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오늘 밤 사건이 너무 많아서, 강희진의 머릿속은 완전히 뒤죽박죽이었다.“너무 늦어서 혼자 가면 위험해요.”방주헌은 굳이 고집을 부렸고, 강희진도 더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가는 내내, 두 사람은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방주헌은 그날 밤 있었던 일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계속 고민했다.차가 지하 주차장에 도착하자, 강희진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며칠 전 내가 술에 취해서 한 말은 미안해요. 그냥 헛소리였다고 생각하세요. 하지만 오늘 일은 정말 고마웠어요. 그리고 이 일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방주헌은 머릿속이 하얘졌다.무슨 상황이지?이 말은 무슨 뜻이지?그날 밤 일을 잊으라는 건가?불붙여 놓고 모른 척하겠다는 거야?강희진는 서둘러 차 문을 열고 내렸고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집으로 돌아는 길에도 방주헌이 무언가를 고민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던 것이다.아마 자신과 관련된 일일 테고, 그가 먼저 선을 긋게 되면, 강희진은 너무 비참할 것이다.차라리 자신이 먼저 말하는 것이 체면이라도 세우는 방법이었다.방주헌은 차 안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가슴 한가운데가 텅 빈 듯 허전했고 커다한 상실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이렇게 흘러갈 줄은 상상도 못했다.바로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방주헌이 발신자를 확인하고 수신 버튼을 누르자, 바로 어머니의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방주헌, 한밤중에 병원에 있지 않고, 어딜 돌아다니는 거야!”“지금 들어가요.”방주헌은 이성 친구와 함께 있는 경험이 전혀 없어서,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결국 먼저 병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강희진는 커튼 뒤에 숨어 차가 멀어지는 모습을 지켜봤다.어느새 그녀의 눈이 살짝 붉어졌다.한숨을 내쉬던 그녀는 힘없이 침대에 주저앉았다. *병원으로 돌아온 방주헌을 단단히 혼내려 했던 라미현은 영혼이라도 잃은 듯 멍한 얼굴로, 뻣뻣하게 침대에 누워 있는 걸 보고, 말을 쉬이 잇지 못했다.“너 또 왜 이러니?”최근 들어 아
경찰서.누가 신고했는지 경찰이 출동해 일행을 모두 경찰서로 데려왔다.번팔구는 경찰을 보자 희망을 본 듯 달라붙었다.번들거리는 대머리에 얻어맞아 코며 얼굴이 멍투성이가 된 얼굴로 방주헌의 폭력을 장황하게 고발했다.이 부분에 대해 방주헌은 부인하지 않았다.경찰이 싸움의 이유를 묻자, 번팔구는 갑자기 강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경찰 아저씨, 저 여자가 저를 꼬셨습니다!”순간 공기가 싸늘해졌고, 모두가 말문을 잃었다.그 말에 방주헌은 다시 폭발했다.“머리에 남아 있는 털을 세어 보고 말하는 거야? 너 따위를 저 여성분이 좋아하겠냐? 자기 객관화가 너무 안 됐네? 얼굴은 무슨 QR코드처럼 생겨선 스캔 안 하면 뭐인지도 모르겠는데,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는구나! 여기서 안 되면 다른 데라도 돼야 하는데, 넌 어디가도 답 없겠다!”번팔구는 이를 악물었다.말로는 도서히 방주헌을 이길 수 없자, 곧바로 사건을 담당한 경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경찰 아저씨, 그 여자는 저희 스튜디오 신입사원입니다. 입사 이후 계속 잡일만 하다가 위로 올라가고 싶어서 저를 꼬신 겁니다. 저는 가정이 있는 사람인데, 어떻게 그런 일을 하겠습니까? 제가 넘어가지 않아서 이제 와서 추행했다고 뒤집어씌우는 겁니다!”흥분한 번팔구는 목소리를 높였다.“요즘 젊은 여자들은 출세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정말 악질이죠.”강희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이토록 뻔뻔하고, 잘못을 뒤집어씌우는 인간은 처음이었다.방주헌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그러니까, 위로 올라가려고 너와 잠자리를 하려 했다는 거야?”“맞아요!”“저분이 누군지 알고, 하는 소리야?”“저희 회사 신입사원이죠.”“그럼 내가 누군지는 알아?”번팔구는 방주헌을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환자복 차림이었으니, 명문가의 도련님이라고는 전혀 안 보였기 때문이다.방주헌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잠시 뜸을 들이다 한마디 던졌다. “그냥 늙은 변태인 줄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지능도 문제 있었네.”“경찰 아저씨,
