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새벽의 밤을 비추는 천사의 지배 Part 3}
2018년 8월 18일 오전 11시 10분, <이탈리아 -바티칸시티> 교황청의 문이 열렸고 강인한 인상의 구범주 사제 (나이:45세)가 안으로 들어온다. 그의 얼굴에는 깊은 고민의 흔적과 함께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단단함이 돋보였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잘 지내셨습니까.” “물론이지요 구범주 사제는 어떻게 지냈습니까?” “요 며칠은 바빴습니다.” 바기엘 사제 (나이:46세)는 안경을 고쳐쓰며 그의 말에 공감을 했다. 그 역시 눈가의 피로를 숨기지 못한채 긴 하품을 하였다. “그럼 다 모였으니 회의 시작하시죠.” 특이한 눈동자색을 가진 아가토 사제 (나이:40세)가 모두를 모았다. 그의 눈동자색은 보라색이다. 이사에르 부제(나이:51세)도 원형 테이블 남은 자리에 착석해 앉았다. 그의 한쪽 귀에는 새로운 보조장치가 연결되어 있었다. “모두들 17일 어제 악령의 기운을 깨달았을 겁니다.” 아가토 사제의 시선은 참석한 모든 사제들을 꿰뚫어보며 이야기를 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바기엘 사제님 정확히 카이로 어디쪽에서 나타났죠?” “카이로에서 유명한 화물 유통회사 시지크 공사현장 안에서 느껴졌습니다.” “으음” 구범주 사제는 바기엘 사제에게서 존경심을 받았다. “그럼 지금은 어디로 이동하고 있습니까?” “영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왜 영국으로 가는거지..” 의문이 생긴 미르아 사제 (나이:45세)를 위해 아가토 사제가 대신 입을 열었다. “그것은 왜 영국으로 가고 있을까요?” “그걸 알기위해서는 그 놈의 정체부터 알아야합니다.” “설마..” 이사에르 부제의 표정에서 무언가 떠오른듯한 주름이 잡혔다. “무슨 생각이라도 나신겁니까 이사에르 부제님” 아가토 사제가 그에게 말했다. “푸른색 영대가 영국 런던의 박물관으로 옮겨졌다고 들었습니다.” 기억을 되짚어보다 생각난 정보였다. “그거랑은 관련이 없지 않을가요..?” 미르아 사제가 말했다. “아닙니다. 분명 어느하나 연관지어 보면 나올것입니다.” 이사에르 부제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구범주 사제가 이사에르 부제의 말에 덧붙이며 확장시킨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연관이 없지는 않을겁니다.” “영국으로 넘어가던 와중에도 살인을 저지르고 있었네요.” 바기엘 사제가 시지크 공사현장 부근 마트에서 처참하게 토막나있는 사람들의 사진을 찾아 들이밀었다. 핏빛으로 얼룩진 사진들은 회의실에 무거운 침묵을 안겨주었다. “참혹하구만.. 주여.” “저기 그 놈의 흔적이 보이네요.” 아가토 사제가 사진 속 토막난 시신 부위에 손가락을 가리켰다. “저희는 아무것도 보이지않습니다.” “붉은색 오라가 희미하게 남아있습니다. 아무래도 그 자는 사물에 깃들어 있는거 같습니다.” 아가토 사제의 영안(靈眼)은 다른 사제들이 볼 수 없는 것을 포착한다. “역시 대단하군요 아가토 사제님..” 미르아 사제가 말했다. “그럼 서둘러 추적하죠 이대로 두면 더 큰 회생자들이 생길겁니다.” 구범주 사제의 목소리에는 단호함과 책임감이 실려 있었다. “구범주 사제님 말이 맞습니다 나눠서 찾는 방법을 택합시다. 그리고 절대 누구에게도 이 비밀이 알려져선 안된다는것을 명심하십시오.” 아가토 사제의 눈빛은 모든 사제에게 경고를 내리고 있었다. 모두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푸른십자회는 비밀리에 진행되는 집단이라 정보가 누설되거나 밝혀지만 집단의 신성시가 하락되고 엑소시즘의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더욱 부정적으로 바뀔것이다. 악령의 존재 자체가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은 곧 사회의 혼란과 신앙의 동요로 이어질 것이었다. “자 서둘러 움직입시다!” 