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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Author: 풍월
위미든.

막 집에 돌아오자마자, 육강민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아들, 육민찬이었다.

녀석은 악몽을 꾼 듯 잔뜩 겁먹은 목소리로 투정을 부렸다.

“아빠… 나 커다란 늑대가 토끼 먹는 꿈 꿨어. 너무 무서웠어.”

“그랬어?”

육강민은 입가에 엷은 미소를 머금고, 차분하게 아이의 말을 들어주었다.

“근데 있지, 그 늑대 이가 막 뾰족뾰족하고 진짜 무서웠다고!”

“그래서 많이 겁났구나.”

“아니거든! 나 남자야! 아빠가 늙으면 내가 업어서 병원 데려다줄 거라고!”

육강민의 눈썹이 희한한 곡선을 그렸다.

이 자식이!

“누가 그래?”

“큰아빠가 아빠는 맨날 일만 하고 몸도 안 챙긴다고 했어! 오늘은 의사도 아빠 보러 갔대. 큰아빠 말로는, 아빠 이러다 몸 망가지면 나중에 걷지도 못해서, 내가 아빠를 업어야 한다고 했어.”

서은주는 그만 웃음이 터져 나오려고 했지만, 육강민의 시선이 곧장 날아와 겨우 참았다.

그 눈빛은 사납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은 부드러웠다.

그 순간, 서은주의 심장이 쿵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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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891화

    눈앞의 이 남자는 하이석의 앙숙일지도 모르지 않겠는가. 그래서 온유란은 침착하게 대답했다.“저희는 연기하는 게 아니에요.”“그럼 왜 하이석이랑 함께 있는 건가? 뭘 보고? 내가 알기로는, 하씨 집안에 시집오고 싶어 하는 아가씨는 없던데.”“좋아하니까 함께 있는 거예요.”“그를 좋아한다고?”“사랑해요.”남자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 어울리지 않아. 그만 헤어져.”“어울리는지 아닌지는 저희 둘만이 아는 문제예요. 그걸 평가하실 분은 아닌 것 같은데요.”“지금 나한테 말대꾸하는 건가?”남자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눈썹뼈를 가로지른 깊은 흉터가 한층 더 위압적으로 보였다.“전 사실을 말한 것뿐이에요.”온유란은 겉으로는 태연했다.하지만 속은 이미 바짝 타들어 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약한 기색을 보일 수는 없었다. 하이석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되니까. 그래서 이를 악물고라도 끝까지 침착한 척해야 했다.“아가씨, 배짱 하나는 대단하네.”남자는 또다시 사람 좋은 얼굴로 웃어 보였다. 그러나 그 웃음은 오히려 더 섬뜩했다.“나한테 대들었던 사람들이 어떤 꼴이 됐는지는 알고 있나?”“하수구에 던져지나요?”남자는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그리고 손을 휘휘 저으며 그녀를 물러가게 했다.*온유란이 연회장으로 돌아왔을 때, 유주만은 그녀를 데리고 몇몇 오래된 지인들에게 인사를 시키고 있었다. 도정숙은 메인 테이블에 앉아 있었는데, 퇴원 후 한동안 몸조리를 한 덕인지 얼굴빛이 제법 좋아져 있었다.“왜 그래?”도정숙은 그녀를 어릴 때부터 지켜봐 온 사람이었으니, 이상한 기색을 가장 먼저 알아챈 것도 당연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좀 피곤해서요.”“그래도 좋은 날이잖니.”도정숙은 다정한 손길로 그녀의 옷매무새를 정리해 주었다.하이석의 시선은 줄곧 온유란을 향해 있었다. 어딘가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하지만 육수린이 그의 목을 끌어안고 품에 매달린 채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고, 마침 연회도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890화

