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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2화

Author: 일설연우
붙잡힌 간수는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황후마마, 소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는 말씀이십니까?”

봉구안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천옥의 간수가 뇌물을 받고 외부와 내통했으니, 이는 곧 반역죄다. 마땅히 죽어야 할 죄이다.”

간수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얘졌다.

‘말도 안 돼! 황후마마께서 내가 몰래 저지른 일을 다 알고 계셨다고?’

‘대체 누가 나를 밀고한 거지?’

그는 당황하여 급히 땅에 머리를 찧으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황후마마!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그러나 봉구안은 그의 애원을 들을 생각조차 없었다.

그녀는 천옥의 관리에게 명령을 내렸다.

“삼일 안에 네 수하들을 철저히 조사하여 보고하라.”

“명 받들겠습니다!”

관리관은 머리를 깊이 숙이며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봉구안은 이어서 주위를 둘러보며 긴장한 표정의 간수들에게 경고했다.

“삼일 안에 스스로 자백하는 자에게는 참작할 것이다. 하지만 조사로 밝혀진다면, 가차 없이 처벌할 것이다!”

천옥은 중요 범죄자들이 수감되는 곳이었다.

여기서 간수들이 뇌물을 받아 죄수와 외부인이 몰래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은 사소한 문제가 아니었다.

이런 부패를 방치하면 체제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었다.

반드시 뿌리 뽑아야 했다.

……

어전.

궁으로 돌아온 봉구안은 담대연의 결정을 소욱에게 알리고, 천옥 내부의 부패 문제까지 보고했다.

소욱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천옥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단 말이냐?”

봉구안은 차분히 차를 건네며 말했다.

“너무 흥분하지 마십시오. 이미 사람을 보내 철저히 조사하도록 했습니다.”

소욱은 차를 한 모금 마셨지만, 여전히 화를 삭이지 못한 듯했다.

“이런 자들은 모조리 처형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봉구안은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담대연이 동산국 사신을 만나기를 요청했습니다. 폐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소욱은 그녀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넌 어떻게 생각하느냐?”

봉구안은 솔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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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43화

    쾅!담대연이 손을 가볍게 들어 올리자 강력한 내공이 폭발하며 원담을 순식간에 날려버렸다.원담은 재빨리 자세를 고쳐 중심을 잡으려 했으나, 결국 등 뒤 감옥 철창에 부딪히고 말았다.눈을 들어 보니, 담대연이 이미 감옥 자물쇠를 부수고 천천히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원담은 가슴을 부여잡으며 경계의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이 자의 무공이 이 정도였단 말인가?’그렇게 생각할 틈도 없이, 담대연은 이미 그의 앞에 서 있었다.그가 공격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담대연은 뜻밖에도 그의 어깨에 묻은 먼지를 가볍게 털어줄 뿐이었다.마치 예전의 다정했던 스승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이어 그는 원담의 소매 주름까지 매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그러나 그 말 속에는 차가운 경고가 담겨 있었다.“내가 왜 너를 만나자 했는지 아느냐?”“네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원담아, 네 목숨은 내가 구해준 것이다. 그런 네가 어찌 감히 나를 거역하고 불경을 저지르느냐.”“남제에서 문제를 일으키려거든 각오해라.”“내 손으로 네 목을 꺾어버릴 테니.”원담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분노가 치밀었으나, 그 순간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천옥 밖.이령은 천옥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원담이 무사히 나오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원 장군, 괜찮소? 남제 놈들이 무슨 짓을 한 것은 아니겠지요?”천옥, 이곳은 결코 예사로운 곳이 아니었다.원담은 싸늘한 표정으로 이령을 밀쳐내며 앞으로 걸어갔다.이령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천옥의 엄숙한 대문을 쳐다보았다.그의 마음 한구석에 불안이 밀려왔다.‘이곳에 더 머물러선 안 된다. 이곳은 결코 우리에게 유리한 곳이 아니야.’……천옥 안.담대연은 감옥 문을 부수고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용히 다시 감옥 안으로 들어갔다.그는 부서진 자물쇠를 집어 들어 다시 문을 잠갔다.모든 행동이 차분하고 여유로웠으며, 그의 표정은 어떤 흔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44화