아가토 사제의 말을 끝으로 모두가 교황청 밖으로 나왔다. “이사에르 부제님 성수는 챙겨왔습니까?” “두개 준비했습니다.” “소금 탔습니까?” “두개 다 타지않은 걸로 준비했습니다.” “알겠습니다 제 차로 가시죠.” 구범주 사제가 방금 렌트해 온 차에 시동을 걸었다. 새 차의 시트 냄새가 왠지 모르게 비현실적으로 코끝을 찡그리게 만든다. “앞에 타시죠.” “알겠습니다.” 이사에르 부제는 구범주 사제에 말에 따라 조수석에 탔고 두 사람은 그대로 공항으로 향한다. “미르아 사제님 정보가 나오는대로 연락주십시오.” 바기엘 사제가 휴대전화 번호를 적은 쪽지를 건네며 말했다. 그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쪽지를 건네 받은 미르아 사제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담배 다시 피시는겁니까?” “이게 없으니까 기도 할때마다 자세가 흐트러지더라고요.” 그에게 담배는 단순한 기호품이 아니라 불안과 집중을 다스리는 오랜 습관이었다. “그래도 가능하면 빨리 끊어주십시오.” “그래야겠죠..” 지포라이터를 꺼내 담배에 불을 붙이자 기름 냄새가 바기엘 사제에게까지 다가왔고 묵직한 담배 연기는 미르아 사제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지독하군요..” “그럼 성유(주교에 의해 특별히 축성되어 신성한 효력을 지닌다고 믿는 기름) 냄새도 싫어하십니까?” “하하 이 사람이 참..” 바기엘 사제의 웃음에 미르아 사제가 미소를 지으며 담배를 피었다. “그럼 저도 먼저 가보겠습니다.” “네 들어가세요.” 바기엘 사제가 먼저 인사를 하며 자리를 떠났고 미르아 사제는 교황청을 바라보며 마지막 모금을 빨았다. “악령이 사물에 깃들어있다고..?” 여태 악령이 사물에 깃든 사건 보도는 본적도 없고 미르아 사제는 신부가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이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공포감이 더욱 커져만갔다. 이는 그가 아는 모든 악마학의 지식을 뛰어넘는 미지의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아가토 신부님 자료들은 준비해왔습니다!!” 젊은 수도복을 입은 아가토의 수도자들이 회의실을 부산스럽게 채웠다. “그래 그 자료들 전부 대형스크린에 띄워주세요.” “네 준비하겠습니다!” 아가토의 수도자들이 서둘러 자료를 들고 대형스크린 앞으로 다가갔다. “우리는 그 놈의 흔적을 쫒아다니면서 부마자(마귀가 붙은 사람)를 찾아내야합니다.” 아가토 사제의 목소리에는 추격자의 날카로움이 묻어났다. 그의 눈빛은 이미 악마와의 싸움을 준비하고 있는듯한 기분이다. --- 2018년 8월 18일 오후 2시 28분, <대한민국-서울> “끄윽..” “세주야!! 정신이 좀 들어!?” 일어나보니 눈앞에 어머니가 울먹이며 서 계셨다. 어머니의 눈가는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손은 끊임없이 떨리고 있었다. 난 아무래도 버스정류장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었나 보다. 내가 어떻게 쓰러졌는지도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긴 꿈을 꾼거같은 느낌이다. “어떻게 된일이야!!” 어머니의 걱정스러운 눈빛은 세주의 심장을 아프게 했다. “그냥 잠깐 어지러워서 버스정류장에서 쉬다가 쓰러진거 같아..” 그녀는 세주의 말에 안도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주름진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그녀도 세주가 쓰러지기 2시간 전에 또 악몽을 꾸었다고 한다. 새벽 버스에서 세주가 겪었던 일들과 비슷한 시각이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고요한 비탈길을 따라 걸었다고 한다. 차가운 안개가 발목을 휘감고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심장을 짓눌렀다. 계속 계속 걸어도 끝없는 그 길에 뭔가 이상함을 느껴 잠시 쉬고있는데 전방에서 사람의 인영(사람의 그림자나 자취)이 어렴풋이 보였다고 한다. 