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중궁전 내뜰의 옥빛 정각.연분홍색 벚꽃 잎이 기분 좋은 봄바람을 타고 눈처럼 가붓하게 휘날렸다.유진은 고요한 햇살 아래 부사령관 타카오, 그리고 그의 아내 유키와 차분하게 다과를 즐기고 있었다.싱그럽고 푸른 봄바람이 정전의 비단 장막을 은은하게 간지럽히는 평화로운 오후였다.유진의 바로 곁에는 갓 두 살이 된 어린 황세자가 비단 이부자리 위에서 새근새근 고운 숨을 쉬며 잠들어 있었다.“황후 마마, 황세자의 용모가 갈수록 폐하를 쏙 빼닮았습니다. 분명 천황 폐하처럼 강건하고 대골한 자태로 자라나실 게 분명합니다.”유키가 수줍게 찻잔을 내려놓으며 단아한 어조로 건네자.유진은 잠든 아기의 오동통한 뺨을 다정하게 쓸어내리며 서글프고도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이 아이가 절 살렸습니다. 이 아이의 용모가 둘째 황자처럼 저를 닮거나, 여민국의 오라버니라도 닮았더라면 저는 이곳 사츠마에서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을 테니까요.” “만약 그렇다고 했어도, 분명 폐하께서 마마를 반드시 지켜주셨을 것입니다. 저 또한 폐하의 뜻을 받들어 무조건 황후 마마의 안전을 제 일순위로 두었을 것입니다.”타카오가 묵직하고 강건한 의지를 보이며 굳은 표정으로 서약을 올리자.유진은 살짝 난처한 듯 유키를 돌아보며 그를 살그머니 나무랐다.“타카오 상의 충심은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폐하도 저도 유일하게 믿는 저희 사람이시니까요. 그러니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그런 무거운 충심의 맹세는 매번 하실 필요 없으십니다.”“마마.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오라, 제 진심입니다.”“안다고 하지 않습니까. 계속 이렇게 눈치 없이 구시면, 제가 유키 상에게 면목이 없습니다.”그제야 타카오가 멋쩍은 듯 하얀 얼굴을 발그레 붉히며 아내 유키를 바라보았다.“바깥일에 지나치게 진심인 남자는 참으로 남편으로서 꽝이지 않습니까, 유키 상?”유진이 은밀하게 농을 건네자, 유키가 가볍게 손사래를 치며 웃어 보였다.“다행이지 않습니까. 타카오 상의 얼굴이 수려해서. 아니었으면 유키 상에게 벌써
그 찬란한 평화의 정점에서.중궁전(中宮殿) 내실에는 또다시 기적 같은 경사가 났다.황후가 첫 왕자를 출산한 지 기껏해야 겨우 4개월 만에,또다시 천황의 핏줄을 또 한 번 연달아 회임하게 되었다.이 경이로운 연속 회임(懷妊) 소식에 사츠마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사츠마의 새 황실의 굳건한 번영을 증명해 낸 여민국의 공주는, 이제 그 누구도 감히 흠집 낼 수 없는 공공연하고 위대한 사츠마의 국모(國母)로 추앙받기 시작했다.회임으로 전신이 무겁고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유진은 전란의 잔흔으로 여전히 고통받는 이국의 백성들을 향한 구휼 활동과 의료 봉사활동을 멈추지 않았다.“우리 황후 마마는 정녕 신이 내리신 성녀(聖女)이시다……!”천황의 무자비하고 잔혹했던 찬탈로 세워진 새 황실.이어지는 피비린내 나는 정재의 소용돌이 속에서.