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61화

Penulis: 일설연우
소욱은 봉구안의 대답에 눈빛이 따뜻하게 녹아내렸다.

그는 그녀의 손을 놓기 아쉬운 듯 꼭 붙잡으며 말했다.

“내일 바로 이 일을 공표하도록 하마.”

그러나 봉구안은 차분히 말했다.

“그렇게 서두르실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남제의 사경이 불안정하니 우선 적군을 처리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소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다. 그럼 이만 식사부터 하자구나. 이 일은 나중에 다시 논하자.”

그는 그녀가 오랜 여정으로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봉구안은 배가 고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내 곧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폐하께서 제 손을 붙잡고 계시니 제가 젓가락을 어떻게 쓰겠습니까?”

소욱은 웃으며 답했다.

“그럼 내가 친히 먹여주도록 하마.”

“아닙니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봉구안은 그의 손가락을 재빨리 풀며 단호히 말했다.

……

궁으로 돌아가기 전, 봉구안은 먼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다.

성 외곽의 한 농가.

뜰은 난장판이었다.

개가 닭을 쫓아가고, 닭은 날아오르며 달걀은 땅에 떨어져 깨져 있었다.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년이 어른스럽게 뜰 구석에 앉아 대나무 바구니를 엮고 있었다.

그의 발치에는 낡은 책 한 권이 놓여 있었다.

소년의 이름은 장구단, 학명으로는 장순이라 불렸다.

그는 낯선 사람들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경계하며 바구니를 내려놓고 벽에 기대 있던 막대를 집어 들었다.

“누구를 찾으십니까!”

진한길과 몇 명의 호위병들은 칼을 차고 서 있었고, 이 모습은 순박한 시골 마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소년의 얼굴은 때가 묻어 칙칙했지만, 검은 눈동자는 날카롭게 빛났다.

그는 진한길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이 사람이 평범한 이가 아님을 알아챘다.

진한길은 소년의 사정을 이미 들어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보니 예상보다 훨씬 처참했다.

지붕은 기와가 빠져 비 오는 날이면 물이 새기 일쑤일 것 같았고, 기둥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보였다.

문 옆에 붙은 대련은 소년이 직접 쓴 듯했지만, 형편없는 종이와 먹물로 인해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Bab Terkunci

Bab terkait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62화

    진한길이 떠난 뒤, 장순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며 서둘러 집 안으로 뛰어들어갔다.침상 위에는 한 여인이 누워 있었다. 마치 죽은 사람처럼 눈을 감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숨을 쉬고 있다는 것만 빼면, 그녀는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었다.장순은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어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그는 눈물을 억지로 참으며 힘겹게 말했다.“어머니, 제가 교무당에 들어가게 됐습니다.”“이제부터 매달 조정에서 제게 녹봉을 줄 것이라 합니다. 드디어 어머니의 약을 살 돈이 생겼습니다!”그의 모친은 오랫동안 병을 앓아왔지만, 돈이 없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장순이 과거시험에 목을 매고 관리가 되려 했던 이유도 어머니를 치료할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그에게 글을 읽고 과거에 급제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올해 과거시험에 응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황제가 갑작스레 시험 일정을 앞당겨버리고 말았다.그는 황제에게 크게 원망을 품었고, 그 분노를 풀기 위해 등불에 황제를 비방하는 시구를 써넣었다.등불들이 따로 팔릴 것이라 생각했지만, 시구가 연결된 것을 발견한 관아가 그를 붙잡았다.칠석날 관아에 잡혀간 그는 며칠 동안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그 시간 동안 그는 깊이 후회했다.그가 붙잡힌 동안 아무도 어머니를 돌볼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출소한 후에도 다시 붙잡혀 더 큰 벌을 받을까 두려워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그러나 예상 밖으로 황제는 그를 벌하기는커녕, 교무당 입학을 허락하고 모친을 치료할 어의까지 보내주겠다고 했다.그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뻤다.“이제부터는 황제 폐하를 찬양하는 시를 더 많이 써야겠습니다!”장순이 침상을 떠난 후에도 그의 모친은 미동조차 없었다.깨진 창문으로 차가운 바람이 들어와 그녀의 머리칼을 휘날리고, 어두운 입술 위로 햇살이 스며들었다.장순이 교무당에 들어간다는 소식은 곧 숙부님 집에도 전해졌다.칠석날 그를 꾸짖으며 거의 연을 끊으려 했던 숙부와 숙모는 황제의 은혜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63화

