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문득, 함께 들어 주셨으면 하는 음악이 있습니다.
작년 이맘때 제가 유독 깊이 빠져들었던 노래입니다.
쓸쓸한 가을과도 너무도 어울리는.
‘ONF, Bye My Monster’
요스케의 마지막을 읽은 뒤 이 노래를 들어 보세요.
어쩌면 그가 끝내 하지 못했던 말과, 마지막 순간까지 놓지 못했던 마음이 조금 더 선명하게 다가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청사의 10화를 함께 읽으시면 요스케가 그토록 바라던 마지막 숨결이 어떤 의미였는지 확실히 아실 거예요.
*
111화 마지막 문장에 첫번째 운명이라는 단어에 눈치 채셨을 겁니다.
다음 회부터 두 번째 생으로 넘어가 두 사람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첫 번째 생의 비극을 핏빛 운명의 낙인처럼 마주하게 될 겁니다.
같은 선택으로 다시 비극을 맞이할지, 아니면 다른 선택으로 운명을 바꿀지.
기대해 주세요.
장담컨대 똑같은 전개의 복붙은 아닙니다.
저는 통쾌한 복수보다는 슬픔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비극도 절대 아닙니다.
재미 포인트로 88화를 다시 보시면, 이들의 운명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 힌트가 숨어 있습니다. 확인해 보셔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
여담으로, 제 작품들은 같은 두 주인공들이 다른 세계관에 떨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다른 장르, 다른 결말, 다른 소재로 세계관을 구축해 오고 있습니다.
여기서 유진과 요스케의 기본 세팅값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사실 이름 자체에 기본 세팅이 있습니다.
요스케(洋介)는 바다 즉 국경을 건너는 매개, 즉 선을 넘는 자.
그에 반해, 유진(維珍)은 보물을 지키는, 즉 선을 지키는 자.
요스케라는 이름은 유진의 감정을 뜻하기도 합니다.
이 작품과 결이 비슷한 제 전작 중 ‘운명이지만 너는 인질’을 보신 독자분들이라면, 요스케라는 이름이 얼마나 애절한 의미였는지 확실히 아실 겁니다.
*
사실 이 작품은 연재가 가장 늦어졌지만, 제 작가 인생의 첫 작품이자 전체 세계관의 태동이 되는 **‘최종 보스이자 본체’**입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입니다.
풀어야 할 재미가 아주 많이 남아 있으니, 쭉 함께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제 다음 생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겠습니다.
늘 행복하세요!
“황실과의 결혼까지 마다하더니 이젠 기어이 쇼 가문의 장자자리를 버리겠다는 거냐? 네가 일본 국적을 버리고 미국인이 되겠다고 했을 때도 반대하지 않았다. 근데 너에 대한 내 믿음을 이렇게 배신하는 것이냐.”25세가 되던 해.가문의 장자자리와 계승권을 양도하고 완벽한 자유를 얻기 위해, 요스케는 집안의 최고 어른이자 외삼촌인 조선 총독을 찾아 경성으로 왔다.“네 어미가 이런 널 보면 얼마나 슬퍼할지 생각해 봤니?”“전 부모님의 인생을 살고 싶지 않습니다. 제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군사학교를 다니면서 더 확실해졌습니다. 저는 무신이나 관료가 아닌 의사로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가문에서 강요하는 길은 가고 싶지 않습니다.”“그렇다면 최소한 무신으로서의 소임부터 마쳐라. 집안 대대로 내려온 피를 써보지도 않은 채 네 적성을 운운하는 건 오만이고 어리석은 짓이다. 그때도 안 되거든 그때 떠나거라.”가차없는 거절.