형체가 흐릿한 검은 그림자는 서서히 어머니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 검은 물체는 점점 엄마에게로 다가왔고 얼굴을 확인할 수 있을 위치까지 오자 그녀는 깜짝 놀랐다고 한다. 얼굴이 피로 얼룩진 자신의 아들이 서있었다는 것이다. 끔찍하게 훼손된 아들의 모습은 어머니의 심장을 갈기갈기 찢는 고통을 주었다. 엄마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고 곧바로 꿈에서 깼다고 한다. 소름끼치는 꿈은 어머니에게는 단순한 꿈이 아니었다. 매번 현실이 되곤 하는 불길한 예고였다. 엄마의 꿈 이야기를 듣고 난 아까 꾼 꿈과 공통점을 찾아내었지만 그녀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걱정하실게 분명하다. 어머니의 트라우마를 잘 아는 세주는 차마 자신의 꿈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다. 일단은 몸부터 회복하고 병원을 나서는게 우선이니 편안한 상태로 침대에 다시 누웠다. “필요한거 있으면 말하고 엄마 잠깐 밖에서 산책하고 있을테니까.” “네.” 엄마를 보내고 병실에 혼자 남았다. 휴대폰을 꺼내 악몽에 대해 검색하려다가 참았다. 자신이 겪은 초자연적인 현상이 혹시라도 검색 결과로 나타날까 봐 두려웠다.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겠냐..” 한숨을 쉬며 멍 때리고있는데 문득 옛기억이 스쳐지나갔다. “푸른색 불꽃..” “푸른색으로 빛나는 꽃···” ‘푸른십자회..?’ 누군가에게 들었거나 아니면 본 적이 있다는 듯한 묘한 기시감이었다. 휴대폰을 열어 범준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어 왜” “푸른십자회에 대해 조사좀 해줘.” “아니 푸른십자회가 도대체 뭐길래 자꾸 찾아달래..” 범준의 목소리에는 귀찮음과 함께 미심쩍음이 독보였다. 예전에도 한번 그에게 부탁한적이 있었다. “분명히 있다니까.. 이 답답한 놈아” “너가 지금 방황하는 시기라 그래.. 미친거 맞긴한데 조금만 미친거야.” “진짜 존재한다니까 예전에 본적 있는거 같아.” “교수님이나 신부님에게 물어봐도 다 모른다고 하는데 내가 어떻게 찾냐!” 세주는 과거에도 이 정보를 찾으려 하였지만 번번이 실패하며 좌절했었다. “아니 좀 진짜..” “헛소리 하지말고 끊ㅇ.. 세주야!” 아영이가 범준이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내가 찾아줄 수 있는데~!”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아영의 목소리에는 장난기 어린 자신감이 넘쳤다. 아영이의 웃음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린다. “너가 어떻게 찾을건데..” “뭐 다 방법이 있지~” “그럼 좀 찾아줘 부탁이야..” 내가 말하자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럼 내 부탁도 들어주면 찾아줄게.” “무슨 부탁..?” “나랑 사귀자.” 그녀의 말에 범준이와 난 순간 당황했다. 정적은 너무나 길고 어색했으며 공기는 금방이라도 얼어붙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정적이 몇 초간 흐르자 그녀가 다시 말을 꺼냈다. “나랑 사귀자고!!” 두 번째 외침은 더욱 단호하고 확고했다. “야 진심이냐..?” 범준의 얼굴에는 당혹감과 미심쩍음이 뒤섞여 있었다. 친구로서의 오랜 관계가 흔들리는 기분이 혼란스러워 보였다. “그럼 내가 미쳤다고 고백하니? 당연히 진심이지!!” “일단은 푸른십자회에 대해 좀 찾아주고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 세주가 말을 가로채며 입을 열었다. “그럼 내 부탁도 반쯤 수락했다 생각할게~” 아영의 목소리에는 이미 승기를 잡았다는 여유가 담겨 있었고 휴대폰 너머에서까지 그녀의 만족스러운 미소가 그려졌다. 그렇게 아영은 전화를 끊었다. “하아.. 미치겠네.” 세주는 마른침을 심키며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려 애썼다. 