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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작나리, 첩은 돈이 더 좋습니다
후작나리, 첩은 돈이 더 좋습니다
Author: 탕수육

제1화

Author: 탕수육
부용 장막.

고유린은 비단 이불 위에 엎드려 있었는데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를 가렸고, 얼굴엔 홍조를 띠었다.

오늘 밤, 남자는 피곤한 줄도 모르는지 벌써 세 번이나 합방을 했다.

그녀는 너무 피곤해서 말할 힘도 없었고, 눈물이 글썽한 모습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이율은 눈을 내리깔고,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헤치더니 뒷목을 주물러주었다.

“그렇게 피곤하느냐? 네가 한 게 뭐가 있다고. 힘은 내가 썼는데.”

고유린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어 이율의 시선과 마주쳤다.

남자의 일관된 차가운 눈동자에는 약간의 농락이 담겨 있었고, 얇은 입술을 살짝 벌렸다. 그리고 날카로운 윤곽은 차갑고 거리감이 느껴지게 했다.

튀어나온 목젖을 따라 내려다보면, 그의 상의는 반쯤 열려 있었고 튼튼한 가슴이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넓은 어깨와 좁은 허리는 뚜렷한 곡선을 이루었다.

이율을 보고 있던 고유린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려 이율의 허리춤에 있는 옥패를 만지작거렸다.

옥패는 차갑고 정교했는데, 윗부분의 실감개조차도 금실로 만들어져서 보기만 해도 가치가 상당했다.

다들 만족한 남자들이 상대하기 좋다고 하던데, 그녀는 어쩌면 지금 옥패를 구걸하면 이율이 그녀에게 선뜻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옥패를 판 돈으로 작은 가게를 내고도 남을 것이었다.

고유린은 생각할수록 더욱 흥분했고, 갑자기 피로가 싹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어떻게 말을 꺼내 옥패를 받아야 할지 고민했다.

이율은 그녀가 딴생각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불쾌해서 그녀의 턱을 잡고 물었다.

“뭘 보고 있는 것이냐?”

고유린은 큰 눈을 깜박이며 입을 열었다.

“옥패의 끈이 정말 정교한 게 꼭 나리님을 모시는 양 아씨의 솜씨 같습니다.”

그녀의 말에 이율은 눈썹을 찌푸렸다. 이 물건들은 모두 하인이 관리하는 것이라 그는 신경을 쓴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말한 양 아씨는…….

이율은 원래 욕망이 강한 사람이 아니어서, 매번 후원으로 와도 고유린만 찾아오지 다른 여자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는 굳이 고유린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고유린을 힐끔 쳐다보더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지금 질투하는 거냐?”

그러자 고유린은 대범하게 그의 손바닥에 비비며 애교 섞인 말투로 말했다.

“제가 어떻게 감히 질투를 하겠습니까? 다만 양 아씨가 부러울 뿐이지요. 혹시 저에게도 옥을 선물해 주실 수 있습니까? 제가 연습을 해서 이것보다 더 정교한 옥패를 만들어 나리님께 드리겠습니다.”

이율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옥패를 벗겨서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그럼 이거로 연습을 해서 실감개와 함께 가져오너라. 그럼 내가 매일 차고 다닐 테니.”

그의 말에 고유린은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돈을 버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뭐야? 하룻밤 고생해서 돈을 벌기는커녕 실감개까지 사게 생겼잖아.’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제가 불철주야 연습을 해서 하루빨리 나리님께 가장 아름다운 실감개를 만들어드리겠습니다.”

말을 한 후 고유린은 머리를 이율의 품에 묻고 얼굴에 가득한 좌절감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이율의 눈을 피할 수 없었고, 이율은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었다.

그가 떠난 후, 고유린은 하녀 소하를 불러 낮은 목소리로 분부했다.

“몰래 시장에 가서 평범한 실감개를 사 오너라. 될수록이면 저렴한 걸로.”

옥패를 받기는커녕 돈을 쓰게 생긴 마당에 그녀는 실감개를 만들 기분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녀는 어차피 이율은 안목이 없는 사람이니 아무거나 대충 골라서 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고유린은 몸을 뒤척이며 날이 밝을 때까지 잤고, 깨어나서도 온몸이 쑤셨다.

소하는 상자를 들고 들어와 침대 머리맡에 놓고 가볍게 그녀를 흔들었다.

“아씨, 나리님께서 물건을 보내오셨어요. 어서 일어나 보셔요.”

고유린은 졸린 눈으로 상자를 열어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안에는 크고 작은 십여 개의 옥패가 들어 있었는데, 모두 색깔이 영롱하고 보기만 해도 가치가 상당한 물건들이었다.

고유린은 신나서 다리를 두드렸다.

그녀는 이율이 안목이 없다고 했던 생각을 취소했다.

“어서 마차를 준비하거라. 거리로 나가 견사를 사서 실감개를 만들어야겠다.”

소하는 영문을 몰랐지만 고유린의 분부대로 했다.

반 시진 후, 고유린은 긴 면사 모자를 쓰고 거리로 나갔다.

그녀는 먼저 경성의 큰 가게들을 둘러본 후, 옆문으로 나가 채운헌으로 갔다.

그곳은 경성에서 옷을 만드는 가장 큰 가게였는데, 오가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아 가게 안이 북적북적했다. 심지어 계산하려는 사람이 가게 밖까지 줄을 지었다.

고유린이 들어서는 순간, 계산을 하던 가게 주인은 즉시 주판을 놓고 미소를 지으며 맞이했다.

“아이고, 주인님 오셨군요.”

