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지는 원래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지금 엔데스 명우의 눈에 가득한 조롱의 시선을 마주한 순간, 그 분노는 더욱 깊어졌다.엔데스 명우는 그런 소은지의 시선 속에서 여유롭게 소파에 가서 앉은 후 잠에 든 고양이를 품에 안았다.고양이는 바로 위험을 느끼고 엔데스 명우의 손을 문 다음 도망쳐버렸다.“저 짐승이 감히 사람을 물어? 얼른 와서 도련님의 상처부터 치료해!”주용선은 엔데스 명우가 물린 것을 보고 깜짝 놀라면서 얘기했다.주용선의 명령에 고용인들이 구급상자를 들고 나타나 엔데스 명우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소은지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서 표정을 굳혔다.“무슨 생각해?”엔데스 명우는 웃으면서 소은지를 바라보았다. 고양이한테 물려서 짜증 내는 법은 하나도 없었다.소은지는 당장이라도 엔데스 명우를 찢어버릴 듯한 표정으로 엔데스 명우를 쳐다보았다.엔데스 명우가 입을 열었다.“그래서 넌 네가 엔데스 현우한테 뭐라고 생각하는데?”남기는 이제 소은지 곁에 없었다.짧은 시간 만에 엔데스 명우의 사람이 반산월을 점령했다.소은지는 이미 엔데스 명우의 손에 들어온 것이다.어떻게 그렇게 빨랐을까? 설마...“복수할 게 있으면 나한테 해! 도망치지 않을 테니까 인질은 풀어 줘!”소은지가 으르렁대면서 얘기했다.엔데스 명우가 짧은 시간 만에 이곳을 장악했다는 것을 떠올린 소은지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소은지가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이다.그런 방식으로 엔데스 명우의 모든 것을 잃게 만들고 엔데스 명우를 파리에서 내쫓으면 될 줄 알았다.하지만 소은지는 엔데스 명우의 배후를 생각하지 못했다.그리고 엔데스 가문의 전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생각하지 못했다.엔데스 명우가 진다고 해서 깔끔히 물러날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말이다.“그래, 그래서 지금 너한테 복수하는 거잖아.”엔데스 명우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정말 위험해 보였다.“대체 뭘 하고 싶은 거야!”“난 네가 왕비가 됐으면 해.”“그건 불가능한 일이야.”이곳에
그렇게 생각하면서 소은지는 바로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자리에서 일어난 소은지는 미친 것처럼 짐을 정리했다.소은지가 무거운 짐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갈 때, 주용선이 소은지를 발견하고 얘기했다.“사모님, 지금 이게 뭐 하시는 거예요!”“비켜!”주용선이 다가가려고 하자 소은지가 호통을 쳤다.엔데스 현우는 이미 남기를 데려갔다. 그리고 주용선은 남기가 없어서 두려울 것 없이 행동하고 있었다.반산월은 소은지에게 안전한 안식처였지만 지금은...“여섯째 도련님이 오고 계십니다. 사모님, 혹시 깜빡하신 건 아니죠?”주용선이 소은지를 보면서 얘기했다.그 차가운 말에 소은지는 이성을 되찾았다.“사람은...”주용선은 총명한 사람이었기에 소은지가 묻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았다.“원래 같이 데려오려고 했으나 여섯째 도련님이 얘기하시길, 사모님은 말을 잘 듣지 않으니 그 사람을 데려오면 더욱 골치 아파질 거라고 했습니다.”주용선이 말하는 건 소은지의 남동생이었다.원래는 소은지의 남동생을 데려오겠다고 했으나 결국 돌아온 건 샘플뿐이었다.그래서 소은지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전혀 몰랐다. 그리고 상대방이 무사한지도...하지만 엔데스 명우의 성격을 생각 해보면 상대방은 무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엔데스 명우 곁에서 짐승만도 못한 삶을 살아온 것을 떠올린 소은지는 심호흡을 하면서 흥분을 가라앉혔다.주용선을 쏘아보자 주용선은 그저 다가가 소은지 손에서 캐리어를 빼앗아 올 뿐이었다.소은지는 주먹을 꽉 쥐었다.주용선은 부드러운 말투로 얘기했다.“누가 사모님의 어머니인지 잘 생각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어머니라는 건 소은지에게 아주 낯선 존재였다.“도대체 엔데스 명우가 날 속인 게 몇 가지나 되는 거야.”소은지가 주용선을 쏘아보면서 물었다.남동생의 사건 때문에 소은지는 머리가 어지러웠다.엔데스 명우가 소은지의 가족을 찾았다고 했을 때, 소은지는 믿지 않았다.