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ZER LOGIN동생이 나를 절벽 아래로 밀었다. 목숨마저 위태로운 상황이었지만, 구조대장인 엄마는 손목을 삔 동생만 챙겼다. 나는 희미해져 가는 목소리로 제발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엄마는 차가운 얼굴로 나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동생이 다쳤는데 왜 지켜 주지도 않았어! 어디서 약한 척을 해? 혼자 여기 남아서 제대로 반성해!” 엄마는 곧바로 구조대원 전원에게 철수하라고 명령했고, 아무도 나를 구조하지 못하게 했다. 결국 나는 아무도 없는 외딴곳에서 홀로 숨을 거뒀다. 하지만 뒤늦게 내 죽음을 알게 된 엄마는 이미 썩어 버린 내 시신을 끌어안으면서 내 이름을 미친 듯이 계속 불렀다.
Ver mais엄마는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떨어진 사진을 한 장씩 주워들었다.사진에는 윤시우가 나를 절벽 아래로 미는 장면이 그대로 찍혀 있었다.나를 밀친 뒤 미처 거두지 못한 두 손까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손우빈은 애초부터 내가 윤시우가 말한 그런 아이일 리 없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주변 주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목격자를 수소문했다.그러다 사고 당일 지질 탐사대가 절벽 근처의 나무 아래에 촬영 장비를 설치해 뒀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그 장비에는 윤시우가 나를 밀어 떨어뜨리는 과정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었다.며칠 사이 수염이 잔뜩 자란 손우빈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꼈다.내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렇게까지 애써 준 사람이었다.다음 생이 있다면 꼭 보답하고 싶었다.엄마는 몸을 돌리더니 윤시우의 뺨을 거세게 때렸다.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랬어? 네 친형이잖아. 어떻게 네 손으로 형을 죽일 수가 있어!”뺨을 맞은 윤시우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금세 얼굴이 붉게 부어올랐다.윤시우는 수갑을 들고 다가오는 경찰들을 바라봤다.더는 빠져나갈 수 없다는 걸 알았는지, 갑자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엄마 아빠가 그랬잖아요. 이 집에 있는 건 전부 내 거라고. 윤지우가 가진 것도 다 내 거고, 평생 나한테 맞춰 살아야 한다고!”“내가 특별전형 자격 좀 달라고 한 게 뭐가 그렇게 잘못됐어요? 그런데 형이 감히 거절하잖아요. 그럼 죽이는 수밖에 없죠!”나는 어릴 때부터 늘 성적이 좋았다.반대로 윤시우의 성적은 평범했다.나는 이 집에 내 자리가 없다는 걸 깨달은 뒤부터는 공부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그래야 부모님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나는 2년 동안 대회를 준비했고, 마침내 특별전형 자격을 얻었다.그동안 들인 노력을 윤시우가 달라고 한다고 순순히 넘겨줄 수는 없었다.게다가 내가 포기한다고 해도 윤시우가 그 자격을 대신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하지만 윤시우는 그런 말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다.그저 내가 자기 부탁
쾅!밖에서 천둥소리가 울리고 번개가 번쩍였다.그 순간 윤시우의 얼굴이 환하게 드러났다.늘 착하고 사랑스럽게만 보였던 얼굴이 엄마에게는 처음으로 낯설어 보이는 듯했다.엄마가 멍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하지만 네 형은 그때...”엄마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윤시우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끊었다.“그때 형이 엄마한테 말했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요? 결국 엄마 아빠 둘 다 형을 없는 사람처럼 취급했잖아요.”말을 내뱉고 나서야 윤시우도 조금 심했다 싶었는지, 다시 평소처럼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엄마, 아빠가 엄마랑 이혼하지 않는 이상 엄마는 계속 아빠의 아내잖아요. 밖에 있는 여자가 엄마 자리를 뺏을 수도 없고요.”윤시우는 다정한 손길로 엄마의 눈물을 닦아줬다.“엄마도 잘 생각해 봐요. 결국 아빠를 용서하게 될 거예요.”그 말을 끝으로 윤시우는 다시 헤드폰을 쓰고 방문을 닫았다.엄마는 한동안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러다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내 유골함 위에 놓인 사진과 눈이 마주쳤다.사진 속 나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그 순간 엄마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아마 그제야 떠올랐을 것이다.십 년 전, 어린 몸으로 엄마 앞을 막아서며 아빠에게 엄마를 괴롭히지 말라고 했던 나를.하지만 그 아이는 이제 다시 돌아올 수 없었다.그날 이후 엄마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다만 더는 아빠의 외도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아마 그냥 받아들이기로 한 모양이었다.대신 밥을 먹을 때면 식탁에 수저를 한 벌 더 놓았다.내 유골함을 품에 안고 혼잣말을 하는 일도 많아졌다.나는 알고 있었다.엄마가 후회하고 있다는 걸.내가 죽고 나서야 엄마는 비로소 내가 어떤 아들이었는지 떠올린 듯했다.이제 와 이런 식으로라도 죄책감을 달래려는 거겠지.나는 아무 감정도 들지 않았다.뒤늦은 후회는 아무 소용도 없었다.죄책감 때문인지 엄마는 내 장례식을 다시 제대로 치러야 한다고 고집했다.장례식 날, 아빠는 틈만
