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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Author: 레몬과 향수
“선주야, 표정이 왜 그래? 비단옷이 아까운 거니?”

유지영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유선주에게 물었다.

조령 장공주도 눈살을 찌푸리며 유선주를 바라보았다.

유선주는 화들짝 놀라 연신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에요. 그냥 언니가 어떻게 이 옷을 장공주 전하께 드리게 됐는지 궁금해서요.”

“색이 너무 화려한 옷은 나한테 어울리지 않더라고. 마침 이렇게 화려한 옷이 잘 어울리는 분께 갔으니 오히려 다행이지.”

유지영의 칭찬에 조령 장공주는 환하게 웃으며 그녀를 칭찬했다.

옆에 있던 정씨는 점점 초조해졌다.

“시… 시간이 늦었으니 우린 이만 들어가자꾸나.”

그때 유지영은 전생에 자신을 모함하고 몰아세웠던 여인을 발견했다. 이미 도착하기 전부터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화려한 부광 비단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이수라 불리는 그 여인의 어머니는 이 부광 비단을 수놓은 수녀 중 한 명이었다. 소란을 듣고 달려온 이수는 털썩 바닥에 무릎을 꿇더니 소리쳤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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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안을 거슬러   제328화

    두 태의가 임 태비의 진맥을 보러 왔을 때 임 태비는 이를 거부할 생각이었으나, 태의들이 서 태후의 명이라고 하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결국 그녀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맥을 짚어본 두 태의는 단번에 상황을 파악했지만, 사람들 앞에서 굳이 사실을 폭로하지 않고 보신 탕약 몇 첩만 처방한 뒤 물러갔다.사람들이 물러가자 경왕비가 말했다."어머니, 어제 막 경성에 당도하셨는데 오늘 곧바로 태후 마마께서 진맥을 보라 사람을 보내시다니, 참으로 공교롭지 않습니까."임 태비는 손목을 옷소매 안으로 거두고 자세를 꼿꼿이 고쳐 앉았다. 그러고는 시선을 들어 문밖의 하늘을 흘끗 바라보았다."벌써 십오 년이나 흘렀지만, 나는 아직도 선황께서 왜 그 여자를 황후로 봉하셨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지금의 폐하도 마찬가지지. 멀쩡한 황장자를 두고 왜 유독 현준이만 편애하는지 모르겠다."임 태비가 보기에 황실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이상했다. 속내를 전혀 종잡을 수가 없었다.경왕비는 감히 입을 열지 못하고 침묵했다.아랫사람을 통해 소 상궁이 태의들과 함께 입궁했다가 돌아갔다는 소식을 듣자, 경왕비는 미간을 찌푸렸다. 반면 임 태비의 안색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그 여자가 그리도 두렵더냐?""어머니, 태후 마마께서 사람에게 벌을 주시는 수단은 보통이 아닙니다."경왕비는 자녕궁 불당에서 몇 번 무릎을 꿇어본 적이 있었다. 그 고통은 곤장을 맞는 것보다 훨씬 끔찍했다. 몇 번만 더 시달리면 무릎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다."예전 후궁에 있던 시절, 나와 그 여자는 약간의 친분이 있었다. 나를 아주 모른 척하지는 않을 게다."임 태비가 무심하게 말했다.과거의 일에 대해 임 태비는 경왕비에게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낸 적이 없었다. 오늘에서야 우연히 지나가듯 말을 흘렸다."그때 선황께서는 황후 자리를 두고 오랫동안 결정을 내리지 않으셨다. 그 자리 하나 때문에 수많은 비빈들이 수십 년간 피 터지게 싸웠거늘, 결국 갓 성년례를 치른 어린 계집의 차지가 되

