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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보누보누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0 12:31:48

{새벽의 밤을 비추는 천사의 지배 Part 2}​

2018년 8월 17일 사건 발생 후 약 세시간, <대한민국 -서울>

“나는 구세주다.. 이 개자식아”

세주는 티비에 나오고 있는 영화 콘스탄틴을 따라하고 있었다.

영화 속 주인공의 퇴폐미 가득한 연기가 세주에게는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언제봐도 멋있다니까..”

나름 멋있어보이는 제스쳐까지 취하고나니 그제서야 만족하며 티비를 끄는 그였다.

난 국제심령연구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2학년 구세주 (만 21살)이다.

말만 심령연구대학교이지 실상은 기도만 하는 대형 성당이라 생각하면 된다.

기도문 외우고 찬송가 부르는 게 학점의 대부분인 이름만 번지르르한 곳이니까..

내가 이 사실을 몰라서 무턱대고 이 학교를 가게 된 건 아니지만..

우리 집안은 대대적으로 엄청난 가톨릭 집안이다.

적어도 5대 이상 거슬러 올라가는 신심 깊은 집안이었다.

할아버지부터 시작해서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나까지..

그 위까지는 자세히 모른다.

물려받을게 이런거 밖에 없어서 이렇게 된것도 없지않아 있는것 같지만 난 지금이 편하고 좋다.

할 일도 많지 않고 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사제나 수도사가 되어 먹고살 수 있으니 그냥 흘러가는대로 살아가고 있는중이다.

딱히 특별한 꿈도 열정도 없었기에 정해진 길을 걷는 게 나에게도 가장 쉬운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취미는 있다.

가끔 아버지가 해외에 출장갔다가 돌아오시면 둘이서 땀 흘리도록 했던 킥복싱이 내 하나의 취미이자 행복이었다.

요즘은 아버지가 바쁘셔서 같이 하지는 못했지만 혼자서도 충분히 할 만큼 운동의 매력을 느꼈다.

“세주야 아버지에게 연락왔다.”

내 가장 친한 절친이자 눈치가 빠른 범준이 다가와 전화기를 건넸다.

늘 장난기 가득한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웬일인지 사뭇 진지한 얼굴이었다.

“아버지가 갑자기 왜?”

“내가 어떻게아냐 빨리 받아봐”

시끄럽게 울려대는 전화를 받자 아버지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렸다.

왠지 평소와 다르게 불안하고 조심스러운 어조였다.

“아버지 무슨일이에요?”

“세주야 아빠 멀리 출장 갈 거 같은데 집으로 내려와서 엄마랑 같이 좀 있어라.”

“아 귀찮은데요.. 기숙사가 편하단말이에요.”

“네 엄마 요즘에 또 악몽꾼단 말이야 너가 옆에 있어줘야 해.”

엄마는 내가 여섯살이 된 직후부터 악몽을 꾸셨다고 한다.

악몽의 주된 내용은 다 하나같이 살인, 재해 등이고 반드시 우리 가족이 그 사건들에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 악몽은 단순한 꿈이 아니라 곧 현실에서 벌어질 비극을 예견하는 듯 섬뜩했다.

“집으로 올거지?”

아버지가 내게 물었다.

“아버지는 어디로 출장 가시는거에요?”

내가 묻자 아버지가 잠시 망설였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짧은 한숨이 세주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좀 먼곳으로 가게됐는데 금방 올거야 걱정하지마.”

“네.”

뭔가 마음에 걸렸지만 더이상 묻지않았다.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잠시 바라보았다.

“왜 그러고있냐 어디 아프냐.”

“범준아 나 잠시 집에 좀 내려갔다 와야 될거같네.”

“왜 무슨일있냐??”

“무슨일까지는 아니고 아버지가 잠시 출장을 가신다고 해서 집 볼사람이 없네.”

“아아 그럼 학교는?”

“잠시동안은 통학 할거같아.”

“그래그래”

쇼파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간 세주는 책상에 앉았다.

“필요한것만 챙겨서..”

그는 서둘러 책상 위에 넓부스러져 있는 노트와 성경책을 가방에다 담았고 챙기다가 아까 낮에 잠시 조사해 본 푸른십자회에 대해 쓴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구글링으로 우연히 발견했던 낡은 웹 페이지의 기사였다.

