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이렇게 되면 소은지는 할리 가문을 통으로 손에 넣게 되었는데 이제부터 뭘 할건지에 대해서는 할리 연희가 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더 이상 그녀가 무슨 짓을 한다고 해도 아무 의미가 없게 되는 것이다.진미자가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한마디를 건넸다.“워낙 고정하고 자기 계획이 있는 사람인데 이렇게 갑자기 결정을 내렸다는 건 분명 배후에 무슨 일이 있다는 뜻일 겁니다!”할리 연희는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더욱 심란해졌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고집불통인 소은지가 이렇게 단번에 생각이 바뀌게 되었을까?이때, 진미자가 다시 말을 이었다.“제안을 거절한다고 해도 아무나 강요할 수도 없었을 텐데요.”진미자는 한 사람을 완전히 꿰뚫어 보는 능력이 있었는데 소은지를 몇 번 보고 나니 왕년의 하선희와 똑 닮아 있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었다.두 사람 모두 자존심도 세고 자기주장이 확실했는데 일단 본인이 내키지 않는 일이라면 아무도 강제적으로 그들을 움직이지 못했다.그렇다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할리 연희는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할리 가문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한 번 알아봐요.”아무리 생각해 봐도 분명 할리 가문에 무슨 일이 생겨서 지금 이토록 급하게 다음 상속인을 발표한 것 같았다.“네!”그렇게 진미자가 떠나가자 방안에는 할리 연희 혼자만 남게 되었다.그러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소은지!”이까지 악물고 소은지를 낮게 불렀는데 할리 연희가 이 지경이 된 것도 다 소은지 그 여자 때문이었고 모든 걸 앗아간 것도 모자라 유일하게 남은 집도 돌아갈 수 없게 만들었다.이번에 파리를 떠났던 짧은 시간 동안 할리 연희는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었는데 그게 바로 할리 가문마저 없으면 그녀는 이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더구나 엔데스 명우에게 쫓겨났기에 이 소식은 전체 파리는 물론이고 해외까지 빠르게 퍼져나가 더 이상 그녀가 머물 수 있는 곳조차 없게 되었기에 돌아오는 것 빼고는 할 수
집에 돌아와 보니 할리 민상은 이미 잠에 들었지만 소은지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거의 동이 틀 무렵에야 겨우 눈을 붙일 수 있었다.조미영은 할리 민상의 건강 상태를 알게 된 뒤 음식에 특히 중시하기 시작했는데 테이블 위에는 역시나 간이 덜 된 담백한 음식들로 가득 준비되어 있었다.“이런 요리도 할 줄 아세요?”이런 음식들도 척척 해오는 모습을 보니 역시나 환자 돌보기 만렙인 사람인 게 틀림없었다.그러나 소은지의 물음에 조미영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어두운 얼굴로 답했다.“사모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도 이렇게 담백한 음식만 해드렸거든요.” 하여 이런 것쯤이야 조미영에게는 식은 죽 먹기였다.그녀의 말에 소은지는 그제야 마음이 살짝 놓여 고개를 끄덕였지만 지금 할리 민상의 식성이 아무리 예전보다 좋아졌다고 해도 차마 부엌에서 손을 완전히 뗄 수 없었다.그러다가 문득 언제부터 그녀의 삶에 이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생겼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무엇보다도 떨어져 있는 것조차 아쉬운 정도였는데 그 상대가 바로 할리 민상이라는 점이 가장 놀라웠다.그렇게 아침 식사가 시작되었다.소은지는 할리 민상의 안색이 많이 좋아진 걸 보고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이때.“은지야, 연희의 일은 어떻게 됐어?”어제 그들이 집에 돌아왔을 때 할리 민상은 이미 자고 있었기에 조미영도 미처 어제 일을 그에게 보고하지 못했다.그러나 너무 갑작스럽게 묻는 물음에 소은지도 막상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하다가 뭔가를 결심한 듯 답했다.“아빠.”“응?”“할리 가문은 이제 저한테 맡겨주세요.”비록 할리 민상의 물음에 직접적으로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많은 걸 그녀가 이어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역시나 할리 민상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말도 잘 내뱉지 못했다.“은지야, 넌 그때 분명...” 분명 싫다고 했다.그동안 할리 민상도 할리 가문의 가업을 소은지가 물려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었지만 그녀 앞에서는 할리 가문의 ‘할’ 자