두려움에 떨던 사츠마 백성들은 유진의 어진 성정에 매일같이 뜨거운 찬사와 사랑을 아낌없이 쏟아내었다.천하의 민심이 황후의 발밑에 완벽히 정착했다.정복 전쟁으로 건국된 위태로웠던 천황의 왕권과 지위도 누구도 감히 침범할 수 없을 만큼 무섭도록 견고하게 강화되었다.당초 대신들과 그들의 책사들이 예견했던 파멸의 우려는 마침내 사라졌다.이제 쇼의 황실은 역사상 가장 풍요롭고 평화로운 사츠마로 변모해 갔다.그것은 국경을 마주한 여민국 역시 마찬가지였다.괴물 쇼군과 세자 부안대군이 맺었던 비밀 조약아래.가혹한 피의 숙청이 끝난 여민국 강토 위에도.비로소 역사상 가장 안온하고 평화로운 치유의 시간이 도래했다.그렇게 다시 10개월이라는 축복 같은 세월이 흘러간 붉은 새벽녘.유진은 중궁전 침상 위에서 마침내 건강한 두 번째 황자를 무사히 순산해 냈다.사내를 끔찍하리만치 빼다 박아 묵직한 기백을 뿜어내던 첫째 황자와 달리.갓 태어난 둘째 황자는 눈부시도록 새하얀 피부와 수려한 골격, 유진을 쏙 빼닮아 천하절색의 용모였다.자신의 여인과 똑 닮은 핏줄을 품에 안은 천황의 심장은 또 한 번 벅차오르는 감동으로 사정없이 요동쳤다.
따스한 금빛 햇살이 중궁전 내실의 붉은 비단 장막 너머로 은은하게 쏟아져 내렸다.은은한 백단향이 피어오르는 침상 위.유진은 갓 태어난 소중한 황자를 품에 안고 다정한 눈빛으로 아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작은 주먹을 꼭 쥐고 유진의 젖가슴에 얼굴을 묻은 아기의 포근한 숨소리가 내실 안을 채웠다.그때 편전의 정무를 마치자마자, 들뜬 발걸음으로 달려온 천황이 내실 문을 성급하게 열고 들어섰다.세상을 얼어붙게 만드는 천황의 위엄 어린 칠흑 곤룡포를 내팽개치듯 벗어던졌다.황후의 앞에서 천황은 그저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 쩔쩔매는 평범한 사내일 뿐이었다.그는 자신의 여인과 아이 앞으로 다가가 무방비하고 다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유진.”쇼는 침상 위로 커다란 몸을 숙여, 아기를 안고 있는 유진의 가녀린 허리와 어깨를 한꺼번에 자신의 넓고 단단한 품 안으로 가득 안았다.그의 억센 팔뚝이 유진의 등을 받치고, 그의 뜨거운 숨결이 유진의 뽀얀 목덜미와 귓불을 간지럽히며 입술을 내리꽂았다.“폐하, 황자가 아직 잠에 들지 못했습니다. 서두르지 마소서.”“내 마음이다. 온종일 이 작은 녀석에게 내 여인을 빼앗긴 기분이라, 편전에서도 정무에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았다.”천하를 호령하는 천황이 갓 태어난 자신의 아들을 향해 묘한 질투와 어리광을 부리자 유진의 붉은 입술 사이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쇼는 유진의 젖은 입술 위에 길게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그녀의 발그레한 뺨과 어깨선을 따라 혀끝으로 은밀하게 살결의 온기를 마셔 올렸다.곧이어 사내의 커다랗고 억센 손이 아기의 조그마한 손가락을 살포시 감싸 안았다.자신의 이목구비를 오롯이 닮은 아기의 모습에 그의 검은 안광이 눈이 시리도록 아늑하게 일렁였다.“이 아이의 이름을…… ‘렌(蓮)’이라 하고 싶다.”쇼는 유진의 황금빛 눈동자를 마주 보며 나직하게 속삭였다.“더러운 핏빛 진흙탕 속에서도 세상에서 가장 고결하고 눈부시게 피어나는 연꽃처럼. 이 아이가 우리의 핏빛 과거와 전란의 상흔을 모두 씻어내고, 나와
