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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의 장군 황후
폭군의 장군 황후
Penulis: 일설연우

제1화

Penulis: 일설연우
“장군! 급보입니다! 장미 아가씨께서 치욕을 당해 자결하셨으니 속히 경성으로 복귀하여 큰아가씨 대신 혼인하라는 노부인의 명이 있으셨습니다!”

남제(南齊)의 변경, 준마가 금방 녹은 시냇물을 힘차게 밟으며 미친 듯한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말을 탄 봉구안(鳳九顏)이 최전방에서 달리고 있었다. 흰색 소복에 검은 머리를 대충 비녀로 틀어 올린 그녀의 주변으로 귀티 나면서도 날카로운 분위기가 풍기고 있었다.

그녀와 동생 봉장미는 쌍둥이였지만 이 시대에 여자 쌍둥이가 태어나면 불길한 징조였기에 그녀는 어릴 때부터 바깥을 떠돌며 자랐다.

성품이 온화한 봉장미는 누구에게 원한을 살 여인이 아니었다.

봉구안은 누가 그처럼 순수하고 착한 동생을 해하였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게 누구든, 범인의 가죽을 발라내서 개 먹이로 줄 것이다!

호위대는 그녀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뒤에서 애타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장군, 벌써 강행군으로 말 두 마리가 죽었습니다. 전방에 객잔이 있으니 가서 좀 쉬고…”

봉구안은 힘차게 채찍을 휘둘렀다.

“따라오지 못할 거면 군영으로 꺼지거라! 이랴!”

‘멍청한 놈들, 쉴 시간이 어디 있다고!’

그녀의 어깨에 짊어진 것은 봉씨 가문 백여 명의 목숨이었다.

호위대는 필사적으로 그녀의 뒤를 따랐다.

상대는 북대영(北大營)에서 가장 빠르고 신출귀몰하기로 소문난 봉 장군이었다!

그렇게 7일 후, 황성.

봉가에서 일국의 황후가 나왔다는 것은 지고무상한 영광이었다.

백성들은 천자의 혼인식을 구경하러 분분히 거리로 나왔다.

하지만 영친 대오가 도착했지만 새신부가 나오지 않고 있었다.

구경꾼들이 차츰 술렁이기 시작했다.

“봉가의 장녀는 얼마 전에 산적들에게 끌려갔다가 봉가의 친위대가 출동하여 겨우 구해왔다고 들었는데 순결을 잃었을지도 모르는 여인이 어찌 일국의 황후가 될 수 있단 말이오?”

“봉가의 여인들은 참 팔자도 좋소. 대대로 황후를 배출한 가문 아니오. 이런 든든한 집안이 우리 남제를 지켜주고 있어서 우리가 이런 태평 성세에 살고 있는 게지!”

“그런데 새신부가 왜 아직 안 나오지? 정말 무슨 일이 있는 거 아니야?”

사람들은 발꿈치를 들고 봉가의 담장을 기웃거렸다.

그 시각, 봉가의 대청 안.

명을 받고 새신부를 맞으러 온 상궁은 이미 석 잔째 차를 마시는 중이었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한 상궁은 봉 대인이 따라주는 차를 손사래 치며 거절했다.

“나으리, 혹시 새신부에게 무슨 변고라도 생긴 겁니까? 제가 신방으로 들어가서 확인해 봐도 되겠습니까? 이대로 기다리기만 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길시를 어기면 저도 책임 못 집니다!”

일반 백성들마저 길시를 따져서 혼례를 올리는데 황가, 무려 이 나라의 제왕의 혼례라면 더 신중히 해야 했다.

상궁은 봉가에서 일부러 텃세를 부리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봉 대인은 신방에 들어가겠다는 상궁의 말에 안색이 급변했다.

그는 급기야 표정을 수습하고 짐짓 침착한 얼굴로 말했다.

“집사람이 딸을 보내기 아쉬워서 얘기가 길어지나 보오. 원래 그런 사람이니 내 사람을 보내 재촉하리다. 길시를 지체하는 일은 없을 테니 잠시만 더 기다려 주시오!”

말을 마친 그는 집사에게 눈짓했다.

집사가 바로 내원으로 달려갔다.

신방 앞에 도착한 집사는 조심스럽게 신방 문을 두드렸다.

“부인, 아가씨, 궁중에서 온 사람들이 빨리 나오라 재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방 안에 신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봉 부인은 좌불안석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혼례복에 좀 문제가 생겨 수선 중이니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 전하거라.”