그러나 엔데스 현우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소은지는 그대로 남자의 손을 뿌리치고 뒤돌아섰다.그리고 차까지 걸어가던 소은지가 다시 나지막하게 말했다.“현우 씨가 이번에 파리로 돌아온 목적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할리 가문에 조금이라도 흠집 내는 일이 생기면 저도 절대 참지 않을 겁니다.”말을 마치자마자 차에 올라탔다.말투가 차갑다 못해 너무 날카로워 말로도 사람을 찌를 수 있다는 속설을 오늘에야 비로소 경험해 볼 수 있었다.이때.남기가 나와보니 엔데스 현우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도련님!”“지금 연희 씨는 어디에 있어요?”얼굴이 너무 살벌한 나머지 곧 무슨 일이라도 저지를 것 같아 남기는 침을 한 번 삼킨 뒤에 답했다.“베린 호텔이요!”...한편.소은지도 똑같이 주변에 먹구름이 잔뜩 낀 채 아까부터 살기를 마구 뿜어내고 있었다.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조미영이 먼저 다가와 말을 걸었다.“아가씨.” “이모님은 제가 연희 씨를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금 할리 연희가 파리에 머물러 있는 것 자체가 소은지한테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존재였다.할리 가문 쪽에도 마찬가지였다.소은지가 돌아와서부터 지금 할리 연희의 분노가 극에 달한 게 뻔히 눈에 보였다.그녀의 물음에 조미영이 한참 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답했다.“계속 여기에 머무를 수는 없겠죠!”“문제는 이걸 지금 저희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거고요.”사실 할리 연희가 이토록 빠르게 파리에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소은지는 여태껏 의문을 품고 있었다.엔데스 명우가 직접 내쫓은 사람인데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는 건 분명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다는 뜻인데 하필 그게 엔데스 현우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언제부터인지 소은지도 사람이나 일을 예전처럼 세세하게 간파하지 못했는데 아마 청하 시를 떠나온 뒤로 예전의 그 날카롭던 관찰 능력도 모두 사라진 느낌이었다.“일단 이 일은 제가 어르신께 말씀드릴게요. 어르신은 분명 무슨 방법
소은지는 애초에 들어갈 생각도 없었기에 곧바로 뒤돌아섰다.“이모님, 그만 갑시다!”일이 이 지경까지 이른 걸 보면 더 이상 뭘 진행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도대체 무엇이 할리 연희를 이토록 변하게 만들었든 간에 소은지의 눈에는 그녀가 전혀 불쌍해 보이지 않았다.조미영은 굳게 닫힌 방문을 빤히 바라보다가 다시 소은지의 뒤를 따라갔다....차안.소은지는 핸드폰에서 엔데스 현우의 연락처를 찾더니 곧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역시나 신호음이 몇 번 가지도 않았는데 곧바로 수화기 너머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은지 씨.”언제나 그랬듯이 엔데스 현우의 목소리에는 다정함이 그대로 담겨 있었지만 소은지의 얼굴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만나요.”몇 번이나 와도 얼굴을 보여주지 않던 그녀가 갑자기 선뜻 만나자고 전화까지 하자 엔데스 현우는 이게 꿈은 아닌가 싶어 어리둥절했다.“지금 어디예요? 데리러 갈게요!”“아니요. 제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차는 빠르게 어느 산 중턱에 도착했는데 역시나 엔데스 현우가 있었다.그리고 차에서 내리는 그녀를 발견하자마자 엔데스 현우는 환하게 웃으며 달려왔다.