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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거울로 보지 말고

Author: 이스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20 14:31:17

“대기실이 하나라고요?”

한별보다 승재가 먼저 물었다. 차유리는 일정표의 장소를 짚었다.

“넓은 방입니다. 환복 공간은 가림막으로 나눌 거예요.”

“두 분 소속사와는 어디까지 협의됐나요?”

서진이 묻자 차유리는 출연 조건은 합의됐고 현장 세부 사항을 확인할 차례라고 했다.

해경은 일정표를 받아 서진 옆에 섰다.

“의상은 각자 담당하고, 같이 서는 장면만 색을 맞추면 될까요?”

“그렇게 부탁드립니다.”

서진이 해경에게 휴대폰 화면을 내밀었다.

“이제 우리끼리 싸우면 되겠네. 누가 밝은 옷 입힐지.”

“제가 먼저 골라도 돼요?”

“먼저 보여줘 봐.”

해경이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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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장해서 예쁜 건데, 사귀어 줄 거야?   56화 거울로 보지 말고

    “대기실이 하나라고요?”한별보다 승재가 먼저 물었다. 차유리는 일정표의 장소를 짚었다.“넓은 방입니다. 환복 공간은 가림막으로 나눌 거예요.”“두 분 소속사와는 어디까지 협의됐나요?”서진이 묻자 차유리는 출연 조건은 합의됐고 현장 세부 사항을 확인할 차례라고 했다.해경은 일정표를 받아 서진 옆에 섰다.“의상은 각자 담당하고, 같이 서는 장면만 색을 맞추면 될까요?”“그렇게 부탁드립니다.”서진이 해경에게 휴대폰 화면을 내밀었다.“이제 우리끼리 싸우면 되겠네. 누가 밝은 옷 입힐지.”“제가 먼저 골라도 돼요?”“먼저 보여줘 봐.”해경이 웃으며 사진을 찾는데 한별이 컵을 내밀었다.“식겠어요.”해경은 그제야 그가 돌아온 걸 알아챘다.“감사해요. 십 분 안 넘었죠?”“딱 구 분. 승재가 뛰었어요.”“형이 길 잘못 들었잖아.”승재의 지적에 한별은 컵을 놓고 제 촬영장으로 갔다.해경이 뚜껑을 열었다. 얼음이 가득했다.‘식긴 뭘 식어.’그래도 늦게 받은 커피부터 마셨다.한별이 문 안으로 사라지기 전에 해경이 컵을 들어 보였다. 그가 손을 흔들려다 옆을 지나가는 직원에게 인사하는 척했다.‘누가 보면 손 흔들어 달라고 한 줄 알겠네.’해경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서진의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다음 날 공동 대기실에는 화장대 두

  • 화장해서 예쁜 건데, 사귀어 줄 거야?   55화 같은 층, 다른 촬영장

    해경은 전날 고른 자주색 립을 발랐다. 지우고 평소 색으로 바꿀까 하다가 그대로 나왔다.촬영장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한별과 마주쳤다. 그가 인사보다 먼저 해경의 얼굴을 봤다.“오늘은 안 피곤해 보여요.”“어제는 피곤해 보였어요?”“어제는 회의했잖아요.”칭찬인지 아닌지 따지기 전에 그가 한마디를 보탰다.“그 색 잘 어울려요.”해경은 무심히 대답하려다가 가방 지퍼를 두 번 닫았다.‘엄마도 못 알아본 걸 어떻게 봤지?’“배우님 의상은 안쪽에 걸어뒀어요. 첫 장면부터 확인하시죠.”“네. 또 일 얘기.”한별이 앞서 걷는데 뒤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해경 씨!”강도윤이었다. 한 손에는 커피 두 잔이 들려 있었다. 바로 옆에는 서진이 촬영표를 보며 걸어왔다.“어제 여기서 찍는다고 들었어요. 커피 하나 더 샀는데.”“감사해요. 제 걸 어떻게 아시고요?”“몰랐죠. 두 잔 다 제가 마시려고 했어요.”해경이 웃으며 컵을 받자 한별이 돌아왔다.“그럼 도윤 형 거 뺏은 거예요?”“커피 가지고 배우끼리 싸우지 마세요.”서진이 둘을 번갈아 보고 웃었다. 해경에게는 따로 말했다.“어제 연락 고마웠어. 오늘 일은 나도 내가 맡을게. 우리 촬영장은 저쪽.”두 스튜디오 문이 복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었다. 서진은 오전 내내 바쁠 테지만 눈이 마주치면 인사할 수 있는 거리였다.

