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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무명
문득 내가 여섯 살이 되기 전 일이 떠올랐다.

그때도 부모님은 동생을 더 예뻐했지만, 그래도 나까지 완전히 외면하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우연히 집 앞에서 아빠가 다른 여자와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봤다.

어렸던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그대로 엄마에게 달려가서 말했다.

엄마는 아빠와 크게 싸웠다.

나는 옆에 멍하니 서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저 아빠가 엄마에게 잘못한 것 같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래서 엄마 앞을 막아선 채 나름대로 잔뜩 화난 얼굴로 아빠에게 말했다.

엄마를 괴롭히지 말라고.

반면 동생은 울면서 두 사람에게 달려가 안겼다.

엄마 아빠가 헤어지는 건 싫다고 울며 매달렸다.

세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

그러더니 거짓말처럼 다시 화해했다.

그리고 그 뒤부터 모든 화살은 나를 향했다.

엄마는 괜히 일을 키웠다며 나한테 손가락질을 했고, 아빠는 내 뺨을 때리며 집안을 망치는 애라고 했다.

나중에 커서야 알게 됐다.

엄마는 이미 오래전부터 아빠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저 모른 척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엄마는 아빠와 이혼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내가 그 일을 입 밖에 내는 바람에, 두 사람이 애써 덮어 두던 문제를 더는 모른 척할 수 없게 됐다.

엄마는 자존심이 센 사람이었다.

그래서 알면서도 계속 못 본 척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아빠 역시 밖에 여자가 있었지만, 아내와 아이를 버린 남자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하진 않았다.

이혼할 생각도 없었다.

결국 윤시우는 두 사람이 다시 한발씩 물러설 수 있는 구실이 됐다.

그리고 나는 이미 금이 갈 대로 간 두 사람의 관계를 계속 떠올리게 하는 존재가 됐다.

그날 이후 나는 집안 분위기를 망치는 아이가 됐고, 점점 없는 사람 취급을 받게 되었다.

반대로 윤시우는 가족을 지켜 낸 착한 아이가 됐다.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귀한 아들이 됐다.

그 뒤로 동생은 점점 더 거리낌 없이 부모님 앞에서 내 험담을 했다.

결국 나는 부모님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됐다.

집에 돌아온 엄마는 곧장 시장에 가서 좋은 뼈를 골라 사 왔다.

윤시우의 손목 회복에 좋다며 푹 고아 주겠다고 했다.

뼈에는 이상이 없어도 방심하면 안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아빠는 과일 껍질을 전부 깎아서 한입 크기로 잘라 윤시우 입가에 갖다줬다.

손을 쓰면 안 되니 푹 쉬어야 한다는 이유였다.

식탁에는 온통 윤시우가 좋아하는 음식만 올라와 있었다.

엄마는 국을 떠 주고, 아빠는 반찬을 집어 주느라 바빴다.

윤시우는 자신에게만 쏟아지는 관심을 당연하다는 듯 누리면서 환하게 웃었다.

“엄마, 아빠도 오늘 고생 많으셨잖아요. 두 분도 많이 드세요.”

그러고는 부모님 그릇에 반찬을 하나씩 올려 줬다.

아빠가 흐뭇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 시우가 이제 엄마 아빠 걱정도 다 해 주네. 아빠는 시우가 준 건 하나도 안 남기고 다 먹을게.”

엄마는 눈시울을 붉히면서 감동한 얼굴을 했다.

“우리 아들, 정말 엄마 마음도 알아주네.”

윤시우는 부모님에게 조금만 잘해 줘도 큰 사랑을 받았다.

나는 뭘 해도 칭찬 한마디 듣기 어려웠다.

그러던 엄마가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젓가락을 탁 내려놓았다.

표정도 금세 차갑게 굳어졌다.

“윤지우 그 못된 자식, 아직도 안 들어와? 우리가 가만히 있으니까 우습게 보는 거야?”

“사람을 죽이려고 한 걸 신고도 안 했으면 감사할 줄 알아야지. 이제는 집을 나간 척까지 하네.”

아빠가 듣기 싫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

“걔 얘기는 꺼내지도 마. 안 들어오면 오히려 잘됐지. 얼굴 안 봐도 되니까 속 편하잖아.”