그러나 소은지의 눈앞까지 다가와 보니 그녀의 태도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끼고 대뜸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일이에요?”“혹시 할리 연희 씨를 돌아오게 도와준 사람이 현우 씨인가요?”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순간 엔데스 현우의 얼굴이 단번에 굳어버렸다.그리고 그 모습을 빠르게 알아챈 소은지가 코웃음 치며 다시 물었다.“이유가 뭐예요?”사실은 그가 대답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었다.“연희 씨를 도와 모든 걸 되찾게 하려는 건가요?”“은지 씨!”“명우 씨랑 다시 결혼하게 한 뒤에 다시 할리 가문으로 돌아오게 하고?”소은지의 얼굴이 점점 더 험악해졌지만 엔데스 현우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대체 현우 씨랑 할리 가문 사이에 무슨 원한이 있길래...”“그런 건 없어요!”소
그러나 본인도 얼마 전에 소은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할리 연희를 이용했었다.“그 애가 그렇게 변한 건 다 네 엄마 때문이야.”할리 민상은 결국 마음이 약해졌다.사실 몇 년 동안 하선희의 복수 때문에 할리 연희를 포함한 주변의 많은 사람이 이용되었는데 그중 할리 연희가 가장 오래 하선희의 곁에 있었던 사람이었다. 하여 한 사람이 어디까지 변할 수 있는지 할리 민상의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되었다.“알겠어요. 이 일은 제가 처리할게요.”소은지도 더 이상 아무 할 말이 없었다.사실 할리 연희는 이 몇 년 동안 나쁜 일을 참 많이 해왔다.비록 그의 말처럼 할리 연희가 지금 모습으로 변한 게 자기 아내 때문이지만 그래도 할리 연희는 절대 파리에 남아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무엇보다도 하선희가 직접 길들인 사람이라 그런지 수법이 참으로 악랄했는데 그는 이러한 시한폭탄과 같은 사람을 절대 소은지와 같은 곳에서 살게 할 수 없었다.“가능한 빨리 해결해.”“네!”소은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할리 연희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고 할리 민상의 말처럼 가여운 사람인 건 맞지만 동시에 얄밉기도 했다.비록 직접적으로 그녀를 해치거나 그러지는 않겠지만 할리 연희가 계속 파리에 머무르는 건 절대로 허락할 수 없었다.한편.할리 연희는 지금 호텔에 머물고 있었는데 그녀의 곁에는 언제나 진미자도 같이 있었다.그리고 방금 엔데스 명우 쪽의 사람이 다녀간 탓에 할리 연희의 심기가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아가씨, 괜찮으세요?”진미자가 한껏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엔데스 명우는 할리 연희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곧바로 강혁을 보내 또다시 그녀를 내쫓으려 했다.“이제 그 사람과 같이 살지도 않는데 꼭 이런 식으로 절 벼랑 끝까지 내몰아야 할까요?”할리 연희는 두 주먹을 꼭 말아쥐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는데 그 모습을 본 진미자는 뭐라고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고 싶었지만 도무지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현우 도련님께서 진짜로 저희
권중호의 말에 엔데스 현우의 미간이 확 찌푸려졌는데 어쩌면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했다.“가서 조사해 볼 수밖에 없겠지.”구체적으로 무슨 원한인지는 알지 못했으나 사실 엔데스 가문과 파리의 다른 가문과의 사이에도 크고 작은 모순들이 워낙 많았기에 엔데스 현우한테는 익숙한 상황이고 이것 또한 지극히 정상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소은지한테는 아니었던 것 같았다.그의 말에 권중호가 고개를 끄덕였다.“네!”반드시 잘 조사해 봐야 하는 일이다....소은지는 계속 커튼 뒤에 숨어있다가 엔데스 현우의 차가 떠나가는 모습을 보고 난 뒤에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지금 상황에서는 할리 가문이 가장 안전한 곳으로 되었다.