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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7화

Author: 차라
서재.

천효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녀와 강지훈은 서재에서 잠자리를 한 적이 없다.

강지훈은 이곳에 함부로 사람을 들이지 않았다.

그녀는 옷을 추스르며 의기양양하게 서재로 향했다.

문 앞에 도착해 도우미가 문을 두드리려 하자 천효연이 그녀를 막아 세웠다.

“내가 할게.”

그녀는 도우미를 밀치고 목을 가다듬었다.

“지훈 씨.”

서재 안으로 들어가자 사방이 캄캄했다.

저도 모르게 온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누가 문도 안 두드리고 들어오라고 했어?”

강지훈의 서늘한 목소리가 어딘가에서 들려왔다. 천효연은 강지훈 곁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기에 단 한 마디로도 그의 기분을 알 수 있었다.

“그... 그게 아니라 지훈 씨가 기다릴까 봐 그랬죠.”

천효연은 애써 미소를 짓긴 했지만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어두운 조명 아래, 강지훈이 군화를 신고 뚜벅뚜벅 다가왔다.

천효연은 곧바로 다가가 하얀 팔로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지훈 씨, 이번엔 어떤 컨셉이에요?”

그녀의 얼굴에 혈색이 돌아왔다. 강지훈이 색다른 재미를 찾는 거라 여겼다. 하지만 강지훈의 눈동자는 더없이 어두워져 있었다.

그의 손바닥이 돌연 그녀를 밀쳤다. 천효연은 신음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할 얘기가 있어서 불렀어.”

강지훈은 뼈마디가 툭툭 튀어 올라 있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내일 정원에 가서 소현아한테 사과받아.”

강지훈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지만, 소현아가 너무 멍청해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는 한숨을 쉬며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앉았다.

다른 누가 이렇게 귀찮게 했다면 그냥 죽여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소현아는 다르다.

그녀의 귀엽고 앙증맞은 얼굴만 떠올리면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빙그레 올라갔다.

그의 말에 바닥에 엎드려 있던 천효연은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

“지훈 씨, 난 괜찮아요. 일부러 그런 말한 거 아니라는 거 알아요. 진작 용서했어요.”