    강림은 약간의 불안을 감추며 말했다.“그 암시장 경로는 강가에서도 가끔 이용하곤 합니다. 하지만 약쟁이 사건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봉구안은 술잔의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천천히 문지르며 말했다.“그래, 계속 말해 보거라.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강림은 마음을 다잡고 진심 어린 태도로 답했다.“혹시 오해하실까 봐 여태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사실 그 암시장 경로는 수십 년 전부터 있어왔습니다. 우리 강가 사업도 때로는 그 경로를 사용해왔죠.”“하지만 몇 년 전부터 약거래가 크게 성행했을 뿐입니다.”“최근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거래가 거의 끊긴 것처럼 보입니다. 사람을 보내 지켜보고 있으니, 약과 관련된 움직임이 발견되면 바로 보고드리겠습니다. 현재로선 별다른 진척은 없습니다.”봉구안은 그의 말을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그가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동산국과 남제 사이에 약거래가 실제로 있었다는 점이다.……남제는 전쟁 후유증으로 인해 위로는 군주부터 아래로는 지방 관리까지 모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백성들의 집을 재건하고, 제국들로부터 할양받은 영토를 재분배하며, 남제의 새 지도를 그리는 작업 등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지도 작업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관료들이 직접 현장을 조사하고 자료를 모아야 했다.제국들 또한 현실을 받아들였고, 보상을 대가로 향후 10년 동안 평화를 유지하며 재기를 준비하고 있었다.사신들이 휴전 조약에 서명한 뒤 소욱은 그들의 포로를 돌려보냈다.그 중 대하의 사신이 단춘을 만났을 때 그는 이미 뼈만 앙상히 남아 비참한 모습이었다.단식은 엄청난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다.교수형이나 투신보다 더 고통스럽고 지속적인 선택이었다.단춘은 처음에는 견디고자 했지만, 결국 생존 본능에 굴복해 남제가 제공한 음식을 먹게 되었다.그러나 마음속 죄책감에 매번 음식을 폭식한 뒤 손가락을 넣어 구토를 했다.그 결과 그는 지금의 비참한 상태에 이르렀다.결국 자신이 귀국할 수 있게 된 것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45화

    봉구안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모의 신원을 우선 확인하라 명했다.조사는 반나절에 걸쳐 진행되었다.궁문 밖에는 한 모녀와 그들의 시녀가 서 있었다.이들은 자신들이 황후의 친척이라고 주장했기에, 호위들은 그들을 모시고 그늘진 곳에 앉혀 황후의 부름을 기다리게 했다.해질 무렵, 궁녀 만추가 내전에 들어왔다.그 시간에 봉구안은 스승의 편지를 읽고 있었다.편지에는 북방이 이미 새로운 방어선을 구축하여 북연의 침공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만추가 고개를 숙이며 보고했다.“마마, 조사한 결과 그 여인은 ‘유영’이라는 이름으로, 마마의 이모가 맞습니다. 다만…”그녀는 말을 잠시 멈추고 다시 이어갔다.“호위의 조사에 따르면 마마의 어머니께서 약 20여 년 전에 이미 외가와 인연을 끊으신 것으로 나타납니다.”“그 이모를 만나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봉구안은 스승의 편지를 내려놓고 단호히 말했다.“너가 직접 참장부에 다녀오거라.”참장부는 그녀의 오라버니 봉안진의 집이었다.전쟁이 시작되기 전 봉안진은 어머니를 북방에서 모셔왔고, 지금도 어머니는 그의 집에 머물고 있었다.봉구안은 만추에게 어머니를 궁으로 모셔오되, 그 이모와 마주치지 않도록 측문으로 들어오라고 특별히 지시했다.약 한 시진 후, 어머니가 내전에 도착했다.그녀는 딸이 보고 싶었지만, 황후로서 업무가 많을 딸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차마 직접 찾아갈 수는 없었다.그리움을 가슴속에 묻어두던 그녀는 황후가 자신을 찾는다는 소식에 기뻐하며 정성껏 새 옷으로 갈아입고 왔다.봉구안도 어머니를 만난 것이 오랜만이었다.사실 이번 이모의 일 때문이 아니었다면, 두 사람은 여전히 만나지 못했을 터였다.전쟁이 끝난 뒤 처리해야 할 업무가 너무 많았던 탓이었다.더욱이 봉구안은 어머니와 함께 자란 것이 아니었기에, 어딘가 조금은 서먹한 관계였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머니에게 무정한 것은 아니었다.어머니는 그녀를 열 달 동안 품었고, 쌍둥이로 태어난 자식 중 하나를 남기고 다른 하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46화

    궁문 밖.유영 모녀는 궁에서 쫓겨났다.그들은 자신들이 황후의 친척이라고 여러 차례 주장했지만, 호위들은 냉정하게 대응했다.“황후마마의 명이시다. 만나지 않을 것이니, 어서 돌려보내라고 하셨다.”시녀가 발끈하며 앞으로 나섰다.“우리 마님은 황후마마의 친척이십니다. 어찌 감히 무시하는 것입니까? 분명 보고도 올리지 않은게 분명합니다!”그러자 호위병들은 창을 들어 올리며 위협적으로 말했다.“궁문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가? 목숨이 아깝지 않다면 당장 물러나라!”유영과 딸 정희, 그리고 시녀는 어쩔 수 없이 물러났지만, 이대로 포기할 그녀들이 아니었다.정희는 초조한 듯 발을 동동 구르며 어머니의 팔을 붙잡았다.“어머니, 황후가 우리를 만나주지 않으면 어쩌죠? 지금 각국이 무역로를 개척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특히 동산국과의 협력 명단은 정해져 있잖아요. 이 좋은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돼요!”하지만 유영의 표정은 여전히 차분하고 냉정했다.“급할 것 없다. 황후가 우릴 만나주지 않는다면 황후의 아비를 만나면 되지 않겠느냐. 어서 봉부로 가자.”……봉부.봉 대인은 계속되는 아내 임씨의 잔소리에 귀가 따가울 지경이었다.“대인! 이걸 보고도 가만히 계실 겁니까? 황후가 유씨를 먼저 궁에 들였단 말입니다.”“그다음엔 봉안진 일가를 불러 가족 연회를 열었다고 합니다! 이건 우리를 가족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뜻 아닙니까?”임씨는 분을 참지 못하고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씨가 같은 봉씨 집안인데, 왜 굳이 둘로 갈라야 합니까? 게다가 황후께 인정받지 못하면 우리 아들의 관직길도 막힐 게 뻔해요! 저는요, 제가 대인이라면 지금 당장 궁으로 가서 따졌을 겁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황후의 불효를 보고도 모른 척하는 게 되는 거예요!”봉 대인의 얼굴이 단단하게 굳어졌다.“헛소리하지 마라. 네가 정말 내가 황후를 꾸짖길 바라는 거냐? 내 목숨이 아까운 줄도 모르고!”얼마 전 황제가 조정에서 황후에게 군권을 맡기려 하자 몇몇 신하들이 반대했다가 처벌을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47화