  • 피안을 거슬러   제327화

    동금과 홍주는 그녀가 씻고 옷을 갈아입는 것을 도왔다.반 시진쯤 지나 운청이 돌아왔다."관아에 갔을 때 평안이 밖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평안의 말로는, 누군가 사건 현장에서 세자의 영패를 발견했기 때문에 관아로 가 조사를 받으신 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사건 현장에는 정 세자의 영패도 같이 떨어져 있었고, 현재 정 세자 역시 관아에 머물고 있습니다. 평안은 빠져나갈 방도가 있으니 세자비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전했습니다."그 말을 들은 유지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책을 덮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잠결에 누군가 허리를 감싸 안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가 눈을 뜨자 목덜미 위로 따뜻한 숨결이 닿았다."조금 더 자거라."익숙한 향기를 맡은 유지영은 안심하며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다시 눈을 떴을 때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부자리를 만져보니 아직 온기가 남아 있었다.유지영은 목소리를 높였다."동금아!"동금이 어린 시녀 몇 명을 데리고 들어와 세숫물을 올리며 말했다."세자께서는 반 시진 전에 군영으로 가셨습니다.""간밤의 일이 꿈인 줄 알았는데."유지영은 미간을 문지르며 중얼거렸다.아침 식사를 마친 후, 그녀는 어젯밤 관아에서 있었던 일을 물었다. 동금이 답했다."평안에게 물어보니, 경조 판사께서 조사 결과 이번 일은 세자와 무관하며, 오히려 정 세자와 연관이 있다고 했습니다.""그래?"유지영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묵산마을 보물 도난 사건 당시, 폐하께서 정왕부에게 그 구멍을 메우라 명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누군가 정왕이 엽 가주를 찾아가 은밀히 협박하는 것을 보았다고 합니다. 엽 가주가 거액의 재물을 정왕부에 빌려주었는데 정왕부에서는 발뺌을 했다는군요. 관아에서는 지금 그 일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 합니다."유지영은 그제야 깨달았다. 배현준은 정왕부와 엽씨 집안을 완전히 갈라서게 만들 생각인 것이다."유지란을 감시하거라. 방도를 찾아내어 그 아이가 정신을 차리고 진실을 알게 만들어야 한다."유지영

  • 피안을 거슬러   제3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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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안을 거슬러   제325화

    조원금이 말했다."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조씨 집안은 한성으로 좌천되었고 부모님은 매일 눈물로 지새우셨습니다. 게다가 어린 나이에 경성에 홀로 남은 현준이 걱정에 두 분께서 얼마나 속을 썩이셨는지 모릅니다. 다행히 하늘에 계신 언니가 굽어살폈는지 현준이는 무사히 자라 이렇게 참한 처자를 정실로 맞이했으니, 언니도 구천에서 편히 눈을 감았을 것입니다."유지영은 시선을 내리깔며 애써 웃음을 참았다.조원금은 말끝마다 전 왕비를 들먹이며 임태비의 아픈 곳을 찔렀고, 배현준을 버려두고 자기들만 호사를 누리러 떠난 이들의 비정함을 꼬집고 있었다.제삼자가 나서면 통하지 않을 말도, 조씨 집안의 둘째 아가씨가 하니 설득력이 있었다.경왕비의 손이 파르르 떨었다.그녀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유지영을 쏘아보며 물었다."지영아, 왕부에 친척이 오셨으면 진작에 말해주지 그랬느냐?"유지영이 입을 열려는데 조원금이 그녀의 팔을 지그시 잡았다."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아 제가 입단속을 시켰습니다. 마침 태비 마마께서 돌아오실 줄은 꿈에도 몰랐지요. 이 아이는 효심이 지극하여 제 뜻을 거스르지 못했을 뿐입니다. 오늘 태비 마마도 오셨으니 당연히 아랫사람인 제가 먼저 웃어른을 뵈러 와야 하지 않겠습니까?"조원금은 유지영에게 입을 열 틈도 주지 않고 철저히 감쌌다.경왕비는 원망 섞인 투로 말했다."지영아, 그래도 언질을 주었어야지. 자칫 이모님을 홀대하여 우리 왕부가 예의를 모른다는 소리를 들을까 두렵구나."조원금은 웃음을 터뜨렸다."왕비 마마, 지영이를 탓하지 마시지요. 제가 오던 날 마침 장부를 대조하고 계시더군요. 형부께서 공용 장부에서 십칠만 냥을 빼돌려 친척들에게 저택을 사주지 않았습니까. 행여 제가 불쑥 나서면 무안하실까 봐 참은 것입니다."불과 며칠 전에 벌어진 낯부끄러운 일을 거침없이 사람들 앞에 까발렸다.그 은자로 혜택을 본 임씨 집안 사람들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방금 전까지 경왕비를 거들려던 자들조차 매서운 눈으로 경왕비를 노려보았다.

