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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Penulis: 진헤이
얇은 A4용지가 피부를 긁고 빨간 상처를 냈다.

유영은 절망한 표정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모습을 본 강이한은 흠칫하며 그녀에게 한발 다가섰다.

하지만 다시 정신을 차린 그는 표정을 바꾸고 실망감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에게 정말 실망했어.”

유영은 다시 눈을 뜨고 남자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바깥에 내리는 비를 닮은, 그의 실망보다 더 깊은 절망이 느껴지는 미소였다. 강이한은 갑자기 가슴이 쓰렸다.

“왜 그랬어?”

그가 물었다.

그가 이 질문을 내뱉는 순간 이유영도 자신에게 실망했다는 것을 그는 절대 모를 것이다.

유영은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비가 유리창을 때리는 소리가 처량하게 들려왔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과 정성 들여 가꾼 정원도 시야에 들어왔다. 이곳에 모든 것은 그녀의 손길이 가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녀는 줄곧 이곳을 자신의 마지막 거처로 생각하고 아꼈다.

이제야 그 생각이 큰 착각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불과 한 시간 전까지 그녀를 믿는다고 했던 남자가 말도 안 되는 정황 증거를 들이밀며 그녀를 추궁하고 있었다.

“뭘 말하는 거야?”

“이유영!”

남자의 말투에서 짜증이 묻어났다.

예전과 같이 작고 가녀린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다가가서 안아주고 싶은 충동도 일었다.

그럴수록 그는 혼란스럽고 절망에 빠졌다.

“왜 이렇게 변했니? 당신 이런 사람 아니었잖아? 당신의 그 복수심 때문에 한 여자가 인생을 망쳤어. 한지음이 그렇게 미웠어?”

세강의 직원과 협력사 직원들, 세강을 아는 모든 사람들이 강이한을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수식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은 이유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런 표현들보다 그녀는 더욱 잔인하고 냉혹했다.

강이한의 실망은 깊어져만 갔다.

그가 아는 이유영은 어디로 간 걸까?

이렇게 예쁜 얼굴로 어떻게 그런 잔인한 짓을 저지른 거지?

유영은 긴 한숨을 쉬며 그에게 물었다.

“나라고 확신하나 봐?”

“더 할 말 있어?”

적어도 강이한은 이 증거들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발뺌하려는 걸까?

이런 증거들이 줄줄이 있는데 어찌 믿어야 할까?

“난 할 말 없어. 경찰에 신고해.”

강이한의 눈빛이 서늘하게 빛났다.

“그래, 알았어.”

남자는 이 말을 남긴 뒤, 밖으로 나갔다.

유영은 조용히 창밖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외투도 챙기지 않고 차를 끌고 사라졌다. 남자의 차가 완전히 사라지자 유영의 눈빛에 그나마 남았던 온기마저 사라져 버렸다.

강이한은 사라졌고 집안은 엉망이 되었다.

유영은 천천히 허리를 숙이고 서류들을 한장 한장 주웠다.

거기에는 그가 그녀에게 줬던 카드 이체 이력들이 있었다. 그녀가 그의 카드로 현금을 자신의 카드에 입금한 기록들이었다. 그리고 입금을 받은 그 카드는 언젠가 그녀가 잃어버린 카드였다.

한 번에 거금이 오간 것이 아닌 수십 번에 나눠서 적은 액수로 입금되었다.

자세히 조사하지 않으면 전혀 눈치채지 못할 액수들이었다.

유영도 쇼핑을 한번 나가면 몇백만 원 정도는 어렵지 않게 소비하기에 더 눈에 띄지 않았다.

상대는 모든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치밀하게 작업을 진행했다.

유영은 너무 황당해서 웃음이 나왔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서도 강이한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마 며칠 동안은 집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집사가 물었다.

“사모님, 택배가 계속 오고 있는데 이대로 계속 쌓아만 두실 겁니까?”

“처리하세요.”

유영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그런 건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어차피 강이한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알리려고 남긴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한지음이 시력을 잃은 것에 비하면 악질 네티즌들의 협박이나 마녀사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마 지금쯤 그 일을 까맣게 잊었을지도 모른다.

전생에 그녀는 물건들을 보자마자 모두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생에는 모든 증거를 남겼지만 강이한에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은 듯했다.

진영숙과 강서희가 저택을 방문했다.

짝!

진영숙은 유영을 보자마자 다짜고짜 귀뺨부터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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