    봉 대인은 얼굴에 불쾌함이 가득했다.그가 재혼을 한다면 젊고 고운 여성이 줄 서서 그를 기다릴 터였다.아무리 못해도 교양 있고 집안이 깨끗한 여성을 선택했을 것이다.그런데 하필 유영이라니.그녀는 봉가의 안주인이 될 자격이 없었다.유영은 농담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깊은 정이 깃든 눈빛을 보냈다.“형부, 제 지아비는 일찍이 세상을 떠났어요.”“저는 그리고 여전히 당신을 잊지 않았고요. 이제 언니도 당신과 이혼했으니, 우리 다시 시작해요. 이제 누구도 우리 사이를 방해할 수 없을 거예요.”봉 대인은 식은땀을 흘리며 그녀를 밀어냈다.“누가 너와 다시 시작한다고 했느냐! 저리 떨어져!”그녀는 예전보다 더 끈질겼다.어머니가 그녀를 집 안에 들이지 말라고 했던 것은 정말 옳은 판단이었다.유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저와 혼인하기 싫다는 건가요? 지아비가 죽은 후 그 자의 모든 사업을 제가 이어받았어요. 지금 강주의 경제는 제가 쥐고 있다고요!”“오늘 당신에게 준 명화, 우리 집에는 그런 것들이 널려 있어요. 저를 원하는 사람은 셀 수 없이 많다고요!”“그런데도 옛정을 생각해 다시 당신을 찾아왔는데… 어떻게 저한테 이럴 수가 있어요!”그녀의 말투는 마치 자신이 봉 대인에게 대단한 선심을 베푸는 것처럼 들렸다.봉 대인은 점점 화가 치밀어 올라 손가락으로 문을 가리키며 외쳤다.“당장 나가거라!”유영은 표정을 바꾸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그렇게 무정하게 굴지 말아요.”“당신… 정희가 당신의 딸이라는 것을 알고 있나요?”그 말을 들은 순간, 봉 대인은 숨을 들이쉬고 눈을 크게 뜬 채 말을 잇지 못했다.“말도 안 돼!”유영은 유유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믿기지 않으면 피를 뽑아 확인해보세요.”“제가 거짓말을 했다면 하늘에서 벼락을 맞아 죽어도 좋아요.”그녀가 그의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봉 대인은 알고 있었다.억누른 감정이 목까지 치밀었고, 그는 겨우 입을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48화

    궁중.저녁 식사 후, 소욱은 봉가 사람들에게 두텁게 하사품을 내렸다.어린아이를 포함해 모두가 황제의 선물을 받았다.봉안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낮추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폐하! 이 은혜를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주씨는 아이를 안고 지아비와 함께 고개를 숙였다.소욱은 정무로 바쁜 일정 탓에 저녁 식사 후 곧바로 어전으로 향했다.그리고 유사양에게 봉가 사람들을 궁 밖까지 배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황제의 곁에서 신임을 받는 유사양이 직접 배웅에 나섰다는 것은 봉가에 대한 황제의 신뢰를 보여주는 상징이었다.봉구안은 문득 조카딸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그런 후 궁을 떠나는 황제의 뒷모습으로 시선을 옮겼다.그녀의 눈빛은 복잡한 감정으로 흔들리고 있었다.저녁 내내, 소욱은 아이를 여러 번 바라보았고 그럴 때마다 그는 미소를 지었다.그 미소는 봉안진이 딸을 바라볼 때와 다르지 않았다.봉구안은 무관심하게 넘어갈 수 없음을 느꼈다.황제로서 후사를 이을 자녀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하지만 그녀는 과거 병증으로 인해 회임이 쉽지 않았다.이제 그 문제는 더 이상 대화로 꺼내지 않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여전히 깊은 상처로 남아 있었다.소욱은 그녀를 원망하거나 질책하지 않았다.오히려 그녀에게 미안해하는 마음이 컸다.그러나 그녀는 걱정했다.그의 미안함이 얼마나 오래갈지, 그가 정말로 아이 없이도 괜찮을지…그녀의 이마에는 걱정이 드리워져 깊은 주름이 잡혔고, 마음속엔 복잡하게 얽힌 생각들이 끝내 풀리지 않는 고통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궁문 밖.봉가 사람들은 가마에 올라 귀가 준비를 마쳤다.봉안진 부부는 한 가마에 함께 탔고, 봉 부인은 다른 가마에 올랐다.황제의 하사품이 워낙 많아서 한 가마에 다 실을 수가 없었다. 결국 봉 부인이 탄 가마에 그것들을 실었다.주씨는 잠든 아이를 품에 안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서방님, 황후마마께서 정말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게 사실인가요?”봉안진은 눈썹을 살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49화

