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소은지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부터 할리 민상의 컨디션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조미영은 도우미한테서 약을 건네받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에게 되물었다.“중간에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겠지?”“걱정하지 마세요. 처음부터 끝까지 저뿐이었습니다.”“그래.”조미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데 이때, 도우미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아까 연희 아가씨가 약을 가져다드린다는 걸 제가 안 된다고 거절했습니다.”그 말에 조미영의 얼굴이 단번에 어두워지더니 무의식적으로 옆에 있는 할리 민상을 바라보았다.그러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조미영이 다시 도우미에게 신신당부했다.“요 며칠 동안 넌 어르신의 본관에서 일하도록 해.”“네.”도우미도 그제야 비로소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았다.설령 할리 민상과 하선희는 할리 연희가 뒤에서 몰래 어떤 일을 꾸미는지 알지 못한다고 해도 여기에 있는 도우미들은 다 알고 있었다.그리고 방금 그 일도 도우미는 비록 덤덤하게 말했지만 이는 곧 조미영에게 혹시나 나중에 이로 인해 난처해질 수 있다고 귀띔해 주는 거나 마찬가지였다.하여 어떻게 보면 이는 자신에 대한 보호조치라고 할 수 있었다.도우미가 밖으로 나가자마자 조미영은 할리 민상에게 약을 건넸다.“어르신, 약 드실 시간입니다.”“그래.”할리 민상은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 방금 도우미와 나눈 대화에 대해 다시 물어보지 않았는데 이게 곧 그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었다.할리 가문에는 지금 하선희가 이 세상을 떠난 이후로 많은 일들이 조금씩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었다.“미영아.”“네, 어르신.”“그 애가 이번에 여기로 올까?”소은지를 뜻했다.할리 민상의 말투에는 무기력감과 그녀에 대한 우려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그의 물음에 사실 조미영의 얼굴에도 걱정이 그대로 드러났는데 한참 동안 고민하던 그녀는 담담하게 답했다.“아가씨도 고집이 센 성격이잖아요. 아시다시피 예전에 사모님도...”할리 가문의 사람이라면 아마 하선희의 성격이 어떠했는지 모르는 사람이
“하여 지금 계획이 어떻든 간에 반드시 Rf 그룹과 관련된 재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내가 무서워할 것 같아?”역시나 강혁의 우려가 단번에 엔데스 명우의 신경을 건드렸고 치솟아 오르는 분노에 이성을 잃은 것처럼 보여 강혁은 더욱 골치가 아파 났다.“무서워한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파리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안 되잖아요.”혹시나 Rf 그룹에서 제일 높은 사람의 심기를 건드리기라도 했다가는 보나 마나 큰 손해를 볼 것인데 나중에라도 엔데스 가문의 상속자 중 한 명이 그 피해를 온전히 뒤집어쓰게 된다.그러나 엔데스 명우는 여전히 코웃음만 쳤다.“그러거나 말거나.”지금의 그는 눈에 뵈는 게 없었고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상태였다.매번 소은지는 그에게서 도망칠 때마다 꼭 사람을 미치게 했는데 그녀의 소원대로 엔데스 명우는 지금 완전히 이성을 잃은 듯했다.“그러면 할리 민상 씨는요?”강혁이 조심스레 묻자 엔데스 명우는 순식간에 온몸이 경직되었다.분명 할리 민상 쪽 상황도 많이 살펴야 하는 상황이지만 문득 그가 저번에 했던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그리고 초조함이 무엇인지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할리 가문.할리 민상은 소은지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알게 된 뒤로부터는 제때 약도 먹고 자기 몸을 철저히 관리하기 시작했다.한 번은 도우미가 할리 민상에게 약을 가져다주려는데 할리 연희가 갑자기 나타나서 말했다.“제가 가져다드릴게요.”온화한 말투와 예전처럼 오만한 태도도 아니었다.예전에 하선희가 살아있을 때 그녀는 집 안의 도우미들을 막 부려 먹었는데 한마디로 할리 연희의 진상을 당해보지 못한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여태껏 아랫사람에게 단 한 번도 살가운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기에 도우미도 그녀가 손을 건네자 살짝 비켰다.“아닙니다. 제가 하겠습니다.”그렇게 할리 연희의 손만 어색하게 공중에 붕 뜨게 되었다.아마 예전 같으면 그녀의 불같은 성격에 당장 도우미가 들고 있는 쟁반을 엎어버리고 매를 들었을 텐데 이
