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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경쟁자

Author: 유다화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7 00:06:37

‘정한아! 다정한!’

얼마만에 듣는 이름일까. 얼마만에 진혜서의 입에서 나온 제 이름일까.

어색함과 그리움이 묻은 소리에 정한이 지그시 혜서를 내려다봤다.

더불어 근래에 이런 행복하고 나른한 시간을 보낸 적이, 제게 주어진 적이 있었던가.

“가방에 달아.”

정한이 혜서의 가방에 손수 키링을 달았다.

“너 닮았다고 주는 거야?”

“생각해보면 난 너한테 제대로 준 게 없네.”

“뭐?”

정한이 씁쓸하게 웃었다.

그 미소를 보고있자니 많은 생각이 겹쳐 흘렀다.

묻고 싶은 건 많고, 들어야 할 대답도 수십가지였지만 혜서는 앞으로 아무것도 묻지 않기로 했다.

그저 지금의 이런 일상을 잔잔한 하루를 당분간은 아무런 생각과 걱정 없이 즐기고 싶었다.

“잠깐만 이러고 있자.”

천천히 가까워진 정한이 혜서를 끌어당겨 안았다. 생각지 못한 그의 행동에 혜서가 당황했다. 가까워진 만큼 정한의 빠른 심장박동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앞으로는 떠나지 않을게.”

“…….”

“약속해.”

숨 죽여 말하는 정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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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로운 다정   52. 열쇠

    일주일간 혜서의 일상은 특별한 것 없이 흘러갔다. 본부장의 말대로 백화점에서는 정한과 선을 지켰고, 조일관은 출소했지만 직접적인 타격도 없었다.그저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갔다.“우리 이제 며칠 안 남았다. 이대로라면 입점 될 거야, 그렇지?”“응. 되고나면 회식이야.”“오케이!”혜서와 새롬이 들떠 말했다. 그간 힘든일도 많았지만 즐거운 일도 많았다. 팝업 스토어들 가운데 여운은 계속해서 부동의 1위를 지켜냈고, 간혹 퇴근후에는 정한과 데이트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그저 여유롭고 감사한 나날들이었다.이대로 그저 이대로만 하루하루가 반복해서 흘러가기를 이때의 혜서는 간절히 바랐다.*“어떻게 됐어요, 지시한 일은?”한성그룹 본사 상무실.태현과 함께 앉아있던 윤미는 제 앞에 앉아있는 남자에게 짧게 물었다.“두 사람 사이에 특별할 것은 아직까지 없었습니다. 연인관계로 보였는데 특이할 점이라면 얼마 전 다정한 대표가 교도소에 들렀다는 겁니다.”“교도소?”윤미의 반문에 남자가 고개를 낮게 끄덕였다.“네. 한참을 그 앞에서 대기중이었는데, 조일관이란 놈이 나오자 자리를 떴습니다. 과거에 다 대표를 찔렀던 피의자였던 놈이더라구요?”“그 놈이 벌써 출소를 했다구요?”태현이 신기한 듯 웃으며 물었다. 남의 일이라 그런지 훌쩍 지나버린 10년이란 시간이 새삼 짧다 느껴졌다.“그리고요?”“그래서 그 놈을 조금 더 알아보니 교도소에서 한동안 다 대표한테 편지를 자주 보냈더라구요.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썩 좋은 내용은 아니었을 겁니다.”처음 듣는 이야기에 윤미의 입가가 느슨히 올라섰다. 굳이 제가 나서지 않아도 한배에 올라타 정한을 괴롭히는 자들이 이토록 많을 줄은 몰랐으니까.“김상미도 알아봐요. 다정한 대표랑 절대 만나서는 안돼요.”이번엔 윤미가 다른 사람의 이름을 거론했다.김상미.과거 정한이 한성에 태어나 눈이 멀기 까지. 그를 돌봐왔던 시터이자 가사도우미였다.“그 여자도 곧 출소예요.”“뭐라구요? 분명 무기징역을 받았는데?”“가석

