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뉴스 헤드라인.「얼마 전, 관계자는 강한 그룹 대표가 다른 여성과 바람을 피우자 장씨 가문의 아가씨가 슬픔 때문에 시험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자퇴를 신청했다는 소식을 전했는데, 오늘 강한 그룹 대표가 직접 운전해서 장씨 가문 아가씨를 학교에 보내준 것이 포착되었다. 두 사람의 관계가 다시 합쳐진 것으로 보인다.--강천 뉴스」김남주는 손에 든 신문을 반으로 찢고 힘껏 구겼다. “가짜야, 모두 다 가짜야. 영수가... 그럴 리 없어! 다른 사람을 좋아할 리가 없어! 강영수, 네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야! 네가 좋아해야 할 사람은 나라고!”지난 며칠 동안 김남주는 강천에서 강영수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녀는 며칠만 지나면 그가 예전처럼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했다.그녀가 떠나 있을 때 행방을 조금만 알려주기만 하면 그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녀를 찾으러 온 것처럼 말이다.하지만... 그녀의 생각이 틀렸다. 강영수는 벌써 5일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김남주는 설명을 듣고 싶어 휴대폰을 들었는데, 그녀가 누른 전화번호는 없는 번호였다.몇 번이고 전화를 걸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김남주는 갑자기 눈이 번뜩이며 테이블 위의 모든 것을 쓸어 던지고 처참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영수야, 넌 평생 나한테서 벗어나지 못할 거야!”네가 그랬잖아, 우리 평생을 함께할 거라고?이 순간 김남주는 미친 사람 같았다.그녀는 다른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고, 전화를 끊자 다른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상대방은 말을 하지 않았다.김남주가 먼저 말했다.“이번에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영수를 완전히 내 소유로 만들어야겠어요.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그렇게 할 거예요.”상대방은 차갑게 말했다.“너의 목숨은 이미 오래전부터 내 거였어. 그런데 이번엔... 도와줄게. 난 어떤 대가도 필요 없지만 내가 말하는 대로 해줘야겠어...”“좋아요. 약속할게요.”김남주는 조
전연우는 알릴 듯 말 듯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왠지 모르게 그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기운이 더 차가워진 듯했다.초기에는 광산물 사업에 의존해서 돈을 벌다가 무슨 수단을 썼는지 후에 유전을 얻어서 몸값이 미친 듯이 올랐다. 해외에서 서울로 이민을 온 후 본전만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 본전 만으로도 그는 평생을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했다. 돈을 아무리 써도 재산을 탕진할 리는 없었다.전연우가 말했다.“말로 하는 건 쓸데없어!”황준엽은 한줄기의 희망을 본 듯 전연우 발 옆으로 기어갔다. 그는 지금 일어날 수가 없었다.“토지 소유권 문서를 줄게요. 아니면... 재산 양도 서류도 돼요. 당신이 나를 여기서 꺼내줄 수만 있다면 앞으로 평생 모자라지 않을 돈을 준다고 보증할게요.”“그 조건은 확실히 끌리긴 한데...”전연우는 손에 들고 있던 만년필을 내려놓고 고개를 내려 그를 쳐다봤다.“하지만 난 그렇게 욕심이 많지 않아요. 나는 당신 명의의 모든 유동 자산과 석유 광산 주식의 70 %를 원합니다. 부동산을 포함해서요.”순간 황준엽의 눈이 커졌고 그는 갑자기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이 전씨 놈아! X발, 내가 만만하냐. 네가 뭔데! 넌 내 옆에서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개에 불과했어. 내가 남해 땅을 개발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으면 네 프로젝트는 그냥 쓰레기가 될 거였어.”전연우는 화를 내지 않고 무덤덤하게 손수건을 꺼내 몸에 튄 황준엽의 침을 닦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 앞으로 걸어갔다.황준엽은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일어났다.“거기 서! 좋아... 동의할게. 그런데 내가 여기서 나가면 날 도와 다시 회사를 일으켜야 해.”전연우는 돌아서서 한 단어를 내뱉었다.“당연하지.”“성은아.”기성은은 걸어 들어와서 손에 든 서류를 테이블 위에 펼쳐 놓았다. 모두 세 가지 서류였다.하나에는 회사의 주식 26%, 황준엽이 갖고 있는 나머지 0.1%의 주식이 적혀 있었는데, 이 무식만으로도 연간 배당금이 몇 억은 되기 때