하지만 검사를 해본 결과, 소은지는 남동생과 어머니가 다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이유영과의 전화를 어떻게 끊은 것인지, 소은지는 기억도 하지 못했다. 소은지는 앉아서 멍하니 생각에 빠졌다.이유영이 한 말을 떠올리면서 말이다.소은지는 그저 설선비와 상속권의 문제로 엔데스 명우와 싸우는 것인 줄 알았다.하지만 왜... 엔데스 명우가 파리를 떠났음에도 왜 엔데스 현우는...“하...”전화할 때, 소은지는 이유영에게 얘기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엔데스 명우는 소은지를 미워할 자격이 없다고 말이다.하지만 영주에서 발생했을 일을 떠올리며 소은지는 저도 모르게 숨을 헉 들이켰다.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들어 엔데스 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핸드폰 위에 뜬 전화번호를 보면서 소은지는 점점 더 긴장되었다.이윽고 전화를 받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아침은 가장 활기찰 때였다. 하지만 엔데스 현우의 목소리에서는 피곤함이 묻어났다.소은지는 심호흡을 한 뒤 물었다.“영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예요?”이미 이유영한테서 한번 들었지만 소은지는 그 질문을 하면서 속이 덜컹 내려앉았다.소은지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소은지의 말에 전화기 너머의 숨소리가 무거워졌다. 그리고 그 순간, 소은지는 깨달았다. 이유영이 한 얘기가 전부 진짜라는 사실을.엔데스 명우가 파리를 떠난 뒤, 엔데스 현우와 모순이 생겼다는 것을.“엔데스 명우가 돌아온대요. 조심해요.”엔데스 현우는 소은지가 원하는 대답 대신 다른 얘기를 했다.소은지는 그런 엔데스 현우를 보면서 영주에서의 일이 진짜라는 것을 깨달았다.엔데스 현우가 소은지에게 조심하라는 말을 한 순간부터 소은지는 심정이 무거워졌다.모든 것이 난장판이었다.이제 소은지와 엔데스 명우 사이에 누가 더 손해를 봤는지는 계산할 수 없을 정도였다.“도대체 날 왜 이렇게 내몬 거예요?”소은지는 그렇게 묻는 본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소은지는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전혀 몰랐다.전에 소은지는 엔데스 명우를 증오했었다. 그리고 결국 그를 파리에서 내쫓는 데 성공했다.설선비의 일
만약 엔데스 명우를 파리에서 내쫓는 것으로 그치면 이런 상황이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에 엔데스 현우가 수작을 부렸다. 사실 그건 특별한 원한 때문에 한 일이 아니라, 후환을 없애기 위한 일이었지만 엔데스 명우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그렇게 증오가 가슴에 차고 이제는 그 증오를 풀 수 있는 상대가 필요했다.그래서 이제 그 증오를 모두 소은지에게 던져버리려고 한 것이다....다른 한편.파리의 반산월.소은지는 침대에 누워있다가 이유영의 전화에 깨어났다. 이유영은 다급한 말투로 소은지에게 얘기했다.“은지야, 얼른 도망가.”“...”잠이 덜 깬 소은지는 이유영의 말을 듣자마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젯밤 술을 많이 마셨기에 머리가 약간 아팠는데, 이유영의 말을 들으니 머리가 멍해지는 것 같기도 했다.“유영아, 그게 무슨 말이야? 도망가라니? 왜?”“엔데스 명우가 파리로 돌아온대.”“...”“엔데스 명우를 쉽게 생각하면 안 돼.”이유영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엔데스 신우가 한 말을 떠올렸다.소은지는 아마 많은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소은지는 본인이 그저 엔데스 명우의 상속권을 빼앗은 줄 알겠지만, 사건의 진실은 그게 아니었다.그래서 이유영은 소은지가 더욱 걱정되었다.정신을 차린 소은지가 이유영에게 얘기했다.“유영아, 천천히 얘기해 봐!”“엔데스 명우는 지금 영인주로 이름을 바꿨어!”“뭐?”소은지는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평소에는 두뇌 회전이 빠른 소은지였지만 지금 이유영의 말을 듣고 있으니 머리가 멍했다.아무리 정리해 보려고 해도 머릿속이 어지러웠다.그동안 소은지의 세계에는 수많은 일들이 일어났다.하지만 이건 또 무슨 일이란 말인가.이유영은 엔데스 신우가 얘기했던 것을 소은지에게 전달했다.이유영의 예상대로, 소은지는 아무것도 몰랐다.엔데스 명우가 소은지의 약점까지 잡아가면서 복수하려는 이유가... 이런 것이었다니.“그래서 엔데스 현우는...”모든 것을 알게 된 소은지는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조용했던 단역시에는 어두운 기운이 넘실거렸다.