집사는 주변을 둘러보고는 창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부인,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습니다. 최 상궁이 벌써 몇 번째 재촉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신방으로 쳐들어올 기세입니다!”

봉 부인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그들이 조바심을 태우고 있을 때, 날렵한 그림자가 측면의 창문을 넘어 신방 안에 들어왔다.

봉 부인은 경계 태세를 취하며 뒤로 물러났다.

“누… 누구냐!”

“저예요, 어머니.”

봉구안은 가면을 벗고 선녀도 울고 갈 아름다운 얼굴을 드러냈다. 딸을 알아본 봉 부인은 반가움에 눈물을 흘렸다.

“구안아! 우리 딸! 드디어 돌아왔구나!”

그녀는 다가가서 딸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며칠 전부터 타들어 가던 속이 드디어 안정을 찾았다.

“어머니를 뵙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어머니를 뵙는 거지만 봉구안은 불필요한 인사말을 건네지 않고 담담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기에 그녀는 입고 있던 옷을 벗고 틀어 올렸던 머리를 풀어 헤쳤다.

그 모습을 본 봉 부인은 다급히 다가가서 그녀에게 혼례복을 입혀주었다.

“미안하구나, 구안아. 구속을 싫어하고 자유를 원하던 너에게 이렇게 큰 짐을 지게 하다니…”

봉구안은 치맛자락을 살포시 들고 화장대에 마주 앉았다.

“죄책감을 가지실 필요는 없어요, 어머니. 자초지종은 서신에서 이미 봐서 알고 있습니다. 지금 시급한 것은 가문을 보전하는 것이지요.”

봉가의 사정으로 황가의 혼약을 파기하게 된다면 이는 아홉 대를 멸할 대죄였다.

봉 부인은 안타까운 마음에 한숨을 쉬었다.

“잘 돌아왔다, 아가. 떠나 있는 동안 어미도 네가 그리웠단다…”

“장미는 어떻게 되었나요?”

봉구안은 여전히 동요 없이 담담한 표정으로 물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주먹을 꽉 쥔 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내심 속으로 봉장미가 자결에 실패하여 아직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듣고 싶었다. 그래서 어릴 때처럼 갑자기 나타나서 언니 왜 이제 왔냐고 투정이라도 부려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봉 부인의 슬픈 표정에서 그녀는 자신의 기대가 모두 헛된 것이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말았다.

“장미는… 이미 장례를 치렀어. 차라리 잘 된 거지. 아마 살아 있었어도 그날의 악몽이 떠올라 고통스러워했을 거야. 그날 밤, 장미는 저택 문 앞에 벌거벗긴 채로 버려져 있었어. 그리고 가슴에는…”

봉 부인은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봉구안은 싸늘하게 식은 표정으로 질문을 이어갔다.

“누가 한 짓인지 단서는 잡았나요?”

“그게… 폐하의 총애를 받는 황귀비였어! 그 요물이 장미를 해친 게야!”

우드득!

봉구안이 분노에 치를 떨자 손에 들고 있던 연지 함이 그대로 부서졌다.

봉 부인은 수심 가득한 얼굴로 딸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구안아, 어릴 때부터 군영에서 자란 네가 무예가 출중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후궁은 전장과 달라. 꼭 조심해야 한다. 황귀비는 폐하의 총애를 등에 업고 수많은 사람을 해치고 죽였다. 하지만 폐하의 총애는 나날이 깊어져만 갔지. 절대 황귀비와 충돌을 빚어서는 안 된다, 아가.”

장미를 잃었는데 또 다른 딸까지 잃고 싶지 않은 것이 봉 부인의 마음이었다.

하지만 가만히 있는다고 주변도 조용하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봉구안이 붉은 면사포를 머리에 쓰고 방을 나오려던 찰나, 밖에서 갑자기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혼례를 잠시 중단한다! 이 몸은 황귀비 마마의 명을 받들어 몇 가지 조사할 것이 있어 왔노라!”

봉 부인은 봉구안의 손을 잡으며 다급히 말했다.

“일단 어미가 나가보마.”

황귀비의 측근인 태감은 기세등등하게 말을 이어갔다.

“봉가의 장녀는 얼마 전에 산적에게 포로로 잡혀간 적이 있다고 들었다. 황귀비는 황실의 명예를 생각하시어 궁중 여관을 보내 검사를 지시하셨다.”