그리고 할리 민상은 자기 아내가 죽은 뒤에 많은 걸 내려놓은 것 같았는데 무엇보다도 지금 소은지가 자기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기 그지없고 더 이상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었다.저녁 식사 시간.오늘 저녁밥도 소은지가 직접 했는데 지난 보름 동안 그녀의 요리 실력도 꽤 많이 늘어있었다.할리 민상은 혹시나 그녀가 힘들지는 않을지 걱정되었지만 그래도 자기 딸이 한 음식을 매번 맛있게 먹었다.그러다 보니 할리 민상의 컨디션도 나날이 좋아져 갔다.“역시 오늘도 너무 맛있어!”할리 민상은 소은지가 말아준 국수를 한 입 먹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입맛에 맞아요?”“응. 맞아!”소은지가 한 음식은 무조건 맛있었다.그의 리액션에 소은지가 활짝 웃었는데 그 모습이 꼭 하선희의 젊었을 때랑 아주 닮아있었다.“그렇다면 다행이네요.”“은지야.”“네?”“그래도 난 네 몸이 걱정되는구나.”할리 민상은 혹시나 그녀가 무리하는 건 아닌지 자꾸 마음에 걸렸다.“하나도 안 힘들어요!”씩씩하게 대답해도 할리 민상은 그녀가 안쓰러웠다.“아빠, 지금 하루하루가 너무 편안하고 행복하다고 느껴지지 않나요?”맞는 말이다.지금 파리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지 간에 그와 소은지는 지금 안일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네 말이
“이 계좌의 최근 사용지와 사용시간 조사해 봐.” 강이한은 말하며 이유영의 계좌번호를 이시욱에게 건넸다. 이시욱은 계좌번호를 받고 고개를 끄덕였다. “형욱이 모르게 해.” “네, 알겠습니다.” 이시욱이 대답했다. 왜냐하면 전에 조형욱에게 일이 있을 때도 이시욱이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시욱이 나가자 조형욱이 들어왔다. “대표님.” “다 됐어?” “네.” 조형욱이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를 강이한에게 건네자 그는 열어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어.” 조형욱은 강이한을 보며 뭘 물어보려고 했지만 결국 말을 하지 않았다. 그동안 청하시의 기
이유영이 감정적으로 크게 동요를 보이지 않으니 그나마 안심이었다.이유영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일단 돌아가.”어차피 할 일이 많아서 소은지를 챙길 시간도 없었다.이런 상황에서 친구가 걱정되어 찾아온 소은지에게 감사한 마음뿐이었다.잠시 후, 이유영은 병원 입구에 도착했다.박연준은 응급실 문밖에 홀로 앉아 있었는데 표정이 아주 심각했다.항상 깔끔하게 정돈되었던 머리도 흐트러져 있었고 준수한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이유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평소의 부드러움과 다르게 억지스러운 표정이었다.이유영은 다급히 그
“세시요!”“그래요, 데리러 갈게요.” 박연준이 돌아온다고 하니왠지 모르게 유영은 마음이 편했다.강이한은 미친것 같다.강이한의 주변 사람들도, 미친 놈이다!......그날 밤!강이한은 대체 뭘 하러 간건지 밤새도록 방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히려 유영은 좋았다!이튿날 아침.하인이 유영앞에 나타나 준비해둔 옷과 가방을 건냈다. “사모님, 이건......””이 아가씨!” 하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해 유여은 넌지시 주의를 줬다.그녀는 사모님이란 호칭이 싫다.이 호칭은 그녀가 이곳에서 겪었던 수단들만 떠올리게 할뿐이다.강이한 곁에서, 그녀는
세강그룹에 도착하자 이유영은 조형욱, 이시욱과 직원들이 바삐 돌아다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부서마다 긴급회의가 열렸는데 강이한의 엄숙한 모습을 보니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이유영의 마음은 차가웠다. 해외의 프로젝터가 문제가 생긴 건 엄청 난 일이었다. 그래서 각 부서에서 모두 돌아와 야근을 하며 문제를 처리했다. 3시간 후, 강이한은 이유영이 맞은편에 앉아 졸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유영은 강이한의 눈빛을 느끼고 정신을 차려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 “이 회사가 오늘 망했으면 좋겠어.” “너 오늘 잘 처리하길 기도하는 게 좋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