    북연.이른 새벽에도 사신이 찾아온 것은 북연이 얼마나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장기양의 공격으로 북연은 크게 밀리고 있었고, 하루라도 빨리 전쟁을 끝내야 국가 재건을 도모할 수 있는 시점이었다.……선성, 감옥 안.북연 황제와 장수들은 선성의 감옥에 갇혀 있었다.그는 남제에게 직접 사로잡힌 것도 아닌데, 자국 내 배신으로 이런 처지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분노에 가득 찬 그는 이를 갈았다.황제가 포로가 되자, 구련산에 남아 있던 북연군은 빠르게 무너졌고, 북연은 완전한 패배를 맞았다.그런 상황에서도 황제는 조금도 기세를 잃지 않았다.그는 여전히 거만한 태도로 외쳤다.“나는 죽지 않는다! 너희도 나를 죽일 수 없다!”“북연군은 계속 남제를 공격할 것이다. 남제가 무너지기 전까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이 말은 황제가 친히 전장으로 떠나기 전에 내렸던 마지막 지시였다.그 어떤 상황이 닥쳐도 북연은 남제와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결심이 담겨 있었다.하지만 그를 지키던 병사들은 조롱하듯 웃어댔다.“계속 싸운다고? 당신은 모르시겠지만, 이미 여러 나라가 휴전 조약에 서명했다오.”“남아있는 북연군은 이제 얼마 안 된다고 하더군. 이런 상황에서 북연군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소?”“게다가 북연은 이미 왕이 바뀌었소. 당신은 이제 평범한 일개 병사에 불과한데, 어디서 황제를 자칭한단 말이오?”황제는 믿으려 하지 않았다.충혈된 눈으로 병사들을 노려보며 외쳤다.“말도 안 돼! 나는 황제다! 아무도 내 뜻을 거스를 수 없다!”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만약 감옥에 갇혀 있던 태상황이 구출되어 북연을 다시 장악했다면, 반란군의 손에 넘어갔다는 말이 이상하지 않았다.그럼에도 황제는 자신이 죽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태상황이 그를 끝까지 버리지 않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하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그의 아버지는 이미 그를 포기했다는 것을 말이다.……황성.북연 사신은 단호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50화

    북연 사신들은 폐황제의 성격을 너무 잘 알았기에, 일부러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다.그들은 갑옷과 무기를 빼앗긴 북연 병사들을 데리고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북연으로 돌아갔다.폐황제는 모두가 떠난 후에야 자신이 진정으로 버려졌음을 깨달았다.그 순간 그는 분노와 절망으로 가득 찬 눈빛을 번뜩이며 외쳤다.“아아아! 이 늙은이! 난 네 친아들이란 말이다! 어쩌서 나를 이렇게 대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두 무릎을 꿇고 바닥에 쓰러져 개처럼 소리치며 몸부림쳤다.……천 리 떨어진 동산국.사신들은 돌아와 남제와 통상을 강요받은 소식을 전했다.동산국 황제는 화를 억누르며 냉소를 지었다.“짐은 알고 있었다. 남제가 이렇게 쉽게 물러설 리 없지.”사신 중 한 명인 이령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아뢰었다.“폐하, 국사는 구할 수 없지만, 남겨둔 첩자들이 동방세의 행방을 계속 추적 중입니다. 반드시 잡아오겠습니다.”황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이령을 물러나게 한 후, 원담에게 물었다.“이번 남제 사행에서 어떤 소감을 얻었느냐?”원담은 예를 갖춰 답했다.“이번 전쟁에서 남제가 징병령을 내리자, 여러 지역에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신이 보기에 남제의 입대자는 대폭 증가할 것입니다.”황제는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지었다.“어려운 일이 있을 뿐이지, 불가능한 것은 아니란 말이지?”원담은 차분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습니다. 남제가 여러 나라로부터 성을 할양받아 영토를 넓혔지만, 그로 인해 새로운 문제들도 생겨날 것입니다.”“그 땅은 본래 타국의 것이며, 그곳에 사는 사람들 역시 타국의 백성입니다.”“땅을 정복하는 것은 쉽지만, 마음을 얻는 것은 훨씬 어렵습니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적어도 십 년은 걸릴 것입니다.”황제는 원담 앞으로 걸어가며 그를 깊이 신뢰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오 년 내로 짐은 너에게 대군을 이끌고 남제를 치라고 명할 것이다.”원담은 두 주먹을 꽉 쥐고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사마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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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43화