“검사라니요!”

봉 부인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묻자 태감이 냉소를 지으며 답했다.

“당연히 순결을 검사해야겠지!”

“뭐라고요?”

새신부가 출가 당일 날 순결을 확인 받는 것은 전례 없던 치욕적인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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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en (6)
goodnovel comment avatar
배소율
저는 뭐가 이상하고 생각했는대 보다 보니까 재미있더라고요.ㅎㅎ 다음에도 또 댓글 달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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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
이어 보기 를 못할 때 방법 알려 주세요
goodnovel comment avatar
연희
초입 부분 부터 예사롭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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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212화

    용상 위, 소동은 이미 황제의 기세를 갖추고 있었다.“짐은 황숙의 조서를 받들어 당분간 제왕의 직무를 대리할 것이다. 여러 신하들은 아뢰고자 하는 바가 있으면 말하라.”조정 신하들은 어리둥절하게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일부는 소동이 왕위를 찬탈하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하지만 곧 생각을 바꾸었다. 황후가 가진 수완을 두고 보았을 때, 누가 함부로 왕위를 넘보겠는가?후궁.봉구안은 두 아이와의 이별이 몹시 아쉬웠다.아직 꿈나라에 있는 아이들은 무척 평온한 얼굴로 자고 있었다.그녀는 조심스레 아이들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시녀 만추는 울컥하는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마마, 정말 가셔야 하나요…?”어찌 낳은 자식을 두고 떠날 수 있으랴.봉구안은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이번 여정은 생사를 알 수 없는 길.아이들을 데리고 가면 그녀의 발목을 잡을 뿐 아니라, 아이들까지도 죽음의 위협에 노출될 수 있었다.아이들과 헤어지는 것은 너무도 아프지만, 차라리 이렇게 떠나는 게 나을 터였다.궁에 남아 희망 없는 기다림을 견디는 것보단 백배 나았다.“마마, 녕비 마마께서 도착하셨습니다.”봉구안은 마음을 다잡고 내실에서 나왔다.녕비를 부른 것은 바로 그녀였다.만일 그녀가 이 길에서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두 아이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대비해야 했다.……“황후 마마,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녕비는 놀란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믿을 수 없다는 듯 봉구안을 바라보았다.봉구안은 주위에 압도적인 기운을 뿜으며 자리에 앉아 있었다.그 모습은 너무나 차분하고, 오히려 무서울 정도였다.“이번에 나가면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 알 수 없다.”“소첩도 그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황자님을 소첩에게 맡기시다니요?”녕비는 그 말을 믿지 못하고 멍해졌다.자신이 좋은 성정을 가진 것도 아니고, 예전에 황후와 대립도 했었다.그런데 황후가…“난 그대를 믿는다. 그걸로 충분하다.”봉구안의 믿음은 마치 커다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211화

    수왕의 봉지는 황성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황후의 명령을 받자마자 세자 소동은 그날로 출발했다. 닷새 후, 소동은 황궁에 도착해 곧바로 어전으로 가 황제를 알현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황성에 온 것은 3년 전, 조묘의 난이 일어났을 때였다. 당시 그는 황제로부터 중책을 맡아 잠시 황위에 올라 천룡회와 적군의 이목을 혼란시켰다.그때 그는 매우 놀랐었다. 황제의 유언에 자신이 황태자로 지명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이번에 황후가 그를 부른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렴풋이 느껴지는 것은 역시 유언과 관련이 있을 것 같았다.황성에 오기 전, 부왕도 그에게 주의를 주었다. 이제 황후가 황자를 낳았으니, 한때 유언에 이름을 올렸던 그는 황자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그래서 이번 황성 방문은 매우 위험할 수도 있었다.소동은 마음속으로 여러 의심 거리가 있었지만, 표정은 여전히 담담하고 침착했다. 그는 본래 황위에 뜻이 없었고, 결코 분수에 넘치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만약 황후가 그에게 결심을 보이라 한다면, 그는 스스로 한쪽 팔을 자를 수도 있었다. 신체에 장애가 있는 자는 황제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소동은 이미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두었고, 그의 얼굴에는 또래보다 훨씬 침착한 기색이 감돌았다. 그가 어전에 들어서자, 전각 안에 시중드는 궁인들이 매우 적었다. 아마도 모두 황후 마마의 심복들일 것이다.용좌 위에 황후는 산처럼 흔들림 없이 앉아 있었고, 황권의 상징인 황자를 품에 안고 있었다. 소동은 즉시 머리를 숙여 예를 올렸다. “세자 소동… 명을 받들어 나아왔나이다.”그는 갑자기 말을 멈췄다. 그가 아는 바로는 황제가 실종된 후 황후가 갓 태어난 황자를 데리고 즉위하여 잠시 황제의 지위를 대신하고 있었다. 이치상으로는 그녀 품의 아이가 황제이어야 하고, 그녀는 태후가 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 조정과 후궁에서는 여전히 그들을 황후 마마, 황자라고 부르고 있어 실로 이해하기 어려웠다.어쨌든, 대세를 따르는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210화

