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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일설연우
방 안에서 바깥의 소리를 듣고 있던 봉구안은 눈을 가늘게 치켜떴다.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봉가에는 이득이 될 게 없었다.

황귀비는 봉가의 여식이 이미 순결을 잃었다는 것을 알고 일을 벌인 것이 분명했다.

만약 봉장미의 대신인 그녀의 순결이 증명된다면 이 음모를 피해갈 수 있을지는 모르나, 필히 황귀비의 의심을 사게 될 것이다.

만약 대체품 신분이 밝혀진다면 그것은 황실을 기만한 중죄이며 봉가는 화를 면치 못할 것이다.

봉구안은 전방을 주시하며 창을 휘두르던 손으로 얼굴에 연지를 곱게 발랐다.

사부께서는 그녀에게 병법과 관료가 해야 할 일들을 가르치셨다.

사부의 부인인 사모께서는 그녀에게 안주인으로서의 도리와 처세술을 가르쳐 주셨는데 그 중에는 첩이 득실대는 귀족가의 뒷방에서 살아남는 법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때는 가르쳐 주시니 겸허히 배웠지만 그걸 쓰게 될 날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녀는 뒷방에 갇혀 살림이나 하면서 서방을 섬기는 여자보다는 이 나라의 곳곳을 누비며 영토를 넓히는 게 꿈인 사람이었다.

그런데 결국 돌고 돌아 이런 날이 올 줄이야.

태감과 그가 데려온 궁중 여관은 기세등등하게 봉 부인을 압박했다.

“부인, 이건 황귀비 마마의 명령일세. 감히 명을 거부하겠다는 건가?”

태감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비웃듯이 물었다.

‘너희가 아무리 권세 가문이라고 하더라도 황실의 명을 어길 수는 없지! 깃털이 다 뽑힌 봉황은 닭보다도 못한 법이야!’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계속해서 음침한 얼굴로 봉 부인을 추궁했다.

“이거 말로 해서는 안 되겠군! 그럼 날 너무 원망하진 마시게!”

곧이어 그가 손짓하자 뒤를 따르던 궁중 시위대가 나섰다.

봉 부인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봉가의 저택에서 법도를 무시한 채, 이런 무례한 일을 벌이다니!

궁중 시위대가 봉 부인을 제압하려던 찰나, 창문 너머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봉씨 가문은 대대로 황후를 배출한 가문으로 역사에 이름까지 올렸다. 그런데 그런 가문의 여식인 내가 순결을 의심받는 날이 오다니.”

“이 일이 알려지면 사람들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리는 없다고 생각할 테지. 나 하나의 잘못으로 가문의 명성을 어지럽힐 수는 없으니 죽음으로 결백을 증명하겠다.”

“어머니, 흰 천을 준비하여 주세요. 그리고 제 숨이 끊어진 뒤, 시체를 저들에게 주어 검사하게 하세요. 그때가 되면 저의 순결은 자연히 증명될 것이고 가문의 명성에도 누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봉 부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안 된다, 아가!”

조금 전까지 기세등등하던 태감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스치더니, 이내 손짓하여 시위대를 멈춰세웠다.

그는 앞으로 나서서 짐짓 공손한 태도로 안방을 향해 말했다.

“아씨,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정말 결백하시다면 검사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경험이 풍부한 여관들이니 아씨를 불편하게 하시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그말인즉, 봉구안이 협조를 거부하면 마음에 켕기는 게 있다는 뜻이었다.

태감이 기싸움에서 이겼다고 속으로 의기양양해하고 있을 때, 안방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질문이 들려왔다.

“태감, 이건 황귀비마마의 명이냐, 아니면 폐하의 명이더냐?”

순간 태감은 인상이 확 구겨졌다.

그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봉구안이 말했다.

“황귀비마마가 이런 명을 내렸을 리 없지.”

“아무리 귀하다고 하더라도 한낱 후궁의 비빈 아니더냐. 황실이 지명한 황후인 나에게 이런 월권 행위를 했을 리 없지.”

“폐하나 태후마마께서 나를 의심하시어 황귀비의 이름을 빌렸을 것으로 보이는군.”

잠자코 듣고 있던 태감은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는 다급히 반박하려 입을 열었다.

“어찌 감히….”

봉구안은 전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황실에서 내 결백을 의심한다면 봉가의 여식으로서 있지도 않은 오명을 뒤집어쓸 수는 없다.”

“그러니 이 일로 혼례가 무산되면 운대산 황릉에 찾아가 내 억울암을 호소할 것이다!”

태감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고 손발이 덜덜 떨려왔다.

더 이상 일이 커진다면 수습하기 어려워질 상황!

‘나약해 빠진 봉장미가 언제 이렇게 말주변이 좋아진 거지?’

잠시 후, 황궁 영소전(凌霄殿).

황귀비는 느긋하게 침대에 누워 시종들의 안마 시중을 받고 있었다.

태감의 보고를 들은 그녀의 눈매가 매섭게 변했다.

“봉장미 그 년이 정말 그런 말을 했다고?”

태감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황귀비의 눈빛이 음산하게 변하자, 다리를 주무르던 궁녀들이 고개를 숙인 채 뒤로 물러섰다.

“감히 그 몸으로 궁에 들어올 생각을 하다니. 첫날밤에 들통나는 게 두렵지도 않은 모양이군. 설마 내가 뭘 잘못 알고 있나? 처음부터 순결을 잃지 않았다는 얘기인가?”

태감이 부들부들 떨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마마, 소인은 모르는 일이옵니다!”

한편, 봉구안을 태운 마차가 황궁 대문 앞에 당도했다. 원칙대로라면 봉구안은 편전에 머물다가 길시가 되면 혼례를 올리러 대전에 입장하게 되어 있었다.

시종 연상(蓮霜)은 긴장이 극에 달한 나머지 뻣뻣하게 굳은 자세로 우두커니 서서 말했다.

“아가씨, 소문에 폐하는 모시기 정말 까다로운 분이라고 해요. 하루에 열 명이 넘는 대신의 목을 베었다는 소문도 있고 후궁에서 폐하를 유혹하였다가 잔인하게 살해당한 비빈도 있다고 들었어요.”

“폐하는 사신의 환생이라 상시 피를 갈구한다는 소문도….”

황제를 중심으로 떠도는 세간의 소문은 봉구안도 들은 바가 있었다.

이 나라의 황제 소욱(蕭煜)은 폭군이었다.

연상의 넋두리는 계속되었다.

“하지만 폐하가 처음부터 그런 분인 건 아니었대요. 사랑하던 영비가 사망한 후로 사람이 바뀌었다네요.”

“아가씨, 그거 아세요? 폐하께서 황귀비를 총애하는 이유도 황귀비가 돌아가신 영비마마를 많이 닮아서 그런대요. 후궁의 비빈들 대부분이 영비와 닮은 곳이 있대요.”

“폐하의 눈에 들지 않은 여인은 모두….”

연상은 말끝을 흐리며 걱정 어린 눈빛으로 아가씨를 바라보았다.

봉구안은 영비와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황제의 총애는 당연히 못 받을 것이고 어쩌면 황제의 미움을 받을 가능성이 컸다.

황제를 둘러싼 소문은 결코 평탄치 못한 신혼밤을 예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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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a Comments (4)
goodnovel comment avatar
백은영
넘 재미 있어요! 시간가는줄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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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ㅣㅣㅇㅇㅇ ㅇㅇㅇㅇ ㅇㅇㅇㅇ ㅇㅇㅇ
goodnovel comment avatar
jhys0607
웹툰으로 나왓음 좋겧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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