“푸른십자회.. 분명 어디서 들어봤는데.”

잊혀진 퍼즐 조각처럼 이름은 낯설지 않았지만 전체 그림은 물속에서 적은 볼펜처럼 흐릿했다.

“그래.. 일단 챙겨는 보자”

조사한 기사도 가방에 챙기며 지퍼를 잠군다.

“준비완료..”

범준이 옆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본다.

“다치고 댕기지나마라~”

“알았으니까 기도나 하세요~”

난 맞받아치며 미소를 지었다.

***

2018년 8월 18일 오전 6시

“야! 집갔다온다며!!”

아영은 새벽부터 어쩐 일인지 잔뜩 부어오른 얼굴을 한 채내게 말했다.

아.. 참 아영이는 같은 2학년의 여사친이다.

그녀의 얼굴은 수수하고 평범해 보이는 외모였지만 또렷한 붉은색의 눈동자와 그 속에 담긴 깊이가 묘하게 시선을 잡아끄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어.. 얘 왜 데리고왔냐.”

“왜 나한테 아무말도 안하고가냐!!!”

어린아이처럼 투덜대는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서운함이 가득하게 묻어 있었다.

“너한테 굳이 말해야돼..?”

“그야.. 뭐 .!!”

아영이 붉어진 얼굴을 숙이며 소리쳤다.

“아영이가 너 진짜 좋아하나보다.”

범준이 옆에서 거들었다.

“그런거 아니야..”

내가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고 아영이는 약간 실망한 듯 나를 쳐다봤다.

“뭐..”

“미워!!!”

그녀는 뒤로 돌아 황급히 자신의 기숙사로 도망갔고 난 얕은 한숨을 쉬었다.

“미치겠다.. 진짜”

“왜 아영이 정도면 예쁜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예쁘긴한데 뭔가 사귀게되면 이것저것 귀찮을거같아..”

자유분방한 성격의 세주에게 연애는 사슬로 억압된 족쇄와도 같았다.

“그건 그래..”

범준도 공감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아영이는 잘 달래볼테니까 편하게 갔다와”

“옙..”

세주는 곱슬 머리를 긁적이며 범준이의 말에 답했다.

무거운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기숙사를 빠져나왔다.

“네 아버지 지금 집가는 버스 탈려구요.”

교문을 나서자마자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래 아빠도 새벽 비행기타고 가고있는중이다.”

목소리에는 피곤함이 묻어나있었지만 아들을 안심시키려는 노력이 와닿았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그래 알겠다.”

이번에는 전화를 먼저 끊지않았다.

아버지가 먼저 끊으실때까지 기다렸다.

전화가 끊기고 휴대폰을 집어넣은 뒤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는 10분 정도가 지나서야 왔고 난 맨끝자리로 가 앉으며 가방을 풀었다.

새벽 버스라 그런지 사람은 나 말고는 없었다.

조용한 정적을 마쉬며 창밖 너머를 보고있는데 중년의 버스 기사님이 말을 걸었다.

도시의 새벽은 예상외로 조용했고 가로등 불빛만이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학생 혼자탔네..”

“아 네 급히 갈 때가 있어서요!”

“그렇군.. 아니 혼자가 아닌데?”

“네..?”

“학생 하나랑 아주머니 두분이 더 타고있었네요..”

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차가운 새벽 공기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기사님 저 혼자타고 있어요.”

“아니네.. 학생 하나랑 아주머니 둘, 할머니 한분도 있었군요..”

기사님의 목소리에는 어딘지 모르게 섬뜩한 확신이 담겨있었다.

“할머니는 또 어디에 있다는거야..”

무언가 잘못된걸 온몸으로 직감하였지만 몸은 내 통제를 따라주지않았다.

손끝이 차가워지고 등골에 오싹한 한기가 돌았다.

“학생..”

“네..!?”

“학생 뒤에..”

맨끝자리에서 뒤를 돈 세주는 흰자만 남은 할머니 한 분이 버스 밖에서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형체를 보았다.

유리창을 통해 비치는 희뿌연 눈동자는 찢어질 듯한 공포를 선사했다.

“뭐야..!!”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지만 앞에는 다리랑 팔이 잘려나간 아주머니 둘이 고개를 내 시선에 맞추며 꺾고 있었다.

