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네가 사라진 지 10년. 그동안 나도 많이 변했어. 어릴적 세상 물정 모르던 귀여운 또라이는 어디가고 생활에 쪼달려도 보고, 남자에게 배신도 당해 보고, 혹독한 사회 생활 중에 갑질도 당해보면서.. 한없이 순진하고 자유로웠던 나의 모습은 자취를 감춘 채 겁많은 33살 평범한 어른이 되어버렸어. 그런데 10년 만에 안진호가 아니라 안서후가 되어 나타난 너는, 그렇게 말없이 사라졌다 또 예고없이 나타난 너는, 왜 그렇게 슬픈 눈을 하고 날 쳐다보고 있는데...
View More우선 각자 집으로 흩어졌다.라임은, 아빠가 가게 문도 닫고 어디로 갔는지 몹시 의문스러웠다.한 번도 별 말 없이 가게 문을 닫은 적이 없었기에 무슨 일인가 싶어 집 전화기로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Rrrrrrr Rrrrrrrrr아빠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이번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Rrrrrrrr Rrrrrrrrrr엄마도 전화를 받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오늘 라임 엄마 서정과, 진호의 엄마 해리는 몇몇 동네 친구들과 함께 벚꽃 놀이를 다녀 온다며 아침부터 들떠있었다분명히 라임과 진호가 학원까지 마치고 올 시간이면 그 전에 돌아와 있을 것이라 말했는데, 집에는 엄마는 커녕 아빠조차 가게 문을 닫아 버리고 사라졌다.쿵쿵쿵쿵누군가 현관문을 급하게 두드리는 소리에 라임이 문을 열었다꼬마슈퍼 아주머니였다아주머니의 얼굴은 잔뜩 상기되어 있었고, 눈물이 맺혀있는 것 같기도 했다“라임아! 진호도 같이 있니?”마침 진호도 집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라임의 집으로 건너오고 있었다진호까지 발견한 아주머니는 둘 다 어서 따라오라며 양쪽으로 아이들 손을 잡으셨다.대기해 있던 꼬마슈퍼아저씨의 경차 뒷쪽에 밀어넣다시피 한 아주머니가 조수석에 올라타며 급기야 흐느끼기 시작했다.“아이고⋯저 불쌍한 것들 어떡해⋯..”그 날 이후 라임도 진호도 더이상 사랑하는 엄마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급하게 마련된 빈소에는 라임의 모친 서정과 진호의 모친 해리의 합동 장례식 준비가 한창이었고, 옆 빈소에는 함께 차에 타고 있던 꽃집 이모의 장례식이 따로 마련되었다.검은 차림의 부친 세훈과 훈종은 상주 완장을 찬 채 장례식장 안으로 어떨떨한 표정을 한 채 들어오는 자신의 자녀들을 꼭 끌어 안았다.본격적으로 손님들을 맞이한 빈소에는 함께 사고를 당했지만, 다행히 목숨을 건지고 입원중에 있는 세 사람의 가족이 찾아와 함께 울었고,6명이 함께 타고 있던 차를 들이받은 50대 트럭운전사는 현재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는 소식도 전해왔다두 아이는 손을 꼭 잡고 한시도 떨
“캭~아기다~아기”4살 라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뽀실뽀실한 아기를 신기하게 쳐다보았다“라임아 동생!!”“돈..섄”“아고 잘하네~~~ 동생 이름은 진호래 안진호!”“안찐노”서정은 라임에게 앞으로 진호를 친동생 처럼 잘 돌보아주고 사랑해 주어야 한다고 일러주었다.그러자 라임은 아주 자신있게 알겠다고 대답했다.해리는 그런 서정이 눈물겹게 고마웠고, 라임이 또 그렇게 사랑스러웠다.서정과 해리는 학창시절부터 늘 붙어다니던 단짝 친구였다.고아원에서 자란 해리를 처음으로 아무 선입견 없이 온전히 좋은 친구로 대해준 것이 서정이었다.그런 서정과 중, 고, 대학까지 함께 다니며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았는데, 서정이 먼저 결혼을 하면서 이 곳 양주로 이사를 왔다.몸은 떨어져 있었지만, 두 사람은 언제나 서로를 걱정하고 그리워하여 최대한 시간을 내어 만나러 가거나 오곤 했다.그러던 어느 날.갑자기 해리의 연락이 뚝 끊기고, 일 년 동안 감감 무소식이었다.연락처는 바뀌어 있었고, 해리의 행방에 대해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그런데 일 년 후,예고도 없이 너무도 갑자기, 자신의 남편 세훈과 함께 양주 서정의 바로 옆집으로 이사를 왔다.그날 서정은 해리를 안고 한참을 울었다.해리는 임신 6개월차 임산부였고, 그때부터 둘은 서로의 집을 오가며 예전처럼 다시 붙어 다니기 시작했다.서정에게는 4살 딸이 있었고, 그녀의 남편은 아주 자상했으며 집 옆 건물에서 기사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해리의 남편은 늘 아침마다 정장을 입고 회사로 출근을 했다. 작은 중소기업이라 했다.학력과 스펙이 상상 이상인 사람이라 이력서 만으로도 회사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분위기였다.그렇게 두 가정에서 친남매처럼 나고 자란 라임과 진호는 서로의 집을 제 집 드나들 듯 하며 늘 함께 했다.