    다음날, 선의 공주는 직접 사황자를 찾아갔다. 사황자는 미소를 띤 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동했다. "선의야 팔은 어떠니?" 선의 공주는 곳곳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오라버니… 왜 저를 막으셨어요!" 사황자는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선의야,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네가 단지 고집이 세다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네가 이렇게 어리석을 줄은 몰랐다. 어떻게 사람에게 약을 먹이고, 강제로 관계를 맺으려 했느냐? 만약 네가 정말 남제 황제에게 네 몸을 허락했다면, 나는 아바마마께 어떻게 설명해야 한단 말이니?”“어젯밤에 팔이 부러질 뻔했으니, 이제는 교훈을 얻었겠지."선의 공주는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녀는 끝내지 못한 일을 이렇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만약 제가 남제의 황후가 될 수 있다면, 남제는 더 이상 북연을 공격하지 않을 거예요. 이것이 좋은 일 아닌가요?"사황자가 웃었다."선의야, 이 말을 아바마마께서 들으신다면, 너는 무거운 벌을 받게 될 거야.”“두 나라의 혼인관계는 결코 남제의 호랑이 같은 야심을 막을 수 없다. 너는 그저 헛되이 자신을 망칠 뿐이고,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될 뿐이지. 우리 북연에는 훌륭한 남자들이 수천 수만이야. 왜 넌 네 자신을 더럽히면서까지 남제 사람에게 몸을 바치려 하느냐. 한번 생각해봐, 이것이 옳다고 생각하느냐?"선의 공주는 즉시 반박했다."그 자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에요! 황제란 말이에요!”그녀는 강한 남자를 좋아했다. 남제는 현재 가장 강력한 나라였고, 이 황제는 그녀에게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었다.사황자는 좋은 말로 설득해도 소용없음을 보고, 그녀에게 단호하게 경고했다."네가 지하 감옥에 가지 않게 한 것도 아바마마 뜻이야. 오라비인 내가 어찌할 수 없구나."말을 마치고 그는 자리를 떠났다. 선의 공주의 동공이 약간 수축되었다. ‘오라버니… 어떻게 사람이 하루 아침에 바뀔 수 있지?’그녀 곁의 시녀는 오히려 똑똑한 사람이었고, 그녀에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209화

    소욱은 암실에 갇혀 있는 동안에도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북연의 사황자가 북연 황제의 총애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북연 황제가 그를 칠황자와의 경쟁을 부추기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음을 간파했다. 만약 사황자를 설득할 수 있다면, 이곳을 탈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다.그러나 북연의 사황자도 어리석은 인물이 아니었다. 소욱의 말을 듣자마자, 그가 자신을 끌어들이고 칠황자와의 사이를 이간질하려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말을 많이 하다 보면 실수하기 마련이지. 지금의 처지를 생각한다면, 말을 아끼는 것이 좋을 걸세." 사황자는 이렇게 말하고는 자리를 뜨려 했다.소욱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북연 황제는 칠황자를 태자로 세울 것이다."사황자는 걸음을 멈췄다. 소욱이 이렇게 확신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태자 자리는 누구에게나 탐나는 자리였다. 사황자는 다시 돌아서서 소욱을 주시했다.그는 묵묵히 소욱에게 계속 말하라는 신호를 보냈다.소욱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차분히 말했다. "북연군이 남하하여 소주와 정국을 점령했지만,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 주력 장수가 모함을 받아 북연군이 철수하게 되었지. 이로 인해 칠황자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지만, 북연 황제에게는 소주와 정국을 점령하는 것이 진정한 목적이 아니었다.""그렇다면 진정한 목적은 무엇이었지?" 사황자는 참을 수 없어 물었다.소욱은 몸속의 약효가 풀렸지만 여전히 허약했다. 그는 벽에 기대어 앉아 가슴의 통증을 진정시키며 말했다."진정한 목적은 칠황자를 시험하여 태자로 세우기 위한 준비였다. 북연 황제의 마음은 이미 칠황자에게 기울어져 있었지. 그러므로 북연군의 남하가 실패하더라도, 북연 황제는 다른 기회를 찾아 칠황자에게 공을 세우게 할 것이다. 너희가 나를 잡은 것은 남제에 반격하여 북연이 잃은 성을 되찾기 위함이겠지. 나는 북연 황제가 칠황자에게 중책을 맡길 것이라 확신한다."사황자는 이를 악물었다. 반박하고 싶었지만 할 말이 없었다. 북연 황제는 항상 애증이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208화