뼈가 으스러지는 기괴한 소리와 함께 목이 비틀리는 그들의 모습은 현실이기를 거부하는 잔혹한 그림이었다.

“허억..!”

“학생..!!!”

“으아악..!”

정신을 차리자 기사님이 나를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숨이 가쁘고 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무슨일이야!! 정신차려봐!”

기사님의 두꺼운 목소리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귓가에 환청이 맴도는 듯 자꾸만 메아리친다.

“진정됐습니다 그만 흔들어주세요..”

“그래..”

“어떻게 된거죠..?”

“정류장에 도착하고 백미러로 뒤를 확인하니 학생이 흰자만 보이는 상태로 자기 목을 조르고 있더라고.”

기사님의 눈빛에는 경외심과 함께 미심쩍은 표정이 스쳐 지나간다.

“그래서 말릴려다가 학생이 깨어난거고..”

난 머릿속을 정리했다.

“그냥 악몽을 꾼거 같습니다..”

자신에게 벌어진 초현실적인 경험을 애써 외면했다.

머리를 손으로 한대 툭 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를 내렸다.

‘하아.. 기이한 꿈이야..!’

약간의 어지러웠던 통증이 한번에 몸에 동반되었고 세주는 버스정류장에서 주춤하다 그대로 쓰러지고 만다..

---

2018년 8월 18일 오전 11시 10분, <이탈리아 -바티칸시티>

교황청의 문이 열렸고 강인한 인상의 구범주 사제 (나이:45세)가 안으로 들어온다.

그의 얼굴에는 깊은 고민의 흔적과 함께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단단함이 돋보였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잘 지내셨습니까.”

“물론이지요 구범주 사제는 어떻게 지냈습니까?”

“요 며칠은 바빴습니다.”

바기엘 사제 (나이:46세)는 안경을 고쳐쓰며 그의 말에 공감을 했다.

그 역시 눈가의 피로를 숨기지 못한채 긴 하품을 하였다.

“그럼 다 모였으니 회의 시작하시죠.”

특이한 눈동자색을 가진 아가토 사제 (나이:40세)가 모두를 모았다.

그의 눈동자색은 보라색이다.

이사에르 부제(나이:51세)도 원형 테이블 남은 자리에 착석해 앉았다.

그의 한쪽 귀에는 새로운 보조장치가 연결되어 있었다.

“모두들 17일 어제 악령의 기운을 깨달았을 겁니다.”

아가토 사제의 시선은 참석한 모든 사제들을 꿰뚫어보며 이야기를 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바기엘 사제님 정확히 카이로 어디쪽에서 나타났죠?”

“카이로에서 유명한 화물 유통회사 시지크 공사현장 안에서 느껴졌습니다.”

“으음”

구범주 사제는 바기엘 사제에게서 존경심을 받았다.

“그럼 지금은 어디로 이동하고 있습니까?”

“영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왜 영국으로 가는거지..”

의문이 생긴 미르아 사제 (나이:45세)를 위해 아가토 사제가 대신 입을 열었다.

“그것은 왜 영국으로 가고 있을까요?”

“그걸 알기위해서는 그 놈의 정체부터 알아야합니다.”

“설마..”

이사에르 부제의 표정에서 무언가 떠오른듯한 주름이 잡혔다.

“무슨 생각이라도 나신겁니까 이사에르 부제님”

아가토 사제가 그에게 말했다.

“푸른색 영대가 영국 런던의 박물관으로 옮겨졌다고 들었습니다.”

기억을 되짚어보다 생각난 정보였다.

“그거랑은 관련이 없지 않을가요..?”

미르아 사제가 말했다.

“아닙니다. 분명 어느하나 연관지어 보면 나올것입니다.”

이사에르 부제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구범주 사제가 이사에르 부제의 말에 덧붙이며 확장시킨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연관이 없지는 않을겁니다.”

“영국으로 넘어가던 와중에도 살인을 저지르고 있었네요.”

바기엘 사제가 시지크 공사현장 부근 마트에서 처참하게 토막나있는 사람들의 사진을 찾아 들이밀었다.

핏빛으로 얼룩진 사진들은 회의실에 무거운 침묵을 안겨주었다.

“참혹하구만.. 주여.”

“저기 그 놈의 흔적이 보이네요.”