국적을 바꾸어도 가문의 잔혹한 굴레는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착잡함과 무력감에 젖은 요스케는 목적 없이 경성의 거리를 방황했다.홀린 듯 발길이 그를 이끌었다. 그리고 3년 전 자주 가던 그 조그만 서점으로 향했다.그곳에 들어서자마자, 익숙하고 오래된 책 냄새에 그의 마음이 편안해졌다.이내 그는 서점 깊은 곳으로 향했다.햇살이 닿지 않는 어둑한 책장 구석에 몸을 묻고 그곳에서 책 한권을 꺼내 들었다.그때, 눈 앞에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마침 그가 숨어든 책장 반대편으로 하얀 쓰개치마를 두른 여인이 다가왔다.그녀는 조심스레 쓰개치마를 스르륵 벗어 내렸다.음영에 답답하게 가려져 있던 얼굴에 낮게 드리운 햇살이 비추었다.흘러내린 천 아래로 새하얀 목덜미와 매끈한 턱선이 선명하게 드러났다.서…… 유진?!순간,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하지만 그의 의기소침했던 심장만은 미친 듯이 들뛰기 시작했다.숨소리 하나, 살짝 비켜선 발자국 소리 하나라도 낼 수 없었다.그녀가 사라질까 그는 온몸을 굳힌 채 바싹 얼어 붙어 있었다.3년
그날 오후.집으로 돌아온 요스케는 셔츠 깃부터 풀어 헤쳤다.마치 올가미에 목이 조인 듯 답답했다.그때 자신의 곁으로 다가온 노집사 칸타가 다가왔다.그는 무심한 척 칸타에게 물었다.태연함을 가장했으나, 살짝 상기된 볼과 미세하게 떨리는 눈빛까지 숨길 순 없었다.“혹시…… 서경선생 가문에 대해 아는 게 있나요?”칸타는 태어나면서부터 모셔온 도련님의 애써 숨긴 표정을 모른 척 넘겨주었다.“조선에서 천재라 불리는 최고의 학자셨죠. 조선인들의 존경도 대단하다 알고 있습니다.”물론 지금은 총독부가 가장 예의주시하는 가문입니다.”“서경 선생에게 여식이 하나 있던데……”요스케의 낮게 흐려지는 목소리 뒤로 묘한 열기가 감돌았다.칸타는 테이블에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아, 그 분…! 어렸을 때부터 워낙 예쁘셔서 주변에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고 들었습니다. 거기다 서경 선생이 그렇게 돌아가시고 부모를 억울하게 잃은 애기씨에게 동정심과 서경선생의 명성이 그분께 쏠렸죠.”“그렇군요. 혹시 남동생이나 함께 사는 남자 사촌들이 있나요?”“그건 왜 물으십니까?”“아니. 그냥… 우연히 보게 됐는데 서점에서 사는 책들이 어린 여성이 읽을 만한 책들은 아니어서…… 거기다 종류도 언어도 너무 다양해서 분명 한 사람을 위한 건 아니었습니다.”“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조부와 단 둘이 사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사촌들도 전부 여사촌들만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경선생의 업적과 대를 이을 아들 자손 없이 돌아가셔서 다들 안타까워 했다는 소문을 들었던 것 같습니다.”“그렇군요. 그럼 가깝게 지내는 남성분이 있을 수도 있겠군요.”“알아볼까요?”“그럴…… 필요는 없습니다.”생전 처음, 그가 여인에 대한 호기심을 내비친 순간이었다.칸타는 오지랖이 발동했다.바로 다음 날, 노집사는 은근히 그에게 말을 건넸다.“알아보니 유진 상에게는 가까이 지내는 남성분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 분 조부가 굉장히 엄하시고 전통을 중히 여겨서 아직도 남녀칠세
