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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2화

Autor: 풍월
한여름이었다.

누군가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릴까 봐 송지아는 자동차의 시동을 완전히 껐다.

금세 차 안의 온도가 견디기 힘들 정도로 치솟았다. 송지아의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그녀는 한낮부터 해가 저물 때까지 기다렸다.

달이 떠오르고 밤하늘에 무수한 별이 펼쳐질 때까지도 허경빈은 나타나지 않았다.

송지아는 점점 기운이 빠졌다.

서은주에게 연락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서은주라면 분명 허경빈의 근황을 알고 있을 테니까.

그러나 연락했다가 자신의 행방이 드러날까 두려웠다.

자정이 가까워지자 사방은 쥐죽은 듯 고요해졌다.

기다림에 지친 송지아에게도 서서히 졸음이 밀려왔다.

바로 그때, 갑자기 자동차 엔진음이 들렸다.

송지아는 반사적으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허씨 집안 저택에서 허경빈의 스포츠카가 나오고 있었다.

허진강 부부가 아들의 스포츠카를 몰고 나올 리는 없을 터.

형언하기 힘든 흥분과 기쁨이 순식간에 온몸으로 퍼졌다.

차 안에 탄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지 못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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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285화

    송지아는 극심한 통증에 의식마저 흐릿해졌다.희미해지는 감각 속에서 누군가 자신의 몸을 받아 안는 것이 느껴졌다.맞닿은 몸은 뜨거웠다. 얼음처럼 식은 몸을 녹여 줄 만큼 따뜻한 온기가 얇은 옷감 너머로 스며들었다.무엇보다 그 사람에게서는 너무나 익숙한 향기가 났다.그 향을 맡는 순간, 고통과 두려움으로 날뛰던 마음이 거짓말처럼 조금씩 가라앉았다.그가 송지아를 품에 안아 들어 올렸다.넓고 단단한 가슴에 몸을 웅크린 송지아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그의 옷깃을 움켜쥐었다.뼛속까지 파고드는 통증에 손가락 마디가 푸르스름하게 질렸다. 어찌나 힘껏 붙잡았는지 매끄럽던 옷자락이 손안에서 여러 겹으로 구겨졌다.잠시 후 몸이 부드러운 침대 위에 내려앉았다.“착하지. 손에 힘을 조금만 풀어 봐.”목소리마저 한없이 다정하고 익숙했다.하지만 송지아는 손을 놓고 싶지 않았다.놓을 수 없었다.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온기와 향기, 다정한 목소리까지 무엇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다.송지아는 더욱 필사적으로 옷을 움켜쥐었다.그러나 어느 순간 손안이 갑자기 허전해졌다.옷자락은 붙잡았지만, 정작 그 사람은 사라지고 없었다.송지아는 순간 이성을 잃었다.휘청거리며 침대에서 내려오려다 힘이 풀린 몸이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쿵!무거운 충돌음이 고요한 침실을 뒤흔들었다.곧바로 다급한 발소리가 가까워졌다.“지아야!”그 사람이 돌아왔다.그가 허리를 숙여 송지아를 일으키려 하자, 그녀는 두 팔을 뻗어 그의 몸을 필사적으로 끌어안았다.“경빈아, 가지 마…”송지아는 그의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울먹였다.“가지 마. 나를 두고 가지 마…”“그래, 안 갈게.”“어디 가려고 했어? 가지 마…”송지아는 어린아이처럼 그의 가슴에 매달려 울었다.결국 그는 갓난아이를 안듯 그녀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따뜻한 품에 웅크린 송지아의 몸은 여전히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통증을 견디려 입술을 세게 깨물자 금세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네 입술 물지 마.”그가 부드러운 목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284화

    왜… 왜 하필 자신이어야 했을까.자신이 대체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단 말인가.이토록 처참하게 망가뜨린 것만으로는 부족했던 걸까. 왜 어머니가 될 권리마저 빼앗아 간 것일까.송지아는 피가 배어 나올 만큼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악문 치아 사이로 억눌러 온 울음이 조금씩 새어 나왔다.그동안은 언제나 곁에 가족이나 가사도우미가 있었다.모두가 자신을 걱정할까 봐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고통스럽지 않은 것처럼 웃었고, 모든 것을 견딜 수 있는 사람처럼 굴었다.하지만 지금 이 집에는 자신밖에 없었다.이제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껏 무너져도 되었다.송지아는 피가 맺힌 입술을 천천히 놓았다.참아 왔던 울음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처절한 울음소리가 텅 빈 집 안을 가득 메우고, 적막한 벽에 부딪혀 오래도록 메아리쳤다.*얼마나 오래 울었는지 알 수 없었다.기력이 다할 때까지 울던 송지아는 어느 순간 지쳐 잠들었다.희미한 휴대전화 진동음에 눈을 떴다.산속 사찰에서 자신을 돌봐 주던 가사도우미의 전화였다. 그녀는 송지아가 언제 돌아올 것인지 걱정스럽게 물었다.가족들 몰래 혼자 경성에 돌아간 것은 지나치게 위험한 일이었다. 갑자기 몸이 나빠지거나 약물 부작용이 다시 발작하면, 혼자서는 견뎌 내기 힘들 터였다.“아가씨, 약 드시는 것 잊으시면 안 돼요.”가사도우미가 거듭 당부했다.“알고 있어요.”한약은 달인 뒤 한 번씩 먹을 수 있도록 작은 팩에 나누어 포장해 두었다.송지아도 사찰을 떠날 때 몇 팩을 챙겨 왔다. 하지만 온통 허경빈에게만 정신이 팔려 약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다.“그럼 언제 돌아오실 거예요? 저는 부모님께서 아시게 될까 봐 너무 걱정돼요…”“걱정하지 말아요. 내일 아침 일찍 돌아갈게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알아차리지 못하실 거예요.”송지아는 쉰 목소리로 그녀를 안심시켰다.“혹시 알게 되시더라도 모든 책임은 나한테 돌려요. 내가 억지로 시켰다고 하면 돼요.”“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저는 아가씨가 무사하시기만 하면 돼요.”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283화