“모레가 시우 생일이잖아. 생일 준비나 제대로 하자.”

그 말을 듣자 엄마의 얼굴이 금세 밝아졌다.

엄마는 윤시우의 생일 파티 이야기를 신나게 꺼냈다.

친척과 지인들을 전부 불러서 크게 축하해 주겠다고 했다.

식탁은 금세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아무도 더는 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목이 메었다.

‘엄마, 난 이미 죽었어요.’

‘왜 죽은 뒤까지 당신들한테 이런 말들을 들어야 해요?’

‘이렇게까지 날 사랑하지 않을 거였으면, 처음부터 왜 나를 낳았어요?’

윤시우의 생일은 금세 돌아왔다.

부모님은 호텔 연회장을 통째로 빌리고 현수막까지 걸었다.

찾아온 손님들은 하나같이 부모님이 윤시우를 얼마나 아끼는지 칭찬했다.

그때 친척 한 명이 엄마 손목의 순금 팔찌를 가리키며 웃었다.

“이거 시우가 선물한 거지? 그러니까 그렇게 예뻐할 수밖에 없지. 저렇게 살가운 아들이 어디 있어. 우리 집 애는 하루가 멀다 하고 속만 썩이는데.”

엄마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그 팔찌는 내가 사 준 거였다.

그동안 엄마가 윤시우에게 준 사랑에 비하면, 내가 받은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나는 늘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었다.

그래서 방과 후마다 친구들 공부를 봐주고 받은 돈을 조금씩 모았다.

그 돈으로 엄마에게 순금 팔찌를 사 줬다.

딱 한 번이라도 엄마가 웃어 주길 바랐다.

하지만 엄마는 칭찬은커녕 집의 돈을 훔친 게 아니냐고 의심했다.

그때 나를 훑어보던 차가운 눈빛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엄마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잠시 자리를 비우겠다고 했다.

그리고 아빠에게 다가가서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겼다.

잠시 망설이던 엄마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근데 지우가 아직도 안 들어왔잖아.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거 아닐까?”

내가 죽은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엄마는 그제야 나를 떠올렸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아빠는 미간을 찌푸렸다.

“다 큰 애한테 무슨 일이 생겨?”

그때 윤시우가 조용히 끼어들었다.

“형이 저 보기 싫어서 그런 걸 수도 있잖아요. 그날도 제가 있는 집에서는 단 한순간도 있기 싫다고 했거든요.”

엄마 얼굴에 잠깐 떠올랐던 걱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럼 영영 들어오지 말라고 해! 이 집이 지 마음대로 되는 줄 알아? 우리한테 소중한 아들은 시우야. 걔가 뭔데!”

가슴이 바늘로 찌르는 듯 아팠다.

‘엄마, 원하던 대로 됐어요.’

‘나는 이제 정말 다시는 못 돌아가요.’

연회장 안에서는 계속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엄마 얼굴에도 좀처럼 보기 힘들던 환한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엄마는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우빈 씨, 무슨 일이에요? 오늘 시우 생일이라 지금 좀 바쁜데.”

전화를 건 사람은 그날 엄마에게 나를 구조하자고 말했던 손우빈이었다.

잠시 침묵하던 그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연 씨, 지우가 죽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시우 생일 파티를 하고 계신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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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애하는 엄마   제8화