아가토 사제가 사진 속 토막난 시신 부위에 손가락을 가리켰다.

“저희는 아무것도 보이지않습니다.”

“붉은색 오라가 희미하게 남아있습니다. 아무래도 그 자는 사물에 깃들어 있는거 같습니다.” 아가토 사제의 영안(靈眼)은 다른 사제들이 볼 수 없는 것을 포착한다.

“역시 대단하군요 아가토 사제님..”

미르아 사제가 말했다.

“그럼 서둘러 추적하죠 이대로 두면 더 큰 회생자들이 생길겁니다.”

구범주 사제의 목소리에는 단호함과 책임감이 실려 있었다.

“구범주 사제님 말이 맞습니다 나눠서 찾는 방법을 택합시다. 그리고 절대 누구에게도 이 비밀이 알려져선 안된다는것을 명심하십시오.”

아가토 사제의 눈빛은 모든 사제에게 경고를 내리고 있었다.

모두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푸른십자회는 비밀리에 진행되는 집단이라 정보가 누설되거나 밝혀지만 집단의 신성시가 하락되고 엑소시즘의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더욱 부정적으로 바뀔것이다.

악령의 존재 자체가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은 곧 사회의 혼란과 신앙의 동요로 이어질 것이었다.

“자 서둘러 움직입시다!”

아가토 사제의 말을 끝으로 모두가 교황청 밖으로 나왔다.

“이사에르 부제님 성수는 챙겨왔습니까?”

“두개 준비했습니다.”

“소금 탔습니까?”

“두개 다 타지않은 걸로 준비했습니다.”

“알겠습니다 제 차로 가시죠.”

구범주 사제가 방금 렌트해 온 차에 시동을 걸었다.

새 차의 시트 냄새가 왠지 모르게 비현실적으로 코끝을 찡그리게 만든다.

“앞에 타시죠.”

“알겠습니다.”

이사에르 부제는 구범주 사제에 말에 따라 조수석에 탔고 두 사람은 그대로 공항으로 향한다.

“미르아 사제님 정보가 나오는대로 연락주십시오.”

바기엘 사제가 휴대전화 번호를 적은 쪽지를 건네며 말했다.

그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쪽지를 건네 받은 미르아 사제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담배 다시 피시는겁니까?”

“이게 없으니까 기도 할때마다 자세가 흐트러지더라고요.”

그에게 담배는 단순한 기호품이 아니라 불안과 집중을 다스리는 오랜 습관이었다.

“그래도 가능하면 빨리 끊어주십시오.”

“그래야겠죠..”

지포라이터를 꺼내 담배에 불을 붙이자 기름 냄새가 바기엘 사제에게까지 다가왔고 묵직한 담배 연기는 미르아 사제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지독하군요..”

“그럼 성유(주교에 의해 특별히 축성되어 신성한 효력을 지닌다고 믿는 기름) 냄새도 싫어하십니까?”

“하하 이 사람이 참..”

바기엘 사제의 웃음에 미르아 사제가 미소를 지으며 담배를 피었다.

“그럼 저도 먼저 가보겠습니다.”

“네 들어가세요.”

바기엘 사제가 먼저 인사를 하며 자리를 떠났고 미르아 사제는 교황청을 바라보며 마지막 모금을 빨았다.

“악령이 사물에 깃들어있다고..?”

여태 악령이 사물에 깃든 사건 보도는 본적도 없고 미르아 사제는 신부가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이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공포감이 더욱 커져만갔다.

이는 그가 아는 모든 악마학의 지식을 뛰어넘는 미지의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아가토 신부님 자료들은 준비해왔습니다!!” 젊은 수도복을 입은 아가토의 수도자들이 회의실을 부산스럽게 채웠다.

“그래 그 자료들 전부 대형스크린에 띄워주세요.”

“네 준비하겠습니다!”

아가토의 수도자들이 서둘러 자료를 들고 대형스크린 앞으로 다가갔다.

“우리는 그 놈의 흔적을 쫒아다니면서 부마자(마귀가 붙은 사람)를 찾아내야합니다.”

아가토 사제의 목소리에는 추격자의 날카로움이 묻어났다.

그의 눈빛은 이미 악마와의 싸움을 준비하고 있는듯한 기분이다.

---

2018년 8월 18일 오후 2시 28분, <대한민국-서울>

“끄윽..”

