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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4화

Penulis: 일설연우
황성에서 날아온 서찰은 단순한 안부 편지가 아니었다. 그 내용이 시급하다는 건, 서왕도 단박에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서둘러 봉투를 뜯고 서신을 꺼내 읽었다. 그러다 금세 귀까지 붉게 달아올랐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완부옥을 바라보며 외쳤다.

“너… 황후 마마께 대체 무슨 말을 한 것이냐?”

그가 읽고 있던 편지 속엔,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한 말들이 가득했다.

결국 참다 못한 그는 서찰을 완부옥에게 던지듯 넘기고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방을 나가버렸다.

그 꼴을 본 완부옥은 배꼽을 잡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실실 웃다 입을 틀어막고 고개를 돌렸다.

며칠 전, 그녀는 황후에게 아이를 갖기 쉬운 비결이 있는지를 정중히 물어봤었다. 뜻밖에도 황후는 곧바로 친필 답장을 보내왔다. 그리고 그 안엔 여러 권의 책 제목이 나열돼 있었다.

문제는 그 책들 모두 제목부터가 노골적이었다. 겉보기엔 의학서지만, 실상은 민망한 ‘부부생활 실전 교범’에 가까웠다.

게다가 황후는 말미에 이런 조언까지 덧붙였다.

[부부가 모두 건강해야 아이가 잘 든다. 어느 한쪽이라도 허하면 어렵기 마련이야.]

그날 저녁.

서왕은 정원 한켠에 앉아 냉랭한 눈빛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완부옥이 그런 사적인 이야기를 감히 다른 이에게, 그것도 황후에게까지 털어놓았다는 사실이 그를 벙찌게 만들었다.

‘아무리 얼굴이 두꺼워도 정도가 있지…’

하지만 정작 완부옥은 봉구안의 조언을 철썩같이 믿고 있었고, 황후의 서찰을 받자마자 책을 구입해 밤에는 직접 서왕을 붙잡고 실습에 돌입했다.

다음 날 아침.

황성으로 향하는 마차 안.

완부옥은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탓에 허벅지에 힘이 빠져 있었다. 몸을 가누기도 어려운 와중에, 서왕은 킥킥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조급해봤자, 콩은 익지도 않았구나.”

완부옥은 짜증 섞인 눈빛으로 그를 밀치며 투덜댔다.

“입 조심 좀 하시죠.”

“스스로를 두부에 비유하다니, 참 뻔뻔하군요.”

그녀는 못마땅해하면서도 피곤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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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hwa lee
좋은일일세~~ 경사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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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298화

    마차 앞.어둠 속에서 불쑥 그림자 하나가 튀어나오자, 서왕은 반사적으로 완부옥을 끌어안고 뒤로 물러났다.그녀가 다치지 않도록 보호한 것이다.“…갈십칠?”완부옥은 서왕을 밀쳐내고,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제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바로 갈십칠이었다.얼굴은 이미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손발은 힘없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사, 사저… 너무… 아파요…”그 목소리에 완부옥은 즉시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전하”그녀가 말하기도 전에 서왕이 먼저 명을 내렸다.“갈십칠을 안으로 들여라. 당장 의원을 불러라.”그러자 완부옥이 눈빛을 좁히며 말했다.“제가 먼저 봐야겠습니다.”그녀는 단박에 알 수 있었다.이건 흔한 외상이나 독이 아니었다.남강에서만 유래하는, ‘구독’의 짓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다.남강의 구독은 일반 의원으로선 진단조차 힘들고, 해독은 더더욱 어려웠다.서왕이 망설이듯 물었다.“그 독… 너와 아이에게 해를 끼치진 않겠지?”완부옥은 단호히 입을 다물었다.“독마다 달라요. 직접 확인해야 해요.”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갈십칠을 들인 방으로 곧장 들어갔다.서왕도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 뒤를 따랐다.완부옥은 능숙한 손길로 갈십칠의 혈맥을 열고, 소량의 피를 뽑아냈다.짧은 순간이 지나자 그녀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예상대로네요. 구독이에요.”서왕은 반사적으로 그녀를 침상에서 끌어냈다.혹시라도 독이 옮겨 붙진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침상 위, 갈십칠은 이미 의식이 온전하지 않았다.그가 왕부까지 간신히 도달한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완부옥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봉구안이었다.“저, 궁에 들어가야겠어요.”구독의 성질은 파악했지만, 완전한 해독법은 갖고 있지 않았다.그런 독은 대부분, 독을 심은 자 혹은 무의가 아니면 풀 수 없었다.그녀가 몸을 돌려 방을 나서려던 순간, 서왕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같이 가자.”이 시각에 궁에 들려면, 호위의 허락 없이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297화

