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지는 엔데스 명우가 소은지를 이용해 뭘 하려는 건지 잘 알았다. 그저 할리 가문과 엔데스 현우의 혼인을 막으려고 이러는 것이다.하지만 정말 그렇게 된다면 소은지는 파리에 피바람을 불어올 것이다.“은지야.”이유영은 그 말을 들으면서 마음을 졸였다.전에 이유영은 세상이 참 복잡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은지를 만나게 된 이후 이 세상이 얼마나 복잡한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소은지는 파리에 있으면서 엔데스 명우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난 뒤에도 결국 그 늪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어머니라는 건 소은지에게 대체 어떤 존재인가.이유영은 잘 알았다. 이유영도 그런 적이 있으니까. 소은지는 어릴 때부터 할머니랑 함께 지냈으니 어머니의 사랑이 아주 고팠을 것이다.아무리 소은지가 일할 때는 강인한 모습만 보여줬다고 해도 말이다.소은지는 명절 휴가 때마다 본가로 돌아가 어머니가 해주는 집밥을 먹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소은지는 명절 휴가 때마다 집에서 잠을 자거나 홀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었으니까.홀로 사는 삶은 자유로웠으나 너무 자유로워서 마음이 정착할 곳이 없었다.소은지는 항상 궁금했다.그녀의 어머니는 어떤 사람일지 말이다.대체 무슨 이유로 아버지와 이별한 것인지.하지만 지금 와서 이런 방식으로 어머니의 존재를 알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엔데스 명우가, 그녀의 가장 소중한 존재로 소은지를 협박할 줄도 몰랐다....이유영은 소은지와 전화를 끊은 뒤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유영은 방금 아이를 학교까지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이었다.이유영은 소은지가 이도 저도 못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았다.그때 학교 담장 코너 쪽에 강이한의 모습이 보였다.강이한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선생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게임을 노는 것이 보였다. 소월이도 아주 기뻐하면서 선생님을 쳐다보고 있었다.웃을 때 살짝 보이는 그 하얀 이가 너무 귀여웠다.강이한은 부드럽고 안타깝다는 눈빛으로 소월이를
전에 이 남자의 곁에서 수많은 고통을 겪었으니 두렵지 않을 수가 없었다.“대체 뭘 하고 싶은 거야!”소은지는 심호흡을 한 뒤 한숨을 내쉬었다.“네가 왕비가 되는 날, 난 너한테 네 어머니의 행적을 알려줄 거야. 그러니까 나한테 다른 질문은 하지 마.”말을 마친 엔데스 명우는 소은지를 확 밀어버렸다.그리고 손을 내밀자 주용선이 흰 손수건을 건넸다. 엔데스 명우는 손을 닦은 후 새하얀 손수건을 바닥에 던져버렸다.마치 소은지가 더럽다는 듯이 말이다.“...”소은지는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엔데스 명우는 소은지의 아침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후 떠나버렸다.소은지는 한참이 지나도 이 상황을 제대로 정리할 수 없었다. 머릿속이 복잡한 소은지는 결국 또 이유영의 번호를 눌렀다.“유영아, 나 이제 어떻게 해?”이유영이 뭐라고 얘기하기도 전에 소은지가 먼저 얘기했다.전화기 너머의 이유영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소은지는 한 번도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없으니까 말이다.“은지야...”“그 사람이 돌아왔어.”“...”엔데스 신우는 엔데스 명우가 그렇게 단순하고 쉬운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이유영은 소은지의 말을 듣고 엔데스 명우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알 것 같았다.그렇게 미루어보면 소은지는 엔데스 명우한테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이유영은 또 소은지가 걱정되었다.“은지야!”“난 도망갈 수 없어.”소은지는 이미 결정을 내린 듯 결연하게 얘기했다. 그 대답에서 이유영은 소은지가 어떤 상황에 처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엔데스 명우가 파리로 돌아간다고 했을 때, 이유영은 소은지한테 얼른 도망가라고 했다.무슨 원한이 있든지, 일단은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으로 도망가라고 말이다.파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던지, 어머니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던지 말이다.소은지도 그렇게 생각하고 도망치려고 했다.하지만 어머니라는 존재를 알게 된 후, 또 병원에서 위독 진단서를 받은 후, 그 진단서를 직접 검증해 보기까지 한 다음, 엔데스 명우한테서
