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온유는 그런 진영숙을 보면서 놀라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가뜩이나 시끄러운 별장에 아이의 울음소리까지 더해져 머리가 울릴 정도로 아팠다.진영숙은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신시욱에게 명령했다.“얼른 저 아이를 치워버려!”손녀도 달래주지 않았던 진영숙은 눈앞에서 아이가 우는 것을 본 순간 분노가 부글부글 끓었다.신시욱은 그 장면을 보고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강이한도 속이 뒤집어질 것 같았다.“됐어요!”강이한은 호통치듯 소리치고나서 진영숙을 쳐다보았다.진영숙은 강이한이 본인을 향해 소리친 것이라는 것을 알고 강이한을 쳐다보았다.“너...”“아직 어린애잖아요. 어린애랑 뭘 그렇게 따지고 들어요?”“...”어린애랑 따지고 든다고?그러니까 강이한의 뜻은, 지금 아이를 내쫓는다고 해도 결국 돌아올 거라는 뜻이었다.가뜩이나 화가 나 있던 진영숙은 강이한이 이 아이 때문에 소월이를 다치게 할 뻔한 일을 떠올리고 가슴이 더욱 답답해졌다.숨이 쉬어지지 않아 진영숙은 가슴을 쿵쿵 치면서 결국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얘가 보통 애니?”“...”“네가 개나 소를 키우겠다고 데려와도 나는 반대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이 아이는 안돼!”적어도 진영숙의 눈앞에서 키우는 건 안 된다.이온유는 이제 초등학교 졸업을 눈앞에 둔 아이였다. 진영숙이 본인 때문에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을 본 이온유는 자연스레 눈치껏 이 상황을 이해했다.하지만 이대로 내쳐질까 봐 두려웠다.그래서 더욱 크게 울었다.짜증이 난 진영숙은 우는 아이를 보고 인내심이 다 닳았다.“우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한지음은 대체 어떻게 강이한의 마음을 가져간 것일까.어쩌면 이온유처럼 울면서 동정심을 샀을지도 모른다.남자는 여자의 눈물에 약하니까 말이다.강이한과 한지음의 사건을 알았을 때, 이유영은 화를 내고 소리 질렀지만 한지음은 처량하게 눈물만 흘렸으니까.그래서 결국 강이한이 한지음에게로 마음을 돌린 것이 아닐까?그 생각에 진영숙은 화가 차올랐다.“닥쳐!”“그만해
너무 많았기에 이유영은 그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진영숙은 어떻게 봉황산 별장까지 돌아온 것인지도 몰랐다. 그러다 이온유가 돌아온 것을 보고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진영숙은 강이한을 쳐다보면서 물었다.“너 지금 뭐 하자는 거야!”진영숙은 목이 터지라 소리 질렀다.왜 이 아이가 단역시에 나타났는지 알 수 없었다.지금 이유영과 소월이가 다 단역시에 있었다. 이유영은 원래부터 이 아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곳으로 데려오다니.이온유는 소리 지르는 진영숙을 보면서 온몸이 빳빳하게 굳었다. 강이한의 뒤에 숨어 덜덜 떨면서 진영숙을 바라보고 있었다.강이한은 놀란 아이를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너야말로 뭐 하는 거야! 이유영은 이 아이를...”“저와 이유영은 이미 끝난 사이에요. 아직도 모르시겠어요?”그것도 아니라면, 왜 끝난 사이인지 모르는 건가?사실 진영숙은 그걸 진작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걸 알고 있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강이한의 입으로 그 말을 들을 때 진영숙은 가슴이 아파졌다.“나도 알아. 너희 둘이 이렇게 된 거... 거기에 내 책임도 있다는걸.”“...”“하지만 너희 두 사람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해도, 소월이는? 소월이를 평생 이유영 곁에 둘 거니?”그렇게 말하면서 진영숙은 벌벌 떨고 있는 아이를 쳐다보았다.이온유는 곁에다 두면서, 소월이는 데려올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니.강이한은 그 말을 듣고 호흡이 거칠어졌다.강이한도 알고 있었다.아무래도 지금 이온유는 단역시에 나타나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온유는 학교에서 친구들의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그러니...“신시욱!”강이한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진영숙은 더욱 화가 났다.신시욱이 나타났다.“사모님.”“얼른 이 아이를 돌려보내!”진영숙이 이를 꽉 깨물고 얘기했다.어찌 되었든 진영숙은 이온유를 데리고 살고 싶지 않았다. 이유영에게 이 사실을 들키고 싶지도 않았다.진영숙은 아직