  • 해로운 다정   51. 각오

    차가워진 밤바람을 피해 따스한 집안으로 두 사람이 함께 들어섰다.정한은 오늘은 혜서의 집에 들를 생각이 없었다. 오늘 밤에 중요한 볼일이 생겨 가 봐야했으니까.게다가 함께 한 공간에 있을 때면 끓어오르는 욕망을 참지 못해 계속해서 혜서를 건드리게 되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려 했다.“잠깐만, 불 좀 킬게.”“…….”“몸만 녹이고 가.”반면 아무런 생각 없이 자신을 집으로 끌어들이는 혜서를 보고 있자니 계속해서 실없는 웃음이 새어나왔다.순수하다 해야 할지….“아…!”혜서가 스위치로 손을 뻗을 때였다. 가녀린 손목을 정한이 낚아채 현관 벽으로 몰아넣었다. 어둠속에서 서로의 얼굴만이 겨우 보이는 조도였다.“자, 잠깐만… 읍!”놀란 혜서의 입술을 그가 겹쳐 키스했다. 뜨거운 혀가 물밀 듯 안으로 들어와 헤집었다. 혜서는 신발도 벗지 못한 채 그에게 매달려 쏟아지는 키스를 전부 받아내야 했다.“집으로 불러들였으면 책임져야지.”“무, 무슨 책임….”“다신 피하지마.”하루 종일 연락을 피한 혜서가 괘씸해진 정한이 미간을 거칠게 구겼다. 이내 다시 입술을 겹친 그가 혀끝으로 혜서의 입안 곳곳을 누볐다.미끄럽고

  • 해로운 다정   50. 염원했던 여자

    앞으로 다가온 정한에게서 그만의 향과 선선한 밤공기 냄새가 훅 끼쳤다.“일이… 좀 많았어.”“그래?”그의 눈길이 자연스럽게 혜서의 손끝으로 향했다. 반면 혜서는 그의 눈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다.“연락은 왜 피했어.”“피하다니. 못 본 거야.”“…….”손톱 끝을 탁탁 뜯는 혜서를 보며 정한이 작은 실소를 내쉬었다. 거짓말도 못하면서 늘 이렇게 절 속이려 드는 게 괘씸하기도 했지만 귀엽기도 했다.“우리, 해야 할 이야기가 많지 않아?”정한이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먼저 말했지만 혜서는 숙인 고개를 들지 못했다.두 사람 사이에서 은숙의 일을 아직 풀어내지 못했다.“내가… 내가 널 볼 면목이 없어, 정한아.”하루 종일 그의 연락을 피한 이유에는 은숙의 일이 컸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꼬인 건지 정한이 그간 제 앞에 나타나지 못한 이유에 은숙이 끼어있단 생각은 단 한 번도 해 본적 없었다.그만큼 10년 전엔 은숙이 정한을 참 좋아했고, 아꼈으니까.“정말… 정말 우리 엄마가 그런 거야? 너한테 그렇게 모질게 하고, 편지를 없애라고 하고…!”그녀가 다그치며 고개를 들었다. 결국 혜서의 눈가가 눈물로 붉어졌다.그런 그녀를 품에 안은 정한이 더욱 흐느껴 우는 혜서를 토닥였다.“아줌마 마음도 이해는 가.”“내가…! 내가 미안해서 널 어떻게 봐… 어떻게… 흑….”정한의 품안에서 혜서의 울음소리가 더욱 커졌다.그간 혼자서 감당해내느라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반갑게 달려와 설레는 마음을 품고 문을 두드렸을텐데.마주한 사람들마다 날카롭게 대하며 마음을 모조리 베어놨으니 얼마나 아프고 괴로웠을까.정한을 생각하며 혜서가 더욱 크게 울었다.나쁜 마음과 감정이라면 모조리 끌어다 정한에게 퍼부었다.원망, 미움, 분노, 실망….나타나지 않는 그를, 편지도 하지 않는 그가 매정하다며 욕하고, 다른 남자와 결혼을 준비했다.“너 이럴까봐 얘기 못했어. 자책하고 괴로워하다가 결국에는 이렇게 나 밀어낼까봐.”“그래도! 그래도 얘기를 해줬어야지.”“하

