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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상궁의 조카

Author: POT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9 05:40:34

민유정은 바늘을 잡아 본 지 삼 년이 넘었다고 채운이 말했다.

“책임자가 되고부터입니다. 장부를 잡으면 바늘은 놓는 법이라고요.”

“누가 그러던가요?”

“책임자가요.”

사무방 창틀에서 단비의 종이꽃이 바람에 흔들렸다. 채운은 내보내겠다는 말을 듣고도 침방에 돌아가 낮일을 마쳤다. 내보낸다는 말과 내보냈다는 말은 다르니까요, 하고 그녀는 말했다. 서련은 그 말을 오래 기억해 두기로 했다.

민서경은 해 질 무렵에 왔다. 태후전에서 바로 온 옷차림 그대로였다.

“조카가 소란을 겪었다더군요.”

“채운이 소란을 겪었습니다. 조카분은 명을 내리셨고요.”

“같은 말이오.”

“매를 맞는 쪽에서는 다릅니다.”

민서경은 앉지 않았다. 앉으면 이야기가 길어진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었다.

“서련 님. 침방의 인사는 내 소관이오. 공주께서 맡기신 건 제례 준비지 침방 살림이 아니지 않소.”

“그렇습니다. 그래서 인사를 말하지 않겠습니다. 순서를 말하지요.”

서련은 종이를 한 장 밀었다. 이름은 없었다.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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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위된 황후가 새 황제를 고른다   제84화. 바늘을 내려놓을 때

    사람들은 이긴 것보다 받을 것을 믿지 못했다.다음 날 아침 침방의 작업자들은 순서표대로 앉았다. 앉기는 했다. 그러나 해가 지면 손을 놓으라는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다. 손을 놓은 다음에 무엇이 오는지 그들은 알았다. 밀린 일과, 밀린 일에 대한 책망과, 책망 뒤에 사라지는 수당.젊은 작업자 하나가 채운에게 속삭였다.“정말 해 지면 가도 돼?”“가 봐. 뭐가 오는지.”“뭐가 와?”“아침이.”“종이를 보여 드리지요.”단비가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냈다. 수선방의 지급표였다. 이름, 한 일, 값. 한 장에 한 사람. 옥분의 것은 귀퉁이가 닳아 있었다.“이건 우리 객사 겁니다. 옥분 아주머니가 처음 받으신 날 우셨어요. 글을 못 읽으시는데도요.”나이 든 작업자가 종이를 받아 들었다. 뒤집어 보고, 불빛에 비춰 보았다.“도장이 있네.”“서련 님 도장이요. 받은 사람 손도장도요. 두 개가 있어야 지급이에요.”“이게 침방에서도 된다고?”“됩니다. 제례 준비 비용 안에서, 이번 달 것부터요.”서련이 말했다. 방 안이 조용했다.“다 드리지는 못합니다. 지금 제 손에 있는 만큼만. 어젯밤 일한 사람 셋, 오늘 저녁부터 사흘. 그 뒤는 공주께 청해서 받습니다.”“못 받으면요?”“그러면 제가 여러분 앞에서 못 받았다고 말합니다. 이름을 걸고 한 약속은 그렇게 끝내야 합니다.”지급은 그날 저녁에 이루어졌다. 종이 세 장. 은자는 얼마 되지 않았다. 서련이 첫 장을 내밀며 물었다.“이름을 읽어 드릴까요?”“내가 읽소. 내 이름은 읽을 줄 아오.”나이 든 작업자는 종이를 받고 한참 서 있다가 소매 안에 넣었다. 접지 않았다.해가 지자 젊은 작업자가 바늘을 놓고 문 앞까지 갔다. 거기서 돌아보았다. 채운이 손을 저었다.“가.”“정말?”“내일 아침에 뭐가 왔는지 말해 줘.”젊은 작업자가 나갔다. 다음 날 아침,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제자리에 앉았다. 밀린 일도, 책망도 없었다. 그것이 대답이었다.이틀 뒤 태후전에서 전갈이 왔다. 종이 한

