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혼란

Author: Rose D' Arc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31 19:19:35

발레리

“그만하세요.” 나는 모두를 조용하게 만드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마치 다시 루나가 된 기분이었다. 옆에서 꽂혀 오는 시선을 애써 외면한 채 말을 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죠.”

중재자인 나는 양측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뒤 판단을 내려야 했다. 두 팩은 각자의 입장을 설명했고, 후자의 주장은 베타의 딸이 앨린에게 다쳤다는 것이었다. 이후 잠시 휴식 시간이 제안되었다.

판단을 정리하기 위해 자유롭게 회관을 둘러보던 나는 구석에서 들려오는 수군거림에 걸음을 멈췄다. 내 예전 팩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말 짜증 나. 알파 트리스탄은 거의 한마디도 안 했잖아.” 한 사람이 짜증스럽게 말했고, 나는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나 역시 그 점을 눈치채고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늘 앨린의 편을 들던 그가 왜 갑자기 입을 다물고 있었던 걸까?

“아직도 몸이 안 좋은 건가? 팩 닥터는 별문제 없다고 했는데….” 누군가가 속삭였고, 나는 귀를 기울였다.

“알파 트리스탄은 갑자기 쓰러진 뒤로 예전 같지가 않아.” 다른 이가 낮게 말했다. “그 일이 있은 지도 벌써 2주나 됐고, 하필 그 뒤에 이번 갈등까지 터졌잖아. 많이 힘든 게 분명해.”

“게다가 루… 아니, 전 루나가 섀도 문 팩에 들어갔다고? 대체 무슨 일이야? 설마—”

더 듣기 전에 나는 발길을 돌렸다.

‘2주 전에 쓰러졌다고?’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내 기억에는 그런 일은 없었다. 대체 무엇이 달라진 걸까?

‘달라진 일이 많을 수도 있어.’

나는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앨린이 아직 루나도, 적어도 ‘차기 루나’로도 불리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떠난 지도 벌써 몇 달이 지났다. 지금쯤이면 둘은 이미 메이팅 의식을 치렀을 거라고 생각했다. 혹시 그것 때문일까?

나는 재빨리 그런 생각을 떨쳐 냈다. 이제 더 이상 그것은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회의가 다시 시작되었을 때, 나는 이미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지난 생에서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결국 내 목숨까지 앗아갔던 이 사건도 이제는 끝을 맞이할 것이다.

자리에 앉은 나는 입을 열었다.

“이번 갈등의 해결은 간단합니다. 자존심만 앞세우지 않았다면 진작 해결됐을 문제였죠. 먼저 잘못을 저지른 쪽은 이클립스 팩이므로 그에 따른 책임 역시 이클립스 팩이 져야 합니다. 이클립스 팩의 앨리스 발렌타인은 섀도 문 팩과 베타의 딸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또한 팩의 전통에 따라 이클립스 팩은 공식 사과와 함께 보상의 예물을 보내야 합니다.”

가장 쉽고도 간단한 해결책이었다. 이클립스 팩은 자원이 부족한 팩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이 순순히 받아들일까?

나는 반발이 나오기를 예상하며 숨을 죽였지만, 그 순간 트리스탄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 알파 트리스탄은 이 판결을 받아들이겠다.” 그가 선언했다.

나는 몸을 굳혔다. 그가야말로 가장 먼저 반대할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시선은 여전히 이상할 정도로 나를 향하고 있었다. 나는 억지로 고개를 돌렸다.

알리스테어와 눈이 마주치자 긴장이 조금 풀렸다. 그는 내 판결이 마음에 든 듯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렇다면 양 팩의 갈등은 이것으로 종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가 선언했고,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을 짓누르던 무게가 비로소 사라지는 듯했다.

앨린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와 부모님이 나를 노려보는 것이 느껴졌지만 무시했다. 트리스탄의 시선이 계속 나를 향하는 것은 무시하기가 더 어려웠지만, 끝까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나는 곧 이곳을 떠날 테니까.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놀랍게도 알리스테어가 양 팩의 화해를 기념하자며 즉석에서 연회를 열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가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하인들과 팩원들이 음식과 술, 음악을 들고 들어왔다. 순식간에 긴장으로 가득했던 회관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웃음과 음악으로 가득 찼다.