다음 날 아침.신문의 모 구석 모퉁이에 황준엽이 감옥을 탈출하려 독을 먹었다가 그 양을 조절하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는 기사가 실렸다.시끌벅적 붐비는 거리에선 회사원들이 빠른 걸음으로 지하철역을 향해 걷고 있었다. 그들의 손엔 모두 같은 신문이 쥐어져 있었지만 그 기사를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오늘은 금요일이다. 장소월은 평소보다 비교적 늦게 일어나 밖에 나가지 않았다.도우미는 편지함에서 오늘 아침 신문을 가져와 강영수의 습관대로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교복을 입고 오렌지 주스를 들고 주방에서 나오던 장소월이 신문이 놓여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집어 들고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그때, 도우미가 말했다.“도련님.”강영수가 소매 단추를 잠그며 위층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길고 곧게 뻗은 모습이 늘 그렇듯 매력적이었다.“학교에 돌아가기 싫으면 안 가도 돼. 내가 좋은 과외선생님을 붙여줄게. 집에서 공부해도 똑같아.”“괜찮아. 집에만 박혀서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잖아.”황준엽의 사망 기사를 읽은 장소월은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마음의 동요 또한 없었다. 그저 그의 죽음이 조금 의아할 뿐이었다. 그는 예전 호텔에서 강영수에게 맞아 병원에 입원했다고 하지 않았던가.오늘 신문을 통해 그의 소식을 다시 듣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강영수가 사람을 시켜 손을 쓴 건가?아니, 그는 전연우가 아니다. 장소월은 곧바로 생각을 떨치려 손을 휘저었다.그녀는 강영수에게 다가가 그의 넥타이핀을 정리해 주었다. 다이아몬드 테두리에 중심에 박혀있는 붉은색 보석, 그리고 가슴팍까지 늘어뜨린 순금 체인까지... 모두 남자의 고귀함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왜 그래? 어디 아파?”강영수가 장소월의 이상함을 감지하고는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짚었다.그의 시선이 탁자 위 신문에 닿자 낯빛이 어두워졌다.“아니야. 오늘 학교에 나가자마자 시험이 있어서 걱정하고 있었을 뿐이야. 성적이 잘 안 나올까 봐 좀 무섭네.”강영수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너무 스트레스
소현아가 손에 딸기 바구니를 들고 연속 장소월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왔다. 그녀의 미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밝았다. 반가움에 너무 빠르게 달렸는지 앞머리가 바람에 휘날렸다. 장소월은 걸음을 멈추고 잠시 그녀를 기다려주었다.“오늘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아까부터 계속 기다렸단 말이야. 우리 집에서 심은 딸기를 먹어봐.”장소월이 입을 열려고 한 순간 딸기 하나가 입안으로 들어왔다.“고마워. 맛있네.”소현아는 장소월에게 달라붙어 끊임없이 그녀의 귓가에서 쫑알거렸다. 수업 시간이 끝나기만 하면 곧바로 그녀를 찾아왔다. 소현아는 장소월과 만나는 것 외엔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걸까?장소월은 앞만 보고 길을 걸어갈 뿐, 소현아와 대화를 나눈 적은 극히 드물었다. 그녀는 소현아가 자신에게 가까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자신과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더 위험해질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연우는 이미 소현아로 그녀를 협박한 적이 있다. 때문에 그녀는 감히 그 어떤 친구도 사귀지 못했다.장소월은 아무도 자신의 약점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강영수는 그녀가 시야 속에서 사라진 뒤에야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거두었다.“저 여자는 어느 집 아가씨야?”진봉이 대답했다.“소씨 가문입니다.”“어느 소씨 가문?”진봉이 말했다.“저도 얼마 전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인데요, 노부인께서 목축업 쪽 전문가를 찾아 데려온 적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공교롭게도 소월 아가씨의 옆에 계신 친구분의 부친이셨어요.”강영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화가 났음에도 내색하지 못하고 애써 참아내는 소월이의 모습은 처음 봐. 저 친구는 내가 감히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내네.”진봉이 말했다.“대표님, 소월 아가씨 친구분의 뒷조사를 해볼까요? 아가씨한테 접근한 목적이 불순한 것일까 봐 걱정됩니다.”“그럴 필요 없어. 소월이도 그 정도 분별은 할 수 있을 거야.”만약 장소월이 정말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아까처럼 화를 삼키진 않았을 것이다.또한 요즘 연속 며칠 동안