    오백이 동산국의 손에 넘어갔다는 소식에 봉구안의 표정은 곧바로 냉엄해졌다. 소욱은 그녀의 손을 가만히 잡으며 말했다. “내가 너에게 일찍 말하지 않은 건, 네가…” “살아 있습니까?” 봉구안이 그의 말을 가로막으며 직접 물었다. 소욱은 그녀를 안심시키려 했다. “현재로서는 포로로 잡혀 있을 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듯하니 걱정 말거라. 이미 구출 작전을 진행하고 있으니, 머지않아 데려올 수 있을 것이다.” “오백의 일은 절대 마음 놓고 기다릴 수 없습니다.” 봉구안의 표정은 심각해졌다. 그녀는 자리에 일어나 소욱에게 말했다. “가장 빠른 방법은 단대연을 찾는 것입니다.” 그날 황제는 단대연을 급히 소환했다. 그날 당일.단대연이 어전에 들어서자, 황후 또한 그곳에 자리하고 있었다.회임한 듯한 작은 배를 살짝 드러낸 모습이었다. 봉구안은 회임한 경험은 없었지만, 수많은 임산부를 보며 체득한 모양인지, 정확하게 임산부의 걸음을 흉내 내고 있었다. 여유로워 보이지만, 항상 태아를 신경 쓰는 듯한 몸가짐이었다. 단대연은 공손히 두 사람에게 절을 올렸다. 며칠 전까지 단대연은 거미줄로 불리는 은밀한 조직의 잔당을 찾아다니며, 동방세와 긴밀히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최근 며칠 동안 그는 십방산의 해독제를 받기 위해 도성에 와 있었고, 진전 상황을 보고하려고 했다. 그러나 황제가 이렇게 급히 부를 줄은 몰랐다.봉구안은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단대연,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 “날 위해 나서줄 수 있겠느냐.”그녀는 무겁게 말을 꺼냈다. 단대연은 곧바로 물었다.“무슨 일이십니까? 말씀해 주십시오.”그의 태도는 진지하면서도 친근해, 마치 오랜 벗처럼 보였다.봉구안은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몇 달 전, 나는 동산국의 비밀 상로 하나를 발견하였다.” “이 상로는 약쟁이 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의심되어, 사람을 보내 조사를 진행하였지. 허나 내가 동산국에 보낸 자가 동산국에 붙잡혔다는 소식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64화

    긴 촛불이 밤새 타오르며 영화궁은 부드러운 정취로 가득 찼다. 두 사람은 깊은 밤이 지나도 잠들지 않은 채로 있었다.다음 날 아침, 소욱은 팔에 누워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얼굴에 입을 맞추었다. 그는 이마 앞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쓸어 넘기며 그녀를 애정 어린 눈길로 살폈다.전날 밤 오래 잠들지 못한 탓에 봉구안은 해가 중천에 떠오를 때까지 푹 잠들어 있었다.오랜만에 찾아온 여유 속에서 그녀는 깊이 잠들었고, 만추가 내전으로 들어와 뜨거운 물을 들여놓으며 그녀의 세수를 돕고 나즈막히 말했다.“마마, 정 어의가 뵙기를 청합니다. 벌써 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계십니다.”봉구안은 차분히 고개를 끄덕이고, 뻐근한 허리를 손으로 누르며 자세를 바로잡았다.잠시 후, 정 어의가 내전 안으로 들어왔다.그는 곧바로 고개를 숙이고 예를 갖췄다.“신, 황후마마를 뵙습니다.”봉구안은 주좌에 앉아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정 어의가 급히 나를 찾은 이유는 무엇인가?”정 어의는 차분히 말했다.“한 가지 전할 일이 있어 아침 일찍 폐하께 아뢰었으나, 폐하께서 국무로 바쁘시니 영화궁으로 가서 마마께 직접 말씀드리라고 하셨습니다.”그는 연로한 나이로 머리가 희끗희끗했지만, 어의원에서 그의 의술을 능가할 이는 없었다.비록 나이는 많았지만, 의학적 지식과 실력은 여전히 빈틈이 없었고, 황제도 이를 신뢰해 최근에는 계속 그에게 봉구안의 맥을 살피게 했다.따라서 그는 황후가 회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였다.봉구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무슨 일인지 말해보아라.”정 어의는 천천히 말했다.“어제 폐하께서 어의 한 분을 특별히 지명해 한 마을 여인을 진찰하도록 하셨습니다.”“그 어의의 말에 따르면, 그 여인의 병이 마치 살아 있는 시체와 같아 극히 드문 사례였으며, 약을 처방할 방법조차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이에 소신이 밤을 새워 직접 살펴본 결과, 그 여인의 병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65화

    소욱은 그녀를 향해 뜨거운 눈빛을 보냈다. 그녀가 비단 상자를 여는 순간을 기다리며 말이다.봉구안은 상자를 열어 금빛 단검과 서여국 황제의 친필 편지를 꺼냈다.소욱은 편지를 읽기도 전에 단검을 보자마자 눈빛이 싸늘해졌다.금빛 단검은 서여국 황실에서만 사용되는 귀한 물건으로, 은인에게 감사를 표하거나 지기에게 선물하며 때로는 혼인을 약속하는 상징이었다.서여국 황제가 왜 이런 물건을 보낸 것인지 의도가 의심스러웠다.소욱은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내심 불쾌감을 감출 수 없었다.봉구안은 편지를 조용히 읽고 나서 접어 상자에 넣었다.고개를 들었을 때, 소욱의 눈빛은 그의 속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보고 싶으십니까?”소욱은 꼿꼿이 앉아 무심히 대답했다.“그렇게까지 보고 싶진 않다.”봉구안은 그가 품은 의문을 알아차린 듯, 스스로 해명했다.“황제께서 금빛 단검을 선물한 것은 내란을 평정한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일 뿐입니다.”소욱은 시선을 돌리며 무심한 태도로 대답했다.“알고 있다. 너는 내 아내이고 여인이니, 서여국 황제가 그 단검으로 혼인을 제안했다는 건 아닐 테지. 내가 의심할 이유는 없지 않겠느냐.”곁에 있던 진한길이 덧붙였다.“폐하, 소신이 듣기로 서여국 황제는 남녀의 구분 없이 비빈을 두고 있으며, 황후 자리는 오랜 세월 비어 있는 상황입니다.”소욱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진한길을 내려다보며 그를 압박했다.봉구안 또한 차가운 눈길을 보냈다.진한길이 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지 알 수 없었다.소욱의 불쾌감은 더해졌고, 저녁 식사를 마치고는 정무를 보겠다며 진지로 돌아가 은위들을 불러 추궁했다.은위들은 사실 그대로를 말했고, 숨기는 바는 없었다.그러나 은칠의 보고서를 읽은 소욱의 표정은 한순간에 변했다.그 보고서에는 무슨 미남계를 썼다느니, 서여국 황제와 은밀히 만났다는 내용, 그리고 그 황제가 봉구안을 배웅하며 성루에서 한참 동안 눈물을 흘렸다는 등 믿기 어려운 내용이 가득했다.소욱은 보고서를 찢어 버리고 싶은 충동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66화