    지하 감옥.소욱은 평소처럼 식사를 마쳤으나, 이내 몸에서 이상 징후가 느껴졌다. 순식간에 그는 깨달았다. 강한 최음제가 들어 있었다.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고, 마음속에서 살기가 뚜렷하게 솟구쳤다. 누가 한 짓인지,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역시나 얼마 지나지 않아 선의 공주가 감옥에 들어섰다.그녀는 오늘을 위해 정성껏 화장을 하고, 화려한 색동 치마에 곱게 머리를 올렸다. 눈빛엔 제멋대로인 욕망과 지배욕이 불타고 있었다.그녀는 소욱의 붉어진 얼굴을 보고는 고소하다는 듯이 웃었다. "난 마음에 둔 사람은 절대 놓치지 않아."소욱은 정신을 가다듬으며, 의식이 약물에 휘둘리지 않도록 안간힘을 썼다. 만약 자신이 이 상태에서 다른 여자를 건드리게 된다면… 그는 더는 봉구안의 얼굴을 마주할 수 없을 것이다.망할…! 그는 차라리 지금 당장 그녀를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내력은 이미 사라졌고, 힘조차 쓰기 어려운 몸이었다.이 지하 감옥엔 많은 죄수가 있었지만 소욱이 갇힌 이 방은 독립된 곳이었고,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다. 선의 공주는 방해받을 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겉옷을 벗으며 오만하게 웃었다. "딱 기다려. 약 기운을 못 이기고 넌 기어이 나에게 매달리게 될 거야."그녀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그의 앞에 서서 몸짓으로 유혹했고, 그 자극이 약효를 더욱 빠르게 퍼뜨렸다.소욱은 고개를 떨군 채, 두 주먹을 꽉 쥐었다. 핏줄이 솟구치며, 손등 위로 파르르 떨림이 일었다. "꺼져."그는... 차라리 죽는 게 나았다.선의 공주의 눈빛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괜찮아. 우리는 시간이 많아. 곧 약 기운이 널 무너뜨릴 거고, 넌 내 앞에서 애원하게 될 거야."그녀는 조심스럽게 몸을 낮추었다. 혹시나 그가 전처럼 목을 조를까 봐, 가까이 다가가진 않았다."넌 참 이상한 황제야. 황제면서 여자 하나 더 안으면 뭐 어때? 아바마마도 어마마마를 가장 아낀다지만, 후궁은 또 얼마나 많은데? 나는 네가 봉구안 그년을 좋아하는 거 알아.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207화