남천 그룹.대표 사무실에 들어온 기성은은 전연우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조용히 옆쪽으로 물러섰다.남자의 길고 가는 눈엔 냉정함이 깊이 배어있었고 온몸에선 얼어붙을 듯한 냉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기성은은 핸드폰 너머 백윤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그녀가 당황스러움과 무서움에 울부짖었지만 전연우는 그저 차갑고도 퉁명스럽게 쏘아붙일 뿐이었다.“넌 알 필요 없어.”“연우 오빠, 오빤 변했어요. 난 점점 더 오빠가 무서워져요.”이어 핸드폰에선 통화 연결음만 들려왔다.전연우가 핸드폰을 놓고 몸을 돌렸다.“무슨 일이야?”기성은이 보고했다.“강씨 집안에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저희도 무언가 해야 하지 않을까요?”전연우는 사무실 의자에 기대어 앉아 손깍지를 껴 무릎에 올려놓고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신경 쓸 필요 없어.”“강영수가 정말 뭘 알아낸다면 대표님께서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전연우의 입꼬리가 은은히 올라갔다. 그의 눈동자에선 의미를 알 수 없는 광이 뿜어져 나왔다.“난 도리어 그 자식이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할까 봐 걱정되는걸. 이번 일은 나한테 다 생각이 있으니까 넌 나가봐.”기성은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학교.함께 식당에서 걸어 나오던 장소월과 소현아는 눈물범벅이 된 채 위층에서 달려내려오는 백윤서와 마주쳤다.그녀는 장소월을 힐끗 보고는 이내 교실로 들어가 버렸다. 장소월의 눈에 백윤서의 손에 들린 핸드폰이 들어왔다.전연우와 통화를 한 건가?전연우를 제외하고는 백윤서를 울릴 사람은 없다.소현아가 조심스레 물었다.“윤서 왜 저러는 거야?”장소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월아, 우유 마셔.”소현아가 호주머니에서 우유 두 병을 꺼내 장소월의 손에 쥐여주었다. 장소월은 도통 거절할 수가 없었다. 소현아는 아예 장소월의 간식 담당이라도 된 것처럼 서랍에 간식거리를 잔뜩 챙겨두었다. 모두 장소월이 모르는 사이에 말이다.장소월이 수업하려 교실에 들어가려고 한 순간 복도 끝 누군가가 그녀를
장소월이 대답했다.“솔직히 해외에 나가는 건 강용한테 나쁘지 않아. 두 사람 사이의 일은 나도 왈가왈부할 수 없어. 강용이 나한테 해준 게 많다는 거 알아. 반드시 천천히 보답해 줄 거야. 그리고 친구로서 나도 강용이 새로운 곳에서 잘 적응하고 살아 나가길 바라.”“강영수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난 너희들과 어울려선 안 돼. 강용에 관해 이야기하면 더더욱 안 되고. 영수는 이미 날 위해 충분히 양보했어. 더 이상 영수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강용이 떠난 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 하지만 난 너희들에게 분명 다시 만날 날이 올 거라는 걸 믿어.”“또한 강용도 그곳에서 잘 지낼 거야.”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생각과 입장이 있다. 누군가는 강용을 쫓아낸 강영수를 지독하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강영수도 자신을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가족과 친구를 필요로 하는 연약한 사람일 뿐이다.모든 인연엔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이다.오부연이 그녀에게 말한 적이 있다. 이제 강영수의 옆엔 그녀 한 사람밖에 없다고 말이다.강용과 심유가 해외로 떠난 그날, 강일주는 분노하며 강영수의 따귀를 때렸다.그 후 다음 날 아침,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훌쩍 떠나버렸다.다른 누구도 아닌 강영수의 아버지가 말이다...어쩌면 강용 모자에 대한 죄책감 때문일 수도 있다. 또한 두 사람에게 더 강한 가족애를 느꼈을지도 모른다.강일주는 강영수 역시 그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잊은 듯했다.강영수는 아버지의 아들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강한 그룹도 짊어져야 한다.다른 사람의 눈엔 하지 못하는 일이 없는, 차마 쳐다볼 수도 없는 높은 곳에 군림하고 있는 강영수이다.하지만 그들은 강영수 역시 피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이라는 걸 알지 못한다.강영수도 사람을 필요로 한다.그녀는 여전히 그날 밤 자신의 품속에서 나약한 모습을 보였던 강영수를 기억하고 있다. 당시 조명은 꺼져있었지만 그녀는 강영수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충분히 상상해 낼 수 있었다.“이제
