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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Author: 풍월
화장실에서 돌아온 서은주는 두 사람 사이의 묘한 기류를 바로 느낄 수 있었다.

“두 사람, 무슨 일 있었어요?”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아니라고 답했다.

강정한이 알아낼 수 있는 정보는 너무 제한적이었다.

경성에는 지방 출신 양녀, 서은주가 의도적으로 육강민에게 접근해 아이까지 가져선 신분 상승에 성공했다는 이야기와 임신 소식이 알려졌을 당시, 육강민과의 관계는 냉랭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

하여 강정한은 그 이유를 묻고 싶었고 그 결과 사촌 여동생이 술에 취해 먼저 육강민을 유혹한 것으로 두 사람이 첫 만남이 시작되었다는 말에 그만 충격을 받은 것이다.

이미 마음을 가다듬은 서은주는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조심스레 물었다.

“그때 작은고모는 한 남자와 교제 중이었는데, 할아버지께서 못마땅해하셔서 집에 데려오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지. 그러다 나중에 임신까지 했는데도 할아버지는 여전히 허락하지 않으셨대. 그래서 그대로 집을 떠났지.”

“왜 그렇게까지 반대하신 거예요?”

서은주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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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101화

    그 순간 허경빈은 욕설을 내뱉고 싶었다.설 연휴에 개봉한 영화들 가운데 가장 먼저 후보에서 제외한 작품이 바로 ‘부니 베어’였다.설도윤, 이 사람 제정신인 건가?여자와 데이트하면서 고른 영화가 겨우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라고?아니면 송지아가 좋아해서 함께 본 건가?“아, 정말 미치겠네!”허경빈이 집 안에서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곁에 있던 고양이가 화들짝 놀랐고, 허진강도 아들의 난데없는 행동에 움찔했다.“경빈아, 너 왜 그러니? 요즘 보니 신경이 많이 쇠약해진 것 같은데, 아빠랑 신경과에 한번 가 볼래?”“아무 일도 없어요. 저 아주 멀쩡해요.”허경빈이 지친 듯 한숨을 내쉬었다.“그런데 멀쩡하던 애가 왜 갑자기 발작하듯 소리를 질러?”발작이라니.허경빈도 자신이 대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정말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영화관까지 찾아가지 않았는가.그는 한동안 사람을 시켜 설도윤을 지켜보게 했다. 하지만 설도윤이 다른 여자와 만나는 모습은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결국 손에 쥔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무엇보다 자신이 무슨 자격으로 송씨 집안의 일에 끼어든단 말인가.설 다음 날부터는 친척과 지인들을 찾아다니느라 하루하루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갔다.그 기간 허경빈이 가장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일은 따로 있었다.친척들과 함께 식사할 때,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그를 어린아이들 식탁에 앉힌 것이다.명백한 차별이었다!그러는 동안 육강민을 비롯한 친구들과도 한 차례 가볍게 모였다.식사를 마친 뒤 육씨 집안의 세 아이가 영화를 보러 가겠다고 하자 허경빈도 따라갔다. 공교롭게도 아이들이 고른 작품은 ‘부니 베어’였다.솔직히 말하면… 생각보다 꽤 재미있었다.정월 초엿새에는 아무런 일정도 잡지 않았다. 다음 날이면 다시 출근해야 했기에 집에서 푹 쉬려던 참이었다.그런데 휴대전화가 연달아 진동했다. 동창 단체 채팅방에서 모임 이야기가 한창 오가는 가운데 누군가 또다시 허경빈을 태그했다.[경빈이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100화