    영화궁.태후와 녕비가 도착했을 땐, 봉구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어린 황자는 폐를 찢는 듯한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고, 듣고 있던 둘도 마음이 저려왔다.태의는 황자에게 약을 먹이고 있었다. 그 손이 떨릴 정도로 위태로워 보였다.녕비는 걱정스레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조심하거라! 황자께서 약에 사레라도 들리면 어쩌려고!”태후는 그보다 더 날카롭게 나무랐다."황후는 어디 있느냐? 황자는 황후가 직접 낳은 자식이다. 어찌 이리 무심할 수 있단 말이냐!"궁녀 만추가 조심스레 대답했다. "국경에서 급보가 도착하여, 황후마마께서 어전에 계시며 장군들과 논의 중이십니다..."태후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루 종일 논의만 하고, 황자들은 마음에 두지도 않는다더냐? 한 명은 정치의 도구로 쓰고, 한 명은 궁에 내팽개쳐 두고... 어찌 그리 무정할 수 있단 말이냐!"태후 역시 봉구안이 힘든 상황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황자가 저토록 아픈데 곁에 없으니, 결국 서운한 감정이 앞섰다. 만추는 감히 더 말을 잇지 못했다.녕비가 나섰다. "태후마마, 황후마마께서도 나라를 우선하신 것이지요. 황자 곁엔 태의가 있으니, 틀림없이 무사하실 겁니다."태후는 침상 위의 황자를 바라보며 간절히 중얼거렸다."그래야만 할 텐데..."황자의 울음소리는 전각 전체를 울렸고, 태의는 더욱 당황한 듯 보였다.유모는 눈물을 흘리며 속삭였다. "울지 마세요, 황자님, 약 드시고 나면 나아질 거예요... 이제 곧 괜찮아질 테니..."녕비도 그 광경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른도 먹기 힘든 쓴 약을 황자에게 먹이는 모습이 너무나 가혹했다.한 시진쯤 지났을 때, 봉구안이 큰아들을 안고 돌아왔다. 이미 막내아들의 병세를 전해 들은 후였다. 황후가 들어서자 첫째 황자의 유모가 즉시 황자를 건네받았고, 봉구안은 막내아들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뜻밖에도 태후와 녕비가 안에 있었다. 두 사람은 마치 석상처럼 앉아 있었다. 봉구안이 모습을 드러내자, 태후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206화

    봉구안을 죽여달라는 선의 공주의 요청에 북연 황제는 곧바로 거절하지 않았다. 남제 황제의 황후… 봉구안, 그 여인은 결코 평범한 여인이 아니었다. 남제가 수차례 북연을 이긴 데에는 그 여인의 공이 컸다. 선의가 언급하지 않았어도, 그 여인을 없애고 싶은 마음은 이미 있었다."좋다. 아비가 허락하마." 선의 공주는 비로소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바마마, 감사해요. 꼭 이뤄주셔야 해요!"자신이 얻지 못하는 건, 그 누구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였다.하지만 북연 황제는 아직 할 말이 남아 있었다. 그는 눈빛을 가늘게 좁히고 물었다. "감옥에 갇혀 있는 자에 대해, 누가 대체 네게 말해준 것이냐."선의는 다행히도 눈치가 있었기에, 사황자는 팔지 않았다. "그건… 일곱째 오라버니요."북연 황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 어리석은 놈…!"선의는 급히 팔짱을 끼고 북연 황제의 팔에 매달리며 애원했다. "아바마마, 오라버니는 제가 윽박질러서 말한 거예요. 그러니 혼내지 마시고, 제발, 제가 말했다는 것도 비밀로 해주세요. 그러지 않으면 오라버니가 절 다시는 예뻐하지 않을 거예요."황제는 겨우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 "…알았다. 그만 나가 보아라."……궁궐 밖. 선의 공주는 궁을 나서자마자 바로 지하 감옥으로 향했다. 이번엔 태도부터 달랐다. 지극히 거만하고 도발적이었다.묶여 있는 소욱을 내려다보며, 그녀는 음험한 미소를 지었다. "아바마마께서 허락하셨어. 남제 황후는 곧 죽게 될거야."소욱은 비웃는 듯한 짧은 냉소를 터뜨렸다. 선의는 그 반응에 분노가 치솟았다."믿지 않는 거지? 아바마마는 날 속이지 않으셔. 너 같은 사람도 잡았는데, 겨우 여자 하나 죽이지 못하겠어? 그년이 조금 무공이 있다 한들…"그녀의 말이 여기까지 이르렀을 때, 소욱의 눈빛이 서늘하게 바뀌었다. 그 시선을 마주한 순간 선의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황후 이야기만 나오면 눈빛이 변한다는 건가?"그년이 그렇게 좋아? 대체 뭐가 그리 좋다는 거야? 너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205화