걷잡을 수 없이 꼬여가는 상황에 답답함만이 더해져갔다. *** “너 근데 어떻게 찾을건데 푸른십자회에 대해 내가 아무리 찾아봐도 안나오던데.” 범준은 의구심 가득한 눈으로 아영을 바라봤다. 그는 세주를 안심시키기 위해 몇 차례 검색해봤지만 푸른십자회라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너 우리학교 창고 들어가봤냐?” 아영은 고개를 까딱이며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범준을 쳐다봤다. 그녀의 입가에는 능글맞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곳에는 없는게 없어~!” 오래된 폐건물처럼 보이는 학교 본관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은 반짝였다. 마치 숨겨진 보물을 찾아낼 탐험가의 본질과 같았다. 아영은 범준의 휴대폰을 그에게 건네고 곧장 학교 본관으로 달려갔다. “야 같이가..!” 범준은 한숨을 쉬며 아영의 뒤를 따랐다. 쫓아가지 않으면 또 어떤 사고를 칠지 모르는 그녀이기에 직접 따라가기로했다. 비밀에 쌓인 진실에 너머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채..{테이레시아스의 계백 Part 4}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한 이사에르 부제는 라이덴 사제와 미로 속으로 발을 들인다.“이렇게 된 이상 무작정 헤매는 것보단 방법을 찾아야겠어요.”이사에르 부제가 말했다.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었다.“맞습니다. 저를 따라오세요.”라이덴 사제가 앞장서며 벽면에 오른손을 짚었다.손가락으로 벽의 재질을 확인하며 조금씩 쓸어내리는 그의 표정에는 낯익은 무언가를 떠올리는 기색이었다.“예전에 일본 여행 중에 들렀던 미로 터널이 이곳과 구조가 비슷하네요.”“그런 곳까지 다녀보셨어요?”이사에르 부제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그때는 그냥 관광이었는데 도움이 될 줄은 몰랐네요.”라이덴 사제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벽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한쪽 벽면만 손으로 짚고 이어진 길을 걸으면 결국 출구를 찾을 수 있다는 원리였다.단순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유일하게 붙잡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었다.“이 방법이면 언젠가는 빠져나갈 수 있을 거예요.”그의 말에 이사에르 부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안도는 오래가지 못한다.이사에르 부제는 손목에 찬 시계를 확인하려다 멈칫하였다.“시간이..!”시계의 초침이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몇 번이나 눈을 비비고 다시 확인해도 마찬가지였다.“라이덴 사제님 이것 좀 보세요.. 시간이 멈춰있습니다.”그가 손목을 내밀었다.라이덴 사제는 그의 시계를 확인하고는 멘탈이 나간다.자신의 시계도 꺼내 보았지만 마찬가지로 초침이 정지해 있었다.“정상적인 공간은 아니군요…”그의 목소리에 긴장감이 멤돈다.스르륵
{테이레시아스의 계백 Part 3}박쥐 떼가 지나간 자리에는 차갑고 축축한 침묵만이 남았다.“다들 괜찮으신가요..?”아가토 사제가 흐트러진 램프 불빛을 고쳐 잡으며 물었다.손등에는 박쥐 날개에 스친 자국이 붉게 남아 있었다.“네.. 놀라긴 했지만 괜찮습니다.”이사에르 부제가 헝클어진 머리를 정돈하며 답했다.네 사람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계단 끝에 도달하자 눈앞으로 더욱 깊은 어둠이 펼쳐진다.램프 하나의 빛으로는 도저히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넓은 공간이었다.“여기가.. 지하실 전부인가요?”라이덴 사제가 물었다.