그리고 한참 만에야 강이한은 저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듣고 얼굴이 점점 험악하게 변하기 시작했다.“은별이가 사라졌다고?”“네, 알아보니 셋째 도련님께서 데려간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이정이 조심스레 말했지만 서재에는 이미 강이한의 차가운 기운이 가득 맴돌고 있었다.그는 다시 눈을 가늘게 뜨고 되물었다.“진짜로 엔데스 신우 쪽의 사람이 아니야? 확실해?”그렇다면 분명 여진우의 짓일 것이다.어쨌든 양쪽에서 끊임없이 은별이만 찾아다니고 있었으니까.“아닙니다!”“은별이가 사라졌다?”저 사라졌다는 의미가 과연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 보던 강이한은 그제야 뭔가가 떠올랐는지 순간 눈이 번쩍거리기 시작했다.그 모습을 한껏 긴장된 얼굴로 보고 있던 이정은 자기도 모르게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그리고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네!”강이한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위험한 기운을 마구 뿜어내더니 당장에라도 여기 전체를 불태워 버릴 것 같았다.“당장 가서 조사해 봐!”이런 시기에 어떤 간이 불어 터진 놈이 자기 딸을 건드렸는지 똑똑히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했다.그의 모습에 이정도 일이 커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이건 단지 강이한과 이유영 사이에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사실 엔데스 신우도 은별이에 대한 사랑이 끔찍했기에 어쩌면 이걸 오히려 역으로 이용해 먹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비록 확실하지는 않지만 일이 정말 그 지경까지 이르게 되면 두 사람 사이는 이제...순간 이정은 뭔가가 생각났는지 뒤돌아 강이한을 한껏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의심할 것 없이 강이한이 이 정도로 화를 내는 것도 모두 이유영이 결코 자기 곁으로 돌아오지 않은 것 때문이다.분명 은별이를 데리고 있던 사람이 본인인데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다는 건 더 이상 이유영과는 아무 희망이 없다는 걸 의미했다.소위 인연이 얕다는 말은 바로 이런 걸 뜻하지 않을까?...한편.엔데스 명우는 강혁이 가져온 영상을 보고 나서 소은지의 행적을 찾을 수 있었다.당시 그들
여태껏 이유영은 강이한 앞에서 수없이 빌고 또 빌었다.너무 많아서 다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단 한 번이라고 그녀의 입장을 고려해 주길 바랐지만 강이한은 매번 그녀를 빠져나오기 힘든 흙구덩이에 밀어 넣으려 했다.“그리고 당신과의 관계를 완전히 정리한 순간부터 난 생각했어. 이번 생에서 내가 또다시 모든 걸 잃게 되더라도 절대 당신 앞에서는 빌지 않겠다고!”어차피 잃는 건 똑같은데 그럴 바에는 차라리... 마지막 자존심이라도 지키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우리 관계가 과연 네 말처럼 쉽게 정리될까?”강이한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물었다.맞는 말이다.단번에 정리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일들이 얽혀있었다.“그건 당신만 모르는 거겠지?”혹시 이유영이 진작에 자신을 정리했다는 소리인가 싶어 강이한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사실 이것조차도 이유영한테는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았는데 혹시 그래서 지금도 이토록 무덤덤하게 말하는 걸까?이대로 두 사람의 사이가 끝이 난다고?아니, 절대 그럴 리가 없다!강이한은 자기도 모르게 입술이 떨렸다. 사실 전화하기 전까지도 이유영에게 욕설을 퍼부으려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말을 들은 순간 한 글자도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어 그저 쓸쓸한 기억만 계속 되짚게 되었다.“유영아.”“내가 예전처럼 빌기만을 바랐지?”수화기 너머에서 한껏 비아냥거리는 말이 또다시 들려왔다.맞는 말이다.보름이라는 시간 동안 이유영이 예전처럼 그래 주기만을 바란 강이한은 기다림에 지쳐 곧 미쳐버릴 지경이었다.이유영이 만나주기만을 간절하게 바라왔는데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하여 그녀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원망으로 뒤바뀌면서 미친 듯이 복수하고 싶어졌다.그녀가 이제 자기 아이도 돌보지 않고 전화 한 통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럼 지금처럼 쭉 기다려.”수화기 너머로 느긋하게 한마디 한 이유영은 강이한이 막 뭐라고 하기도 전에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순간 남자는 전