“이유영...”진영숙은 이유영을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뭐라 얘기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난 당신이랑 할 말 없어요!”그렇게 말한 이유영은 아이를 데리고 진영숙 옆을 지나갔다.“...”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말이다.아이를 데리고 지나가는 이유영을 본 진영숙은 마음이 너무 아팠다. 진영숙은 정말 후회했다. 그때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왜 이유영의 마음속에 그런 상처를 남겨놨을까?결국 이렇게 손녀도 볼 수 없으니까 말이다.“제발이야... 우리를 이렇게 잔인하게 내치지 말아줘...”진영숙은 이유영의 뒷모습을 보면서 가슴 아파하며 얘기했다.하지만 이건 그럴만한 결과였다.이유영에게 그렇게 많은 일을 저질렀으니 말이다. 하지만 강이한은?이유영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강이한은 왜 그런 기회를 주지 않았던 걸까?진영숙도 알고 있었다. 강이한과 이유영은 절대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다는 걸 말이다.하지만 진영숙은 아이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이유영은 진영숙의 말을 듣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멈춰서서 진영숙을 돌아보았다. 그 시선 속의 담담함에 진영숙은 저도 모르게 심장이 떨렸다.진영숙이 얘기했다.“이한이는 그래도 아이의 아빠잖아! 아이한테도 친아빠가 필요하잖아!”말만 들으면 번지르르했다.“그 말이 맞아요. 아이한테는 아빠가 필요하죠... 하지만 아이한테 아빠가 필요할 때, 그리고 소월이랑 이온유가 동시에 아빠를 찾을 때, 그 사람은 뭘 했어요?”“...”그 말에 진영숙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이온유는 한지음의 딸이다. 진영숙은 그 사건을 알고 이유영이 강이한을 용서치 않으리라는 것을 짐작했다.강이한에게 한지음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알고 있었지만 이소월을 이용해 이온유를 살리려고 하다니...“그건 이한이가 잘못한 게 맞아.”진영숙은 잘못한 일을 인정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강이한의 잘못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이유영뿐만이 아니라 진영숙도 용서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네가 내 곁에 있으면서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게 신기한 거야. 다른 사람들은 그러지 않거든.”마침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두 사람이 그렇게 만난 것이었다.엔데스 가문의 남자들은 단순하지 않았다.그리고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더욱 위험한 존재였다....유치원 문 앞.엔데스 신우가 차를 세운 순간, 이유영이 갑자기 감탄하며 얘기했다.“전에는 왜 당신이 이렇게 평범하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을까요.”엔데스 가문의 남자니까. 하지만 엔데스 신우는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엔데스 신우가 대답이 없자 이유영은 엔데스 신우를 바라보았다. 엔데스 신우는 무언가를 보고 있었고 이유영은 그 시선을 따라 눈을 돌렸다.그리고 바로 표정이 굳어버렸다.“강씨 가문 사람들이 아직도...”진영숙이었다. 만약 강이한이었다면 그저 차갑게 코웃음이나 칠 것이었지만 진영숙을 보니 마음속에 열불이 났다.이유영이 봤을 때 진영숙은 손자, 손녀를 볼 자격이 없었으니까 말이다.이유영은 직접 친손자와 친손녀에게 손을 댄 사람이 아니던가. 그런데 왜 갑자기 이제야 이러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요즘 매일 오더라고.”이유영은 진영숙이 매일 이곳을 찾아온다는 소리를 듣고 표정이 확 굳었다. “하.”“...”“정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그렇게 말하면서 이유영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강씨 가문 사람들은 거머리처럼 이유영에게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강이한과 이유영의 혼인을 떠올리면 처음부터 잘못되었다.그래서 끝도 순조롭지 못했다.이제는 이혼한 사이인데 단역시까지 쫓아와서 이유영의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었다.이유영은 정말 이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랐다.“무시하면 돼.”“소원이는요?”“걱정하지 마. 우리가 없을 때 아이를 만날 수 없으니까.”엔데스 신우는 이유영이 뭘 걱정하는지 잘 알았다.계속 도망쳐봐야 소용없었다.이 사람들은 지구 끝까지 쫓아와서 이유영을 미치도록 만들 것이다.차라리 이렇게 지켜볼 수는 있지만