    영화궁.역시나 두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유모가 먼저 밥을 먹이려 했지만, 아이들은 입을 꾹 다문 채로 독약이라도 먹이는 듯 단 한 숟가락도 넘기지 않았다.곧 황제와 황후가 들어오자, 정전 안 공기가 달라졌다.소욱은 둘째가 화려한 비단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곤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곁에 있던 궁녀 만추가 조심스레 알렸다.“폐하, 마마. 한 시진 전 수공 공녀들이 와서 두 황자마마의 첫돌 연회용 의복을 시착시켰습니다.”“그런데 황자마마께서 옷을 아주 마음에 들어 하셨는지, 끝내 벗으려 하지 않으셨습니다.”사정을 들은 소욱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큰애가 더 침착하군. 황제가 될 기질이 있어.’두 아이 모두 이제 겨우 한 살이었다. 작은 아이는 그야말로 자유분방하게 구는 반면, 큰아이는 또래답지 않게 너무도 조용했다.그 덕에 자신도 모르게 기대치가 자꾸만 올라가는 것이 문제였다.둘째는 새 옷을 입은 채 유모의 손을 붙잡고 침상 위에 서서, 옹알이를 하며 두 팔을 허우적였다.꼭 자기 자랑이라도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소욱은 그런 둘째를 안아 올리며 웃음을 머금었다.“과연 내 아들답구나. 뭘 입어도 보기 좋군.”말이야 쉽지, 세상은 우는 아이가 젖을 더 받는다.큰아이는 조용히 한쪽에서 자물쇠를 손에 쥐고, 혼자 놀고 있었다.소욱은 곧장 큰아이도 품에 안았다.그는 아이들을 절대 차별하지 않았다.아이들 하나하나를 진심으로 아꼈고, 누구도 외롭게 두지 않겠다는 다짐도 있었다.무엇보다 그는 봉구안을 생각했다.쌍생아로 태어나고도 친부모에게 외면당했던 그녀. 겨우 친가로 돌아와도 제대로 된 정을 받지 못했고, 늘 그늘진 곳에서 자라왔다.봉가 사람들은 그녀가 필요할 땐 찾았지만, 평소엔 있는 듯 없는 듯 여겼다.심지어 그의 장모조차 결정의 순간엔 늘 봉안진과 봉장미를 택했다.지금도 함께 있는 것 자체를 어색해하며, 그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했다.봉구안은 늘 담담한 척했지만, 사람의 마음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296화

    봉구안이 어전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직접 소욱에게 약을 전하기 위해서였다.요즘 소욱은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해 기운이 빠지고 있었다. 마음이 편치 않으면 몸도 상하니, 꼭 약으로 기력을 보충해야 했다.약은 쓰디썼다.그럼에도 소욱은 아무렇지 않은 듯 약그릇을 들고는 단숨에 비워냈다.봉구안은 미리 준비해둔 손수건으로 그의 입가를 살며시 닦아주었다.그 손길에 소욱은 잠시 멍해졌지만, 곧 입꼬리를 올리며 농담을 건넸다.“이제 진짜 어미가 다 되었구나.”그녀의 손길이 마치 아이들 돌보는 장면과 겹쳐 보였다.봉구안은 비운 약그릇을 물리게 하고는 조심스레 운을 뗐다.“완부옥은 이제 아이를 가졌으니, 더는 무리하게 두면 안 됩니다.”“그 사부란 자가 또 엉뚱한 짓을 할지도 모르니, 사람을 더 붙여 지키게 하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소욱은 일부러 눈썹을 찌푸리며, 투정부리는 듯 말했다.“그래서 오늘따라 네가 직접 약까지 들고 왔구나. 알고 보니 완부옥 때문이었군.”그가 바라는 것을 아는 봉구안은 얄밉도록 천연덕스럽게 웃었다.“주된 이유는 폐하를 뵙기 위함이며, 완부옥 이야기는 곁들여 먹는 음식과도 같습니다.”그 한마디에 소욱의 표정이 환해졌다.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서왕 쪽은 원래 자손이 귀하지.”“완부옥이 어렵게 아이를 가진 만큼 신경 써야 해.”“진한길을 시켜 인원을 더 배치하도록 하마. 남강엔 이미 전갈을 보냈다. 남강왕이 직접 나설 거야. 그 사부 문제도, 뿌리를 잘라야 끝이 나겠지.”봉구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머금었다.“폐하께서 참으로 현명하십니다. 전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요.”소욱은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그녀의 팔을 끌어당겨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두 사람의 옷자락이 서로 뒤섞이며, 어느새 한 몸처럼 얽혔다.소욱은 그녀의 턱을 살짝 들어 올리고, 조심스럽게 입맞춤을 건넸다.절제된 입맞춤이었지만, 그 여운은 진했다.유사양과 궁인들은 별다른 지시가 없어도 알아서 조용히 물러났다.이젠 굳이 말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29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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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294화