    남자는 웃기만 했을 뿐인데도 온유란은 본능적으로 등골이 서늘해졌다.그는 키가 컸고, 나이는 오십이 채 안 되어 보였다. 머리는 짧게 정돈되어 있었고, 마른 체격임에도 묘한 압박감이 느껴졌다.특히 그 눈이 문제였다.깊이를 알 수 없는 우물처럼 어둡고 가라앉아 있었다.사람을 내려다볼 때마다 마치 날카로운 칼끝으로 살갗을 한 겹씩 도려내는 듯한 느낌을 줬다.바닥에서 버둥거리는 온유정을 내려다보는 눈빛은 차갑고 잔혹했다.마치 맹수가 먹잇감을 내려다보는 듯한 시선이었다.게다가 눈썹뼈 근처엔 깊게 패인 흉터 하나가 있었다. 한눈에 봐도 평범한 인물은 아니었다.온유란은 지금껏 이렇게 강한 기세를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서은주의 시아버지인 육진국 역시 젊을 적엔 대단한 인물이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집에서 낚시나 하고 텃밭이나 가꾸며 손주 재롱 보는 평온한 노인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예전의 날카로움은 이미 세월 속에 많이 무뎌진 상태였다.하지만 눈앞 남자는 달랐다.인상부터가 사나웠다.마치 소설 속 최종 악역 같은 분위기였다.온유란은 속으론 긴장했지만 겉으론 최대한 태연한 얼굴로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바닥에 눌린 온유정은 몸을 필사적으로 비틀고 있었다. 입이 막혀 소리는 내지 못했지만, 커다랗게 뜬 눈으로 온유란에게 살려 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왜 말이 없지?”남자가 그녀를 천천히 훑어봤다.“내 방식이 마음에 안 드나?”온유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남자는 태연하게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저런 뻔뻔한 인간들은 몇 마디로 쫓아냈다고 끝나는 게 아니야. 잡초 같은 것들이라, 봄바람만 불면 또 기어 나온단 말이지. 그러니 가장 좋은 방법은…”그는 눈을 가늘게 접었다.“뿌리째 뽑아 버리는 거야.”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말투라 더 섬뜩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투와 목소리가 어딘가 익숙했다.온유정은 거의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몸부림쳤다.입 안에서는 계속 흐느끼는 소리만 새어 나왔다.결국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889화

    온유란도 설마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온유정은 그녀의 손에 밀려 옆으로 휘청하더니 그대로 복도 벽에 머리를 부딪쳤다.그녀는 힘이 풀린 채 벽을 타고 주저앉았다.하지만 온유란은 분명 세게 밀지 않았다.온유정이 일부러 자신에게 들러붙어 일을 키우려는 게 분명했다.“언, 언니…”온유정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녀를 붙잡아 두려는 눈치였다.“온유정, 도대체 뭘 원하는 거야?”온유란이 미간을 찌푸렸다.“엄마를 살려줘. 엄마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언니뿐이야.”“내가 안 도와주면?”온유정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그럼 나 나가서 다 말할 거야. 언니가 날 밀었다고. 오늘 언니한테 중요한 날이잖아. 나 때문에 다 망쳐지는 건 싫을 거 아니야?”부딪친 이마엔 벌써 시퍼런 멍이 올라오고 있었다.“진짜 뻔뻔하기 짝이 없네. 양심도 없어?”온유란이 이를 악물자 온유정은 피식 웃었다.“어차피 난 아버지도 누군지 모르는 사생아야. 경성에서 체면 같은 건 진작 다 잃었어. 엄마만 구할 수 있다면 창피한 건 아무렇지도 않아.”그녀는 복도 바깥쪽을 힐끗 바라봤다.“밖은 지금 얼마나 떠들썩할까. 다들 언니 축하하러 왔겠지. 어차피 여기에는 아무도 없잖아? 내가 지금 뛰어나가서 난리치고 경찰 부르면서 언니가 일부러 날 다치게 했다고 하면… 유주만 선생님 마음이 어떻겠어?”온유란은 손끝에 힘을 줬다.찰싹—텅 빈 복도에 뺨 때리는 소리가 유난히 선명하게 울렸다.온유정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그대로 뺨을 맞았다. 몸이 휘청이며 거의 넘어질 뻔했다.그런데도 그녀는 미친 사람처럼 다시 얼굴을 들이밀었다.“쳐. 더 때려 봐. 몇 대만 더 때리면 나 바로 뛰어나가서 다 말할 거야. 언니가 나 때렸다고.”온유정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온유란은 정말 다시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연달아 후려쳤다.“세상에 이렇게 맞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은 처음 보네. 스스로 찾아와 때려달라니.”온유정은 얼굴을 감싸 쥔 채 그대로 연회장 쪽으로 뛰쳐나가려 했다.당장 가서 난리를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888화