하지만 다시 평정을 되찾았다. 강이한이 엔데스 신우를 향한 공격들을 멈췄기 때문이다.엔데스 신우는 이유영과 아침을 먹으면서 그 소식을 보고받았다.“...”엔데스 신우는 아무 말도 없는 이유영을 보면서 물었다.“무슨 생각하는 거야?”이유영은 엔데스 신우를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이유영은 이제 강이한의 소식을 들어도 아무렇지 않았다.“너한테 알려줄 소식이 있어.”엔데스 신우는 고민하다가 이유영에게 얘기했다.“뭔데요?”두 사람한테 이 소식보다 더욱 중요한 소식이 있을까?”이유영에게 있어서 강이한은 마치 떼어지지 않는 귀신과도 같았다.진영숙과 강이한이 단역시에 있다는 걸 알기에, 이유영은 그들이 아이한테 접근할까 봐 너무 두려웠다.강이한이 아이를 다치게 했던 사건 때문에, 이유영은 강이한이 무슨 말을 해도 강이한과 아이의 만남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었다.그래서 그동안은 계속 엔데스 신우가 직접 아이를 데려다주었다. 엔데스 신우가 시간이 없을 때면 이유영이 직접 나섰다.그렇게 해서라도 아이와 강이한이 접촉할 수 없게 만들었다.그때 엔데스 신우가 이유영을 보면서 얘기했다.“명우가 파리로 돌아간대.”“...”이 소식은 이유영과 크게 상관없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소은지에게 필요한 정보였다.그래서 이유영은 그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숨을 헉 들이켰다.“왜요?”그리고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엔데스 현우가 이미 파리의 모든 것을 손에 넣었기에 엔데스 가문의 다른 상속자들은 파리를 떠나야 했다.그런데 엔데스 명우가 다시 돌아온다니.그에게 좋은 점 하나 없는 행동이었다.“엔데스 가문에서 벗어나서 이제는 영인주라는 이름으로 돌아온대.”“...”이유영은 그 이름이 약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엔데스 신우는 그런 이유영의 생각을 읽은 듯이 덧붙여 얘기했다.“그 사람들, 영주에서 사건이 터졌거든.”영주?어쩐지 이름이 이상하다 했더니만, 지역 이름을 이름에 녹인
고통스러워하는 강이한을 보면서 배준석이 한숨을 내쉬었다.“잊어버려.”“배준석!”“두 사람 사이에 일어난 일이 너무 많아. 예전에 돌아갈 수 없어.”배준석이 또박또박 얘기했다.강이한에게 있어서 잔인한 얘기이긴 했다. 배준석이 알고 있는 일만 해도 빙산의 일각이었으니까.그래서 강이한과 이유영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잘 알았다.게다가 지금의 이유영은 아주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지 않은가.이유영의 세상에 박연준과 엔데스 신우가 없다고 해도 강이한에게 돌아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돌아갈 수 없다고?”강이한이 배준석을 보면서 중얼거렸다.강이한과 이유영의 사이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똑바로 얘기한 사람은 배준석이 처음이었다.매번 이 화제를 꺼낼 때마다 강이한은 듣고 싶지 않아 했다. 하지만 배준석의 말은... 거부할 수가 없었다.그래서 강이한은 본인과 이유영의 사이가 어떤 사이인지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모든 것을 알게 된 후, 강이한은 심장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배준석은 강이한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올 때부터 알고 있었잖아. 불가능하다는걸.”올 때부터...?맞았다.파리에서 떠나 이유영을 찾기 시작했을 때, 강이한은 그저 이유영이 잘 지내는지 보고 싶었다.하지만 이유영이 엔데스 신우와 잘 지내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분명 이유영은 강이한의 것이었는데.이유영의 미소와 사랑, 모든 것이 다 강이한의 것이었는데.왜 이제는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일까.강이한의 것이었던 모든 것들이, 지금은 왜 다른 남자의 것이 되었을까.강이한은 그 생각을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배준석의 말을 들으면서 강이한은 의식이 점점 흐려져 갔다.“두 사람 사이에 일어난 일 때문에, 이유영은 형을 용서하지 않을 거야. 아이의 일이 없었어도 용서하지 않았을 텐데, 아이의 일까지 더해졌으니...”“...”“그러니 이제는 잊어.”잊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