소은지는 원래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지금 엔데스 명우의 눈에 가득한 조롱의 시선을 마주한 순간, 그 분노는 더욱 깊어졌다.엔데스 명우는 그런 소은지의 시선 속에서 여유롭게 소파에 가서 앉은 후 잠에 든 고양이를 품에 안았다.고양이는 바로 위험을 느끼고 엔데스 명우의 손을 문 다음 도망쳐버렸다.“저 짐승이 감히 사람을 물어? 얼른 와서 도련님의 상처부터 치료해!”주용선은 엔데스 명우가 물린 것을 보고 깜짝 놀라면서 얘기했다.주용선의 명령에 고용인들이 구급상자를 들고 나타나 엔데스 명우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소은지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서 표정을 굳혔다.“무슨 생각해?”엔데스 명우는 웃으면서 소은지를 바라보았다. 고양이한테 물려서 짜증 내는 법은 하나도 없었다.소은지는 당장이라도 엔데스 명우를 찢어버릴 듯한 표정으로 엔데스 명우를 쳐다보았다.엔데스 명우가 입을 열었다.“그래서 넌 네가 엔데스 현우한테 뭐라고 생각하는데?”남기는 이제 소은지 곁에 없었다.짧은 시간 만에 엔데스 명우의 사람이 반산월을 점령했다.소은지는 이미 엔데스 명우의 손에 들어온 것이다.어떻게 그렇게 빨랐을까? 설마...“복수할 게 있으면 나한테 해! 도망치지 않을 테니까 인질은 풀어 줘!”소은지가 으르렁대면서 얘기했다.엔데스 명우가 짧은 시간 만에 이곳을 장악했다는 것을 떠올린 소은지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소은지가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이다.그런 방식으로 엔데스 명우의 모든 것을 잃게 만들고 엔데스 명우를 파리에서 내쫓으면 될 줄 알았다.하지만 소은지는 엔데스 명우의 배후를 생각하지 못했다.그리고 엔데스 가문의 전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생각하지 못했다.엔데스 명우가 진다고 해서 깔끔히 물러날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말이다.“그래, 그래서 지금 너한테 복수하는 거잖아.”엔데스 명우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정말 위험해 보였다.“대체 뭘 하고 싶은 거야!”“난 네가 왕비가 됐으면 해.”“그건 불가능한 일이야.”이곳에
그렇게 생각하면서 소은지는 바로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자리에서 일어난 소은지는 미친 것처럼 짐을 정리했다.소은지가 무거운 짐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갈 때, 주용선이 소은지를 발견하고 얘기했다.“사모님, 지금 이게 뭐 하시는 거예요!”“비켜!”주용선이 다가가려고 하자 소은지가 호통을 쳤다.엔데스 현우는 이미 남기를 데려갔다. 그리고 주용선은 남기가 없어서 두려울 것 없이 행동하고 있었다.반산월은 소은지에게 안전한 안식처였지만 지금은...“여섯째 도련님이 오고 계십니다. 사모님, 혹시 깜빡하신 건 아니죠?”주용선이 소은지를 보면서 얘기했다.그 차가운 말에 소은지는 이성을 되찾았다.“사람은...”주용선은 총명한 사람이었기에 소은지가 묻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았다.“원래 같이 데려오려고 했으나 여섯째 도련님이 얘기하시길, 사모님은 말을 잘 듣지 않으니 그 사람을 데려오면 더욱 골치 아파질 거라고 했습니다.”주용선이 말하는 건 소은지의 남동생이었다.원래는 소은지의 남동생을 데려오겠다고 했으나 결국 돌아온 건 샘플뿐이었다.그래서 소은지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전혀 몰랐다. 그리고 상대방이 무사한지도...하지만 엔데스 명우의 성격을 생각 해보면 상대방은 무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엔데스 명우 곁에서 짐승만도 못한 삶을 살아온 것을 떠올린 소은지는 심호흡을 하면서 흥분을 가라앉혔다.주용선을 쏘아보자 주용선은 그저 다가가 소은지 손에서 캐리어를 빼앗아 올 뿐이었다.소은지는 주먹을 꽉 쥐었다.주용선은 부드러운 말투로 얘기했다.“누가 사모님의 어머니인지 잘 생각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어머니라는 건 소은지에게 아주 낯선 존재였다.“도대체 엔데스 명우가 날 속인 게 몇 가지나 되는 거야.”소은지가 주용선을 쏘아보면서 물었다.남동생의 사건 때문에 소은지는 머리가 어지러웠다.