    세상일이란 참 아이러니했다. 열무신은 한 발 늦게 도착했다. 그가 천옥에 도착했을 때, 모용길은 이미 숨을 거둔 후였다.모용길의 시신을 바라보며 열무신은 주먹으로 벽을 내리쳤고, 낮은 포효를 내뱉었다. 사람들은 착한 사람은 일찍 죽고 재앙은 천 년을 간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다! 모용길 같은 자는 200살이 넘게 살다가 죽었는데, 맹성주 같은 이는 관례도 치르기 전에 죽임을 당했다. 이를 생각하니 열무신의 증오심이 하늘을 찔렀지만, 이 빚을 누구에게 갚아야 할지 알 길이 없었다.너무 감정이 격해져서, 열무신은 천옥을 나서자마자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기절해버렸다.황궁. 봉구안은 임시로 자진궁에 거처하고 있었다. 그녀는 회임 중이었고, 점차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자 회임이 실감 났다.정말로 아이가 서서히 자라고 있었다. 소욱이 정해준 태의는 매일 그녀에게 와서 맥을 짚었다. 최근 그녀의 태상은 안정되어, 더 이상 안태약을 마실 필요가 없고 그저 조용히 쉬기만 하면 되었다.아이의 일에 대해서, 봉구안은 걱정하지 않았다. 약쟁이 사건도 이미 해결되어, 그녀의 큰 근심을 덜어주었다. 현재 유일하게 장미에 대해서만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장미의 옛 병이 재발할까 걱정되었다.그것이 만약 재발한다면, 그녀의 몸과 마음에 좋지 않을 터였다.봉구안이 이 일을 생각하고 있을 때, 황제가 도착했다. 소욱은 약쟁이 사건의 최신 진전을 가져왔다. 그는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열무신이 붙잡은 그 사람들이 증명할 수 있다는구나. 이미 200년 전에 태조는 돌아가셨고, 부활한 흔적은 전혀 없었다 하엿다. 모든 것이 모용길의 환상이었던 거야.”“짐은 이 사건의 모든 세부 사항을 대중에게 공개할 생각이다. 모용길이 남긴 큰 돈은 모두 약쟁이 매매로 얻은 것이야. 짐은 이 돈을 피해자들과 그 친척들을 위로하는 데 쓸 것이다.”“이에 대해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그는 걱정이 가득했다.봉구안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의 이 조치는 백성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42화

    마지막으로 태조를 다시 보았을 때, 그는 이미 병석에 누워 숨이 끊어질 듯했다. [모용길... 내 아우야, 너는 내 마음을 알지. 짐에겐 아직 이루지 못한 일들이 많다. 새 정치를 세우지 못했고, 태자는 아직 어리지. 난 단지 하늘이 인색해서 짐에게 몇 년을 더 주지 않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다. 단 일 년이라도 짐이 일 년만 더 산다 해도 좋을 텐데... 남쪽의 수해, 북쪽의 기근, 남제는 사방에서 적에 둘러싸여 있고, 북연은 우리를 업신여기며, 내부에는 반적이 있는데... 어찌할까, 염라대왕이 목숨을 거두어 가니, 짐은... 그저 손을 놓을 수밖에 없구나. 아우야, 나라의 일을 모두 네 손에 맡기노니, 너는 태자를 보필하라. 너는 그의 고모부이자, 또한 그의 상부이니. 아우야, 짐은 오직 너만 믿는다.]기억 속의 태조가 눈앞의 그와 겹쳐졌다. 모용길은 낮은 목소리로 흐느꼈다. 그의 눈에 태조의 뒷모습은 무척이나 수척했다."형님! 형님께서 원하던 것을 제가 마침내 이루어냈습니다! 형님께서는 불로장생할 것이고, 이 남제는 반드시 형님의 통치 아래 번영하며, 장차 천하를 통일하여 대업을 이룰 것입니다!"당초 남제가 새로 세워졌을 때 태조는 약속대로 그에게 강산의 절반을 주려 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태조의 뜻이 천하에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태조와 계속해서 사방을 정벌하고 싶었다. 하지만 운명은 어쩔 수 없었다. 이제 태조가 다시 살아나는 것을 볼 수 있게 되어, 그는 마침내 모든 짐을 내려놓고 평안히 떠날 수 있게 되었다.모용길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 바닥에 쓰러졌다. 눈물로 가득 찬 시선 속에서,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난 아내의 모습을 보았다. 그녀가 그를 데리러 온 것이다. 그는 팔을 뻗어 마치 어린아이처럼 울었다.여인은 몸을 숙여 그의 손을 잡아 자신의 얼굴에 대고, 그에게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대인, 남은 길은 제가 당신과 함께 걸을게요." 모용길은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우리 함께..."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41화

