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새벽의 밤을 비추는 천사의 지배 Part 2}
2018년 8월 17일 사건 발생 후 약 세시간, <대한민국 -서울> “나는 구세주다.. 이 개자식아” 세주는 티비에 나오고 있는 영화 콘스탄틴을 따라하고 있었다. 영화 속 주인공의 퇴폐미 가득한 연기가 세주에게는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언제봐도 멋있다니까..” 나름 멋있어보이는 제스쳐까지 취하고나니 그제서야 만족하며 티비를 끄는 그였다. 난 국제심령연구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2학년 구세주 (만 21살)이다. 말만 심령연구대학교이지 실상은 기도만 하는 대형 성당이라 생각하면 된다. 기도문 외우고 찬송가 부르는 게 학점의 대부분인 이름만 번지르르한 곳이니까.. 내가 이 사실을 몰라서 무턱대고 이 학교를 가게 된 건 아니지만.. 우리 집안은 대대적으로 엄청난 가톨릭 집안이다. 적어도 5대 이상 거슬러 올라가는 신심 깊은 집안이었다. 할아버지부터 시작해서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나까지.. 그 위까지는 자세히 모른다. 물려받을게 이런거 밖에 없어서 이렇게 된것도 없지않아 있는것 같지만 난 지금이 편하고 좋다. 할 일도 많지 않고 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사제나 수도사가 되어 먹고살 수 있으니 그냥 흘러가는대로 살아가고 있는중이다. 딱히 특별한 꿈도 열정도 없었기에 정해진 길을 걷는 게 나에게도 가장 쉬운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취미는 있다. 가끔 아버지가 해외에 출장갔다가 돌아오시면 둘이서 땀 흘리도록 했던 킥복싱이 내 하나의 취미이자 행복이었다. 요즘은 아버지가 바쁘셔서 같이 하지는 못했지만 혼자서도 충분히 할 만큼 운동의 매력을 느꼈다. “세주야 아버지에게 연락왔다.” 내 가장 친한 절친이자 눈치가 빠른 범준이 다가와 전화기를 건넸다. 늘 장난기 가득한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웬일인지 사뭇 진지한 얼굴이었다. “아버지가 갑자기 왜?” “내가 어떻게아냐 빨리 받아봐” 시끄럽게 울려대는 전화를 받자 아버지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렸다. 왠지 평소와 다르게 불안하고 조심스러운 어조였다. “아버지 무슨일이에요?” “세주야 아빠 멀리 출장 갈 거 같은데 집으로 내려와서 엄마랑 같이 좀 있어라.” “아 귀찮은데요.. 기숙사가 편하단말이에요.” “네 엄마 요즘에 또 악몽꾼단 말이야 너가 옆에 있어줘야 해.” 엄마는 내가 여섯살이 된 직후부터 악몽을 꾸셨다고 한다. 악몽의 주된 내용은 다 하나같이 살인, 재해 등이고 반드시 우리 가족이 그 사건들에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 악몽은 단순한 꿈이 아니라 곧 현실에서 벌어질 비극을 예견하는 듯 섬뜩했다. “집으로 올거지?” 아버지가 내게 물었다. “아버지는 어디로 출장 가시는거에요?” 내가 묻자 아버지가 잠시 망설였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짧은 한숨이 세주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좀 먼곳으로 가게됐는데 금방 올거야 걱정하지마.” “네.” 뭔가 마음에 걸렸지만 더이상 묻지않았다.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잠시 바라보았다. “왜 그러고있냐 어디 아프냐.” “범준아 나 잠시 집에 좀 내려갔다 와야 될거같네.” “왜 무슨일있냐??” “무슨일까지는 아니고 아버지가 잠시 출장을 가신다고 해서 집 볼사람이 없네.” “아아 그럼 학교는?” “잠시동안은 통학 할거같아.” “그래그래” 쇼파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간 세주는 책상에 앉았다. “필요한것만 챙겨서..” 그는 서둘러 책상 위에 넓부스러져 있는 노트와 성경책을 가방에다 담았고 챙기다가 아까 낮에 잠시 조사해 본 푸른십자회에 대해 쓴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구글링으로 우연히 발견했던 낡은 웹 페이지의 기사였다. “푸른십자회.. 