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어린 시절, 내가 구해준 옆집 남자아이가 커서 병적인 재벌 대표가 되어 돌아왔다. 그는 나를 옆에 붙잡아두며 할머니의 치료비를 조건으로 내게 결혼을 강요했다. 내 마음을 얻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내 마음은 그와 닿지 않았다. 결국 분노한 그는 나와 닮은 다른 여자를 데리고 사람들 앞에서 과시하며 진짜 사랑을 찾았다고 자랑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여자가 그의 사랑을 믿고 사람들을 데리고 내 별장에 찾아왔다. 그녀는 내 손가락을 하나씩 꺾고, 커터칼로 내 얼굴을 난도질하며, 내 몸을 발가벗긴 채 사람들 앞에 내던졌다. “내 얼굴로 성형한 것도 모자라 그림까지 따라 배워? 진짜 열심히 준비했네. 이제 남자 꼬시는 짓도 못 하겠지!” 피를 토하며 죽어가던 순간 그는 뒤늦게 나타났다. 그 여자는 내 머리채를 잡아 그의 앞에 끌고 가며 말했다. “여보, 이 여자 별장에 숨어서 당신을 유혹하려고 했어. 내가 이 여자가 다시는 그런 짓 못 하게 해놨어!”
View More부모님은 목숨을 걸고 나와 배지유를 지켜주셨다. 그해 나는 해바라기를 심어 주셨던 아빠와 나를 사랑해 주셨던 엄마를 잃었다. 물론 배지유의 엄마도 죽었지만 그는 조금도 슬퍼하지 않았고, 내 슬픔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 사건 이후, 나는 다시는 배지유의 초상화를 그리지 않았다. 처음엔 그를 원망했다. 배지유 때문에 내 가족을 잃고, 내 삶을 폐쇄적인 세계로 가둔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가 나를 할머니 곁에서 데려와 자기 집에 가둬 놓았던 것, 심지어 할머니를 볼모로 나와 결혼까지 강요했던 것들이 너무도 미웠다. 그 시절 배지유는 나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나는 그를 용서하려 애썼고, 스스로에게 잘 살아보자고 다짐했다. 어린 시절의 그는 그저 무고한 아이였다고 믿으려고 했다. 살아갈 힘이 없어질 때면 나는 마당의 해바라기를 보러 나갔다. 그리고 벽에 시들지 않는 꽃을 그렸다. 하지만 결국 강윤서의 등장은 아니, 정확히는 배지유가 내 모든 노력을 부숴버렸다. 그는 스스로를 키워 준 태양을 자신의 손으로 망가뜨렸다. 나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그날 배지유의 아버지가 찾아왔다. 그는 원래부터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 다만 그동안 배지유가 너무 철저히 날 지켜서 손댈 기회가 없었던 것뿐이다. “내 아들은 지유뿐이야. 지유가 그동안 무엇을 하든 다 눈감아 왔어. 근데 이번에는 너 때문에 걔가 자신을 망가뜨릴 뻔했어.” “이제 너희의 이 유치한 드라마도 끝내. 그동안 너에게 진 빚도 어느 정도 갚았으니 남은 삶은 내가 사람을 붙여 잘 보살피도록 할게.” 처음부터 이 모든 비극은 배지유의 아버지가 내연녀와 시간을 보내느라 지유를 데리러 오는 약속을 어겼기 때문에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몇 마디로 모든 걸 덮고 마치 나에게 큰 은혜라도 베푼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들은 나를 고아로 만들고도 자신의 아들 곁에 나를 두는 것이 나에게 베푼 은혜라고 여겼다. 나는 떠났다.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으로
하지만 받은 건 더 많은 고통과 절망뿐이었다.강윤서는 자신이 내연녀임을 인정하는 고백 영상을 촬영했고, 그 영상은 인터넷에 퍼졌다.여론은 급속히 바뀌었고, 나를 욕하던 사람들은 태도를 바꿔 강윤서를 비난하기 시작했다.그러나 나는 이런 상황이 전혀 흥미롭지 않았다.그들은 이렇게 하면 노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사실을 감출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그건 착각이었다.배지유 역시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잘못을 씻어낼 수 있다고 믿었지만 잘못은 잘못일 뿐 모든 잘못이 사과로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설령 복수를 한다고 해도 그로 인해 마음속의 증오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상대방이 나의 고통을 완벽히 이해할 수도 없다.나는 이 모든 것을 무심하게 지켜보았다. 내 마음속 증오는 여전히 깊고 짙었다. 그들 중 누구도 죄가 없지 않았다.배지유는 나를 바라보며 간청하듯 말했다.“예은아, 네 손을 더럽힐 필요 없어. 내가 다 알아서 처리할게.”그는 내가 잔인한 장면을 보지 않도록 나를 차에 태워 보냈다.그 후에야 나는 알게 되었다.그는 그들을 별장에 가둔 채 서로를 죽고 죽이는 지경에 이르게 했고, 굶어 죽을 때까지 방치했다.나중에 시신이 발견되었을 때 그 모습은 끔찍하고 형언할 수 없었다.몸은 온통 상처투성이였고, 사체는 훼손되어 있었다.배지유는 외부에는 이렇게 해명했다.그 별장은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었고, 강윤서와 헤어진 후 그녀가 몰래 그곳에 들어갔다고.마치 그녀가 나를 모함하며 내가 몰래 별장에 침입해 배지유를 유혹하려 했다고 주장했던 것처럼 말이다.인터넷에서는 강윤서가 내연녀로 성공하지 못하고 정신이 나갔다며 비웃는 글들이 퍼졌다.스스로를 별장의 여주인으로 착각하며 몰래 들어가 살았고, 식량도 없이 굶어 죽을 정도로 그곳을 떠나지 않았다는 소문까지 돌았다.강윤서의 이름은 죽어서도 악명만 남았다.그녀가 성형을 했다는 사실과 과거의 불명예스러운 행동들까지 모두 폭로되었다.나는 태블릿을 들고 그 소식을 보았다. 배지유는 내 다리에