    반 시진 후.봉구안은 자진궁에서 황제의 못마땅한 옷들을 모두 밖으로 내던졌다.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어느 누가 자신의 지아비, 그것도 일국의 황제가 어린 무희처럼 치장한 모습을 용납할 수 있단 말인가.옷을 내던지는 동안, 황제는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당황해했다."구안아, 이 옷은 괜찮지 않느냐?""황후, 이건 놔두어라. 이 옷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란 말이다.""이건 안 된다. 네가 전에 이 옷을 입은 내 모습을 좋다고 하지 않았느냐?"그러나 그의 변명은 소용없었다. 버릴 것은 버려야 했다.화가 치민 봉구안은 결국 그의 몸에 걸친 옷까지 벗겨 버렸다.그럼에도 그녀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전각 밖으로 나간 그녀의 눈에 붉은 먼지털이를 들고 있는 진한길의 모습이 들어왔다.진한길은 황후의 차가운 눈빛에 속으로 깜짝 놀랐다.봉구안은 단숨에 먼지털이를 빼앗으며 말했다."이게 무슨 꼴이냐! 이렇게 붉고 못생긴 먼지털이는 본 적이 없다! 당장 불태우도록 하라!"진한길은 급히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황후마마, 이것은 절대 태울 수 없습니다! 폐하께서 길하다 하셨습니다!”실은 속으로 ‘황후마마께서 옳은 결정을 내리셨다!’고 생각하며 흐뭇해했다.……내전으로 돌아온 봉구안은 이제야 마음이 조금 진정된 듯했다.무엇보다 소욱이 용포를 입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한결 보기 좋았다.소욱은 무의식적으로 옷깃을 여미며, 그녀가 이마저 벗기지 않을까 조심스러워 했다.봉구안은 그의 시선을 잠시 바라보다 조용히 충고했다.“제가 방금 다소 과했지만, 폐하께서는 일국의 군왕이십니다. 그러니 이처럼 기이한 취향은 지양하시는 것이 옳습니다.”소욱은 그 말을 듣고 약간 갸우뚱하며 말했다.“기이한 취향이라니?”방금 자신의 옷을 모조리 불태워 놓고선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하다니.“서여국에서 있었던 일들을 모두 들었다.”소욱은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이렇게 외모에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67화

    사국이 남제를 공격해온 상황은 소욱이 즉위했을 무렵 몇 개국이 연합해 남제를 침략했던 때보다 더 심각했다. 조정 대신들은 서로 얼굴만 마주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미리 대비를 했다고는 하지만, 이 날이 이렇게 빨리 닥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소욱은 일국의 군왕으로서, 대적을 앞두고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 그는 차분하고 침착하게 명령을 내렸다. “사방 경계를 철저히 방어하고, 군량과 죽화총을 준비하라.” “예!” 그 시각, 남제의 국경에서는 사국의 대군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북쪽은 북연과 북연을 따르는 세 개의 소국이 있었고, 동쪽은 대하를 선봉으로 한 네 개국의 연합군이 자리했다. 남쪽은 얼마 전 패퇴했던 수화 동맹군이 재차 모습을 드러냈으며, 오랜 기간 힘을 비축해온 남창국의 기병대까지 합세했다. 서쪽 역시 두 개의 소국이 3만 병력을 결집했으며, 그 뒤로 서여국의 6만 대군이 뒤따랐다. 사방에서 몰려든 군세는 남제를 완전히 포위한 형세로, 그 기세는 거침이 없었다. 남제 국경의 수비 병사들은 이런 대규모 공격을 본 적이 없었다. 큰 나라부터 작은 나라까지 모두 합치면 열 개가 넘는 나라가 한꺼번에 몰려든 것이었다. 한 곳의 방어선이라도 무너지면 남제는 몰락할 처지였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궁중도 크게 동요했으며, 궁 밖의 백성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그들은 하나 둘씩 모여 신세를 한탄하기 시작하였다.“사국이 손잡고 남제를 멸망시키려는 거잖아! 도대체 조정은 뭐 하고 있는 거야? 당장 국경에 병력을 보내야 하는 거 아니야?” “이 전쟁은 너무 커. 남제가 과연 버텨낼 수 있을까?” “차라리 협상을 하는 게 나아. 전쟁은 절대 안 돼!” 사방에서 몰려드는 적군을 상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졌고, 백성들 사이에서는 전쟁 대신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목소리가 커져갔다. 모두가 위기를 실감하며 불안에 휩싸였다. 남제 북방. 북연의 새 황제는 직접 군을 지휘하며 후방에 머물렀다. 그는 장막 안에서 미녀를 품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68화