    혼담이라니.육남혁은 정말 끝까지 포기를 몰랐다.하이석은 아직 딸 그림자조차 본 적 없는데, 벌써 자기 딸을 데려가겠다고 눈독 들이고 있는 셈이었다.당연히 하이석은 단칼에 거절했다.그러자 옆에서 방주헌이 신나게 부추겼다.“무슨 혼담씩이나 해요. 형, 나중에 하이석 집에 진짜 딸 생기면, 그냥 우진이가 데리고 도망가면 되죠.”육남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좋네.”하이석은 차갑게 웃었다.“그 꼬맹이 다리부터 부러뜨려 놓을 거야.”모두가 잠시 말을 잃었다.*그렇게 몇 사람이 웃고 떠드는 사이, 온유란은 유주만 곁에서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했다.오늘 초대도 없이 찾아온 사람들 중에는 과거 유주만에게 치료받았던 환자들 말고도, 뜻밖의 인물이 하나 더 있었다.온유정이었다.온유란은 계속해서 손님 응대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현정민은 그런 며느리가 안쓰러웠는지 일부러 핑계를 만들어 그녀를 먼저 쉬게 했다.어차피 연회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은 상태였다.“이쪽으로 가면 돼. 저기 안쪽에 휴게실 있어.”현정민이 직접 길까지 알려주었다.온유란은 휴게실로 향하던 중, 복도에서 온유정과 마주쳤다.그날 하이석 회사 로비에서 헤어진 뒤로 두 사람은 단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온유정은 복도 모퉁이에서 갑자기 튀어나왔고, 온유란은 전혀 대비하지 못한 채 하마터면 그대로 부딪힐 뻔했다.그리고 복도 반대편 구석에는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숨어 있었다.그 사람은 조용히 이 광경을 지켜보고만 있었다.온유정은 구김이 진 치맛자락을 슬쩍 잡아당겼다.지금 온유란은 명품 브랜드의 맞춤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목에는 다이아 목걸이까지 걸려 있었다. 얼핏 보기엔 수수했지만, 보는 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었다.저 목걸이 하나만 해도 최소 2억은 넘는다는 걸.반면 지금의 자신은 고작 몇십만 원짜리 옷조차 간신히 걸치고 있었다.온유란은 그녀를 보자마자 그대로 돌아서려 했다.하지만 온유정이 급히 앞으로 다가와 길을 막아섰다.“언니, 가지 마.”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887화

