 박윤희였다.“뭐 하시는 거예요! 얼른 손 놓으세요!”의료진 몇 명이 달려와 그녀를 떼어 놓으려 했다. 하지만 박윤희는 마지막 살길이라도 붙잡은 듯 필사적으로 매달렸다.너무 힘을 준 탓에 손마디가 창백하게 질리고 이마에는 핏줄이 불거졌다.그녀는 뼈만 남은 듯 앙상하게 말라 있었다. 머리카락도 짧게 잘린 채였고, 환자복 위로 드러난 얼굴은 누렇게 뜬 상태였다.“죽, 죽여! 그놈을 죽여야 해! 그놈은 악마야. 짐승이라고! 날 살려 줘. 그놈을 죽여야 한다고!”박윤희는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연위성에게 악을 썼다. 의료진에게 강제로 끌려가면서도 누군가를 죽이라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광기에 사로잡힌 모습이었다.“위성 씨, 괜찮아요?”윤나송이 다급히 그의 소매를 걷어 올렸다.박윤희의 손톱이 팔에 몇 줄의 상처를 남겼다. 군데군데 맺힌 붉은 피가 유난히 선명했다.“괜찮습니다.”연위성은 다치는 일에 이미 익숙했다. 이 정도 상처는 대수롭지 않았다.“피가 나는데 어떻게 괜찮아요. 이리 와요. 상처부터 치료하게요.”윤나송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마침 병원이었기에 간호사에게 필요한 물품을 빌려 직접 상처를 처치했다.알코올을 적신 소독 솜을 집어 든 그녀가 미리 일렀다.“많이 따가울 거예요. 조금만 참아요.”연위성은 생각에 잠긴 듯 대답하지 않았다.소독하는 동안에도 신음 한번 내지 않았고, 눈썹 하나 찌푸리지 않았다.윤나송은 상처에 연고를 발라 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같이 와 주신다고 해서 좋았어요. 그런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은…”잠시 머뭇거리던 그녀가 물었다.“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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