그때 방시연이 장소월에게 말했다.“그날 강용과 설채윤 사이엔 아무 일도 없었어. 강용이 고열 때문에 찬물로 샤워를 했을 뿐이야. 넌 두 사람이 무언갈 했다고 오해했겠지.”허철도 말을 보탰다.“맞아. 강용은 그 밤중에 너한테 쫓겨나 우리한테 연락했어. 그래서 우리가 강용을 병원에 데려다줬었어.”확실히 장소월에겐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설명을 듣고도 그녀는 너무나도 평온했다.설채윤이 주먹을 꽉 말아쥐고 말했다.“맞아! 하지만 상관없어. 나한테 이별을 말하지 않았으니 아직 우린 연인이야.”“장소월, 너도 너무 방심하진 마. 너와 강영수도 오래가진 못할 테니까.”그녀가 말을 마친 뒤 분노에 찬 얼굴로 자리를 떴다.지극히도 침착한 장소월의 모습을 본 방시연이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넌 하나도 화가 안 나는 것 같아.”장소월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와 눈을 맞추었다.“내가 왜 화내야 하는데?”방시연은 피식 웃기만 할 뿐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다들 돌아가고 장소월 한 사람만 남았다. 그녀도 교실로 돌아가려고 걸음을 뗐을 때, 하얀색 셔츠를 입고 이어폰을 목에 건 매끈한 몸매의 소년이 나무 뒤에서 걸어 나왔다.허이준이 목을 긁적였다.“지나가다가 우연히 들었어. 일부러 들으려던 건 아니야.”안으로 돌아간 뒤 장소월은 한결의 부름으로 교무실에 갔다. 한결이 성적표를 꺼내며 말했다.“이 성적에 대해 나한테 설명할 말 있어?”장소월이 고개를 저었다.“없어요.”“선생님도 너의 사생활에 대해선 말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넌 어쨌든 내 학생이니까 조언 한마디 할게. 감정은 인생의 모든 것이 아니야. 선생님은 네가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고도 훌륭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아주 작은 시험이라도 미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법이야. 너한테 한 번 기회를 줄 테니 이번엔 반을 옮기지 마. 대신 앞으론 공부에 집중해야 해.”“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백윤서에게 물어봐. 윤서가 네 언니 맞지?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씨 저택에 도착하자 차가 멈춰 섰다.강영수가 먼저 차에서 내렸다. 무슨 이유인지 오늘 그는 너무나도 냉담했다.장소월은 대체 그가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그녀도 차에서 내려 그의 뒤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안에 들어가자 도우미가 달려와 그들을 맞이했다.“도련님, 소월 아가씨, 식사하세요.”강영수는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며 위층으로 올라갔다.대체 왜 화가 난 걸까.도우미가 장소월의 책가방을 받으며 물었다.“아가씨, 도련님한테 무슨 일 있었어요?”장소월이 고개를 저었다.“음식 좀 준비해 주세요. 제가 영수한테 갖고 올라갈게요.”“네.”장소월이 밥과 반찬을 들고 강영수의 서재로 향했다. 문을 두드렸지만 대답이 없어 스스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고풍적인 인테리어의 서재는 농후한 담배 연기로 뒤덮였고 그는 방금 불을 붙인 담배를 들고 창가에 서 있었다.강영수는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지만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장소월이 음식을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회사 일로 바쁘면 귀찮게 하지 않고 이만 나갈게. 밥은 꼭 챙겨 먹어.”“거기 서.”그의 목소리를 들은 장소월은 심장이 떨려왔다.“할 말 있어?”그녀가 깍지를 낀 두 손을 앞에 모으고 말했다.강영수가 들고 있던 담배를 버린 뒤 몸을 돌려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나 네 아버지가 입양한 아들에 대해 뒷조사를 좀 해봤어.”전연우?고요했던 호수에 돌멩이가 던져져 파란을 일으키는 순간이었다.그녀의 침묵에 강영수의 몸에서 풍기던 냉기는 그 차가움을 더해갔다.“그 사람에 대해... 나한테 할 얘기 없어?”그가 다가오자 장소월은 자신을 억누르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의 차가운 기운이 장소월을 사로잡아 움직일 수조차 없게 만들었다.강영수는 그녀의 눈에서 무언갈 알아내려 유심히 지켜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지극히 평온했고 아무것도 보아낼 수 없었다.장소월이 물었다.“뭘 알아냈는데?”강영수는
배가 고픈 데다 아기들이 발길질까지 하니 더욱 아팠다. “아가들아, 제발 차지 마. 규영 언니랑 미진 언니가 곧 맛있는 거 가져다줄 거야.” 그녀가 배를 쓰다듬으며 아이들을 달랬다. 규영과 미진은 그녀의 애처로운 눈빛을 견뎌낼 수가 없었다. 게다가 뱃속 두 녀석들이 워낙 시끄럽게 움직이고 있으니 더는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알았어요, 아가씨. 간단히 드실 걸 가져다드릴게요. 여기 앉아서 절대 움직이지 마세요.” 그들은 걱정되는 마음에 거듭 당부했다. 소현아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여기 이렇게 많은 언니들이 지켜보고 있잖아요. 아무 일 없을 거예요. 절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을게요.” 규영과 미진은 사람들에게 다시 신신당부한 뒤에야 먹을 것을 가지러 자리를 떴다. 