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7화

Author: 진헤이
강이한의 분노가 절정에 다다른 순간, 집사가 문을 노크했다.

“도련님, 나서원 씨께서 오셨습니다.”

“서재에서 기다리라고 해요.”

유영은 나서원의 이름을 듣자마자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강이한의 가장 친한 친구인 나서원은 비밀리에 개인 흥신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돈만 충분하면 그가 파내지 못할 증거는 없었다.

수많은 재벌 사모님들이 남편의 불륜 증거를 잡기 위해 그를 찾아갔다.

오늘 나서원이 뭘 가지고 왔는지 유영은 알고 있었다. 그가 가져온 그 정황 증거들이 전생에 강이한을 완전히 그녀에게서 등 돌리게 한 발단이 되었다.

강이한이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더 이상 이혼 얘기 꺼내지 마. 듣고 싶지도 않고, 하고 싶지도 않으니까.”

말을 마친 그는 홀연히 밖으로 나갔다.

유영은 사라지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절망한 얼굴로 눈을 감았다. 그가 문을 나서려는 순간, 유영은 울컥하는 마음에 그를 잡았다.

“잠깐만.”

“더 하고 싶은 얘기 있어?”

“날 어느 정도 신뢰하고 있는 거야? 아니, 우리 사이에 남은 신뢰가 있기는 해?”

전생의 유영이 가장 궁금했던 문제였다.

이미 한번 겪었던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이 순간은 그녀에게 두렵고 잔인했다.

이 남자가 곧 자신에게 완전히 실망할 것을 생각하니 무섭고 시간을 멈추고 싶었다.

강이한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치고 유영은, 이 순간을 기억에 새겨 넣으려는 듯,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강이한이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줄곧 당신을 믿었어. 물론 지금도.”

말을 마친 그는 밖으로 나가 버렸다.

유영은 그 자리에 서서 멍하니 문밖을 바라보았다.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이대로 멈추고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결국 전생의 극본대로 상황은 흘러가고 있었다.

청하 병원 VIP병동.

온몸에 붕대를 두른 한지음의 모습은 처참했다.

병실에는 강서희가 와 있었다.

그녀는 음침한 표정으로 짜증스럽게 말했다.

“내가 그년을 너무 얕잡아 봤어. 죽더라도 날 물고 늘어질 줄이야.”

그들의 처음 계획대로라면 유영은 감옥에 가 있어야 맞았다.

그런데 그녀의 친구가 무슨 수를 썼는지 보석금으로 그녀를 경찰서에서 빼냈고 진영숙은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강서희에게 신경 쓸 여념이 없었다.

강이한은 모든 여력을 한지음의 치료에 쏟았다.

강서희는 경찰서에서 며칠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병상에 누운 한지음이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

“처리해야 할 일은 다 처리한 거지?”

“걱정 마. 다 깔끔히 처리했지. 아마 오빠도 지금쯤이면 그걸 받았을 거야.”

강서희가 자신감에 차서 말했다.

한지음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며칠 동안 강서희가 경찰서에서 조사 받는 사이 그녀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강이한을 옆에 붙잡아 두려고 애를 썼다.

눈치 빠른 강이한이 뭔가 수상한 낌새라도 눈치챈다면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간다. 다행히도 일은 그들이 예상했던 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강서희는 병상에 누운 여자를 힐끗 보고는 날카롭게 물었다.

“오빠가 뭔가 눈치챈 건 없지?”

“없어. 병원 쪽 사람들은 미리 매수해 둬서 아무 문제 없었다.”

“잘했어. 오빠가 그 여자랑 이혼하면 네 임무는 끝이야. 모든 게 끝나면 해외로 떠나.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마.”

강서희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자기도취에 빠져 한지음이 그 말을 듣고 주먹을 꽉 움켜쥐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걱정 마. 약속했던 돈은 모든 일이 끝나면 바로 입금할 거야. 해외에 가서 생활해도 평생 먹고 쓸 정도는 될 거야.”

한편, 강이한의 저택.

강이한이 피아노실로 다시 돌아왔을 때, 유영은 여전히 아까 있던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바람이 불어서 그녀의 긴 머리가 사방으로 흩날렸다.

그녀를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이 싸늘했다.

“이유영.”