엔데스 명우가 소은지의 가족을 찾았다고 했을 때, 소은지는 믿지 않았다.하지만 검사를 해본 결과, 소은지는 남동생과 어머니가 다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이유영과의 전화를 어떻게 끊은 것인지, 소은지는 기억도 하지 못했다. 소은지는 앉아서 멍하니 생각에 빠졌다.이유영이 한 말을 떠올리면서 말이다.소은지는 그저 설선비와 상속권의 문제로 엔데스 명우와 싸우는 것인 줄 알았다.하지만 왜... 엔데스 명우가 파리를 떠났음에도 왜 엔데스 현우는...“하...”전화할 때, 소은지는 이유영에게 얘기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엔데스 명우는 소은지를 미워할 자격이 없다고 말이다.하지만 영주에서 발생했을 일을 떠올리며 소은지는 저도 모르게 숨을 헉 들이켰다.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들어 엔데스 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핸드폰 위에 뜬 전화번호를 보면서 소은지는 점점 더 긴장되었다.이윽고 전화를 받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아침은 가장 활기찰 때였다. 하지만 엔데스 현우의 목소리에서는 피곤함이 묻어났다.소은지는 심호흡을 한 뒤 물었다.“영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예요?”이미 이유영한테서 한번 들었지만 소은지는 그 질문을 하면서 속이 덜컹 내려앉았다.소은지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소은지의 말에 전화기 너머의 숨소리가 무거워졌다. 그리고 그 순간, 소은지는 깨달았다. 이유영이 한 얘기가 전부 진짜라는 사실을.엔데스 명우가 파리를 떠난 뒤, 엔데스 현우와 모순이 생겼다는 것을.“엔데스 명우가 돌아온대요. 조심해요.”엔데스 현우는 소은지가 원하는 대답 대신 다른 얘기를 했다.소은지는 그런 엔데스 현우를 보면서 영주에서의 일이 진짜라는 것을 깨달았다.엔데스 현우가 소은지에게 조심하라는 말을 한 순간부터 소은지는 심정이 무거워졌다.모든 것이 난장판이었다.이제 소은지와 엔데스 명우 사이에 누가 더 손해를 봤는지는 계산할 수 없을 정도였다.“도대체 날 왜 이렇게 내몬 거예요?”소은지는 그렇게 묻는 본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소은지는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전혀 몰랐다.전에 소은지는 엔데스 명우를 증오했었다. 그리고 결국 그를 파리에서 내쫓는 데 성공했다.설선비의 일
만약 엔데스 명우를 파리에서 내쫓는 것으로 그치면 이런 상황이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에 엔데스 현우가 수작을 부렸다. 사실 그건 특별한 원한 때문에 한 일이 아니라, 후환을 없애기 위한 일이었지만 엔데스 명우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그렇게 증오가 가슴에 차고 이제는 그 증오를 풀 수 있는 상대가 필요했다.그래서 이제 그 증오를 모두 소은지에게 던져버리려고 한 것이다....다른 한편.파리의 반산월.소은지는 침대에 누워있다가 이유영의 전화에 깨어났다. 이유영은 다급한 말투로 소은지에게 얘기했다.“은지야, 얼른 도망가.”“...”잠이 덜 깬 소은지는 이유영의 말을 듣자마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젯밤 술을 많이 마셨기에 머리가 약간 아팠는데, 이유영의 말을 들으니 머리가 멍해지는 것 같기도 했다.“유영아, 그게 무슨 말이야? 도망가라니? 왜?”“엔데스 명우가 파리로 돌아온대.”“...”“엔데스 명우를 쉽게 생각하면 안 돼.”이유영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엔데스 신우가 한 말을 떠올렸다.소은지는 아마 많은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소은지는 본인이 그저 엔데스 명우의 상속권을 빼앗은 줄 알겠지만, 사건의 진실은 그게 아니었다.그래서 이유영은 소은지가 더욱 걱정되었다.정신을 차린 소은지가 이유영에게 얘기했다.“유영아, 천천히 얘기해 봐!”“엔데스 명우는 지금 영인주로 이름을 바꿨어!”“뭐?”소은지는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평소에는 두뇌 회전이 빠른 소은지였지만 지금 이유영의 말을 듣고 있으니 머리가 멍했다.아무리 정리해 보려고 해도 머릿속이 어지러웠다.그동안 소은지의 세계에는 수많은 일들이 일어났다.하지만 이건 또 무슨 일이란 말인가.이유영은 엔데스 신우가 얘기했던 것을 소은지에게 전달했다.이유영의 예상대로, 소은지는 아무것도 몰랐다.엔데스 명우가 소은지의 약점까지 잡아가면서 복수하려는 이유가... 이런 것이었다니.“그래서 엔데스 현우는...”모든 것을 알게 된 소은지는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