    황성에서 날아온 서찰은 단순한 안부 편지가 아니었다. 그 내용이 시급하다는 건, 서왕도 단박에 느낄 수 있었다.그는 서둘러 봉투를 뜯고 서신을 꺼내 읽었다. 그러다 금세 귀까지 붉게 달아올랐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완부옥을 바라보며 외쳤다.“너… 황후 마마께 대체 무슨 말을 한 것이냐?”그가 읽고 있던 편지 속엔,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한 말들이 가득했다.결국 참다 못한 그는 서찰을 완부옥에게 던지듯 넘기고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방을 나가버렸다.그 꼴을 본 완부옥은 배꼽을 잡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실실 웃다 입을 틀어막고 고개를 돌렸다.며칠 전, 그녀는 황후에게 아이를 갖기 쉬운 비결이 있는지를 정중히 물어봤었다. 뜻밖에도 황후는 곧바로 친필 답장을 보내왔다. 그리고 그 안엔 여러 권의 책 제목이 나열돼 있었다.문제는 그 책들 모두 제목부터가 노골적이었다. 겉보기엔 의학서지만, 실상은 민망한 ‘부부생활 실전 교범’에 가까웠다.게다가 황후는 말미에 이런 조언까지 덧붙였다.[부부가 모두 건강해야 아이가 잘 든다. 어느 한쪽이라도 허하면 어렵기 마련이야.]그날 저녁.서왕은 정원 한켠에 앉아 냉랭한 눈빛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완부옥이 그런 사적인 이야기를 감히 다른 이에게, 그것도 황후에게까지 털어놓았다는 사실이 그를 벙찌게 만들었다.‘아무리 얼굴이 두꺼워도 정도가 있지…’하지만 정작 완부옥은 봉구안의 조언을 철썩같이 믿고 있었고, 황후의 서찰을 받자마자 책을 구입해 밤에는 직접 서왕을 붙잡고 실습에 돌입했다.다음 날 아침.황성으로 향하는 마차 안.완부옥은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탓에 허벅지에 힘이 빠져 있었다. 몸을 가누기도 어려운 와중에, 서왕은 킥킥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조급해봤자, 콩은 익지도 않았구나.”완부옥은 짜증 섞인 눈빛으로 그를 밀치며 투덜댔다.“입 조심 좀 하시죠.”“스스로를 두부에 비유하다니, 참 뻔뻔하군요.”그녀는 못마땅해하면서도 피곤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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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왕이 돌아온다니.예전 같았으면 소욱은 분명 기뻐했을 것이다. 십여 년을 함께한 절친이니까.하지만 요즘 그는 자꾸 봉구안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아무래도 서왕이 폐하께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며칠 전부터는 거의 매일 밤 악몽을 꿨다.서왕이 자길 쫓아오는 꿈이거나, 둘이서 혼례를 치르는 꿈이었다.이 사실은 그에게 꽤나 큰 충격이었다.문제는 이 화를 어디에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점이었다.봉구안은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다.“서왕이 돌아오다니, 좋은 소식이네요.”소욱은 그녀가 남 일이라 신나하는 걸 뻔히 알면서도 괜히 더 짜증이 났다.“그래도 난 믿기 힘들다. 서왕이 정말 그런 마음을 가졌다는 게 말이 안 돼.”“설사 예전에 있었다 해도, 지금은 없을 거야.”봉구안은 대꾸하지 않았다.순간 찾아온 정적이 오히려 그의 순진함을 두고 비웃는 듯했다.사실, 서왕이 다른 여자와 혼례를 올렸다면 소욱도 이 정도로 의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 상대가 완부옥이라니.이 상황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미심쩍었다.게다가 소욱은 완부옥이 여자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런 그녀가 서왕과 진짜 부부가 될 리 없지 않은가.생각할수록 불안감이 커졌다.“구안아, 혹시 저 둘이 짜고 치는 거 아닐까?”“우리가 방심하게 만들어서 결국 갈라놓고, 그 틈에 끼어들려는 거지.”봉구안도 그런 가능성을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하지만 지난번 북연에서 돌아온 후, 완부옥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다.그때 확신했다. 완부옥은 정말로 서왕의 아이를 낳고 싶어 했다.“폐하, 너무 불안해하지 마세요. 지금 서왕은 정말로 완부옥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아니면 뭐하러 황성을 떠나겠어요?”하지만 소욱은 오히려 믿기 어려웠다.“넌 날 위로해주려는 거겠지.”“가만히 생각해보면, 차라리 서왕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게 나을 것 같구나.”그는 점점 화가 났다.십여 년을 함께한 형제 같은 사이였거늘 서왕이 그런 감정을 품고 있었다니!봉구안이 아니었으면, 그는 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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