지난번 일 이후로 다른 사람은 믿을 수 없게 되어 소현아의 음식은 반드시 그들이 직접 준비해야 했다.소현아는 혼자 소파에 앉아서 작게 아기들과 이야기했다. “아가들아, 소월 이모가 전연우 그 나쁜 놈한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면 내 전화를 왜 안 받은 거지?” “나 소월이가 너무 걱정돼. 근데 너희가 너무 무거워서 몰래 도망갈 수도 없어.” 그녀에게 돌아오는 답은 점점 잦아드는 태동뿐이었다. 소현아는 아기들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못마땅한 듯 입을 삐죽거렸다. 누군가 문을 열었는지 차가운 바람이 스며들었다. 얇은 연노랑 잠옷만 입고 있던 소현아는 추위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곧이어 도우미들의 공손한 인사 소리가 들렸다. “효연 아가씨.” 천효연은 거만한 눈빛으로 그들을 훑어 보고는 곧장 위층으로 향했다. “여기 뒀던 내 꽃병은 어디 갔어?” 계단 모퉁이에 있던 꽃병이 사라진 걸 발견한 천효연이 불쾌한 얼굴로 물었다. 도우미가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현아 아가씨가 다치실까 봐 잠시 장식품들을 다 치웠습니다.” 소현아? 그 이름을 들은 순간 천효연의 눈동자에 냉기가 스쳤다. “그 바보는 지훈 씨가 방에 가둬놨잖아?” 도우미
엄마와 통화를 마친 뒤, 소현아는 장소월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전연우 그 나쁜 놈이 소월이를 괴롭히지는 않았을까. 그리고... 혹시 소월이는 강용 소식을 알지 않을까... 소현아는 강지훈이 강용의 행방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장소월의 당부를 기억하며 감히 묻지 못했다. 통화음이 두 번 울린 뒤 전화가 연결되었다. 상대가 말하기도 전에 소현아는 흥분해서 조잘거리기 시작했다. “소월아! 드디어 전화 받았네! 있잖아, 강지훈 그 나쁜 놈이 나 계속 방에 가둬놓고 문밖으로 못 나오게 했어. 나 진짜 답답해 미치겠어!” “널 여기 데려와 같이 놀려고 했는데, 강지훈의 말이 전연우 그 나쁜 놈이 너 안 보낸다고 하더라고. 둘 다 진짜 짜증 나! 내가 간신히 휴대폰 구해서 전화한 거야. 소월아, 그 나쁜 놈한테 말하고 이쪽으로 놀러 와줄 수 있어?” 한참을 떠들었을 때, 저쪽에서 낮고 위험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지훈이 내가 소월이를 나가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고? 언제 나한테 물어봤는데?” 소현아는 깜짝 놀라 입을 다물었다. 몇 초 뒤에야 머뭇거리며 다시 말을 꺼냈다. “전... 전연우 씨? 왜 당신이 전화를 받아요?” 전연우가 차갑게 웃음을 터뜨렸다. “나쁜 놈이 전화를 받아서 많이 실망했나?” 소현아는 겁을 먹고 눈알만 뒤룩뒤룩 굴렸다. “저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잘못 들었어요! 소월이는요? 이거 소월이 폰이잖아요. 빨리 소월이한테 돌려줘요!” 전연우가 말했다. “소월이는 전화 안 받아. 다시 전화하지 마.” “소월이한테 나라고 말해줘요. 소월이가 제 전화 안 받을 리 없어요.”소현아는 다급함을 감추지 못했다. “앞으로 다시는 소월이 찾지 마. 바빠서 너랑 소꿉놀이할 시간 없으니까.” “그리고 강지훈한테 전해. 내게 터무니없는 누명 씌우지 말라고.” 전연우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소현아가 다시 걸어봤지만, 상대는 받지 않았다. “현아 아가씨, 이제 일어나서 운동할 시간이에요.” 규영과 미
소현아는 얼굴에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이빨 자국을 달고서 원망 어린 눈빛으로 강지훈을 바라보았다. 강지훈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 말을 들은 순간 소현아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내가 소월이한테 전화해도 돼요?” “그쪽에서 받기만 한다면야.” 소현아는 이제 아침에 있었던 불쾌한 일을 까맣게 잊은 듯했다. “저 밖에 나가서 놀고 싶어요!” 강지훈은 단칼에 거절했다. “안 돼.” 신이 나 붕방거리던 소현아는 김빠진 공처럼 순식간에 축 처져버렸다. “하지만 방에만 계속 있는 건 너무 따분하단 말이에요.” “절대 도망 안 갈게요. 여기 아기들도 있잖아요. 그냥 아래층에서 좀 돌아다니게만 해줘요, 네?” 그녀가 지금 머무는 방은 집에 있던 침실을 완벽하게 똑같이 복원한 곳이었다. 소현아는 이곳을 무척이나 좋아했었다.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최근 며칠 동안 줄곧 악몽에 시달렸다. 꿈속에서 그녀는 방안을 끝없이 걷고 또 걸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방은 갑자기 창고로 변해버렸고, 아무리 깨려고 해도 도저히 깨어날 수가 없었다. 강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현아는 못마땅한 얼굴로 밥을 한입 삼키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전연우 그 나쁜 놈도 소월이가 마당에서 그림 그리는 건 허락하던데... 강지훈 씨는 날 침실 밖에도 나가지 못하게 하네. 전연우보다도 더 나빠.” “...” “아래층에서만 놀아. 방을 나서면 규영과 미진이 따라갈 거야.”결국 강지훈이 한발 물러섰다. 소현아의 눈에 다시 별빛이 들어왔다. “음, 당신은 전연우 그 나쁜 놈보다 조금 나아요. 정말 아주 조금.” 아침을 먹고 난 뒤 소현아는 바로 휴대폰을 요구해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는 거의 즉시 연결되었다. “현아니? 지금 어디 있는 거야?” 명세진의 목소리는 흥분을 애써 억누르고 있는 듯 조심스러웠다.오랜만에 엄마 목소리를 들으니 소현아는 코끝이 시큰해졌다. “엄마,