그녀는 늘 그랬듯 교태를 부리며 말했다. 이어 천천히 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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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무슨 일이야?”강지훈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속을 알 수 없는 눈동자로 규영과 미진을 쳐다보았다. 미진이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강지훈의 마음속에서 누가 더 중요한지 알 수 없었지만, 말하지 않으면 강지훈과 소현아 사이에 오해가 생길까 두려웠다.또한 조금 전 정원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려보면 주인님이 아가씨를 꽤 아끼시는 것 같았기에 약간의 자신감이 생겼다.“효연 아가씨가 아가씨를 촌스럽다고 욕하고 애완동물이라고 비난하셨습니다. 하지만...”미진은 잠시 머뭇거렸다. 사실 소현아가 진짜 화난 건 그 때문이 아니었다.“알았어.”강지훈은 몸을 기울여 옆의 도우미에게 천효연을 불러오라고 지시했다.곧 빨간 실크 잠옷 차림의 천효연이 도착했다. 옷깃이 너무 깊게 파여 움직일 때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였다.그녀는 도착하자마자 강지훈의 팔을 끌어안고 교태를 부렸다.“지훈 씨, 아까 일은 내가 설명할게요. 우리가 함께 지낸 시간을 생각해서라도 제 말 좀 들어줘요. 이것 봐요... 소현아가 이렇게 만들었어요.”그녀는 강지훈을 야릇하게 쳐다보며 손가락으로 그의 목울대를 어루만졌다. 천효연은 늘 이런 행동을 해왔기에 옆의 도우미는 무표정한 얼굴로 태연하게 서 있었다.강지훈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이에 천효연은 더욱 의기양양해졌다.그녀의 손은 더 대담해졌고 급기야 강지훈의 민감한 부위로 뻗었다. 강지훈이 돌연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렸다.“그 손 조금만 더 움직이면 잘라버릴 거야.”그의 섬뜩하고 싸늘한 눈빛에 천효연은 온몸이 부르르 떨려왔다.강지훈은 영리한 사람이다. 온전히 자신의 뛰어난 능력으로 지금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그는 고개를 돌려 천효연의 머리카락 냄새를 킁킁 맡고는 말했다.“천효연, 너도 애완동물에 불과해. 애완동물이 자기 분수를 잊고 주인 행세를 하면 어떻게 될까?”그의 서늘한 목소리에 천효연은 온몸이 경직되는 것 같았다.“알겠어요.”그녀는 애써 두려움을 참아내며 말했다.강지훈은 손을 흔들어 도우미들을 물리고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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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효연은 어이가 없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노에 꽉 차 있었는데 그 말에 웃음이 터져버렸다.그녀는 두어 발짝 다가갔다.“아프면 아픈 거지. 현아 씨랑 무슨 상관이에요?”그녀가 득의양양한 얼굴로 아래턱을 치켜올리고 말했다. 옆에 있던 규영과 미진은 불안함에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효연 아가씨, 현아 아가씨는 순진한 어린아이 같은 분입니다. 부디 아량을 베풀어 주세요.”규영과 미진은 소현아가 다칠까 두려워 황급히 그녀 앞을 막아섰다.천효연은 가슴 속에서 불덩이가 활활 타오르는 것 같았다. 한낱 도우미 주제에 감히 그녀에게 협박이라니.찰싹 소리와 함께 미진의 뺨에 새빨간 손자국이 새겨졌다. 얼굴이 순식간에 퉁퉁 부어올랐다.돌연 정원에 시간이 멈추고 숨 막힐 듯한 침묵이 흘렀다.천효연은 태연한 얼굴로 손을 툭툭 털고 있었다.“당신 나빠요. 나빠요. 너무 나빠요! 그리고 진짜 못생겼어요!”소현아는 나긋한 목소리로 한 글자씩 또박또박 내뱉고는 천효연의 배를 밀쳐버렸다.그로 인해 천효연은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다가 옆에 있던 장미 가시에 팔을 찔려 비명을 질렀다.“이 나쁜 년이!”천효연은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다친 팔을 부여잡았다. 이어 소현아를 때리려 새빨간 매니큐어가 반짝이는 손을 들어 올렸다.하지만 그때, 커다란 손이 그녀의 손목을 휘어잡았다. 천효연은 고개를 돌려 욕설을 퍼부으려다가 상대를 보고는 즉시 말을 삼켜냈다.“지훈 씨...”강지훈이 이렇게 일찍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소현아도 강지훈을 보고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그녀는 너무 놀란 나머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듯했다.“넌 나중에 봐.”강지훈은 천효연의 손을 뿌리치고 성큼성큼 소현아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맨발을 본 그의 눈동자가 어둡게 가라앉았다.털북숭이 토끼 슬리퍼는 언제 벗겨졌는지, 하얀 발로 잔디를 밟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듯했다.강지훈은 소현아를 번쩍 안아 올려 걸어가다가 규영과 미진 옆을 지나며 잠시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29화

    규영과 미진은 소현아를 걱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걱정 마세요, 현아 아가씨. 좀 더 움직이면 괜찮아질 거예요.”미진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그들은 진심으로 소현아로 인해 기뻐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현아는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입만 삐죽였다.“싫어요. 너무 피곤해요.”소현아는 털북숭이 토끼 슬리퍼를 신고 정원으로 뛰어나갔다. 뒤에는 규영과 미진이 바짝 따라붙었다. 강지훈이 정원에 나가도 되지만 혼자서는 절대 안 된다고 엄포를 놓았었다.규영과 미진은 웃는 얼굴로 그녀를 따라갔다. 하지만 정원에 앉아 있는 천효연을 본 순간 세 사람의 표정은 긴장감으로 굳어버렸다.천효연은 치마를 입고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어쩐지 몹시 초췌해 보였다.“예쁜 언니...”소현아는 작게 중얼거리며 겁을 먹고 한 발짝도 다가가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녀는 지난번 예쁜 언니와 말했다가 강지훈을 화나게 했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그래서 이번엔 똑똑하게 행동하기로 했다. 아무 말도 안 하면 강지훈이 화내는 일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소현아는 말주변이 없어서 사람들의 심기를 건드리기가 일쑤였기에 이번엔 최대한 입을 다물었다.천효연은 소현아를 보자 얼굴이 더욱 어둡게 가라앉았다. 손에 든 물컵을 꽉 말아쥐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돼지야? 지금까지 잠을 잤다고?’그녀는 속으로 조롱하며 겉으로는 억지로 점잖은 척했다.어젯밤엔 강지훈의 뜬금없는 그 말이 농담인 줄 알았었다, 하지만 오늘 새벽 6시도 안 되어 도우미가 들어와 그녀를 깨웠다.도우미는 강지훈이 정원에 갈 준비를 하라고 명령했다고 전했다.그녀는 강지훈이 이곳에 자신을 만나러 올 줄 알고 정성껏 미모를 꾸몄다. 하지만 도착해보니 넓은 정원엔 덩그러니 그녀 한 명뿐이었다.강지훈의 말 때문에 아침 내내 억지로 앉아 있었다. 그 시간 동안 과일 몇 조각이 배달된 게 전부였다.그녀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강지훈이 자신을 벌주는 건지, 아니면 도와주는 건지 갈피를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28화