그건 그렇고, 과연 이 의뢰를 소은지는 왜 수락했을까?“은지는 평생 파리에 가고 싶지 않았을 텐데.”이유영은 한껏 이상하다는 듯이 여진우에게 말했는데 대체 왜 이런 소송 건을 맡게 된 건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어차피 일주일 뒤면 오니까 그때 직접 물어봐.”보아하니 이미 시간까지 다 정해 놨다.게다가 여진우 쪽도 이렇게 디테일하게 알고 있다는 건 분명 이미 다 확정된 상황이고 소은지도 다 해결할 방법이 있다는 걸 말해주겠지만 그래도 이유영은 이번에 소은지의 귀환이 그리 간단해 보이지만은 않았다.동시에 그녀에 대한 걱정이 밀물처럼 밀려 들어왔다.여진우가 막 뭐라고 말하려는데 갑자기 이유영의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그리고 그녀는 화면을 확인한 순간 얼굴이 단번에 굳어버렸다.그 모습에 여진우가 빠르게 물었다.“왜 그래?”“강이한이야.”“...”강이한한테서 온 전화란 말에 여진우는 순간 폭발할 뻔했다.보름이라는 시간 동안 이유영은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면서 그를 찾아가기는커녕 전화 한 통도 걸지 않았다.이런 무관심한 태도가 강이한과 같은 성급한 성격에 제일 치명적이라고 볼 수 있었지만 이유영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받아.”여진우의 말에 이유영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통화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나야!”역시나 수화기 너머에서는 강이한의 애써 화를 억누르고 있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녀는 눈앞의 여진우를 힐끔 바라보더니 차갑게 한마디만 했다.“알아.”“알아?”“그래, 알아. 그리고 네가 파리에 왔다는 것도 알고 있고.”“...”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수화기 너머에서는 순간 몇 초간의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역시나 이유영은 모든 걸 알고 있었다.그 생각에 강이한은 갑자기 분노가 가득 차올랐다.“정말 다 알고 있었던 거야?”“그래!”“그러면...”“내가 빌기만을 바랐지? 강이한, 분명히 말하는데 지금 네가 하는 모든 일은 나랑 아무 상관이 없어!”‘나더러 빌라고?’‘꿈 깨!’사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그는 항상 제일 먼저 이유영에게 알리곤 했다.“지금 엔데스 명우 쪽에서는 적어도 할리 가문의 지지를 받지 못하겠지!”여진우는 단호하게 말했다.“내가 할리 민상이었어도 절대 승낙하지 않았을 거야.”소은지가 그 남자 때문에 어떤 나날을 보냈는지 이제는 모두가 다 알게 되었는데 그때 조금만 살갑게 대했어도 할리 가문과의 사이가 지금처럼 서먹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은지 씨가 곧 돌아온대!”여진우의 말에 이유영은 단번에 온몸이 굳어졌다.“벌써...”“너무 걱정하지 마. 아무도 건드릴 사람이 없을 테니까.”“할리 가문에서 보호해 준다는 거야?”소은지한테는 할리 가문이 차라리 없어도 되는 존재였기에 이유영도 이 가문에 대한 믿음이 아예 없는 상황이었다.비록 모든 일이 다 하선희가 벌였다고 하지만 지금 그녀가 죽고 모든 게 뒤바뀌었다고 해도 이유영은 할리 민상이 그 정도로 야망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어쩌면 그도 이익 앞에서 눈이 멀 수 있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이유영은 순간 소은지가 더 걱정되었다.“지금 겉으로는 은지를 엄청 아끼는 것처럼 보여도 진짜로 이익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면 이번에 엔데스 명우 씨가 오는 것도 둘이 진작에 내통했을 가능성이 있어.”엔데스 명우가 할리 가문에 어떤 이익을 안겨줄지는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었다.그런데 하필 이럴 때 두 사람의 관계가 딱딱해졌을 줄이야...이런 점에서 보면 또 소은지에 대한 죄책감은 분명 있는 것 같았다.“진심으로 은지를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어.” 사실 소은지가 파리로 돌아오는 게 이유영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어차피 이곳에는 그녀가 미련을 둘 만한 것도 이젠 없기 때문이다.여진우는 그런 이유영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고 한 듯 단호하게 한마디를 내뱉었다.“이번에 지켜줄 사람은 따로 있어. 할리 가문이 아니라!”“...”이유영은 그의 말을 더욱 이해하기 힘들었다.‘할리 가문이 아니라면 이번에 은지는 왜 돌아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