강지훈은 한밤중이 되어서야 짙은 피비린내를 풍기며 돌아왔다.옆방에서 샤워를 마친 강지훈은 잠옷을 입고 소현아의 방으로 들어갔다.소현아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2.2미터나 되는 퀸사이즈 침대에서 편안하게 팔다리를 쭉 뻗은 채 말이다. 무슨 꿈을 꾸는지 웅얼거리며 입가에 흘린 침을 닦고 있었다.곤히 잠든 그녀의 모습을 본 순간, 강지훈은 장난기가 발동했다. 침대 곁으로 다가간 그는 이불을 끌어다 그녀의 배를 덮어주고는 코를 꼬집었다.“윽...”잠시 후 소현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편한 듯 눈을 떴다.“강지훈 씨 너무 싫어요. 숨을 쉴 수가 없잖아요. 빨리 놔줘요.”침대 곁에 있는 사람을 본 소현아는 두 손으로 그의 손목을 잡고 떼어내려 했다.강지훈이 말했다. “말해 봐. 세상에서 누가 제일 좋아? 제대로 말하면 놔줄게.”소현아는 씩씩거리며 눈을 감고 어쩔 수 없이 입으로 숨을 쉬었다. 가슴이 뻐끔뻐끔 부풀어 오르는 모습이 마치 복어 같았다.강지훈은 몸을 기울여 그녀의 입까지 막아버렸다.몇 초 지나지 않아 소현아는 다시 웅얼거리며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강지훈은 그저 잠시 그녀에게 장난을 치고 싶었을 뿐이지만, 한번 맛을 보니 멈출 수가 없었다.그는 손을 떼어 그녀의 허리에 얹고 반바지를 벗기려 했다.소현아는 필사적으로 바지를 붙잡고 엉덩이를 비틀며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다.강지훈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손 놔. 살살할게.”“저 졸려요. 자고 싶으니까 강지훈 씨도 빨리 자요.”그녀는 강지훈이 또 키스하려 할까 봐 입술을 굳게 다물고 낑낑거리며 그를 밀치고는 죽은 척 눈을 감았다.강지훈이 어떻게 하든 소현아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고, 나중에는 정말로 다시 잠이 들어버렸다.곤히 잠든 그녀를 바라보는 강지훈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다음 날 아침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강지훈의 몸에 꼭 안겨있었다. 그녀의 코끝에 그의 단단한 가슴이 닿아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어젯밤 일이 떠오른 소현아는 그의 가슴을 힘껏 깨물었다.곧이어
분개하고 있던 천효연의 시야에 문득 옆 방문 앞에 놓인 목욕 가운이 들어왔다.목욕 가운 허리띠에는 검은색 은은한 무늬가 수 놓여 있었는데 누가 봐도 강지훈의 것이었다!강지훈이 그녀를 침대에 버려두고 저 바보 같은 여자를 찾아온 것이다!그 사실을 깨달은 천효연은 그야말로 미칠 지경이었다.강지훈은 바람기가 있긴 했지만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이라고 천효연은 당당히 말할 수 있었다. 하여 그녀는 강지훈이 바깥에서 몇 명의 여자를 만나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저 바보 같은 여자가 나타난 이후로, 강지훈은 그녀를 안고 있으면서도 정신이 딴 데 가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그 바보를 위해 그녀에게 손찌검까지 했다!설상가상으로 그 바보는 강지훈의 아이까지 가졌다...천효연은 간신히 벽에 몸을 기댄 채 바닥에 놓인 목욕 가운을 쏘아보았다. 동시에 숨을 죽이고 방 안에서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하지만 한참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도우미가 다가오자 천효연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일어서 요염한 자태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아.”소현아는 입을 크게 벌리고 미진이 밥을 먹여주기를 기다렸다.그녀도 남의 손을 빌려 밥을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오늘 아침 일어났을 때부터 손목이 끊어질 듯이 아파 어쩔 수가 없었다.아침밥은 강지훈이 직접 먹여주었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생겼는지 규영과 미진에게 밥을 먹여주라고 지시하고 서둘러 떠났다.“아가씨, 오늘은 어디 불편한 곳 없으신가요?”어제 주인님의 모습은 너무나 무서웠다. 그가 아이를 해치지는 않았을까, 규영과 미진은 걱정이 태산이었다.그들의 마음을 알 리 만무한 소현아는 고개를 흔들었다가 다시 끄덕였다.“손목이 너무 아파요. 어떡하죠?”두 사람은 안도하며 미소를 띤 채 그녀를 달랬다. “이따가 저희가 마사지해 드리면 괜찮아지실 거예요.”소현아는 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점심 식사를 마친 후, 규영과 미진은 의사의 말에 따라 소현아를 데리고 방안을 걸어 다녔다.