없었다.엔데스 현우가 소은지를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말이다.소은지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있는 사람이다. 엔데스 명우 밑에서 그런 일을 할 때만 해도 엔데스 현우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영주의 일에 대해 알고 난 후로부터는 그런 생각이 다 사라졌다.“현우 씨가 자초한 일이에요. 난 어쩔 수 없이 그저 현우 씨 옆에 붙어있는 거고요.”“...”어쩔 수 없다.이제 두 사람 사이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엔데스 현우는 자리를 떠났다.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소은지와 말 몇 마디 나누고 간 것이다.엔데스 현우가 떠난 뒤 남기는 가슴 아파하면서 소은지를 쳐다보았다.“사모님, 왜 그러시는 겁니까.”“아저씨도 제가 사모님인 걸 아시네요. 전 그저 제 권리를 찾으려고 하는 건데. 안 되나요?”이건 소은지가 항상 바래왔던 것이다.청하에 있을 때, 소은지는 어떻게 해야 부부 사이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겠는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하지만 그때는 그 질문에 대해 정답을 내놓지 못했다.그러나 지금 보니 어느 정도 알 것 같았다.지금 제일 중요한 건 소은지가 파리를 떠나지 않았다는 것이다.그리고 쭉 이곳에 남아있을 예정이라는 것이다.“이런 방식으로 남아있어도 좋을 거 하나 없습니다.”남기가 진지하게 얘기했다.역시나, 남기는 소은지를 이익을 취하기 위해 빌붙는 여자로 생각하고 있었다.예전에는 엔데스 현우의 승산이 높지 않아서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가, 지금은 엔데스 현우가 엔데스 가문의 가주가 될 것이니 떠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였던 것이다.그렇다면 소은지가 기다려온 것이 바로 이것일까?소은지는 남기가 본인을 어떻게 생각하든지 상관없었다.“아저씨, 그렇게 보지 않으셔도 돼요.”“하선희 사모님이 다녀가신 건 그저 시작일 뿐이에요. 잘 생각하시는 게 좋아요.”그 뜻인즉슨 지금이라도 파리를 떠나란 뜻이다.지금 떠나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소은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건 소
“...”“그 여자는 계속해서 너를 찾아다녔거든!”그러니까 소은지가 계속해서 찾던 그 여자도, 소은지를 계속 찾았다는 것인가?그렇다면... 그렇다면 어쩌면 소은지가 생각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만약 소은지의 생각이 맞다면, 그렇다면...예전의 소은지는 그 여자를 찾은 후 왜 본인을 버린 것이냐고 묻고 싶었다.하지만 엔데스 명우의 말을 들으면서 어쩌면 그때 불가피한 일이 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대체 그 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소은지는 그 원인이 너무 궁금했다.“엔데스 명우...”소은지가 뭐라고 하려던 때 엔데스 명우는 전화를 확 끊어버렸다. 소은지는 너무 화가 나서 핸드폰을 들고 확 바닥으로 내쳐버렸다.‘죽여버릴 거야. 뭣 같은 녀석.’소은지는 정말 엔데스 명우 때문에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한참 후, 소은지는 이성을 되찾았다.홀로 방에 남은 소은지는 여전히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그 여자도 본인을 찾고 있다는 소식에 소은지의 마음속에 자그마한 신념이 피어올랐다.그 신념은 아주 무서운 것이었다. ...엔데스 현우가 돌아왔다.테이블 앞에 앉아 있는 소은지를 본 엔데스 현우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고 불쾌한 표정을 드러냈다.남기는 엔데스 현우를 보고 약간 멍해졌다.“도련님.”남기가 공손한 태도로 다가갔다.“...”엔데스 현우가 돌아오자 이 분위기는 아주 이상해졌다. 그저 무거운 침묵만이 이 공간을 집어삼켰을 뿐이었다.엔데스 현우는 검은색 코트를 벗어 남기에게 건네주었다. 그 행동에서는 약간의 분노가 보이는 듯했다.엔데스 현우는 바로 테이블 앞으로 가서 소은지의 맞은편에 앉았다.“지금 내가 얼마나 밉겠어요. 나도...”당신이 미워요. 소은지는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엔데스 현우가 무엇을 하든지 다 받아들일 수 있었다.하지만 소은지를 이용하는 건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왜 그러는 거예요?”엔데스 현우가 결국 입을 열었다.소은지에게 왜 이곳으로 왔는지 묻는 것이었다.“여기가 내가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