    서여국 황제의 심복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한쪽은 호성 장군 호원아가 이끄는 세력으로, 황제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며 그녀의 모든 결정을 지지했다.이번에 표면적으로는 남제를 공격하는 척하면서도 실제로는 남제와 동맹을 맺겠다는 계획도 이들이 찬성한 내용이었다.그러나 다른 몇몇 장군들은 이러한 결정에 반대했다.그들은 서여국이 남제와 손잡아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폐하, 두 나라가 동맹을 맺는 중대한 문제는, 신하들과 미리 논의하신 후에 결정을 내리셨어야 합니다! 남제는 현재 멸망할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입니다. 서여국까지 그들에게 휘말릴 필요는 없습니다!”“폐하, 남제와의 연맹은 파기하고, 다른 나라들과 함께 남제를 공격하셔야 합니다!”“폐하, 지금의 정세를 보면 남제는 승산이 없습니다. 홀로 수많은 적국의 병력을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북연은 이미 화룡을 동원해 남제 북방을 무너뜨릴 것입니다. 그러니 차라리 북연과 동맹을 맺으셔야 합니다!”장군들의 거듭된 설득에도 황제는 단호했다그녀는 용상에 앉아 신하들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누구도 그녀의 명령에 거역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짐은 남제가 어떻게 이 난국을 극복해낼지 직접 보고 싶소!”그녀는 냉철한 태도로 자신의 결정을 굽히지 않았다.그러나 장군들은 계속해서 반대하며 말했다.“폐하, 훗날 반드시 후회하시게 될 것입니다!”“폐하, 소인들의 충언을 들어주십시오! 남제를 믿을 수 없습니다!”이에 호원아는 앞으로 나와 손을 모아 절하며 말했다.“신은 폐하의 명령을 따르겠습니다!”남제는 여전히 강대국이며,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더 이상 설득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장군들은 실망한 표정으로 궁을 나섰다.그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하며 탄식했다.“폐하께서 너무 어리석으시다!”“그렇다, 현 상황만 봐도 승패는 뻔하지 않은가.”“만약 조여란이 죽지 않았다면, 상황이 달라졌을지도 모르지…”이 말을 들은 다른 장군이 급히 경고했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69화

    국경에서 전투가 벌어지자, 봉구안은 안성으로 일을 보러 가려고 했다.성을 막 나섰는데, 봉 대인이 그녀를 쫓아와 그녀의 팔을 붙잡고 못 가게 막았다.“황후! 이제 혼자의 몸도 아니신데, 대체 어디 가려 하십니까!”그는 그녀의 신분을 강조하며 그녀가 이미 북대영의 맹 소장군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하려 했다.전쟁이 났더라도 그녀가 직접 나가 싸울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아이를 가진 몸으로, 그 아이는 아마도 황자가 되어 장차 태자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그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이 아이를 지키는 것이었다.성 밖에는 사람도 많지 않았고, 봉구안은 급히 볼 일이 있는지라 단호하고 냉정한 어조로 말했다.“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누구 없느냐, 봉 대인을 관저로 돌려보내라.”“예!”그녀의 곁에는 수십 명의 비응군이 따라다니고 있었다.그들에겐 무력이 거의 없는 봉 대인을 처리하는 건 쉬운 일이었다.봉 대인은 다급하게 외쳤다.“이리 날뛰어서는 안 된다! 그 아이는 봉가의 희망이란 말이다!”비응군이 그의 입을 막고 그를 데리고 갔다.봉구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시 마차에 올라 가장 가까운 안성으로 향했다.봉 대인을 만난 건 우연이었다.하지만 안성에서 단대연을 만난 건 봉구안의 예상대로였다.안성에서는 단대연이 군량 운송을 준비하고 있었다.다른 관도들과 비교해보니, 거미줄 비밀 통로가 훨씬 빠르고 효율적이었다.이 통로는 두 지역을 곧바로 연결해주어, 관도로 여러 차례 우회하거나 의도를 품은 자들을 경계할 필요가 없었다.거미줄 통로에 관해서는 단대연과 동방세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단대연은 병사들이 함정을 건드리지 않도록 세세히 주의를 주고 있었다.비밀 통로에서 나온 단대연은 봉구안을 발견하고 공손히 절을 올렸다.“황후마마.”그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요즘 걱정이 많았던 듯했다.봉구안은 그를 이해하기 어려웠다.그는 정말로 남제를 돕는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사실, 외적을 끌어들인 것도