    서은주는 딸에게 옷을 제대로 입혀 준 뒤, 가느다란 머리카락을 양 갈래로 예쁘게 묶어 주었다.단장을 마친 육민찬과 육수린은 손을 꼭 잡고 집 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새해 인사를 드리고 세뱃돈을 받기 시작했다.한편 연우진은 육남혁이 동생의 기저귀를 갈아 주는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네가 한번 해 볼래?”육남혁이 아들을 바라보며 묻자 연우진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내가 동생 기저귀를 갈 때마다 계속 쳐다보기에 직접 해 보고 싶은 줄 알았는데.”“해 보고 싶기는 해요.”연우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솔직히 털어놓았다.“그런데 동생이 응가했을 때는 냄새가 너무 심해요.”아이는 진지한 얼굴로 다시 물었다.“저는 하루에 한 번만 하는데, 동생은 왜 하루에도 그렇게 여러 번 응가해요?”육남혁은 말문이 막혔다.모르는 것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아들을 둔 것은 분명 자랑스러운 일이었다.하지만 하필 설날 아침부터 아들과 응가에 관해 진지하게 토론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그때 연주가 태연하게 한마디 던졌다.“넌 갓난아기였을 때 동생보다 더 자주 응가했어.”이번에는 연우진이 입을 다물었다.육남혁이 막내아들의 기저귀를 모두 갈아 준 순간, 마침 육민찬이 육수린의 손을 잡고 새해 인사를 하러 들어왔다.연주는 남편에게 미리 준비해 둔 세뱃돈 봉투를 아이들에게 건네주라는 눈짓을 보냈다.그런데 육민찬이 먼저 자기 세뱃돈 봉투 하나를 꺼내 육시안의 작은 손에 쥐여 주었다.“동생아, 새해 복 많이 받아.”그는 연주를 올려다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저, 동생한테 입 맞춰도 돼요?”“그럼.”허락을 받은 육민찬은 육시안의 말랑한 뺨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그 모습을 본 육수린도 곧바로 오빠를 따라 했다. 등에 멘 토끼 가방에서 세뱃돈 봉투를 꺼내 육시안에게 건네고는 조심스럽게 뺨을 맞댔다.집안의 막내인 육시안은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다.아침 식사를 마친 뒤 육강민과 서은주는 세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놀러 나갔다. 육남혁 부부는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099화

    설 전날 밤에는 대부분 늦게까지 잠들지 않았다.자정이 지나자마자 휴대전화의 온갖 단체 채팅방에 새해 인사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SNS도 축하 게시물로 순식간에 도배되었다.허경빈은 부모님과 함께 새해를 맞을 때까지 깨어 있다가 방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아 영화 예매 앱을 열었다.따로 사람을 시켜 알아본 결과, 설도윤이 어느 영화관의 오후 네 시 무렵 상영관을 예약했다는 사실은 확인했다.다만 정확히 어떤 영화를 볼 예정인지는 아직 알지 못했다.정말 치밀한 자식이었다.오후 네 시에 영화를 보면 끝날 무렵에는 마침 저녁 식사 시간이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둘이 저녁까지 함께 먹을 수 있었다.자신이 보낸 경고 메시지의 뜻을 송지아는 알아보기나 했을까?생각할수록 짜증이 났다.그는 이불을 뒤집어쓰며 애써 생각을 떨쳐 냈다.됐어. 내가 왜 이렇게까지 신경 써야 하지?송지아의 일이 자신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이미 충분히 경고했으니 할 만큼은 다 했다.그때 동창들이 모인 소규모 단체 채팅방에서 누군가 허경빈을 태그했다.[경빈이 형, 새해 복 많이 받아요.]허경빈도 짤막하게 새해 인사를 건넸다.그러자 상대가 곧바로 메시지를 보냈다.[정월 초엿새에 동창회 열기로 했어요. 장소도 다 정했고 초등학교와 중학교 동창 몇 명도 부르기로 했으니까 꼭 와야 해요.][안 가!]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한데 동창회에 참석할 마음이 있을 리 없었다.[전에 우리가 알아서 정하면 형은 언제든 괜찮다고 했잖아요. 이제 와서 말을 바꾸면 안 되죠.][나중에 봐서. 친척들께 인사하러 가야 할지도 몰라.]그의 문자에 다른 사람들은 잠시 할말을 잃었다.정말이지 입만 열면 말을 바꾸는 사람이었다.하지만 단체 채팅방의 동창들은 허경빈에게 대놓고 따질 만큼 편한 사이가 아니었다. 결국 아무도 더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허경빈은 한숨을 내쉬며 침대 위에서 이리저리 뒤척였다.지금까지 영화와 드라마를 숱하게 본 경험에 따르면 영화관은 어둡고 사람들의 시선도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098화