    소현아는 겁에 질려 동그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몇 발짝 물러섰다.강지훈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는 일어나 그녀 위로 몸을 숙이고 수염이 덥수룩한 턱을 그녀의 가슴에 올렸다. 소현아는 마른 입술을 깨물며 작은 손으로 그의 어깨를 밀었다.“싫어요. 안 할 거예요. 강지훈 씨, 나 배 아파요. 아기들이 안 된대요...”그녀의 목소리는 작고 조심스러웠다. 눈엔 눈물까지 고여 있었다.강지훈은 굳은 얼굴로 그녀를 한동안 쳐다보다가 포기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살살 할게. 그럼 괜찮지?”그는 당근 모양 베개를 집어 그녀의 허리 밑에 받쳐주었다.소현아는 얼마 전 의사가 당부했던 말을 이 이유로 계속 그를 거절해왔다.하지만 그는 이제 한계에 달해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어젯밤 천효연과 시간을 보냈지만, 현란한 스킬의 그녀도 그의 갈증을 해소하지 못했다.천효연을 떼어낸 뒤, 그는 샤워를 마치고 소현아의 방에 들어와 그녀를 안고 잠들었다.“하지만... 매번 그렇게 말하고 아프게 했잖아요. 혹시 나 벌주려는 거예요? 예쁜 언니한테 사과 안 해서요? 예쁜 언니한테 강지훈 씨 아이 낳으라고 해서 화가 난 거죠? 그럼 안 낳으면 되잖아요. 낳지 말아요.”소현아는 가엾게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그녀는 동그란 배를 쓰다듬었다.“하지만 제 뱃속 아기들은 포기할 수 없어요. 지훈 씨...”그녀의 눈빛엔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좋아. 그 여자한테 사과하고 싶으면 해. 정원에 나가고 싶으면 나가고. 내가 너 소원 들어줄게. 근데 너도 내 소원 들어줘야 해. 어때?”강지훈은 이를 부득 갈며 말했다. 도저히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진짜요? 그럼 화 풀 거죠? 사과하면 저한테 화도 안 내고, 저랑 규영 씨, 미진 때리지도 않을 거죠?”소현아는 그의 말을 듣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맑은 눈동자가 그를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강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손은 멈추지 않았다. 거친 손이 부드럽게 그녀의 옷 속을 탐닉했다. 이렇게나 오래 성욕을 참은 건 처음이었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27화