그가 얼음장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유영도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공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다가와서 두터운 서류를 그녀의 얼굴에 던졌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534화

    어젯밤 연회에서 벌어진 일은 비록 아무도 입 밖에 내지 않기로 했지만, 다음 날 아침 소은지가 눈을 뜨자 곳곳에서 그 일에 대한 수군거림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주용선이 소은지를 바라보며 말했다.“여섯째 도련님께서 만나자고 하십니다.”“만나고 싶으시면 직접 오면 되지 통보까지 해야 해?”주용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조용히 아침 식사를 마친 소은지는 앞에 놓인 우유를 한 모금 마시며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녀를 바라보는 도우미들의 이상한 시선은 분명히 어젯밤 일을 알고 있는 눈치였다.“나가.”소은지는 냉랭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그녀는 주용선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조차 견딜 수 없이 괴로웠다.그녀는 엔데스 명우와 관련된 사람이라면, 그게 누구든 최대한 멀리하고 싶었고 특히 이곳에서는 더더욱 그들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주용선이 다가와 말했다.“그분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직접 오라고 그래.”소은지는 그를 만날 생각이 없었다.‘협박이라도 하겠다는 거야?’평생 이런 속박 감을 겪어본 적이 없었던 소은지는 멘탈이 나가기 직전이었다.고집을 부리는 그녀를 바라보던 주용선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화를 걸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남기가 들어오자, 소은지는 말을 건넸다.“아저씨, 저한테 약을 구해 주세요.”“약? 무슨 약 말입니까?”남기는 이곳의 큰 집사로서 어젯밤 엔데스 현우와 발생한 일을 당연히 알고 있었다.소은지의 말에 남기는 얼굴색이 어두워졌다.그 누구라도 엔데스 현우의 아이를 가진다는 것은, 마치 파리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소은지도 지금 이 시기에 아이만 가진다면 그녀의 처지가 나아질 텐데, 그녀는 오히려 이 좋은 기회를 놓치려 하고 있었다.“대표님께서 약을 주지 말라고 하셨습니다.”남기의 말에 소은지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 정신이 멍해졌다.‘약을 주지 말라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그런 약은 장기간 먹으면 효과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몸에도 해로우니 드시지 않는 게 좋겠어요. 원하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533화

    깊은 침묵 끝에 엔데스 현우가 입을 열었다.“남우준을 불러와요.”“알겠습니다.”지금 남우준을 부른다는 것은 생각할 필요도 없이 오늘 할리 가문이 그의 최후 한계를 건드렸다는 의미였다.비록 이 기간 할리 가문이 이쪽에 아낌없는 지원을 보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그의 한계를 넘어서도 된다는 이유가 될 수는 없었다.어떤 일은 용인될 수 있지만 어떤 일은 절대 허용될 수 없는 법이다.남우준은 금방 도착했다.“도련님.”“할리 가문의 동쪽 광산을 내가 가져야겠어.”남우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동쪽 광산은 할리 가문의 최대 광구이자, 지금까지 그들의 경제를 지탱해 온 가장 거대한 생명줄이었다.그런데 지금 그걸 가지겠다는 건 의심할 여지 없이 할리 가문의 손에서 그들의 목숨줄을 빼앗겠다는 뜻이었다.“혹시 할리 연과 무슨 일이 있으셨어요?”남우준은 엔데스 현우를 바라보며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는 이런 것들에 대해 항상 무관심하기로 유명한 엔데스 현우가 갑자기 할리 가문의 생명줄과도 같은 동쪽 광산을 요구한다는 건 기필코 무슨 일이 있었을 거로 생각했다.남우준은 오늘 밤 엔데스 현우가 할리 가문을 찾았을 때 동행하지 않았기에 할리 가문의 연회에서 벌어진 일을 모르고 있었고, 따라서 엔데스 현우의 이번 갑작스러운 결정이 소은지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리 없었다....할리 가문.연회는 끝났지만, 하선희의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다.특히 할리 연과 엔데스 현우 사이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녀의 마음속에는 더욱 격한 불길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그 일로 인해 화가 나서 속이 터질 지경인데, 눈앞에 나타난 할리 연이 꼴도 보기 싫었다.화가 치밀어 오른 어머니의 모습에 두려움이 밀려온 할리 연은 심장이 목구멍까지 튀어나올 것 같았다.“어머니.”할리 연의 유일한 잘못이라면, 오늘 밤의 계획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도우미가 그녀를 찾아 방문을 두드렸을 때, 그녀는 동생의 방에서 소은지를 조롱하며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532화