분명 어디서 들어봤는데.” 잊혀진 퍼즐 조각처럼 이름은 낯설지 않았지만 전체 그림은 물속에서 적은 볼펜처럼 흐릿했다. “그래.. 일단 챙겨는 보자” 조사한 기사도 가방에 챙기며 지퍼를 잠군다. “준비완료..” 범준이 옆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본다. “다치고 댕기지나마라~” “알았으니까 기도나 하세요~” 난 맞받아치며 미소를 지었다. *** 2018년 8월 18일 오전 6시 “야! 집갔다온다며!!” 아영은 새벽부터 어쩐 일인지 잔뜩 부어오른 얼굴을 한 채내게 말했다. 아.. 참 아영이는 같은 2학년의 여사친이다. 그녀의 얼굴은 수수하고 평범해 보이는 외모였지만 또렷한 붉은색의 눈동자와 그 속에 담긴 깊이가 묘하게 시선을 잡아끄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어.. 얘 왜 데리고왔냐.” “왜 나한테 아무말도 안하고가냐!!!” 어린아이처럼 투덜대는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서운함이 가득하게 묻어 있었다. “너한테 굳이 말해야돼..?” “그야.. 뭐 .!!” 아영이 붉어진 얼굴을 숙이며 소리쳤다. “아영이가 너 진짜 좋아하나보다.” 범준이 옆에서 거들었다. “그런거 아니야..” 내가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고 아영이는 약간 실망한 듯 나를 쳐다봤다. “뭐..” “미워!!!” 그녀는 뒤로 돌아 황급히 자신의 기숙사로 도망갔고 난 얕은 한숨을 쉬었다. “미치겠다.. 진짜” “왜 아영이 정도면 예쁜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예쁘긴한데 뭔가 사귀게되면 이것저것 귀찮을거같아..” 자유분방한 성격의 세주에게 연애는 사슬로 억압된 족쇄와도 같았다. “그건 그래..” 범준도 공감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아영이는 잘 달래볼테니까 편하게 갔다와” “옙..” 세주는 곱슬 머리를 긁적이며 범준이의 말에 답했다. 무거운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기숙사를 빠져나왔다. “네 아버지 지금 집가는 버스 탈려구요.” 교문을 나서자마자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래 아빠도 새벽 비행기타고 가고있는중이다.” 목소리에는 피곤함이 묻어나있었지만 아들을 안심시키려는 노력이 와닿았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그래 알겠다.” 이번에는 전화를 먼저 끊지않았다. 아버지가 먼저 끊으실때까지 기다렸다. 전화가 끊기고 휴대폰을 집어넣은 뒤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는 10분 정도가 지나서야 왔고 난 맨끝자리로 가 앉으며 가방을 풀었다. 새벽 버스라 그런지 사람은 나 말고는 없었다. 조용한 정적을 마쉬며 창밖 너머를 보고있는데 중년의 버스 기사님이 말을 걸었다. 도시의 새벽은 예상외로 조용했고 가로등 불빛만이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학생 혼자탔네..” “아 네 급히 갈 때가 있어서요!” “그렇군.. 아니 혼자가 아닌데?” “네..?” “학생 하나랑 아주머니 두분이 더 타고있었네요..” 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차가운 새벽 공기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기사님 저 혼자타고 있어요.” “아니네.. 학생 하나랑 아주머니 둘, 할머니 한분도 있었군요..” 기사님의 목소리에는 어딘지 모르게 섬뜩한 확신이 담겨있었다. “할머니는 또 어디에 있다는거야..” 무언가 잘못된걸 온몸으로 직감하였지만 몸은 내 통제를 따라주지않았다. 손끝이 차가워지고 등골에 오싹한 한기가 돌았다. “학생..” “네..!?” “학생 뒤에..” 맨끝자리에서 뒤를 돈 세주는 흰자만 남은 할머니 한 분이 버스 밖에서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형체를 보았다. 