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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의 약혼자, 되돌릴 수 없는 선택
후회의 약혼자, 되돌릴 수 없는 선택
作者: 예일

제1화

作者: 예일
그 금목걸이가 심영호가 내 돈으로 산 금을 재가공한 거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는 회사 단체 채팅방에 메시지를 하나 남겼다.

“심 대표님과 임래희 씨, 행복한 결혼 생활과 아기 소식을 기대합니다.”

몇 분 뒤, 임래희가 대답했다. 그냥 게임하다가 벌칙 받은 거고 어쩔 수 없이 명령에 따라 했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잠적했던 심영호가 드디어 나타났다.

“너 제정신이냐? 대체 단톡방에 뭔 헛소리를 올린 거야.”

“같은 여자끼리 왜 그렇게 질투가 많아? 남자가 그리워서 미친 거 아니야?”

내가 말도 꺼내기 전에 그는 비웃으면서 내뱉었다.

“너는 진짜 하는 짓마다 짜증 나게 하는 재주가 있어. 차라리 네 엄마 뱃속으로 다시 들어가라.”

그의 입에서 쏟아지는 욕설을 들으며, 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도 모욕감은 참을 수 없었다.

구역질 났다.

너무나도 구역질 났다.

아침에 그에게 결혼을 재촉했던 내가 생각나서 몸이 떨렸다.

“그만해, 영호 오빠. 다 내 잘못이야. 지금 당장 성희 언니한테 가서 오해를 풀게.”

“가지 마!”

심영호가 소리쳤다.

분노 속에서도 감출 수 없는 걱정이 느껴졌다.

“이 밤중에 뭘 타고 간다는 거야? 송성희, 너 이쯤에서 그만 좀 해. 내가 정말 너 어떻게 못 할 줄 알아?”

내가 아직 한마디도 안 했는데, 전화기 너머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옷을 챙겨 입는 소리가 났다.

“수영해서라도 갈 거야, 영호 오빠. 나 오빠한테 어떤 오해도 남기고 싶지 않아.”

“그년을 왜 걱정해. 내가 지금 당장 잘라버릴 거야.”

“래희야, 너는 그냥 마음 편히 여기서 쉬어. 내가 있는 한 아무도 널 괴롭힐 수 없어.”

그 말과 함께 그는 차갑게 전화를 끊었다.

나는 몇 초도 지체하지 않고 그에게 문자로 “헤어지자”라고 보냈지만 그는 역시 답이 없었다.

그럴 만도 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그는 나를 늘 차단했다.

두 시간 넘게 흘렀다. 나는 모든 짐을 정리했다.

집 안의 작은 주전자부터 거실 벽의 인테리어까지 전부 내가 직접 설계한 것들이었다.

원래는 심영호에게 깜짝 선물로 보여주려고 했었다.

집도 내가 샀으니 그에게 소유권을 넘길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차라리 말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핸드폰이 두 번 울렸다.

“성희 언니, 안심하세요. 저랑 영호 오빠는 깨끗해요. 저는 영호 오빠를 늘 오빠나 아빠처럼 생각해왔지 다른 생각은 없었어요.”

아마 내가 믿지 않을까 봐, 임래희는 두 개의 동영상을 보냈다.

하나는 심영호가 그녀의 등을 닦아주는 영상, 또 하나는 그녀를 달래며 재우는 영상이었다.

전 같았으면 이런 도발적인 메시지에 나는 아예 답장조차 못 했을 것이다.

결국 이유가 뭐든 내가 사과하고 사람을 달래는 역할을 해야 했으니까.

5년이라는 시간은 내게 사랑을 위해 울부짖던 젊음의 열정을 모두 빼앗아 갔다.

이제 보니 참는다고 해서 되는 일은 아니었다.

[몸이 간지러워?]

[이런 걸 보내는 거 보니 나한테 욕먹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핸드폰 진동 켜서 엉덩이에 넣으려고?]