이상하리만큼 낯이 익었다.겹겹이 둘러싼 산세와 풍경.오랜 기억의 궤적을 밟는 듯한 착각이 엄습했다.분명 생전 처음 발을 내딛는 땅이건만, 거리 곳곳에 흩어진 모국의 흔적 탓이었을까.익숙함의 탈을 쓴 불안이 뱀처럼 허리를 감아들며 묘한 불쾌감을 불어넣었다.그때 맞은편 길에서 들려오는 분주한 웅성거림에 무심코 시선이 돌아갔다.군중들의 삼엄한 호위를 받으며 그 중심에 선 조선총독의 모습이 보였다.아…… 이래서 불편했나.괜한 잡음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던 요스케는 급히 경성의 어두운 뒷골목으로 몸을 피했다.거칠게 모퉁이를 돌아선 바로 그 순간.“악!”둔탁한 소리를 내며 뒤로 자빠지는 중년의 덩치 큰 아낙. 그리고 뒤를 따르던 가녀린 소녀가 연쇄적으로 중심을 잃고 길바닥으로 쓰러졌다.그는 황급히 소녀에게 먼저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申し訳ありません。大丈夫ですか?」“죄송합니다. 괜찮습니까?”요스케의 커다란 손이 소녀의 코앞에서 멈춰 섰다.하지만 소녀는 사내가 건넨 도움의 손길을 차갑게 무시해 버렸다.살짝 벗겨진 쓰개치마 자락 사이로 소녀의 싸늘한 시선이 요스케를 정확히 꿰뚫었다.어려 보이는 소녀의 꽤나 오만한 시선.그는 픽 실소가 나왔다.조선의 양반가 규수라는 거지.낡아 빠진 전통에 아무것도 못하는 주제에 오만하군.바로 그 찰나.바람을 탄 하얀 쓰개치마가 바닥으로 스르륵 미끄러져 내렸다.골목 틈새로 들이친 붉은 햇살 아래.눈처럼 새하얗고 아기같은 작은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깊고 커다란 유리알 눈동자가 반짝였다.황금빛…… 눈동자……!쿵ㅡㅡㅡ!영혼의 밑바닥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정체 모를 충격.요스케는 손을 뻗은 채 미동조차 하지 못했다.피부 밑바닥에서부터 뜨겁고 아찔한 전율이 오한처럼 솟구쳤다.심장 깊은 곳으로 스며드는 알 수 없는 그리움에 비명이 터져 나왔다.그때 그녀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가녀린 손길로 자신의 옷자락에 묻은 먼지를 가볍게 털어내며 넘어진 유모를 살폈다.“유모 괜찮아? 허리는? 일어날 수
문득, 함께 들어 주셨으면 하는 음악이 있습니다.작년 이맘때 제가 유독 깊이 빠져들었던 노래입니다.쓸쓸한 가을과도 너무도 어울리는.‘ONF, Bye My Monster’요스케의 마지막을 읽은 뒤 이 노래를 들어 보세요.어쩌면 그가 끝내 하지 못했던 말과, 마지막 순간까지 놓지 못했던 마음이 조금 더 선명하게 다가올지도 모르겠습니다.그리고……두 사람이 처음 만난 청사의 10화를 함께 읽으시면 요스케가 그토록 바라던 마지막 숨결이 어떤 의미였는지 확실히 아실 거예요.*111화 마지막 문장에 첫번째 운명이라는 단어에 눈치 채셨을 겁니다.다음 회부터 두 번째 생으로 넘어가 두 사람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첫 번째 생의 비극을 핏빛 운명의 낙인처럼 마주하게 될 겁니다.같은 선택으로 다시 비극을 맞이할지, 아니면 다른 선택으로 운명을 바꿀지.기대해 주세요.장담컨대 똑같은 전개의 복붙은 아닙니다.저는 통쾌한 복수보다는 슬픔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그렇다고 무작정 비극도 절대 아닙니다.재미 포인트로 88화를 다시 보시면, 이들의 운명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 힌트가 숨어 있습니다. 확인해 보셔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여담으로, 제 작품들은 같은 두 주인공들이 다른 세계관에 떨어지는 이야기입니다.그래서 다른 장르, 다른 결말, 다른 소재로 세계관을 구축해 오고 있습니다.여기서 유진과 요스케의 기본 세팅값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사실 이름 자체에 기본 세팅이 있습니다.요스케(洋介)는 바다 즉 국경을 건너는 매개, 즉 선을 넘는 자.그에 반해, 유진(維珍)은 보물을 지키는, 즉 선을 지키는 자.요스케라는 이름은 유진의 감정을 뜻하기도 합니다.이 작품과 결이 비슷한 제 전작 중 ‘운명이지만 너는 인질’을 보신 독자분들이라면, 요스케라는 이름이 얼마나 애절한 의미였는지 확실히 아실 겁니다.*사실 이 작품은 연재가 가장 늦어졌지만, 제 작가 인생의 첫 작품이자 전체 세계관의 태동이 되는 **‘최종 보스이자 본체’**입니다.