유리창을 통해 비치는 희뿌연 눈동자는 찢어질 듯한 공포를 선사했다. “뭐야..!!”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지만 앞에는 다리랑 팔이 잘려나간 아주머니 둘이 고개를 내 시선에 맞추며 꺾고 있었다. 뼈가 으스러지는 기괴한 소리와 함께 목이 비틀리는 그들의 모습은 현실이기를 거부하는 잔혹한 그림이었다. “허억..!” “학생..!!!” “으아악..!” 정신을 차리자 기사님이 나를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숨이 가쁘고 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무슨일이야!! 정신차려봐!” 기사님의 두꺼운 목소리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귓가에 환청이 맴도는 듯 자꾸만 메아리친다. “진정됐습니다 그만 흔들어주세요..” “그래..” “어떻게 된거죠..?” “정류장에 도착하고 백미러로 뒤를 확인하니 학생이 흰자만 보이는 상태로 자기 목을 조르고 있더라고.” 기사님의 눈빛에는 경외심과 함께 미심쩍은 표정이 스쳐 지나간다. “그래서 말릴려다가 학생이 깨어난거고..” 난 머릿속을 정리했다. “그냥 악몽을 꾼거 같습니다..” 자신에게 벌어진 초현실적인 경험을 애써 외면했다. 머리를 손으로 한대 툭 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를 내렸다. ‘하아.. 기이한 꿈이야..!’ 약간의 어지러웠던 통증이 한번에 몸에 동반되었고 세주는 버스정류장에서 주춤하다 그대로 쓰러지고 만다..{테이레시아스의 계백 Part 4}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한 이사에르 부제는 라이덴 사제와 미로 속으로 발을 들인다.“이렇게 된 이상 무작정 헤매는 것보단 방법을 찾아야겠어요.”이사에르 부제가 말했다.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었다.“맞습니다. 저를 따라오세요.”라이덴 사제가 앞장서며 벽면에 오른손을 짚었다.손가락으로 벽의 재질을 확인하며 조금씩 쓸어내리는 그의 표정에는 낯익은 무언가를 떠올리는 기색이었다.“예전에 일본 여행 중에 들렀던 미로 터널이 이곳과 구조가 비슷하네요.”“그런 곳까지 다녀보셨어요?”이사에르 부제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그때는 그냥 관광이었는데 도움이 될 줄은 몰랐네요.”라이덴 사제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벽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한쪽 벽면만 손으로 짚고 이어진 길을 걸으면 결국 출구를 찾을 수 있다는 원리였다.단순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유일하게 붙잡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었다.“이 방법이면 언젠가는 빠져나갈 수 있을 거예요.”그의 말에 이사에르 부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안도는 오래가지 못한다.이사에르 부제는 손목에 찬 시계를 확인하려다 멈칫하였다.“시간이..!”시계의 초침이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몇 번이나 눈을 비비고 다시 확인해도 마찬가지였다.“라이덴 사제님 이것 좀 보세요.. 시간이 멈춰있습니다.”그가 손목을 내밀었다.라이덴 사제는 그의 시계를 확인하고는 멘탈이 나간다.자신의 시계도 꺼내 보았지만 마찬가지로 초침이 정지해 있었다.“정상적인 공간은 아니군요…”그의 목소리에 긴장감이 멤돈다.스르륵