연회가 시작된 지 거의 20분쯤 되었을 때, 나는 몰래 빠져나와 근처 정원으로 향했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었다. 팩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이었지만, 모든 일이 해결된 지금은 어느새 밤이 되어 있었다.

나는 재빨리 니나에게 문자를 보낸 뒤 기둥 하나에 몸을 기대고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지난 생에서 내 목숨을 앗아갔던 위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들이 이곳을 떠나고 나면, 이제 다시는 그들과 엮일 이유도 없었다.

“발레리.”

그때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황급히 몸을 돌리자 트리스탄이 서 있었고, 나도 모르게 숨이 막혔다.

그는 지금쯤 축하를 하고 있어야 했다. 이클립스 팩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돌아갈 수 있게 되었고, 앨린도 그의 곁에 있었다. 그런데 왜 이곳에 있는 거지?

그가 보내는 시선에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여기서 뭐 하는 거죠?” 나는 경계하며 쏘아붙였다.

“널 보러 왔다.”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도 전에 그는 갑자기 나를 힘껏 끌어안았다. 나는 충격에 휩싸였다. 그가 나를 안고 있었다.

당황한 나는 그를 밀쳐 내며 비틀거렸다.

“대체 무슨 짓이에요?!” 나는 두 팔로 스스로를 감싸 안으며 외쳤다.

“널 만나야 했어, 발레리.” 그가 거칠게 숨을 내쉬며 내 어깨를 붙잡으려 손을 뻗었다. 그의 손길에 나는 움찔했지만, 그는 놀라울 만큼 조심스럽게 나를 살펴보고 있었다.

“실례지만, 알파 트리스탄. 우리는 이미 메이트도 아니고…”

“그건 중요하지 않아.” 그가 내 말을 끊으며 쏘아붙였다. “중요한 건 네가 왜 여기 있는지야. 무슨 생각으로 이 팩에 있었던 거지? 붙잡혀 온 거야? 다친 데는 없어? 아이는 어떻게 됐어?”

‘잠깐….’

나는 무언가를 깨닫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아이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죠?” 나는 경악한 목소리로 물었다.

내 임신은 은닉 임신이었고, 이클립스 팩에서는 누구도 그 사실을 몰랐다. 팩 닥터에게서 들었을 리도 없고, 그 시점의 트리스탄이라면 알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를 바라보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의 눈에는 전에도 본 적 없는, 절박하고도 강렬한 빛이 어려 있었다.

“봤어. 네가 죽었을 때… 네가 잃은 그 아이를.” 그가 말했다.

믿을 수 없었다. 그럴 리가 없었다.

그는 수많은 감정을 품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그 감정들을 모두 읽을 수 있었다.

결의. 절망. 그리고…

고통.

“난 모든 걸 알고 있어.”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회귀한 루나를 사랑하다     가족

    발레리 팩 홀은 순식간에 텅 비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아린의 모습은 공허한 눈빛뿐이었다. 경비들이 그녀를 끌고 나가는 동안에도 그녀는 무관심한 얼굴로, 주변의 모든 것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어쩌면 어떤 것들은… 어떤 사람들은 끝내 변하지 못하는 걸지도 모른다. 나는 그 생각을 떨쳐냈다. 사용인들에게 홀을 정리해 달라고 말한 뒤 몸을 돌려 떠나려던 순간— “발레리.”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몸이 굳었다. 도망치고 싶은 충동이 온몸을 스쳐 지나갔지만, 이번에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며칠 만에 처음으로 부모님과 눈을 마주했다. 두 사람은 마치 순식간에 십 년은 늙어 버린 사람처럼 보였다. 얼굴에는 주름이 깊어졌고, 표정에는 피로와 상심이 짙게 어려 있었다. 기시감이 밀려왔다. 예전에도 바로 이 홀에서 부모님과 마주치기 전에 도망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번만큼은 도망치지 않기로 했다. 두 사람은 천천히 내게 다가와 몇 걸음 앞에서 멈춰 섰다. 그들의 표정을 보는 순간 가슴이 묵직해졌다. 피로와… 차마 읽어낼 수 없는 여러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이번에는 또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 걸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침묵 속에서 그들이 다음 말을 꺼내기를 기다렸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 판결을 내려줘서 고맙구나. 그런 일을 당하고도 저 아이에게 그렇게 관대한 판결을 내려 준 건… 정말 너다운 자비였어.”