장구한 팔 년의 세월을 지났다.그렇게 돌고 돌아 마침내 청사의 그 검은 몽돌 해변에 서 있었다.하얗게 새어버린 긴 은빛 머리카락이 거친 바닷바람에 사방으로 흩날렸다.한때 파괴의 신이라고 불렸던 괴물 같았던 남자의 어깨는 초라하게 야위어 구부정하게 굽어 있었다.철썩이는 파도 위로 일몰의 핏빛 붉은 해가 수평선 너머로 서서히 저물어 가기 시작했다.이제야 왔다.유진, 이곳에 오니 이제야 숨이 쉬어지는구나.자네가 나에게 두 번째 삶을……아니,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비참한 짐승이 아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구원의 기회를 선물해 주었던 이 청사의 몽돌 해변이 너무도 그리웠다.너를 만난 이후로, 이곳은 나에게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었다.유진과 함께 이미 사라져 버린 초가집.그 자리를 바라보는 요스케의 눈동자가 붉게 충혈됐다.미치도록 보고 싶은 나의 여인.맹인 책사는 틀렸다.너는 나에게 불행이 아니라 행운이었다.단 한 번밖에 느끼지 못한 행복이었다.너를 몰랐다면 너를 안지 않았다면 절대로 몰랐을 안식이었다.요스케는 마른 손을 떨며 봇짐 구석에서 오래된 핏자국으로 얼룩진 낡은 칼자루 하나를 가만히 꺼내 들었다.팔 년 전.자신의 아내와 마지막 아이를 무자비하게 베었던 살수가 쥐고 있던 바로 그 검.세월이 흘러 둔탁하게 굳어버린 칼날 위의 검붉은 핏자국들.그는 떨리는 거친 손가락으로 마치 연인의 부드러운 살결을 매만지듯 아련히 어루만졌다.이제……이곳은 나의 무덤이 될 것이다.요스케는 잠시 차가운 바닷바람 사이로 몽돌이 구르는 소리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참 징그럽지 않느냐.너를 죽여 놓고도 네가 있는 곳을 찾아와 너와 함께 묻히기를 바라는 내가……이런 한심한 나란 놈은 죽어서조차 너를 끝내 포기하지 못할 터이니.비겁하게 청한다.제발 부탁이다.나에게 오지 마라.다가올 그 어떤 생에도 내 앞에 다시는 너의 그 고결한 자태를 보이지 말아다오.그의 붉어진 눈시울에서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다시는 나 같은 괴물이 널 붙잡을 수
어둠 속에 파묻힌 채.쇼는 그저 멍하니 자신을 혐오하고 도륙해 내는 가혹한 말들만 매일 밤낮으로 되풀이하며 되뇌었다.타카오는 주군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정신이 완전히 나가버린 천황.최고 상궁과 그녀의 황자를 처형하라는 교지 위에 넋이 나간 천황의 손가락을 잔뜩 움켜 쥐었다.천황은 그에게 질질 힘없이 끌려다녔다.천황의 손을 쥔 타카오의 손아귀가 거대한 옥새를 대신 찍어 눌렀다.이제 타카오에게는 어떤 온기도 자비도 남아 있지 않았다.결국 그는 아내 유키를 배신하고 가정을 버렸다.그 또한 황후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사로 잡혀 그의 온화했던 인간성을 잃고 말았다.복수의 척결.타카오는 반역자들의 무리 앞에 죽음의 사신처럼 군림하듯 섰다.“최고 상궁의 더러운 피, 반역자의 자식에게 사약을 먹여라.”겨우 2살이 채 안된 아이의 입이 강제로 벌어졌다.최고 상궁은 자식인 황자가 사약을 마시는 것을 눈앞에서 발악하며 바라봤다.어린 황자가 피를 토하고 죽자, 타카오는 천황의 검은 장검을 대신 들었다.이내 그 칼날에 최고 상궁의 목이 날라갔다.그 후, 그녀의 배후 무리들을 모조리 처참하게 척결해 내었다.그들의 목이 황궁과 도성 안팍에 걸렸다.처참하게 도륙당한 그들의 머리가 새들에게 쪼아 먹혀 피로 엉켜붙은 살점들이 모조리 사라질 때까지 그 누구도 그들의 사체에 손을 대지 못했다.그날 이후로도.사츠마 내 모든 정사의 결정권과 권력의 칼날은 오직 타카오의 몫이었다.그렇게……지옥의 세월이 흐르고 흘렀다.마침내 황세자 렌이 성인이 되는 16세의 탄생일이 다가왔다.육신을 묶어두던 가혹한 사슬을 풀어내듯.쇼는 황세자에게 천황의 옥좌를 온전히 물려주고 선황제로 쓸쓸하게 물러났다.지난 가혹했던 8년의 세월.황후의 곁에서 그러했듯이.타카오는 그림자처럼 황세자의 곁을 보필하며 지켜왔다. 그리고 변함없이 16세 소년 군주의 곁에 단단히 서 있었다.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쇼는 기다렸다는 듯, 단 하나의 소박한 봇짐만을 꾸려 어디론가 홀연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