    백 미터 남짓 떨어진 복도 끝에서 허경빈은 사람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그들이 룸 안으로 들어가고 두꺼운 문이 닫히자, 시끌벅적한 목소리도 순식간에 끊어졌다. 방금 전까지 웃음소리가 가득하던 복도에는 차가운 냉기와 고요만 남았다.송지아는 벽에 몸을 기댄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핏기가 가신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마침 곁을 지나던 직원이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신가요?”송지아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직원은 더 묻지 않고 그들이 들어간 룸의 문을 열었다. 문틈 사이로 환한 조명과 함께 남녀가 웃고 떠드는 소리가 흘러나왔다.목소리만 들어도 모두 무척 즐거워 보였다.본래 허경빈이 살아야 했던 삶은 이런 것이었을지도 모른다.그는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고, 북적이는 자리에서도 누구보다 잘 웃고 즐기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송지아와 연애를 시작한 뒤로는 일할 때를 제외하면 대부분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고양이를 품에 안고 놀아 주거나, 그녀에게 새로운 요리를 해 주겠다며 조리법을 들여다보곤 했다.돌이켜 보면 어느 순간부터 허경빈은 예전의 자신답게 살지 못했다.이제 그는 그저 자신이 원래 걷던 길로 돌아간 것뿐이었다.어쩌면 두 사람은 처음부터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송지아가 경성으로 돌아온 뒤 자선 행사에서 다시 마주친 순간부터 잘못된 인연이었는지도 몰랐다.처음부터 잘못된 만남이었다면 이제라도 끝내는 것이 옳았다.한낮부터 차 안에서 에어컨조차 켜지 못한 채 기다린 탓에 송지아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런데 클럽 안의 냉방은 지나치게 강했다.달아올랐던 피부에서 열기가 빠져나가자, 차가운 공기가 젖은 옷자락을 파고들었다. 순식간에 서늘해진 몸이 견디기 힘들 만큼 떨려 왔다.목소리만 들어도 그 여자는 분명 활발하고 밝은 사람일 것 같았다.잘 웃고, 애교도 많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거리낌 없이 말할 줄 아는 사람.송지아는 허경빈이 그 여자와 함께 있을 때 어떤 모습일지 어렵지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282화

    한여름이었다.누군가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릴까 봐 송지아는 자동차의 시동을 완전히 껐다.금세 차 안의 온도가 견디기 힘들 정도로 치솟았다. 송지아의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그녀는 한낮부터 해가 저물 때까지 기다렸다.달이 떠오르고 밤하늘에 무수한 별이 펼쳐질 때까지도 허경빈은 나타나지 않았다.송지아는 점점 기운이 빠졌다.서은주에게 연락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서은주라면 분명 허경빈의 근황을 알고 있을 테니까.그러나 연락했다가 자신의 행방이 드러날까 두려웠다.자정이 가까워지자 사방은 쥐죽은 듯 고요해졌다.기다림에 지친 송지아에게도 서서히 졸음이 밀려왔다.바로 그때, 갑자기 자동차 엔진음이 들렸다.송지아는 반사적으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허씨 집안 저택에서 허경빈의 스포츠카가 나오고 있었다.허진강 부부가 아들의 스포츠카를 몰고 나올 리는 없을 터.형언하기 힘든 흥분과 기쁨이 순식간에 온몸으로 퍼졌다.차 안에 탄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송지아는 일단 뒤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미행 경험이 전혀 없던 그녀는 상대에게 들킬까 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조심스럽게 따라갔다.스포츠카는 한 고급 클럽의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허경빈은 친구들과 모일 때마다 이곳을 자주 찾았다.늘 이용하는 전용 룸도 있었다.송지아는 십 분쯤 기다린 뒤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허경빈이 자주 이용하던 룸 근처로 향한 그녀는 그곳에서 정말로 허경빈을 발견했다.그는 복도에 서 있었다.회백색 계열의 옷을 입고, 예전보다 훨씬 짧아진 머리카락을 한 채 느긋하게 벽에 기대어 있었다.단정하고 산뜻한 모습이었다.셔츠는 목깃 아래로 단추 두 개가 풀려 있어 선명한 쇄골선이 드러났다.허경빈은 고개를 살짝 돌린 채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입꼬리를 가볍게 올려 웃는 순간, 특유의 소년 같은 분위기 속에 이전에는 없던 성숙함까지 느껴졌다.곁에 있는 사람들은 송지아가 모르는 이들이었다.그를 바라보는 순간, 수많은 기억이 머릿속을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281화