    소은지의 생각이 맞았다. 이건 엔데스 명우가 늘 보고 싶어 하던 그녀의 모습이었다.‘그런데 왜 막상 눈앞에서 보고 있으니 이렇게 짜증이 나지?’엔데스 명우는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앞으로는 다시는 이런 연회에 참가하지 마.”엔데스 명우의 말에, 운전석에 앉았던 진이형의 눈빛은 더욱 어두워졌고, 소은지도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엔데스 저택에 도착했을 때 엔데스 명우는 그녀를 내려놓고는 그냥 가버렸다.소은지가 대문에 들어서자, 난기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그녀는 한쪽에 엔데스 현우의 차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를 본 남기는 급한 걸음으로 다가오더니 그녀에게 걸쳐 있는 남자의 외투를 보고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어찌 된 일이십니까?”“아무 일도 아니에요.”소은지는 말을 마치고 집 안으로 들어가며 난기에게 물었다.“그는 돌아오셨나요?”밖에서 엔데스 현우의 차를 보긴 하였으나 그래도 확인차 한번 물어본 것이었다.“돌아오신 지 5분도 안 되셨습니다.”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소은지는 공기 속에 스민 싸늘한 위압감에 소름이 돋았다.소파에 앉아 있던 엔데스 현우는 주변 공기가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운 기운을 내뿜으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소은지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평소와 다르게 붉어져 있었다.“그가 집까지 데려다준 거예요?”소은지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단을 올라가려던 찰나,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전해졌다.그가 말하는 사람은 당연히 엔데스 명우였다.소은지는 발걸음을 멈추고, 엔데스 현우를 한번 쳐다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엔데스 현우 앞에서 그녀는 결국 엔데스 명우 곁에서처럼 마음대로 굴지는 못했다.‘윤아정'이라는 이름이 머릿속을 스치는 순간, 그녀의 가슴에 차 있던 모든 분노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윤아정 때문에 소은지는 엔데스 현우 앞에서는 분노할 자격조차 없는 것 같았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서서 계단을 올라가려던 순간, 남자의 차갑고 단호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다시금 공기를 가르며 들려왔다.“앞으로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531화

    주용선이 고개를 끄덕였다.일이 이 지경까지 되었으니 당연히 여기에 더 이상 머무를 수 없었기에 즉시 떠나기로 했다.옷을 주울 때까지도, 소은지와 하선희의 다툼에서 정말 어떤 난투극이 벌어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소은지가 벗었던 드레스는 이제 조각조각 찢어져서, 도저히 다시 입을 수 없는 상태였다.“이건...”주용선은 손에 찢어진 옷 조각을 든 채, 소은지를 바라보았다.하선희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당장 나가!”‘지금 소은지를 여기서 나가라고?’주용선은 하선희의 속내가 무엇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그가 소은지를 바라보자, 그녀는 이미 일어서 있었다.소은지는 하선희를 향해 서서 한 마디 한 마디 뚜렷이 말했다.“끝장을 보려는 쪽은 바로 나야.”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소은지의 말을 듣고 숨을 죽였다. 이건 완전히 불에 기름을 끼얹는 행동이었다.‘설마, 이대로 나가려는 건가?’주용선과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말을 마치고 하선희를 스치듯 지나는 소은지를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사모님.”주용선이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뒤따라갔지만, 소은지는 이미 홀 한가운데를 걸어가고 있었다.밖에 있던 사람들은 그녀의 차림을 보고 모두가 경악하여 숨을 죽였다.안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했던 사람들의 의혹과 호기심 어린 시선이 쏟아지는 가운데, 소은지는 조금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그 사이로 걸어 나갔다.소은지는 가장 비참한 순간에도 여전히 당당함과 냉랭함을 잃지 않았고, 이 때문에 원래 그녀를 희롱 거리로 보려 했던 사람들마저 순간 자신들이 정확히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잊어버리게 했다.엔데스 명우가 주용선의 전화를 받고 현장으로 달려왔을 때, 그가 목격한 것은 웅장한 할리 가문의 대문에서 걸어 나오는 소은지의 모습이었다. 그 순간 엔데스 명우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졌다.그는 소은지한테 다가가 몸에 걸치고 있던 외투를 벗어 그녀의 어깨에 둘러주었고, 본능적으로 그녀를 자신의 품 안으로 감싸안았다.“왜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530화