윤시우의 눈에 순간 짜증이 스쳤다.하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억울한 기색이 남아 있었다.“엄마, 저도 모르겠어요. 저는 그냥 형이 제가 있는 집에서는 살기 싫다고 했다고만 했어요. 형이 집을 나갔다고 한 적은 없잖아요.”“아마 저를 밀어 놓고 집을 나가려고 했던 것 같은데, 자기가 죽게 될 줄은 몰랐겠죠.”죽고 나서까지 나를 모함하는 윤시우의 말에 화가 치밀었다.그러더니 윤시우는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형, 미안해. 그때 내가 피하지 않았으면 절벽 아래에 떨어진 건 나였을 텐데. 그랬으면 형도 죽지 않았을 거야.”사과하는 척했지만, 결국 자기가 아니라 내가 죽은 건 내 잘못이라는 말이었다.부모님이 가장 아끼는 아들이 저렇게 울고 있으니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엄마는 정신을 차린 듯 눈물을 닦고 윤시우를 일으켜 세워 품에 안았다.“네 잘못이 아니야, 우리 아들. 다 지우가 나쁜 마음을 먹어서 그런 거야.”아빠도 내 죽음에 잠시 넋을 잃은 듯했지만, 늘 뒷전이었던 나보다 윤시우가 더 중요한 건 변함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세 사람은 다시 서로를 다독이며 끌어안았다.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윤시우의 가면을 벗겨 내고 싶었다.어떻게 저렇게 뻔뻔할 수가 있을까?손우빈도 내 시신 앞에서까지 내 탓을 하는 세 사람을 보고는 참지 못했다.화가 난 얼굴로 세 사람을 노려보며 말했다.“난 지우가 그런 애였다고 믿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분명 후회하게 될 겁니다.”그 말을 끝으로 손우빈은 더는 못 보겠다는 듯 돌아섰다.지난 며칠 동안 내가 받은 유일한 위로였다.적어도 이 세상에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이 한 명은 있다는 걸 알게 됐다.부모님은 내 시신을 장례식장으로 옮겨 화장한 뒤 유골함을 집으로 가져왔다.그 뒤로도 세 사람의 생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다만 엄마가 가끔 내 유골함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아빠 핸드폰에서 오래전 그 여자의 연락처를 다시 발견했다
엄마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엄마는 곧바로 간호사의 팔을 붙잡고 다급하게 물었다.“제가 찾는 사람은 윤지우예요. 혹시 동명이인 아니에요? 잘못 확인하신 거 아니죠?”간호사는 귀찮다는 듯 엄마의 손을 떼어 냈다.“맞아요. 윤지우 씨입니다. 절벽 아래에서 발견됐고, 과다 출혈로 사망했어요.”엄마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몇 걸음이나 뒤로 물러났다.순식간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말도 안 돼요. 그 정도 높이에서 떨어졌다고 어떻게 사람이 죽어요?”“등 쪽에 큰 상처가 있었어요. 뾰족한 물체가 몸을 관통한 것 같더라고요.”간호사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며칠 동안 아무도 발견하지 못해서 시신 상태도 많이 안 좋고요.”그 말에 엄마가 끝까지 붙잡고 있던 희망마저 사라졌다.엄마는 비틀거리며 영안실로 향했다.하지만 문 앞에 도착한 뒤에는 한동안 꼼짝도 하지 못했다.끝내 문을 열지 못했다.나는 그런 엄마를 바라보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내가 죽어 가던 날에는 절벽 아래에 쓰러진 나를 두고도 매정하게 돌아섰으면서, 이제 와서 내 시신을 보는 건 무서운 걸까?대체 왜 그러는 걸까?엄마는 한참 뒤에야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문을 밀어 열었다.안에는 뜻밖에도 손우빈이 있었다.그는 잔뜩 지친 모습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문 여는 소리에 고개를 든 손우빈은 엄마를 보자 핏발이 가득 선 눈으로 물었다.“이제야 믿겠어요? 내가 점심때부터 지금까지 여기서 기다렸어요. 당신이 언제까지 모른 척하나 보려고요.”“오늘도 안 왔으면 내일 내가 지우를 화장하려고 했습니다. 어차피 당신 부부는 지우를 아끼지도 않잖아요.”“다음 생에는 차라리 내 아들로 태어났으면 좋겠네요.”눈시울이 뜨거워졌다.아무 관계도 없는 손우빈조차 내 죽음을 이렇게 안타까워하는데, 정작 부모님은 내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도 아무렇지 않게 지냈다.하지만 엄마는 손우빈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했다.그저 내 시신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그리고 형체조차 제대로 알아보기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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