“세주야!! 정신이 좀 들어!?”

일어나보니 눈앞에 어머니가 울먹이며 서 계셨다.

어머니의 눈가는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손은 끊임없이 떨리고 있었다.

난 아무래도 버스정류장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었나 보다.

내가 어떻게 쓰러졌는지도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긴 꿈을 꾼거같은 느낌이다.

“어떻게 된일이야!!”

어머니의 걱정스러운 눈빛은 세주의 심장을 아프게 했다.

“그냥 잠깐 어지러워서 버스정류장에서 쉬다가 쓰러진거 같아..”

그녀는 세주의 말에 안도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주름진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그녀도 세주가 쓰러지기 2시간 전에 또 악몽을 꾸었다고 한다.

새벽 버스에서 세주가 겪었던 일들과 비슷한 시각이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고요한 비탈길을 따라 걸었다고 한다.

차가운 안개가 발목을 휘감고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심장을 짓눌렀다.

계속 계속 걸어도 끝없는 그 길에 뭔가 이상함을 느껴 잠시 쉬고있는데 전방에서 사람의 인영(사람의 그림자나 자취)이 어렴풋이 보였다고 한다.

형체가 흐릿한 검은 그림자는 서서히 어머니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 검은 물체는 점점 엄마에게로 다가왔고 얼굴을 확인할 수 있을 위치까지 오자 그녀는 깜짝 놀랐다고 한다.

얼굴이 피로 얼룩진 자신의 아들이 서있었다는 것이다.

끔찍하게 훼손된 아들의 모습은 어머니의 심장을 갈기갈기 찢는 고통을 주었다.

엄마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고 곧바로 꿈에서 깼다고 한다.

소름끼치는 꿈은 어머니에게는 단순한 꿈이 아니었다.

매번 현실이 되곤 하는 불길한 예고였다.

엄마의 꿈 이야기를 듣고 난 아까 꾼 꿈과 공통점을 찾아내었지만 그녀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걱정하실게 분명하다.

어머니의 트라우마를 잘 아는 세주는 차마 자신의 꿈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다.

일단은 몸부터 회복하고 병원을 나서는게 우선이니 편안한 상태로 침대에 다시 누웠다.

“필요한거 있으면 말하고 엄마 잠깐 밖에서 산책하고 있을테니까.”

“네.”

엄마를 보내고 병실에 혼자 남았다.

휴대폰을 꺼내 악몽에 대해 검색하려다가 참았다.

자신이 겪은 초자연적인 현상이 혹시라도 검색 결과로 나타날까 봐 두려웠다.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겠냐..”

한숨을 쉬며 멍 때리고있는데 문득 옛기억이 스쳐지나갔다.

“푸른색 불꽃..”

“푸른색으로 빛나는 꽃···”

‘푸른십자회..?’

누군가에게 들었거나 아니면 본 적이 있다는 듯한 묘한 기시감이었다.

휴대폰을 열어 범준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어 왜”

“푸른십자회에 대해 조사좀 해줘.”

“아니 푸른십자회가 도대체 뭐길래 자꾸 찾아달래..”

범준의 목소리에는 귀찮음과 함께 미심쩍음이 독보였다.

예전에도 한번 그에게 부탁한적이 있었다.

“분명히 있다니까.. 이 답답한 놈아”

“너가 지금 방황하는 시기라 그래.. 미친거 맞긴한데 조금만 미친거야.”

“진짜 존재한다니까 예전에 본적 있는거 같아.”

“교수님이나 신부님에게 물어봐도 다 모른다고 하는데 내가 어떻게 찾냐!”

세주는 과거에도 이 정보를 찾으려 하였지만 번번이 실패하며 좌절했었다.

“아니 좀 진짜..”

“헛소리 하지말고 끊ㅇ.. 세주야!”

아영이가 범준이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내가 찾아줄 수 있는데~!”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아영의 목소리에는 장난기 어린 자신감이 넘쳤다.

아영이의 웃음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린다.

“너가 어떻게 찾을건데..”

“뭐 다 방법이 있지~”

“그럼 좀 찾아줘 부탁이야..”

내가 말하자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럼 내 부탁도 들어주면 찾아줄게.”

“무슨 부탁..?”

“나랑 사귀자.”