  • 회귀한 루나를 사랑하다     판결

    발레리 남은 이틀은 마치 시냇물을 따라 흐르는 물처럼 순식간에 지나갔다. 병원에서 돌아오자마자 그대로 정신없이 잠들어 버릴 정도로 지쳐 있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그날 눈을 뜨자마자 나는 트리스탄이 돌아올 준비를 하나씩 해 나갔다. 소피아와 다른 하녀들이 내 곁을 도왔고, 다른 사용인들 역시 내 지시를 기다리며 움직였다. 지난 며칠 동안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해 왔다. 더 이상 루나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이것저것 정리하는 동안만큼은 마치 다시 루나가 된 기분이었다. 이제야 내가 그것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깨달았다. 이상할 만큼 마음이 편안했다. 책임의 무게는 예전보다 가벼워졌고,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할 일을 마칠 때마다 나는 저택과 병원을 오가며 가능한 한 오래 트리스탄의 곁을 지켰다. 이야기를 나누든, 농담을 주고받든, 아무 말 없이 함께 시간을 보내든 상관없었다. 그와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충분했다. 그 이틀 동안 우리는 아린도, 부모님도, 다가올 재판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어쩌면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침내 그날이 찾아왔다. 나는 거대한 팩 홀을 바라보았다. 나를 다시 이 팩으로 불러들였던 연회가 열렸던 장소. 하지만 오늘 이곳에 모인 이유는 전혀 달랐다. '이제 시작이야.'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문득 이 순간쯤 이미 퇴원했을 트리스탄이 떠올랐다. 전날 밤 그는 재판에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때 그의 눈빛만으로도 이유는 충분히 전해졌다. 이건 내 선택이었다. 내가 내려야 할

  • 회귀한 루나를 사랑하다    변화

    발레리 '뭐?' 너무도 뜻밖의 말에 온몸이 싸늘하게 굳었다. 그가 어떤 말을 하든 상상은 했지만, 이건 가장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다. “트리스탄, 그럴 순 없어….” “정당하고 합법적인 판결이야.” 그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루나를 살해하려 한 죄의 대가는 사형이다.” “난 더 이상 루나가 아니야.” 나는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끼며 반박했다. 그는 잠시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전 루나라고 해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는 알파까지 공격했어.” 가슴 한쪽이 조여 왔다.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평생의 대부분을 그녀를 지키며 살아온 사람이었다. 이제는 모든 인연을 끊었고, 더 이상 그녀를 평범한 팩원 이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해도, 트리스탄은 원래 잔인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그런 결정을 내리다니. '앨린을… 죽인다고?' “트리스탄….” “발레리.” 그가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의 잿빛 눈동자를 마주한 순간, 나는 숨을 삼켰다. 내가 알지 못하는 기억의 그림자가 그 눈동자 속에 짙게 드리워져 있었고, 그 모습은 내 가슴을 저미게 만들었다. “난 이제 모든 걸 알아.” 그가 낮게 내뱉었다. “그 아이 마음속 악의는 너무 깊어. 그런 사람을 이 팩에 그대로 둘 수는 없어. 그렇다고 추방해서 밖으로 내보내 또 다른 위험을 만들게 둘 수도 없고.” 어느새 그의 손이 내 손을 감싸 쥐고 있었다. 부드럽게 감

  • 회귀한 루나를 사랑하다     시련

    발레리 방 한구석에 앉아 나는 제라드 박사가 트리스탄의 상태를 살피며 차분히 지시를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의 벅찬 감정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지만, 나는 결국 그를 위해 팩의 주치의를 불러오고 말았다. 나는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바닥으로 시선을 내렸다. 너무 오래 바라보고 있었다. 몇 분씩 그의 얼굴선을 따라 눈길을 머무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친 일이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그건 증거였으니까. 그가 살아 있다는 증거. 내 곁에 있다는 증거. 그리고 조금 전의 모든 일이 현실이었다는 증거. 그는 나를 사랑했다. 그 사실이 천천히 내 안에 자리 잡았다. 몇 주 동안 이어졌던 그 애매한 경계가 마침내 제자리를 찾은 기분이었다. 나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천천히 마음을 정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피투성이가 된 채 창백하게 쓰러져 나를 위해 목숨까지 내던진 그의 모습을 보는 순간, 모든 것이 선명해졌다. 그 마음은 그를 기다리는 내내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다. 병실에서 홀로 그의 유일한 보호자로 남아 몇 번이고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오직 한 가지를 간절히 기도했다. 그는 죽으면 안 된다. 내 마음을 전하기도 전에 그를 잃을 수는 없었다. 더 이상 내 감정을 외면할 수도 없었다. 나는 그를 사랑했다. 예전처럼 모든 것을 안다고 믿으면서도 아무것도 몰랐던 그 남자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제는 진정한 그를 알게 된 지금의 트리스탄을 사랑했다. 그의 결점과 실수까지도 모두 품은 채. 나는 그의 결점을 알면서도 그를 사랑했다. 그는 자신