    열무신은 이번에도 큰 공을 세웠다.그가 아니었다면, 또 누군가 새로운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그는 사로잡은 자객들을 직접 데리고 돌아와 천옥에 넘긴 뒤, 단 한숨도 쉬지 않고 곧장 심문에 들어갔다.자객들은 처음엔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하지만 모용길이 이미 붙잡혔다는 소식을 듣자, 그들의 희망도 이미 무너진 셈이었다.이내 하나둘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저희는 명령을 따랐을 뿐입니다… 폐태자를 노린 건 그 분의 ‘혈’ 때문이었습니다.”그들은 태조 황제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불로장생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태조 황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백골이었습니다. 이백 년 전, 모용길이 시신을 도굴해갔을 때부터 이미 시체에 불과했습니다. 살려낼 수 있을 거라는 건, 망상이었어요!”“애초에 죽은 자였다고요!”그들이 그 이야기를 꺼낼 때, 말투에는 모용길을 조롱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이백 년이라는 세월 동안 쓸모없는 일에 목숨을 건 그를 그들은 미련한 바보로 여겼다.같이 심문을 진행하던 관리가 물었다.“너희는 어떻게 아는 것이냐?”“태조 황제께서 살아난 적이 없다는 걸 말이다.”“모용길이 그렇게까지 집착한 이유가 뭐였지?”자객들 중 한 명이 비웃듯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모용길이 약쟁이를 만든 건, 그들로 실험해 불로장생의 약을 완성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약을 제조한 의원들은 손수 기록을 남겼고, 그 손책들엔 분명히 쓰여 있었죠. 이백 년 동안 그들이 상대한 건 단 한 번도 움직이지 않은 ‘시체’였다고요.”“아무리 약을 먹여도 살아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입니다.”다른 자객 하나는 공포 어린 얼굴로 말을 이었다.“모용길은… 이미 오래전에 미쳐 있었습니다. 그는 자주 아무도 없는 허공을 향해 말을 걸었어요. 마치… 마치 그 자리에 태조 황제가 서 있기라도 한 듯이 말이에요.”또 다른 자객이 덧붙였다.“그 자는 단지 태조 황제를 살리려 한 게 아닙니다. 자신도 불로장생 하고 싶었던 거에요.”“그리고 그게… 그 자는 정말로 성공했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40화

    태황태후는 직접 선조를 만나기 위해 천옥으로 향하려 했다.하지만 황제의 명이 내려져 있었다.그의 허락 없이는 누구도 모용길을 접견할 수 없었다.하는 수 없이, 태황태후는 궁으로 전갈을 보냈다.하지만 설령 황제가 허락하더라도 모용길이 누구를 만나려 하지 않았다.그는 오직 태조는 아직 살릴 수 있다는 집념 하나에 사로잡혀 있었다.그런 그가 천옥에 갇힌 지금, 마음은 타들어가듯 초조했다.“그 어린 황제놈은 어딨느냐! 어서 나를 뵈러 오라 하지 못할까!”모용길에게 후손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그는 생각했다.이 나라 남제는, 태조와 자신이 함께 세운 나라였다.그런 자신을 막고 있는 소욱 따위가 어찌 감히 군림한단 말인가.천옥에 갇힌 날부터,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소리쳤다.“태조를 살려야 한다! 어서 황제를 데려와라!”하지만 그는 몰랐다.그의 그 모든 고함과 분노는 소욱이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며 그를 흔들기 위한 계략이었단 사실을 말이다.그리고 다섯째 날.천옥의 간수가 냉정한 얼굴로 명을 전했다.“폐하의 어명이십니다.”“모든 죄를 자백하고 문서에 서명하지 않는 한, 이곳을 나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죽을 때까지 말입니다.”모용길은 두 눈을 부릅뜨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허튼소리 마라! 그 어린놈이 과연 알기나 한단 말이냐, 내가 이 모든 짓을 왜 해왔는지를 말이다!”간수는 능청스럽게 웃었다.“나으리, 뭐가 그리 두렵습니까?”“자백했다고 당장 목을 치는 것도 아니잖습니까.”“태조께서 하사하신 면사금패는 아직도 가지고 계시잖아요?”그 말에 모용길의 눈매가 가늘게 휘어졌다.그렇다.면사금패만 있으면, 그는 죽지 않는다.황제 따위가 그를 처형할 권한은 없었다.지금 가장 중요한 건 태조를 다시 살려내는 것이었다.결심이 선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종이와 붓을 가져오너라!”두 시진 후.모용길이 쓴 자백서가 궁으로 들여졌다.그 문서는 곧장 어전으로 올라갔다.문서를 넘겨받은 소욱은 한 장, 또 한 장 페이지를 넘길수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39화

    염 신의가 모용길의 상태를 진찰한 결과, 그의 몸은 웬만한 노인들보다 훨씬 건장했고, 외견상으로도 특별한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폐하, 이 자가 망언을 일삼는 이유는… 실성, 즉 정신 착란 증세로 보입니다.”“나는 미치지 않았다! 미친 건 너희들이다!”모용길이 즉각 반발하며 목소리를 높였다.그리고 소욱을 향해 고함쳤다.“어서 저놈들을 다 내쫓아라! 나는 태조 폐하를 반드시 살려낼 것이다!”“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모두 다 목이 날아갈 줄 알아라!”하지만 소욱은 모용길의 광언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그저 곁에 있던 병사들에게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붙잡아 두거라. 절대 도망 못 치게 해야 한다.”명령이 떨어지자 병사들이 달려들어, 모용길의 움직임을 단단히 제압했다.염 신의는 환자의 행동에 개의치 않으며 차분히 말을 이었다.“실성이란 곧, 마음의 병입니다.”“이 병은 뇌와 정신의 균형이 무너져,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들죠.”“예컨대, 저희는 백골을 보지만 이 자는 살아 있는 사람으로 착각하고 있습니다.”“그만큼 이 자의 마음속 집착이 깊고, 오래도록 그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입니다.”“이미 병이 뿌리 깊게 자리 잡았으니, 소인으로선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의술이란 외상이나 내상은 다스릴 수 있어도, 사람의 마음속 병, 특히 집착이라는 건 손쓸 수 없는 법이다.그건 눈에도 보이지 않고, 손으로도 만질 수 없는 것이기에. 소욱은 여전히 ‘태조를 살려야 한다’며 중얼거리는 모용길을 말없이 바라보았다.그는 수많은 악행을 저질러 온 자였다.그러나 유일하게 태조에 대해서만은 지극한 충성과 집착을 드러내고 있었다.“저 자를 별실에 따로 가둬라. 아무도 면회하지 못하게 하라.”“명 받들겠습니다!”……자진궁.봉구안은 모용길이 실성 증세를 보였다는 말을 듣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오늘 제가 본 그 백골은 최근에 죽은 사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그 말인즉, 모용길은 이미 오래전부터 병들어 있었단 얘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38화