상대방은 계속 입력 중으로 표시됐다.

[거 봐, 초조해하기는.]

그 말을 남기고 나는 바로 그녀를 차단했다.

밤새 잠들지 못했다.

나는 끝까지 앉아 있다가 날이 밝을 때쯤 아빠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저 졌어요. 집에 돌아가서 가업을 이어받을게요.]

아빠는 내 메시지를 보자마자 꽃 이모티콘을 줄줄이 보내왔다.

“확실해? 거짓말 아니지?”

“거짓말 아니에요.”

나는 약간의 자조 섞인 미소를 지었다.

“하하, 나 네 큰아버지랑 10억 걸고 내기했는데 내가 이겼어!”

그 말을 들으니 목이 잠겼다.

“일찍 돌아와서 가업 물려받으면 얼마나 좋아. 너한테 남자가 부족해? 왜 한 놈한테만 눈이 팔려서...”

“내가 너 다니는 그 회사 당장 사서 너한테 줄게. 우리 딸 괴롭혀? 진짜 눈이 삐었나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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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회의 약혼자, 되돌릴 수 없는 선택   제8화

    “아니야...” 심영호는 뭔가 설명하려 애썼다. 하지만 그가 내게 그렇게 한 짓들은 사실이고, 나는 그냥 사실대로 말한 것뿐이다. “성희 누나, 영화 보러 간다고 했잖아요. 왜 여기 있어요?” 그때 강성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급히 고개를 돌렸고, 상대방이 이미 내 팔을 감고 있는 걸 봤다. “심영호 맞지? 네가 꽤 능글맞네, 요즘 네 이름 자주 들리던데.” 그 말을 듣자 심영호의 어두운 눈빛이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성희 누나, 전 회사 고소할 자료 준비 다 끝났어요. 임래희 쪽은 내가 경찰에 알렸으니까 회사 있는 동안 여러 번 뇌물을 받고 가정을 박살 낸 거 다 털어놓았어요.” “원래 그저 5년형이었는데 너무 겁이 많아서 그 소식을 듣자마자 계단에서 미끄러져서 떨어졌어. 지금은 반신불수가 됐고요.” 말을 마친 후, 강성철은 장난스럽게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아, 아쉽네. 아니었으면 너도 들어가서 걔랑 같이 있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심영호는 깜짝 놀라며 얼굴이 빨개지고 파랗게 변했다. 잠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너... 송성희, 이렇게 빨리 새 남자 생겼어?” “아니, 아니야.” 강성철은 즉시 고개를 숙이고 내 볼에 입을 맞췄다. “나는 성희 누나를 좋아해. 하지만 누나가 아직 동의하지 않았어.” “근데 걱정은 마. 네가 감옥에서 나올 때면 우리 아이 돌잔치에서 밥은 먹을 수 있을 거야.” “아, 미안. 아까 깜빡했는데 임래희는 모든 죄를 너한테 뒤집어씌웠어.” 그 말이 끝나자 강성철은 내 팔을 세게 잡아당기며 나를 밖으로 끌었다. 뒤에서 심영호는 울고 있었는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밖으로 나가자 강성철은 모든 용기가 다 떨어진 듯 나를 두고 한 걸음 떨어졌다. “성... 성희야.” 그는 긴장하며 말을 더듬었다. 얼굴은 빨개지고 귀까지 붉어졌다. “나, 나 방금 화나서 그랬어.” “그럼 네가 한 말은 그냥 화낸 말이었고 진심은 아니라는 거지?