Bab terbaru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43화

    세상일이란 참 아이러니했다. 열무신은 한 발 늦게 도착했다. 그가 천옥에 도착했을 때, 모용길은 이미 숨을 거둔 후였다.모용길의 시신을 바라보며 열무신은 주먹으로 벽을 내리쳤고, 낮은 포효를 내뱉었다. 사람들은 착한 사람은 일찍 죽고 재앙은 천 년을 간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다! 모용길 같은 자는 200살이 넘게 살다가 죽었는데, 맹성주 같은 이는 관례도 치르기 전에 죽임을 당했다. 이를 생각하니 열무신의 증오심이 하늘을 찔렀지만, 이 빚을 누구에게 갚아야 할지 알 길이 없었다.너무 감정이 격해져서, 열무신은 천옥을 나서자마자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기절해버렸다.황궁. 봉구안은 임시로 자진궁에 거처하고 있었다. 그녀는 회임 중이었고, 점차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자 회임이 실감 났다.정말로 아이가 서서히 자라고 있었다. 소욱이 정해준 태의는 매일 그녀에게 와서 맥을 짚었다. 최근 그녀의 태상은 안정되어, 더 이상 안태약을 마실 필요가 없고 그저 조용히 쉬기만 하면 되었다.아이의 일에 대해서, 봉구안은 걱정하지 않았다. 약쟁이 사건도 이미 해결되어, 그녀의 큰 근심을 덜어주었다. 현재 유일하게 장미에 대해서만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장미의 옛 병이 재발할까 걱정되었다.그것이 만약 재발한다면, 그녀의 몸과 마음에 좋지 않을 터였다.봉구안이 이 일을 생각하고 있을 때, 황제가 도착했다. 소욱은 약쟁이 사건의 최신 진전을 가져왔다. 그는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열무신이 붙잡은 그 사람들이 증명할 수 있다는구나. 이미 200년 전에 태조는 돌아가셨고, 부활한 흔적은 전혀 없었다 하엿다. 모든 것이 모용길의 환상이었던 거야.”“짐은 이 사건의 모든 세부 사항을 대중에게 공개할 생각이다. 모용길이 남긴 큰 돈은 모두 약쟁이 매매로 얻은 것이야. 짐은 이 돈을 피해자들과 그 친척들을 위로하는 데 쓸 것이다.”“이에 대해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그는 걱정이 가득했다.봉구안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의 이 조치는 백성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42화

    마지막으로 태조를 다시 보았을 때, 그는 이미 병석에 누워 숨이 끊어질 듯했다. [모용길... 내 아우야, 너는 내 마음을 알지. 짐에겐 아직 이루지 못한 일들이 많다. 새 정치를 세우지 못했고, 태자는 아직 어리지. 난 단지 하늘이 인색해서 짐에게 몇 년을 더 주지 않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다. 단 일 년이라도 짐이 일 년만 더 산다 해도 좋을 텐데... 남쪽의 수해, 북쪽의 기근, 남제는 사방에서 적에 둘러싸여 있고, 북연은 우리를 업신여기며, 내부에는 반적이 있는데... 어찌할까, 염라대왕이 목숨을 거두어 가니, 짐은... 그저 손을 놓을 수밖에 없구나. 아우야, 나라의 일을 모두 네 손에 맡기노니, 너는 태자를 보필하라. 너는 그의 고모부이자, 또한 그의 상부이니. 아우야, 짐은 오직 너만 믿는다.]기억 속의 태조가 눈앞의 그와 겹쳐졌다. 모용길은 낮은 목소리로 흐느꼈다. 그의 눈에 태조의 뒷모습은 무척이나 수척했다."형님! 형님께서 원하던 것을 제가 마침내 이루어냈습니다! 형님께서는 불로장생할 것이고, 이 남제는 반드시 형님의 통치 아래 번영하며, 장차 천하를 통일하여 대업을 이룰 것입니다!"당초 남제가 새로 세워졌을 때 태조는 약속대로 그에게 강산의 절반을 주려 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태조의 뜻이 천하에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태조와 계속해서 사방을 정벌하고 싶었다. 하지만 운명은 어쩔 수 없었다. 이제 태조가 다시 살아나는 것을 볼 수 있게 되어, 그는 마침내 모든 짐을 내려놓고 평안히 떠날 수 있게 되었다.모용길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 바닥에 쓰러졌다. 눈물로 가득 찬 시선 속에서,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난 아내의 모습을 보았다. 그녀가 그를 데리러 온 것이다. 그는 팔을 뻗어 마치 어린아이처럼 울었다.여인은 몸을 숙여 그의 손을 잡아 자신의 얼굴에 대고, 그에게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대인, 남은 길은 제가 당신과 함께 걸을게요." 모용길은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우리 함께..."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41화