    감옥 안.선의 공주가 옥패를 손에 넣고 흐뭇해하며 즐거워하던 그 순간, 남자가 갑자기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다.쇠사슬이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상황은 순식간에 뒤집혔다.“읍…!”선의는 당황한 듯 눈을 부릅 떴다.사황제가 말하길 이 남제 황제는 이미 내력을 잃었다 하지 않았던가?소욱은 원래 이 여인을 어느 정도 이용해 이곳을 빠져나갈 생각이었다.하지만 그는 스스로의 인내심을 과대평가했던 것이다.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그녀가 무례하게 그 옥패를 빼앗았다는 사실이 용납되지 않았다.선의는 목이 조여들자 기침을 하며 손에 든 옥패를 몸 뒤로 숨기려 했다.하지만 소욱의 힘은 점점 더 강해졌고, 선의는 숨이 막혀 팔이 축 늘어졌다.결국 소욱은 무리 없이 옥패를 되찾아 손에 쥐었고, 마치 더러운 것을 건드린 듯 그녀를 힘껏 밀쳐냈다.“꺼져.”그 한마디는 차가웠고, 무정했다.선의 공주는 태어날 때부터 금지옥엽처럼 길러져, 이런 모욕적인 시선과 거절은 처음 겪어보는 일이었다.그녀는 분노에 찬 눈으로 소욱을 노려보며 소리쳤다.“넌 반드시 후회할 거야!”“지금 너를 이곳에서 꺼내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소욱은 더 이상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그녀와 거래하느니, 차라리 이곳에 갇혀 있는 편이 나았다.그녀는 추악하고 천했다.선의는 자신이 받은 굴욕감에 분노에 떨며 벌떡 일어났다.“네가 뭐가 그리 잘났다고! 지금 너는 남제 황제가 아니라 우리 북연의 죄수일 뿐이야!”“내가 아바마마께 말하면, 분명 너를 내게 줄 거야!”“날 황후로 들이는 게 싫다면, 넌 내 부마가 되게 될 거야.”“그마저도 싫다면 난 반드시 널 내 첩으로 만들거야! 이게 바로 말을 안 들은 대가야!”그녀는 분을 못 이겨 씩씩대며 감옥을 나갔다.소욱은 그녀를 끝끝내 돌아보지 않았다.그는 손안의 옥패를 꼭 쥔 채, 봉구안과 아이들을 떠올렸다.봉구안… 지금쯤이면 출산을 앞두고 있을 텐데.그녀가 괜찮을지, 아이들이 무사히 태어날지, 그 생각에 가슴이 조여들었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204화

    사황자는 선의 공주의 속내를 단번에 알아차렸다.그는 얼굴에 긴장한 기색을 드러내며 단호하게 말했다.“그 안에 누가 갇혀 있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아바마마께서 아무리 너를 아끼신다 해도, 그 사람만큼은 절대 너에게 내어주지 않으실 것이다.”“선의야, 이쯤에서 체념해.”그러자 선의 공주는 팔짱을 끼고 오히려 으름장을 놓았다.“오라버니가 안 알려주면, 전 내일도 또 올 거에요!”사황자는 정말 그녀가 또다시 말썽을 부릴까 두려웠다.선의는 어릴 적부터 고집이 세기로 유명했다.한 번 마음먹은 건, 이루기 전엔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한참을 고민하던 사황자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그 사람은 남제의 황제야.”“아바마마께서 온갖 수를 써서 붙잡은 인물이란다.”그녀에게 소욱의 정체를 알리는 게 가장 효과적인 제지 방법이라 여긴 것이다.선의 공주의 눈이 순식간에 커졌다.그리고 곧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저… 정말…?”남제의 젊은 황제. 그 명성은 이미 북연에까지 널리 퍼져 있었다.오늘 처음 마주했지만, 소문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잘생긴 얼굴이었다.그 어떤 황자, 황제가 골라준 부마 후보들보다도 수려했다.게다가 그 눈빛과 기세는 강인하기 짝이 없었다.선의 공주는 흥분한 듯 사황자의 옷자락을 붙들었다.“오라버니, 착한 우리 오라버니!”“저 진짜 약속할게요! 오라버니랑 아바마마의 일엔 절대 방해 안 할게요!”“그냥… 그냥 그 사람을 조금만 더 보고 싶습니다. 네?”“어떻게 그런 인물이 우리 북연을 이겼는지… 정말 궁금하단 말이에요.”사황자는 처음엔 단호하게 거절하려 했지만, 곧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지금 자신은 여러 형제들과 태자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이었다.만약 선의가 자기 편에 서준다면,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었다.결국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잠깐 보는 정도라면 허락하마.”선의 공주는 눈을 반짝이며 기뻐서 팔짝 뛰었다.“오라버니는 정말 최고예요!”곧바로 그녀는 다시 지하 감옥으로 들어갔다.사황자는 감옥 밖에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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