    서재.천효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녀와 강지훈은 서재에서 잠자리를 한 적이 없다.강지훈은 이곳에 함부로 사람을 들이지 않았다.그녀는 옷을 추스르며 의기양양하게 서재로 향했다.문 앞에 도착해 도우미가 문을 두드리려 하자 천효연이 그녀를 막아 세웠다.“내가 할게.”그녀는 도우미를 밀치고 목을 가다듬었다.“지훈 씨.”서재 안으로 들어가자 사방이 캄캄했다.저도 모르게 온몸이 부르르 떨려왔다.“누가 문도 안 두드리고 들어오라고 했어?”강지훈의 서늘한 목소리가 어딘가에서 들려왔다. 천효연은 강지훈 곁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기에 단 한 마디로도 그의 기분을 알 수 있었다.“그... 그게 아니라 지훈 씨가 기다릴까 봐 그랬죠.”천효연은 애써 미소를 짓긴 했지만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어두운 조명 아래, 강지훈이 군화를 신고 뚜벅뚜벅 다가왔다.천효연은 곧바로 다가가 하얀 팔로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지훈 씨, 이번엔 어떤 컨셉이에요?”그녀의 얼굴에 혈색이 돌아왔다. 강지훈이 색다른 재미를 찾는 거라 여겼다. 하지만 강지훈의 눈동자는 더없이 어두워져 있었다.그의 손바닥이 돌연 그녀를 밀쳤다. 천효연은 신음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할 얘기가 있어서 불렀어.”강지훈은 뼈마디가 툭툭 튀어 올라 있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내일 정원에 가서 소현아한테 사과받아.”강지훈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지만, 소현아가 너무 멍청해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그는 한숨을 쉬며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앉았다.다른 누가 이렇게 귀찮게 했다면 그냥 죽여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소현아는 다르다.그녀의 귀엽고 앙증맞은 얼굴만 떠올리면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빙그레 올라갔다.그의 말에 바닥에 엎드려 있던 천효연은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지훈 씨, 난 괜찮아요. 일부러 그런 말한 거 아니라는 거 알아요. 진작 용서했어요.”그녀는 늘 그랬듯 교태를 부리며 말했다. 이어 천천히 강지훈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26화

    잠옷 사이즈가 커 입자마자 한쪽 옷깃이 흘러내렸다.강지훈이 차갑게 말했다.“괴롭힘 당하고도 고자질 안 해?”소현아는 여전히 망설이고 있었다.“강지훈 씨, 진짜 나 안 때릴 거죠? 때리고 싶으면 지금 때려요. 하지만 엉덩이만 때려야 해요. 지금 제 몸에 살이 붙어 있는 데는 엉덩이뿐이거든요. 다른 데 때리면 너무 아플 거예요.”지금의 강지훈은 그리 무서워 보이지 않았다. 때린다고 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았다.“오늘 때리고 나면 내일은 못 때려요.”소현아가 진지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강지훈은 이를 부득 갈며 냉랭한 얼굴로 그녀를 이불 속에 밀어 넣었다.“얼른 눈 감고 자. 한마디만 더 하면 네 엉덩이 부숴버릴 거야.”소현아는 황급히 눈을 감고 이불로 입술을 덮었다.그녀는 너무나 피곤했다. 강지훈이 침대 옆에 서 있다는 걸 알면서도 눈꺼풀이 저항 없이 내려앉았다.잠들기 직전, 무언가 떠오른 그녀는 억지로 의식을 붙잡고 중얼거렸다.“그 언니한테 사과해야 해요. 강지훈 씨, 나 대신 말해줘요. 난 머리가 안 좋잖아요. 그 언니 화 좀 풀어줘요.”오늘 강지훈은 덜 무서웠지만, 그 언니가 용서해줘야 비로소 완전히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줄곧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간신히 꺼내고 난 뒤 소현아는 바로 잠이 들었다.평온하게 잠든 얼굴을 보고 있으니 그의 눈동자에 복잡한 감정이 일렁였다.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일 뿐이다. 조금 잘해주면 겁 없이 다가오고, 얼굴을 살짝 굳히면 바로 두려움에 바들바들 떠는 사람이다.그녀가 온전히 자신에게 의지하게 만드는 건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다.그는 한때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었다.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부족한 듯 허전했다.그렇다고 한들 뭐 어쩌겠는가? 소현아 스스로도 자신을 머리 나쁜 바보라고 칭했다. 그런 그녀가 뭘 알겠는가?바보와 실랑이를 한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강지훈은 착잡한 얼굴로 몸을 돌려 바닥에 떨어진 잠옷을 주운 뒤 문으로 향했다.“주인님...”규영과 미진은 조마조마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25화