    열무신은 이번에도 큰 공을 세웠다.그가 아니었다면, 또 누군가 새로운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그는 사로잡은 자객들을 직접 데리고 돌아와 천옥에 넘긴 뒤, 단 한숨도 쉬지 않고 곧장 심문에 들어갔다.자객들은 처음엔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하지만 모용길이 이미 붙잡혔다는 소식을 듣자, 그들의 희망도 이미 무너진 셈이었다.이내 하나둘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저희는 명령을 따랐을 뿐입니다… 폐태자를 노린 건 그 분의 ‘혈’ 때문이었습니다.”그들은 태조 황제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불로장생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태조 황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백골이었습니다. 이백 년 전, 모용길이 시신을 도굴해갔을 때부터 이미 시체에 불과했습니다. 살려낼 수 있을 거라는 건, 망상이었어요!”“애초에 죽은 자였다고요!”그들이 그 이야기를 꺼낼 때, 말투에는 모용길을 조롱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이백 년이라는 세월 동안 쓸모없는 일에 목숨을 건 그를 그들은 미련한 바보로 여겼다.같이 심문을 진행하던 관리가 물었다.“너희는 어떻게 아는 것이냐?”“태조 황제께서 살아난 적이 없다는 걸 말이다.”“모용길이 그렇게까지 집착한 이유가 뭐였지?”자객들 중 한 명이 비웃듯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모용길이 약쟁이를 만든 건, 그들로 실험해 불로장생의 약을 완성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약을 제조한 의원들은 손수 기록을 남겼고, 그 손책들엔 분명히 쓰여 있었죠. 이백 년 동안 그들이 상대한 건 단 한 번도 움직이지 않은 ‘시체’였다고요.”“아무리 약을 먹여도 살아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입니다.”다른 자객 하나는 공포 어린 얼굴로 말을 이었다.“모용길은… 이미 오래전에 미쳐 있었습니다. 그는 자주 아무도 없는 허공을 향해 말을 걸었어요. 마치… 마치 그 자리에 태조 황제가 서 있기라도 한 듯이 말이에요.”또 다른 자객이 덧붙였다.“그 자는 단지 태조 황제를 살리려 한 게 아닙니다. 자신도 불로장생 하고 싶었던 거에요.”“그리고 그게… 그 자는 정말로 성공했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40화

    태황태후는 직접 선조를 만나기 위해 천옥으로 향하려 했다.하지만 황제의 명이 내려져 있었다.그의 허락 없이는 누구도 모용길을 접견할 수 없었다.하는 수 없이, 태황태후는 궁으로 전갈을 보냈다.하지만 설령 황제가 허락하더라도 모용길이 누구를 만나려 하지 않았다.그는 오직 태조는 아직 살릴 수 있다는 집념 하나에 사로잡혀 있었다.그런 그가 천옥에 갇힌 지금, 마음은 타들어가듯 초조했다.“그 어린 황제놈은 어딨느냐! 어서 나를 뵈러 오라 하지 못할까!”모용길에게 후손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그는 생각했다.이 나라 남제는, 태조와 자신이 함께 세운 나라였다.그런 자신을 막고 있는 소욱 따위가 어찌 감히 군림한단 말인가.천옥에 갇힌 날부터,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소리쳤다.“태조를 살려야 한다! 어서 황제를 데려와라!”하지만 그는 몰랐다.그의 그 모든 고함과 분노는 소욱이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며 그를 흔들기 위한 계략이었단 사실을 말이다.그리고 다섯째 날.천옥의 간수가 냉정한 얼굴로 명을 전했다.“폐하의 어명이십니다.”“모든 죄를 자백하고 문서에 서명하지 않는 한, 이곳을 나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죽을 때까지 말입니다.”모용길은 두 눈을 부릅뜨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허튼소리 마라! 그 어린놈이 과연 알기나 한단 말이냐, 내가 이 모든 짓을 왜 해왔는지를 말이다!”간수는 능청스럽게 웃었다.“나으리, 뭐가 그리 두렵습니까?”“자백했다고 당장 목을 치는 것도 아니잖습니까.”“태조께서 하사하신 면사금패는 아직도 가지고 계시잖아요?”그 말에 모용길의 눈매가 가늘게 휘어졌다.그렇다.면사금패만 있으면, 그는 죽지 않는다.황제 따위가 그를 처형할 권한은 없었다.지금 가장 중요한 건 태조를 다시 살려내는 것이었다.결심이 선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종이와 붓을 가져오너라!”두 시진 후.모용길이 쓴 자백서가 궁으로 들여졌다.그 문서는 곧장 어전으로 올라갔다.문서를 넘겨받은 소욱은 한 장, 또 한 장 페이지를 넘길수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39화

    염 신의가 모용길의 상태를 진찰한 결과, 그의 몸은 웬만한 노인들보다 훨씬 건장했고, 외견상으로도 특별한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폐하, 이 자가 망언을 일삼는 이유는… 실성, 즉 정신 착란 증세로 보입니다.”“나는 미치지 않았다! 미친 건 너희들이다!”모용길이 즉각 반발하며 목소리를 높였다.그리고 소욱을 향해 고함쳤다.“어서 저놈들을 다 내쫓아라! 나는 태조 폐하를 반드시 살려낼 것이다!”“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모두 다 목이 날아갈 줄 알아라!”하지만 소욱은 모용길의 광언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그저 곁에 있던 병사들에게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붙잡아 두거라. 절대 도망 못 치게 해야 한다.”명령이 떨어지자 병사들이 달려들어, 모용길의 움직임을 단단히 제압했다.염 신의는 환자의 행동에 개의치 않으며 차분히 말을 이었다.“실성이란 곧, 마음의 병입니다.”“이 병은 뇌와 정신의 균형이 무너져,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들죠.”“예컨대, 저희는 백골을 보지만 이 자는 살아 있는 사람으로 착각하고 있습니다.”“그만큼 이 자의 마음속 집착이 깊고, 오래도록 그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입니다.”“이미 병이 뿌리 깊게 자리 잡았으니, 소인으로선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의술이란 외상이나 내상은 다스릴 수 있어도, 사람의 마음속 병, 특히 집착이라는 건 손쓸 수 없는 법이다.그건 눈에도 보이지 않고, 손으로도 만질 수 없는 것이기에. 소욱은 여전히 ‘태조를 살려야 한다’며 중얼거리는 모용길을 말없이 바라보았다.그는 수많은 악행을 저질러 온 자였다.그러나 유일하게 태조에 대해서만은 지극한 충성과 집착을 드러내고 있었다.“저 자를 별실에 따로 가둬라. 아무도 면회하지 못하게 하라.”“명 받들겠습니다!”……자진궁.봉구안은 모용길이 실성 증세를 보였다는 말을 듣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오늘 제가 본 그 백골은 최근에 죽은 사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그 말인즉, 모용길은 이미 오래전부터 병들어 있었단 얘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38화