    배달 오토바이가 멀어지고 나자 윤나송과 연위성만 덩그러니 남았다.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고, 차가운 겨울 공기 속으로 견디기 힘든 어색함이 흘렀다.연위성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물었다.“배달 앱에 이름을 이규라고 등록해 둔 겁니까?”“여자 혼자 사니까 남자 이름을 써 두는 게 더 안전하잖아요.”연위성은 윤나송이 들고 있는 배달 봉투를 내려다보았다.“이게 설 전날 저녁이에요?”윤나송은 봉투를 든 채 민망해서 땅속으로라도 숨고 싶었다.“먹을 것을 좀 가져왔어요.”연위성이 육씨 집안에서 챙겨 온 음식들을 내밀었다.윤나송은 순간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홀로 남아 있는 명절 저녁, 자신을 떠올리고 음식을 챙겨 온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마음 한구석을 묘하게 건드렸다.그녀는 음식을 받아 들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먼저 권했다.“잠깐 올라갔다 갈래요?”“괜찮습니다.”“부담 갖지 말고 조금만 있다 가요.”*십여 분 뒤.윤나송은 데운 음식을 식탁에 펼쳐 놓고 먹었고, 연위성은 거실 소파에 앉아 설 특집 방송을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간간이 떠오르는 말을 주고받으며 조용한 명절 저녁을 함께 보냈다.“그런데 이 음식은 어디서 가져온 거예요?”윤나송은 한입 맛본 뒤 물었다. 아무리 봐도 호텔이나 식당에서 포장해 온 음식은 아니었다.“육씨 집안에서요.”“육씨 집안 사람들을 알기 전에는 다들 너무 높은 곳에 있어서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들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만나 보니 모두 좋은 분들이더라고요.”윤나송이 웃으며 말하자 연위성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육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잘해 주었다.하지만 아무리 따뜻하게 대해 주어도 그곳은 결국 자신의 집이 아니었다.특히 명절이 다가오면 세상을 떠난 부모님이 더욱 선명하게 떠올랐다.부모는 자신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최근에는 잠들기만 하면 돌아가신 두 분이 꿈에 나타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신경은 팽팽하게 곤두섰고, 마음은 좀처럼 편안해지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097화

    육씨 집안 본가.설 전날 허경빈이 집에 찾아왔을 때부터 기분이 영 좋지 않아 보였다.서은주는 무슨 일이 있는지 내심 궁금했지만, 육강민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듣자 하니 섣달 스무여드레에 송씨 집안에 갔다가 밤늦게 돌아왔다더라. 아마 거기서 무슨 충격이라도 받은 모양이지.”“송씨 집안이 그렇게 무서운 곳이에요?”“신경 쓰지 마.”육강민은 서은주의 어깨를 감싸 안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겨울밤이 내려앉자 푸짐한 설 전날 저녁상이 식탁 위에 차려졌다. 온 가족은 따뜻한 불빛 아래 옹기종기 둘러앉았다.기분이 좋은 박명숙은 과실주를 조금 마셨다.“리치로 담근 술이라 도수가 높지 않단다. 은주 너도 조금 맛보렴.”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연주는 당연히 술을 마실 수 없었다.그때 육민찬이 노부인의 팔을 꼭 붙들고 졸랐다.“증조할머니, 저도 마셔 보고 싶어요.”리치로 담근 술이라니 분명 달콤할 것 같았다. 육민찬은 자기도 한 모금만 달라며 좀처럼 물러서지 않았다.결국 아이의 성화를 이기지 못한 박명숙은 젓가락 끝에 술을 살짝 묻혀 입가에 가져다주었다.육민찬은 입맛을 몇 번 다시더니 생각보다 매운 맛에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그러고는 제 몫으로 놓인 코코넛 우유를 붙잡고 연달아 몇 모금이나 들이켰다. 그 모습에 식탁에 둘러앉은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육진국이 연위성에게 술병을 들어 보였다.“위성, 자네도 오늘 한잔하지 그러나? 취하면 여기서 자고 가면 돼. 방도 준비해 두었어.”“내일 당직이라 술은 마시면 안 됩니다.”연위성이 웃으며 사양했다.다음 날 출근해야 한다는 말을 듣자 더는 술을 권하는 사람도 없었다.저녁 식사를 마친 뒤 어른들은 거실에 모여 설 특집 방송을 보았다. 아이들은 마당으로 뛰어나가 작은 불꽃놀이를 즐겼다.육수린은 손에 든 불꽃 막대를 신기한 듯 바라보며 연신 흔들었다. 서은주는 혹시 불똥에 다치지 않을까 아이들에게 조심하라고 거듭 당부했다.“은주야, 새해 복 많이 받아.”육강민은 서은주의 어깨를 감싸 안고 뺨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096화