    봉구안의 한마디가, 마침내 모용길의 본모습을 드러나게 만들었다.그는 쇠창살을 움켜쥐고, 당장이라도 눈앞의 사람을 갈가리 찢어놓고 싶다는 듯이 이를 갈았다.“이놈이! 감히 태조 폐하를 저주하다니!”“태조 황제 폐하께서 이 강산을 개척하지 않으셨다면, 너희 같은 것들이 무슨 자격으로 오늘날을 누리겠느냐!”“특히 너! 소가의 자식! 네놈이 정말 태조께서 살아계시길 바란다면 당장 본좌를 풀어라!”소욱의 얼굴은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 “태조 황제께선 지금 어디 계시느냐.”모용길은 그를 믿지 않았다.“당장 날 풀어라! 그렇지 않으면 너는 만고의 죄인이 될 것이다!”소욱은 억눌린 분노를 담아 담담히 말했다.“태조께서 정말 살아계신다면, 그것은 분명 기쁜 일이겠지.”“하지만… 그 전에 말해보거라. 그분이 어디에 계신지, 반드시 밝혀야겠다.”모용길은 한참이나 소욱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리고 망설임 끝에 마침내, 한 곳의 지명을 내뱉었다.“육지산.”그곳은 황성 내부에 있는 산이었다.소욱은 그 말을 듣자마자 직접 병사를 이끌고 현장으로 향했다.봉구안 역시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모용길이 함정을 파놓았을 가능성, 또는 산속에 기관 장치를 숨겨놓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녀도 소욱을 따라나섰다.한 시진이 지나, 일행은 육지산에 도착했다.하늘은 점점 어두워졌고, 구름이 몰려들어 햇빛을 가리며, 마치 용이 잠든 연못을 둘러싼 기운처럼 음침한 기색이 피어올랐다.거센 바람이 불어와 흙먼지를 일으키며 시야를 가렸다.소욱의 옷자락은 세차게 펄럭였고, 그는 고개를 들어 육지산을 올려다보았다. 눈빛은 칼날처럼 매서웠다.“산에 오른다. 태조를 찾아라!”“예!”그는 봉구안이 회임 중인 것을 고려해, 줄곧 옆에서 손을 뻗어 부축했다.혹시라도 발을 헛디뎌 넘어질까 봐서였다.그러나 봉구안은 전혀 허약하지 않았다.오히려 그녀는 날쌘 걸음으로 병사들보다 먼저 앞서 나갔다.해가 저물 무렵, 마침내 병사들이 한 구덩이 안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폐하!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37화

    봉구안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둘째는 황실의 혈족을 해한 죄이다.”모용길은 헛웃음을 터뜨리며 비웃었다.“허, 무지한 계집이구나. 헛소리도 정도껏 하거라.”“폐하께서 절 죽이고 싶으시다 해도, 이렇게까지 억지로 죄를 뒤집어씌울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그 얼굴에는 오히려 당당함이 어려 있었다.그러나 봉구안의 시선은 흔들림 하나 없었다.“네가 해한 이는 바로 태조 황제 곁을 지키던 사람들이었다.”그 말에 소욱도 놀라 고개를 돌렸다.모용길이… 태조의 측근들을?그녀는 어떻게 그런 것을 알고 있단 말인가?모용길의 웃음은 사라졌고, 시선은 무겁게 봉구안에게 꽂혔다.봉구안은 단 한 순간도 주저하지 않았다.소욱이 언젠가 말했던 ‘옥비석의 재앙’.남제가 건국된 직후, 태조 황제를 지키던 측근들이 하나둘 기이하게 목숨을 잃어갔다.그 당시 사람들은 모두 그것이 옥비석의 반작용 때문이라 여겼지만… 봉구안은 단정했다.“그 죽음들은 전부 너 모용길이 꾸민 짓이 아니더냐.”그 말이 떨어지자, 모용길의 눈동자가 매섭게 떨렸다.봉구안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실은 날카롭게 울렸다.그녀는 시선을 한 치도 피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내 짐작이 맞다면, 그 시절의 태조는 이미 병세가 깊었던 상태였을 거야.”“너는 불로장생의 방법을 찾기 위해 사술을 익혔고, 그 실험 대상으로 태조 곁에 있던 이들의 피를 썼지.”“다만 수많은 이들의 피를 말려 죽였는데도 아무런 효험이 없었을 거야.”“그러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게… 옛 서왕, 지금의 서왕의 부친이셨던 거지.”그녀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그 피만이 태조의 몸에 반응을 보였을 거야. 그렇게 태조께서는 ‘살아 있는 시체’가 됐고, 넌 그때부터 계속해서 약쟁이를 만들어내기 시작했어. 진짜 목적은 태조를 살리는 거였지. 그저 상태를 유지하는 게 아니라, 다시 인간으로 되돌리는 것. 바로 그게 너의 최종 목표였을 거야.”모용길은 냉소 섞인 웃음을 흘렸다.그러나 봉구안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36화