그녀의 말에 범준이와 난 순간 당황했다.

정적은 너무나 길고 어색했으며 공기는 금방이라도 얼어붙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정적이 몇 초간 흐르자 그녀가 다시 말을 꺼냈다.

“나랑 사귀자고!!”

두 번째 외침은 더욱 단호하고 확고했다.

“야 진심이냐..?”

범준의 얼굴에는 당혹감과 미심쩍음이 뒤섞여 있었다.

친구로서의 오랜 관계가 흔들리는 기분이 혼란스러워 보였다.

“그럼 내가 미쳤다고 고백하니? 당연히 진심이지!!”

“일단은 푸른십자회에 대해 좀 찾아주고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

세주가 말을 가로채며 입을 열었다.

“그럼 내 부탁도 반쯤 수락했다 생각할게~”

아영의 목소리에는 이미 승기를 잡았다는 여유가 담겨 있었고 휴대폰 너머에서까지 그녀의 만족스러운 미소가 그려졌다.

그렇게 아영은 전화를 끊었다.

“하아.. 미치겠네.”

세주는 마른침을 심키며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려 애썼다.

걷잡을 수 없이 꼬여가는 상황에 답답함만이 더해져갔다.

***

“너 근데 어떻게 찾을건데 푸른십자회에 대해 내가 아무리 찾아봐도 안나오던데.”

범준은 의구심 가득한 눈으로 아영을 바라봤다.

그는 세주를 안심시키기 위해 몇 차례 검색해봤지만 푸른십자회라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너 우리학교 창고 들어가봤냐?”

아영은 고개를 까딱이며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범준을 쳐다봤다.

그녀의 입가에는 능글맞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곳에는 없는게 없어~!”

오래된 폐건물처럼 보이는 학교 본관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은 반짝였다.

마치 숨겨진 보물을 찾아낼 탐험가의 본질과 같았다.

아영은 범준의 휴대폰을 그에게 건네고 곧장 학교 본관으로 달려갔다.

“야 같이가..!”

범준은 한숨을 쉬며 아영의 뒤를 따랐다.

쫓아가지 않으면 또 어떤 사고를 칠지 모르는 그녀이기에 직접 따라가기로했다.

비밀에 쌓인 진실에 너머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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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의 밤 Part 1} 2018년 8월 18일 오후 10시, 런던에 도착한 구범주 사제와 이사에르 부제는 그 날 처음으로 빅벤을 보았다. 어둠 속에서도 찬란하게 빛나는 거대하고도 아름다운 시계탑은 하나의 기둥처럼 이곳 런던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밤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웅장한 모습에 구범주 사제는 잠시 넋을 잃었다. “아직 그 놈이 이곳에 도착까지 않은 듯합니다. 불경한 자들이 행하는 죄악의 소리 외엔 특이한 움직임이 없습니다.” 이사에르 부제가 말했다. “그럼 그가 올 때까지 기다립시다.” 구범주 사제가 두 손을 쥐었다. 그의 두 주먹은 희미한 오라를 띠고 있었다. 구범주 사제에게도 영적인 힘이 있다. 천사의 은총이 가득 담긴 주먹에는 평범하지 않은 힘이 깃들어 있어 보통사제와는 다른 악마들에게 직접적인 물리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구범주 사제가 말했다. “아직 멀었습니까?” -띠리링- 이사에르 부제의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발신자는 ‘아가토 사제’ 였다. 이사에르 부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전화를 받았다. “네. 사제님 말씀하십시오.” 이사에르 부제가 침착한 목소리로 용건을 묻는다.