고유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별실로 몸을 돌렸다.

그 여인의 이름은 봉사림이었는데,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일처리가 깔끔해서 두어 마디로 경성의 크고 작은 일을 설명하고 장부를 하나하나 그녀 앞에 펼쳐놓고 차 한잔을 건넸다.

“주인님은 정말 능력이 뛰어나십니다. 3년 전에 주인님께서 이 가게를 샀을 때는 이 방만했는데, 지금은 온 경성을 둘러봐도 옷을 만드는 가게가 우리보다 큰 건 없습니다.”

고유린은 장부를 보며 넋이 나갔다.

‘3년 전에 난 어떤 경지였지?’

고씨 가문이 반역을 꾀하는 사건에 참여하여 온 가문이 참수당했고, 고유린과 친언니인 고안닝만 경성에서 가장 유명한 기루에 보내졌다.

고유린은 그날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었다.

왜냐하면 고유린과 고안닝은 두 개의 물건처럼 관람석에 묶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대 아래에는 뚱뚱하고 부유한 상인들이 가득 서 있었고, 공기 중에는 남자들의 땀 냄새와 구역질 나는 비린내가 섞여 있었다.

그때 고유린은 죽을 생각도 했지만, 일이 임박하자 또 살아갈 용기가 조금 생겼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몇 백 번이고 누군가가 그녀를 불바다에서 구해 주기를 빌고 또 빌었다.

그리고 하늘이 그녀의 기도를 들어주셨는지 마침 이율이 나타난 것이었다.

천자에 가까운 신하에 5만 금군을 거느리고 있으며, 수법이 잔인하고 권세가 하늘을 찌를 듯한 영신후 말이었다.

그렇게 차갑고 고귀한 사람이 기루 같은 곳에 간 이유는 오직 하나, 바로 고안닝 때문이었다.

고씨 가문이 몰락하기 전, 이율은 고안닝과 혼약을 한 적이 있었고, 고안닝은 고유린에게 이율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여러 번 자랑했다.

그리고 고유린은 단지 고안닝과 닮았다는 이유로 이율의 눈길을 끌어 뺨을 열몇 대나 맞았었다.

당시에는 고안닝과 닮은 자신의 얼굴이 싫었지만, 이 얼굴이 자신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될 줄은 몰랐다.

그래서 그녀는 이율의 옷자락을 잡고, 염치없게 전 형부에게 자신을 구해달라고 구걸했다.

첩이 되고, 하녀가 되고, 통방이 되더라도, 심지어 입에 오르지 못할 외실이 되어도 그곳을 떠날 수만 있다면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그날, 고안닝은 그녀의 뺨을 때리며 염치를 모르고 지조가 없다며 크게 꾸짖었다. 그리고 죽을지 언정 이율의 첩이 되지 않겠다며 기둥에 머리를 박았다.

고유린은 그런 언니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고씨 가문이 번창할 때도 그녀는 하루도 좋은 날을 누리지 못했다. 적모는 각박하고, 자매들은 그녀를 고립하고 따돌렸다. 오랜 세월 동안 굶주림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옷 한 벌도 없었다.

그런데 왜 지금 고씨 가문이 몰락했다고 그녀에게 절개를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인가?

그래서 그녀는 이율의 옷자락을 잡은 손을 잠시도 놓지 않았다.

결국 고안닝에게 화가 나서인지, 아니면 고안닝과 닮은 얼굴이 이율을 기쁘게 했는지, 그는 고유린을 데려갔다.

그날 밤, 이율은 온화한 편은 아니었다.

정이 깊어지자 그는 손수건으로 고유린의 눈을 가렸다.

고유린은 자신이 고안닝과 가장 닮지 않은 곳이 바로 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율은 그녀의 몸에서 고안닝의 그림자를 찾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날 밤, 고유린의 눈물이 손수건을 적셨고, 그녀는 이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일이 끝난 후, 그녀는 은자 50냥을 받고 이 가게를 샀다.

그 후로 매일 밤, 그녀는 자발적으로 두 눈을 감고 자신의 사업에 전념하며, 이율을 위해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고유린은 장부를 내려놓으며 감개무량했다.

“그래도 고진감래라고, 조금만 더 있으면 여길 떠날 수 있겠어.”

봉사림은 머뭇거리며 무슨 말을 하려는데 경솔한 하인이 뛰어들어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주인님, 영신후께서 직접 오셔서 주인님을 만나겠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말리긴 했는데 결국 말리지 못하고 지금 위층으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고유린은 놀라서 하마터면 손에 들고 있던 주판을 떨어뜨릴 뻔했다.

순간, 수많은 생각이 고유린의 머릿속을 스쳤다.

‘이율이 왜 이런 곳에 오지? 설마 날 잡으러 온 건 아니겠지? 몇 년 동안 조심하게 행동하며 감쪽같이 속였는데 어떻게 알게 된 거지? 가게가 모두 내 이름으로 되어 있는 것도 아닌데, 우연인가?’

남자의 둔탁한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고, 한 걸음 한 걸음마다 고유린의 심장을 자극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절대로 지금 폭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이율은 원한을 반드시 갚는 사람이라 다른 사람이 자신을 배신하고 속이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만약 첩이 자신의 코앞에서 이런 일을 벌였다는 걸 알게 된다면, 3년 동안의 심혈을 헛되이 하는 건 물론이고 목숨까지 위태로워질 것이었다.

발자국소리는 문밖에서 멈추었고, 아래층은 후부의 시위들로 가득 찼다.

그야말로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고유린의 손바닥엔 땀으로 흠뻑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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