목소리를 낮췄음에도 그 울림이 벽을 타고 이상하리만치 길게 퍼져나갔다.“기록에는 이 아래 예배당 하나가 더 있었다고 되어 있습니다.”자베르안 수도사가 답했다.그의 시선은 여전히 어둠 속 어딘가에 있었다.발걸음을 뗄 때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서늘한 한기가 발목을 타고 올라온다.벽에 걸린 낡은 촛대들은 오래전에 불이 꺼진 채 방치되어 있었고 그 위로 거미줄이 두껍게 엉겨 있었다.이사에르 부제는 자신도 모르게 라이덴 사제의 소매 끝을 살짝 붙잡았다.그 손길에 라이덴 사제는 그를 돌아보았지만 아무 말 없이 걸음의 속도를 늦추며 그와 보폭을 맞췄다.그렇게 얼마나 또 걸었을까, 하나로 이어졌던 통로가 세 갈래로 갈라지는 넓은 공간으로 변해있었다.“이상하네요.. 지도에는 이런 갈림길이 없었는데..”자베르안 수도사가 미간을 좁히며 중얼거렸다.그 순간이었다.콰앙-!!발밑에서부터 시작된 굉음이 지하실 전체를 뒤흔들었다.천장에서 돌가루가 쏟아지고 벽
{테이레시아스의 계백 Part 2}2019년 10월 4일 오전 5시 44분(동일시), 아영은 책상에 앉아 고민에 빠진다.하고 있던 수업 노트를 손으로 덮고 긴 한숨을 내쉰다.책상 위 스탠드 불빛만이 방 안을 밝히고 있었고 창밖은 태양이 떠오르기 전이었다..그녀에게도 최근 들어 기이한 일들이 벌어졌다.가슴 한편에 묻어 세주와 범준이는 알지 못한다.처음으로 일어난 기이한 일은 그녀가 수업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던 도중이었다.밤공기가 유독 축축했고 가로등 불빛 아래 그녀의 그림자만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가로등이 비추는 길을 따라 걷다 옆에 있는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바스락’거리는 기분 나쁜 발소리가 들려온다.아영은 깜짝 놀라 품에 안고 있던 책과 노트북을 놓칠 뻔하였다.“범준아 좋은 말로 할때 나와라..!”그의 장난으로 생각한 아영은 애써 태연한 척 목소리를 높였지만 사실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소리가 난 곳으로 천천히 다가간다.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을뻔하였다.바스락 바스락여러 명의 발소리가 동시에 들리자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확 끼친다.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기숙사까지 내달렸다.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멈출 수 없었다.야생 동물이나 친구들의 장난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정체는 확인하지 못해 이 일은 미궁 속으로 사라진다.두 번째 일은 그녀가 기숙사에서 양치하던 도중 욕실 위 작은 창문에서 누군가의 노크 소리를 들은 일이다.그날 밤도 유독 조용했다.물소리와 칫솔질 하는 소리만이 좁은 욕실 안을 채우고 있었는데 그 정적을
{테이레시아스의 계백 Part 1}2019년 10월 4일 오전 5시 23분, “자베르안 수도사님 반갑습니다.”경호원으로 보이는 두 사람 중 한명이 차에서 내린 그에게 인사를 건넨다.“네 반갑습니다.”“근데 옆에 분들은 누구시죠?”수도사 옆에 같이 타있던 나머지 사람들의 정체를 묻는 그였다.“저는 아시리스 사제의 아들 아가토 입니다.”아가토 사제가 흐트러진 복장을 말끔히 정돈하고 인사를 올린다.“아..! 아시리스 사제님이라면 전설적인..”놀란 경호원의 눈치를 본 아가토 사제는 진정하라는 손짓을 하며 일을 키우지 않았다.어찌저찌 성당 안으로 들어온 네 사람은 주변을 둘러보았다.“속죄의 구슬이 발견됐다는 뉴스가 뜬것 치고는 사람들이 없네요.”라이덴 사제가 궁금증을 입 밖으로 뱉었다.성당 안은 고요했다.스테인드글라스 너머로 새벽빛이 스며들었지만 아직 어둠이 짙게 깔린 내부는 촛불 몇 개만이 흔들리며 벽면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오래된 향냄새와 눅눅한 돌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아무래도 그래서 사람들이 없는 거 같네요.”