  • 푸른사제들   제3화

    {새벽의 밤을 비추는 천사의 지배 Part 3} 2018년 8월 18일 오후 3시 5분 학교에서는 아직 기도 예배를 하고 있는중인지 안에서는 학생들이 다같이 합창하고 있었다. 경건한 찬송가 소리가 건물 사이를 메아리치며 묘한 위압감을 조성했다. “근데 창고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아?” 범준이 그녀에게 물었고 그녀는 말 대신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저기 우리가 1학년때 사용했던 옛 건물 지하에 물품을 따로 보관하는 창고가 있어.” 범준이 그녀에 말을 듣다 문득 궁금한게 떠올랐다. “근데 그걸 너가 어떻게 알아?” “히히!” 아영은 씨익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 웃음 속에는 미처 말할 수 없는 수많은 비밀들이 담겨있었다. 그녀는 범준을 뒤로하고 앞장 서 옛 건물로 뛰었다. 건물이 많이 허름했지만 안에는 여전히 추억들이 남아있는 공간이었다. 먼지 쌓인 복도, 빛바랜 벽보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바깥 경치는 여전히 싱그러웠지만 이곳의 시간은 오래전에 멈춰있었다. “이런 곳에 창고가 있는지도 몰랐네..” 범준은 문득 이곳이 왜 학생들의 접근이 금지되었는지 궁금해졌다. 그는 그녀의 뒤를 따라 지하로 내려갔고 이내 거미줄로 뒤덮인 철문과 마주친다. 철문 중앙에는 사람 머리만 한 크기의 거대한 자물쇠가 묵직하게 걸려있었다. “음 중요한 물품들을 보관하고 있어서 그런지 자물쇠가 생각보다 거대하네.” 아영이 주머니에서 가위를 꺼내려다 도로 집어넣었다. 간단한 가위로는 어림도 없겠다는 듯 그녀의 표정은 살짝 굳어있었다. “이젠 어떻게 하려고.” “너 망 좀 봐야겠다.” 아영의 눈이 범준을 향해 번뜩였다. “뭐..?!” 그는 불길한 예감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으아아아악!” 흡사 모든걸 잃은 사람처럼 간절한 범준의 비명이 옛 건물 본관에서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주변에서 청소하시던 인상 좋은 관리인 아저씨 한

  • 푸른사제들   제3화

    {새벽의 밤을 비추는 천사의 지배 Part 3}2018년 8월 18일 오전 11시 10분, 교황청의 문이 열렸고 강인한 인상의 구범주 사제 (나이:45세)가 안으로 들어온다.그의 얼굴에는 깊은 고민의 흔적과 함께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단단함이 돋보였다.“오랜만에 뵙는군요 잘 지내셨습니까.”“물론이지요 구범주 사제는 어떻게 지냈습니까?”“요 며칠은 바빴습니다.”바기엘 사제 (나이:46세)는 안경을 고쳐쓰며 그의 말에 공감을 했다.그 역시 눈가의 피로를 숨기지 못한채 긴 하품을 하였다.“그럼 다 모였으니 회의 시작하시죠.”특이한 눈동자색을 가진 아가토 사제 (나이:40세)가 모두를 모았다.그의 눈동자색은 보라색이다.이사에르 부제(나이:51세)도 원형 테이블 남은 자리에 착석해 앉았다.그의 한쪽 귀에는 새로운 보조장치가 연결되어 있었다.“모두들 17일 어제 악령의 기운을 깨달았을 겁니다.”아가토 사제의 시선은 참석한 모든 사제들을 꿰뚫어보며 이야기를 이었다.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바기엘 사제님 정확히 카이로 어디쪽에서 나타났죠?”“카이로에서 유명한 화물 유통회사 시지크 공사현장 안에서 느껴졌습니다.”“으음”구범주 사제는 바기엘 사제에게서 존경심을 받았다.“그럼 지금은 어디로 이동하고 있습니까?”“영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왜 영국으로 가는거지..”의문이 생긴 미르아 사제 (나이:45세)를 위해 아가토 사제가 대신 입을 열었다.“그것은 왜 영국으로 가고 있을까요?”“그걸 알기위해서는 그 놈의 정체부터 알아야합니다.”“설마..”이사에르 부제의 표정에서 무언가 떠오른듯한 주름이 잡혔다.“무슨 생각이라도 나신겁니까 이사에르 부제님”아가토 사제가 그에게 말했다.“푸른색 영대가 영국 런던의 박물관으로 옮겨졌다고 들었습니다.”기억을 되짚어보다 생각난 정보였다.“그거랑은 관련이 없지 않을가요..?”미르아 사제가 말했다.“아닙니다. 분명 어느하나 연관지어 보면 나올것입니다