  • 화장해서 예쁜 건데, 사귀어 줄 거야?   53화 대답하기 어려운 조건

    화면에 뜬 서진의 이름을 보고 해경은 자리에서 일어났다.“잠깐 통화하고 오겠습니다.”복도로 나오자마자 전화를 받았다.“해경 씨, 지금 바빠요?”“회의 중이에요.”“그럼 짧게 물을게요. 제작팀에서 국내 촬영 의상 지원을 맡을 수 있느냐고 연락이 왔어. 혹시 해경 씨 일인가?”서진의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다. 해경은 닫힌 회의실 문을 봤다.“제가 계속 맡을 예정인 일이에요.”“그렇게 얘기하더라. 그런데 다른 사람을 찾길래.”“누가 제가 빠질 수도 있다고 했어요?”“그런 말은 못 들었어. 국내 촬영에 인력이 필요하다고만 했지.”해경은 휴대폰을 반대쪽 귀로 옮겼다.'모르면 먼저 물어볼 수도 있잖아.'서진이 먼저 연락한 지금, 그 말을 하기에는 자신도 답을 알고 있었다.“지난번에 제가 서진 실장님 일을 못 받는다고 했잖아요. 그 촬영 때문에요.”“알아. 그래서 지금 이상한 거야. 네가 이미 맡은 작품인데 왜 새 사람을 찾는지.”해경은 안도했다가 민망해졌다. 조금 전엔 서진을 의심했으니까.“서진 실장님은 하실 거예요?”“일단 어떤 일인지 들어봐야지. 해경 씨 자리를 대신하라는 거면 네 계약부터 확인해야 하고.”선뜻 안 하겠다는 말은 아니었다.“그래요. 전 지금 그 계약 얘기하러 왔어요.”“알았어. 네가 하는 일이라고는 제작팀에 말할게. 그리고 내가 들은 제안도 보내줄게.”

  • 화장해서 예쁜 건데, 사귀어 줄 거야?   52화 나 빼고 정하지 마요

    “제 일에는 문제 없었다고 발표했잖아요.”해경이 화면을 돌리자 제작팀 책임자가 그 문장을 읽었다.“소속사에서 보낸 안입니다. 아직 결정한 건 없어요.”“그럼 왜 인계까지 적혀 있어요?”“광고주가 국내 촬영에서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 걸 걱정합니다. 촬영을 멈출 수는 없으니까 대안을 달라고 했어요.”해경은 의상 가방이 놓인 쪽을 봤다. 옷마다 자신이 정한 수정 위치가 표시돼 있었다.'사람만 바꾸면 끝나는 줄 아나.'“대안이 필요하면 저도 같이 얘기하죠. 내일 회의에 제가 직접 갈게요.”“그렇게 하시죠. 기록은 제가 전달하겠습니다.”“보류를 결정한 사람은 아직 없는 거죠?”“네. 검토안이에요.”그제야 해경은 파일을 닫았다. 말 한 줄을 확인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공항으로 가는 차에서는 재하가 옆에 앉았다.“네 가방, 내가 위에 올릴까?”“내가 해. 너 카메라부터 챙겨.”재하가 두 손을 거뒀다.“이런 날에도 일은 잘 시키네.”“그럼 좀 도와줄래? 저 작은 상자만.”“말 바꾸는 속도가 빠르다.”그가 상자를 들었다. 해경은 웃다가 다시 휴대폰을 봤다. 기사 아래 새 댓글은 읽지 않았다.“내일 회의 있어.”“알아. 촬영 사진 필요하면 말해. 네가 현장에 있던 시간도 남아 있으니까.”“응. 고마워.”