강지훈의 움직임은 이전 그 어느 때보다 격렬했다.소현아는 배가 짓눌리는 느낌에 불안해졌다. 또한 콧속으로 불쾌한 향수 냄새가 흘러들어왔다.“윽...”너무나 불편하니 그만해달라고 강지훈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가 입을 틀어막고 있어 다급해진 소현아는 그의 입술을 꽉 깨물어 버렸다.순간 입안에 비릿한 피 냄새가 퍼져나갔다.강지훈이 통증에 약간 뒤로 물러섰다.“강지훈 씨 때문에 아기가 눌렸어요. 그리고 당신한테서 이상한 냄새 나요. 토할 것 같아요.”소현아는 찡그린 얼굴로 몸을 일으켜 앉아 퉤퉤 침을 뱉었다.강지훈의 서늘한 표정을 본 소현아는 토끼처럼 재빨리 배를 감싸 안고 구석으로 도망쳤다.험악한 인상에 입가에 피까지 묻히고 음침한 눈빛을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사납기 그지없었다.소현아는 겁을 먹고 몸을 웅크렸다.“의사 선생님이 아기 다칠 수도 있다고 이러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 다른 사람 찾아가서 같이 자요. 하지만 자고 나서는 깨끗하게 씻고 저 찾아와야 해요. 낯선 냄새가 나면 토할 것 같단 말이에요.”그녀가 코를 찡그리며 말했다.“지금 당신 옷에서 이상한 냄새 나요. 도우미 언니들 몸에서 나는 향수 냄새 같아요. 저도 싫고 아기들도 싫어할 거예요.”강지훈은 그녀의 천진난만한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마음속의 욕망은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격렬하게 끓어올랐다.눈앞의 이 토끼 같은 여자를 당장이라도 삼켜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는 몸에 걸치고 있던 목욕 가운을 벗어 던지고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옷 벗으니까 냄새 안 나지? 이리 와.”소현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안 갈래요. 당신 때문에 아기가 다칠 수도 있으니까 다른 사람 찾아가세요.”강지훈의 눈빛이 험악하게 변했다. “네가 올래, 아니면 내가 갈까?”소현아는 밖으로 도망쳐 나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하지만 문까지 도착하기도 전에 강지훈에게 붙잡혀 다시 끌려가고 말았다.그의 무릎에 앉혀진 소현아가 또 울먹거리기 시작하자 강지훈이 소리쳤다.“울지 마!”강지훈도 어
“지훈 씨, 아랫부분으로 도와줄게요...”그녀의 말은 파편처럼 흩어져버렸다. 강지훈은 끝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천효연은 더 이상 요염한 표정을 유지할 수 없었다. 너무나 고통스러워 손가락으로 강지훈의 다리를 꽉 움켜쥐어 길게 할퀸 자국까지 남겼다.죽을 것 같이 괴로워하는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면서도 강지훈의 마음속엔 조금의 파동도 일지 않았다.여전히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그는 짜증 섞인 얼굴로 천효연의 입에서 물건을 빼내고 그녀를 잡아 벽에 밀어붙인 다음 다시 아래로 밀어 넣었다.질식하기 직전, 천효연은 삽입을 알아차리고 재빨리 허리를 비틀며 그에게 맞춰 움직였다.“지훈 씨, 정말 대단하네요...”강지훈의 붉게 충혈된 두 눈엔 살기가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손에 잡히는 대로 천 조각을 그녀의 입에 쑤셔 넣었다.천효연의 목소리는 입안에 갇혀버렸다. 쾌감에 찡그려졌던 미간이 더욱 깊게 찌푸려졌다.왜 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는 걸까? 예전에는 분명 신음소리를 내는 걸 좋아했었는데...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천효연은 기진맥진하여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제서야 강지훈은 그녀의 몸에서 빠져나왔다. 하지만 흥분은 아직도 가라앉지 않았다.그는 침대에 널브러진 여자를 힐끗 보고는 미간을 찌푸린 채 일어나 욕실에서 간단히 씻은 뒤, 침대 머리맡에 놓인 새 잠옷을 아무렇게나 집어 들고 소현아의 방으로 향했다.소현아는 간신히 울음을 그치고 규영과 미진의 보살핌을 받으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강지훈이 옆에서 방해하지 않으니 밥상에 차려진 맛있는 음식을 와구와구 먹고 있었다.규영과 미진의 얼굴엔 걱정이 가득했다.“아가씨, 오늘 너무 많이 드셨어요. 의사 선생님께서 조금만 드시라고 하셨잖아요...”소현아는 퉁퉁 부은 눈으로 그들을 가련하게 바라봤다.“이번 한 번만 먹을게요. 강지훈 씨가 먹으라고 했어요. 못 믿겠으면 직접 물어보세요.”확실히 강지훈이 시킨 것이다. 하여 더 이상 말을 하진 않았지만, 걱정스러움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그때 강지훈