  • 폐위된 황후가 새 황제를 고른다   제83화. 손끝에 남은 시간

    시연은 새벽에 시작됐다.침방 큰 방에 탁자 두 개가 마주 놓였다. 같은 자줏빛 옷감, 같은 본, 같은 실. 다른 것은 사람뿐이었다. 왼쪽에 채운과 보늬, 그리고 소례. 오른쪽에 민유정과, 태후전에서 빌려 왔다는 작업자 둘. 그들의 손은 빨랐고 채운은 그것을 알았다.민유정이 탁자 너머로 말을 건넸다.“짐은 싸 두었느냐.”“짐은 늘 싸 둡니다.”채운이 답했다. 실을 고르는 손이 멈추지 않았다.예관 하나가 입회했고, 명선이 뒤늦게 들어와 벽에 기댔다.“새벽에 사람을 부르는 재주는 그대뿐이군.”“공주께서 오신다 하셨습니다.”“왔지. 잠은 못 잤고.”민서경은 문 옆에 섰다. 시작을 알리는 말은 없었다. 민유정이 먼저 가위를 들었고, 그것으로 시작이었다.오른쪽은 빨랐다. 재단이 끝나기도 전에 한 사람이 안감을 잡았고, 다른 사람이 옆솔기를 시작했다. 세 사람이 동시에 움직였다. 천이 세 방향으로 당겨졌다.왼쪽은 느렸다. 채운이 재단을 마칠 때까지 보늬와 소례는 손을 놓고 있었다. 단비가 서련의 소매를 잡았다.“왜 안 하고 있어요?”“순서가 아니니까.”명선이 벽에서 한마디 했다.“왼쪽은 아직도 가위질인가.”“왼쪽은 옷을 짓고 있습니다. 오른쪽은 시간을 짓고 있고요.”“그 말, 지면 내가 돌려주겠네.”채운이 재단을 마치고 겉감을 보늬에게, 안감을 소례에게 넘겼다. 그제야 세 사람이 움직였다. 그러나 천은 한 방향으로만 당겨졌다.해가 창에 닿았다. 오른쪽에서 웃음소리가 났다. 민유정의 옷이 먼저 형태를 갖췄다. 소매가 달렸고 옷깃이 섰다.“반나절이면 되겠습니다, 고모님.”민서경은 대답하지 않았다.단비가 손톱을 물었다. 서련이 그 손을 잡아 내렸다.“왜 그렇게 태연하세요?”“태연한 게 아니야.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그게 태연한 거 아니에요?”“그게 제일 힘든 거야.”왼쪽에서는 채운이 옆솔기를 잡았다. 그녀의 손이 어제보다 느렸다. 서련은 그것이 잠을 잔 손이라는 것을 알았다. 느린 것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것이었다.

  • 폐위된 황후가 새 황제를 고른다   제82화. 상궁의 조카

    민유정은 바늘을 잡아 본 지 삼 년이 넘었다고 채운이 말했다.“책임자가 되고부터입니다. 장부를 잡으면 바늘은 놓는 법이라고요.”“누가 그러던가요?”“책임자가요.”사무방 창틀에서 단비의 종이꽃이 바람에 흔들렸다. 채운은 내보내겠다는 말을 듣고도 침방에 돌아가 낮일을 마쳤다. 내보낸다는 말과 내보냈다는 말은 다르니까요, 하고 그녀는 말했다. 서련은 그 말을 오래 기억해 두기로 했다.민서경은 해 질 무렵에 왔다. 태후전에서 바로 온 옷차림 그대로였다.“조카가 소란을 겪었다더군요.”“채운이 소란을 겪었습니다. 조카분은 명을 내리셨고요.”“같은 말이오.”“매를 맞는 쪽에서는 다릅니다.”민서경은 앉지 않았다. 앉으면 이야기가 길어진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었다.“서련 님. 침방의 인사는 내 소관이오. 공주께서 맡기신 건 제례 준비지 침방 살림이 아니지 않소.”“그렇습니다. 그래서 인사를 말하지 않겠습니다. 순서를 말하지요.”서련은 종이를 한 장 밀었다. 이름은 없었다. 날짜와 작업 단계만 있었다. 재단, 안감, 옆솔기, 소맷단, 마무리.“제례복 여덟 벌이 이 순서로 지어졌습니다. 옆솔기가 누구 손에 있었는지는 침방 장부에 있겠지요. 저는 그 장부를 보자고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찢어진 옷이 보늬 손에 간 것이 소맷단 차례였다는 것은 장부에도 그렇게 적혀 있을 겁니다.”“그래서.”“혈연은 제가 따질 일이 아닙니다. 순서는 따질 수 있습니다.”민서경의 입가가 움직였다. 웃음은 아니었다.“말씀은 잘하시오. 그런데 서련 님, 말로 옷이 지어지오?”“아니지요.”“그럼 지어 보이시오.”민서경이 조건을 내놓았다. 내일 새벽부터 하루. 같은 옷감, 같은 본. 채운이 한 벌, 민유정이 고른 사람들이 한 벌. 예관이 입회하고 명선공주가 원한다면 보아도 좋다. 채운의 옷이 낫다면 보늬의 매는 없던 일로 하고 채운도 침방에 남는다.“조카분은 사람을 빌려도 됩니까?”“태후전에서 둘 빌리겠소.”“빌리십시오. 이름을 적으시고요.”“채운의 옷이 못하면.”