아가토 사제가 말했다.“사실 속죄의 구슬을 처음 발견했다는 수도사는 지금 행방불명되어 연락이 닿지 않고 있습니다.”자베르안 수도사가 입을 열었다.“네!? 그러면 그 구슬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이사에르 부제가 당황한 말투로 그에게 답한다.그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성호를 그었다.“저희도 모릅니다.. 단지 이곳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실밖에는…”자베르안 수도사가 고개를 숙이며 말끝을 흐렸다.그의 시선이 잠시 제단 쪽으로 이동하였다가 바닥으
{행운의 손길은 동쪽에서 Part 7}밤이 되어 세주와 이사벨은 한적한 호텔로 들어간다.서로의 발걸음은 미묘하게 달랐다.이사벨의 걸음은 가볍고 여유로웠지만 세주의 걸음에는 어딘가 불편한 기색이 묻어 있었다.“아가씨가 엄청 아리땁고 예쁘네요. 남자친구분이 전생에 나라를 구했어~~”호텔 카운터에서 일하던 중년의 아주머니께서 이사벨에게 키를 건네주며 반겼다.“그러게요ㅎㅎ”이사벨이 미소를 띠자 세주는 벙찐 채 숙연해졌다.귓불이 조금씩 달아오르는 걸 느꼈지만 애써 표정을 굳힌다.“사장님 저희 그런 사이 아닙니다.”선을 그으며 즐거워 보이는 그녀를 데리고 첫 계단을 밟고 올라서는 그였다.뒷목이 뻐근해지는 것 같아 손으로 슬쩍 문지른다.“아직 남자친구라는 단어는 좀 싫은가 봐??”이사벨이 세주를 떠보며 물었다.장난기 어린 눈빛이 그의 얼굴에 도달한다.“그게 사실이잖아..”세주는 시선을 회피하며 계단 손잡이만 바라보았다.“때로는 거짓이 사실보다 더욱 가치 있을 수 있거든?!”4층까지 힘겹게 올라간 두 사람은 키를 403호 방 도어락에 입력하며 문을 열었다.띠링문이 열리고 눈 앞에는 거대한 침대 하나가 보였다.“침대가 하나뿐이네.. 어쩔 수 없지.”이사벨이 심각한 고민을 하는 척 인상을 찡그렸다.“내가 밑에서 잘게 누나가 침대에서 자.”입구 근처에 위치한 화장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던 세주가 입을 열었다.등 뒤로 문을 닫는 손길이 다급했다.“흐음..”“내가 왜 따라서 호텔로 들어온거지..도대체 이유가 뭐야..?진짜 누나가 걱정돼
{행운의 손길은 동쪽에서 Part 6}2019년 10월 3일 오후 1시 19분, “어때요.. 제법 그럴싸하죠?”최아랑은 개인 수영장에서 비서인 임다미와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물결이 잔잔히 흐르는 수영장 위로 그의 여유로운 미소가 비쳤다.“네 기이한 느낌이 들어요.”비서는 최대한 그의 비위를 맞춘다.목소리는 굵고 단결하였다.“근데 다미씨 제가 편한 옷으로 입으라고 말하지 않았나요??”아랑은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을 지적하며 질문을 건넸다.나른한 말투와 달리 눈빛에는 서늘함이 깃들어 있었다.“최대한 얇은 옷으로 입고 왔습니다.”그녀는 민소매 하나를 걸친 채 그의 옆에 누워있었다.그녀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절 자극하지 못한다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사실을 아직 깨우치지 못하였나요?”아랑은 그녀가 입고 있는 나시를 손으로 찢으며 몰아붙인다.그의 표정에는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겠습니다.”다미는 고개를 숙였다.“됐습니다. 오늘은 이만 가보세요.”그는 그녀의 찢긴 옷 내부의 속살을 훑어보다 질렸는지 임다미를 밖으로 내쫓았다.벌레를 치우는 무심한 인간처럼.“하아.. 버러지 같은 인간 주제에.”아랑은 머리를 물에 처박으며 생각에 잠긴다.물속에 잠긴 순간에도 그의 머릿속은 냉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그래 서서히 완성되어 가고 있구나..’그는 손을 물에다 휘저으며 오라를 내뿜었다.스르륵수면 위로 서늘한 기운이 번져 나갔다.“군주님 준비는 다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