중궁전 내전의 붉은 비단 장막 너머.삼엄한 바깥 정세의 소란은 천황과 황후가 머무는 침상 안으로 단 한 자락도 스며들지 못했다.가혹한 안팎의 시선과 위태로운 권력 암투 속에서도.쇼 요스케와 서 유진은 마침내 서로를 온전히 소유한 채 가장 완벽하고도 행복한 꿈결 같은 나날을 함께 보냈다.매일 밤.은은한 향연이 피어오르는 은밀한 침상 위.두 사람은 한 치의 틈도 없이 서로의 살결을 거칠고도 부드럽게 옭아매며 밤을 지새웠다.동이 터오는 푸르스름한 새벽녘이면.여인은 사내의 단단하고 넓은 팔베개에 누운 채 가쁜 숨을 나누며 아침을 맞았다.이제 더 이상 적국의 장수와 공주라는 운명 뒤에 숨어.사랑하면서도 증오해야 했던 그 비참한 정념을 장막 뒤로 감출 이유가 없었다.비로소 처음으로 온 영혼의 고삐를 풀어헤친 채.마음껏 서로를 탐닉하고 열렬히 사랑했다.회임 중에는 관계를 금하는 왕실의 예법 따위는 까마득히 뒤로한 채.사내의 뜨거운 중심이 그녀의 부드러운 속살의 깊은 곳을 파고들며 과거의 상흔과 미련을 남김없이 쏟아내고 또 쏟아냈다.그렇게 국혼이 성대하게 이루어졌던 그 밤으로부터.정확히 일곱 달의 세월이 흐른 어느 푸른 새벽녘.마침내 유진의 진통이 시작되었다.시종들과 책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천황은 중궁전 앞뜰을 밤새도록 초조하게 서성였다.비단 장막 너머로 유진의 가녀린 비명 소리가 새어 나올 때마다.사내의 심장은 검게 타들어 갔다.“왜 이리 오래 걸리는 것이냐! 혹여 황후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이냐!”쇼는 내의원의 어의를 불러 세우며 핏발 선 눈으로 다그쳤다.어의가 바닥에 엎드려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잘 버티고 계시옵니다. 폐하, 너무 심려치 마시옵소서.”“똑똑히 들어라. 혹여라도 일이 잘못된다면…… 황후가 먼저다.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황후의 털끝 하나라도 잘못된다면, 자네의 목숨 역시 무사치 못할 터이니 그리 알라!”“폐하! 명을 받잡겠나이다!”으아앙—!그때 두 사람의 지독한 연모가 맺은 결실이자, 장차
천황을 지독하게 옭아매던 광기 어린 불안은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추었다.더 이상 쇼는 온 천하를 유혈로 물들이던 난폭한 폭군(暴君)이 아니었다.대륙과 본토를 찬탈해 낸 절대 군주가 이토록 온화하게 변모하자, 전란의 화마에 휩싸여 있던 사츠마 본토에도 오랜만에 평화로운 시대가 찾아왔다.붉은 비단 장막 안.핏빛보다 선명한 황제의 포를 벗어 던진 채, 오직 황후의 눈부신 나신을 품에 가두고 침상 밖으로 나갈 줄 모르는 천황.여인의 뽀얀 살결을 쓰다듬고 아찔한 체온을 마시는 사내의 눈빛에는, 세상을 짓밟던 폭군의 서늘함 대신 지독한 연정만이 붉게 넘쳐흘렀다.황궁에서의 성대한 국혼을 치른 지, 고작 한 달 만에.황실은 황후 마마의 귀한 회임(懷妊) 소식이 사츠마 전역과 도성 안팎으로 알렸다.권력의 향방이 온전히 중궁전으로 쏠렸다.하루아침에 여민국의 여인에게 푹 빠져 정사마저 뒷전으로 미뤄두는 천황을 보며, 사츠마의 귀족들과 대신들은 위기감을 느끼며 은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어둠이 짙게 깔린 시마즈의 비밀스러운 밀실.