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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초하
“내가 어디를 가겠어?”

나는 담담하게 되물었다.

[오늘 도시가스 회사에서 점검하러 왔는데, 집에 아무도 없어서 나한테 전화가 왔어. 왜 집에 없어?]

이희연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랬구나.’

나는 이희연이 드디어 내 이상함을 알아차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걸 알게 되자 소리 없이 웃었다.

아직도 그런 허황된 기대를 품고 있던 내가 우스웠다.

“내가 왜 꼭 집에 있어야 해? 나는 외출하면 안 돼? 내 취미생활이라도 즐기면 안 돼? 여행이라도 가면 안 되는 거야?”

이희연의 목소리가 점점 가라앉았다.

[당신 요즘 대체 왜 그래? 밥도 안 하고, 집에도 안 들어오고, 걸핏하면 성질이나 부리고. 이제는 혼자 여행까지 가? 진짜 미쳤어?]

나는 창밖의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안 미쳤어. 그냥 정신을 차린 거야.”

전화기 너머가 순식간에 조용해지더니, 한참 뒤 이희연이 차갑게 웃었다.

[그래. 계속 그렇게 해. 당신이 집에 안 들어오겠다면 나도 안 들어갈 거야. 누가 더 오래 버티나 한번 보자고.]

그렇게 전화가 끊어졌다. 화가 난 최민환은 하마터면 휴대폰을 집어던질 뻔했다.

“희연 씨 미친 거 아니야? 교수씩이나 되는 사람이 조금만 알아보면 네가 입원한 걸 알 텐데, 조금도 신경을 안 쓰잖아!”

화를 내던 최민환의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손을 뻗어 나를 끌어안았다.

“도겸아, 울고 싶으면 울어. 참지 말고.”

나는 최민환의 어깨에 기대 한참 동안 말없이 있다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이제 눈물도 안 나.”

남자는 함부로 눈물을 보이지 않는 법이다.

게다가 가치도 없는 사람을 위해 우는 건 더더욱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사흘 뒤 몸이 거의 회복되자, 퇴원 수속을 하고 짐을 가지러 집으로 돌아갔다.

문을 열고 들어간 나는 잠시 멈칫했다. 뜻밖에도 이희연이 집에 있었다.

시선이 마주치자 몇 초간 공기가 얼어붙은 듯 정적이 흘렀다.

그러나 먼저 입을 연 건 이희연이었다.

“왔어? 어디 놀러 갔다 왔어?”

나는 대답하지 않고 곧장 침실로 들어가서 서랍을 열고 서류들을 확인했다.

그러나 뒤에서 이희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 예전부터 자동차 여행 해 보고 싶다고 했잖아. 마침 집도 정했으니까 차도 바꿀 때 됐고. 내일 차 보러 가자. 다음에 휴가 내면 내가 같이 가 줄게.”

내 손이 잠시 멈췄다.

예전 같았으면 이 말을 듣고 기뻐서 밤새 잠도 이루지 못했을 테지만 이미 늦었다.

“됐어.”

뜻밖의 거절에 이희연이 미간을 찌푸렸다.

“왜?”

‘그야 새 차는 이미 샀으니까. 그리고 앞으로 내가 가는 곳에는 더 이상 넌 없을 테니까.’

“그냥.”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받아들이지 않자 이희연의 인내심도 결국 바닥났다.

“한천이 계속 나한테 당신한테 좀 잘해 주라고 해서 그러는 건데, 당신은 이게 무슨 태도야?”

나는 비웃듯 웃었다.

“유한천이 말하면 다 들어? 그럼 죽으라고 하면 죽을 거야?”

이희연의 얼굴이 새하얗게 굳어졌다.

“당신 요즘 말하는 게 왜 이렇게 변했어?”

나는 고개를 숙이고 이희연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계속 서류를 정리했다.

이희연은 그 자리에 서서 가슴을 들썩거렸다.

그러더니 한참이 지나자 차갑게 웃었다.

“그래. 우리 둘 다 좀 진정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네. 난 며칠 병원에서 잘 테니까, 혼자 잘 반성해 봐.”

외투를 집어 든 이희연이 문을 거칠게 닫고 나갔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현관문이 다시 닫히고 나서야, 천천히 침대 머리맡으로 걸어가 가방에서 서류들을 꺼냈다.

첫 번째는 이미 서명이 끝난 이혼 합의서였고, 두 번째는 내 정관수술 동의서였다.

마지막 세 번째는 며칠 전 받은 정관복원수술 기록이었다.

나는 세 서류를 가지런히 침대 옆 탁자 위에 올려놓고는 캐리어를 끌고 집을 나섰다.

이 집에는 온통 이희연의 흔적이 남아 있었기에, 단 1초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A시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은 호텔에서 묵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자동차 매장으로 향하자 매니저가 반갑게 맞이했다.

“고객님? 차량 준비됐어요.”

막 서명하려던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 차는 어때?”

고개를 돌리자, 멀지 않은 곳에서 이희연이 오프로드 차량 한 대 옆에 서 있었다.

유한천은 그 옆에서 고개를 숙인 채 차량 사양을 살펴보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두 사람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호흡이 척척 맞는 모습이 마치 오래 사귄 연인처럼 보였다.

그러자 매장 직원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두 분 안목이 정말 좋으시네요. 이 모델은 커플이 자동차 여행을 다니기에 특히 좋아서 젊은 부부들이 많이 선택해요. 한번 시승해 보셔도 돼요.”

이희연은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곧바로 운전석에 올라탔다.

유한천은 얼굴을 붉혔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조수석에 올라탔다.

그렇게 두 사람이 시승 차를 타고 매장을 나가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둘 진짜 잘 어울린다. 둘 다 잘생기고 예뻐.”

“같은 학교 출신이라던데? 지금은 같은 병원에서 일한대. 첫 키스로 맺어진 인연이 현실 커플로 된 건가?”

“알파녀에 오메가남이라니, 진짜 잘 어울린다.”

나는 조용히 그 말을 듣고 있었는데, 의외로 마음속에는 어떤 파문도 일지 않았다.

“고객님?”

매니저가 나지막이 부르자, 나는 정신을 차리고 망설임 없이 서명했다.

결제를 마치고 차 키를 받아서 내 차로 향했다.

이윽고 시동을 걸고 기어를 바꾼 뒤 출발했다.

룸미러 너머로 이희연이 탄 차가 나와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내 앞에는 새로운 인생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또한 5년 만에, 나는 마침내 나 자신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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