  • 회귀한 루나를 사랑하다    사랑해

    트리스탄 눈부신 빛이 눈을 파고들자 희미하게 신음이 새어 나왔다. 둔한 통증이 감각을 무디게 만들었지만, 밝기에 익숙해지자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볼 수 있었다. 병원이었다. 앨린의 협박, 발레리, 그리고 총성이 뒤섞인 기억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내가 의식을 잃은 뒤에 있었던 일들까지도... 몸을 일으키려다 묵직한 감각에 멈칫했다. 침대 옆으로 시선을 돌리자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저 머리카락만큼은 어디서든 알아볼 수 있었다. 발레리. 그녀는 잠들어 있었다. 침대의 빈 공간 위에 두 팔을 포개 베개 삼아 얼굴을 기댄 채였다. 푸른 침대 위로 백금빛 금발이 물결처럼 흘러내렸다. 눈가는 붉게 부어 있었고, 이내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볼을 따라 말라붙은 눈물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트리스탄! 안 돼! 정신 차려!” 그 절박한 외침이 아직도 귓가를 맴돌았다. 목이 꽉 메어 왔다. 이제는 모든 것이 기억났다. 그녀가 죽은 뒤 이어졌던 전생의 기억들까지도. 가슴을 짓누르는 무게는 더욱 커졌다. 그때도 그랬다. 너무 늦어서야 모든 것을 깨닫고, 비참함과 죄책감, 후회와 이루지 못한 사랑에 갇힌 채 생을 마감했다. 진실은 고통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해방감을 안겨 주었다. 결국 모든 길의 끝에는 그녀가 있었다. 그때의 나는 너무 눈이 멀어 그것을 보지 못했을 뿐이다. 무엇보다 나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품었던 소원이었다. 그 소원 때문에 내가 이 시간으로 돌아온 걸까? 모든 것을 바로잡으라고? 애초에 내가 그런 기회를

  • 회귀한 루나를 사랑하다    소원

    트리스탄 그날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앨린은 부모님의 집으로 돌아갔고, 나는 그녀를 거의 마주치지 않았다. 가끔 마주쳐도 그녀를 바라볼 수가 없었다. 나를 이용하려 했던, 술에 취한 내 몸을 탐하려 했던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기 때문이다. 그 후 며칠 동안 그녀는 점점 더 불안정해졌다. 수시로 연기를 하며 피해자인 척 행동했다. 하지만 예전과는 달랐다. 이제는 그것이 너무도 선명하게 보였다. 끝없는 피해의식. 내가 알고 있던 그녀의 모습은 산산이 깨져 있었고, 머릿속에는 한 가지 의문만 맴돌았다. 왜? 나는 그녀를 외면했다. 그저 거리를 두었다. 죄책감과 자기혐오에 짓눌려 그녀의 행동에 일일이 신경 쓸 여유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순진한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애써 넘기려 했다. 분명 그날의 일은 한 번의 실수일 뿐이고, 언젠가는 잊힐 거라고. 적어도 어느 날 밤, 한밤중에 눈을 떠 알몸의 그녀가 내 위에 올라타 있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그렇게 믿었다. 불길한 기분에 눈을 떴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실루엣을 확인한 순간에야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깨달았다. 앨린이 무엇을 하려는지. 몸을 움직이려던 나는 그녀가 적막 속에서도 또렷이 들리는 목소리로 혼잣말을 시작하자 멈춰 섰다. 이것만이 나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고. 이제야 모든 것이 완벽해질 거라고. 발레리에게 이것마저 빼앗길 수는 없다고. 그리고 발레리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모두를, 심지어 나까지도 발레리에게 등을 돌리게 만들기 위해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를.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내 피가 차갑게 식어 갔다. 나는 충격과 믿을 수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