    하이석의 싸늘한 눈빛이 날아들자, 방금까지 떠들던 누군가는 순식간에 입을 다물었다.방주헌은 요즘 그야말로 인생이 꽃길이었다.육남혁 결혼식 때 강씨 가문 사람들이 경성으로 올라왔고, 그들과 꽤 화기애애하게 지냈기 때문이다.그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강학용과 강준석 모두 자신에게 별다른 반감을 품고 있지 않다는 걸.강씨 가문 사람들이 경성을 떠나기 전엔 두 집안이 함께 식사 자리까지 가졌고, 그 자리에서 라미현은 은근슬쩍 두 아이 혼사를 미리 정해 두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강씨 가문 쪽에서도 딱히 반대하지 않았다.그래서 방씨 가문은 올해 추석, 정식으로 회성으로 찾아가 청혼할 계획이었다.우선 약혼부터 하고, 이후 두 사람이 더 만나보는 상황에 따라 결혼 날짜를 정하자는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덕분에 방주헌은 요즘 완전히 깃털 펼친 공작새처럼 굴었다. 잘난 척이 하늘을 찌를 지경이라, 남의 지뢰밭도 겁 없이 밟고 다녔다.‘어차피 너희도 나중엔 다 나한테 이모부라고 불러야 하거든.’결혼도 하기 전에 벌써 어른 행세부터 하고 있는 셈이었다.육강민은 가끔 그 꼴이 못마땅했다.어느 날은 대놓고 강정한에게 말했다.“저 쟤 한 대 치고 싶은데요.”강정한도 바로 맞장구쳤다.“언제 칠 건데? 나도 끼워줘.”방주헌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저 둘은 정말 너무했다. ‘아니, 나를 어른으로 보긴 해?’하지만 그는 평생 막내 포지션으로 살아온 사람이라, 결국 육강민 앞에서는 별수 없었다.그렇게 하이석에게 한 번 눈총을 받고 나서는 얌전히 구석에 앉아 콜라만 마셨다.육강민은 이미 결혼 생활을 해본 사람이었다. 그는 하이석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결혼했다고 해서 하루 종일 붙어 있어야 하는 건 아니야. 와이프 없을 때 혼자 시간 보내는 법도 익숙해져야지.”허경빈도 웃으며 거들었다.“그러게. 삼십 년 넘게 솔로로 살다가 결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형수 없으면 못 사는 사람처럼 굴긴.”하이석은 눈썹을 느긋하게 치켜올리며 그를 바라봤다.“내가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886화

    하씨 본가 뒤뜰에는 매실나무가 몇 그루 심어져 있었다. 예전엔 하이석 할머니가 그 열매로 술을 담갔다고 했다.온유란도 이곳으로 이사 왔을 때 한 번 따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너무 셔서 얼굴이 다 구겨질 정도였다.그렇게 시다는 걸 알면서도, 이상하게 자꾸 손이 갔다.“오늘 건 유난히 더 시네요.”온유란은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그래요?”하이석은 그녀의 몸을 천천히 돌려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손끝이 그녀 입가를 부드럽게 스쳤다. 얇게 밴 굳은살이 입술 위를 문지를 때마다 간질거리는 감각이 번졌다.온유란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진짜 시어요.”말이 끝나자마자 하이석이 몸을 숙였다. 따뜻한 숨결이 그녀 입술 가까이 닿았다.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그럼 제가 맛 좀 볼까요.”입술이 맞닿는 순간, 하이석은 그녀 입안에 남아 있는 풋매실의 새콤한 맛을 느꼈다.그 시큰한 맛은 두 사람의 입술과 혀가 얽히는 사이 조금씩 달콤하게 변해 갔다.깊고도 얕은 입맞춤이 천천히 이어졌다.허리를 감싸고 있던 손은 점점 아래로 내려갔고, 옷자락이 살짝 들리며 밤공기의 서늘한 기운 사이로 뜨거운 손끝이 피부를 훑었다.굳은살이 스치는 감각은 유난히 선명했다.허리 부근은 원래 더 예민한 곳이라 온유란은 입술을 깨문 채 간신히 숨을 삼켰다.귓불 끝으로 축축한 열기가 스며들었다.그때, 하이석이 낮게 웃으며 속삭였다.“시지 않고 꽤 다네요.”온유란은 얼굴을 그의 품에 묻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안으로 들어가요…”누가 지나갈까 걱정됐기 때문이다.하이석은 웃으며 그녀를 그대로 번쩍 안아 들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온유란의 손에는 아직도 풋매실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손끝에 힘이 들어가자 즙이 조금 흘러나왔고 곧 열매는 바닥으로 떨어졌다.그녀 역시 하이석 손에 이끌려 침대 위에 놓였다.하이석은 입꼬리를 느리게 끌어올리더니 천천히 몸을 숙였다.귓불을 가볍게 물고는 일부러 애태우듯 느릿하게 핥고 깨물었다.온유란은 이미 힘이 다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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