  • 후회의 약혼자, 되돌릴 수 없는 선택   제7화

    경찰서를 나오자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건강하지 못한 연애를 끝낸다는 게 이렇게나 홀가분할 줄은 몰랐다.진작 심영호를 떠났어야 했다. “송 대표님, 회사 먼저 둘러보시겠습니까 아니면...” 아버지가 미리 준비해 둔 비서가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회사로 가자.” 수백 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으니 아무리 좋은 조력자가 있어도 쉽지는 않았다. 마침 채용 면접이 있는 날이라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그런데 면접장으로 가는 길에 한 남자아이가 급히 뛰어오다가 나와 부딪쳤다. 손에 들고 있던 커피가 하마터면 내 옷에 쏟아질 뻔했다. “죄송합니다, 송 대표님.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꽤나 잘생긴 얼굴이었다. 가까이서 보니 살짝 올라간 속눈썹이 순수하고 여려 보였다. “내가 누군지 알아?” 회사를 비밀리에 방문했으니 내 신분을 아는 사람이 없을 터였다. 그가 뭔가 들킨 것처럼 움찔하며 귀까지 빨개졌다. “됐어. 일 잘하는 게 중요하지.” 엘리베이터가 최고층에 도착했을 때 그는 여전히 내게 넋을 놓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나 조수 하나 필요해.” “저 할 수 있어요! 진짜 잘할 수 있어요!” 수줍음에 붉어진 얼굴로 말하는데 어딘가 모르게 귀여웠다. “그럼 실력 좀 보여줘 봐.” 저녁 무렵, 비서가 합격자 명단을 가져왔다. “강성철.” 입안에서 그 이름을 굴리며 말했다. “마치 로맨스 소설 남자 주인공 이름 같네.” “강성철 씨는 이번 채용에서 가장 우수한 지원자입니다. 화청대학 졸업생으로 재학 중 각종 장학금을 석권했을 뿐만 아니라 경력 또한 화려합니다.” “좋네.”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밖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날씨가 좋지 않아 직원들에게 야근을 시키고 싶지 않아서 회사는 캄캄했다. 하지만 아래층엔 불이 하나 켜져 있었다. “강성철?” 내가 놀란 듯 말했다. “왜 아직 여기 있어? 퇴근했으면 얼른 집에

  • 후회의 약혼자, 되돌릴 수 없는 선택   제6화

    핸드폰 알람이 딸깍딸깍 울리며 아버지가 소개팅에 나가라고 재촉하는 메시지들로 가득 찼다. 대충 몇 마디로 얼버무린 후 나는 바로 변호사를 불렀다. “법대로 진행할 겁니다. 판결은 법이 가장 공정하게 내려주겠죠.” “안 돼... 안 돼...” 심영호는 겁에 질린 임래희를 힐끔 보더니 이를 악물고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내 바짓가랑이를 꼭 붙잡고, 눈가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나 평생 누구한테 부탁 같은 건 해본 적이 없어.” “송성희, 이번만은 내 잘못이야. 래희 좀 용서해줘.” “래희는 아직 애야. 거기 들어가면 먹을 것도 입을 것도 부족할 텐데. 원래도 뼈만 남은 애가 거기서 사람이 되겠어? 너 정말 그걸 눈 뜨고 보겠어?” 심영호 부모는 이 모습을 보고 내가 더 이상 예전의 그 위축된 송성희가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들은 얼른 심영호를 끌어내려고 했다. “눈 뜨고 볼 수 있지, 왜 못 보겠어.” 나는 차갑게 심영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정말 걱정되면 네가 같이 들어가면 되잖아. 같이 도망자 커플이 돼서 결혼식도 올리고 고난도 같이 겪어야지.” 내가 조금의 자비도 없는 걸 깨달은 심영호는 얼른 입을 다물었다. 그의 눈빛은 이리저리 흔들리며 불안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럴 용기 없으면 꺼져. 왜 잘난 척이야.” 나는 그가 가진 가식적인 본모습을 진작에 알아차렸어야 했다. 임래희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지만 그 얼굴에는 분노의 기색이 가득했다. “영호 오빠, 날 이렇게 버리면 안 돼. 오빠 때문에 내가 이런 건데!” “그만해!” “래희야... 너 그냥 며칠 있다 나오는 거야. 돈 좀 물어주면 돼. 근데 송성희 오른손은 이미...” “어쨌든 네가 잘못한 거잖아. 이건 네가 받아야 할 대가야.” 나는 그들의 싸움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제3자로서 이런 걸 보는 건 꽤 재미있는 일이었다. 떠나기 전, 심영호의 부모는 내 손을 꼭 붙잡고 다급한 얼굴로 말했다. “송성희, 대체

