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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

Author: Rose D' Arc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31 19:19:30

발레리

그의 팩에 들어가라고?

그 생각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해졌다. 나는 이제 막 자유를 되찾았다. 그런데 또 다른 팩에 속해 그들의 규율과 기대에 얽매이는 건 가장 바라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알리스테어의 제안을 거절하는 데도 대가는 따를 것이다. 나는 그를 적으로 돌리게 될 테고, 그건 선뜻 감수할 수 있는 위험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는 전생에서 나와 내 아이의 죽음을 불러온 장본인이었다.

결국 내게 남은 것은 최악의 딜레마뿐이었다.

나는 장단점을 하나하나 따져 보며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계산했다.

정말 알리스테어를 믿어도 되는 걸까? 설령 알파인 그 자신은 믿을 수 있다 해도, 그의 팩은?

내가 정말 그 제안을 고려하고 있는 걸까? 아니.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은 더욱 복잡해졌다. 자유를 지키고 싶은 마음과 알리스테어의 제안을 거절했을 때 닥칠 위험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그의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 사이를 감도는 침묵은 점점 더 짙고 무겁게 내려앉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거절한다면 그가 무슨 일을 벌일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팩에 들어간다는 건….

몇 분 동안 깊이 고민하던 끝에 마침내 답이 떠올랐다.

“아니요.” 내가 마침내 입을 열자 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고, 나는 서둘러 말을 이었다.

“당신의 팩에는 들어가지 않겠습니다. 대신 다른 조건을 제안하고 싶어요.”

그는 걸음을 멈추고 눈썹을 치켜올렸지만, 나는 긴장을 감춘 채 계속 말을 이어 갔다.

내 이야기를 모두 들은 그는 낮게 웃었지만, 나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것이 그가 원하던 대답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그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거래를 제안했군요. 좋습니다.” 그가 승낙하며 악수를 청하려는 듯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발레리.” 그가 나직이 말했다.

나는 대답 대신 그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에 닿는 순간, 날카로운 전율이 온몸을 스쳐 지나갔다. 미처 그 감각을 이해하기도 전에 손을 떼고 올려다보자, 그의 차가운 푸른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

“저도요.” 그것이 내가 겨우 내뱉을 수 있는 말이었다.

연회장을 나서면서도 내 머릿속은 조금 전의 감각만 맴돌았다. 내가 정말 옳은 선택을 한 걸까?

….

한 달 후

그날, 나는 우리 둘 모두에게 적당한 타협안이 될 새로운 거래를 제안했다.

그의 제안을 거절하는 대신, 필요할 때 그의 개인 고문이자 팩 간 분쟁의 중재자 역할을 맡기로 했다. 그 대가로 나는 자유를 보장받았고, 우리 도시와 그의 팩으로부터 보호까지 약속받았다. 서로가 원하는 것을 얻는 적당한 거래였다.

결국 나쁘지 않았다. 미나는 꽃집 일을 일부 맡아 주었고, 나는 일주일에 최소 두 번은 그의 팩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다.

알리스테어와 함께 일하는 건 부담스러웠지만, 의외로 그는 내 앞에서는 점점 편한 모습을 보였다. 여전히 거리를 두고 있긴 했지만, 엄격한 상사라기보다 느긋한 상사, 때로는 친구처럼 행동하기도 했다. 그는 틈만 나면 내게 그의 팩에 들어오라고 권했고, 나는 그때마다 거절했다. 반면 가끔은 예고도 없이 전화를 걸어왔는데, 그게 중요한 일 때문인지 아닌지는 늘 알 수 없었다.

지금처럼.

“죄송합니다.” 나는 손님을 응대할 수 있도록 미나를 불러 카운터를 맡긴 뒤 자리를 벗어났다. 울리는 휴대전화를 꺼내 곧바로 받았지만, 들려온 것은 거친 욕설뿐이었다.

그의 목소리에 담긴 폭발적인 분노에 나는 순간 온몸이 굳어 버렸다. 그가 이렇게까지 화난 목소리를 내는 건 처음이었다.

“무슨 일이죠?” 내가 물었다.

“당신의 전 팩은 존중이라는 게 뭔지도 모르는 모양입니다. 자기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군요.” 그가 이를 악물며 내뱉었다.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어 갔다.

그가 설명을 이어 갈수록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전생과 똑같았다. 앨린이 문제를 일으켰고, 그것이 결국 여기까지 번진 것이었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죠? 전쟁을 선포하신 건가요?” 나는 몸이 떨리지 않도록 애쓰며 물었다. 다시는 그들과 엮이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전쟁이 또다시 시작된다는 생각만으로도….

“아니.” 그가 피식 웃었고,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내가 왜 그래야 하죠? 마침 중재자가 있지 않습니까? 공교롭게도 그 팩과도 연이 있는 사람 말입니다.”

안도감은 곧 불안으로 바뀌었다.

어쩌면 이번만큼은 달라질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던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결국 이 일만큼은 피할 수 없었다.

이클립스 팩. 부모님. 앨린 그리고 트리스탄. 나는 그들과 다시 마주해야 했다.

알리스테어가 결정을 내린 뒤 며칠이 흘렀다. 회담 장소는 그의 예상대로 섀도 문 팩 회관으로 정해졌다. 모든 준비는 끝났고, 이제 남은 것은 내가 그들과 마주하는 일뿐이었다.

회담장으로 향하는 내내 마음을 다잡을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준비가 되어 있었다.

경비대원들이 차에서 내리는 나를 부축해 주자 나는 작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계속해서 이곳에 드나든 데다 계약까지 맺은 덕분인지, 그들은 훨씬 더 친절하고 예의 바르게 대해 주었다. 가는 길에 몇몇 팩원들도 내게 인사를 건넸지만, 불안감만큼은 가라앉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선 나는 문을 열고 두 팩과 다시 마주했다. 나의 과거와 현재였다.

“섀도 문 팩의 고문, 발레리 발렌타인!”

그들의 호명에 나는 쏟아지는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비틀거리지 않으려 온 힘을 다해 걸었다. 두 팩 사이, 중앙에 마련된 내 자리에 앉고 나서야 비로소 고개를 들었다.

예전 팩원들은 마치 유령이라도 본 사람들처럼 충격에 휩싸인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부모님 역시 눈을 크게 뜬 채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트리스탄은…

그의 시선에 나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화가 난 표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달랐다. 이전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뜨겁고 강렬한 눈빛이었다.

그때 아버지가 얼굴을 붉힌 채 벌떡 일어섰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알파 알리스테어! 감히 우리 딸을 붙잡아 와 이번 분쟁의 중재자로 세우다니!” 아버지가 소리쳤다.

“말조심하시죠, 발렌타인 씨.” 알리스테어가 그의 말을 끊었다. “연장자라는 점은 존중하지만, 당신은 어디까지나 베타일 뿐입니다. 그것도 지금은 제 영역 안에 있는 베타죠. 그녀는 이미 당신들 팩의 일원도, 루나도 아닙니다. 우리를 포함한 여러 팩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죠. 연례 회의 때 그 사실을 가장 자랑스럽게 떠들어 댄 것도 바로 당신들이었는데, 이제 와서 무슨 불만이 있다는 겁니까? 그녀는 자신의 자유 의지로 제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달리 문제 삼을 이유는 없겠죠. 설마… 무언가 찔리는 구석이라도 있는 겁니까?”

곳곳에서 수군거림이 번져 나왔지만, 나는 거기에 집중할 수 없었다.

왜 트리스탄은 아직도 저렇게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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