    집으로 돌아온 송윤재를 본 송현근은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내가 어쩌다 너 같은 쓸모없는 아들을 키웠을까.”송윤재가 헛웃음을 쳤다.“아빠는 그렇게 능력 있으시면 직접 해 보세요.”*다음 날, 송현근은 허진강에게 낚시를 가자고 제안했다.육진국과 하정현도 함께했다.예전부터 네 사람이 함께 낚시를 다니던 구성은 변하지 않았다.달라진 것은 과거에는 허진강이 송씨 집안의 환심을 사려고 애썼지만, 지금은 송현근이 허진강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는 점이었다.그러나 송현근도 아무런 소득 없이 돌아왔다.그사이 허경빈이 중병에 걸렸다는 소문은 점점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송지아의 불안도 날이 갈수록 커져 갔다.한여름이었지만 밤이 되면 산바람은 서늘했다.잠이 오지 않는 날이면 송지아는 옷을 단단히 여미고 사찰 안을 거닐었다.법당 앞에 이르자 희미한 불빛에 비친 부처의 얼굴이 한없이 자비로워 보였다.송지아는 본래 신이나 부처를 믿지 않았다.그러나 그날만큼은 법당 앞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다.허경빈이 무사하기를 간절히 빌었다.“마음에 품은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까?”몸을 일으키려던 순간, 뒤에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송지아는 돌아서서 허리를 살짝 숙였다.“묘법 스님.”묘법은 이 사찰의 주지로, 나이가 일흔이 넘은 노승이었다.그는 온화하고 자비로운 인상을 지닌 사람이었다.송씨 집안은 그동안 사찰에 많은 돈을 기부하고 낡은 건물을 보수해 주었다. 그런 인연이 있었기에 묘법도 송지아가 산속 후원에 머물며 요양하는 것을 허락했다.“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한 사람을 잊고 싶다고 했지요.”묘법이 온화하게 말했다.“하지만 마음 깊이 들어온 사람을 어찌 그리 쉽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저와 그 사람은 어쩌면 애초부터 인연이 아니었나 봐요.”묘법이 빙그레 웃었다.“수많은 사람 가운데 서로 만났다는 것부터가 이미 인연입니다. 두 사람은 만나 서로를 알고, 끝내 사랑하게 되었는데 어찌 인연이 없다고 말할 수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280화

    약을 다 마시고 나니 입안 가득 씁쓸한 맛이 남았다.요즘 송지아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가사도우미는 그녀의 상태를 송씨 집안에 사실대로 알렸다.송씨 집안 사람들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송지아의 어머니는 눈시울을 붉히며 한숨을 내쉬었다.“두 아이의 운명이 왜 이렇게 기구할까요? 한 아이가 아프더니 이제 다른 아이까지 아프고…”“전에는 그렇게 사이가 좋았잖아요. 난 두 사람이 올해 결혼하면 내년쯤에는 외할머니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걸까요? 경빈이는 원래 몸도 건강한 아이인데, 멀쩡하던 애가 왜 갑자기 아픈 거죠? 정말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네요.”송현근은 미간을 깊이 찌푸렸다.“어쩌면 이것도 두 아이의 운명인가 보지.”“그렇게 다정하고 사랑스럽던 연인이 하루아침에 비운의 연인이 되어 버렸네요.”송지아의 어머니는 허경빈이 안쓰러웠다.“지아에게 돌아오라고 설득해 보면 안 될까요?”“우리 딸 고집이 얼마나 센지 당신도 알잖아.”송현근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눌렀다.“자기가 돌아오고 싶어 하지 않는데 누가 설득한다고 말을 듣겠어?”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말했다.“그런데 허경빈은 대체 무슨 병에 걸린 거지? 평소에는 그렇게 건강하고 아무런 이상도 없어 보이던 애가 갑자기…”“지아가 떠난 충격 때문 아닐까요?”송지아의 어머니가 길게 탄식했다.“그 아이도 참 가여워요. 따지고 보면 이번 일은 우리 송씨 집안이 경빈이에게 몹쓸 짓을 한 거잖아요.”다음 날, 송현근 부부는 영양제를 챙겨 들고 병문안을 갔다.그러나 허경빈은 만나지 못하고 허진강 부부만 만날 수 있었다.두 아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허진강 부부도 묻고 싶은 것이 많아 보였다.하지만 무슨 말인가 꺼내려다가도 결국 삼켜 버렸다.“경빈이 몸은 좀 어떻습니까?”송현근은 허진강을 대하기가 못내 미안했다.허진강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괜찮습니다. 가벼운 병이에요. 두 분께서 직접 병문안까지 오실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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