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연우는 변씨 가문과 사업상 많은 협력을 하고 있었기에 장소월에겐 변 부인과 만날 기회가 자주 주어졌다.“진짜야? 설마!”장소월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쳤다. 마이와 에문이 사귀게 됐다니, 믿기지가 않았다.옆에 있던 전연우는 잔뜩 들뜬 장소월의 모습에 서류를 내려놓고 뚫어지게 그녀를 쳐다보았다.전화를 끊은 뒤에도 그녀는 여전히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전연우의 팔을 잡아 마구 흔들었다.전연우가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았지만 장소월은 일부러 말해주지 않았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귀속말로 속삭였다.“정말 깜짝 놀랐어. 마이랑 에문이 사귄대!”예전엔 마이와 에문이 그저 절친이라고만 생각했다. 이런 갑작스러운 감정적 전개가 생기다니! 친구로서 진심으로 기뻤다.예상치 못한 건 전연우도 마찬가지였다. ‘에문은 예전에 장소월을 좋아하지 않았었나? 그런데 이젠 마이라고?’장소월의 간곡한 요청으로 마이는 에문을 데리고 출장 겸 이곳에 오기로 했다. 모두 함께 모일 기회가 생긴 것이다.장소월은 너무 신이 나 전연우를 와락 끌어안았다. 얼굴엔 만족스러운 미소가 만연해있었다.전연우는 바로 상황을 알아차리고 물었다.“마이 씨 곧 만나는 거야?”지난번 헤어진 뒤로 장소월과 마이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다. 마이의 직업상 출장이 잦다는 걸 떠올리며 전연우는 확신했다.장소월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전연우의 얼굴을 마구 쓰다듬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맞아! 우리 남편 진짜 똑똑하네!”그 칭찬에 전연우도 기분이 좋아졌다.“우리 와이프가 더 똑똑하지.”그녀가 이렇게 다정한 호칭으로 그를 부르는 건 자주 있는 일이 아니었다. 남자로서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장소월은 쑥스러워 소녀처럼 볼이 발그레해지고 눈동자가 몽롱해졌다.그 모습에 전연우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그가 더 가까이 다가가려 하자 장소월은 재빨리 몸을 피했다.장소월은 얼굴을 감싸며 전연우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후다닥 돌아섰다.“나 은점이 보러 가야 해!”며칠 전 전연우가 부하에게 은점의 중
장소월은 엄마라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직은 배워야 할 게 너무나 많았다!하지만 전연우는 장소월은 이미 훌륭한 엄마가 되어있다는 생각이었다.“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어.”얼마 전 일을 떠올리니 장소월은 마음이 또다시 불안해졌다.“그때도 내가 잘못하지 않았다면 별이는….”전연우는 재빨리 그녀 말을 끊었다.“지난 일은 그만 얘기해.”다시 꺼내봤자 괴로움만 더할 뿐 아무 소용도 없다. 게다가 굳이 따지자면 아버지인 그의 잘못도 있지 않나? 강한 위압감이 실려 있는 그의 말에 장소월은 입을 다물었다.생일잔치가 막바지에 접어들자 변 부인은 가까운 친척과 친구들을 불러 함께 밥을 먹자고 제안했다.장소월은 변 부인의 열정적인 권유에 전연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가 옅은 미소를 짓자 흔쾌히 대답했다.“좋아요!”사실 전연우는 돌아가고 싶었다. 오늘 하루 종일 이곳에 있었던 것만 해도 그로서는 최고의 노력을 기울인 것이다. 장소월과 변 부인의 친분을 생각해 인내심을 갖고 참아냈었다.장소월에게 좋은 언니가 있다는 건 전연우에게도 꽤나 큰 위안이었다. 그가 바빠서 함께 있어 주지 못할 때 장소월이 외로워할까 봐 걱정이었으니 말이다.손님들이 떠나자 변 부인은 드디어 귀가 편해졌다며 소파에 앉아 장소월과 수다를 떨었다.“소월 씨, 오늘 하루 정말 머리가 윙윙거릴 정도로 정신없었어요.”변 부인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직접 나서지 않아도 되는 일도 있었지만, 주인으로서 손님 접대를 소홀히 할 순 없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최대한 노력했다.장소월은 변 부인의 손을 잡아주었다.“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이제 다 지나갔어요.”전연우는 몇 통의 전화를 받고 난 뒤 장소월의 곁에 자리 잡고 앉았다. 미처 받지 못한 전화 중엔 별이의 전화도 있었다. 은점이도 중성화 수술할 때가 됐다고 한다.전연우는 즉시 부하에게 메시지를 보내 지난번 동물병원에 연락하라고 지시했다. 집에 있는 두 고양이는 장소월과 별이의 보물이나 다름없었다. 집에서 지위