그러더니 느닷없이 고개를 들이밀어 그녀의 몸에서 나는 향을 맡으려 했다.그 순간, 강희진의 인내심은 완전히 바닥났다.번팔구는 감히 대놓고 강압하진 못했지만, 술기운에 대담해져 은근히 몸을 더듬어 보려는 속셈이었다.그가 갑자기 손을 뻗어 강희진의 어깨를 감싸안았다.그러나 강희진이 번개처럼 몸을 틀더니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그녀의 손이 번팔구의 뺨에 꽂혔다.그 한 방에 취기가 절반은 날아간 듯, 믿기지 않는 눈으로 그녀를 노려봤다.“감히 나를 때린 거야?”“한 번만 더 건드려 보시죠.”번팔구는 얼굴보다 체면이 더 구겨졌다.특히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던 대리기사 몇 명이 웃음을 터뜨린 게 더 치욕적이었다.“이 바닥에서 계속 일할 생각은 있는 거야?”번팔구는 뺨을 부여잡고 이를 갈았다.“오늘 당장 무릎 꿇고 사과 안 하면, 내일부로 당장 자를 거야!”“마음대로 하세요.”오늘을 겪고 나니, 강희진 역시 그 스튜디오에 대한 미련이 완전히 사라졌다.우상에 대한 환상마저 깨졌는데, 더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강희진이 등을 돌려 떠나려 하자, 분이 삭지 않은 번팔구는 눈이 뒤집혔고 다급하게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붙잡으려 했다.하지만 그가 막 손을 뻗는 순간, 누군가 뒤에서 그의 엉덩이를 힘껏 걷어찼다.예상치 못한 일격에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그것도 모자라 머리에 얹고 있던 가발이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바닥에 떨어진 가발 옆으로, 몇 가닥 남지 않은 머리카락이 드러난 번들거리는 두피가 훤히 드러났다.가로등 불빛 아래, 그 민둥머리가 눈부시게 반짝였다.“씨발, 누가 찼어! 죽고 싶어?”겨우 일어난 번팔구가 소리쳤지만, 방주헌이 또 한 번 발길질을 날렸다.“네 할애비다!”방주헌은 완전히 폭발해 버렸다.자신은 강희진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져,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고 있는데 저딴 자식이 감히 그녀를 건드리고 있었기 때문이다.정말 제정신이 아닌 놈이었다.강희진 역시 방주헌의 등장에 순간 멍해
강희진은 낯익은 얼굴이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어디서 봤는지는 떠오르지 않았다.반대로 그 몇 사람은 강희진을 알고 있었다. 레이싱을 즐기고, 방주헌과 같은 그룹에 속해 있는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방주헌 이모 아니야?”그들은 단체 채팅방에서 농담을 주고받았다. 수계 클럽에서 레이싱으로 민차를 이겨버린 그 사람을 봤다며, 친구나 동료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지며 술도 좀 마신 것 같다고 했다.*한편, 방주헌은 병상에 누워 있었다.이번 감기는 너무나 갑작스럽게 덮쳐와 부모님은 반강제로 그를 입원시켰고 심지어 전신 검진까지 예약해 두었다.가장 어이없는 건, 굳이 뇌 검사까지 받게 한 것이다.방주헌은 기가 막혔다.“그냥 단순한 감긴데 왜 뇌를 검사하는 거예요?”아버지는 무심하게 답했다.“네 엄마가 머리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해서.”“….”어이가 없었던 방주헌은 몰래 빠져나왔다가 상태만 더 악화되어, 며칠을 더 병원에 머무르게 되었다.침대에 기대어 휴대폰을 보고 있던 방주헌은 강희진이 수계 클럽에 갔고, 술을 마셨다는 글을 보게 되었다.지난번 그녀가 술에 취해 자신에게 했던 일들을 떠올린 방주헌은 혈액이 뜨겁게 치솟고 입안이 바짝 말라갔다. ‘설마 다른 남자한테도 그러는 건 아니겠지?’그 생각만으로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외투를 걸치고, 몰래 병원을 빠져나왔다.하지만 클럽 문 앞에 도착하자, 방주헌은 다시 망설였다.어떻게 하지, 그냥 들어가 버릴까?무슨 말을 해야 하지?너무 돌발적이진 않을까?머릿속에 온갖 시뮬레이션이 떠올라, 결국 클럽 입구에서 기다리기로 했다.그리고 마침내 강희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녀와 함께 있는 사람은, 사십 대 초반 약간 통통한 남자였다.방주헌은 다가가고 싶었지만, 쉬이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오늘 입은 옷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병원에서 나올 때 좀 더 멋지게 갈아입고 나왔어야 했는데 후회가 밀려왔다. 막상 만나면 첫마디를 뭐라고 해야 할지도 고민됐다. “어? 오랜만이네요?”너무