  • 폐위된 황후가 새 황제를 고른다   제81화. 옷을 뒤집어 보는 사람

    옷을 뒤집으면 만든 사람이 보인다.서련은 여섯 해 동안 중궁에 앉아 그것을 배웠다. 겉은 입는 사람의 것이고 안은 지은 사람의 것이라는 것을. 소매 끝을 다 보기도 전에 태후전 내관이 민서경을 불러 갔다. 연회 옷감 일이라 했다. 민서경은 문턱에서 한 번 더 말했다. 겉만이오. 남은 것은 옷걸이의 자줏빛 제례복과, 지켜보라고 남겨진 침방 궁인 하나와, 문틀에 기댄 채운이었다.“이 옷은 누구 이름으로 되어 있습니까?”침방 궁인이 장부를 넘기지도 않고 답했다.“보늬입니다.”“그럼 보늬에게 묻지요.”서련은 구석에 서 있던 아이를 불렀다. 열여섯. 어제 사무방에서 손가락을 내밀던 아이는 오늘 두 손을 소매 속에 감추고 있었다.“보늬 이름으로 된 옷입니다. 뒤집어 봐도 되겠습니까?”보늬가 침방 궁인을 보았다. 궁인은 눈을 피했다.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민서경은 침방의 일이라 했지만, 옷에는 보늬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상궁께서 겉만 보라 하셨는데요.”침방 궁인이 말했다.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상궁께서는 제게 하신 말씀이지요. 저는 옷 임자에게 물었습니다.”채운이 옷걸이에서 옷을 내려 탁자에 놓고 뒤집었다. 단비가 등불을 안감 쪽으로 옮겼다. 안감이 드러났다. 왼쪽 옆솔기, 찢어진 자리는 손바닥 길이였다. 그 위로 급하게 꿰맨 땀이 굵은 실로 지나가 있었다. 한 땀이 보리알만 했다.“이게 찢어진 이유입니다.”채운이 손가락으로 땀을 짚었다.“땀이 크면 실 하나가 버티는 폭이 넓어집니다. 그 상태로 당기면 여기부터 갑니다. 제례복은 절을 할 때 옆이 당겨집니다.”“보늬가 꿰맨 건가요?”“아닙니다.”채운은 대답을 망설이지 않았다. 서련이 아이를 돌아보았다.“보늬가 한 곳은 어디입니까?”보늬가 소맷단을 가리켰다. 소맷단의 땀은 촘촘했다. 조금 비스듬하게, 그러나 간격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아이의 손은 아직 어렸지만 손의 버릇은 이미 생겨 있었다.“찢어진 뒤에 누가 손을 댔습니까?”침방 궁인이 입을 다물었다. 채운