  • 피안을 거슬러   제324화

    배현준은 유지영과 함께 방비원으로 돌아오자마자 그녀의 손목에서 옥팔찌를 빼버렸다.그러고는 마치 더러운 것이라도 묻은 양 손수건을 꺼내어 손목을 박박 닦았다."앞으로 태비가 네게 무엇을 주든 경계해야 한다. 그곳에 가면 음식은 일절 입에 대지 말거라."배현준의 당부에 유지영은 조심스레 물었다."부군은 임태비를 무척 싫어하시는 듯합니다."단지 혼례에 참석하지 않은 일 때문만은 아닌 듯했다."어머니께서 나를 회임하셨을 때, 경왕에게 첩을 들인 자가 바로 저 여자다. 한겨울 추위 속에서도 억지로 문안 인사를 오게 하여 어머니를 괴롭혔지."배현준은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폐하께 영지로 내려가겠다고 청한 것도 저 여자였다. 그러면서 나는 볼모로 경성에 남겨두었지."그 말을 들으니 유지영은 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배현준의 손을 마주 잡으며 말했다."걱정 마십시오. 절대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습니다."한창 이야기를 나누는데 밖에서 평안이 들어와 전갈을 올렸다."경조 판사께서 급히 세자를 찾으십니다."유지영은 흠칫 놀랐다."아마도 엽 가주 암살 사건 때문일 거다. 다 알아서 할 테니, 걱정할 것 없다. 오늘 밤은 돌아오지 못할 테니 푹 쉬거라."배현준은 유지영을 품에 안으며 다독였다."예."배현준이 자리를 뜨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본채에서 사람을 보내 오늘 밤 가족 연회가 열린다고 전해왔다.유지영은 문득 조원금을 떠올렸다."가족 연회인데 이모님이 빠져서야 되겠느냐. 가서 이모님도 모셔 오너라.""예."가족 연회는 총 세 상으로 차려졌다.양정화와 방현숙도 모두 돌아와 자리를 잡고 있었다.그들은 유지영을 보자마자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었다.그 광경을 본 유지영은 웃음이 나왔다.임태비가 무슨 황제도 아닌데, 왜 저렇게들 기고만장할까.안으로 들어선 유지영은 먼저 나서서 소개를 올렸다."태비 마마, 이쪽은 제 이모님이십니다. 오늘부터 운영원에 머물게 되셨습니다."조원금이 모습을 드러내자, 임태비