    봉구안의 한마디가, 마침내 모용길의 본모습을 드러나게 만들었다.그는 쇠창살을 움켜쥐고, 당장이라도 눈앞의 사람을 갈가리 찢어놓고 싶다는 듯이 이를 갈았다.“이놈이! 감히 태조 폐하를 저주하다니!”“태조 황제 폐하께서 이 강산을 개척하지 않으셨다면, 너희 같은 것들이 무슨 자격으로 오늘날을 누리겠느냐!”“특히 너! 소가의 자식! 네놈이 정말 태조께서 살아계시길 바란다면 당장 본좌를 풀어라!”소욱의 얼굴은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 “태조 황제께선 지금 어디 계시느냐.”모용길은 그를 믿지 않았다.“당장 날 풀어라! 그렇지 않으면 너는 만고의 죄인이 될 것이다!”소욱은 억눌린 분노를 담아 담담히 말했다.“태조께서 정말 살아계신다면, 그것은 분명 기쁜 일이겠지.”“하지만… 그 전에 말해보거라. 그분이 어디에 계신지, 반드시 밝혀야겠다.”모용길은 한참이나 소욱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리고 망설임 끝에 마침내, 한 곳의 지명을 내뱉었다.“육지산.”그곳은 황성 내부에 있는 산이었다.소욱은 그 말을 듣자마자 직접 병사를 이끌고 현장으로 향했다.봉구안 역시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모용길이 함정을 파놓았을 가능성, 또는 산속에 기관 장치를 숨겨놓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녀도 소욱을 따라나섰다.한 시진이 지나, 일행은 육지산에 도착했다.하늘은 점점 어두워졌고, 구름이 몰려들어 햇빛을 가리며, 마치 용이 잠든 연못을 둘러싼 기운처럼 음침한 기색이 피어올랐다.거센 바람이 불어와 흙먼지를 일으키며 시야를 가렸다.소욱의 옷자락은 세차게 펄럭였고, 그는 고개를 들어 육지산을 올려다보았다. 눈빛은 칼날처럼 매서웠다.“산에 오른다. 태조를 찾아라!”“예!”그는 봉구안이 회임 중인 것을 고려해, 줄곧 옆에서 손을 뻗어 부축했다.혹시라도 발을 헛디뎌 넘어질까 봐서였다.그러나 봉구안은 전혀 허약하지 않았다.오히려 그녀는 날쌘 걸음으로 병사들보다 먼저 앞서 나갔다.해가 저물 무렵, 마침내 병사들이 한 구덩이 안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폐하!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37화

    봉구안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둘째는 황실의 혈족을 해한 죄이다.”모용길은 헛웃음을 터뜨리며 비웃었다.“허, 무지한 계집이구나. 헛소리도 정도껏 하거라.”“폐하께서 절 죽이고 싶으시다 해도, 이렇게까지 억지로 죄를 뒤집어씌울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그 얼굴에는 오히려 당당함이 어려 있었다.그러나 봉구안의 시선은 흔들림 하나 없었다.“네가 해한 이는 바로 태조 황제 곁을 지키던 사람들이었다.”그 말에 소욱도 놀라 고개를 돌렸다.모용길이… 태조의 측근들을?그녀는 어떻게 그런 것을 알고 있단 말인가?모용길의 웃음은 사라졌고, 시선은 무겁게 봉구안에게 꽂혔다.봉구안은 단 한 순간도 주저하지 않았다.소욱이 언젠가 말했던 ‘옥비석의 재앙’.남제가 건국된 직후, 태조 황제를 지키던 측근들이 하나둘 기이하게 목숨을 잃어갔다.그 당시 사람들은 모두 그것이 옥비석의 반작용 때문이라 여겼지만… 봉구안은 단정했다.“그 죽음들은 전부 너 모용길이 꾸민 짓이 아니더냐.”그 말이 떨어지자, 모용길의 눈동자가 매섭게 떨렸다.봉구안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실은 날카롭게 울렸다.그녀는 시선을 한 치도 피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내 짐작이 맞다면, 그 시절의 태조는 이미 병세가 깊었던 상태였을 거야.”“너는 불로장생의 방법을 찾기 위해 사술을 익혔고, 그 실험 대상으로 태조 곁에 있던 이들의 피를 썼지.”“다만 수많은 이들의 피를 말려 죽였는데도 아무런 효험이 없었을 거야.”“그러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게… 옛 서왕, 지금의 서왕의 부친이셨던 거지.”그녀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그 피만이 태조의 몸에 반응을 보였을 거야. 그렇게 태조께서는 ‘살아 있는 시체’가 됐고, 넌 그때부터 계속해서 약쟁이를 만들어내기 시작했어. 진짜 목적은 태조를 살리는 거였지. 그저 상태를 유지하는 게 아니라, 다시 인간으로 되돌리는 것. 바로 그게 너의 최종 목표였을 거야.”모용길은 냉소 섞인 웃음을 흘렸다.그러나 봉구안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36화