  • 후회의 약혼자, 되돌릴 수 없는 선택   제5화

    “래희, 너...”심영호는 크게 눈을 뜨며 나지막이 한마디를 내뱉었다.“너 진짜 이런 짓을 했단 말이야? 너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 혹시 송성희 그 미친년이 너 괴롭혀서 그런 거야?”“경찰이 여기 있잖아. 네가 아니라면 내가 뭐든 해서라도 네 무죄 반드시 밝혀줄게!”그 순간까지도 심영호의 첫 반응은 나를 탓하는 것이었다.이전에는 임래희 편만 드는 그를 보며 마음이 아팠지만 지금은 그저 역겹기만 했다. 그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메스꺼웠다.결국 화장실로 뛰어가 한참을 토했다.“송성희? 너 괜찮아?”“꺼져!”나는 그의 손을 세게 뿌리쳤다.사람들 앞에서 심영호는 처음으로 임래희를 내버려 두고 나를 쫓아와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섰다.“성희야, 병원에 가야 되는 거 아니야? 내가 데려다줄까?”“필요 없어.”“그깟 일로 너를 어떻게 귀찮게 해!”나는 물을 벌컥 마시며 속의 불편함을 억지로 눌러 삼켰다.나를 쫓아다닌 것도, 평생 잘해주겠다고 약속한 것도 그였다.그저 몇 마디 공허한 약속에 속아 나는 1년, 아니 5년 동안이나 그를 사랑했다.“너 말 좀 제대로 하면 안 되겠어? 무슨 일이든 대화로 해결할 수 있잖아.”심영호는 내가 처음으로 그를 몰아붙이자 말을 잇지 못했다.“됐어, 너랑 뭐 하러 이런 걸로 다투겠냐... 네 몸은 괜찮은 거야?”“심영호, 그냥 본론만 말해.”5년 동안 함께 지내면서 그의 표정 하나만으로도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있었다.그 검은 눈동자가 나를 향할 때면 담겨 있는 건 경멸 아니면 계산뿐이었다.“래희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물론 영상은 그렇다 치더라도 네가 그냥 넘어가 줄 거라고 나는 믿어.”나는 그 말에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큰 웃긴 얘기를 들은 것처럼 크게 웃었다.“별일 아니라고?”나는 물었다.“아프냐?”나는 왼손으로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으며,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당했던 고통만큼 아프지는 않겠지.”“심영호, 너희들이 내 오른팔을 못 쓰게