  • 화장해서 예쁜 건데, 사귀어 줄 거야?   51화 제 이름은 빼주세요

    “국내 촬영 전에 소속사랑 같이 만나야겠습니다.”제작팀 책임자의 말에 해경은 의자에 앉았다.“어떤 내용을 확인하시려고요?”“현장에 영향이 없도록 대응을 맞추자는 겁니다. 광고주 쪽에서도 연락이 왔고요.”“제가 일을 하지 않았다는 글도 확인하셨어요?”“네. 촬영표와 의상팀 인계 기록부터 정리하겠습니다.”해경은 그제야 가방에서 일정표를 꺼냈다.그날 마지막 옷을 반납한 시간, 보조들과 다음 촬영 준비를 마친 시간. 모두 적혀 있었다.사람들이 본 건 퇴근한 뒤의 몇 초였다.'이렇게 길게 일했는데.'그녀는 필요한 기록을 보냈다. 입장문에 자기 이름을 다시 적어 신원을 더 퍼뜨리지는 말아달라고 덧붙였다.책임자는 귀국 다음 날 오전에 만나자고 했다.통화를 마친 해경은 침대에 누웠다.잠들려고 눈을 감았는데 꽃 머리끈이 떠올랐다.그걸 고르며 웃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지는 게 싫었다.그날은 좋았다. 누가 이상하게 붙여놓은 말 때문에 그 기억까지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다음 날 아침, 한별은 입국장을 나오기 전에 메시지를 확인했다.해경이 보낸 링크를 열었다. 승재는 옆에서 소속사에 전화를 걸고 있었다.국내 홍보 담당자가 전화 너머로 사실관계 확인 내용을 설명했다.“연인 관계가 아니라는 입장부터 내겠습니다. 두 분은 업무로만 접촉한 사이로…….”한별은 휴대폰을 받아 들었다.“그건 아니죠.”“배우님, 일단 추측을 차단해야 해서요.”“같이 나간 건 맞아요

  • 화장해서 예쁜 건데, 사귀어 줄 거야?   50화 퇴근도 허락받아야 해요

    “끊기는 싫은데.”해경은 이불 끝을 만지던 손을 놓았다.“그럼 일 말고 다른 얘기 하세요.”“실장님은 뭐 하고 있었어요?”“사진 봤어요.”말해놓고 휴대폰을 귀에서 조금 뗐다. 굳이 어떤 사진인지 해명하지는 않았다.한별이 물었다.“내 얼굴 늘려놓고 보는 건 아니죠?”“배우님 얼굴보다 제 얼굴이 더 작게 나와서요.”“작은 게 아니라 뒤에 숨었잖아요.”“키가 작으면 숨어도 되거든요.”그가 웃었다. 해경은 침대에 등을 기댔다.“도착하면 주무세요. 또 일 얘기하지 마시고요.”“실장님도 자요.”“네.”그런데 둘 다 바로 끊지 않았다.한별이 먼저 낮게 웃었다.“전화 끊는 건 실장님이 더 못하네.”“배우님이 끊기 싫다면서요.”그때 승재가 그를 부르는 소리가 났다.“가야 돼요. 도착하면 연락할게요.”통화가 끝났다.혼자 있는 방이 아까보다 덜 낯설었다.세린에게 전화가 온 건 십 분쯤 뒤였다.“실장님, 지금 혼자 있어요?”“네. 왜요?”“제가 보내는 거 먼저 봐요. 단체방에는 올리지 말고.”해경은 메시지의 링크를 열었다.시장 골목에서 찍힌 짧은 영상이었다.한별이 과자 봉투를 들고 있었고, 자신은 커다란 꽃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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