    소현아가 그의 앞에 다가갔다. 손바닥만 한 작은 얼굴엔 두려움이 가득했다.강지훈은 깊은 눈빛으로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았다.소현아가 여전히 무서움에 떨고 있을 때, 강지훈은 코트를 벗어 그녀를 감쌌다.순식간에 몸이 따뜻해졌다. 곧이어 강지훈의 약간 못마땅한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이 늦은 시간에 왜 데리고 내려왔어?”규영과 미진은 고개를 숙였다.“의사 선생님께서 현아 아가씨는 적당히 환경을 바꾸고 기분을 전환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아가씨께선 며칠째 방 밖으로 나오지 않으셨습니다.”강지훈이 앞에 서 있는 그녀를 지긋이 내려다보았다.그의 코트엔 짙은 담배 냄새가 배어 있었다. 소현아는 그 냄새가 싫었지만, 강지훈이 또다시 화를 낼까 봐 두려웠고, 또 춥기도 했기에 차마 벗지 못했다.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 척 연기하려 했지만, 코가 저절로 찡그려지고 입술이 살짝 삐뚤어졌다.“제가 답답해서 규영 씨랑 미진 씨한테 내려오자고 했어요. 강지훈 씨, 제발 이 두 사람 때리지 말아요.”강지훈의 얼음장 같던 눈빛이 살짝 녹아내렸다.“네가 내려오자고 한 거야? 옷은? 너 혼자 고른 거야?”별로 화를 내지 않는 그의 모습에 소현아는 약간 긴장을 풀었다.“예전 옷들이 다 안 맞아서 저한테 새 옷을 찾아준 거예요.”강지훈은 손가락 하나로 그녀의 어깨끈을 걸어 위로 올려주었다. 그의 눈에 소현아의 부드러운 가슴과 동그란 배가 들어왔다.검은 실크 원단이 조명 아래 반짝이며 그녀의 피부를 눈송이처럼 하얗게 돋보이게 했다. 그 위에 무언가 흔적을 남기고 싶은 욕망이 걷잡을 수 없이 솟아올랐다.“이 옷차림이 무슨 뜻인지 알아?”강지훈은 손을 내려놓으며 불타오르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소현아는 덜컥 겁이 났다. 하여 본능적으로 배를 감싸고 고개를 저었다.그녀의 반응은 강지훈의 예상 그대로였다.그는 규영과 미진을 차갑게 쏘아보았다.두 사람의 고개는 더 깊이 숙여졌다.그들은 단지 주인님의 관심을 끌려 했을 뿐, 그 이상은 감히 생각하지 않았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24화

    소현아는 잔뜩 억울한 표정으로 어제 일을 털어놓았다.규영과 미진은 그녀가 탁자에 엎드려 잠들었다가 깨어나 보니 침대에 있었다는 말을 듣고 서로 말없이 미소를 교환했다.“주인님은 아가씨한테 화나지 않으셨어요. 못 믿겠으면 한번 시험해볼까요?”소현아는 커다란 눈동자로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았다.강지훈은 분명 화가 나 있었다. 그날 그렇게 무서웠는데.하지만 규영과 미진이 거짓말을 할 리는 없다.“주인님께 먹고 싶은 걸 말씀드리면 뭐든 다 만들어주실 거예요. 밖에 놀러 나가고 싶다고 해도 허락할 거고요.”“그리고 주인님이 저희를 때리려 해도 아가씨께서 잘 말씀드리면 용서해주실 거예요.”규영과 미진은 부드러운 말투로 자세히 그녀에게 설명했다.소현아가 쉽게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이 집에서 주인님은 하늘과 같은 존재다.주인님을 기쁘게 해드려야만 소현아와 뱃속 아이들이 무사히 보낼 수 있는 것이다.맛있는 음식과 밖에 나가는 건 소현아에게 더없이 자극적인 유혹이었다.게다가 규영과 미진을 지킬 수 있다는 말에 그녀는 용기를 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맑은 눈동자로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어떻게 시험해요?”그녀가 동의하자 규영과 미진은 안도했다.“저희가 도와드릴게요.”저녁 식사 후, 규영과 미진은 검은 실크 끈 잠옷을 가져와 소현아에게 입히고 아래층으로 데려갔다.“규영 씨, 미진 씨, 얼마나 기다려야 해요? 나 좀 추워요.”“현아 아가씨, 조금만 기다려요. 주인님 곧 돌아오실 거예요. 걸어 다니면 좀 덜 추울 거예요.”규영과 미진은 그녀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며 거실을 함께 걸었다.거의 30분이 지나니 소현아는 지치고 졸음도 밀려왔다. 그녀가 더는 참지 못하고 나른한 목소리로 물었다.“나 자고 싶어요. 내일 만나도 되겠죠?”많이 피곤해하는 소현아의 모습에 규영과 미진은 강요하지 않았다.평소라면 이미 잠들었을 시간이니 말이다.“좋아요, 그럼 올라가요.”그들은 소현아를 부축해 위층으로 향했다.그때, 갑자기 대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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