소현아의 울음은 좀처럼 멈출 줄을 몰랐다. 강지훈은 잠시 달래주다가 금세 인내심이 바닥났다.그는 탈옥수를 쫓느라 며칠 동안 뜬눈으로 지새웠음에도 부랴부랴 먼 길을 달려 집에 돌아왔다. 한시라도 빨리 이 여자를 품에 안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이토록 난동을 부릴 줄이야.“아직도 다 못 울었어?”강지훈은 그녀를 품에 가두고 한 손으로 턱을 쥐어 억지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소현아의 속눈썹은 눈물에 젖어 엉겨 붙어 있었다. 너무 심하게 울어서인지 딸꾹질이 멈추지 않아 괴로워진 그녀는 힘껏 입술을 깨물었다.딸꾹질을 멈추려는 그녀의 생각을 알아챈 강지훈은 손가락을 움직여 그녀의 입술을 벌리고 안에 집어넣었다.조금씩 훌쩍거리던 소현아가 또다시 울음을 터뜨렸다.“당신 싫어요. 당신은 전연우랑 똑같이 나쁜 놈이에요! 소월이한테 갈 거예요. 소월이는 나 굶기지 않을 거라고요...”“흐엉, 소월이가 해주는 밥 먹고 싶어요. 소월이가 만든 밥이 제일 맛있는데...”한참을 울고 나서도 머릿속엔 여전히 먹을 것뿐이다.강지훈은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문지르고는 한 손으로 그녀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 전화를 걸었다.“요리사한테 다시 음식을 만들어 가져오라고 해!”잠시 후 따뜻한 음식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향긋한 냄새를 맡자 소현아의 울음소리가 서서히 멈추었다. 그녀는 강지훈의 몸에서 내려와 식탁에 앉아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분명 아까 일이 기분을 상하게 한 듯했다.“주인님, 아가씨께선 임신 중이십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임산부는 정서가 불안정하기에 기분을 잘 살펴줘야 한다고 하셨어요.”규영과 미진은 소현아의 붉어진 눈과 코를 보고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강지훈에게 말했다.강지훈은 섬뜩한 눈빛으로 그들을 쏘아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복도에서 여자 도우미가 새 목욕 가운을 들고 안방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한 아름다운 여인이 그녀 앞에 나타나 손에 들린 옷을 빼앗았다.“줘. 내가 가져다줄게.”도우미는 당황스
소현아는 접시를 끌어안고 좀처럼 내려놓지 않았다.“오늘 모처럼 입맛이 돈다고요. 규영 씨, 미진 씨, 저 조금만 더 먹으면 안 될까요? 아주 조금만 먹고 강지훈 씨에게는 말 안 할게요.”규영과 미진의 얼굴에는 난감한 기색이 가득했다.그들 역시 소현아를 좋아하는지라 마음껏 먹게 해주고 싶었지만, 그녀가 힘들어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그녀 때문에 주인님에게 혼나는 건 더더욱 싫었다.“아가씨, 배고프시면 제가 과일 좀 가져다드릴까요? 과일은 아기에게 좋을 거예요.”규영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와 협상했다.소현아는 고기가 가득 담긴 접시를 눈앞에 두고도 먹을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까지 왈칵 차올랐다.하지만 배에서 또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자 더는 고집을 부리지 못하고 결국 접시를 내려놓았다.“알겠어요. 그럼 과일 많이 먹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저녁에 배가 고파서 잠이 안 오거든요.”규영과 미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식기를 치우고 과일을 잘라 가져다주었다. 그러고는 맛있게 먹고 있는 소현아의 모습을 지켜보았다.사실 소현아는 살이 잘 찌는 체질은 아니었다. 많이 먹어도 과도하게 뚱뚱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글동글 귀여운 편이었다. 식사량을 줄이자 며칠 만에 눈에 띄게 체중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밖에서 돌아온 강지훈은 한눈에 그녀의 얼굴이 핼쑥해졌음을 알아챘다. 살이 빠져 더 커진 눈은 전보다 더욱 청순하고 순진무구해 보였다.“그동안 제대로 못 먹었어?”그가 손을 뻗어 뺨을 꼬집었다. 감촉도 예전만큼 부드럽지 않았고 손에 잡히는 살도 별로 없었다.소현아의 얼굴이 그의 손에 일그러졌다. 그녀는 배고픔에 가련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강지훈 씨, 저 배가 너무 고파요. 아기 낳는 거 너무 힘들어요. 그만두면 안 될까요? 아기 그냥 다시 돌아가게 해줘요!”강지훈은 어이없음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돌아가? 어디로 돌아가?”소현아는 눈알만 이리저리 굴릴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 역시 아기가 어디로 돌아갈 수 있는지 알 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