  • 폐위된 황후가 새 황제를 고른다   제80화. 첫 번째 바느질

    보늬의 손가락에는 바늘 자국보다 매 자국이 먼저 있었다.손등에 가는 줄 셋. 오래된 것과 새것. 바늘 자국은 그 아래에 있었다. 서련은 아이의 손을 잡아 뒤집어 보았다. 손바닥에 굳은살이 없었다. 바늘을 잡은 지 얼마 안 된 손이었다.“매는 왜 맞았습니까.”“실을 늦게 꿰어서요. 그리고 한 번은… 이유를 못 들었습니다.”“바늘 자국은요.”“밤에 연습하다가요. 낮에는 찔리면 안 됩니다. 피가 옷감에 묻으면 그것도 맞습니다.”단비가 헝겊을 가져와 아이의 손가락을 하나씩 쌌다. 아이는 손을 빼지 않았다. 남이 제 손을 싸 주는 것을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제례복은 어떻게 찢어졌습니까.”“모릅니다. 제가 마지막에 갰습니다. 갤 때는 멀쩡했습니다. 아침에 펴니까 안감이…”보늬가 말을 멈췄다. 단비가 물을 가져다주었다. 아이는 물을 받아 들고 마시지 않았다.“누가 보늬 이름을 말했습니까.”“민유정 마마님이요. 마지막에 만진 사람이 책임진다고요. 그게 침방 법이랍니다.”“내일 매를 맞는 것도 그분이 정하셨고요.”“…예.”서련은 붓을 놓았다. 아이의 눈이 그 붓을 따라갔다.“보늬. 저는 매를 멈추게 할 수 없습니다.”아이의 얼굴에서 무언가 빠져나갔다.“침방은 공주마마의 관할이 아닙니다. 제가 여기서 무슨 종이를 써도 침방 문은 안 열립니다.”“그럼… 왜 오라고…”“누가 오라고 했습니까.”“채운 언니가요. 여기 가면 적어도 듣기는 한다고요.”서련은 그 말을 오래 두었다.“들었습니다. 그리고 매를 멈추는 것과 매를 맞을 이유를 보는 것은 다릅니다. 이유는 볼 수 있습니다.”“어떻게요?”“찢어진 것이 제례복이니까요.”보늬가 문턱에서 돌아섰다.“헝겊은 풀지 마세요. 내일 아침에 옷을 보러 갈 겁니다. 보늬가 아니라 옷을요.”“…옷을요.”“옷은 거짓말을 못 합니다.”명선은 저녁상 앞에 있었다.“종친 제례복이 찢어졌다? 처음 듣소.”“종친 쪽 제례 준비를 공주마마께서 살피신다 들었습니다.”“살피지. 옷이 다 되면 보러 가겠다고

  • 폐위된 황후가 새 황제를 고른다   제79화. 석 달의 자리

    명선이 내민 것은 방 열쇠였다.작은 쇠 열쇠였고 끈이 새것이었다. 서련은 받지 않았다.“먼저 무슨 방인지 듣겠습니다.”“객사 손님이 열쇠도 그냥은 안 받는군.”명선이 열쇠를 탁자에 놓았다. 아침 햇살이 마루에 길게 들어와 있었다. 그 뒤에 시종이 종이 뭉치를 안고 서 있었다.“석 달이오. 내 관할의 고충을 받으시오. 객사 사람, 장원 사람, 내 이름으로 움직이는 사람들. 접수하고, 정리하고, 내게 올리시오. 처분은 내가 하오.”“고충이 무엇까지입니까.”“급료, 물품, 사람 배치. 그대가 지난 넉 달 동안 한 일이 다 그것 아니오?”“그것을 이름 없이 했지요. 이름을 붙이면 청구서가 따라옵니다.”“그래서?”“범위를 먼저 적겠습니다.”서련이 시종에게서 붓을 받았다. 명선은 말리지 않았다. 서련이 적는 동안 마루는 조용했다.접수하는 것과 접수하지 않는 것. 체포와 형벌은 관아. 궁 안 처소의 일은 그 처소 상궁. 공주의 관할이 아닌 것은 돌려보낸다. 보수는 석 달치를 미리 정한다. 종이와 등불과 심부름 값은 따로. 그리고 마지막 줄.“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 공주께서도 언제든 거둘 수 있다.”명선이 종이를 당겨 읽었다. 눈이 한 줄에서 멈췄다.“궁 안 처소 일은 안 받겠다?”“공주마마의 관할이 아닙니다.”“내가 받으라 하면?”“그때는 공주마마께서 그 처소 상궁과 먼저 다투셔야 합니다. 저는 그 뒤에 갑니다.”명선이 시종을 보았다. 시종이 고개를 끄덕였다.“보수는 얼마를 적었소.”“객사 방값과 같게 적었습니다. 그 이상이면 제가 공주마마께 빚지고, 그 이하면 공주마마께서 제게 빚지십니다.”“방값을 방값으로 갚는군.”“빚이 안 남는 값이 그것뿐이라서요.”“권한을 더 달라 하지 않소? 그대라면 궁 전체 고충을 받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권한은 청구서와 함께 옵니다. 지금은 받을 만큼만.”“받을 만큼이 왜 이만큼이오.”“그 권한을 받으면 그 권한이 저를 씁니다.”“석 달 뒤에는.”“석 달 뒤에 다시 적습니다. 그때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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