  • 피안을 거슬러   제323화

    "상단을 운영하는 곳이 엽씨 가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윤도 하고 있지. 엽 가주와는 경쟁하는 사이라 서로를 잘 알고 있다. 엽 가주 주변의 호위 무사 중에는 당윤의 사람이 심어져 있으니, 엽 가주를 속여 밖으로 끌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다소 위험한 일이긴 했으나, 단번에 성공을 거두었다.이후의 일은 배준형이 사건을 파헤칠 의지가 있는지에 달렸다."그럼 어제는 왜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유지영이 물었다.배현준이 말했다."성공을 확신할 수 없었기에, 미리 말하면 네가 걱정할까 봐 그랬다."이제 엽 가주가 죽었으니 혼사는 당연히 물거품이 되었다. 엽씨 가문이 계속해서 기꺼이 정왕부의 돈주머니 노릇을 할지는 배준형의 능력에 달린 셈이었다."엽씨 집안의 두 딸은 이미 시집을 갔으니, 그들을 다시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면 꽤나 애를 먹을 테지."배현준은 그녀의 손을 만지작거리는 것을 좋아했다. 한 손에 딱 들어오는 것이 만지면 기분이 좋았다.유지영도 그런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잠시 후 평안이 들어와 전갈을 올렸다. 임태비 일가족이 경성에 당도했으며, 반 시진 뒤면 왕부에 도착한다는 소식이었다."그렇게 빨리?"유지영은 내심 놀랐다. 영지에서 경성까지는 적어도 칠팔 일은 족히 걸리는 거리였는데, 이제 겨우 엿새째였다."오는 내내 말채찍을 휘두르며 쉬지 않고 달려왔을 테니 빠를 수밖에."배현준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도착하기까지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기에, 배현준은 그녀가 요기할 수 있게 다과를 내오라 명했다. 유지영은 그의 권유를 받아들여 떡 몇 조각과 함께 차를 마셨다.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임태비가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경왕은 모든 식구들에게 정원으로 나가 영접하라는 명을 내렸다.정문 앞.아랫사람들이 모두 문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마차 몇 대가 문 앞에 멈춰 섰다. 시종이 마차 아래에 발판을 놓자 휘장이 걷혔다.임태비는 여러 시녀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걸어 나왔다.

  • 피안을 거슬러   제165화

    "부인, 소인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닙니다. 방금 노부인께서 둘째 나으리네에 전갈을 전하러 가셨고, 둘째 나으리와 부인께서도 대청으로 향하고 계십니다."시녀가 말했다.정씨는 흠칫하며 되물었다."둘째네가 동의했단 말이냐?"시녀는 모른다며 고개를 저었다.분가를 하라니, 정씨는 전혀 내키지 않았다.국공부의 셋째 부인이라는 이름을 누리는 것만큼 편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나으리는 어디 계시느냐?""아직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 국공 나으리께서 이미 사람을 보내 찾고 계십니다."정씨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더 생각할 겨

  • 피안을 거슬러   제157화

    "형님, 다 오해입니다..."유정혁은 다급히 해명했다."아버지, 그 여인은 경조 판사 나으리께서 데리고 가셨으니 계속 추궁하면 금세 실토할 것입니다."유지영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유정혁은 말문이 막혔다.그는 순간 찔리는 마음에 시선을 피했고, 그 찰나의 표정을 유정남은 놓치지 않았다."큰언니는 금운대에 불공을 드리러 간 게 아니었나요? 어떻게 도중에 누군가가 모략을 꾸밀 것을 미리 알고 북명대사님까지 서풍각으로 모셔 온 건가요?"소식을 듣고 황급히 달려온 유선주가 의혹을 제기했다."큰언니, 이 모든 일이 너무 아귀가

  • 피안을 거슬러   제155화

    그도 그럴 것이, 멀쩡한 사람이 낙태약을 챙겨 서풍각에 올 리는 없었기 때문이다.유지영 역시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아버지를 찾는 일이었기에, 그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술 냄새를 짙게 풍기는 유정남이 동금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 나왔다.비틀거리며 중심도 잡지 못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대기하고 있던 국공부의 호위들이 잽싸게 달려들어 그를 부축해 일층으로 옮겼다.수많은 눈이 지켜보는 앞에서 유정남이 모란각에서 발견되자 정왕의 안색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정왕은 속으로 일을 제대로 처리하

  • 피안을 거슬러   제144화

    반 시진 뒤, 상 내관이 밖으로 나왔다.“경왕 전하, 태후마마께서 이번 일로 크게 마음이 상하시어 병상에 누우셨습니다. 폐하께서는 두 분께 이 자리에서 경전을 필사하며 태후마마의 쾌차를 빌라 명하셨습니다.”상 내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린 내관들이 탁자와 지필묵을 내왔다.“태후께서 어찌 갑자기 쓰러지셨단 말인가?”어리둥절한 경왕에 반해 배현준은 군말 없이 먹을 갈아 경전을 필사하기 시작했다.상 내관이 목청을 가다듬으며 답했다.“유국공께서는 민 소저가 죽음까지 불사하며 이 혼인을 주장한다면 기꺼이 파혼하겠노라 말씀하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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