세상 모든 밝음과 사랑스러움은 죄다 라임에게 갖다 붙여 놓은 듯 라임은 항상 밝았고, 웃었고, 당당했고, 행복했다.가끔 이해 할 수 없는 행동과, 예상치 못한 사고로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벽에 기대 멍하니 천장을 주시하고 있던 서후는 다시 화장실에서 빠져 나오는 라임을 보고 기다렸다는 듯 말을 걸었다.‘오랜만입니다’악수를 할 때 자신을 올려다 보던 라임의 표정과, 지금 자신을 바라보는 라임의 표정은 동일했다.당황스러움이 역력하게 보이는 그녀의 얼굴에서 서후는 처음으로 10년 전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다.‘안녕하십니까 부사장님’서후는 당황했다.어제 잠들기 전까지 서후의 머릿속은 라임과의 재회를 상상하느라 바빴다.10년 전의 그녀라면, 분명히 눈물을 터뜨리고 주먹으로 자신을 마구 벌주며 따지고 들겠지.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왜 돌아오지 않았냐고, 10년 동안 어떻게 소식 하나 없이 숨어 버릴 수 있냐고..지금 이 모습은 무어냐고.. 마구 쏟아내며 자신을 원망할 것이다.그리고 미안해 한마디에 씩씩 대면서도 마음을 열어 주겠지.하나도 빠뜨리지 말고 10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얘기하라고 협박하겠지..그럼, 하나도 빠짐 없이 다 얘기해 주어야겠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그 때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그럼 그녀는 또 그 때처럼 자신을 안아줄 것이다. 억지로 웃겨주려고 기막힌 행동들을 해가며 결국 또 자신을 실없이 웃게 만들어 줄 것이다.그런데⋯.‘그럼⋯ 저는 이만..’10년은 너무 길었고, 그녀는 많이 변해 있었다.‘여전히.. 소화가 잘 안되나 봅니다’그녀를 붙잡고 싶어 다급하게 말을 걸었다.‘아닙니다. 그럼 이만’낯선 그녀의 뒷 모습이 창살이 되어 제 심장에 박혀 왔다.아픈데⋯ 눈을 뗄 수가 없었다.***[그날 저녁]쿵- 짝- 쿵쿵- 짝, 쿵- 짝- 쿵쿵- 짝,연습실 문을 빼꼼 열고 들어간 라임은 환하게 웃으며 쩡이씨를 불렀다“와~~ 우리 쩡이씨 오늘도 일등으로 오셨네”“호호호호~ 우리 라임은 오늘도 이등으로 오셨네?”“야~ 역쉬 우리는 잘 맞아”라임이 쩡이씨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메인 건반으로 가 전원을 켠 후 악보를 세팅했다.“몇 시에 오신거예요?”“음⋯ 한 시간 전?”“와~ 역쉬
핸드타월을 한 장 뽑아 들고 손 바닥과 손 등을 톡톡 두드려가며 물기를 제거 했다.휴지통에 젖은 핸드타월을 버리곤 다시 한 번 한숨을 푹~ 하고 내 쉰다.“아⋯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하지?”오른손으로 가슴 중앙을 두르리며 천천히 여자 화장실을 빠져 나오는데⋯순간 저도 모르게 발길이 멈춰 버렸다.또각, 또각, 또각일정한 구둣발 소리와 함께 비서 두 명을 대동해 곧은 자세로 복도를 걸어오는 서후의 모습에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체한 듯 불편한 속을 달래보려 다시 가슴 중앙을 두르려 보지만, 점점 가까워 오는 서후의 모습에 더는 못 견디겠는 듯 다시 뒤돌아 화장실로 들어가 버렸다.‘토하고 싶은데⋯.’속으로 생각하다 2번째 칸 안에 들어가 변기를 잡고 쭈그려 앉았지만, 눈을 감고 길게 호흡을 하며 참아냈다.‘안돼⋯또 습관 되면 안돼⋯’조금 진정이 된 듯 했을 때 자리에서 일어나 세면대에서 다시 손을 씻었다.좀 전 처럼 핸드타월 한 장으로 손을 닦으며 복도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이미 지나갔겠지⋯’더 이상 구둣발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그토록 찾고 싶었는데, 그렇게 보고 싶었는데.. 막상 그 애가 눈 앞에 나타나자 본능적으로 피하게 되는 건⋯그 애가 너무 많이 변한 탓이겠지.. 너무 낯선 탓이겠지..라임은 여자 화장실을 빠져 나왔다.그런데⋯.“오랜만입니다”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줄만 알았던 서후가 새하얀 벽에 기댄 채 로우한 음성으로 말했다.기대 있던 몸을 바로 하더니,또각 또각..두 발자국 만에 라임의 앞에 섰다.라임은 아무 말도 못한 채 서후를 바라만 보았다.10년이 지났지만, 매끈한 피부와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눈 코 입은 여전히 아름다웠다.순간 정신이 들었는지 라임이 고개를 숙였다“안녕하십니까 부사장님”라임의 어색한 인사에 서후는 말없이 내려다 보고만 있었다.원래 말이 없던 그 애는 30살이 되어 더 말을 아끼는 사람이 되어 버린 듯 했다.그렇게 한참을 말 없이 시선을 떨구고 있는 라임과,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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