장소월은 변 부인의 며느리에게서 통통한 아기를 받아 안고 신나게 놀아주고 있었다. 너무나 사랑스러웠다.전연우는 장소월이 아이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두 번 정도 별이 동생을 낳을 생각이 있냐고 물었지만 그녀는 매번 확실한 답을 해주지 않았다. 그는 항상 그녀의 의견이 최우선이었다.변 부인은 싸움을 해결하고 난 뒤 귀염둥이 손자를 보러 왔다.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환하게 웃고 있는 장소월의 모습을 보고는 농담처럼 말했다.“소월 씨랑 전 대표님은 아직 젊잖아요. 아이 하나 더 가질 생각 없어요?”장소월의 하얀 얼굴이 순식간에 발갛게 달아올랐다. 아이를 더 낳는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전연우는 장소월의 반응을 주시했다. 여전히 망설이는 그녀의 모습에 당분간 아이 계획을 접어두기로 했다.변 부인은 장소월의 어색한 기색을 눈치채고는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두 사람은 아직 젊으니까요.”장소월은 당황했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변 부인과 함께 우는 아기를 달랬다. 전연우도 변씨 가문의 손자를 보러 다가왔다.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였다.아이를 다정히 바라보고 있는 전연우의 모습에 장소월은 조심스레 물었다.“당신도 안아볼래?”그저 던져본 말이었는데, 전연우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그래.”장소월이 건넨 아기를 안은 전연우의 눈가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떠올랐다. 순식간에 지나간 미소였지만 장소월은 놓치지 않았다.역시 전연우도 아기를 좋아했던 것이다. 전에 아이를 더 가질지 물은 데에도 이유가 있었다... 그 생각에 장소월은 가슴이 철렁했다. 전연우의 깊고 그윽한 눈빛과 마주치자, 옅은 웃음을 지으며 시선을 돌리고는 변 부인과 다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금 부인이 끼어들었다. 전연우 품 안 아기를 본 순간 마음이 따뜻해졌다.“어머, 이 아이가 변씨 가문 손자예요? 저도 안아보고 싶어요!”전연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아기를 건넸다.변 부인은 금 부인과 비슷한 나이니 아기를 예뻐하는 그녀를 이해할 수 있
금 부인은 전씨 가문의 위세가 두려워 장소월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하지만 속으론 바득바득 이를 갈고 있었다. 저 여자만 아니었으면 지난번 그런 망신을 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불편한 듯한 금 부인의 모습에 장소월이 물었다.“사모님, 안색이 안 좋아 보이세요.”금 부인은 웃으며 대답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 제가 나이는 꽤 먹었어도 몸 관리는 잘했거든요.”그녀가 예민한 걸까, 장소월은 금 부인의 말에 어딘가 뼈가 있는 것 같았다.금 부인이 더 말하기 전에 전연우가 다가와 장소월을 끌고 갔다.출중한 외모를 자랑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부러운 시선을 이끌어냈다. 자리로 가는 내내 끊임없이 사람들이 전연우에게 인사를 전했다.평소 변씨 가문과의 관계가 평범했던 이들도 전연우가 온다는 소식에 초대장을 얻으려 혈안이 되었다.파티장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 질서 유지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친척들 사이에 작은 마찰이 생기는 바람에 두 사람은 그들을 중재하느라 정신이 없어 전연우와 장소월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상황이 너무 번잡해지자 전연우는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그냥 먼저 갈까?”그는 장소월의 의견을 물었다.장소월도 집에 돌아가고 싶었지만 며칠 전 변 부인에게 도와주겠다고 약속한 터라 도중에 빠져나가는 건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안 돼. 내가 도와주겠다고 했잖아.”사실 이곳에서 도울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변 부인이 그런 말을 한 건 단지 장소월과 함께 밥을 먹고 싶어서였다.장소월은 전연우를 끌고 시끌벅적한 사람들 속으로 속으로 걸어갔다. 변 부인은 화난 노인을 달래며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변 사장은 중년 남자와 대화하며 양측의 갈등을 조정하는 듯했다.한참을 보고 있어도 장소월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렇듯 사소한 일로 뭣 하러 옥신각신한단 말인가.지역별 차이를 고려해 변씨 가문은 각기 다른 지역의 요리사를 초빙했다. 장소월은 그들이 만든 음식을 맛보고 싶어졌다.전연우는 장소월이 한두 가지 음식을 맛보면