  • 해로운 다정   49. 을의 위치

    “앉아요.”퇴근 후, 본부장실을 찾은 혜서는 그의 지시에 응접용 소파에 앉았다. 본부장 실은 대표실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조금 더 차분한 느낌이었다.“차 마셔요?”“아니요, 괜찮습니다.”“일은 어때요?”그녀의 물음에 혜서가 차분히 생각에 잠겼다. 본부장이 차갑다거나 어려운 느낌의 사람은 아니었으나 확실히 편한 사이는 아니었으니까.“어렵게 얻은 소중한 기회인만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정말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꼭 백화점 입점까지 노려볼 생각입니다.”“다행이네요. 열심히 하는 것 같아서요. 내가 질문이 좀 많죠?”그녀가 싱긋 웃으며 말했지만 혜서는 계속해서 이 자리가 불편했다.“아닙니다.”“입점까지 노린다니 내가 꼭 진혜서 씨 한테 확인할 문제가 있습니다. 불쾌하게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해요.”“어떤 질문일까요.”긴장감속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다정한 대표님과는 무슨 사이입니까?”“네? 그건 왜….”“이곳이 다정한 대표님의 영향이 미치는 곳이니까요.”정적을 먼저 깬 건 여지원 본부장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정한의 일을 피할 수 없었던 것 같았다.“저희 여운은 정말 부정으로 입점한 게 아

  • 해로운 다정   48. 사그라들 감정

    정한이 불편해 하더라도 예슬은 그저 이 현실이 좋았다. 정한과 약혼이라니.비록 지금은 그가 자신을 밀어내고, 마음을 쓰지 않을지라도 상관없었다. 어른들 말씀에 결혼해 정붙이고 살다보면 없던 마음도 생긴다 했다.어차피 사랑으로 마주해 하는 결혼도 결국엔 식은 감정아래 정으로 살아가지 아니한가.예슬의 결혼 가치관은 부모를 통해 배워 확고했다. 정한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그와 결혼하고 싶었다.혜서가 없는 빈자리에 들어가 그간 정한의 마음을 얻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학창 시절 늘 붙어 있는 둘 사이를 질투하며 진혜서를 미워했다.저와 달리 밝고 따뜻하고 상냥한 그 아이를 비겁한 행동말고는 이길 방법이 없었으니까.“그래, 남자가 큰일을 앞뒀을 땐 빨리 자리 잡는 게 낫지.”다근현 회장도 거들었다. 그 역시 곁에서 정한을 챙기는 예슬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정한을 제외하고 모두가 화목한 자리였다. 모두들 입가에 미소를 내건 채 누구하나 정한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이가 없었다.“이미 마음에 둔 여자가 있습니다.”“……!”정한이 불쑥 이 자리를 깨부셨다. 모두가 그의 발언에 놀란 눈을 해 바라봤다.“여자가 있다고?”“네.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다근현 회장이 가장 놀란 얼굴로 물었다. 늘 조언이든 무엇

  • 해로운 다정   47. 약혼

    “무식하게 반말은!”“넌 유식해서 사람 면전에 대고 앞 담이야, 앞 담은!”타 매장 직원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소리쳤다. 순식간에 사내 식당 직원들이 한데 모여 싸움을 구경하고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난리가 났다.“우리가 틀린 말 했어? 얼마 전에 한성그룹 백윤미 사모님이 그쪽에서 구매하신 뒤로 온라인에서 계속해서 난린데! 이게 대놓고 밀어주는 거지, 뭐야!”“우리도 몰랐어! 그 분이 한성그룹 사모님인지 뭔지!”“그만해, 새롬아.”점점 거세지는 싸움에 혜서가 연신 새롬을 말렸지만 힘이 어찌나 쎈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쪽. 그쪽도 말해 봐요. 다 대표님이랑 무슨 사이인데요? 유독 여운에 자주 들르시는 거 남들이 봐도 뻔히 다 아는데.”“…….”“이 봐, 말 못하잖아?”이번엔 타깃이 혜서였다. 입점이 결정난 후에는 정한과 지금같은 관계가 아니었지만 현재는 그와 연인이었다.아니라고 하기에도 사실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에 혜서가 입만 벙끗거리자 더욱 둘의 의심스러운 사이가 기정사실화 되어갔다.“연인이면 어떻고, 아니면 너네가 뭐 어쩔 건데?”“저 봐, 역시 맞다니까? 부정입점으로 고소할 거야, 당신들!”새롬 역시 난처했지만 끝까지 그녀는 혜서의 편을 들었다.&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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