{테이레시아스의 계백 Part 3}박쥐 떼가 지나간 자리에는 차갑고 축축한 침묵만이 남았다.“다들 괜찮으신가요..?”아가토 사제가 흐트러진 램프 불빛을 고쳐 잡으며 물었다.손등에는 박쥐 날개에 스친 자국이 붉게 남아 있었다.“네.. 놀라긴 했지만 괜찮습니다.”이사에르 부제가 헝클어진 머리를 정돈하며 답했다.네 사람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계단 끝에 도달하자 눈앞으로 더욱 깊은 어둠이 펼쳐진다.램프 하나의 빛으로는 도저히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넓은 공간이었다.“여기가.. 지하실 전부인가요?”라이덴 사제가 물었다.목소리를 낮췄음에도 그 울림이 벽을 타고 이상하리만치 길게 퍼져나갔다.“기록에는 이 아래 예배당 하나가 더 있었다고 되어 있습니다.”자베르안 수도사가 답했다.그의 시선은 여전히 어둠 속 어딘가에 있었다.발걸음을 뗄 때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서늘한 한기가 발목을 타고 올라온다.벽에 걸린 낡은 촛대들은 오래전에 불이 꺼진 채 방치되어 있었고 그 위로 거미줄이 두껍게 엉겨 있었다.이사에르 부제는 자신도 모르게 라이덴 사제의 소매 끝을 살짝 붙잡았다.그 손길에 라이덴 사제는 그를 돌아보았지만 아무 말 없이 걸음의 속도를 늦추며 그와 보폭을 맞췄다.그렇게 얼마나 또 걸었을까, 하나로 이어졌던 통로가 세 갈래로 갈라지는 넓은 공간으로 변해있었다.“이상하네요.. 지도에는 이런 갈림길이 없었는데..”자베르안 수도사가 미간을 좁히며 중얼거렸다.그 순간이었다.콰앙-!!발밑에서부터 시작된 굉음이 지하실 전체를 뒤흔들었다.천장에서 돌가루가 쏟아지고 벽
{테이레시아스의 계백 Part 2}2019년 10월 4일 오전 5시 44분(동일시), 아영은 책상에 앉아 고민에 빠진다.하고 있던 수업 노트를 손으로 덮고 긴 한숨을 내쉰다.책상 위 스탠드 불빛만이 방 안을 밝히고 있었고 창밖은 태양이 떠오르기 전이었다..그녀에게도 최근 들어 기이한 일들이 벌어졌다.가슴 한편에 묻어 세주와 범준이는 알지 못한다.처음으로 일어난 기이한 일은 그녀가 수업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던 도중이었다.밤공기가 유독 축축했고 가로등 불빛 아래 그녀의 그림자만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가로등이 비추는 길을 따라 걷다 옆에 있는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바스락’거리는 기분 나쁜 발소리가 들려온다.아영은 깜짝 놀라 품에 안고 있던 책과 노트북을 놓칠 뻔하였다.“범준아 좋은 말로 할때 나와라..!”그의 장난으로 생각한 아영은 애써 태연한 척 목소리를 높였지만 사실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소리가 난 곳으로 천천히 다가간다.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을뻔하였다.바스락 바스락여러 명의 발소리가 동시에 들리자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확 끼친다.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기숙사까지 내달렸다.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멈출 수 없었다.야생 동물이나 친구들의 장난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정체는 확인하지 못해 이 일은 미궁 속으로 사라진다.두 번째 일은 그녀가 기숙사에서 양치하던 도중 욕실 위 작은 창문에서 누군가의 노크 소리를 들은 일이다.그날 밤도 유독 조용했다.물소리와 칫솔질 하는 소리만이 좁은 욕실 안을 채우고 있었는데 그 정적을
{테이레시아스의 계백 Part 1}2019년 10월 4일 오전 5시 23분, “자베르안 수도사님 반갑습니다.”경호원으로 보이는 두 사람 중 한명이 차에서 내린 그에게 인사를 건넨다.“네 반갑습니다.”“근데 옆에 분들은 누구시죠?”수도사 옆에 같이 타있던 나머지 사람들의 정체를 묻는 그였다.“저는 아시리스 사제의 아들 아가토 입니다.”아가토 사제가 흐트러진 복장을 말끔히 정돈하고 인사를 올린다.“아..! 아시리스 사제님이라면 전설적인..”놀란 경호원의 눈치를 본 아가토 사제는 진정하라는 손짓을 하며 일을 키우지 않았다.어찌저찌 성당 안으로 들어온 네 사람은 주변을 둘러보았다.“속죄의 구슬이 발견됐다는 뉴스가 뜬것 치고는 사람들이 없네요.”라이덴 사제가 궁금증을 입 밖으로 뱉었다.성당 안은 고요했다.스테인드글라스 너머로 새벽빛이 스며들었지만 아직 어둠이 짙게 깔린 내부는 촛불 몇 개만이 흔들리며 벽면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오래된 향냄새와 눅눅한 돌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아무래도 그래서 사람들이 없는 거 같네요.”