    엄마는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떨어진 사진을 한 장씩 주워들었다.사진에는 윤시우가 나를 절벽 아래로 미는 장면이 그대로 찍혀 있었다.나를 밀친 뒤 미처 거두지 못한 두 손까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손우빈은 애초부터 내가 윤시우가 말한 그런 아이일 리 없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주변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목격자를 수소문했다.그러다 사고 당일 지질 탐사대가 절벽 근처의 나무 아래에 촬영 장비를 설치해 뒀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그 장비에는 윤시우가 나를 밀어 떨어뜨리는 과정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었다.며칠 사이 수염이 잔뜩 자란 손우빈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꼈다.내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렇게까지 애써 준 사람이었다.다음 생이 있다면 꼭 보답하고 싶었다.엄마는 몸을 돌리더니 윤시우의 뺨을 거세게 때렸다.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랬어? 네 친형이잖아. 어떻게 네 손으로 형을 죽일 수가 있어!”뺨을 맞은 윤시우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금세 얼굴이 붉게 부어올랐다.윤시우는 수갑을 들고 다가오는 경찰들을 바라봤다.더는 빠져나갈 수 없다는 걸 알았는지, 갑자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엄마 아빠가 그랬잖아요. 이 집에 있는 건 전부 내 거라고. 윤지우가 가진 것도 다 내 거고, 평생 나한테 맞춰 살아야 한다고!”“내가 특별전형 자격 좀 달라고 한 게 뭐가 그렇게 잘못됐어요? 그런데 형이 감히 거절하잖아요. 그럼 죽이는 수밖에 없죠!”나는 어릴 때부터 늘 성적이 좋았다.반대로 윤시우의 성적은 평범했다.나는 이 집에 내 자리가 없다는 걸 깨달은 뒤부터는 공부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그래야 부모님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나는 2년 동안 대회를 준비했고, 마침내 특별전형 자격을 얻었다.그동안 들인 노력을 윤시우가 달라고 한다고 순순히 넘겨줄 수는 없었다.게다가 내가 포기한다고 해도 윤시우가 그 자격을 대신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하지만 윤시우는 그런 말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다.그저 내가 자기 부탁

  • 편애하는 엄마   제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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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애하는 엄마   제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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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애하는 엄마   제5화

    엄마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엄마는 곧바로 간호사의 팔을 붙잡고 다급하게 물었다.“제가 찾는 사람은 윤지우예요. 혹시 동명이인 아니에요? 잘못 확인하신 거 아니죠?”간호사는 귀찮다는 듯 엄마의 손을 떼어 냈다.“맞아요. 윤지우 씨입니다. 절벽 아래에서 발견됐고, 과다 출혈로 사망했어요.”엄마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몇 걸음이나 뒤로 물러났다.순식간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말도 안 돼요. 그 정도 높이에서 떨어졌다고 어떻게 사람이 죽어요?”“등 쪽에 큰 상처가 있었어요. 뾰족한 물체가 몸을 관통한 것 같더라고요.”간호사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며칠 동안 아무도 발견하지 못해서 시신 상태도 많이 안 좋고요.”그 말에 엄마가 끝까지 붙잡고 있던 희망마저 사라졌다.엄마는 비틀거리며 영안실로 향했다.하지만 문 앞에 도착한 뒤에는 한동안 꼼짝도 하지 못했다.끝내 문을 열지 못했다.나는 그런 엄마를 바라보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내가 죽어 가던 날에는 절벽 아래에 쓰러진 나를 두고도 매정하게 돌아섰으면서, 이제 와서 내 시신을 보는 건 무서운 걸까?대체 왜 그러는 걸까?엄마는 한참 뒤에야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문을 밀어 열었다.안에는 뜻밖에도 손우빈이 있었다.그는 잔뜩 지친 모습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문 여는 소리에 고개를 든 손우빈은 엄마를 보자 핏발이 가득 선 눈으로 물었다.“이제야 믿겠어요? 내가 점심때부터 지금까지 여기서 기다렸어요. 당신이 언제까지 모른 척하나 보려고요.”“오늘도 안 왔으면 내일 내가 지우를 화장하려고 했습니다. 어차피 당신 부부는 지우를 아끼지도 않잖아요.”“다음 생에는 차라리 내 아들로 태어났으면 좋겠네요.”눈시울이 뜨거워졌다.아무 관계도 없는 손우빈조차 내 죽음을 이렇게 안타까워하는데, 정작 부모님은 내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도 아무렇지 않게 지냈다.하지만 엄마는 손우빈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했다.그저 내 시신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그리고 형체조차 제대로 알아보기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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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의 입가에 걸려 있던 웃음이 그대로 굳었다.엄마는 핸드폰 화면을 다시 확인했다.분명 손우빈이었다.그러자 곧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빈 씨, 혹시 윤지우가 그쪽으로 찾아가서 이런 말로 나 속여 달라고 한 거예요?”“오늘이 동생 생일인데 이런 재수 없는 말로 관심을 끌려고 하다니. 걔 돌아오기만 해 봐요. 그냥 안 넘어갈 테니까.”엄마가 끝까지 믿지 않자, 손우빈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지연 씨! 내가 이런 일로 거짓말할 사람으로 보여요?][지우도 당신 아들이잖아요. 세상에 어떤 엄마가 그래요? 그날 내가 구조하자고 했는데 당신이 막았잖아요.] [그런데 이제 애가 죽었다는데 그것도 못 믿어요? 지우가 정말 친아들 맞아요?][지우 시신은 지금 제일병원에 안치되어 있습니다. 직접 와서 확인하세요!]엄마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손우빈의 목소리가 워낙 컸던 탓에 가까이 있던 친척들도 통화 내용을 들었다.주변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사람들은 복잡한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봤다.엄마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람들을 챙겼다.“다들 계속 드세요. 지우가 원래 다른 사람까지 끌어들여서 우리 속이는 걸 좋아해요. 저희는 익숙해요.”하지만 나는 봤다.핸드폰을 쥔 엄마의 손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엄마는 아빠를 한쪽으로 끌고 갔다.눈가도 살짝 붉어져 있었다.“우빈 씨가 지우가 죽었다고 하잖아. 혹시 정말 무슨 일 생긴 거 아닐까? 지우가 이렇게 며칠씩 집에 안 들어온 적은 없었잖아.”아빠는 짜증 난 얼굴로 엄마의 손을 뿌리쳤다.“남이 하는 말을 다 믿어? 이것도 시우한테 쏠린 관심을 뺏으려고 꾸민 짓인지 누가 알아?”엄마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맞아. 지우는 늘 시우랑 경쟁하려고 했잖아. 우리가 시우 생일 파티 해 주는 걸 보고 일부러 우빈 씨한테 그런 말을 해 달라고 한 거야.”“어디 숨어서 우리 반응 보고 있을지도 몰라. 내가 속으면 안 돼.”