    결국 소은지는 그 고용인을 따라 방으로 가서 환복을 했다. 방은 아주 컸고 없는 것이 없을 정도였다.옷, 가방 구두... 침대까지 있었다.“여기는 환복하는 곳 같지 않은데요?”소은지는 일반 방처럼 생긴 이곳을 보면서 물었다.“여기는 손님들에게 옷을 준비해 주는 방입니다. 하지만 연회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건 드물었기에 사람이 자주 드나들지 않아요.”“그렇군요.”“네. 마음에 드는 옷을 한 벌 골라주세요. 제가 도와드릴까요?”“괜찮아요.”소은지가 고개를 젓자 고용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갔다.방에는 소은지 홀로 남았다. 옷장을 열자 안에는 새 옷이 가득했다.드레스만 해도 옷장의 절반을 채울 정도였다.모두 인기 있는 스타일에, 아직 택도 떼지 않은 옷이니... 다 새 옷이었다.소은지는 대충 베이지 색의 드레스를 골랐다.입어보니 몸에 딱 맞았다. 거울 속의 본인을 쳐다보던 소은지는 결국 생각하다가 머리를 틀어 올렸다.이윽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지금 뭐 하는 겁니까.”뒤를 돌자 하선희와 그 뒤로 줄지어 선 고용인이 있었다.할리 연도 당당한 표정으로 소은지를 쳐다보고 있었다.할리 연의 눈을 본 그 순간 소은지는 이 상황을 이해했다.하선희는 차가운 기운을 내뿜으면서 앞으로 다가갔다.짝.그 소리에 모든 사람들이 놀라서 숨을 참았다.소은지는 약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하선희는 눈을 붉히면서 소은지의 옷을 벗기려고 했다.“누가 입으라고 했어요. 당장 벗어요!”그 소리가 방안을 울렸다.이 방이 하선희에게 어떤 방인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그 아이를 위한...그런데 소은지가 감히 이곳에 들어와 옷을 입다니.쫙.그 소리와 함께 소은지의 몸에 걸쳐있던 옷이 찢어져버렸다.“...”현장의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숨을 헉 들이켰다.하선희는 찢어진 옷을 보고 더욱 화가 나서 또 손을 쳐들어 소은지의 뺨을 때리려고 했다. 하지만 소은지는 손을 뻗어 하선희의 손목을 확 잡았다.“그만 해요!”소은지가 차갑게 얘기했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529화

    “그래.”엔데스 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유영을 품에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할리 가문의 연회.손님은 아주 많았다. 이건 할리 가문이 파리에서의 지위를 보여주는 것도 같았다.소은지는 엔데스 현우의 요구에 따라 같이 자리에 참석했다.검은 드레스를 입고 구불구불한 머리카락을 어깨 위로 늘어뜨린 소은지 옆에는 주용선이 그녀를 감시하고 있었다.“여섯째 도련님께서 얘기하셨습니다. 오늘 밤 조심하라고 말이에요.”주용선이 소은지의 귓가에 속삭였다.엔데스 명우는 이곳까지 따라오긴 했지만 이곳은 할리 가문 사람들이 많았기에 주의를 줄 수밖에 없었다.소은지는 오늘 밤, 이곳에서 어떠한 실수도 하면 안 된다.“도련님은 걱정하시는 겁니다.”소은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주용선이 이어서 얘기했다.소은지는 걱정이라는 단어를 듣고 피식 웃음을 흘렸다.그 차가운 웃음에 주용선은 약간 놀랐다. 엔데스 명우가 주변 사람을 이 정도로 보호하는 것은 처음이다. 예전에 청하시에서 설선비를 대할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왜 소은지에게는...주용선은 소은지의 뒷모습을 보면서 눈빛이 어두워졌다.‘아니야, 괜한 생각이야.’할리 연은 소은지가 엔데스 현우와 함께 등장하는 것을 보고 눈에서 질투가 타올랐다. 당장이라도 소은지를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현장에 모인 사람들은 그 세 사람을 두고 수군거렸다. 반산월에서부터 엔데스 현우의 곁을 지킨 이 여자가, 과연 왕비의 자리까지 오르게 될 것인가를 두고 말이다.파리의 왕비, 그리고 엔데스 가문의 안주인은 약간 다른 위치다. 그러니 소은지가 그 자리를 가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였다.사람들은 질투심이 불타오르는 할리 연의 눈을 보면서 소은지가 왕비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어떤 사람들은 일부러 할리 가문을 비웃으러 온 것처럼 히죽 웃고 있었다. “우리 저기로 가요.”엔데스 현우가 소은지를 두고 떠나자, 주용선이 소은지 귓가에 얘기했다.“엔데스 명우의 성격대로라면 오늘 밤 내가 웃음거리가 되기를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