아가토 사제가 말했다.“사실 속죄의 구슬을 처음 발견했다는 수도사는 지금 행방불명되어 연락이 닿지 않고 있습니다.”자베르안 수도사가 입을 열었다.“네!? 그러면 그 구슬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이사에르 부제가 당황한 말투로 그에게 답한다.그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성호를 그었다.“저희도 모릅니다.. 단지 이곳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실밖에는…”자베르안 수도사가 고개를 숙이며 말끝을 흐렸다.그의 시선이 잠시 제단 쪽으로 이동하였다가 바닥으
{행운의 손길은 동쪽에서 Part 7}밤이 되어 세주와 이사벨은 한적한 호텔로 들어간다.서로의 발걸음은 미묘하게 달랐다.이사벨의 걸음은 가볍고 여유로웠지만 세주의 걸음에는 어딘가 불편한 기색이 묻어 있었다.“아가씨가 엄청 아리땁고 예쁘네요. 남자친구분이 전생에 나라를 구했어~~”호텔 카운터에서 일하던 중년의 아주머니께서 이사벨에게 키를 건네주며 반겼다.“그러게요ㅎㅎ”이사벨이 미소를 띠자 세주는 벙찐 채 숙연해졌다.귓불이 조금씩 달아오르는 걸 느꼈지만 애써 표정을 굳힌다.“사장님 저희 그런 사이 아닙니다.”선을 그으며 즐거워 보이는 그녀를 데리고 첫 계단을 밟고 올라서는 그였다.뒷목이 뻐근해지는 것 같아 손으로 슬쩍 문지른다.“아직 남자친구라는 단어는 좀 싫은가 봐??”이사벨이 세주를 떠보며 물었다.장난기 어린 눈빛이 그의 얼굴에 도달한다.“그게 사실이잖아..”세주는 시선을 회피하며 계단 손잡이만 바라보았다.“때로는 거짓이 사실보다 더욱 가치 있을 수 있거든?!”4층까지 힘겹게 올라간 두 사람은 키를 403호 방 도어락에 입력하며 문을 열었다.띠링문이 열리고 눈 앞에는 거대한 침대 하나가 보였다.“침대가 하나뿐이네.. 어쩔 수 없지.”이사벨이 심각한 고민을 하는 척 인상을 찡그렸다.“내가 밑에서 잘게 누나가 침대에서 자.”입구 근처에 위치한 화장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던 세주가 입을 열었다.등 뒤로 문을 닫는 손길이 다급했다.“흐음..”“내가 왜 따라서 호텔로 들어온거지..도대체 이유가 뭐야..?진짜 누나가 걱정돼
{행운의 손길은 동쪽에서 Part 6}2019년 10월 3일 오후 1시 19분, “어때요.. 제법 그럴싸하죠?”최아랑은 개인 수영장에서 비서인 임다미와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물결이 잔잔히 흐르는 수영장 위로 그의 여유로운 미소가 비쳤다.“네 기이한 느낌이 들어요.”비서는 최대한 그의 비위를 맞춘다.목소리는 굵고 단결하였다.“근데 다미씨 제가 편한 옷으로 입으라고 말하지 않았나요??”아랑은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을 지적하며 질문을 건넸다.나른한 말투와 달리 눈빛에는 서늘함이 깃들어 있었다.“최대한 얇은 옷으로 입고 왔습니다.”그녀는 민소매 하나를 걸친 채 그의 옆에 누워있었다.그녀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절 자극하지 못한다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사실을 아직 깨우치지 못하였나요?”아랑은 그녀가 입고 있는 나시를 손으로 찢으며 몰아붙인다.그의 표정에는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겠습니다.”다미는 고개를 숙였다.“됐습니다. 오늘은 이만 가보세요.”그는 그녀의 찢긴 옷 내부의 속살을 훑어보다 질렸는지 임다미를 밖으로 내쫓았다.벌레를 치우는 무심한 인간처럼.“하아.. 버러지 같은 인간 주제에.”아랑은 머리를 물에 처박으며 생각에 잠긴다.물속에 잠긴 순간에도 그의 머릿속은 냉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그래 서서히 완성되어 가고 있구나..’그는 손을 물에다 휘저으며 오라를 내뿜었다.스르륵수면 위로 서늘한 기운이 번져 나갔다.“군주님 준비는 다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