  • 푸른사제들   제2화

    {새벽의 밤을 비추는 천사의 지배 Part 2}​ 2018년 8월 17일 사건 발생 후 약 세시간, ​ “나는 구세주다.. 이 개자식아” 세주는 티비에 나오고 있는 영화 콘스탄틴을 따라하고 있었다. ​ 영화 속 주인공의 퇴폐미 가득한 연기가 세주에게는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 “언제봐도 멋있다니까..” 나름 멋있어보이는 제스쳐까지 취하고나니 그제서야 만족하며 티비를 끄는 그였다. ​ 난 국제심령연구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2학년 구세주 (만 21살)이다. ​ 말만 심령연구대학교이지 실상은 기도만 하는 대형 성당이라 생각하면 된다. ​ 기도문 외우고 찬송가 부르는 게 학점의 대부분인 이름만 번지르르한 곳이니까.. ​ 내가 이 사실을 몰라서 무턱대고 이 학교를 가게 된 건 아니지만.. ​ 우리 집안은 대대적으로 엄청난 가톨릭 집안이다. ​ 적어도 5대 이상 거슬러 올라가는 신심 깊은 집안이었다. ​ 할아버지부터 시작해서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나까지.. ​ 그 위까지는 자세히 모른다. ​ 물려받을게 이런거 밖에 없어서 이렇게 된것도 없지않아 있는것 같지만 난 지금이 편하고 좋다. ​ 할 일도 많지 않고 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사제나 수도사가 되어 먹고살 수 있으니 그냥 흘러가는대로 살아가고 있는중이다. ​ ​ 딱히 특별한 꿈도 열정도 없었기에 정해진 길을 걷는 게 나에게도 가장 쉬운 선택이었다. ​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취미는 있다. 가끔 아버지가 해외에 출장갔다가 돌아오시면 둘이서 땀 흘리도록 했던 킥복싱이 내 하나의 취미이자 행복이었다. ​ 요즘은 아버지가 바쁘셔서 같이 하지는 못했지만 혼자서도 충분히 할 만큼 운동의 매력을 느꼈다. ​ “세주야 아버지에게 연락왔다.” 내 가장 친한 절친이자 눈치가 빠른 범준이 다가와 전화기를 건넸다. ​ 늘 장난기 가득한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웬일인지 사뭇 진

  • 푸른사제들   제1화

    {새벽의 밤을 비추는 천사의 지배 Part 1} 2018년 8월 17일, ​ 화물을 실은 운송차량이 데니가 있는 방향으로 다가온다. ​ 뜨거운 아스팔트 위로 지글거리는 아지랑이가 운전석 너머로 일렁이고 있었다. ​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선글라스를 이마에 걸친 데니가 운송차량에 사인을 보낸다. ​ 온 몸은 땀으로 이미 흥건했지만 쌓여가는 서류만큼은 꼼꼼히 확인했다. ​ “여기까지.. 됐습니다!” 운송차량의 시동이 꺼진다. ​ “담배 한대 피고 올게.” 운전석에서 내린 덩치 큰 아저씨가 입에 담배를 물며 사람이 없는 곳으로 이동한다. ​ 땀과 먼지로 얼룩진 얼굴엔 고단함이 역력했다. ​ “예 빨리 끝내겠습니다.” ​ “그럼 수고하도록.” 아저씨는 현장에서 조금 옆으로 이동한 위치에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 마침 옆에서 같이 서류를 정리하던 날렵한 인상의 비숍이 아저씨를 쳐다보다 데니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 “데니 이것만 정리하고 술이나 마시러가자.” ​ “오늘의 술은 비숍이 사는건가?” ​ “웃기고있네 어제도 내가 샀잖아!” ​ “장난이야 오늘은 내가 살게.” 데니는 한 손으론 목덜미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화물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 “꼼꼼히 봐야돼 저번에도 깨졌잖아.” ​ “걱정마 그래서 두번 점검중이야.” ​ “여긴 이상없고..” 비숍이 손에 들고있던 노트에 표시를 했다. ​ ​ 일주일 전 데니와 비숍은 실수로 운송차량의 번호를 착각해 다른 서류에 사인을 하였고 그 실수로 팀장에게 대차게 혼나며 힘들게 얻은 직장을 잃어버릴 뻔하였다. ​ “일을 그딴 식으로밖에 처리 못해?!“ 팀장의 큰소리에 데니와 비숍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푹 숙이며 죄송하다는 티를 내었다. ​ “하.. 나 참 기껏 에이스라고 뽑았더니 순 초짜구만..!” 화가 안 풀린 팀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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