나는 퇴원 후 회복에 최선을 다했다.그리고 배지유는 내가 퇴원하자마자 서둘러 나를 자택으로 데려갔다.강윤서와 그녀의 세 명의 꼬붕들이 끌려 나왔다.“예은아, 그들이 너한테 했던 짓, 반드시 두 배로 갚게 할 거야. 그러니까 제발 나한테 화내지 마, 응?”내 시선은 강윤서에게로 고정되었다. 분노가 치밀어 올라 심장이 터질 듯했다.그들은 지하실에서 반달 가까이 먹지도 못하고 마시지도 못한 채 개처럼 묶여 있었다. 지금은 온몸에서 악취를 풍기며 흙투성이였다.강윤서는 나와 배지유를 보자마자 무릎을 꿇고 덜덜 떨며 빌기 시작했다.“대표님, 사모님, 제가 잘못했어요. 화 좀 푸시고 저를 살려만 주세요!”세 명의 꼬붕들은 서둘러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우린 속아서 그런 거예요! 다 강윤서가 시켜서 한 일이에요!”“맞아요, 억울하면 주범에게 갚으세요. 제발 우리만은 용서해주세요...”이들은 이미 더 이상 얻을 이득이 없게 되자 서로를 탓하며 머리채를 잡고 싸우기 시작했다. 오로지 자신만을 지키려는 본능뿐이었다.나는 비웃듯 웃으며 말했다.“너희들은 정말 아무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니? 그날 너희들도 다 손을 썼잖아? 피의 빚은 피로 갚아야 해. 내가 왜 너희를 용서해야 하지?”그들 모두가 나를 폭행하고 그 장면을 녹화해서 올렸고, 결국 그것이 내 할머니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 그 누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강윤서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소리쳤다.“넌 지금 멀쩡하잖아! 날 죽인다고 네가 얻는 게 뭐가 있겠어? 내가 이렇게 오래 갇혀 있었으면 됐잖아!”‘됐다고? 아니, 아직 많이 모자라. 네 목숨이 다른 사람의 목숨보다 귀하지는 않아.’ 나는 차갑게 쏘아붙였다.“내 할머니는 너 때문에 죽었어. 넌 죽어야 마땅해. 피의 빚은 피로 갚는다 했잖아.”강윤서는 내게 통하지 않자 배지유에게로 달려가 그의 다리를 붙잡았다.그러나 경호원들이 쇠사슬을 잡아당겨 그녀를 다시 끌고 갔다. 꼭 개처럼 질질 끌려가는 모습이었다.“지유 오빠! 예
배지유는 여전히 우리 사이를 회복하려 애쓰고 있었다. 마치 이사할 때마다 새롭게 심었던 해바라기처럼 말이다.“예은아, 다 괜찮아질 거야. 네가 회복되면 집에 데려가서 네가 좋아하는 해바라기도 심고, 같이 그림도 그리자.”나는 움직이지 않는 손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내가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배지유는 내 의심 어린 눈빛을 읽고 다급히 말했다.“꼭 나아질 거야. 널 치료하고, 복수도 해줄게. 널 다치게 한 사람들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하지만 지금 나는 복수보다도 할머니가 더 걱정되었다. 할머니는 아마도 퇴원하셨을 텐데, 내가 할머니를 집에 모셔야 하는 시간을 놓쳐버렸다.지금 이 꼴로는 할머니를 뵐 수도 없었기에 배지유에게 제발 할머니께 아무것도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다 회복되면 그때 뵙겠다고.그런데 그날 나는 낯선 번호로 온 한 통의 영상을 받았다.영상 속에는 하얗게 센 머리카락을 한 할머니를 둘러싸고 사람들이 썩은 채소와 상한 달걀을 던지며 욕을 퍼붓고 있었다.입에 담기도 끔찍한 말들이 쏟아졌다.“네 손녀가 뻔뻔하게 남의 남편을 꼬시고도 사과할 줄 모르니 널 찾아왔지. 당장 걔를 내놔!”“부모도 없는 주제에 이런 애를 키워서 뭐 하겠어? 천박하고 역겨운 짓만 하고 다니잖아!”“네 손녀 인터넷에서 유명해졌다던데? 보라고, 본처한테 맞고 뻗은 꼴. 이런 애는 맞아도 싸다니까!”할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그 사람들과 따졌다.“우리 예은이는 그런 아이가 아니야. 너희들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지 마! 그런 짓 할 애가 아니라고!”그 순간, 내 심장이 멈추는 것만 같았다. 그건 내 할머니였다.강윤서는 내가 맞던 영상을 일부러 온라인에 퍼뜨렸다. 지금 그 영상은 이미 실검 1위에 올랐다.사람들은 나를 철저히 조롱하고, 내 신상을 샅샅이 뒤져 폭로했다.부모도 없는 고아가 몰래 성형해서 재벌가 저택에 숨어들어 남자를 꼬시려 했다는 이야기로 난리였다.유일한 내 가족인 할머니마저 그들의 공격과 조롱에 시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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