전연우는 변씨 가문과 사업상 협력할 일이 많았다. 하여 장소월은 변 부인과 자주 만남을 가졌다.지난번 금 부인 이야기를 꺼내자 변 부인은 손뼉을 치며 호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그 금 부인 항상 잘난 척하면서 사람들을 이간질했었어요. 이번에 제대로 혼났겠네요!”사모님들 사이의 이야기는 변 부인이 평소 관심 두지 않는 주제였다. 친한 사모님들이 오후 차 모임에서 소문을 전하면 그녀는 그저 웃어넘기곤 했었다. 이번에 장소월 관련 소식을 듣고는 살짝 놀라기도 했다.전연우는 장소월이 변 부인과 잘 지내는 걸 알고 있었다. 그가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어 말했다.“사모님, 우리 소월이 좀 잘 가르쳐주세요. 너무 순진해요.”장소월은 즉시 반발했다.“뭐가 순진하다는 거야! 나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거지!”화가 난 장소월은 전연우로부터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변 부인은 장소월의 성격이 마음에 들었다. 티격태격하는 젊은 부부의 모습이 귀여워 남편인 변 사장에게 눈짓을 보냈다.“참, 우리 이제 메뉴 주문하러 가야겠네요!”변 부인은 장소월과 전연우에게 둘만의 시간을 내어주려 했다.하지만 장소월도 따라 일어났다.“저도 갈게요! 마침 배고파서요!”며칠 뒤면 변 부인 손자의 첫돌 생일잔치가 열린다고 한다. 오늘은 가까운 친구들을 초대해 분위기를 띄우는 자리를 가질 계획이었다.변 부인은 단호히 말했다.“우리 둘이 가면 돼요. 두 사람은 여기 있어요.”이어 그녀는 전연우에게 눈짓을 보냈다.두 사람이 떠나자 장소월은 더욱 매정히 몸까지 돌려버렸다.전연우가 다가가 그녀를 돌려세웠지만 그녀는 또다시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렸다. 전연우는 결국 장소월의 어깨를 붙잡아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시선을 마주쳤다. 장소월은 처음엔 무표정이었다가 30초쯤 지나자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전연우의 침착함과 표정 관리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면 배우로 활약해도 충분할 것 같았다!장소월은 코웃음을 치며 여전히 화난 척 말했다.“나 멍
전연우의 등장에도 금 부인은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부동산계에서 손꼽히는 가문 사람인 그녀가 왜 그들을 두려워하겠는가! 게다가 그녀는 전연우가 이런 하찮은 여자 때문에 자신을 적대할 리 없다고 믿고 있었다.“전 대표님, 부인 좀 잘 단속해야겠어요. 우리가 농담 몇 마디 했다고 과도하게 화를 내네요.”금 부인 뒤에 서 있던 사모님들은 금씨 가문의 위세가 두려워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전 대표님, 와이프 관리 좀 하세요!”“금 부인이 억울해서 몇 마디 한 거예요. 우리가 괴롭힌 것도 아니에요!”“전 대표님 같은 분은 옳고 그름을 잘 아실 거라 믿어요.”... 여자들의 시끄러운 목소리에 전연우는 짜증이 밀려왔다.그는 장소월을 돌아보았다. 그녀의 억울한 듯한 표정을 보니 여자들의 말이 터무니없음을 알 수 있었다.금 부인은 여전히 물러서지 않았다.“전 대표님, 오늘 돌아가서 부인 단단히 단속하세요. 우리에게도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해주시고요!”전연우는 금씨 가문, 특히 이 금 부인이 늘 사모님들을 이끌고 다니며 문제를 일으킨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제는 간이 배 밖으로 나왔는지 장소월에게까지 시비를 걸고 있다.“그럼 내가 진짜 해명 해줘요?”전연우의 눈빛에 담긴 위압감에 금 부인은 순간 얼어붙었다. 전씨 가문의 세력을 그녀 역시 두려워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체면을 잃을 순 없었다. 기세로는 절대 질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장소월은 전연우가 화났다는 걸 알아챘다.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거라는 생각에 그녀는 급히 전연우를 잡으며 작게 속삭였다.“사실 별일 아니야.”장소월이 이런 말을 할수록 전연우는 일이 간단치 않다고 느꼈다. 감히 전씨 가문 사람의 심기를 건드린다고? 게다가 장소월은 그의 아내다!금 부인은 장소월이 전연우에게 자신의 흉을 보는 줄로 알고 그녀를 빤히 노려보다가 웃으며 전연우에게 말했다.“전 대표님, 제가 일부러 시비 건 건 아니에요. 같은 사업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양보하며 넘어갔으면 좋겠어요.”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