어두운 목조 다다미 방에 귀족 대신들이 한데 모여앉아, 김이 피어오르는 찻잔을 달각거리며 노파심 가득한 안광을 번뜩였다.“천황 폐하께서 여민국의 공주를 품에 안으신 이후로 사람이 너무도 달라지셨소. 과거 쇼군이셨을 때의 그 소름 끼치던 자태와 비교하면…… 가히 다른 사내를 보는 것 같아 기괴할 지경이란 말이오.”차갑게 식어가는 찻잔을 만지작거리던 대신 하나가 낮게 혀를 찼다.“본국을 뒤엎고 옥좌에 오르시기가 무섭게 여민국과의 국혼부터 하명하셔서 다들 의아해하지 않았소? 한데…… 고후비사마의 천하절색 미모를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천황의 그 미쳐버린 정욕이 단숨에 이해가 가더군. 도성 백성들 사이에서는 폐하께서 권력보다는 여인의 치맛자락에만 열중하고 계신다는 비아냥이 나돌 정도요.”대신 하나가 찻잔을 탁 내리쳤다.“거기다 장차 중궁전에서 여민국 핏줄인 왕자 마마까지 덜컥 순산하시게 된다면 어찌 되겠소? 이건 본국의 황제가
눈부신 아침의 금빛 햇살이 중궁전 내실 안으로 화사하게 쏟아져 들어왔다.“고후비사마, 혜선이옵니다. 기침하셨습니까.”혜선의 조간 인사에도 닫힌 내실 안에서 어떤 기척도 없었다.그녀는 조심스러운 손길로 내실의 안쪽 문을 살며시 열었다.그 순간.숨이 막힐 듯 외설적이고도 농밀한 남녀의 결착이 그녀의 시야에 찌르듯 꽂혔다.탄탄한 근육으로 뒤덮인 사내의 넓은 광배근이 시벌겋게 불뚝 솟구친 채 사납게 들썩이고 있었다.그 거구 아래 짓눌린 여인의 눈부시게 새하얀 나신.그녀의 가녀린 다리가 사내의 두꺼운 팔뚝에 걸쳐진 채.사내의 사나운 침탈에 맞춰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마치 가냘픈 새처럼.혜선은 너무 놀라 그 자리에 우뚝 서버렸다.바로 그 순간.거칠게 숨을 헐떡이던 천황의 핏발 선 눈동자와 정면으로 시선이 마주쳤다.“누구냐!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썩 물러가지 못할까!”천황의 시퍼런 호통에, 혜선은 혼비백산하여 그대로 뒤돌아 줄행랑을 쳤다.그의 사나운 일갈에 깜짝 놀란 유진이 붉어진 얼굴을 감추며 몸을 웅크렸다.순식간에 밀려든 수치심.그녀는 어떻게든 그의 품에서 빠져나오려 발버둥을 쳤다.그러자 쇼는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억센 손아귀로 거칠게 움켜잡아 완벽히 결박했다. 그리고 더욱 깊숙하고 강하게 허리를 쳐올렸다.순간 뇌리에 쾌락의 벼락이 쳤다.유진은 그에게 처절하게 복종했다.도망은커녕 그의 목을 끌어안으며 매달렸다.온몸에 퍼진 찌르르한 전율에 넋이 나간 채, 고개를 뒤로 완전히 젖혀졌다.파르르 떨리는 허벅지.사내가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려고 더욱더 내벽을 조이며 가느다란 신음을 쏟아내며 가쁜 숨을 쉬었다.“오늘은…… 이리 거친 게 좋은 것이냐. 유진…… 이렇게 네가 조여대면 내가…… 어떻게 널 놓겠느냐……아하… 하아…!”“폐하…… 아……. 하윽… 너무 깊습니다…… 이러다….”“알았다. 알았으나…… 네가 이리 자꾸 날 끌어 당기며 조이니……”“아…… 안 되겠습니다. 저를 놔주세요.”“이 상태에서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