    그 노도사는 봉구안이 데려온 가짜 도사였다.사실 그는 타국의 평범한 백성일 뿐이지만, 실제로 삼백 년을 살아온 인물이기도 했다.이번 계책은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쓰였다.약쟁이 사건의 진짜 배후를 꾀어내기 위해서였다.봉구안은 확신하고 있었다.그 자의 진짜 목적은 불로장생.그렇기에 이번에는 반드시… 단번에 끝을 내야 했다.하지만 마음 한켠엔 조바심이 일었다. 그녀의 표정을 살핀 소욱이 조용히 말했다.“약이 식겠다. 먼저 약부터 마시거라.”……밤이 깊은 시각, 궁 밖에서 전갈이 날아들었다. 노도사를 찾았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소욱과 봉구안은 그 말을 듣자마자 눈빛을 교환했다.그리고 거의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폐하, 은이와 그 일행이 도사를 납치한 자를 붙잡았습니다! 지금 천옥으로 이송 중입니다!”소욱은 심장이 요동쳤다.진실을… 진실을 확인해야만 했다.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그는 봉구안과 함께 곧장 천옥으로 향했다.반 시진쯤 지나, 천옥.두 사람은 마침내 그 사내와 마주했다.노도사를 납치했던 자이자, 어쩌면 약쟁이단의 진짜 주모자일지도 모를 인물이었다.봉구안은 호위복으로 변장한 채 소욱 옆에 서 있었다.언제 어떤 돌발 상황이 터질지 모르기에, 그녀는 단단히 경계하고 있었다.감옥 안의 남자는 매우 늙어 보였다.눈은 푸르스름하게 흐려졌고, 머리는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확실히 동방세가 그려낸 인물과 유사했다.그는 소욱을 바라보더니, 마치 이미 모든 결말을 알고 있다는 듯 두려움이라고는 없었다.“절 잡기 위해, 아주 큰 판을 짰다던데 과연 사실이었군요.”소욱은 감방 너머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네 정체가 무엇이냐.”그 남자는 고개를 숙인 채,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모용길입니다.”소욱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 이름을 직접 듣는 순간 잠시 멍해졌다.정말로… 이 남자가 그 전설의 모용길이란 말인가.이백 년을 살아온 그 인물이 맞다고?모용길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당당한 눈빛으로 말했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35화

    사월 하순, 약쟁이 사건이 마침내 일단락되었다.진범은 모용욱. 모용가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무죄 방면되었고, 약쟁이단의 전원은 형장에서 참수당할 예정이라는 조서가 내려졌다.소식이 퍼지자 백성들은 너나없이 거리로 뛰쳐나와 입을 모았다.“아이고, 이 일도 드디어 끝났구먼!”“대리사에서 어지간히 수사를 잘했나 봐!”“모용가는 원래부터 수상했지. 다른 사람들은 몰랐다니,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그러게 말이야. 혹시 그 모용욱이라는 자, 그냥 바람막이 아니었을까?”이유야 어쨌든, 사건이 마무리되었다는 사실에 백성들은 안도했다.이제 다시는 길에서 납치당해 약쟁이로 끌려갈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해가 높이 뜬 봄날, 도성은 어느새 예전의 활기를 되찾았다.오월 초, 황성에 또다시 기이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술집과 찻집, 사람들 모이는 곳이면 어디서나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그거 들었어? 얼마 전에 도성에 도사가 나타났는데, 불로장생의 비법이 있다며. 사람들이 그 집 문턱을 닳도록 찾아간다더라!”“거짓말이지. 세상천지에 불로장생이 어디 있어.”“근데 말이야, 그 도사 무려 삼백 살이 넘었대.”“두 왕조를 거치며 살아온 살아 있는 신선이라잖아!”“그래, 나도 들었어. 요새는 대신들이며 귀족들까지 줄줄이 찾아간대.”“오늘은 심지어 궁에까지 불려 들어갔다더라고.”“폐하께서도 믿고 계신다는데… 그럼 뭔가 있긴 있는 거 아냐?”그때, 누군가 문 밖을 가리키며 외쳤다.“저기 봐! 도사님 오신다!”거리 끝에서 하얀 수염을 늘어뜨린 노인이 보였다.작은 가마에 올라타 있었고, 네 명의 제자들이 앞뒤로 가마를 들고 있었다.그 뒤를 수십 명의 도사들이 수행을 하고 있는 것처럼 따르고 있었고, 그가 지나가는 길목마다 백성들은 무릎 꿇고 고개를 숙였다.“도사님! 제발 불로장생의 길을 가르쳐 주소서!”“도사님, 전 장생은 바라지 않아요. 제 딸 좀 살려주세요. 병이 너무 깊어요.”“도사님은 백병을 다스리신다던데, 제발…”모두가 각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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