    그 노도사는 봉구안이 데려온 가짜 도사였다.사실 그는 타국의 평범한 백성일 뿐이지만, 실제로 삼백 년을 살아온 인물이기도 했다.이번 계책은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쓰였다.약쟁이 사건의 진짜 배후를 꾀어내기 위해서였다.봉구안은 확신하고 있었다.그 자의 진짜 목적은 불로장생.그렇기에 이번에는 반드시… 단번에 끝을 내야 했다.하지만 마음 한켠엔 조바심이 일었다. 그녀의 표정을 살핀 소욱이 조용히 말했다.“약이 식겠다. 먼저 약부터 마시거라.”……밤이 깊은 시각, 궁 밖에서 전갈이 날아들었다. 노도사를 찾았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소욱과 봉구안은 그 말을 듣자마자 눈빛을 교환했다.그리고 거의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폐하, 은이와 그 일행이 도사를 납치한 자를 붙잡았습니다! 지금 천옥으로 이송 중입니다!”소욱은 심장이 요동쳤다.진실을… 진실을 확인해야만 했다.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그는 봉구안과 함께 곧장 천옥으로 향했다.반 시진쯤 지나, 천옥.두 사람은 마침내 그 사내와 마주했다.노도사를 납치했던 자이자, 어쩌면 약쟁이단의 진짜 주모자일지도 모를 인물이었다.봉구안은 호위복으로 변장한 채 소욱 옆에 서 있었다.언제 어떤 돌발 상황이 터질지 모르기에, 그녀는 단단히 경계하고 있었다.감옥 안의 남자는 매우 늙어 보였다.눈은 푸르스름하게 흐려졌고, 머리는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확실히 동방세가 그려낸 인물과 유사했다.그는 소욱을 바라보더니, 마치 이미 모든 결말을 알고 있다는 듯 두려움이라고는 없었다.“절 잡기 위해, 아주 큰 판을 짰다던데 과연 사실이었군요.”소욱은 감방 너머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네 정체가 무엇이냐.”그 남자는 고개를 숙인 채,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모용길입니다.”소욱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 이름을 직접 듣는 순간 잠시 멍해졌다.정말로… 이 남자가 그 전설의 모용길이란 말인가.이백 년을 살아온 그 인물이 맞다고?모용길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당당한 눈빛으로 말했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35화

    사월 하순, 약쟁이 사건이 마침내 일단락되었다.진범은 모용욱. 모용가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무죄 방면되었고, 약쟁이단의 전원은 형장에서 참수당할 예정이라는 조서가 내려졌다.소식이 퍼지자 백성들은 너나없이 거리로 뛰쳐나와 입을 모았다.“아이고, 이 일도 드디어 끝났구먼!”“대리사에서 어지간히 수사를 잘했나 봐!”“모용가는 원래부터 수상했지. 다른 사람들은 몰랐다니,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그러게 말이야. 혹시 그 모용욱이라는 자, 그냥 바람막이 아니었을까?”이유야 어쨌든, 사건이 마무리되었다는 사실에 백성들은 안도했다.이제 다시는 길에서 납치당해 약쟁이로 끌려갈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해가 높이 뜬 봄날, 도성은 어느새 예전의 활기를 되찾았다.오월 초, 황성에 또다시 기이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술집과 찻집, 사람들 모이는 곳이면 어디서나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그거 들었어? 얼마 전에 도성에 도사가 나타났는데, 불로장생의 비법이 있다며. 사람들이 그 집 문턱을 닳도록 찾아간다더라!”“거짓말이지. 세상천지에 불로장생이 어디 있어.”“근데 말이야, 그 도사 무려 삼백 살이 넘었대.”“두 왕조를 거치며 살아온 살아 있는 신선이라잖아!”“그래, 나도 들었어. 요새는 대신들이며 귀족들까지 줄줄이 찾아간대.”“오늘은 심지어 궁에까지 불려 들어갔다더라고.”“폐하께서도 믿고 계신다는데… 그럼 뭔가 있긴 있는 거 아냐?”그때, 누군가 문 밖을 가리키며 외쳤다.“저기 봐! 도사님 오신다!”거리 끝에서 하얀 수염을 늘어뜨린 노인이 보였다.작은 가마에 올라타 있었고, 네 명의 제자들이 앞뒤로 가마를 들고 있었다.그 뒤를 수십 명의 도사들이 수행을 하고 있는 것처럼 따르고 있었고, 그가 지나가는 길목마다 백성들은 무릎 꿇고 고개를 숙였다.“도사님! 제발 불로장생의 길을 가르쳐 주소서!”“도사님, 전 장생은 바라지 않아요. 제 딸 좀 살려주세요. 병이 너무 깊어요.”“도사님은 백병을 다스리신다던데, 제발…”모두가 각자의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