  • 후회의 약혼자, 되돌릴 수 없는 선택   제4화

    심영호는 순간 웃음이 터졌다.“송성희, 너 미쳤니?”“이 많은 사람들을 어디서 구했어? 네 월급으로 이들을 부르려면 네가 가진 건 다 털렸겠네.”“송 대표? 하, 웃기고 있네.”심영호는 침을 뱉으며 비웃었고, 그 침은 내 얼굴에 떨어졌다.반백의 나이 든 경찰관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서둘러 종이를 건네며 사과했다.“송성희, 너 정말 체면 챙기려고 난리구나.”“여자가 좀 대범할 수는 없니? 난 영호 오빠를 위해 평생 결혼도 안 하겠다고 했는데 넌 뭐야? 발정 난 암캐에 불과하잖아.”임래희는 고개를 돌려 내게 비웃음을 던졌다.심영호의 동생은 분위기가 어수선하자 아무도 자신을 제지하지 않는 틈을 타 이리저리 발길질하며 생일 파티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었다.그 부모는 막내아들을 늦게 얻어 각별히 아꼈고, 그런 아들을 위해 나는 항상 참아왔다.심지어는 그가 내 등에 올라타 집안을 열 바퀴씩 돌며 놀아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심서훈! 당장 내려와!”심영호는 입술을 굳게 다물며 눈에 분노를 담고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손을 들어 심서훈에게 뺨을 내리치려 했다.‘심영호도 화를 낼 줄 아네.’그도 자기 동생이 개구쟁인 걸 알고 있고, 다른 사람을 감싸는 것도 알고 있다.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내 편에 서지 않았다.그런데 뺨이 날아오기 전에 심영호의 아버지가 그의 손을 단단히 붙잡았고, 심영호의 어머니는 그 틈을 타 심영호의 종아리를 세게 걷어찼다.“그만해! 뭐 하는 짓이야!”“송... 송 뭐야, 당장 와서 사과해! 정말 가정교육 하나도 못 받은 인간 같으니라고.”“넌 그냥 시골 촌년이야. 우리 집에 기대서 올라가고 싶은 거겠지. 너 같은 애가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운 좋은 거야!”5년이다.꼬박 5년 동안, 심영호의 부모는 내 이름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뭔가 이상해. 저 앞에 있는 할아버지, 뉴스에서 자주 본 사람이잖아. 나도 알아.”“설마... 진짜야? 송성희가 시골에서 올라왔다며?”“누가 알겠어. 숨겨진 대단한 인물일지도

  • 후회의 약혼자, 되돌릴 수 없는 선택   제3화

    고통 앞에서 힘을 쓸 수 없어 개처럼 땅바닥에 비참하게 엎드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운 좋게도 친절한 사람이 병원으로 데려다줬지만 이미 치료 시기를 놓친 뒤였다.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오른손인데 나는 그 손에 하나씩 나사를 박아 넣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봐야 했다.가슴이 무너진다는 말 바로 이 순간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3일 후, 심영호가 SNS에 게시물을 올렸다.사진 속 그는 임래희와 다정하게 얽혀 있었고, 두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은 내가 디자인한 양복이었다.여자 옷은 내 신체 치수로 제작한 건데 임래희가 입으니 꼭 어설픈 광대처럼 보였다.사진이 올라간 지 2분도 채 되지 않아 심영호의 전화가 걸려왔다.“이제 진정했어?”“오늘 임래희 생일이야. 너랑 화해하고 싶대. 선물 잘 준비해서 가지고 와.”심영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말했다.하지만 손에서 느껴지는 바늘 같은 통증은 모든 걸 생생히 기억하게 했다.“좋아.”‘선물...’지난 5년 동안 나는 집에서 돈 한 푼 받지 않고, 모은 2억 원 넘는 돈을 전부 심영호에게 금붙이 사서 기쁘게 해 주는 데 썼다.그런데 지금 수술을 한 번 치르고 나니 통장에는 고작 50원밖에 없었다.‘임래희가 선물을 요구하다니 전 재산을 날려버리지 뭐.’모든 준비를 마치고 정각에 도착했다.심영호는 임래희의 허리를 감싼 채 문 앞에 서 있었고, 꼭 신혼부부 같아 보였다.내가 오자마자 두 사람은 손을 깍지 끼며 맞잡았다.“송성희, 빈손으로 온 거야?!”심영호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역시 보잘것없는 여자야. 네가 입은 그 꼴 좀 봐. 붕대까지 감고, 보기 좋아?”“지금 일부러 여기 와서 기분 망치려는 거야?!”임래희는 눈에 드러난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입꼬리를 누르며 고개를 저었다.“됐어요, 영호 오빠. 성희 언니가 와 준 것만으로도 충분해요.”“게다가 선물 따위는 중요하지 않잖아요. 하지만 언니를 위해 제가 준비한 깜짝 선물이 있답니다...”선물을 언급하며, 송성희가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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