  • 편애하는 엄마   제3화

    문득 내가 여섯 살이 되기 전 일이 떠올랐다.그때도 부모님은 동생을 더 예뻐했지만, 그래도 나까지 완전히 외면하진 않았다.그러던 어느 날, 나는 우연히 집 앞에서 아빠가 다른 여자와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봤다.어렸던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그대로 엄마에게 달려가서 말했다.엄마는 아빠와 크게 싸웠다.나는 옆에 멍하니 서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그저 아빠가 엄마에게 잘못한 것 같다는 생각만 들었다.그래서 엄마 앞을 막아선 채 나름대로 잔뜩 화난 얼굴로 아빠에게 말했다.엄마를 괴롭히지 말라고.반면 동생은 울면서 두 사람에게 달려가 안겼다.엄마 아빠가 헤어지는 건 싫다고 울며 매달렸다.세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그러더니 거짓말처럼 다시 화해했다.그리고 그 뒤부터 모든 화살은 나를 향했다.엄마는 괜히 일을 키웠다며 나한테 손가락질을 했고, 아빠는 내 뺨을 때리며 집안을 망치는 애라고 했다.나중에 커서야 알게 됐다.엄마는 이미 오래전부터 아빠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저 모른 척하고 있었을 뿐이었다.엄마는 아빠와 이혼하고 싶지 않았으니까.내가 그 일을 입 밖에 내는 바람에, 두 사람이 애써 덮어 두던 문제를 더는 모른 척할 수 없게 됐다.엄마는 자존심이 센 사람이었다.그래서 알면서도 계속 못 본 척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아빠 역시 밖에 여자가 있었지만, 아내와 아이를 버린 남자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하진 않았다.이혼할 생각도 없었다.결국 윤시우는 두 사람이 다시 한발씩 물러설 수 있는 구실이 됐다.그리고 나는 이미 금이 갈 대로 간 두 사람의 관계를 계속 떠올리게 하는 존재가 됐다.그날 이후 나는 집안 분위기를 망치는 아이가 됐고, 점점 없는 사람 취급을 받게 되었다.반대로 윤시우는 가족을 지켜 낸 착한 아이가 됐다.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귀한 아들이 됐다.그 뒤로 동생은 점점 더 거리낌 없이 부모님 앞에서 내 험담을 했다.결국 나는 부모님이 가장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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