    결국 허경빈은 송지아의 답장을 끝내 받지 못했다.*다음 날, 설 전날.허경빈이 짙은 다크서클을 달고 거실에 나타났을 때, 허진강은 고양이를 품에 안고 하랑이에게 새 옷을 입혀 주고 있었다.“우리 착한 아기, 예쁘기도 하지.”허진강은 하랑이를 연신 아기와 보물이라 부르며 눈이 가느다란 실처럼 휘어지도록 웃었다. 그러다 아들을 발견하는 순간 미간을 단단히 찌푸렸다.“경빈아, 너 어젯밤에 어디 가서 도둑질이라도 했니? 얼굴은 누렇게 뜨고 눈에는 초점도 없고, 온몸에서 죽을상이 흘러넘치잖아. 설을 맞는 사람 얼굴이 왜 그 모양이야?”“잠을 못 잤어요.”허경빈은 크게 하품했다.“직장 때문에 고민할 일도 없고, 연애 문제로 속 썩을 일은 더더욱 없는 녀석이 왜 잠을 못 자? 유난 떨기는.”집에 있어 봐야 구박만 받자 허경빈은 아예 밖으로 나가 여기저기 돌아다녔다.방씨 집안에는 별다른 재미가 없어 금세 나왔고, 하씨 집안에 도착했을 때는 온유란이 마당에서 따스한 겨울볕을 쬐고 있었다.한쪽에서는 유주만과 도정숙이 해바라기씨를 까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하이석은 그 곁에서 부지런히 차를 따르고 물을 채워 주었다.그런데 하정현 부부는…설 전날부터 옷차림을 두고 다투는 중이었다.허경빈을 발견한 하정현은 구원자라도 만난 듯 서둘러 그를 싸움 한가운데로 끌어들였다.“경빈아, 네가 한번 말해 봐라. 오늘 내 옷차림이 그렇게 별로냐? 내 아내는 자꾸 촌스럽고 못생겼다고 하잖아.”현정민 여사가 콧방귀를 뀌었다.“실제로 촌스러우니까 그렇죠. 경빈아, 이 사람 말은 무시하고 어서 집에 가렴.”“집에는 왜 보내? 경빈아, 네가 공정하게 판단해 봐. 내 옷이 정말 그렇게 이상하냐?”허경빈은 미칠 것만 같았다.어른들의 부부싸움에서 어느 편을 들어도 난처해질 것이 뻔했다. 그는 다급히 하이석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빛을 보냈다.하지만 하이석은 못 본 척 고개를 돌려 버렸다. 부모에게 이리저리 붙들린 허경빈이 곤욕을 치르든 말든 내버려 두었다.자신이 전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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