아마도 몸 상태 때문이었는지, 거의 격렬한 운동을 하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은 한켠에서 육민찬과 다른 아이들이 장난치는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었다.“앞으로 자주 놀러 오세요.” 서은주는 이런 아이가 괜히 더 마음 쓰였다.허유는 웃으며 말했다.“다음 주가 그리 생일이라, 남편과 함께 생일 파티를 해주려고 하는데 모두 와주면 좋겠어요.”서은주와 다른 부모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아이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왔고, 육민찬과 동그리는 유독 죽이 잘 맞았다.두 아이가 함께 서 있으면, 주변 부모들이 농담삼아 많이 닮은 것 같다고 했다.육강민이 집에 돌아오자, 서은주는 동그리 이야기를 꺼냈다.“눈 수술을 받았다면, 동씨 가문 말하는 거지?”“네?”서은주는 동씨 가문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우리 집안과 별다른 교류는 없지만 예전에 당신 눈 때문에 그 집 아들도 눈 수술을 했다고 들어서 찾아가 상담받은 적 있지.”이것이 육강민과 동씨 가문의 유일한 연결 고리였다.그날이 바로 양이나가 스스로 약을 먹고 유혹하려 했던 것이다.*주말.서은주는 강희진을 집으로 초대해 식사하려 하려고 전화를 걸었지만, 강희진은 저녁에 회식이 있다고 신입 환영회라 빠질 수 없다며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다른 날로 미뤄야겠네요.”“사실 회식에 가고 싶지 않았어.” 강희진은 한숨을 쉬었다.“그런데 하늬도 온다고 해서, 그래도 한 번은 보고 싶었지.”강희진과 함께 입사한 동료는 이미 디자인 관련 업무를 맡기 시작했지만, 그녀만 여전히 잡일이나 하고 있었다. 게다가 회식은 그녀가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달랐다.장소는 프라이버시가 철저히 보장되는 고급 회원제 라운지였다.신입 환영 모임이라더니, 정작 분위기는 달랐다.사람들의 관심은 디자인실의 몇몇 톱 디자이너와 책임자에게 쏠려 있었고 여기저기서 온갖 아첨과 아부가 난무했다.“희진 씨, 얼른 가서 술 따르지 않고 뭐 해요.”한 선배가 슬쩍 귀띔했다.“이 아가씨도 신입인가? 꽤 예쁘네.”번팔구라는 부
그날 퇴근 후, 강희진은 육씨 가문에 초대받았다. 육민찬의 과제는 직접 작은 집을 만드는 것이었고 서은주는 머릿속이 하얘졌다.하지만 강희진은 디자이너였고, 강씨 가문은 모두 손재주가 뛰어나, 자연스럽게 도움을 청하게 된 것이다.“요즘 어린이집은 부모까지 지치게 해요.”서은주는 한숨을 내쉬었다.“아이랑 함께 공예도 하고, 각종 행사에도 참여해야 하니, 부모들이 얼마나 힘든지 몰라요.”강희진은 그저 웃으며 펜을 들고 밑그림을 그려주고 필요한 재료도 대략 설명했다.육민찬은 신이 나서 박스와 나뭇잎, 풀잎 등을 찾아 나섰다.“요즘 일은 어때요?” 서은주가 그녀를 살폈다.“너무 힘들어서 짜증 나.”“신입 때는 다 그렇죠, 천천히 익숙해지면 돼요.”“디자이너로 입사했는데, 지금은 자료 출력하거나 커피 사 오고, 차 내놓고, 설거지나 하고 있어. 디자인 관련 업무는 거의 접할 수도 없어 완전 도우미 느낌이야.”강희진은 한숨을 쉬었다.“선배들이 신입 때는 잡일부터 시작한다고, 너무 마음에 담지 말라며 인턴 기간만 버티면 된다고 하더라고.”서은주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힘내야죠.”“물론이지. 난 하늬를 만나려고 이 스튜디오에 들어왔거든. 면접 때 그녀도 있었고, 내 디자인을 좋게 봐주며 함께 일하길 기대한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못 봤어.”하늬는 최근 2년 사이 국내에서 떠오른 신예 디자이너로, 그녀의 우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강희진 역시 하늬를 보고 싶어서 M 디자인 스튜디오에 들어온 것이었다.“잘나가는 디자이너라면 당연히 바쁘겠죠.” 서은주가 웃으며 위로했다.“동료들과는 어때요?”“그럭저럭.” 그녀의 목소리는 힘이 빠져 있었다.강희진은 힘든 걸 못 견디는 공주님은 아니었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고, 방주헌도 요즘 사라져 버려 기운이 빠져 있었다.서은주는 그녀를 살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누가 보면 실연당한 줄 알겠어.’*강희진의 디자인 덕분에, 육민찬이 만든 작품은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았다.녀석은 무척 기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